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7일 목요일

‘남초’ 회사 승진 차별 맞선 여성노동자, 변화 끌어냈다

 

“아무도 안하면 변화 없어 용기내”

육아휴직 뒤 잇단 불이익 구제신청
재심 끝 중노위서 ‘차별’ 인정받아
새 승진기준·재심사까지 이끌어내

기자오세진
  • 수정 2024-03-08 07:08
  • 등록 2024-03-08 05:00
지난해 3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 중에 차별의 벽을 부수는 행위 연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 중에 차별의 벽을 부수는 행위 연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없기에, 다시 한번 용기를 냈습니다.”

농기계 제조 및 판매 회사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는 조아무개씨는 요 몇년 사이 가슴앓이를 해왔다. 전체 임직원 10명 중 9명이 남성인 ‘남초’ 회사에서, 2017년 ‘출산전후휴가’(90일)를 사용한 게 ‘화근’이 됐다. 회사는 평소에도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여성 직원에게 ‘네가 자리를 비우면 대체 인력이 없다. 차라리 그만두라’고 압박하는 분위기였고, 사내 노동조합도 여성 직원들의 고충을 외면했다.

따가운 눈총을 무릅쓰고 휴가를 썼지만, 무늬만 출산휴가였다. 조씨는 아이를 낳은 지 나흘 만에 산후조리원에서 노트북을 펴고 일을 해야 했다. 산후조리원을 나온 뒤에도 내내 재택근무를 했다. “(회사에서) 요구하니 일을 하긴 했지만, 그땐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싶었어요.” 석달 뒤 복직한 조씨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를 신청하자 ‘다른 지역으로 발령내겠다’는 압박이 들어왔다. 조씨는 굽히지 않았다.

“누군가는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한) 시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조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조씨가 복직한 직후인 2018년 회사는 여성 직원 전원을 진급에서 누락시켰다. 신규 여성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후배 (여성) 직원들도 (저를)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를) 원망하더라고요. 저한테 ‘너무하다’고…. 그래서 실은, 이번 성차별 시정 신고도 시작하기가 두려웠어요.”

회사는 지난해 3월 승진심사에서 여성 직원들이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을 적용했다. 대리점(딜러점)에서 직접적인 영업 활동을 하지 않는 ‘영업지원직’(전원 여성)은 충족할 수 없는 매출점유율·채권점유율 등을 승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승진 대상 중 영업관리직 남성 4명 중 3명은 승진했지만, 조씨를 비롯한 여성 2명은 모두 탈락했다.

두 사람은 ‘회사가 여성 직원을 승진에서 차별했다’며 지난해 5월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하지만 지노위는 “인사에서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며 성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판정이 나기도 전, 한 공익위원으로부터 “이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계속 일하고 싶으면 이 정도에서 멈추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조씨는 “‘아, 이게 현실이구나’, ‘현실이 이래서 다들 참는구나’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여성노동자회와 전북여성노동자회의 도움으로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지난해 12월 “(회사가) 여성 직원들이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을 적용하여 간접 차별이 발생했다”고 판정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20년 가까이 일하면서도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제 일의 가치를 인정받은 느낌이었어요.”

회사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따로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승진심사 기준을 새로 마련해, 지난달부터 조씨 등 두 사람에 대한 승진심사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 결과가 나오는 날이 8일이다.

“여성이 조금 더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기업들은 관행처럼 행한 성차별을 해결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렇게 하나둘 용기를 내다보면 우리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에는 진정한 성평등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조씨가 담담하게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표창으로 밸류업?…주주 보호 강화 없이 변죽만 울리는 윤 정부

 


[윤석열 당선 2주년, 초라한 경제 성적표]①기대 못 미친 밸류업 정책에 주가 부진…‘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 재벌 문제 배제돼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1.02. ⓒ뉴시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변죽만 울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단기 주가 상승 재료가 됐던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한국 증시의 신뢰를 저해하는 재벌 지배구조 개선 방안 없이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난달 26일 이후 코스피 지수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종가 2,641.49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날보다 26.2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정부 발표 당일에는 전장 대비 20.62포인트 하락했고, 이튿날에는 27.03포인트가 추가로 빠졌다.

