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군에 대한 신뢰’와 ‘든든한 안보태세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북 포항시 영일만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날’ 행사에 참석해 현 정부의 국방력 강화와 군 혁신 성과를 열거한 뒤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의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에 의한 종전선언’ 제안을 상기시킨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군 최고통수권자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책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고 “이는 곧 우리 군의 사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군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도 더 큰 신뢰와 사랑으로 늠름한 우리 장병들을 응원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드시 우리 군과 함께 완전한 평화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에서 국군의 날을 개최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포항은 한국전쟁 때 유엔군이 첫 상륙전을 벌인 곳이다. 1959년 해병 1사단이 주둔을 시작한 이래 정예해병 양성의 산실 역할을 해온 곳이다.
육해공 합동상륙작전이 시연됐다. [사진제공-청와대]
본 행사장은 올해 6월 취역한 해군의 최신 대형수송함(LPH)인 ‘마라도함’ 함상에 마련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 원인철 합참의장, 각 군 총장, 해병대 사령관, 해병 1사단장 등 국방부 및 군 인사 20여 명, 연평도 포격전 유공자, 한국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 및 상륙작전 참전용사 50여 명, 보훈 단체 및 예비역 단체 관계자 20여 명 등 총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이봉식 옹이 경례문을 낭독할 때 마라도함 앞에서 잠수함인 ‘안창호함’이 태극기 게양 상태로 수면 위를 항해했다. ‘안창호함’은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발사를 실시한 함정이다.
애국가 제창 때에는 특수전 부대원 24명이 해외파병 부대기 19개를 휘날리며 도구해안으로 강하했다.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아 세계평화에 기여하려는 군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국방개혁 2.0에 따라 올해 창설하는 부대들에 대한 부대기 수여식도 이어졌다. 육군 산악여단, 해군 해상초계기대대, 공군 탄도탄감시대대, 해병대 항공단 등이 올해 말까지 창설될 예정이다.
기념사 직후에는 도구해안을 향해 작전명 ‘피스 메이커(Peace Maker)’ 육·해·공 합동상륙작전이 시연됐다. 독도함, 이지스함, 잠수함 등 10여 척의 최신 해군함정들과 아파치 공격헬기(AH-64) 12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 6대, 다목적 기동헬기 블랙호크(UH-60) 6대, 기동헬기 수리온(KUH-1) 12대, 대형수송헬기 시누크(CH-47) 2대 등이 상륙함정들을 호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마라도함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다과회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국군의날 행사’ 관련 사전브리핑에서,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여간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며, “이번 행사에서 우리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합동성을 통해 강력한 힘으로 평화를 지키고 만든다는 것을 시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념식 이후 마라도함에서 열린 다과회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대화와 외교를 통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강한 안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아울러,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는데, 이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력한 국방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는 김명희 ‘자주통일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한민족공동행동’ 대표가 농성장을 찾은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에게 한 말이다.
김명희 대표는 지난 9월 19일 ‘남북 정상 합의 이행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10월 2일 단식 14일째이다.
김명희 대표는 88년 2대 서울지하철공사노동조합 위원장, 94년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 초대 사무처장, 97년 전국민주철도노동조합연맹 공동대표 겸 민주노총 1기 중앙위원 등 수십 년 동안 노동운동에 헌신해 왔다.
그러다가 김명희 대표는 올해 6월 처음 진행한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미국은 손 떼라 서울행동’에 참가하면서 통일운동에도 뛰어들었다. 여기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평화통일시민행동, 범민련남측본부, 미국은 들어라 시민행동, 8.15서울추진위 등이 참가했다.
김명희 대표와 한성 대표의 인연은 여기서 시작됐다. 이후 노동, 통일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둘은 막걸리를 기울일 정도로 친한 선후배 관계이다.
아래 한성 대표의 농성장 방문기를 소개한다.
버스에 내려 광화문을 걷는 내내 맘이 무거웠다.
