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6일 화요일

젤렌스키 외면하는 미국, 광폭 행보 이어가는 푸틴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12.27 08:07
  •  

  •  댓글 0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현 상황 ②

    백악관 예산관리처장 “우리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미국 정부의 예산이 바닥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패키지 법안은 미 의회에서 거부되었다. 의회 승인을 받기 위해 백악관 예산관리처장은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돈도 없고 시간도 거의 없다.”, “미국 무기와 장비의 흐름을 차단하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무릎을 꿇게 될 것이며 러시아의 군사적 승리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서한을 보냈다. 일종의 압박이었다.

    미 재무장관 재닛 옐런은 한술 더 떴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우크라이나의 패배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질 수 있다”라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 그러나 1,110억 달러의 추가 지원 패키지 법안은 끝내 미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미 공화당 상원의원 밴스(J.D. Vance)는 “우리의 우크라이나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분쟁을 끝내려면 일부 영토를 양도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우크라이나는 국가로서 기능적으로 파괴되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이 젤렌스키를 미국에 부른 것은 바로 이 시점, 12월 12일이었다. 그러나 한때 ‘전가의 보도’로 통했던 젤렌스키의 미국 방문 카드도 효력을 잃었다.

    ▲ 12월 12일 젤렌스키의 미 의회 방문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 상원의원 슈미트(Eric Schmitt)는 젤렌스키를 미 의회에 보낸 바이든의 처사를 비판했다. 왜 대통령이 직접 의원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젤렌스키를 대리인으로 내세우냐는 비판이었다. 존슨 미 하원의장(Mike Johnson) 역시 “젤렌스키는 우리가 계속해서 요청한 명확성과 세부 사항을 제공하지 않았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젤렌스키의 미 의회 ‘설득 방문’은 미 언론으로부터도 치명적인 비판을 받았다. 다음은 미 언론의 보도 일부이다.

    ▶젤렌스키의 방문을 앞두고 의회의 분위기는 암울했다.(The Independent)

    ▶미국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몇 달째 감소하고 있으며, 젤렌스키의 방문은 이를 되살리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Time)

    ▶하원의원들의 반응은 눈에 띄게 싸늘했다.(The New York Times)

    ▶공화당 상원들은 젤렌스키의 ‘기괴한(grotesque)’ 의회 방문을 비웃었다.(The Huffington Post)

    ▶바이든은 젤렌스키가 원하는 것, 즉 확고한 약속을 할 수 없다. 이는 바이든이 세계 무대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다는 또 다른 신호이다.(Politico)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눈치 없게도’ THAAD 미사일 방어 시스템, F/A-18 호넷 전투기, 아파치 및 블랙호크 헬리콥터, C-130 허큘리스, C-17 글로브마스터 군용 수송기를 요청했다.

    끝내 바이든과 젤렌스키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지원 계획은 발표되지 못했다.

    12월 22일 바이든은 미 의회에서 승인한 2024년 미국 국방수권법안을 공식 서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4년 8,860억 달러의 국방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중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할당된 액수는 8억 달러이다. 애초 젤렌스키까지 동원하며 미 의회의 승인을 받고자 했던 패키지 법안은 우크라이나에 600억 달러를 지원하는 ‘야심 찬’ 계획이 담겨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바이든의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군 규모가 줄고 있다. 현역 군인의 수가 전년도 139만 명에서 128만 명으로 감소했다. 미국에서 젊은이들의 입대를 유도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 언론은 미군에 대한 신뢰도 하락, 젊은이들 사이의 건강 문제 발생, 수십 년에 걸친 해외 전쟁으로 인한 사기 저하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미군 신뢰도는 2018년 70%에서 현재 약 46%로 하락했다.