최근 주가 흐름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시장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에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다만, 기업이 밝힌 계획에 강제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주주의 비판이 뒤따르겠지만, 당국의 제재만큼 강제력을 갖기는 어렵다. 계획을 공시하는 것조차 의무가 아니다. 기업 자율에 맡긴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우수 기업에는 표창을 수여하고,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와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등 세정 지원 혜택을 준다. 감세라는 당근만 있고, 채찍은 없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관련 가이드라인 발표는 오는 6월로 미뤄졌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공시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신증권은 “시장에서 기대했던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은 없었다”며 “기대와 현실 간 간극은 우려했던 것보다 크다”고 짚었다. 키움증권은 “기업들로 하여금 실행 의지를 높일 만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추후 후속대책으로 미뤄 놓았다는 점이 주가 약세를 유발했다”고 풀이했고, 신한투자증권은 “가치주는 밸류업 기대를 발판으로 질주 중이었지만 정책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초부터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올해 첫 장이 열린 지난 1월 2일, 역대 대통령 최초로 한국거래소 개장식에 참석해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당시 제시된 대책은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의심케 한다. 주식 양도차익 5천만원 이상의 주식부자에게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가 오는 2025년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돌연 폐지 추진 방침을 밝혔다. 금융상품 투자 이익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 주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도 확대한다. 세금 때문에 주식 투자가 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상속세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상속세가 주가 상승에 따른 재벌 총수일가의 세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의 주가 부양 의지를 저해한다는 인식이다.

기업가치 제고를 가장한 부자·재벌 감세가 쏟아지는 가운데, 밸류업 프로그램이 거론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17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주주가치 제고 일환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기까지 한 달여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반등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저PBR 기업의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기 주가 부양책 수준에 그친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667.70)보다 20.62포인트(0.77%) 내린 2647.08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68.57)보다 1.17포인트(0.13%) 하락한 867.40에 거래를 종료했다. ⓒ뉴시스

어설픈 일본 베끼기에 재벌 문제는 배제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 정책에서 가져왔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2년 증시를 프라임(글로벌기업), 스탠다드(중견기업), 그로스(신흥기업) 등 3개 시장으로 재편하고, 프라임과 스탠다드 시장 상장사 중 PBR 1배 미만 기업에 대해 개선 방안을 제시하도록 했다. PBR이 1배 미만이면 회사 자산을 모두 매각한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한국과 일본은 증시 환경이 다르다. 한국의 기업가치 제고 핵심 과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재벌 총수일가의 지분 유지·상속을 위해 다른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벤치마킹한 일본은 재벌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정부가 한국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 정책을 일부 차용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자신에게 유리한 합병비율로 성사시키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넨 건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에 큰 타격을 준 대표적인 사건이다. 합병비율 산정 시 기업가치가 낮게 매겨진 삼성물산 주주는 이 회장 승계 과정에서 손해를 봐야 했다. 경영진 의사결정이 기업가치 제고에 반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 자본 투자를 저해한다.