점심시간이라 식당에서 나온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커피를 든 채 걷고 있었다. 세종대왕상 근처엔 여러 사람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고 카메라 동영상을 찍으며 뭐라고 시끄럽게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종전선언 반대한다! 피로 맺은 한미동맹 수호하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작돼 지금껏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는 보수단체들의 활동이었다. 한국사회의 분단적폐세력이 얼마나 공고하는지를 보여준다.
다른 한쪽엔 “WARmerica NO” Global Peace Action이라는 영어 팻말도 보였다. <미 대사관 앞 1인시위 255차 행동>이었다.
촛불항쟁 이후부터였으리라. 광화문은 서로 상충하는 정치를 그렇듯 품어 적절히 공존시키고 있었다. 광장다웠다.
▲ 감옥 독거방의 반도 안되는 크기의 농성장 모습. [사진-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
선배는 세종로 사거리 교보빌딩 앞 한 모퉁이에 있었다. 광화문역 4번 출구 옆 정자를 뒤에 궁궐처럼 두고 스티로폼으로 둘러싸고 비닐천막을 얹은 작은 움막집 같은 곳이었다. 구청에서 금지하고 있는 터라 천정은 앉기에도 불가능할 정도로 낮았다. 안에 거무틔틔한 색깔의 침낭이 보였다. 몸 하나 보돗이 눕히기에도 비좁았다. 감옥 독거방의 반도 안되는 크기였다. 옆에 줄지어 서 있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빌딩 등이 다른 때보다 더 크고 높아 보였다.
천막 앞 의자에 앉아있던 선배는 “바쁠 텐데 왜, 왔어”라는 말로 인사를 받았다. 푸석푸석했다. 수염을 자르지 않아 더욱 그랬다. 노란 포스트잇에 ‘단식 13일째’라고 쓰인 청색 글귀가 돋보였다.
“참을 수가 없다고 했잖아”
기어코 결행하고 말았다고 퉁명스레 말을 뱉었을 때 선배는 깡마른 몸체만큼이나 단단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다들, 기억하잖아. 얼마나 감동적이고 좋았었냐고”
선배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방북했을 때 15만 명의 평양시민에게 연설한 것을 언급하며 그것은 8천만 겨레에게 한 약속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이후 남북관계는 전혀 진척되지 못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맹 성토했다. 한 달여 전 인사동 술집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었다.
“하고는 싶었겠죠. 근데 미국이 너무 심하게 압박을 한 거잖아요.”
선배는 손사래를 쳤다. 우리가 미국에 종속돼 있단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겉만 번지르르하지 식민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잖아. 하지만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했는데 그러면 강단 있게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
사람들 한 무리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 합의를 이행하라”라는 배너 앞에 걸음을 멈추고 한 참을 서 있었다.
선배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88년 2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으로 당시 전투적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노동운동가였다. 이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와 민주노총 건설을 주도하면서 97년엔 민주노총 1기 중앙위원으로 활동했었다. 선배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 3일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를 구실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것 또한 단식 결행의 한 이유였다고 했다.
“진짜, 끝까지 가실 건가요?”
“보여주기 식은 안 해”
목소리는 낮았지만, 표정은 언제라도 그러했듯 단호했다. 50년생 갑장으로 친구사이인 비전향장기수 장의균 선생이 한 달 전 인사동 술집에서 만류했을 때도 선배는 그런 표정과 그런 말을 했었다.
“선배님, 바라는 다른 거 없습니다. 이때까지의 삶이 그랬듯 강단 있게 투쟁하십시오. 그렇지만 중요한 건 건강입니다. 승리는 코앞에 있고 그것을 위해 선배님과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잖습니까?”
선배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광화문 광장은 여전히 각각 분주한 사람들을 안고 있었다.
