2017년 4월 30일 일요일

“박근혜 찍은 손 없애고픈 심정”이라는 부산 보수층


등록 :2017-04-30 22:53수정 :2017-04-30 23:00


표심 요동치는 부산 시민들 좌담
국정농단 겪으며 싸늘해진 민심
180도 달라져 문·안 사이 저울질
“5년전 박 찍었는데 너무 배신감”
60대 이상에선 ‘홍준표 지지’도
“20~30대 투표율이 관건” 관측도
2012년 대선 때 부산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박 후보는 부산에서 전국 평균 득표율(51.6%)을 훌쩍 웃도는 59.8%를 얻었다. 부산 출신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39.9%였다. 하지만 5년 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을 거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박근혜 찍었던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탄식이 터져 나올 정도다. 전통적 보수 성향이면서도 대구·경북과 달리 야권 지지 성향이 만만치 않은 점도 변수다. <한겨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상처’받은 보수의 표심과 야권 유권자들의 결집도를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27일 부산에 사는 30~50대 남녀 7명을 한자리에 모아 표적집단심층좌담(FGD)을 실시했다. 좌담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귀영 여론과데이터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의 가명은 2012년 대선 때 투표한 후보(박근혜 또는 문재인)와 이번 대선 때 지지하는 후보(안철수 또는 문재인)의 성을 따왔고, 구분을 위해 가명 뒤에 나잇대와 성별을 표시했다. 7명 가운데 4명은 과거 박근혜 후보를 찍은 이들이지만, 지금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 2명,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 2명으로 나뉘었다. 나머지 3명은 5년 전에도 문 후보를 찍었고 지금도 문 후보를 지지한다. 토론자 선정 방법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득표 비율과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2배가량 앞선 점 등을 감안한 것이다.
■ “박근혜 찍었다고 하면 욕 나올 지경”
박근혜를 지지해온 부산 사람들에게 2012년 대선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박근혜에 대한 분노가 ‘배신감’, ‘죄책감’으로 변주됐고, 이는 문재인·안철수 누가 되더라도 지금보다는 나아지진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도 이어졌다.
박문(40대·남) 지난 대선에서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술자리에서 박근혜 찍었다고 하면 쌍욕 나온다.
문문(30대·남) 지금 손가락 자르고 싶어하는 사람들 엄청 많다.
박문(40대·남) 하지만 연세가 있는 분들은 여전히 박근혜에 대한 적의가 없다.
박안(50대·남) 지난번에 나도 박근혜 찍었는데, 내 손을 없애고 싶다. 너무 배신감을 느꼈다. 이번 후보는 자기 주체성을 갖고 어느쪽으로 쏠리지 않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박문(30대·여)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지난번엔 부모님이 박근혜 얘기를 하시니까 박근혜를 찍었다. 최근에는 이렇게 된 상황들에 대해서 가족들끼리도 말이 많다. 엄마 같은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다, 우리 세대들이 더 나서서 투표를 많이 해야 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하자…. 그래서 이번에는 저도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안철수도 생각했는데 텔레비전 토론에서 많이 실망했다. 부모님은 문재인은 싫은데 결정을 못 하고 있다.
문문(30대·남) 문재인을 지지하지만 크게 달라질까? 그런 생각은 안 한다.
