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6일 목요일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을 파탄시킨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고발장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2/27 [11:40]  최종편집: ⓒ 자주민보
▲ 고문 후유증으로 요절한 아람회사건 피해자 이재권의 묘     ©자주민보

26일 대법원은  2012년 10월18일 서울고등법원 제14민사부가 판결한 ‘아람회사건’ 피해자 박해전 황보윤식 김창근의 일실수입 배상액 24억5천만원을 모두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2009년 서울 고등법원은 “오늘 그 시대 오욕의 역사가 남긴 뼈아픈 교훈을 본 재판부의 법관들은 가슴깊이 되새겨 법관으로서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으면서, 선배 법관들을 대신하여 억울하게 고초를 겪으며 힘든 세월을 견디어 온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힌다. 피고인 망 이재권은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쉬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 땅에서의 여생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히고 2012년 민사재판에서 24여억원의 보상판결을 내렸는데 이 보상판결을 무효화한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인혁당조작사건, 진도간첩조작사건 등에 대한 배상 판결도 모두 무효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지급된 배상금마저 반환시키겠다며 자택에 압류를 가하는 등 반인권적 판결과 탄압을 가하고 있다.

지금도 독재정부의 살인적 밀실 고문 수사에 의해 지울 수 없는 아픔과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런 탄압을 다시 가하고 있는데 대해 관련 피해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 속에서는 대형참사, 세금인상, 공안광풍 등 나라가 나라 꼴이 아니라는 한탄과 분노가 이곳 저곳에서 마구 터져나오고 있다. 그 와중에 나온 아람회사건 관련 대법원의 판결도 독재국가가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어서 국민들의 분노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그 관련단체에서 발표한 고발장이다.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을 파탄시킨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고발장
- 반인륜적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을 짓밟은 만행을 정당사회단체와 유엔인권이사회에 고발한다

우리는 오늘 고문조작 국가범죄 ‘아람회사건’의 피해자 일실수입 배상액 전부를 파기한 대법원 선고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반인륜적 고문조작 국가범죄 피해자들로서 과거 청산의 대의를 짓밟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만행을 정당사회단체와 유엔인권이사회에 고발한다.

대법원은 2015년 2월 26일 서울고등법원 제14민사부가 2012년 10월18일 판결한 ‘아람회사건’ 피해자 박해전 황보윤식 김창근의 일실수입 배상액 24억5천만원을 모두 무효화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아람회사건’ 피해자 박해전 황보윤식 김창근은 1980년 5.18 광주학살 책임자 전두환의 심판을 촉구하다가 5공에서 반국가단체로 고문조작돼 옥고를 치르고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오기까지 30년 동안 반국가단체 굴레에 묶여 자신들이 몸담았던 공직에 서지 못하고 한평생 고통을 받아왔다. 대법원은 이들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아무런 문제 없이 인정했던 일실수입 배상을 뒤늦게 파기하고 ‘광주민주화보상금’ 구실을 붙여 소를 각하하는 폭거를 자행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5월 21일 ‘아람회사건’ 재심 무죄판결문을 통해 “우리 민족과 민주주의에 대한 소박한 신념을 가진 교사, 대학생, 마을금고 직원, 검찰공무원 등 각자의 직역에서 일상을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에 불과하였던 피고인들이 이 사건 재심대상 재판 과정에서 국가기관에 의하여 저질러진 약 한 달간의 불법구금과 혹독한 고문 끝에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 조작 둔갑되어 허위자백을 하였다고 절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재심대상 재판 당시 법관들은 그 호소를 외면한 채 진실을 밝히고 지켜내지 못함으로써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다”며 “오늘 그 시대 오욕의 역사가 남긴 뼈아픈 교훈을 본 재판부의 법관들은 가슴깊이 되새겨 법관으로서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으면서, 선배 법관들을 대신하여 억울하게 고초를 겪으며 힘든 세월을 견디어 온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힌다. 피고인 망 이재권은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쉬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 땅에서의 여생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고문조작 국가범죄 등 중대한 인권침해 범죄는 소멸시효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게 국제법적인 원칙이다. 반인륜적 범죄 공소시효 배제조약이 유엔 총회에서 1968년 11월 26일 총회결의로 확인되고 1970년 11월 11일 발효되었다. 이에 따라 반인륜적 고문조작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가해자가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과거사청산법에 의거한 국가진실화해위원회 결정과 재심 무죄판결을 받은 고문조작 국가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이러저러한 부당한 구실을 붙여 연이어 파기했다. 이러한 만행은 국가가 약속한 과거청산의 대의를 짓밟는 또 하나의 불의한 국가범죄이며 국가폭력이다.

대법원은 ‘아람회사건’ 피해자 일실수입 배상 파기에 앞서 2015년 2월 8일에도 서울고등법원이 판결한 ‘아람회사건’ 피해자 가족에 대한 배상액 16억2000만원을 모두 무효로 만드는 취지의 선고를 내렸다.

대법원은 2011년 1월 13일과 27일 민법의 대원칙을 무시하고 ‘아람회사건’과 ‘인혁당사건’ 피해자 위자료 배상 기산점을 변경해 서울고등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을 3분의 1로 줄였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청구한 원금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하지 않고 파기자판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주었다. 더욱이 서울고등법원 결정으로 가지급금을 받은 ‘인혁당사건’ 피해자들은 국정원의 반환청구소송에 시달리고 자택이 압류되는 참변을 겪고 있다.

1, 2심이 판결한 ‘2차진도간첩조작사건’ 피해자 박동운의 배상액 17억원을 대법원은 2015년 1월 18일 모두 무효로 돌리는 선고를 했다. 고문조작한 간첩의 누명을 쓰고 16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 뒤에 2009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소송 진행 중에 갑작스럽게 판례를 바꿔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한을 남기게 했다. 민법에 정확히 규정되어 있는 기존 3년 시효를 버리고 대법원이 2013년 12월 ‘6개월 시효 판례’를 새로 만들어 적용했는데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반인륜적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을 굴절시킨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며, 국제법적 기준에 따라 우리의 한많은 고통을 풀어주기를 정당사회단체와 유엔인권이사회에 호소한다.