‘전쟁둥이’(1950~1953년생) 노선배. 그 선배가 치고 있는 초소는, 미국을 쳐야 자주통일을 실현할 수 있고 적폐를 쳐야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다는 한국사회 발전 원리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있지 않을까?
▲ 9월 19일 단식 시작, 10월 1일 단식 13일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
▲ [사진-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
다음은 김명희 전 위원장이 9월 19일 무기한 단식농성을 들어가며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남북 정상 합의 이행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저녁 북한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15만 시민 앞에서 한 연설이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말인가! 8천만 겨레가 다 일어나 환호하고 손뼉을 쳤다.
그해 3월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 흐름은 4.27 판문점선언을 거쳐 9월 평양정상선언에서 그렇게 활짝 꽃을 피웠다.
그런데 지금 사정은 어떠한가? 암담하다. 남북관계는 말라 비틀어져 지난 반북정권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왜 그런가?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천명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원칙, 9월 평양정상선언에서 확립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헌신짝처럼 버려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국회의원 180명과 국내외 250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6월 17일 남북공동선언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촉구했음에도 아직까지 응답이 없다.
나는 요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공동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로 나서라. 8천만 겨레 앞에 한 약속을 지켜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이 지금 감옥 안에 갇혀 있다. 지금 어떤 시대인가? 촛불항쟁이 제시해준 국민주권시대다.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에 앞장섰던 민주노총이 과연 그 무슨 죄를 지었는가. 노동자, 민중을 대표하여 7월 3일 중대재해 근절!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최저임금 인상! 노동법 전면개정!’을 외친 것은 공정사회를 요구한 것으로 죄가 될 수 없다. 코로나 정국과 양극화, 불평등 심화로 생존의 갈림길에 선 노동자, 민중을 위해 한국사회의 대전환을 제기한 의로운 행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노동존중사회 공정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도 불평등의 원천 재벌 대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석방했고 그 자리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신 들어가 있다. 천만 노동자 대표를 한 번의 집회를 이유로 구속한 것은 전례가 없고 현실에도 이치에도 맞지 않다.
나는 요구한다. 노동자, 민중에 헌신하며 한국사회 발전 전망을 제시하는 투쟁가 양경수 위원장을 당장 석방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약속한 것과 노동존중사회 공정사회를 건설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라. 촛불의 요구다.
나는 9월 평양정상선언 3주년인 오늘부터 촛불의 광장이자 민주의 광장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 합의 이행과 양경수 위원장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면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2일에 한 유엔 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였다.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하였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북은 9월 2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를 통해 답을 하였다.
담화에서는 “지금과 같이 우리에 대한 이중적인 기준과 편견, 적대시적인 정책과 적대적인 언동이 지속되고 있는 속에서 반세기 넘게 적대적이었던 나라들이 전쟁의 불씨로 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현존하는 불공평과 그로 인한 심각한 대립관계, 적대관계를 그대로 둔 채 서로 애써 웃음이나 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그런 것이 누구에게는 간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가 없고 설사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 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고 하였으며 “이러한 선결조건이 마련되어야 서로 마주앉아 의의 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며 북남관계, 조선반도의 전도문제에 대해서도 의논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담화는 종전선언제안에 대한 완곡하게 그러나 명백하게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그런데 이 담화가 나오자 언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김여정, 文에 ‘화끈하게’ 답했다 … 정상회담·종전선언 ‘급물살’” 대부분의 언론들은 북이 종전선언제안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으며 아예 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처럼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당국도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에서는 종전선언 제안을 거부한 이 담화에 대해 “긍정적 분위기를 갖는 방향으로 해석한다”고 하였다.
