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9일 토요일

"명백한 내란인데도 선고 미루는 당신들, 법관 맞습니까?"

 

[현장] 17차 범시민대행진, 탄핵심판 미루는 헌재 압박... 야5당도 참석해 "국회 결단" 경고
25.03.29 20:35l최종 업데이트 25.03.29 21:23l
  
"산도 내 가슴도 다 탔어" 헌재의 선고 지연에 '분노'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산도 내 가슴도 다 탔어" 헌재의 선고 지연에 '분노'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 남소연

"대한민국은 지금 야만의 벽 앞에 서 있습니다. 그 벽은 부당한 권력과 추악한 탐욕의 벽입니다. 선동과 맹신의 광기, 무지몽매와 파시스트의 벽입니다. 지성은 사라지고 폭력이 난무합니다. 이 봄, 여기 광화문 꽃바람 속에서 들리는 말. 저 벽을 깨라. 긴 겨울을 끝내라. 저 야만의 벽을 깨라."

가수 정태춘이 광화문 앞 무대에 올라 이같이 말하며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불렀다. 제주도에서 온 가수 강허달림 역시 "광장에 모인 여러분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보탰다.

<꼭 안아주세요>를 부르기 직전 강허달림은 "오늘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지만 우리가 견딜 수 있는 건 바로 옆에 있는 사람 덕분"이라며 "힘내자. 제발 빨리 (윤석열 파면이) 선고돼 축하공연에 또 오고 싶다. 비행기 타고 오겠다. 그때까지 힘내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박수와 합창으로 화답했다.

"당신들 법관 맞나, 2025년 을사오적 되지 말라"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 남소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29일 오후 광화문 앞을 가득 메웠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한 17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헌재는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 심판 지연하는 헌재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상행동은 "연인원 100만 명이 참여해 꽃샘추위보다 더 매서운 파면의 바람으로 광화문 일대를 가득 채웠다"라고 밝혔는데, 이들은 집회 직후 두 갈래로 대규모 행렬을 만들어 헌법재판소(헌재)를 향해 행진했다. 야5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도 집회에 참석해 "헌재가 헌정붕괴 상태를 지속한다면 국회가 결단하겠다", "한덕수·최상목을 동시에 탄핵하자"고 밝혔다.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의 헌법 위반 행위가 사라졌습니까.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내란을 일으킨 사실에 변동이 있습니까. 헌법과 법률과 판례에 비추어 대통령직을 유지할 명분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그런데도 선고 일정을 잡지 않은 헌법재판관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법관이 맞습니까."

집회는 사회를 맡은 김형남 비상행동 활동가의 이 같은 질문으로 시작됐다. 김재하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무대에 올라 "헌재가 아무리 철통 보안을 지킨다 한들, 결국 누가 파면 선고를 반대했는지 누가 질질 끌며 선고를 지연시켰는지 만천하에 드러나게 돼 있다"라며 "120년 전 나라를 팔아먹어 대대손손 낙인 찍힌 을사오적처럼 내란 세력에 민주주의를 팔아먹은 2025년 을사오적이 되지 않기를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추위와 눈보라를 뚫고 우리는 남태령과 한남동을 넘어 승리를 쟁취해 왔다. 헌재 앞을 제2의 남태령과 한남동으로 만들자. 헌재로 달려가자. 다음 주 우리의 모든 것을 퍼붓자"라며 "더 이상 기다릴 수도, 머뭇거릴 수도, 그 어떤 묘수도 없다. 오로지 이 광장에 모이는 우리 시민들의 힘만이 유일한 활로이자 승리의 비책이다"라고 강조했다.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 남소연

시민 자유발언에 나선 노유근씨는 "산불도 꺼지고 윤석열도 하루빨리 꺼졌으면 좋겠다. 여러분 동의하시나"라며 "저는 지난 3개월간 여의도, 한남동 그리고 광화문에서 여러분과 함께 탄핵과 파면을 외쳐왔다. 파면은 헌법을 유린한 자에게 국민이 내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심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일에 집회를 마치고 집에 가면 밤 9시 반이고 집 청소하고 아들을 챙기면 12시, 1시 넘어 잠에 든다. 얼마 전 아들이 물었다. '아빠 탄핵이 가족보다 더 중요한 거야'라는 이 질문에 흔들리지 않을 부모가 어딨겠나"라며 "아들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저는 집회 횟수를 조금 조정하면서 아내, 아들과 함께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들의 응원 메시지가 있었고 오늘 이 자리에 저와 함께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환영의 박수를 부탁드린다"라며 "예전에 저는 주말이면 아들과 함께 캠핑을 가거나 테니스를 쳤는데 지금은 이 자리에 서 있다. 바로 이 자리가 나와 우리 그리고 아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에서 올라온 TK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다연씨는 "누군가 경상도는 답이 없다고, 산불을 두고 경북은 불타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저희 동지들이 대구 동성로에서 윤석열 파면을 외치고 있는 것은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세상은 누군가 특정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불에 타 죽어도 되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평등 세상을 만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광훈과 그 아류들, 민중의 힘으로 제압할 사이비"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 남소연