CNBC는 최근 기사에서 “한국의 일본식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로는 저평가된 주식시장을 살리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 배경으로 재벌 기업의 지배구조를 꼽았다. 보도는 “재벌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라며 “가족 소유 구조에서는 소수 이해관계자가 전략적 결정에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행동주의 펀드 헤르메스의 아시아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나선 파인스는 지난달 글에서 한국과 일본이 저평가되는 배경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일본 주가가 낮았던 이유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영으로 재무구조가 최적화되지 못한 문제에서 비롯됐다”면서 “지배주주가 과도한 이익을 독점하거나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잘못된 의도로 인한 시장 우려 때문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지배주주가 합법적으로 소액주주를 희생시키며 이익을 얻는 것이 가능한데 어떻게 이들 패밀리를 설득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배주주들은 거버넌스 관련 근본적인 변화에 계속 반발하고 있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시행된 정부 정책 개정은 마치 지배주주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가 지목된다. 현행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로 한정된다. 주주 이익을 훼손하더라도 회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결정에 대해서는 이사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는 처리가 무산됐다. 파인스는 “한국 당국은 이사가 단지 회사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 이익 향상에 대한 책임을 갖도록 요구하는 법률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주주 피해는 회복되지 않았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 1주의 가치는 제일모직 0.35주로 산정됐다. 이 회장이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찬성표가 필요했던 이 회장이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줬다는 건,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합병비율에 따른 주주 피해에 대해 삼성물산 이사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 삼성물산 주주가 제기한 합병 무효 소송에서 재판부는 이사가 주주의 득실을 고려해야 할 의무는 없으므로, 충실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거래소 개장식에서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쿄증권거래소가 2015년 기업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이사의 소액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도입했다. 모범규준은 강제성을 갖지 않지만,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투자자에게 설명할 의무를 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기업인들과 떡볶이를 맛보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 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12.06. ⓒ뉴시스

자사주 통한 총수 지배력 강화,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져

자사주를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쓰는 행태도 국제적인 기준에 어긋난다. 한국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지 않아도 된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주식 수가 줄어들면 나머지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다만,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기업이 보유하면 주식 가치 상승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지배주주의 영향력만 커지게 된다. 또한,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매각해 총수일가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악용되기도 한다.

일례로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6일 자사주 50%를 3년간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는데, 이는 반대로 말하면 나머지 절반은 남겨두겠다는 의미이기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나머지 50%의 자사주를 남겨두는 결정을 한 것은 우호적인 제3자에 대한 처분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나머지 자사주가 제3자에게 매각될 수 있다는 시장과 주주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자사주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해야 하거나, 자사주 보유가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는 자사주 보유가 불법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논평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회삿돈을 들여 특정 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쓰면 불법이라는 건 전 세계에서 예외 없이 공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제안했으나 무산된 데 이어, 정부의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에서도 배제됐다. 기업이 자사주 매입·소각 관련 공시에 참여하도록 상장기업 간담회를 개최하겠다는 극히 낮은 강도의 대책이 제시됐을 뿐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한국 상장기업의 미소각 자사주는 총 34억주로, 금액으로는 74조원에 달한다. 이들 자사주를 3년에 걸쳐 소각할 경우 코스피는 3620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재벌 지배구조 문제를 외면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업 대응은 소극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배주주의 사익추구에 따라 기업이 돈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문제와 관련해, 지배주주의 절대적인 권한을 제한하고 이사 충실 의무를 강화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 발표에는 해결 방안이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향후 나올 기업가치 제고 공시는 배당을 일부 확대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되 소각은 하지 않는 등 총수 지배력과 관련 없이 생색 내기 좋은 내용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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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부정’ 박근혜 측근 공천에 한국일보 “한동훈 모순”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도 연일 ‘친윤불패’

동아일보 “국민의힘도 주류의 공천 압도라는 점에선 다를 게 없다”

3월8일 ‘세계 여성의날’… 특집 기사 낸 경향·한겨레·한국일보

‘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 확정,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3.08 07:27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달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도서 '박근혜 회고록 : 어둠을 지나 미래로1·2' 출간기념회에서 발언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도 당 주류가 공천을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탄핵을 당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이 공천받은 것을 놓고 동아일보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되는 흐름”이라 했고 한국일보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모순적인 부분도 적잖다”고 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를 대구 달서갑에 단수 공천했다. 최서원(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하며,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각을 세웠던 도태우 변호사도 대구 중남구에 공천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정농단 수사를 주도했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관련 질문에 “(탄핵은) 굉장히 오래된 얘기”라고 했다.

▲ 8일자 한국일보 4면 기사.