물론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는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라던가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 “얼마든지 북남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는 문장이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의 앞뒤에는 “그러나 지금 때가 적절한지 그리고 모든 조건이 이런 논의(종전선언 논의)를 해보는데 만족되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이나 “남조선이 때 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자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또는 “자기들이 자행하는 행동의 당위성과 정당성은 미화하고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행사들은 한사코 걸고들며 매도하려드는 이러한 이중적이며 논리적인 편견과 악습, 적대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는 내용이 함께 있었다. 종전선언 제안을 한 쪽에서 아무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고 해도 담화는 ‘제안을 거부한 것’이 분명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북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종전선언과 정상회담개최가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로 보는 언론 등의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해석, 오독(誤讀)이다. 그런데 이러한 오독사태는 정부당국이나 일부 언론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통일운동 내에서도 상당히 벌어지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주장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외국어도 아닌 우리글로 나온 담화를 이렇게 엉뚱하게 해석하는 것, 그것도 한 두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오독사태에 휩쓸린 것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일이다. 이 오독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선언에는 아무 전제조건 없이 그해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명기되어 있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으로 가는 길에 북이 문턱을 만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북이 종전선언으로 가는 문턱을 낮춘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북당국 관계의 개선을 무작정 바라는 사람들 생각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지적게으름
북은 이미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나오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제안을 거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9월 23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의 담화였다. 이 담화에서는 먼저 “종전선언은 장기간 지속되어오고 있는 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 것을 공개하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 “평화보장체계수립에로 나가는데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하면서도, “종전선언채택은 시기상조”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한반도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속에 종이장에 불과한 종전선언이 대북적대정책 철회로 이어진다는 그 어떤 담보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하여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미국남조선동맹이 계속 강화되는 속에서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북과 남을 끝이 없는 군비경쟁에 몰아넣는 참혹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고 종전선언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혔다.
북은 종전선언이 현시점에서 한반도정세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의 적대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 담화에서 밝힌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북의 대답은 “아무 법적 구속력도 없는 종전선언문을 들고 사진이나 찍으면서 의례행사를 벌려놓는 것으로 조선반도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므로 아직은 종전을 선언할 때가 아니다”로 요약할 수 있다.
9월 24일 발표한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는 리태성 외무상이 밝힌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에 입각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리태성 외무상의 담화에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언론은 북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7시간만에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였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청와대와 정부당국이 북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이 무시되거나 무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따라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하지만 북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북맹(北盲)현상은 현 정부에서 더 심해졌다고 봐야 한다.
현 정부의 북맹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건은 지난 9월 15일에 벌어졌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미사일 발사시험을 참관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미사일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이 그것이다.
올해 1월초에 열린 조선로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총화보고를 통해 이남 당국이 우리의 자주권에 속하는 각종 상용무기개발사업에 대해서는 ‘도발’이라고 하고, 자신들의 무력증강은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남조선당국이 이중적이며 공평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고관점을 가지고 《도발》이니 뭐니 하며 계속 우리를 몰아붙이려 할 때에는 우리도 부득불 남조선을 달리 상대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였다.”고 하였다.
북의 정상이 정색을 하고 한 말이므로 북의 미사일시험발사에 대한 자기 생각이 어떠하건 남북관계에 직접 관련된 사람, 특히 정상회담의 당사자는 이런 표현을 삼가야 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도발”이라는 표현을 버젓이 사용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미사일 발사시험의 그 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하였다. 북은 ‘남조선 대통령’의 “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고”, “북남관계가 여지없이 완전파괴에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는 험악한 논평을 발표하였다. 그 연설에 관여한 사람들의 무지몽매함, 지적게으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운동에는 남북 간에 벌어지는 일을 건성건성 대하는 풍조가 자리 잡고 있다. 남북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언론보도만 보고 마는 경우가 많다. 북의 담화나 성명은 제대로 보지 않고 이른바 “북한전문가”들이 내놓는 분석 글에 먼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서 중요한 문제로 되는 사안이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그 사안에 대해 북이 어떤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두고 ‘남북관계개선에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주장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처럼 지적게으름은 북이 내놓은 담화나 성명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김여정 부부장은 24일 발표한 논평에 대해 남쪽에서 구구한 억측을 하자 그 다음날 성명을 재차 발표하였다. 공정성을 잃은 이중기준과 대북적대정책, 편견과 신뢰를 파괴하는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이남당국의 눈에 띄는 실천이 있어야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태껏 천명해 온 남북관계개선의 전제 사항을 다시 강조한 것이었다.