김부미씨는 "저는 12월 3일 내란수괴 윤석열이 계엄령을 발표하자마자 바로 국회로 달려갔다. 남편에게 결혼 안 한 두 딸을 두고 부모 둘 다 죽으면 안 되니까 내가 가겠다고 했다"라며 "계엄령과 계엄군에 대해 잘 알던 두 딸은 울먹이며 저를 막았지만 저는 두 딸을 위해서 가야 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수많은 동료 시민들과 거리에서 호소한 지 110일이 넘었다. 헌법재판관들에게 묻는다. 12월 3일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나"라며 "(파면 선고를 미룬 채) 정시 퇴근하고 주말 약속을 지키면서, 사적 행복을 포기한 이 수많은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더해 "정녕 헌재가 정치적으로 판단한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 (탄핵 심판은) 윤석열 개인을 벌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구하는 것"이라며 "부디 내란 수괴와 동조자들의 새빨간 거짓말을 듣지 말고 대한민국 미래 세대만 생각해달라"고 울먹였다.

최유정씨도 "4월 초가 제 생일인데 그즈음이면 윤석열이 파면되고 비교적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헌재는) 대체 몇 주를 질질 끌고 있는 건가. 시민 모두가 목격한 내란수괴 선고에 이렇게 긴 시간을 소요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란으로 제 일상이 이미 무너졌는데 일상을 살아가는 동시에 부패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머릿수 하나라도 채우고자 소중한 주말에 광장에 나오지만 사실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라며 "하지만 함께라서 이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다들 같은 마음 아니겠나. 소중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이 광장에 쏟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김경호 목사는 "목사를 사칭하며 혹세무민하는 전광훈이란 자와 그 아류들의 준동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 용서를 구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 목사는 "(전광훈 등은) '하나님 까불지 말라'며 까불어 대는, 기독교의 탈을 쓴 비성경·반신앙의 적그리스도다. 저들은 양심과 민중의 힘으로 제압해야 할 사이비들"이라며 "선거마다 기를 써도 (득표율) 2%를 넘지 못하는 저 동원된 인파 전광훈 무리의 허장성세를 믿지 말라.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은 처참하게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헌법재판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그들이 뭐라고 나라의 운명을 그들에게 맡겨야 한단 말인가"라며 "광장의 시민들이 100일 넘게 파면을 기다리는 것은 헌법 체계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검은 것을 희다고 억지 부리지 말라. 역사의 범죄자가 되지 말라. 묘한 숫자 놀음으로 기각이나 각하를 꾀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도 (내란) 공범이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한다. 국회의원의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 달라. 4·19와 5·18 같이 시민들의 피에 기대 민주주의를 지켰던 상황이 절대로 있어서 안 된다"라며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하라. 이 위기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기회가 돼야 한다. 앞뒤 재지 말고 단호하게 나아가 달라. 우리가 함께하겠다"라고 촉구했다.

"국회 권한 다 쓰겠다" 야5당... "한덕수·최상목 탄핵" 목소리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집회 후반부 무대에 오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헌법 수호를 위해 태어난 헌재가 헌법 파괴자 윤석열을 단죄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이 나라가 시시각각 무너지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참고 기다려야 하나"라며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져버리고 헌정 붕괴 상태를 지속시킨다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국회가 결단하고 민주당이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조국혁신당은 더 이상 108배도, 삼보일배도 하지 않겠다. 지금은 호소할 때가 아니라 결단하고 행동할 때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을 몽땅 다 온몸을 던져 행사하겠다"라며 "한덕수, 최상목 두 사람을 동시에 즉각 탄핵하자. 내란 국무위원도 원칙에 따라 모두 책임을 묻자"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입법 조치도 서둘러야 한다. 헌재가 선고 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자. 국회의원 여러분께 호소한다. 국회가 국정 운영을 책임지겠다는 결단을 주저하지 말자"라며 "그 결단과 활동이 내란 공범들의 집권을 중지시킬 것이다. 정의의 실현을 앞당기고 민주공화정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고 지연 헌재 향한 '분노의 행진'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선고 지연 헌재 향한 '분노의 행진'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남소연