이 땅에서 다시는 고문조작 등 반인권 국가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배제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와 함께 ‘고문조작 국가범죄 완전 청산 특별법’을 제정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부당하게 짓밟은 우리들의 고문조작 국가범죄 피해 배상을 해결해주기를 촉구한다.
                                             2015년 2월 26일

                                     고문조작국가범죄청산운동연대(준)
                                      공동대표 박해전 황보윤식 김창근
                               김현칠(고문조작국가범죄아람회사건피해자모임)
                    공동대표  전창일 이창복(고문조작국가범죄인혁당사건피해자모임)
                        공동대표  강상기(고문조작국가범죄오송회사건피해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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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국수' 권하는 박근혜 정부"


[주간 프레시안 뷰] "강남 재개발 투기 열풍, '찻잔 속 태풍' 그칠 것"



"불어터진 국수"

"지난번 부동산 3법도 작년에 어렵게 통과됐는데 비유하자면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 박근혜 대통령의 말씀(23일 수석비서관회의) 입니다. 이어서 또 "그것을 그냥 먹고도 경제가, 부동산이 힘을 좀 내가지고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활성화되고 집 거래도 많이 늘어났다"며 "불어터지지 않고 아주 좋은 상태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힘이 났겠는가"라며 한탄까지 했죠. 

이 "불어터진 국수"는 장안의 화제가 됐습니다. 어떤 이는 국민은 불어터진 국수라도 많이 먹기를 원한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서민은 그런 국수 한 가닥도 먹지 못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대통령 지지자들은 절묘한 비유라고 환호를 보냈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부동산 3법 덕분에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둘째, 서비스발전 기본법, 의료법 개정안, 관광진흥법 등 규제완화와 관련한 법들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셋째, 앞으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그건 야당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우선 "불어터진 국수"=부동산3법이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 2017년까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의 유예, 그리고 재건축 조합원 주택수를 3주택까지 허용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말합니다. 누가 봐도 건설 경기를 부추기려는 정책들이죠. 

이 부동산 3법은 작년 12월 29일 본 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지금은 총리가 된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나섰습니다.  "부동산 3법 의결과 관련하여 야당 측에서 반대 토론과 함께 반대 표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 소속 의원님은 한 분도 빠짐없이 지금 즉시 본회의장에 입장하시어 찬성 표결을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문자를 보냈죠.  

과연 새해 들어 첫째, 재건축 아파트를 둘러싸고 투기 바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근접하고 심지어 매매가격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오면서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 말을 따라 집을 사는 사람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0.35% 올랐습니다. 서울에서는 서초(0.86%), 강동(0.78%), 강남(0.48%), 송파(0.47%) 순으로 실제 매매가격이 올랐는데 하나 같이 재건축이 유력한 지역이죠. 곧 조합이 구성될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는 아예 매물이 자취를 감췄답니다. 한편 강북의 노원(0.44%), 서대문(0.36%), 강서(0.35%), 성북(0.34%)의 경우는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값이 올랐는데 이 경우는 두 번째, 즉 전세의 매매 전환에 따른 가격 상승이겠죠.  

문제는 전세시장입니다. 서울(1.63%), 신도시(0.56%), 경기·인천(0.84%)이 모두 올랐는데 상승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하면 기존 주민들이 집을 구해야 하니까 앞서 말한 첫 번째 재건축 지역의 전셋값은 3%p 이상 오르고 있습니다(☞ <건설타임즈> 부동산시장 '봄바람' 강남권 아파트값, 매매ㆍ전세 쑥쑥↑).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4년 12월 말 전국 아파트의 전셋값과 통계청의 2014년 2인 이상 도시 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을 비교해 보면, 서울의 전셋값 평균은 3억3849만원으로 지난해 도시 근로자 가구의 연소득 5682만원의 5.96배에 이르렀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근로자가구 6년치 소득). 서울의 소득 대비 전셋값 비율은 2004년 4.13이었는데 10년 만에 1.83이나 더 오른 겁니다. 한 푼도 안 쓰고 6년을 모아야 겨우 전세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과연 정상일까요? 

한편에서는 또 다시 "대박의 꿈"이,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서민들의 "밀려 밀려 주택 구입"이 집값 상승과 이보다 더한 전셋값 상승을 부르고 있는 겁니다. 이게 과연 한 나라의 대통령이 환호작약할 현상일까요? 나아가서 주택시장 규제 철폐에 이어 의료와 관광 서비스 산업 규제철폐가 과연 서민들에게 "먹음직한 국수"일까요?  

"독이 든 국수"  

이런 국수는 한 가닥이라도 먹으면 배탈이 나고, 배부르도록 먹으면 목숨마저 위험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전혀 국수에 손도 안 댄 일반 시민마저 폭탄을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정부는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를 부추기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과연 앞으로도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을까요? 30년 이상 경제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장기적인 인구구성의 변화, 장기 경제성장율 추이, 단기 경기 예측 모든 면에서 단호하게 "No"입니다. 