문문(40대·남) 크게 바라진 않지만, 그래도 박근혜보다는 100배 더 잘하지 않겠나, 그런 기대심리에 그냥 잘하겠지, 그 정도 생각이다.
박문(40대·남) 안철수는 앞서나가는 사업가였기 때문에 경제에서는 다른 후보보다 낫다고 생각하는데, 정치 경험은 부족해서 경제 외에는 많이 모자랄 것 같다. 문재인은 오랫동안 정치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주변 정치인도 많고 대통령이 되면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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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안철수·홍준표 사이를 표류하다
박근혜와 결별한 이들은 안철수와 문재인으로 흩어졌지만 이들의 정박지는 기반이 무른 듯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눈길을 줬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문재인을 줄곧 지지했다는 한 토론자는 TV 토론회에서 심상정의 활약을 지켜보며 갈등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박안(50대·남) 문재인이 싫어서 안철수를 뽑고, 안철수가 싫어서 홍준표를 뽑는다는 말이 나온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사실은 좀 갈등이 많이 된다. 인간적으로만 본다면, 홍준표 후보에게도 마음이 간다. 불우하게 커서 부르주아 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것 같다.
문문(40대·남) 나는 문재인을 60% 정도 (투표하려고) 생각하는데 어머니 세대에 물어보면 문재인을 뽑지 말라는 식으로 많이 얘기한다.
박안(50대·여)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문재인은 진보적이니까 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홍준표는 말을 너무 안 걸러내고 하는 것 같고, 안철수가 좀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제 친정어머니가 “박근혜 대통령 하는 거 보니 여자는 안되겠더라”라고 하신다. 심상정 후보가 아무리 말을 잘해도, 그런 면에서 불리한 것 같다.
문문(40대·여) 문재인을 지지하는데 이번에 토론하는 거 보면서 심상정이 잘할 것 같다. 문재인과 심상정이 6대 4로 갈등하고 있다.
박안(50대·남) 3자 단일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문재인 쪽으로 기운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과 다르게, 영남권이나 호남권이다 이런 구분이 약하고, 보수 쪽도 유승민과 홍준표가 같은 노선을 걷다가 갈라져서, 제 주변 분들은 정신을 못 차린다.
박안(50대·여) 저희 어머니는 토론과 상관없이 홍준표다. 박사모 이런 데서 아침마다 조직적으로 전화가 와서, 동서와 어머니는 헤어나올 수 없다. 유승민을 아주 나쁜 역적으로 알고 있다.
박안(50대·여) 나는 급진적으로 바꾸기 불안하다. 그런데 토론을 보고 지금은 심상정으로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능력이 있을 것 같다. 현재는 안철수와 심상정이 4대 6 정도다.
■ TV토론회의 수혜자와 피해자는?
좌담회 참석자들은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 관심이 많았다. 이들은 토론을 제일 못한 사람으로 홍준표를 꼽았으나, 본래 홍준표에 대한 기대가 낮았기 때문인지 별 영향은 없었다. 기대를 많이 했던 안철수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실망감을 보였다.
박문(40대·남) 화술이나 언변에서는 심상정이 제일 큰 수혜자 같고, 가장 큰 피해자는 안철수 후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텔레비전 토론을 보면 조금 더 깊게 생각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표시가 많이 나니까.
박문(30대·여) 내 또래들은 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갑철수’ 얘기를 하는 걸 보면서 호감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박안(50대·여) 안 후보는 이과 출신이라 그런지 대화를 잘 못하고 표현력이 부족해서 많이 안타까웠다.