야5당은 앞서 사전 집회(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기도 했는데, 집회 사회를 맡은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재명 무죄에도 정신을 못 차린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소환 통보를 보내기도 했다. 국민들을 대신해 검찰에 전한다"라며 "검찰은 발악을 멈추라. 국민들은 억지 표적 수사임을 다 안다. 검찰은 심우정 검찰총장 딸 문제(외교부 취업 특혜 의혹)나 제대로 수사하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민수 의원은 "윤석열이 대통령 자리에 복귀하면 장담컨대 김건희가 권총을 들고나와 국민을 향해 휘두르지 않겠나. 경제가 망하고, 외교가 망하고, 우리 국민이 죽어 나가지 않겠나"라며 "헌재는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이 자명한 사실을 외면하나. 이젠 좌고우면하지 말라"라고 덧붙였다.

안국동 소화전에 올려진 윤 대통령 얼굴 모형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다 경찰 차벽에 막혀 있다. 사진은 집회 참가자가 윤 대통령 얼굴 모형을 길가 소화전에 내려놓고 있다.
안국동 소화전에 올려진 윤 대통령 얼굴 모형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다 경찰 차벽에 막혀 있다. 사진은 집회 참가자가 윤 대통령 얼굴 모형을 길가 소화전에 내려놓고 있다. ⓒ 남소연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도 "앞으로 일주일, 대격전의 시간이 예상된다. 진보당은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 아낌없이 남김없이 퍼붓겠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싸우겠다"라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통한 헌재 구성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한덕수와 최상목에 대한 탄핵 절차를 빠르게 서둘러야 한다. 권한대행들의 위헌·위법적 행위를 처벌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설마 했던 상황을 우리는 그동안 계속 목도했다. (앞으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간악한 시도를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막아야 한다"라며 "첫째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절대 임명할 수 없다. 둘째 후임 헌법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이전 재판관 임기가 계속된다. 야5당은 이 두 가지가 담긴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비상행동은 이날 집회에서 경북 산불 피해자를 위한 현장 모금을 진행했다. 집회 사회를 본 박민주 비상행동 활동가는 "가족을 잃고 터전을 잃은 피해자 분들이 좌절감에 빠져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광장에서의 연대의 힘으로 피해 주민 분들과 함께하자"라며 "모금액은 전부 산불 피해자 지원을 위해 사용하겠다. 피해자 분들이 하루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헌재 앞 경찰 차벽에 막힌 시민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다 경찰 차벽에 막히자 항의하고 있다.
헌재 앞 경찰 차벽에 막힌 시민들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다 경찰 차벽에 막히자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윤석열#파면#헌법재판소#비상행동#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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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기자

수정 2025-03-30 09:42등록 2025-03-30 09:35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월 28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0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인간은 탐욕의 동물입니다.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는 정치인 암살과 테러, 폭력이 난무했습니다. 야만의 시대였습니다.

독재자와 쿠데타 세력은 정적을 살해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선 경쟁자였던 조봉암 진보당수를 사형시켰습니다. 사법 살인이었습니다.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소장은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을 군사재판에 회부해 사형시켰습니다. 사법 살인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1년 대선 경쟁자였던 김대중 전 의원을 납치해 죽이려 했습니다.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발표하고 대법원 판결 18시간 만에 8명을 사형시켰습니다. 사법 살인이었습니다.

1980년 5·18로 집권한 전두환도 김대중 전 의원을 내란죄로 체포해 사형시키려고 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비로소 야만의 시대와 사법 살인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아니 그런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군인들이 물러난 공간을 법조인들이 채우며 문제가 생겼습니다. 법조인은 과거를 재단하는 사람입니다. 옳고 그름을 가려 결정하는 일을 잘합니다. 흑백논리나 선악 이분법에 빠지기 쉽습니다.

판사는 심판관입니다. 판사를 오래 하면 자신을 무오류의 심판자로 착각하고 남을 함부로 심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검사는 칼잡이입니다. 승리욕이 강합니다. 검사를 오래 하면 다른 사람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1996년 4월 11일 16대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 대통령은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신한국당 선대위 의장으로 발탁했습니다. 1997년에는 대표로 발탁했습니다.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회창 대표는 법조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대선 후보가 됐지만, 아들 병역 문제로 지지도가 추락했습니다. 다급한 그는 ‘김대중 비자금 사건’을 터뜨렸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정치자금은 서로 건드리지 않는 불문율이 있었습니다. 기성 정치인이 아니었던 이회창 후보는 정치자금을 범죄로 인식했습니다. 그가 뒷날 정리한 회고록에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밤새워 고민하던 나는 결국 여러 가지 이해타산을 접고 내가 지녀온 한 가지 원칙, 즉 무엇이 정의인가를 가지고 결단하기로 했다. 자료대로라면 김대중 총재의 이러한 비자금 조성과 관리는 옳은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정치판이라 해도 이러한 거짓과 위선이 통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정의라고 판단했다.”