박정희 시대 이래 한국 경제정책 기조였던 수출-투자주도 성장은, 세계경제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는 불가능합니다. 미국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번엔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유럽은 EU의 붕괴마저 걱정하고 있을 정도인데 어떻게 투자가 과거처럼 두자릿 수 증가율을 보일 수 있을까요? 2년째 원화 표시 수출 금액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소득과 소비 증가율 역시 추세적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2.1%였고, 소비증가율은 이보다 더 낮아서 1.5%에 그쳤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빈부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쓰지 않는 한 소비가 늘어날 전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인상할지가 문제입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고용을 중시하는 학자 출신이라서 조기에(예컨대 6월에) 큰 폭의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 화요일(24일, 미국 시간) 미 상원 은행소위에서 옐런 의장은 적어도 3월과 4월의 두 차례 공개시장위원회(FOMC, 우리의 금융통화위원회에 해당)에서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며, 이른바 '선제 안내'(forward guidance) 용으로 사용했던 "신중하게(patient)"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도 금리인상의 신호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위원회가 열릴 때마다("meeting by meeting basis") 금리인상을 고려하겠다고 밝혀서 경제상황에 따라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미국 금융시장은 6월이 아닌 9월이나 10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으로 해석했습니다).  


문제는 현재 한미간 2%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 때,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이 어떻게 행동할 것이냐입니다. 지금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다면 거시건전성규제 3종 세트를 강화하고 미리 금리를 낮춰서 자본유입을 줄여야 할 텐데 박근혜정부는 오히려 거시건전성 규제를 완화할지도 모릅니다. 사후에 자본유출에 대한 대책으로 금리를 따라 올린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GDP 대비 가계부채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꿈틀대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갈 거라고 예측하는 건 망상에 가깝습니다. 

현재 강남 재개발 지역 투기 열풍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만일 시중의 유휴자금을 건설로 유도하고 중산층에게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의 정책이 성공한다면 그건 "독이 든 국수"가 될 겁니다. 빚을 더 내지 않고, 평생 살 집을 사는 건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금리가 낮다고 빚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건 "독이 든 국수"를 먹는 겁니다. 문제는 그 국수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일반 시민마저 폭탄을 맞게 될 거라는 데 있습니다. 

나아가서 의료법 개정이나 서비스발전 기본법 등 남아 있는 국수는 더 치명적인 독이 들어 있습니다. "제발 경제 좀 그냥 내버려 두세요" 대통령에게 품는 단 하나의 희망입니다. 

대한민국 붕괴의 21가지 징후

[대한민국 붕괴의 21가지 징후] ① 대한민국 불신공화국
곽동기  | 등록:2015-02-27 11:03:41 | 최종:2015-02-27 11:06:12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우리나라에는 ‘이웃사촌’이란 정겨운 말이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친지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들이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이웃사촌이란 말은 정에 넘쳐 서로 돕는 한국사회의 정서를 상징하는 개념이었습니다.
지난 90년대, <MBC> 일요일 아침드라마 “한지붕 세 가족”이 기억나시는가요? 온 국민이 시청했던 그 드라마는 “순돌 아범”, “말자씨” 등 숱한 화제의 인물들을 낳았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우리들의 ‘이웃’은 그야말로 고향의 친지들보다 소중한,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동반자들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 한국사회에서 이웃사촌은 어느덧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웃사촌은 고사하고, 우리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나마 이웃과 친하게 지낸다는 분들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같은 동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정도입니다. 서로의 이름이 무엇인지, 고향이 어디인지 물어보기도 참 어색합니다. 혹여나 자녀들의 초등학교 행사 때 학급어머니회 등에서 같은 동네 학부모들을 만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들도 자녀의 교육이 관심사일 뿐, 직업이 무엇인지, 취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은 자칫 “오지랖 넓다”는 소리 듣기 딱 알맞습니다. 저도 우리 아파트 동에서 제가 알고 지내며 인사하는 집은 세 가족에 불과합니다.
옛말에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습니다. 공동체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2015년 우리 주변에는 기쁨을 함께 나눌 이웃도 없고 고통을 함께 견뎌 줄 이웃은 더욱 없습니다.
 
바로, 소통과 공감을 개입과 간섭으로 치부하는 정서. 한국사회에서 끝없이 자라난 개인주의 때문입니다. 

자기 세계에 갇힌 우리들
한국사회는 개인주의에 대한 선망이 너무 과도합니다. 오죽하면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이 인기를 끌 정도이겠습니까. 우리 국민들이 모두 비정상도 아닐텐데 차가운 사람이 왜 끌리는지요. 그것은 바로 개인주의 때문입니다. 
개인주의에 심취하면 사람들은 자기와 관계있는 사안에 관심을 가질 뿐 사회적 문제에 소홀해집니다. 이렇게 지낸지가 이제 어느덧 20년째입니다. 지난 20년간, 우리 모두는 사회에 대한 관심은 끈 채로 자기 일에만 매진하다 보니, 우리들의 세계는 갈수록 좁아졌습니다. 이웃이 없고 인간적인 대화가 사라진 지금, 우리들의 친구는 직장동료, 학교선후배 정도로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습니다.
이젠 회사에서나 학교에서나 누구나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하고, “쿨”한 이미지의 사람을 스마트하게 평가합니다. 회사상사에게 자기 집안 사정을 이야기하며 휴가를 부탁하는 사람, 자기 생일이라며 직장 동료들을 술집으로 끌어모으는 사람은 “인간미”있는 사람이 아니라 “피곤한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어느덧 우리가 개입하고 책임지려는 대상은 “사회”가 아니라 “가족”에 국한되었습니다. 그 가족조차도 사춘기 이전의 자녀들에게만 가능할 뿐입니다. 자녀가 사춘기에 들어서면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것”이라는 암묵적 위계가 형성됩니다. 결국 이렇게 사람이 북적대는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우리는 혼자입니다. 그렇게 20년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자기세계에 갇혀 대한민국 전체를 볼 수 없습니다. 퇴직한 노인들은 종편TV와 신문기사를 통해 젊은이들의 정서를 판단합니다. 가정주부는 TV와 시장물가지표만으로 정치권을 평가합니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와 고시원 들락거리기 바빠 정치에 관심자체가 없습니다. 공동체가 사라진 지금, 우리가 느끼는 여론은 실제로는 공중파 TV 출연자들의 의견입니다. 그렇게 20년을 살았습니다.

