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9일 금요일

"사람답게 살고 싶다"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예산확대 요구 전국에서 모여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등 전국 8개 단체로 구성된 중증장애인생존권예산쟁취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정부가 9월1일 발표한 2017년 예산안에 중증장애인의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음을 비판하며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전국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강원도에서 전라도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이날 삭발식까지 거행하며 중증장애인 생존권을 스스로 찾겠다는 투지를 표현했다.
노금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은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선 활동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9월 초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시간당 수가 9000원으로 동결됐고 월평균 이용 시간 역시 109시간으로 2016년과 동일하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정부는 서비스이용 대상 장애인 수를 6만1천 명에서 6만3천 명으로 2000명 늘렸다고 자랑하듯 말했지만 실제 2016년 5월부터 이용자가 6만3천 명이 넘어선 상태이기 때문에 증가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어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장애인의 인권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탈시설’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와 어긋나게 2017년 정부 계획은 장애인 시설을 16개소나 증설하거나 거주시설 관련예산에 186억원을 증액하는 등 흐름에 역행한다고 성토했다.
이날 삭발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희회의 양영희 회장, 박대희 부회장, 노금호 부회장 3명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저항하려는 의지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어깨 아래로 내려오던 긴 머리를 삭발한 양영희 회장은 “잘려나가는 것은 내 머리카락인데 여러분 마음이 잘려나가는 것 같다”며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우리가 만들겠다"고 말하며 눈물 흘리는 좌중을 위로했다.
광화문에서 결의식을 가진 이들이 종로구 자하문로 종로장애인복지관으로 행진하는 동안 경찰이 경찰청 뒷길을 막아서곤 무리를 10명 미만씩 끊어 이동하게끔 행진을 저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경석 대표는 “집회와 행진 신청을 미리 했는데 불과 집회 1시간 전에 경찰이 행진 불허 통지를 했다"고 말하며 경찰의 과잉대응을 비판했다.
한편, 공동행동은 지난 6일부터 9일 현재 4일째 청와대 앞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서 “중증장애인 생존권 예산 확대하라”고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복지관 옥상에 그들에 건 현수막에는 “지금, 여기, 동네에서 함께 살기 위함을 외치는 장애인들이 있습니다”라는 “시설로 내쫓기는 게 아닌 동네에서 더불어 살고 싶은” 이들의 바람을 담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명주 기자  ana.myungju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