그런데 통일부는 북의 요구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의미있게 평가한다.”고 하였다. 일부 언론은 “연이틀 훈풍이 불었다”, “북이 종전선언뿐만 아니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정상회담개최 가능성을 열었다.”며 야단을 떨었다. 지적게으름에 젖어있는 사람에게는 뻔한 것도 안보이고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이는 법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통찰력의 부족
현 정부가 역사적으로 찾아온 기회를 다 날려버리고 남북관계를 6.15공동선언 이후 최악이라는 경색국면으로 끌고 간 데는 남북관계에 대한 통찰력의 부족이 큰 몫을 하였다. 우리 민족의 분단은 심중한 원인과 심각한 과정을 가지고 있으므로 남북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통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 험악한 정세에서도 6.15공동선언을 이뤄내고, 갖은 도전과 방해를 받으면서도 공동선언의 정신에서 이탈하지 않은 것은 상당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시대와 정세가 요구하는 바에 크게 못 미치는 이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하여 남북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이유는 청와대가 스스로 대결의식에 깊이 물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분석에는 나름대로 합당한 근거가 있다. 적대적 분단의 시절을 지내온 사람에게는 어떤 형식으로든 대결의식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적 소명을 맡은 자리에 앉으면 통찰력을 발휘하여 이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관계 발전과정에 있는 일들을 역사적 통찰력을 발휘해 풀어야 할 과업이 아니라 정치적 이벤트로만 대하였다. 이벤트로 일을 대하면 모양새와 극적 효과를 추구하게 된다. 이벤트에는 진심과 의지보다 연출력이 더 중시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제는 ‘영혼없는 연설’로 의심받고 있는 그 연설이다. 현 상태에서 북이 종전선언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는 것은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통찰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벤트 원리를 좇았다.
문재인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도 했었다. 2년 연속 종전선언 제안을 한 것은 청와대가 종전선언에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완화시켜야 하고, 그러면 미국이 한국정부에게 대북정책 결정과 실행에서 여지를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은 선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전이건 무엇이건 선언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한국에게 대북적대정책의 충실한 집행자 노릇을 그만두게 할 리도 없다.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못하는 한가하기 짝이 없고 실현가능성도 없을 게 뻔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은 매사를 이벤트로 대하는 습성이 낳은 것이다. 진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면, 종전선언을 제안하기보다는 유엔회원국들에게 남북관계발전과 한반도평화정착을 가로막고 있는 구시대적 대북제재를 완화, 해제할 것을 호소했어야 했다.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은 좋게 말해도 치적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낳은 일이고, 나쁘게 말하면 북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해도 달리 변명할 길이 없을 것이다.
통일운동에서 통찰력의 결핍현상도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통일운동에서 심화되는 통찰력 부족현상의 원인은 도식과 답습에 있다. 이전시기, 6.15시대에는 오랜 분단과 남북 간 단절, 반공교육의 영향으로 크게 벌어져 있는 상호간격을 메우는 것이 선차적인 과제였다. 그래서 이 시대에는 민족동질성회복운동, 북한바로알기, 남북교류협력사업이 통일운동의 기본 방식으로 되었다.