    질주하는 러시아

    나토 사무총장이 인정할 정도로 러시아의 방어선은 견고하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구축해 놓은 방어선은 우크라이나가 이기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12월 22일 독일 통신사 DPA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대는 거대한 지뢰밭, 참호 및 장애물 등 잘 준비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방어선은 침투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왜 실패했는가를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로 판명하기 시작한 지난 12월부터 푸틴은 거침없는 외교 행보에 착수했다. 12월 6일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것이다.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외무장관을 보낸 것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푸틴이 이들 국가와 논의한 의제는 지역 안보, 에너지 협력,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등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국방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국제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협력하고 석유와 가스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언론은 푸틴의 중동 방문을 “강력한 경제력을 지닌 지정학적 지도자이며 평화 중재로서의 러시아의 역할”이 강조된 것으로 평가했다.

    푸틴의 중동 방문 이후 이란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이어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두 나라 정상은 팔레스타인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양국의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푸틴은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중동의 정세 특히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중동 지역이 격화되었을 때 러시아가 상당한 역할을 자처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케 한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란은 지난 8월 브릭스에 가입한 국가이면서 중동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들이다. 따라서 이 세 국가와 푸틴의 연이은 정상회담은 중동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강한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행보는 아프리카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곡물과 비료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제공할 예정이다. 푸틴은 지난 7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포럼에서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리트레아 등 아프리카 6개 나라에 러시아가 운송 비용까지 부담하여 러시아 곡물을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 12월 11일 벨기에 겐트(Ghent)에서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보내는 러시아 비료가 배에 실리고 있다.

    푸틴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경제는 올해 3.5%의 경제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반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서 철수를 선언한 서방 기업들은 1,03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고 뉴욕타임스가 12월 17일 보도했다.

    9월 기준 러시아 대외무역에서 루블화와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5와 33%로 증가했고, 달러와 유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감소했다. 러시아의 대외무역에서 더 주목할 것은 중국과 인도와의 무역량 증가이다.

    올해(1월~11월) 러시아와 중국의 무역은 2,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2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 2022년 양국은 2024년까지 2,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 바 있는데, 1년을 앞당겨 초과 달성한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대중국 가스 공급 역시 일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 기업인 가즈프롬(Gazprom)과 중국 국영석유공사(CNPC)은 12월 16일 내년 협력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계획에는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루트도 포함되어 있다.

    ▲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가는 가스관은 현재 3개의 루트를 갖고 있다.

    인도와 러시아의 무역액 역시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초과했다. 인도와 러시아 간의 무역은 2023년 첫 10개월 동안 두 배로 증가했으며, 12월 현재 547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경제력 약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목표와는 다르게 러시아는 영토를 확장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한겨레 "류희림 위원장, 공영방송 고위 간부까지 지내놓고 이렇게 뻔뻔해도 되는가"

     

  •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12.27 07:50
  •  

  •  댓글 0
  • [아침신문 솎아보기]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 사주 의혹’에 이해충돌 진상 규명 요구

    한동훈 취임사 “‘나은 정치’ 말하며 ‘반민주당’ 구호만…사실상 선전포고문” 평가

    이승만 미화 논란 국방부 교재…“‘이승만 국부 만들기’로 이념전쟁” 비판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 요청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을 두고 이해충돌 진상을 밝히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7일 아침신문에선 이번 사안을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로 규정한 류 위원장의 적반하장식 태도와 이와 맞닿은 정부·여당의 비판 언론 탄압 기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9월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류희림 위원장이 사적 이해관계자를 동원해 방통심의위에 뉴스타파 녹취록 관련 민원을 넣었다는 신고서가 제출됐다. 국민권익위원회 부패공익신고서에 따르면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보도 관련 민원 접수엔 류 위원장 가족부터 전 직장 동료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총동원됐다.