한국일보는 8일 4면 톱에 <비윤 내치고 탄핵부정 세력엔 꽃길… 與도 ‘비호감 공천’> 기사를 내고 “공천이 곧 당선인 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 탄핵의 상징과도 같은 인사들이 22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하게 된다”며 “한 위원장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음주운전 경력자 공천을 겨냥해 ‘그렇게 공천을 운영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민주당 후보들의 음주운전 처벌은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보다 더 오래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한 위원장이 거론한 이재명 대표 음주운전은 20년 전 일이다. 논란이 있는 공천을 합리화시키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발언이 나오고 있는 셈”이라며 “3선 이상 32명 중 24명(75%)이 공천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30명에 가까운 전직 의원을 공천해, 경력직이 사실상 대세를 이뤘다. 4년 전 총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에 탈환할 지역이 많은 국민의힘 상황을 고려하면,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8일 사설 <‘비명 배제’ ‘친윤 불패’… 권력 쥔 쪽이 다 가졌다>에서 “국민의힘도 주류의 공천 압도라는 점에선 다를 게 없다. 출마 의사를 밝힌 현역 의원 96명 가운데 66명이 공천장을 받았다”며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와이프와 아이만 빼고 다 바꾸자’던 친윤·영남 중진 교체 요구가 오래전 일로 여겨질 정도”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2명이 공천을 받고, 유승민 전 의원 측이 고전하는 등 대통령의 뜻이 반영되는 흐름도 있다”며 “여든 야든 공천을 주도하는 세력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식의 틀을 벗어날 때는 역풍을 맞곤 했다”고 우려했다.

여성의날 특집… “여성에게 더 가혹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세계 여성의 날’(8일)을 맞아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가 1면에 특집 기사를 냈다.

▲ 8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 8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 1면 제목은 <지금, 2030 여성에게 ‘일은 시민권이다’>이다. 경향신문 플랫팀은 각기 특성이 다른 대기업·공공기관 소속의 정규직 여성 노동자 6명과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5~16일 4시간씩 초점집단면접(FGI)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FGI는 심층 집단 인터뷰를 통해 개인별 의견을 넘어 참여자들의 공통적 특징을 발견해내는 질적 연구방법이다.

경향신문은 8면 <불안하다, 출산하는 순간 영영 출근하지 못할까봐>, 9면 <포기했다, 커리어 위해 돈이나 시간 혹은 성취감을> 등에서 열악한 여성의 노동 환경을 짚었다. 8면은 비정규직, 9면은 정규직 여성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한겨레는 ‘남초’ 회사에서 육아휴직 뒤 잇따른 불이익을 받고도 끝까지 싸워 ‘차별’을 인정 받은 조아무개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회사는 조씨가 2018년 복직한 직후 여성 직원 전원을 진급 누락시켰다. 조아무개씨는 1면 한겨레 <승진 차별 맞선 여성노동자, 변화 끌어냈다> 기사에서 “누군가는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한) 시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어요”라고 말했다.

▲ 8일자 한겨레 2면 사진기사.

한국일보도 1면에 <‘경력단절 피하려 무자녀’… 저출생 낳는 ‘성차별 노동시장’> 기사를 냈다. 한국일보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래 27년째 ‘성별 임금 격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여성에게 더 가혹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존재한다”며 “소수의 안정된 고임금·정규직을 뜻하는 1차 노동시장과 다수의 불안정한 저임금·비정규직인 2차 노동시장으로 일자리 양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여성은 상대적으로 2차 노동시장에 더 많이 편입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얘기”라고 했다.

바이든, 트럼프 누가 되도… ‘한반도 리스크’ 커진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경선 중단을 선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바이든 트럼프’ 리턴매치가 확정되면서 누가 되든 ‘한반도 리스크’가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은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사다.

▲ 8일자 동아일보 18면 기사.