문문(30대·남) 홍 후보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거부감이 별로 안 들었다. 오히려 웃기다고 생각했다. 사실 안철수는 비호감은 아니었는데 토론회 나와서 하는 발언을 보니 잘 삐지는 것 같더라. 옛날 박근혜하고 비슷한 느낌이랄까. 안철수는 조금만 잘했으면 반등기회가 있었을 텐데….
박안(50대·남) TV토론회를 보고 나니,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안철수가 과연 줏대가 있을까 의심이 든다. 특히 그 당에는 상왕이라는 박지원 대표가 있어서 어느 정도 입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안철수와 문재인을 6대4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4대6이다. 홍준표도 인간적으로는 좋은데 정치적으로 (당선이) 상당히 어렵다. 다만 (선택지로) 생각은 한다. 시간이 가면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많이 흔들린다. 다만 TV 토론에서는 실수할 수 있다. 많은 분들 앞에서 긴장할 수도 있고. 지난 대선 때 박근혜 그 양반은 거의 말 한마디 안 했는데도 대통령이 됐잖나.
■ “박근혜 심판은 문재인” vs “그래도 경제는 안철수”
문재인과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 아쉬운 점, 마음에 안 드는 점은 무엇일까. 각 후보가 잘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은 공약을 비롯해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정책을 들어봤다.
문문(40대·여) 문재인은 깨끗할 것 같다. 재벌한테 뒷돈도 안 받을 것 같고 특혜도 안 줄 것 같다.
문문(30대·남) 장모님 친구 남편이 문재인하고 엄청 친하게 지냈는데, 문재인이 청와대 들어가니까 갑자기 연락을 다 끊더란다. 그런 걸 보고 더 매력적으로 봤다. 지난 총선 때도 김종인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고 공천할 때 자기 사람 많이 떨어졌는데도 터치를 안 했더라. 지금은 문재인처럼 원칙대로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박문(40대·남) 문재인이 되어야지 이명박이나 박근혜의 비리를 밝혀내지 않을까. 다른 후보가 되면 되겠나? 박근혜 국정농단도 잘못하면 묻히지 않겠나.
박안(50대·여) 문재인이 일단 정부 주도로 공공부문 일자리 늘린다고 하니까 일자리 창출은 기대한다.
박문(40대·남) 난 걱정 된다. 결국은 세금이 들어가니까. 오히려 안철수의 일자리 정책이 현실적인 면을 보나 장기적으로 봐서도 더 낫지 않나 싶다.
박안(50대·남) 문재인의 일자리 공약은 물거품이 아닌가 싶다. 정부가 직접 공무원 늘리는 것보다는 아예 기업인들 압박을 해서라도 민간 쪽에서 일자리 늘리는 게 경기를 일으키고 사업 하는 분들 마이너스 요인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문문(30대·남) 안철수는 본인이 잘 아는 벤처 육성 쪽은 남들보다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박문(40대·남) 안철수는 경제나 나라 살림, 외환유치 이런 면에서 아무래도 낫지 않을까 싶다.
박안(50대·여) 안철수는 기존 정치인하고 다를 것 같다. 참신한 면이 있다.
일자리·경제 이슈 꼼꼼히 살펴
“민간 맡긴다는 안, 제대로 할까”
“정부 앞세우는 문, 부작용 걱정”
세금·자영업 지원 더 적극 나서라
TV토론 영향 두고 갑론을박
“안, 잘 빠지는 듯…실망 크다”
“문은 북한 문제 불안감 남아”
“말 잘한 심상정이 최대 수혜자”
박문(40대·남) 앞선 두 정권은 대기업에 특혜를 많이 줬다. 이제는 대기업에 피해를 많이 본 골목상권이나 영세업자를 위한 정책이 더 나와야 한다. 청년 일자리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한국 경제를 끌어올려야 하지 않나. 그래서 각 후보들의 경제 공약을 많이 본다.
문문(40대·여) 애가 대학생이니까, 군대 다녀오고 졸업하면 취직을 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별로 없어 걱정이다. 우리 젊을 때는 일자리가 많았고 나름 좋은 직장에 다녔는데, 지금 애들은 너무 갈 데가 없으니까 제일 걱정이다.