    본인에 대한 민원 신청 사주 의혹에도 류 위원장은 인용보도 금지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류 위원장의 태도를 두고선 ‘적반하장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공영방송 고위 간부까지 지낸 언론인 출신이 이렇게 뻔뻔해도 되는가”라며 “공익신고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정성이 생명인 방심위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국기문란 행위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법적 대응을 예고한 류 위원장의 태도엔 정부·여당의 비판 언론 탄압 기조가 그대로 반영됐다. 한겨레는 “지난 9월 대통령실의 ‘가짜뉴스 몰이’를 신호탄으로 방심위와 검찰의 폭주가 이어지고 있다. 실체도 불분명한 ‘대선개입 여론조작’을 수사하겠다고 특별수사팀까지 꾸린 검찰은 26일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며 “검찰이 지금까지 수사한 기자와 언론사는 한결같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뿐이었다. 언론을 겁박한다고 정권의 치부가 가려지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관련 사설을 내고 “류 위원장은 지난 9월 취임하자마자 가짜뉴스 전담 심의센터를 열고 비판언론 옥죄기에 앞장섰다. 사회적 합의와 법적 근거가 부족해 직원들이 반대하는데도 가짜뉴스 심의를 밀어붙였다”며 “정부 입맛에 맞춰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중징계한 것이 사실상 그동안 다룬 안건의 전부인데 그마저도 민원 사주 의혹을 일으켰다. 정부는 엄정 조사해 진상부터 소상히 밝히고, 방심위원장이 권력을 남용·사유화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동훈 취임사 “‘나은 정치’ 말하며 ‘반민주당’ 구호만…사실상 선전포고문” 평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취임사에서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비판을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한 위원장을 두고 경향신문은 1면에서 “말로는 ‘나은 정치’를 강조했지만 결국 민주당을 때려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기존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야당인 민주당을 대화와 타협의 상대로 여기는 대신 나라를 망치는 세력으로 규정하며 이념 갈라치기에 나선 셈”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한 위원장의 취임사를 두고는 ‘민주당에 대한 전쟁선포 격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취임사에서 ‘운동권 특권세력(정치)’은 7번, ‘이재명’은 5번, ‘개딸전체주의’와 ‘중대범죄’는 각각 2번 등장했다”며 “동료시민의 삶을 강조했지만 실제는 야당과 싸움판을 키우고 야당의 약점을 공격해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한 위원장은 연설 내내 민주당을 겨냥해 ‘폭주’, ‘군림’, ‘숙주’, ‘특권 정치’, ‘전체주의’ 등의 표현으로 기존 여의도 화법보다 훨씬 더 짙은 적대감을 드러냈다”며 “집권 여당이 총선을 4개월가량 앞두고 비대위까지 꾸리게 된 과정의 반성 없이, 야당과 그 지지자들에게 사실상 ‘선전포고’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이 가운데 조선일보는 한 위원장이 ‘국민’이라는 표현 대신 ‘동료 시민’이라는 표현을 10차례 썼다며 “한 위원장이 ‘여의도 사투리가 아니라 5000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했는데, 정치인으로 데뷔한 이날 기성 정치권과는 다른 연설을 한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X세대인 한 위원장이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기사를 연설문에 차용했다며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이 X세대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민주당 주축인 86세대와 대비되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한 위원장이 연설문을 취임 직전까지 다듬어 A4 모서리가 너덜거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기사 <12분 연설에 ‘국민’ 22번…취임 직전까지 다듬어 A4 모서리 ‘너덜’>에서 “12분간의 취임사는 200자 원고지 20장 분량으로 한 위원장이 자신이 직접 쓰고 고쳤다고 한다”며 “연설 직전까지 다듬은 탓에 한 위원장이 품에서 꺼낸 A4 연설문 용지는 모서리가 너덜거렸다”고 했다.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한편 한 위원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다수 신문은 총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차기 대선에 직행하겠다는 의미라는 시각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1면에서 “한 위원장이 정치 목표를 차기 대선으로 잡고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수용 불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을 두고는 보수, 진보 언론을 가리지 않고 비판이 나왔다. 관련해 박용현 한겨레 논설위원은 아침햇발 칼럼 <‘김건희 특검법’ 궤변으로 정치 시작한 한동훈>에서 “한 위원장은 아예 발 벗고 ‘김건희 방탄’의 선두에 서고 있다”라며 “법과 원칙을 그때그때 편리한 대로 내밀고 불리하면 모른 척하는 ‘법꾸라지’ 행태는 법무부 장관 때 보여준 것으로 족하다. 국민을 바라봐야 할 정치인이 된 마당에, 압도적 다수 여론에 눈감은 채 가벼운 입으로 법과 원칙을 농단하며 ‘동료 시민들’을 속이려 해선 안 된다”고 했다.