동아일보는 8일 국제면 <트럼프 지지 거부한 헤일리… 지지자 표심, 美대선 캐스팅보트로>에서 “공화당 소속이지만 52세 인도계 여성으로서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갈 길을 잃은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를 더 많이 포섭하는 사람이 11월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최근 퀴니피액대의 여론조사에서도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 중 37%가 ‘그가 사퇴하면 트럼프 대신 바이든을 찍겠다’고 할 정도”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로 “모든 헤일리 지지자들을 위대한 운동에 초대한다”면서도 “어젯밤 헤일리는 기록적 방식으로 완파를 당했다”며 “그에게 투표한 많은 사람들처럼 그의 돈(선거자금)도 거의 50%가 민주당 급진 좌파한테 나왔다”고 헤일리에 조롱과 비난을 쏟아부었다. 한겨레는 “통상적이라면 그가 소속된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많이 흡수하겠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바이든’과 ‘트럼프’ 둘 중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한국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사설 <결국 바이든과 재대결 트럼프… 한반도 리스크 커졌다>을 내고 “누가 되든 지금 국제사회가 직면한 ‘미국 문제’를 지속·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큰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우선 트럼프 정부 이래 미국은 인류 보편 가치를 수호해온 글로벌 리더국 전통 대신 자국 이기주의로 퇴행했다. ‘아메리카 퍼스트’ 깃발을 든 건 트럼프 전 정부였지만, 바이든 정부 역시 자국 중심의 글로벌 무역·투자정책, 공급망 재편 정책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했다”며 “두 사람 중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미국 우선주의는 지속될 공산이 크고, 특히 트럼프 집권 땐 더 극단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진보당 비례 참여에 “국정원 대공수사권 복원하라”는 언론

매일경제와 세계일보가 진보당 등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정당에 참여하기로 한 것을 놓고 친북 세력이 국회 입성을 앞두고 있다며 국정원에 간첩수사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사설을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복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8일자 매일경제 사설.

매일경제는 사설 <종북세력 대거 국회 입성 눈앞, 국정원 대공수사 복원 서둘러야>에서 “민주당은 진보당 등과 함께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 이들 중 10명의 후보를 내기로 했다. 진보당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계기로 헌법재판소가 강제 해산 결정을 내린 통합진보당 후신으로, 중립적 통일국가를 강령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국회는 경찰·검찰·국정원·국방부의 핵심·기밀자료를 요구하고 열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북 인사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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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는 사설 <통진당 계열 국회 입성 계기 국정원 수사권 공론화 필요하다>에서 “국회가 자칫 종북세력의 온상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며 “지난 수년간 국정원의 대공수사가 소홀해진 사이 간첩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해 활개 치고 있다. 잇따르는 북한의 전방위 해킹과 미래 사이버 보안 강화를 위해서라도 국정원 대공수사권 복원을 공론화할 때”라고 했다.

한국경제도 사설 <‘비명횡사’ 넘어 친북 지원 민주당, 정체성부터 제대로 밝혀라>에서 “종북 인사들이 의원이 돼 첨단 무기 체계와 작전계획 등 국가 안보와 대북 기밀을 다루는 국회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에 들어간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민주당은 선거 전 정체성부터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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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연합 후보 속속 선출‥'윤석열 정권·검찰 심판' 청사진

 

거부권 견제 위한 200석 연대

시민단체 추천 후보 12명 명단 발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이 대표,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뉴시스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힘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새진보연합, 진보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더불어민주연합의 청사진이 서서히 완성돼가는 모양새다.

민주연합은 ‘윤석열 정권·검찰 심판’을 기치로 내걸고 연합 200석을 목표로 두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과 시행령 정치를 이어가는 현시점, 국회는 식물로 전락한 상황이다. 노란봉투법, 간호법, 이태원특별법, 쌍특검법 등 국회에서의 입법 활동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번번이 막히고 있다. 반면 대통령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수원복, 인사검증관리단, 경찰국 신설 등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거부권을 견제할 야권 연합 200석이 절실한 상황, 민주연합의 야권 연대 200석을 위한 명단이 정리되고 있다.

구성은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이 각 3명씩, 시민사회가 4명, 민주당이 후순위로 20명을 선출할 예정이다.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에서 선출된 6명과 시민단체 추천 인사 4명은 당선 가능성이 큰 20번 안에 배치될 전망이다. 1번은 시민단체 추천 인사가 배정받고 이후로는 번갈아 배치될 예정이다.