문문(30대·남) 와이프가 장사를 하니까 세금에 관심 많다. 아직 부가가치세를 올린다는 후보는 없더라. 그리고 4차산업 혁명을 안철수는 민간 주도로, 문재인은 국가 주도로 해야 한다는데 안철수 말대로 민간 주도로 하면 좋긴 좋은데, 실질적으로 제대로 되겠나 싶다. 정부주도로 하겠다는 문재인 정책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박안(50대·남) 북핵이나 사드 문제가 있어 대북정책을 신경쓴다. 우리 세대는 반공방첩에 세뇌가 돼 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논란을 보면 송민순 그 양반 말이 맞는 것 같다. 북한 문제에서는 문재인이 불안하다. 북핵과 사드 문제로 우리가 피해를 많이 보고 있지 않나. 외교·대북정책에는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박안(50대·여) 나는 사실 통일도 반대한다. 북한은 우리의 적인 것 같다. 문재인은 안보에서 불안해 (대통령으로서는) 아닌 것 같다.
박문(30대·여) 일자리 문제를 많이 본다. 일자리 창출은 당연한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세월호 사건이나 위안부 합의 문제를 보면서 차기 정부는 국민의 이익을 가장 먼저 생각하면 좋겠다.
■ 문재인-안철수 네거티브는 ‘상쇄효과’
이번 대선 네거티브의 최대 쟁점은 문 후보 아들 특혜채용과 안 후보 부인의 갑질 논란 의혹이다. 젊은 세대는 이런 이슈에 대해 민감한 반면 중장년층은 덤덤했다. 그러나 토론자들은 각 후보에 대한 의혹의 ‘무게’를 비교하기보다는 “둘 다 똑같다”는 평가를 내놨다.
문문(30대·남) 네거티브가 영향을 미치는데 둘 다 있으니까 다 상쇄되는 느낌이다. ‘다 똑 같은 놈들이네, 거기서 그냥 뽑자’ 이런 마음이다.
박안(50대·남) 사람이 티끌이 없다면 너무 완벽해서 싫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오히려 터트릴 게 없어서 그런 걸 터트리나 하는 생각이다.
박문(40대·남) 안철수 의혹이 좀 더 크게 와 닿는다. 갑질 논란에 와이프가 제2의 최순실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다.
문문(40대·남) 60~80대는 네거티브 전혀 생각 안 한다. 옛날 한나라당만 지지하듯 아직 그렇다. 경상도는 (보수정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도 문재인 얘기하면 바로 저한테 “빨갱이 뽑지 말라”고 한다.
■ “20대 투표율이 승부를 가른다”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이번 선거의 특징으로 젊은층의 관심이 높은 점을 짚었다. 과거에 비해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가 피부로 와 닿는다고 했다. 다만, 문재인을 지지하는 한 토론자는 휴일이 몰려 있어 젊은층이 놀러 나가느라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도 우려했다.
박문(30대·여) 저번 대선에 20~30대가 많이 못해서, 이번에는 친구들이 꼭 투표하겠다고 한다.
박문(40대·남) 초등학생들도 학교 갔다 집에 오면 대선 얘기할 만큼 관심이 높다. 지난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 이렇게 나라 꼴이 우스워졌는데 다들 신경 많이 쓰지 않겠나.
문문(30대·남) 제 할아버지는 이명박·박근혜를 찍었는데, 문재인을 싫어하시니까 이번에 뽑을 사람이 없다고 얘기하신다. 20~30대는 투표할 거라 하는데 사실은 투표일 돼봐야 할 것 같다. 말만 그렇게 하지 놀러 가거나 직장인들은 그때 아니면 놀 시간이 없으니 은근히 (투표 안 하고) 놀러 가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다.
문문(40대·여) 제 주위는 이번에는 무조건 투표한다고 한다. 탄핵 집회를 몇 번 갔는데,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왔다. 그런 점을 봐서는 지난 대선보다 투표율이 더 올라갈 것 같다.
문문(40대·남) 20대가 얼마나 투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다. 어차피 60~70대는 새벽부터 가기 때문에 높게 나올 거다.
부산/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노동절에 노동자가 없다