    ▲ 한겨레 칼럼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더욱이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확산되고 있다”며 “대통령 가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 부속실 설치 같은 견제장치 마련도 없이 무작정 특검 반대만 외쳐서는 등 돌린 민심을 얻기 어려운 형국”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대통령 부인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특검 거부권만 행사한다고 한다”며 “한동훈 비대위의 성패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 검사 시절과 같은 부하 관계인지, 아니면 해야 할 말은 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인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이날 취임식에서 국민의힘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미리 질문 주제를 묻고 질문자와 순서를 정한 것도 논란이 됐다. 경향신문은 “한 비대위원장의 취임식은 이전 당대표,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언론 대응이 검사 출신 황교안 전 대표 때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한동훈 비대위’는 오는 29일 비대위원 인선을 마무리하고 공식 출범한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한 위원장은 대통령 국정에 균형추 기능을 해야 한다. 친윤 주류가 앞장서 만든 김기현 체제는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며 당정 일체를 앞세우다가 9개월 만에 중도 하차했다”며 “대통령과는 검사 시절부터 오랜 상하 관계다. 낡은 보수 정치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라는 요구도 받고 있다. (한 위원장의) ‘함께 가면 길이 된다’는 말이 용산의 뜻을 따르는 것인지,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행동하는 것인지는 곧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이승만 미화 논란 국방부 교재…“‘이승만 국부 만들기’로 이념전쟁” 비판

    국방부가 지난 26일 공개한 전면 개정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를 두고 역사 왜곡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일보는 교재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실린 데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미화하며 이념과 정쟁의 틀에 갇혀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도 해당 교재가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과도한 ‘편향·왜곡’ 기술이 보이고, ‘반공·반북한이면 독재도 무방하다’는 위험한 인식도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국방부 새 정신교육 교재 ‘편향 논란’ 군사독재 축소…일본 역사 문제 삭제>에서 “국방부가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반공주의적 관점을 교재에 투영하면서 정작 해당 인물의 과오나 국민이 겪은 부작용은 외면했다”고 짚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교재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유일하게 언급된다. 앞서 국가보훈부가 내년 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선정해 한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교재는 그의 반공주의 행보를 강조했고, 광복 후 공산주의 세력이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지만 “이승만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노력”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확립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독재와 사사오입 개헌, 3·15 부정선거, 4·19혁명으로 인한 하야 등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군사독재, 경제적 양극화 등 부작용은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과 계속되는 군사적 도발로 반공 의식이 강화되었고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오도 발생했다”는 표현으로 축약됐다.

    일본과의 관계를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협력 관계’만이 강조될 뿐 양국 간 역사·영토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경향신문은 “교재는 ‘국가안보에 있어 외부의 적 못지않게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내부의 위협 세력’이라고 적었다”며 “윤 대통령의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맹종하는 반국가세력’ 언급과 동일한 맥락이다. 자칫 실체도 밝히지 않으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등을 친북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관련 사설을 내고 “‘홍범도 지우기’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는 ‘이승만 국부 만들기’로 또다시 이념전쟁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라며 “특히 뚜렷한 국민 공감대 수렴도 없이 진행된 이번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은 이승만 국부 만들기에 주력해온 뉴라이트의 역사관에 따라, 지지세력을 모으고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역사적 평가를 뒤집는 이승만 과오 지우기를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공 위주로 편중해 기술하고 군사독재는 ‘일부 과오’로 축소 서술했다. 민주화 이전 정훈교육을 떠올리게 할 만큼 경직돼 있는 부분도 상당수”라며 “홍범도 장군 흉상철거 논란 등 역사에 대한 이념적 접근이 민심이반의 원인이 된 것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강군으로 거듭나야 할 군이 편향된 사상교육에 나선다면 대한민국 장병들의 판단력을 우습게 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유경 기자602@mediatoday.co.kr