4명의 후보를 배정받은 시민단체는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7일, 12명의 후보를 추렸다. 이들은 윤 정부의 폭정을 심판하고 정치·민생 개혁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공감한다며 총 44명의 지원자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후 서면 심사를 진행한 준비위는 12명으로 후보를 추렸다. 여성 후보는 서미화 한국장애인자립생활텐터협의회 이사, 서정란 전국농민회총연맹 장흥군농민회 사무국장, 이주희 변호사,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 구례군농민회 회장, 정혜선 카톨릭대학 교수가 정해졌다.

남성으로는 워낭소리 등 다큐를 제작한 고영재 감독,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김형수 장애물없는생활환경기민연대 이사, 박창진 바른선거시민모임중앙회 회장, 임태훈 인권위 군인권 전문위원이 선발됐다.

진보당 추천 후보 (왼쪽부터) 장진숙 현 진보당 공동대표, 전종덕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손솔 현 진보당 대변인.

앞서 진보당은 5일, 당원투표를 통해 비례후보 3명을 선출했다. 장진숙 현 진보당 공동대표, 전종덕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손솔 현 진보당 대변인이 차례로 비례 1, 2, 3번을 배정받았다.

새진보연합 추천 후보 (왼쪽부터)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경제비서관.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이 연대한 새진보연합도 3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경제비서관이 선출됐다.

민주당도 조만간 후보자 명단을 정리할 예정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추천분과 위원장을 맡은 김성환 의원은 “오는 11일까지 1차 추천 명부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야권 200석 연대를 위해 현재 원내에 진입해있는 진보당, 새진보연합과 연합정당을 꾸렸다. 지난 3일 창당대회를 통해 당명을 ‘더불어민주연합’으로 확정 지었다.



살인적 물가, 경제 폭망...해결책은 이것

 

[유권자의 DM] '소득세 물가연동제' 공약 필요...'부자감세' 완화시킬 대안

24.03.08 07:10최종 업데이트 24.03.08 07:10

'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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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생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하나... 야당에 보내는 DM ⓒ 오마이뉴스

현재 우리나라 민생경제는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에 직면해 있다. 내수경제엔 코로나 사태 때보다도 더 무서운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고, 민생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충격으로 실질소득 감소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상태다. 정부가 졸속 대책을 들고나와 민생을 외칠수록 중산층과 서민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건전재정을 외칠수록 재정이 더 불건전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에 봉착했다.

민생경제는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회가 정부의 이념 편향을 견제하거나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제도로 뒷받침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고질병인 '경제 위에 정치' 폭주를 저지할 방법은 야당이 유능한 경제 정당, 대안을 제시하는 민생정당으로 거듭나는 길뿐이다. 그 시발점은 과도한 정치와 철 지난 이념에 희생된 민생과 경제를 위기의 본질을 관통하는 실사구시 대책으로 살려내는 것이다.

중산층 경제를 복원하는 방법

국회는 민생경제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건전재정의 친기업 편향을 제어하지 못한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가짜 건전재정이 중산층과 서민경제에 미친 영향이 너무나도 참담하기 때문이다. 건전재정의 본질은 '부자감세·서민증세'에 뿌리 내린 기업 확장재정과 민생 긴축재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재정 운영의 주체인 기재부는 작년에 -56.4조 원이라는 사상 최악의 세수펑크를 냈는데, 이 중 법인세 펑크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법인세는 2022년 104조 원에서 2023년 80조 원으로 -22% 이상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유리 지갑인 근로소득세는 57조 원에서 59조 원으로 오히려 3% 증가했다.