[인권으로 읽는 세상] 대선을 앞둔 노동자의 날
5월 1일은 노동자의 날이다. 노동자의 날이라니 어색하다. 달력에 적힌 '무역의 날', '정보통신의 날'처럼 '근로자의 날'이 더 익숙하다. 산업이나 기업체와 관련된 정부 지정 기념일이라는 그 느낌말이다. 실업, 고용, 노동, 일자리와 같은 말들은 정부 정책이나 언론을 통해 회자되고 심지어 민주노총, 한국노총도 익숙하지만 노동자, 노동자의 날, 노동자의 권리는 여전히 우리에게 낯선 말이다. 그래서일까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발표하는 여러 노동 공약에서 각종 수치 나열과 알아듣기 어려운 법제도 개선 과제는 잔뜩 보이지만 노동자가 보이지 않는다. 

131만 개 일자리를 만들지어니... 

가장 유력한 후보인 문재인의 노동 공약은 공공부문 81만 개,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 개의 일자리를 임기 내에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안철수는 IT 사업가답게 중소기업 창업 지원을 통한 민간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방식은 사뭇 다르지만, 이들의 노동 공약은 결국 일자리 정책으로 수렴된다.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 정책은 언제나 정부 노동 정책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정책이 집행되는 방식은 일자리의 총량을 줄이거나 비정규직-파견을 비롯한 간접고용 형태를 늘려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실업률이 아닌 고용률 70% 달성을 정책 지표로 처음 제시했지만, 그 결과는 초단시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대거 늘리는 것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일자리, 즉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은 극도로 위계화되고 분리되어 있다. 엄청난 재화를 투자하며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교육 경쟁은 인문계-특성화고(실업계)로 나뉘면서 고졸 노동자가 먼저 등장한다. 대학 서열화는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 직종 진입과 연결되고, 민간기업보다는 교사, 공무원 일자리가 최고 희망 직종이 된 지 오래다. 소수의 대기업-정규직 일자리를 제외하고는 고용 불안 속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대선 후보들이 모두 이야기하는 일자리 부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일어나서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있어서 일자리가 없는 것인가? 대학을 10년 다니는 한이 있어도 의사가 되고 싶고, 수년 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이들이 수십만 명에 달하는 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230만여 명에 달하는 택배, 대리기사, 학습지 교사, 배달원, 판매사원이 모두 개인사업자인 데다가 30%에 육박하는 자영업자 비율을 더하면 안철수의 창업국가 공약은 이미 실현된 거나 다름없다. 

이들은 언제나 그랬다. 노동자는 경제를 위해서 동원되어야 할 자원이었지, 주권자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다. 그래서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권리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노동자라는 자원을 어떤 방식으로 동원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즉 일자리 정책으로 드러났다. 실업 대책만 일자리 정책이 아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파견노동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규율한 각종 법률도 모두 일자리 정책이다. 정부가 볼 때 높은 실업률과 저임금은 노동자-사람의 권리 침해 문제이기보다는 사회 불안과 연결될 수 있으므로 공안 문제가 된다.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의 한 광고탑에서 노동자ㆍ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관계자들이 고공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 정책의 출발은 노동자의 권리에서 

4월 14일 광화문 광장 옆 건물 광고탑에 6명의 노동자가 올랐다. 일하는 곳도, 투쟁을 시작한 이유도 다르지만, 해당 업체의 노동조합 탄압과 정부의 외면 속에서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단식 고공 농성을 시작하게 됐다. 불법파견이니 직접고용하라는 법원 판결을 무시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현실, 노동조합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측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폭력을 사용해도 부당노동 행위는커녕 그냥 회사 내부 일에 그친다. 결국 문제는 얼마나 촘촘한 법제도를 구비하느냐가 아니라, 이렇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고립되고 광고탑에 오르게 되기까지 무너진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새롭게 조직하고 세워낼 것인지다.

노동자를 고용해서 실제로 이윤을 취하는 기업은 뒤로 빠진 채, 하청업체를 내세워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문제가 생기면 업체를 폐업하거나 일감을 끊어버리는 현실이 바로 온갖 형태의 간접고용문제이고 원하청 수탈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의 권리를 요구하고 조직에 나서기도 어려울뿐더러 어렵사리 나서더라도 실제로 이윤을 누가 가져가느냐와 상관없이 고용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대기업을 만나게 된다. 이게 제조업의 현실이라면 아예 고용 관계를 개인사업자 간의 계약관계로 대체하는 게 서비스업의 현실이다. 오랜 싸움으로 그나마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름은 얻게 되었지만, 정치권의 대책은 언제나 고용보험, 산재보험 적용과 같은 시혜성 정책에 그친다. 학습지 교사, 택배, 대리기사, 판매원, 배달원이기 때문에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한 게 아니다. 이들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조직하고 모여서 싸우지 못하도록 개인사업자로 각자도생하게 정부와 자본이 만들어온 결과다. 