    #이승만#미화#국방부#윤석열#대통령#한동훈#국민의힘#취임사#연설#류희림#민원 사주 의혹#방송통신심의위원회#뉴스타파

  • 2023년 한동훈의 '노빠꾸' 연설…2011년 박근혜는 '사죄'부터 했다


    [박세열 칼럼] 박근혜와 한동훈의 '평행이론'은 없다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2.27. 07:49:59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위기에 빠진 여당의 사령탑을 맡게 된 비상대책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제일 먼저 고개부터 숙였다.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의 첫마디는 "벼랑 끝에 선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것이었다.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게 됐는지 참담한 심정"이라며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의 아픈 곳을 보지 못하고 삶을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2011년 12월 19일,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박근혜의 첫 수락 연설이었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2023년 12월 26일 집권여당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수락한 한동훈 위원장의 연설은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릴 때, 곤란하고 싫었던 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 장래희망이 뭐냐'라는 학기초마다 반복되던 질문이었다. 저는, 정말, 뭐가 되고 싶은게 없었다. 대신,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며 자신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밝혔다.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것이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년 간 386이 486,586,686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집권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첫 일성이다. 2011년 박근혜와 2023년 한동훈, 두 비대위원장은 똑같이 '선민후사'를 말했다. 하지만 방식은 전혀 달랐다. 박근혜의 키워드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변화'였고, 한동훈의 키워드는 야당와 일전불사의 '대결'이었다. 2차대전에 히틀러를 처단하기 위해 출정식에 나선 처칠의 호전적 연설을 인용하고 "무기를 다시 듭시다", "싸울 겁니다"라고 당을 선동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연설에는 그간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집권당의 무능력함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사과는커녕,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비록 소수당이지만 대선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하여 대통령을 보유한, 정책의 집행을 맡은 정부여당이다. 정부여당인 우리의 정책은 곧 실천이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정책은 실천이 보장되지 않는 약속일 뿐이다"라고 했다. 대통령을 거역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다. 




    .박근혜는 대통령실과 여당을 수술대에 올렸고, 대통령이 낙점한 한동훈은 야당을 수술대에 올렸다. 아직 한동훈 비대위는 뭐가 잘못돼 비대위가 출범하는 상황에 이르렀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와 한동훈이 처한 정치 상황도 비슷하다. 박근혜 비대위 출범 계기가 된 것은 2011년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한나라당 참패였다.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고 총선 패배의 불안이 엄습했다.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물러났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10.26선거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나라당 의원실의 비서가 체포됐다. '디도스 특검'이 부상했다. 비상대책위원장에 오른 박근혜는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정 기조와 당 체질의 변화를 선언했다. 그리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누가 봐도 당에 불리했던 '디도스 특검'을 받는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특검은 당을 들쑤셨고, 범죄 혐의는 언론 지면을 통해 매일 브리핑됐다. 그런데도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152석 과반을 차지했다. 