남을 이해할 여유가 없는 우리들
모두가 철저히 고립된 오늘의 모습은 우리가 스스로 원했던 모습은 아닙니다. 한국사회가 너무 각박해지고, 우리들의 삶이 너무 힘들어져서 각자가 외톨이로 된 것입니다.
철저히 고립된 개인주의적 생활 속에서 우리는 남을 이해할 여유도, 그럴 시간도 없습니다. 자기 일은 오로지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2015년의 한국사회에서, 이제 남에게 관심을 가지려는 것조차도 하나의 사치로 느껴집니다.
우리 국민들은 잠을 제대로 잘 시간도 없습니다. 2009년 우리 국민들의 하루 평균수면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OECD> 최하위였습니다. 7시간 49분이면 많이 자는 것이라고요? 여러분이 얼마나 잠을 못 자며 생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하루 평균 8시간 50분을 자고 미국사람들은 하루에 8시간 38분을 잔다고 합니다. 독일 사람들도 8시간 12분을 자며 팍팍하다고 소문난 일본인들도 하루 평균 7시간 50분을 잔다고 합니다.
수면부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1년 전인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수면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 27분으로, 2009년에 비해 1시간이나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우리 고등학생들의 69.5%가 잠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직업의 업무강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월간 마이더스> 2010년 10월호에 따르면,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의 직장인은 자신의 직무에 만족하는 비율이 69%로 OECD 평균 81%에 크게 못 미치게 나타났습니다. 멕시코가 92%에 이르며 미국은 82%인데 반해 한국은 최하위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에 대해 ‘항상’, ‘자주’, ‘때때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직장인은 전체의 87%로 한국이 가장 높았습니다. 멕시코는 60%에 불과하였고, 일본이 72%, OECD 평균도 78% 수준이었던 것이죠.
결과적으로 우리 직장인들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직무만족도는 가장 떨어지며 직업스트레스는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에서 잠도 제일 부족하고 자기 일에 만족도도 제일 낮으며 직업스트레스는 가장 많이 받는 한국인들, 우리는 자연히 불신사회, 분노사회로 진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직종 사람들을 믿지 못함
타인에 대한 관심도 없고, 자신에 대한 관심만 늘어난 우리 국민들은 이제 자신과 다른 위치의 사람들을 믿지 못합니다. 각자 자기 직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보니, 자기 일이 제일 힘들게 느껴지고 그런 자기를 알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에게 불만을 느낍니다. 개개인이 고립된 지 20년, 이제 한국사회는 각종 불신과 분노의 기재가 전면화되고 있습니다.
하루 24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은 저녁마다 꼭꼭 퇴근하는 아파트 상가점주들이 부럽습니다. 하지만 상가점주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매출 때문에 대출이자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수입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마음 편하게 일하는 듯 보이는 아파트 경비원이 참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편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서로의 고충을 주고 받을 소통의 기회가 있다면 “아 나도 그렇지만 저 사람도 참 힘들구나”하고 서로 힘을 합쳐 나갈테지요. 그러나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 지으며 사생활을 언급하지 않는 것을 하나의 멋으로 여기는 개인주의적 정서가 지속되다보니 우리 국민들은 어느덧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힘들다는 고립에 빠졌습니다. 자신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사회적 지위가 보다 낮은 이에게 해소하는 이른바 “갑질”이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실제로는 우리 국민 모두가 못 견디게 힘든 상황인데 말입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며 서로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 것을 멋있게 느끼다보면, 어느덧 주변 이웃들의 생활의 진면목을 알 수 없습니다. TV에서 화려하게 가공된 사람들만 접하다보면 이 사회 모두가 행복한데 자기만 힘들다, 나만 패배자라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 역시 차도남을 동경한 지 20년 만에 생긴 사회현상입니다.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악순환
그러다 보니 우리 국민들은 이제 일부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범죄자와 그 집단을 분리하지 않고, 집단 전체에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지난 2015년 1월 8일, 인천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4살된 여아를 폭행하는 CCTV 영상이 전국적으로 보도되어 큰 사회적 파장이 일었습니다. 2015년 1월 28일, 경기도 의왕경찰서는 어린이집 원생의 머리를 때리는 등 상습 폭행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보육교사 이모(25·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아이를 폭행했다며 수많은 부모들이 분노했습니다. “꽃다운 아이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뉴스한국>은 인천 어린이집 학대 사건 후 1달간 전국적으로 아동학대가 800건이나 신고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어머니들은 이제 막상 ‘누군지도 잘 모르는’ 보육교사분들에게 아이들을 맡기기가 아무래도 꺼림직해집니다. 아무 근거도 없는, 그저 막연한 불신감입니다. 
물론 우리는 사회적 지도층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되 사회적 약자에게는 그들의 입장에서 그 계층을 이해하는 이중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일반국민은 다수이지만, 사회지도층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지도층은 단 한명의 범죄자가 여러 공범을 낳을 수 있으며 사회적 파급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매우 엄격히 다뤄져야 합니다.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성추행 추문에 연루되고, 새누리당에서 친지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국회의원이 있는 상황이라면, 이를 단순히 일부의 실수로 보는 것이 아니라 권력남용의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에게서 나타난 일부의 사건·사고는 다릅니다. 한 보육기관에서 아이를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시다. 2011년 당시 수치로 전국의 보육기관이 무려 39,842개가 있습니다. 우린 어느덧 이 4만여 개의 보육기관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처럼 여기지 않나요? 전국에 외국인들이 200만 명이 거주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몇몇 외국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200만 외국인을 모두 경계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처사입니까?
이제 TV에서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보도될 때마다 불신의 골은 깊어집니다. 한 외국인이 강력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가 보도되면 모두들 외국인을 경계합니다. 한 택시기사가 승객의 물품을 훔쳤다고 하면 모두들 주변의 택시기사를 의심하고, 심야의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다고 하면 모두들 한밤에 편의점 가기를 꺼립니다. 개인주의에 빠져 소통을 단절한 지 20년 만에, 우린 ‘불신’이라는 커다란 사회적 공포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주의 20년, 불신공화국
자본주의는 이웃의 사랑과 정을 돈으로 대체하는 냉혹한 체제입니다. 동네이웃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이 집 일, 저 집 일을 도와주는 이들을 “오지랖 넓다”고 힐난하였을 때, 우리에게는 무엇이 있습니까?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웃과 연계를 단절해도 생활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속칭 돈으로 해결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이웃과 연계를 단절하면 매우 불편해집니다. 개인주의는 고독과 외로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잠깐 마트에 다녀오려 해도 이웃집 할머니에게 아이 잠깐 봐 달라는 말 한마디가 불편해서 주부 혼자서 애를 들쳐 업고 유모차를 챙기다 보니 저녁식사 준비도 땀을 뻘뻘 흘립니다. 개인 사생활을 절대시하는 개인주의는 이렇듯 종종 한심할만큼 비효율적입니다. 
계약직 근무를 시작한 회사원들은 선임자에게 회사근무 분위기를 물어보면 업무에 참 도움이 되겠지만 말 한 마디 부탁하기가 불편해서 온갖 눈치와 코치를 총동원하는 것이 오늘날의 삶입니다.
노터치, 프라이버시, 개인주의는 한 마디로 생활의 스트레스입니다. 주변과 연계를 끊어버리니까 우리가 외로워지는 것입니다. 나는 주변인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지만, 우리 주변인이 나의 삶에 개입하지 않겠는지에 대한 믿음이 없습니다.
이렇게 20년을 살았습니다. 공동체는 해체되었고, 이웃은 사라졌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간섭하는 사람이 없으니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대한민국은 어느덧 불신공화국이 되어버렸습니다. 10년 전,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30.2%에 불과해 OECD 평균인 38.9%를 크게 밑돈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는 처음 만나는 누구도 사람을 믿지 않는 사회를 살게 되었습니다. 불과 100년 전, 사람들이 선량하고 도둑이 없어서 동네 집집마다 대문이 없이 살더라고 이야기되던 ‘인정이 많은 나라.’ 조선은 이제 바로 옆 이웃들도 믿지 못하는 불신 대한민국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사회가 부식시킨 “남의 문제에 신경끄고 네 할 일이나 하라”는 개인주의는 우리에게 엄청난 고독감과 외로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계속 지고 가야할까요? 아니면 오지랖을 조금 넓혀서 점점 더 공감하고 함께 소통하는 사회로 바꾸어야 할까요? 
인간은 호랑이가 아닙니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입니다. 재산이 많은 자본가가 깐깐해지는 것이야 그들의 업보라고 칩시다. 돈 없는 일반서민이 고독한 까도남을 흉내 내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 외로움입니다.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나와, 공동체, 우리의 문제에 눈을 뜰 때, 사회적 불안과 불신의 장벽도 걷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국민들이 사회문제에 눈을 감습니다. 사회와 소통을 거부합니다. 그리고 외로워하고, 힘들어합니다. 그렇게 스트레스에 파묻히고, 건강을 잃고, 생을 마감하는 모습. 과연 매력적입니까?
곽동기 상임연구원 / 우리사회연구소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631&table=byple_news 