한국 사회에서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은 임금, 노동시간을 비롯한 노동 조건의 절대적 수준 문제 그 이상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 주체로서 기업(자본)은 보이지 않고, 이들에 의한 감시와 탄압 속에서 노동자는 없고 종업원, 개인사업자만 있는 일터의 현실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비정규직-파견 문제가 불거지면 관련 법률을 제정해 몇 가지 보호 조항과 차별 시정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남녀고용평등법, 고용 상 연령차별금지법과 같은 고용관계법도 마찬가지다. 고용형태, 성별, 나이로 인한 차별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능력, 조건까지도 제한한다는 것은 애초에 고려되지 않았다. 보장되어야 할 권리의 내용과 함께 이를 조직하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 주체-책임 주체 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고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도록 하겠다는 문재인의 약속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동안 이들을 통해 돈을 벌어온 회사가 실질적인 고용 주체로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 회사와 협상하고 싸울 수 있는 권리 주체로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나설 수 있도록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단체행동을 하고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집행 의지도 없는 법률만 잔뜩 만들고 근로감독관이 부족하다는 말만 반복하느니,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조직하고 주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이다.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로부터 노동조합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누구라도 자유롭게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조직할 수 있도록 노동자 단체행동, 쟁의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일터에서 노동자가 회사를 비판하고 동료들을 모으는 일이 해고를 감수하고 죽음을 각오하는 비장한 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죽지 않고 인간답게 일하기 위해서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건 비유가 아니다. 한 해에 2500여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는다. 한 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1만3500여 명에 이른다. 인간답게 일할 수 없는 일터의 문제가 이 비극적인 숫자의 일부를 채우고 있음에 틀림없다. 사측의 노조 탄압에 목숨을 끊은 갑을오토텍, 유성기업 노동자, 엘지유플러스 상담센터로 파견 갔다가 목숨을 끊은 현장 실습생,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의 관리자 역할이 고통이었던 tvN 프로듀서의 죽음이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일터의 현실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저임금이나 일의 고됨 이전에 노동자-사람으로서 권리를 말하고 상상하는 게 불가능한 일터, 이미 인간이 아닌 채로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이들이 있었고, 우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5월 1일이 유일한 법정 유급 휴일로만 생각되는 지금,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노동자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노동자의 날'이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도록 한 걸음 내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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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후보도 결국 적폐청산 대상’
임병도 | 2017-05-01 08:27:0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정황이 나왔습니다. 경향신문은 유 후보가 2014년 6월부터 자신의 지인 등을 10여 명을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대표 또는 감사 등에 앉혀 달라고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도중 안종범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에서 유승민 후보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북고,TK, 박근혜캠프 출신 인사 청탁’
유승민 후보가 인사청탁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TK 출신이거나 박근혜캠프에서 선거를 도왔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유 후보는 ‘경북고 1년 선배이자 금융 쪽에 씨가 말라가는 TK’라며 안 전 수석에게 경북고 선배에 대한 인사청탁을 했습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유 후보가 청탁한 경북고 출신 인사는 최소 4명이었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안 전 수석에게 ‘A씨가 투자증권 사장을 그만두는 데 대우증권이나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관심이 있다. 내정된 사람이 있느냐’며 물었고, 안 전 수석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유 후보가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도 최소 4명 정도 안 전 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대통령을 외곽에서 돕던 분’이라며 언론인 출신 B씨를 ‘산업통상지원부 산하 한국무역보험공사 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감사’를 하길 원한다는 청탁을 안 전 수석에게 했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가 금융감독기관 임원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하자 “구명 부탁들 드리니 살펴봐달라”고 안 전 수석에게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유 후보는 박근혜정부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 위원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에 추천하거나 박근혜캠프 출신 인사를 ‘대우조선 해양 사외이사’에 연임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승민, 안 전 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할 만한 사이 아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유승민 후보는 ‘안 전 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할 만한 사이가 아니다. 아는 사람이 어느 자리에 응모하려 하는데 내정이 돼 있으면 해봐야 안되니까, 내정된 사람 있느냐고 물어봤을 뿐이다. 안 전 수석한테 제대로 된 답도 못 들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유승민 후보는 모두가 대구 출신입니다. 유 후보는 서울대, 안 전 수석은 성균관대 출신으로 대학은 다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1985~1987년 사이에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 취득 과정이 겹칩니다. 이 시기에 두 사람이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시절, 유승민 후보는 당 대표 비서실장을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경제분야 자문을 맡았습니다.
유 후보가 단순하게 내정된 인사가 있느냐고 물었다고 보기에는 수십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대우조선 사외 이사 연임을 부탁하면서 ‘산업은행 홍기택 회장을(대우조선 대주주) 잘 모르지만 직접 얘기해야 할까요?’라고 안 전 수석에게 묻는 자체가 이미 인사청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유승민 후보도 결국 적폐청산 대상’
▲지난 4월 27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영남대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영남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를 거론하며 “우리 같은 공직자들이 자기 아들 딸 취업이나 입학이나 이런 대한민국 사회의 공정성, 정의와 제일 근본적으로 관련된 부분에서 깨끗하게 처신을 못하면 그건 좀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경북고, TK출신,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들에 대한 청탁을 직접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했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닙니다. 특히 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본인이 특정 지역 인사와 자신의 선거캠프 출신 인사에 대한 특혜성 인사를 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유 후보는 인사청탁에 대해서 ‘성사된 것도 없고 비리도 없다’라고 주장하지만, 청탁 자체가 이미 불법이며, 이 자체를 비리로 인식하지 못하는 그의 생각이 더 위험해 보입니다.
유승민 후보가 합리적 보수임을 내세우지만, 그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습니다. 유승민 후보도 적폐청산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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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만든 영화 <노무현입니다> 첫 상영장 눈물바다