이회창 후보 나름의 ‘정의로운 결단’은 김영삼 대통령이 김태정 검찰총장에게 수사 유보를 지시하면서 제압됐습니다. 그랬던 이회창 총재 자신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차에 실어 통째로 넘겨받는 이른바 ‘차떼기 사건’을 저질렀습니다. ‘정의로운 결단’은 위선이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이회창 후보의 디제이 비자금 사건 폭로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1996년 16대 총선부터 주로 보수 정당을 통해 국회에 쏟아져 들어온 법조인들은 정치에 자꾸 사법적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툭하면 검찰에 고소·고발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치의 사법화가 급속히 진행됐습니다. 그만큼 정치의 영역이 좁아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졌습니다.

이런 흐름에 올라타서 최정점에 다다른 사람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그는 반정치주의자입니다. 총선에서 참패하자 비상계엄을 선택했습니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했으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버티고 있습니다. 얄팍한 법률 지식을 활용해 감옥에서 풀려났고 이제 헌법재판소의 기각·각하 결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양심이 전혀 없는 파렴치한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위반 재판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판결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애초 검찰의 기소가 무리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항소심 재판부에 인신공격과 색깔론을 퍼부었습니다.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입니다. 보수가 법원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자기 부정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의원은 3월 28일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파기자판’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3월 2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3월 29일 치 신문에 “대법원이 이 사건 직접 재판해 유·무죄 확정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파기자판이 뭘까요? 형사소송법 396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고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그 소송 기록과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피고 사건에 대하여 직접 판결을 할 수 있다.”

1심과 2심은 사실심이고 대법원 재판은 법률심입니다. 원심판결이 잘못됐다고 대법원이 판단하면 파기환송을 합니다. 파기자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무죄라고 대법원이 판단하면 상고를 기각하면 그만입니다. 유죄라고 판단하면 파기환송해서 재판을 다시 하도록 하면 됩니다. 국민의힘과 조선일보의 파기자판 요구는 이재명 대표 유죄와 피선거권 박탈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요? 이재명 대표의 조기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것입니다.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목숨을 끊어달라고 대법원에 청부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살인 청부입니다. 법치를 명분으로 주권재민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성공할까요? 대법원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의원은 판사 출신입니다. 주진우 의원은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비서관을 지냈습니다.

국민의힘에는 이들 이외에도 법조인 출신이 너무 많습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가 검사 출신입니다.

보수 정당을 장악한 법조인들의 가장 큰 폐해는 역시 정치의 사법화를 가속한다는 것입니다.

정치의 사법화는 왜 나쁜 것일까요? 민주주의를 무너뜨립니다.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그런데도 이회창 총재는 검찰의 수사로 대선판을 뒤집어엎으려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국회를 해산하려고 했습니다.


미국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진 나라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민주주의 붕괴 조짐을 알리는 몇 가지 신호를 찾아냈습니다. ‘후보를 가려내는 역할을 내던진 정당’,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정치인’, ‘언론을 공격하는 선출된 지도자’ 등입니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헌법이나 법률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 관용이나 제도적 자제와 같은 ‘규범’이라는 것이 책의 결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그 이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미리 내다보고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언론도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경고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항소심 무죄 선고 다음 날 아침 동아일보 사설은 “여야 ‘정치의 사법화’ 지양하고 국정 혼란 수습에 진력해야”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중앙일보도 그 다음 날 사설을 쓰면서 “여야, 상대방에 승복 요구하다 수틀리면 불복 행태” “갈등 조정 능력 잃은 정치의 사법화가 낳은 희비극”이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텔레비전 영상 갈무리


마무리하겠습니다. 정치의 사법화는 법조인 출신들이 법치를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막아야 합니다. 어떻게 막아야 할까요?

첫째, 국민 저항권 발동입니다. 우리는 1960년 4·19 혁명, 1987년 6월 항쟁, 2016∼2017년 촛불 혁명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법조인들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면 국민이 들고일어나서 그들을 쫓아내야 합니다.

둘째, 탈리오의 법칙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입니다.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최대로 활용한 쿠데타였습니다.

국회는 야당이 다수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을 모두 탄핵소추 해서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없으면 국회가 법률을 마음대로 제정하고 국회의장이 법률을 공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바람직한 방안은 아닙니다. 지금은 헌법재판소가 신속히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는 것이 최선입니다.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당장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