환경영향평가 7등급 판정의 꼼수

4시간 조사 22분 만에 끝낸, 한강청의 '신통한' 능력

15.02.27 11:00l최종 업데이트 15.02.27 11:0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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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 위에 소나무도 아닌데, 왜 참나무들이 철갑을 두르고 있을까?
ⓒ 최병성

[이전 기사] 끔찍한 금붕어 실험, 초등학교 옆에서... 제정신인가요?

나무들마다 철갑을 둘렀다. 구멍이 뻥뻥 뚫린 철갑이니 추위로부터 나무를 보호해 주려는 것이 아니다.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위에 소나무'도 아닌데, 왜 나무들마다 철갑을 둘러씌운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나무를 잘라내려는 이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함이다. 철망을 두른다고 나무를 자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벌목꾼이 철망을 풀기 위해 잠깐의 시간이라도 지체하는 동안, 마을 주민들이 달려가 벌목꾼들을 몰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갑을 두른 나무들은 숲을 지키겠다는 이곳 주민들의 간절한 의사 표현이다.

이곳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지곡초등학교 앞에 있는 부아산이다. 성인이 두 팔로 감싸기 힘든 굵은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숲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숲을 통째로 들어내는 건축허가가 난 걸까. 용인시 지곡동 주민들은 왜 철망을 씌우면서까지 이 숲을 지키려 싸우는 건지 한 번 살펴보자.

이게 어떻게 20년 넘은 나무냐고?

아름드리 굴참나무와 신갈나무가 가득한 이 숲에 경기도 용인시가 2014년 9월경 건축허가를 내줬다. 환경영향평가 조사업체인 S사가 '이 숲이 20년 미만의 7등급'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20년 이상'의 8등급 이상이 되면 개발이 불가능하다. 이 곳에는 지하2층, 지상4층의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들어올 예정이다.

주민들이 용인시를 찾아가 조사가 잘못됐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1월 28일 새벽 S사가 벌목꾼들을 동원해 나무들을 베어냈다. 그것도 굵은 나무들만 골라서 말이다. 잘린 나무의 나이테를 세어 보았다. 둥근 나이테가 40여 개가 넘었다. 4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숲을 지켜오던 나무가 하루 아침에 잘려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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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살이 넘는 굴참나무가 하루아침에 잘려나갔다. 환경영향평가서가 허위 작성된 타당성도 없는 사업 때문에, 40여년간 숲을 지켜 온 나무가 죽음을 맞은 것이다.
ⓒ 최병성

벌목이 벌어지기 이틀 전, 현장을 찾은 S사 관계자에게 7등급이라는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같이 올라가 나무를 확인해 보자고 했다. 그러나 S사 관계자는 이 작은 나무들이 어떻게 20년이 넘었나는 소리만 할 뿐 확인을 거부했다. 