    지금 국민의힘은 어떤가. 2013년 10.11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고 총선 패배의 불안이 엄습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기현 당대표가 물러났다. 설상가상으로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영부인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런데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정 기조 변화'와 '집권 여당 실정에 대한 사과' 없이,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야당 대표를 비난하며 "무기력 속에 안주하지 말자"고 당을 다독인다. 변하지 말고 한길로 나가자고 선동한다. 여당 최대 리스크인 '김건희 특검법'은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용산을 들쑤시는 모습은 총선 기간에 브리핑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당은 지금 170석을 바라고 있다.(홍문표 의원)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성공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끈 박근혜는, 한국이 정치 리더들 중 가장 나르시시스트적 면모가 강한 정치인이었다. 그런 박근혜도 겸손과 변화를 얘기하며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한동훈의 연설문에서 '비상'한 상황의 여당을 이끌 정치 지도자의 면모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진다. 자기애에 빠져 '정의'를 독점하려 하는 나르시시스트의 면모가 엿보이는데, 지금까지 수도권 민심이 '비상 상황'이 된 데 대한 성찰은 안보인다. 한동훈은 박근혜의 비대위 수락 연설문을 전혀 참고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한동훈은 과연 박근혜만큼의 '팬덤'이라도 있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심경이 이러할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연설문은 '국정 기조의 변화는 없다'는 선언문이다. '비상'이라는 말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총선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운동권 때려잡는 정치는 성공할 것인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락의 변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단독] 군검찰, 수사기록에 “사령관 비화폰 포렌식 불능” 써놓고 영장엔 “했다”

     


    국방부 검찰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구속영장 심사 전 구인영장을 집행할 당시 모습. 2023.09.01. ⓒ뉴시스

    국방부 검찰단(이하 군검찰단)이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했다가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구속영장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비화폰’(도청 방지 보안용 휴대전화) 포렌식 여부에 대해 수사보고서와 다르게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군검찰은 8월 16일자 수사보고서에 김 사령관의 비화폰에 대해 “포렌식 의뢰하였으나 비화폰은 데이터 빈출 불가 목적으로 제작된 휴대폰으로 포렌식 불능”이라고 기재했다.

    이에 따라 군 검찰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임의제출받은 비화폰 통화목록과 문자메시지 수신 내역 11건을 캡쳐해 수사보고서에 첨부했다. ‘포렌식 불능’이라는 군검찰 기록대로면 김 사령관이 통화기록 및 문자메시지를 삭제해서 제출하더라도 삭제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해당 수사보고서 기록은 군검찰이 지난 8월 30일 청구한 박정훈 대령의 항명 혐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사실과 완전히 상반된다.

    군검찰은 박 대령의 구속영장에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통화내역, ‘비화폰과 일반폰에 대한 포렌식 자료‘에서도 국방부 차관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내역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수사보고서에서는 불가능하다던 김 사령관 비화폰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구속영장에서는 ‘했다’고 적은 것이다

    김 사령관의 비화폰 포렌식 여부는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다. 박정훈 대령은 김 사령관이 집무실에서 채상병 사건 초동수사 결과와 관련해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이 보낸 문자 메시지라면서 ‘혐의자와 죄명을 빼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느냐’는 내용을 읽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신범철 전 차관은 해당 문자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며,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해당 문자메시지의 진위는 김 사령관 비화폰에 대한 포렌식 절차를 거치면 확인될 수 있다.

    군검찰이 박 대령에 대한 수사기록과 구속영장에 비화폰 포렌식 여부에 대해 각각 다른 사실관계를 적시했다는 건 매우 중대한 오류다. 군검찰이 박 대령 영장 발부를 목적으로 포렌식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허위 적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검찰은 정작 김 사령관 비화폰 포렌식을 할 수 없었다는 수사기록을 박 대령 항명죄 사건을 심리하는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해당 기록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제출되면 군검찰이 포렌식 여부에 대해 두 공식 자료에 각기 다르게 적시한 사실이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 측 역시 지난 14일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해당 내용을 문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구속영장 청구서와 수사보고서 등에 명백한 허위사실이 기재돼 있고, 이는 공소권 남용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구속영장 청구서와 수사보고서에 허위사실이 가득한 이유는 ‘대통령 개입설’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군검찰이 이를 막기 위해 허겁지겁 구속영장을 청구하다가 발생한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군사법원은 8월 1일 군검찰이 청구한 박 대령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