하지만 북미대결이 최종결산 단계에 진입하여 분단체제를 허물고 남과 북의 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판문점선언시대에는 근본문제의 해결이 기본 과제로 등장했다. 정치적, 군사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남북관계가 발전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통일운동은 4.27공동선언이 있은 후에도 6.15시대의 통일운동방식을 답습하는데서 별로 나아가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오늘에 와서도 그 해결방도인 정치, 군사적 과제해결을 앞에 내세우지 않고 교류협력사업 타령만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관성에 의한 운동을 하는 존재는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어도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 통일운동은 통일운동의 고유한 장점과 능력이었던 역사적 통찰력을 발휘하여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관념이 만들어내는 문턱
비록 외교적 수사(립서비스)에 가깝기는 하지만 북은 남측 당국과의 대화, 관계개선의 여지를 완전히 닫아걸지 않고 있다. 제 논에 물대기식 엉터리 해독력을 가진 사람들은 이것을 착각을 일으키고 억지를 부리는 근거로 삼는다. 이렇게 보면 북의 남에 대한 배려가 담화오독사태의 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이 열어놓고 있는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선결과제의 해결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느냐 하는 것은 북이 어떤 선의적 조치를 하고 호의적 반응을 보이는 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남측 당국이 어떤 일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런데도 북이 정상회담개최 등에 호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사람들이 이 같은 관측을 하는 것은 북이 ‘경제난에 못 이겨 결국은 양보하고 굴복하게 된다.’는 독실한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결의식, 적대의식의 변형된 형태인 이런 신앙은 현 정부 핵심인사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 이것은 현 정부의 통일정책이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부속물로 되어버린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북한붕괴론’ 이라고도 불리는 이 신앙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8년간 전략적으로 ‘인내’만 하면서 세월을 보낸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신앙이 빚어내는 환상과 사뭇 다르다. 환상을 가지게 되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된다. 이들은 북에서 원칙과 전제조건을 거듭 밝혀도 그것을 별 의미 없는 수식어로만 간주한다. 오직 북의 관심, 속마음은 경제적 지원과 혜택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은 6.15공동선언과 4.27판문점선언 마저 북이 경제적으로 곤궁해서 맺은 것으로 생각한다. 성실한 이행은 처음부터 이들의 머릿속에 있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남북관계개선 전망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전망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려면 청와대가 북이 요구하는 선결과제를 실천하면 되기 때문이다.
올해 남과 북 정상 간에 친서가 몇 차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7월 27일에는 남북통신연락선이 복구되었다. 그런데 정부당국은 8월 10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했고, 북은 8월 10일과 11일에 훈련실시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고 통신선을 다시 차단해 버렸다.
당시 담화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이 기회에 남조선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친서에서 한미군사연합훈련실시와 관련해서 정부당국이 어떤 언급을 하였고 그것을 어겼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미국이 그어놓은 대북적대정책의 선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가 남북관계개선을 가늠하는 잣대로 될 것이다. 따라서 현 정부에서의 남북관계 전망을 하는 것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북이 종전선언으로 가는 문턱을 낮춘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이런 주장이 한심한 이유는 무엇보다 종전선언으로 가는 길에 북이 문턱을 만든 적이 없었다는 사실과 명백하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4.27판문점선언에는 아무 전제조건 없이 그해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명기되어 있다.
2018년에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북은 종전선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작년에 문재인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제안을 했을 때에도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묵묵부답이었다. 어찌되었건 4.27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항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종전선언의 선결조건과 전제를 제시하였다. 있는 문턱을 낮춘 것이 아니라 없던 문턱을 만든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의 족쇄에 자신을 묶어놓고 있는 문재인정부에게는 그 문턱이 한없이 높은 장벽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있던 문턱을 낮춘 것’으로 거꾸로 보인다. 남북당국 관계의 개선을 무작정 바라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바라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통일운동에게는 그것을 바라기만 해서는 안 되며, 개선과 발전을 추동해야 하는 사명과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통일운동이 당국 간 관계가 개선되기만을 바라는 입장을 가지게 되면 설령 당국 관계가 개선, 발전되더라도 그 결과를 향유하는데 주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새로운 시대가 제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문제는 등한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통일운동은 남북관계발전의 대상이 아니며 그 수혜자로 머물러서도 안 된다. 통일운동은 어디까지나 남북관계발전을 추동하고 그것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관계발전이 가져오는 변화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면 ‘무작정’ 당국 간 관계가 개선되기만을 바라게 되며, 남북 간의 핵심 문제, 선결과제와 동떨어진 주장을 하게 되고, 지엽말단적인 것들을 가지고 남북 당국 관계가 개선될 거라는 헛된 전망을 하게 된다.