 전주국제영화제 29일 공개된 'N프로젝트'가 <노무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베일을 벗었다.
전주국제영화제 29일 공개된 'N프로젝트'가 <노무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베일을 벗었다.ⓒ 영화사 풀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제작을 지원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중 하나인 <N프로젝트>가 29일 저녁 전주 고사동 CGV에서 첫 상영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란 의미로 <N프로젝트로 불려졌지만 <노무현입니다>라는 정식 제목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노무현에 대한 기억을 소환시키는 영화다. 1년 동안 꼼꼼한 취재와 자료를 통해 2002년 국민참여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인간 노무현'을 다시 불러낸다. 양지를 박차고 험지로 내려가 좌절과 아픔을 겪었지만 시민의 힘으로 부활해 우뚝 선 노무현의 모습은 감동과 벅차오름 속에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노무현입니다>는 100분의 상영 시간이 모자라게 느껴질 만큼 노무현에 대해 세밀하게 기록한 영화다. 지난해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흥행했지만 차이가 크게 느껴질 정도로 노무현의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익히 알려진 유명 인사들부터 묵묵하게 소리 없이 도왔던 시민들, 그리고 노무현을 감시했던 정보기관 요원의 증언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담겨져 있던 노무현의 모습을 끄집어내어 인간 노무현의 모습을 완성해 낸다. 미처 알지 못했던 노무현은 매우 인간적이었고, 그 모습이 하나둘 드러날 때마다 관객들의 눈물을 자극할 만큼 감성적으로 만들어 졌다. 

주요 인사들의 인터뷰와 자료화면 중심으로 엮어진 <노무현입니다>의 중심을 관통하는 내용은 2002년 국민참여경선이다. 노풍이 발원해 태풍이 되게 한 2002년 경선은 15년 전의 모습이지만 각본 없는 드라마로서의 역동성과 함께 흥미와 감동을 안겨주며 노무현의 정치드라마를 완성시킨다. 돕는 국회의원 한 사람없이 오직 시민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성원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순간은, 영화 속 인터뷰에 참여한 누군가의 말대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
안희정, 이광재, 서갑원, 유시민, 조기숙, 문재인, 노사모 관계자, 평범한 노무현 지지자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하는 노무현에 대한 각양각색의 추억은 정의로우면서 가슴 따뜻했던 인간미 넘쳤던 사람을 회고하게 만든다.ⓒ 영화사 풀

노무현이 가지고 있던 열등감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당시 대통령 노무현의 고뇌를 전달해 주고, 알려지지 않았던 노무현의 인간적인 면모는 영화의 바탕에 깔려져 있는 핵심요소다. 하나하나 드러나는 노무현의 감춰졌던 이야기들은 그와의 마지막 인연을 말하는 사람조차 목이 메이게 할 만큼 울컥하게 만든다. 