나무를 자른 S사는 참 신통한 능력을 가졌다. 이 숲의 나무들이 어떻게 20년이 넘었냐고 하더니 40년이 넘은 굵은 나무들만 골라 베어냈다. 왜 그랬을까? 주민들의 요구대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게 됐을 때를 대비해 미리 녹지 등급을 낮추어 놓으려는 꼼수가 아니었을까. 잘린 나무는 이미 죽은 나무가 되어 재조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행히 잘려나간 나무는 13그루에 불과했다. 새벽 벌목을 한 날, 공사가 시작됐지만 주민들이 숲으로 달려가 벌목꾼들을 몰아냈다. 공사는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다. 그 후 주민들은 이 숲의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 나무마다 철망을 둘렀다. 그것도 모자라 이 추운 겨울에 산 입구와 산 정상에 2개 팀이 24시간 숲을 지키고 있다.

산림과학과 교수와 환경부의 조사가 왜 다를까?

지난 3일, 상지대학교 산림과학과 엄태원 교수가 현장을 두 번째로 찾아왔다. 엄 교수는 이날 6명의 대학원생들과 함께 지름 2cm 이상의 나무들을 조사했다. 엄 교수는 참나무류가 1818그루, 기타 활엽수류가 431그루 등 '총 2249 그루'라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그리고 엄 교수는 "S사의 환경영향평가서가 전문가와의 협의 내용이 부족하며, 이곳은 개발이 불가능한 8등급"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엄 교수가 다녀간 삼일 뒤인 2월 6일, 한강유역환경청(아래 한강청)에서 현장 재조사를 나왔다. 허위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의 한강청 '협의'가 부실했다는 지난 기사 때문이었다(관련기사 : 초등학교 옆에서 끔찍한 금붕어 실험... 제정신인가요?). 주민들은 한강청에서 재조사를 나왔으니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한강청은 재차 7등급이라며 개발업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숲 전문가요 원주지방환경청 환경영향평가 위원이기도 한 상지대 산림과학과 엄 교수의 8등급 판정과 한강청의 7등급 판정. 왜 이런 차이가 난 걸까?

기자는 엄 교수와 한강청이 현장 조사하던 이틀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을 함께 지켜 봤다. 비밀은 엄 교수와 한강청의 조사 방법과 조사된 나무 수에 있었다.

엄 교수는 6명의 대학원생들과 세 팀으로 나눠 오전 11시경 조사를 시작해 오후 3시 40분쯤 작업을 마치고, 4시가 넘어서야 늦점심을 먹었다. 녹지자연도 등급 조사에만 4시간이 넘게 걸린 것이다. 그러나 한강청이 현장에 도착해 나무를 조사하고 산을 내려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22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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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 도착하여 나무 30그루의 지름을 측정하고, 하산하기까지 총 22분 걸렸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보다 더 부실한 한강유역환경청의 재조사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 최병성

한강청 전문가가 현장에 도착해 S사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담당자들에게 위치를 물어본 게 6일 오전 10시 46분이었다. 몇 걸음 옮겨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며 샘플로 정한 세 곳의 정확한 지점이 어디냐고 물었다.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담당자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잘 모른다"였다.

그러자 한강청 전문가는 바로 곁에 있는 나무 지름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10시 56분이었다. 가방에서 나무 지름 측정자를 꺼내 S사 환경평가조사 담당자에게 그 신갈나무 지름을 측정하게 하고, 자신은 그것을 수첩에 받아 적었다.

이후 차근차근 조사를 하던 한강청 전문가가 지름 측정자로 직접 신갈나무 한 그루의 지름을 측정한 시간이 정각 오전 11시. 그때까지 지름을 잰 나수는 30그루에 불과했다. 그리고 전문가는 자리를 20여m 옮겨 S사가 잘라낸 굴참나무 한 그루의 지름을 잰 후 바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정확히 오전 11시 7분이었다.

산에 도착(10시 46분)해 위치를 물어본 후, 나무 측정에 5분(10시 56분~11시), 그리고 하산하기 시작한 게 11시 7분이니 조사에 걸린 시간은 22분에 불과했다.

엄 교수는 세 팀으로 나눠 4시간이 넘도록 총 2249그루를 조사해 개발이 불가능한 8등급이라고 결론내렸다. 한강청은 고작 22분 동안 30그루를 조사하고 개발이 가능한 7등급이라고 했다. 과연 누구의 조사를 신뢰할 수 있을까? 

한편 엄 교수 팀은 S사가 잘라낸 모든 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38년에서 40년 넘은 신갈나무와 굴참나무임이 확인됐다. 그러나 한강청은 단 한 그루의 나이테도 세어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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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지대학교 엄태원 교수는 S사가 잘라낸 나무의 지름과 나이테를 정확하게 조사했다. 대부분 38년에서 40년된 신갈나무와 굴참나무들이었다. S사 스스로 이곳의 나무들이 8등급임을 증명해준 것이다.
ⓒ 엄태원 교수 종합 의견서

S사는 10m*10m 면적의 신갈나무 군락 두 곳과 소나무군락 한 곳을 조사하고 7등급이라고 판정했다. 그런데 한강청은 10m*6m 정도 크기의 한 곳만 조사했다. 허위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보다 더 부실한 한강유역환경청의 현장조사인 것이다.