과거 6.15시대의 통일운동 방식과 내용을 답습하는 사람들은 대중정서와 의식에 맞추어야 하므로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선사업과 활동에서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정세에서는 교류협력사업을 중심에 놓으면 대중들 속에서 반북의식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으며 대결의식을 고취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통일운동은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운동이라는데 본성과 특질이 있다. 넘어야 하는 고비는 수없이 많고 험준하기 짝이 없다. 에둘러 가려고 한다면 통일운동의 사명과 역할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얼마전 남조선이 제안한 종전선언문제를 론한다면 북남사이의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고 그로 하여 예상치 않았던 여러가지 충돌이 재발될 수 있으며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우려심만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이며 이것은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도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다.”
북의 김정은 총비서는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는데 종전선언에 대한 북의 입장이 무엇인지 더이상 왈가왈부할 이유가 있을까.
김정은 총비서는 남북관계개선의 선결과제들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다.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에로 발전해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는데 대하여 다시금 명백히 상기시킨다.”
이쯤 되면 구구한 억측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그렇지가 않다. 북의 담화에 대한 오독사태를 보면 통일운동이 새로운 시대를 추동하는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연구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
패션계에는 매년 다양한 패션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패피'(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들이 매년 다양한 패션 스타일링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유행을 반영한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등장한 패션 신조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감염병이라는 큰 변화가 들이닥치면서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링도 변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신조어는 '원 마일 웨어'입니다. 집에서 1마일, 즉 1.61㎞ 반경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란 의미다. 원 마일 웨어는 코로나19 촉발 이후에는 패션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로 꼽힙니다. 재택근무·비대면 강의가 생활화되면서 학생은 물론 직장인들까지 편한 옷을 선호하면서 일상에 익숙한 단어로 자리 잡은 것이지요.
실제 지난해부터 원 마일 웨어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패션업계에도 큰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노스페이스·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등 아웃도어 브랜드는 가까운 거리에 입고 나갈 수 있는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캐주얼 패션 브랜드도 원 마일 웨어 열풍에 동참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생활상을 담은 패션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편한 옷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른바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꾸안꾸'라는 줄임말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인데요. 실제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생활화되면서 정장이나 구두 대신 와이드팬츠에 스니커즈를 신는 직장인들이늘어나면서 꾸안꾸 패션이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또 다른 신조어로는 '미닝아웃'이 있습니다. MZ세대가 패션업계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생겨난 신조어인데요. 단순히 패션을 멋을 내는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생각과 신념 표출하는 수단으로도 생각하는 MZ세대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신조어입니다.
미닝아웃 트렌드와 더불어 생겨난 '비건 패션'이라는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식음료업계에서 동물과 환경을 생각해 비건 푸드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패션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비건 패션'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런 신조어들이 생겨난 배경에는 패션업계 역시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내걸면서 환경을 고려하고 있어서인데요. 이런 현상에 패션 기업들도 단순히 동물 가죽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넘어 에코 퍼·비거 가죽을 사용하고 동물 실험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으며 친환경 가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최근 사회 전반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자주 등장하는 해시태그로는 OOTD(Outfit Of The Day)라는 신조어도 있습니다. '오늘의 옷차림'이나 '오늘의 패션'을 의미하는 용어로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셀럽들의 SNS 사복패션 게시글을 올리면서 빼놓지 않는 해시태그이지요.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매년 패션 신조어를 살펴보면 그해 트렌드를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올해 패션계 신조어를 보면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가 패션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내년에는 코로나19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패션 신조어가 등장해 보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