안희정, 이광재, 서갑원, 유시민, 조기숙, 문재인, 노사모 관계자, 평범한 노무현 지지자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하는 노무현에 대한 각양각색의 추억은 정의로우면서 가슴 따뜻했던 인간미 넘쳤던 사람을 회고하게 만든다.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도 인간적으로 아우른 대통령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N프로젝트'가 29일 첫 상영 직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잇다. 왼쪽부터 이창재 감독, 제작자인 최낙용 아트하우스 모모 부사장. 김영진 프로그래머.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N프로젝트'가 29일 첫 상영 직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잇다. 왼쪽부터 이창재 감독, 제작자인 최낙용 아트하우스 모모 부사장. 김영진 프로그래머.ⓒ 성하훈

<노무현입니다>가 기획돼 제작에 들어간 것은 지난 총선 직후였다. 연출자인 이창재 감독은 영화 상영 직후 이어진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4년 전 시작 하려했으나 멈췄다"면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멈췄던 영화가 다시 살아난 것은 여소야대의 총선 결과였다. 

하지만 정치적 현실로 인해 영화는 제작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나름 보안을 유지하면서 진행됐다. 혹시라도 노무현 다큐가 만들어지고 있음이 드러나면 외부의 방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제작자인 최낙용 아트하우스 모모 총괄 부사장은 자료를 확보할 부분도 있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고 밝혔다. 

영화제목도 상영 1주일 전 확정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시민'이나 '보통사람'을 영화 제목에 넣고 싶었지만 비슷한 이름이 들어가는 제목의 영화들이 최근 개봉한 탓에 <노무현입니다>로 정하게 됐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
하나하나 드러나는 노무현의 감춰졌던 이야기들은 그와의 마지막 인연을 말하는 사람조차 목이 메이게 할 만큼 울컥하게 만든다.ⓒ 영화사 풀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
주요 인사들의 인터뷰와 자료화면 중심으로 엮어진 <노무현입니다>의 중심을 관통하는 내용은 2002년 국민참여경선이다.ⓒ 영화사 풀

전주영화제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지난해 제작비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년에 상영하면 힘들겠다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노무현입니다>니는 지난해 <자백>을 공개하며 크게 주목받은 전주영화제가 올해 내 놓은 히든 카드였던 셈이다. 

영화가 감정을 건드리는 탓에 주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눈물'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들이 공개됐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기획안만 보면 눈물이 나던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조금은 수위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작가는 "힘들어서 울고 그리워서 울었다고 말했다. 이창재 감독은 "어떤 때는 인터뷰 중에 내가 울어서 인터뷰가 안 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하는 문재인 전 비서실장(현 민주당 대선후보)의 인터뷰가 짧게 나간 것을 묻는 관객의 질문에 "2002년 경선에서 부산을 맡고 계셨기에 전국적으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직접 관여를 안해) 잘 모르는 부분들이 있었다"면서 "그래도 무게감은 상당히 컸다. 그 무게감이 전달됐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감독은 많은 분들을 인터뷰했지만 편집과정에서 다 담지 못했다"면서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선거 전문가 이야기를 꺼냈다. 줄곧 노무현을 돕던 선거전문가가 다른 후보를 도왔고, 이후 배신자에 박쥐 소리를 들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밥은 먹고 살아야지"하며 배려했다는 일화다. 이 감독은 "대척점에 있는 분들도 비록 적일지라도 '인간'이라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태도였다며 적들까지 아우르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에 맞춰 오는 5월 25일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