유례없는 경기 불황으로 거의 모든 세수가 감소했음에도, 2800만 취업자의 근로소득세는 작년에도 견조한 증가 추세를 유지했다. 이는 민생곳간을 털어 세수 공백을 메운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재정파탄의 주범인 기재부가 재정건전성 공적을 인정받아 정부업무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돈을 풀면 물가 때문에 서민이 다 죽는다며 민생 긴축재정을 강요하더니, 재정이 불건전해지자 최근에는 건전재정이라는 용어조차 언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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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대출 한도 확 줄어든다 2월 25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 ⓒ 연합뉴스

민주당도 재정파탄을 초래한 쌀집 수준의 재정 운영을 견제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일례로, 이재명 대표가 민생대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35조 민생회복 추경안'을 제안했지만, 다수 야당이 이조차도 관철시키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정부는 나라 살림이 거덜 나 추경이 어렵다고 일축했고, 여당은 국가부채를 운운하며 민생추경 제안을 조롱거리로 삼았고, 보수 언론들은 나랏빚 때문에 미래세대가 망한다고 호들갑을 떤 바 있다. 물론,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이런 저급한 수준의 비판을 실력으로 돌파하지 못한 데 있다. 이제는 법인세발 세수펑크로 재정 여력이 완전히 소진돼 민생 추경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건전재정 중독을 확장적 민생재정으로 돌파할 정책 수단이 남아 있는가? 답은 민생 확장재정 수단으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고물가·고금리 충격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했음에도, 근로소득세만큼은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세는 2013년 이후 지난 10년간 169% 급증했지만, 법인세는 불과 8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행 소득세법 체제가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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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한

현행 근로소득세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세율 구간이 물가를 반영하지 못해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금이 늘어나는 자연증세가 일어나는 구조다. 즉,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명목소득이 늘어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당연히, 미국,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물가와 연동해 소득세 세율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의 숙원사업과도 같은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물가대책인 동시에 소득대책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긴축 민생재정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법인세 감세로 인한 세수펑크 충격이나 법인세 공백을 서민증세로 메우는 행태를 수도 없이 비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던 기억이 없다. 지금이라도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총선 공약으로 채택해 '부자를 뺀 건전재정'이 민생곳간을 터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

유능한 민생정당의 길

지금처럼 국회가 정부의 정책 실패를 입법으로 견제하지 못하면, 민생경제는 파국의 길을 걷게 된다. 정부가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민생대책은 대부분 '보편'으로 충격을 가하고 '선별'로 구제하는 이념 편향적 정책들이다. 민생위기 국면에서 정부가 병 주고 약 주는 졸속 대책을 남발하게 되면, 결국 중산층이 서민이 되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 함정에 빠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민생과 경제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국회가 정책과 제도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당은 정부의 졸속 대책을 홍보하는 들러리를 전락해 버렸고, 야당은 대안 없는 비판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1야당이 민생 대안 정당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민생위기의 주범인 '공공발 물가대란'에 대한 대응이 첫 번째 사례다.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단행해 민생물가 대란 사태를 초래했지만, 민주당은 정부의 공공요금 시장화 폭주를 정책과 제도로 막아내지 못했다. 그 사이 민생경제는 공공적자는 무조건 가격 인상으로 전가해 해소해야 한다는 철 지난 시장주의 이념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소비자물가가 3% 정도인데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20% 이상인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이 물가충격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소비자물가나 성장률 등과 연계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면 민생물가 대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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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7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 부채 대책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팬데믹 이자폭리를 방치하는 사이 부채발 민생위기가 경제를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했다. 2019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 부채(가계부채, 자영업자대출, 중소기업대출) 증분만 무려 1000조 원에 육박하지만, 정부 대책이라고 해 봤자 일부 취약 자영업자의 이자를 감면해 주는 상생금융 패키지가 전부다. 중산층과 서민은 고금리 충격에 신음하는 지금도 보편으로 금리 충격을 가하고 선별로 구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근본대책은 금리구조의 경기대응력을 높여 금융기관의 횡재가 발생하지 않는 금리환경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민주당이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부채발 경제위기에 본질을 관통하는 근본 대책으로 대응하는 실력을 보여야 한다.

민생경제는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에 직면해 각자도생의 바다를 표류하고 있다. 내수경제는 코로나 때보다도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설령, 경제 상황에 좋아진다 해도 코로나 이전의 성장 균형으로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회 무용론이 확산되는 이유다. 유례없는 경제위기는 전례 없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민생위기에 대안을 제시하는 유능한 경제 정당의 길을 가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송두한은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입니다.

#유권자의DM #총선 #국회의원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