한강청이 나무 지름을 조사한 곳은 주민들이 등산로로 사용해 다른 곳에 비해 나무가 적었다. 엄 교수는 이 숲은 나무 밀도가 높은 숲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등산로로 사용돼 나무가 적은 한 곳을 조사한 후 '개발이 가능한 7등급'이라고 판정한 한강청의 조사를 어떻게 믿어야 하나? 면피용으로 현장조사를 나온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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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의 빨간표 한 자리가 한강청 전문가가 단 5분 동안 나무 지름을 조사한 곳이다. 주민들이 등산로로 이용하던 곳이라 다른 곳에 비해 나무가 적음이 사진 속에서도 나타난다. S사가 지난 가을 포클레인으로 파헤친 자리를 한 귀퉁이만을 조사하고 7등급이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아래 사진에서 보듯, 한강청이 조사한 빨간표 안은 나무가 텅 비워 있으나, 좌측 엔 나무들의 밀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 최병성

'환경부'인가 '환경파괴 허가부'인가?

주민들이 지난 11일 한강유역환경청을 찾아가 '8등급 숲을 7등급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따졌다. 한강청은 나무 나이만으로 등급을 따질 수 없으며, 나무의 종류와 식생분포도, 안정화가 중요하다고 변명했다.

숲의 변화를 '천이'라고 한다. 그 과정은 ① 한해살이풀이 자라는 시기 ② 여러해살이풀이 자라는 시기 ③ 키 작은 나무가 자라는 시기 ④ 소나무와 침엽수 같은 큰키나무가 자라는 시기 ⑤ 소나무가 밀려나고 참나무가 자라는 시기 그리고 참나무를 지나 서어나무 등이 자라는 시기로 나뉜다.

이곳에는 소나무는 아주 극소수이고 90% 이상이 참나무다. 산림 전문가들은 소나무가 사라지고 참나무가 주로 자라는 숲은 인간의 간섭을 극복하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 들었기에, 현장을 직접 보지 않고서도 '개발이 어려운 8등급'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한다. 엄 교수는 현장 조사 후 종합 의견서에 이렇게 적었다.

"해당 지역은 나무 밀도가 상당히 높은 참나무류가 우점하는 숲이며, 아직 숲이 완전하게 안정된 것은 아니지만, 식재된 아까시나무와 소나무의 쇠퇴로 보아 참나무가 우점하는 마지막 천이가 진행 중인 숲으로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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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태원 교수는 정확한 녹지자연도 등급 조사를 위해 생장추를 통해 이 숲의 가장 표준적인 굵기의 나무의 나이테까지 정확히 조사했다. 생장추를 통한 나이테 조사에서도 21cm에 불과한 굴참나무가 40년이 넘었음을 확인했다.
ⓒ 최병성.엄태원교수 보고서

엄 교수는 지름 2cm 이상의 나무 2249그루를 조사한 후, 나무 굵기대로 분류했다. 그에 따르면 지름 10cm 이하의 수목이 975그루, 20cm 이하 913그루, 30cm이하 295그루, 30cm 이상(대경목)이 69본이었다. 또 숲에 자라는 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한 결과, 지름 10cm 정도의 신갈나무가 7등급 기준인 20살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7등급(나무나이 20살, 지름 10cm 미만)이 43.3%이고, 나머지 56.7%가 8등급인 숲이라는 결론이다.

특히 엄 교수는 종합평가 의견서에서 환경부의 사전환경영향평가 매뉴얼을 강조했다. 7등급이라는 S사의 환경평가서조사 결과만으로도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사전환경영향평가 매뉴얼에 따르면, '도시지역의 7등급 이상 숲은 도시 외 지역 녹지자연도 등급 8등급에 해당된다'고 돼있다. 도시 지역의 녹지자연도 7등급 이상은 중점검토대상지역으로 개발을 위한 협의가 어렵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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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곳 숲이 조사 결과 개발이 불가능한 8등급이며, S사가 조사한 것처럼 7등급이라 할지라도 환경영향평가서 조사 매뉴얼 상, 도시지역의 7등급은 8등급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강조한 엄태원 교수의 종합 평가서.
ⓒ 엄태원 교수 종합평가서

그래서 지난 13일 주민들이 한강청에 들어가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기준에 도시지역 7등급은 녹지자연도 등급 8등급에 해당되는 중점검토대상 지역이다, 개발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한강청 담당 과장은 그러면 어떻게 도시 개발이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 도시 개발은 어떻게 하냐?"는 말이 과연 환경부 공무원이 할 수 있는 말일까? 혹시 국토개발부 직원이 환경부에 파견 나온 것은 아닐까? 공공의 이익을 위한 도시 개발이나 도로 건설이라면 주민들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바로 앞산을 깎아내고 콘크리트 혼화제라는 화학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을 꼭 이 숲에 세워야 할까?

'도시 개발은 어떻게 하냐?'는 한강청 직원의 주장처럼 누구든지 돈으로 숲을 사서 개발할 수 있다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자연은 우리 곁에 어떻게 남아 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죽이기 사업도 환경부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허가해준 덕분에 가능했다. 4대강 파괴 환경영향평가를 허가해준 당사자들이 아직도 환경부 고위직에 앉아 있다.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기준만 제대로 지켰어도 4대강사업은 결코 할 수 없었다. 

환경부가 언제까지 국토개발부 산하 기관으로 전락할 것인지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정연만 차관에게 묻고 싶다. 이제 환경부가 정신 차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도시지역 7등급은 8등급으로 개발이 어렵다'는 환경영향평가 지침을 환경부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면, 환경영향평가법은 왜 만들었는지 묻고 싶다. 환경영향평가가 업자들만 배불려 주는 일이라면 차라리 폐기하는 게 낫다.

환경부 장관은 초등학교 앞산을 헐어 버리고, 매일 유독성 화학물질로 콘크리트 강도를 실험하는 혼화제를 개발하는 시설이 과연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지곡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숲을 지키고,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오는 27일 법원에 공사 중단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 또 난개발 방지를 위해 잘못된 환경영향평가서를 협의해준 한강유역환경청 직원들을 직무유기로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이 기회를 통해 환경을 지키는 본연의 환경부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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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덕에 초등학교 앞산이 몽창 잘려나간다. 사라지는 숲 면적이 초등학교보다 더 넓다. 숲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매일 화학약품으로 콘크리트 강도를 실험하는 시설이 들어섰다고 생각해보라. 과연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울고 있는 나무를 위로하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자. 환경부와 용인시와 S사의 각성을 촉구한다.
ⓒ 최병성

덧붙이는 글 | 초등학교 앞산을 헐어내고 건축하는 기업의 연간 순이익이 2012년 13억원, 2013년 37억원인데 부채가 296억원으로 자산 대비 부채비율 141%로 기업 신용도가 '불량'으로 평가된 기업입니다. 기업 평가서에 따르면, 수익성 '하위', 안전성 '하위', 성장성 '최하위' 등으로 대부분의 분야에서 기업평가가 '불량'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순이익 37억원의 보잘 것 없고, 부채가 많은 기업이 150억원짜리 연구소 설립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그 안에 감춰진 문제점들을 상세히 파헤쳐 드리겠습니다. 용인시의 잘못된 허가 과정도 그 다음에 이어 보도하겠습니다.

인터넷 서버로 난방하고 온수로도 쓴다


조홍섭 2015. 02. 26
조회수 3051 추천수 0
구글·아마존, 태양광·풍력 등 클린에너지로 전기 공급 구상
네이버 데이터센터 자연풍·차가운 심층수 등으로 서버 냉각 

data1.jpg» 춘천에 있는 네이버의 데이터 센터 각 내부 모습. 사진=NHN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을 해도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된다. 검색지시가 네트워크를 타고 먼 데이터 센터의 서버를 움직이는데 전기가 들기 때문이다. 구글은 검색 한 번에 0.2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최대 검색사이트인 네이버엔 하루 평균 6억4000만 차례의 검색요청이 온다. 검색뿐 아니라 동영상, 음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메일 등을 할 때 우리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어딘가 멀리 떨어진 데이터 센터의 서버를 움직인다.
 
네이버의 서버 9만대를 관리하는 강원도 춘천 데이터센터의 공기는 이들이 내는 열로 50도까지 달궈진다. 아파트 9만 세대가 쓰는 양의 전력이 고스란히 열로 바뀌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센터가 2013년 바람길인 구봉산 자락에 들어선 까닭은 자연풍으로 열을 식히기 위해서였다. 이 밖에도 안개 분사, 심야전기를 이용한 빙축열, 인근 소양댐의 차가운 심층수 이용 등 분산형을 통해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도 서버를 냉각시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data2.jpg» 최근 지어진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 건축물인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그러나 열을 완전히 재활용하지는 못한다. 사진=NHN

세계의 정보통신기술 업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항공산업에 필적해 세계 배출량의 2~3%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 양은 앞으로 5년마다 곱절로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굴지의 정보기업들은 앞다퉈 정보센터를 추운 곳으로 옮기는가 하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애플은 2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20억 달러를 들여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기로 하고, 여기에 드는 모든 전력을 7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해 대기로 했다. 아마존도  지난달 미국 인디애나주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세워 데이터 센터의 전기를 석탄화력 대신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지난해까지 환경단체 그린피스로부터 “가장 더러운 인터넷”을 쓰는 회사의 하나로 지목받던 회사다.
 
네이버의 춘천 데이터센터는 최고 등급의 미국 친환경 건물 인증(LEED)을 받았다. 그렇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여기서 쓰는 전기는 대부분 석탄과 원자력, 천연가스를 태워 만든 것이다. 식힌 열로 온실의 식물을 기르고 도로의 눈을 녹인다지만 폐열의 대부분은 그저 공기 속으로 흩어질 뿐이다.
heater.jpg» 독일 클라우드 앤 히트 사의 서버 겸 난방 캐비닛. 사진=클라우드 앤 히트  

그런 점에서 최근 유럽에서 시도되고 있는 분산형 난방 겸용 데이터 센터가 눈길을 끈다. 독일의 ‘클라우드 앤 히트’란 컴퓨팅 회사는 서버를 한 곳에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열이 필요한 사무실 여러 곳에 분산시켜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난방용으로 쓴다.

열이 필요하지 않을 때 나온 열은 물을 데워 온수로 저장한다. 이 회사는 서버 캐비닛을 설치한 사무실에 전기와 인터넷 요금을 내 주니 사무실은 공짜로 난방을 하는 셈이다. 열을 오롯이 재활용한 덕분에 이 회사는 ‘녹색 인터넷’을 제공하는 명성을 얻고 냉방 비용을 아낀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가 2011년 제안한 ‘데이터 난로’의 개념이 벌써 실현된 것이다. 이런 디지털 난방에도 약점이 있다. 난방이 필요한데 데이터 고객이 컴퓨터를 쓰지 않거나, 더운데 컴퓨터가 많이 돌아가면 문제가 생긴다.

ordenadores-calefaccion-02.jpg» 카르노 컴퓨팅의 서버 겸 난방 라디에이터 모습. 사진=카르노 컴퓨팅

독일 회사는 온수탱크를 채용했지만, 더운 날에는 열을 방출해야만 한다. 프랑스 회사 카르노 컴퓨팅도 서버를 난방 라디에이터처럼 가정에 보급해 열원으로 쓴다. 그런데 이 회사는 컴퓨터 능력이 남으면 대학연구소에 무료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채용했다.

가정과 사무실 수백곳에 무료로 난방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시장 가격보다 싼 상업 연산 서비스를 친환경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공공연구에도 기여한다. 공유와 협력의 정신이 엿보인다.
 
지난 연말 방한한 세계적 에너지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는 이런 ‘디지털 난방’을 제공하는 기업 사례를 들면서 세계는 핵발전소에 기댄 중앙집중식 에너지 시스템에서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분산형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가 당시 문재인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정보통신 혁신의 선두주자인 한국이 왜 에너지 혁명에는 이처럼 무관심한지, 정말 의문입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