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출입기자들에 대한 공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 “MBC는 잘 들어”라고 한 뒤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8월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이 경제신문 사회부장 오홍근 기자를 칼로 찌른 사건이다.
이 말을 들은 기자가 ‘왜 MBC에 잘 들으라고 했냐’는 질문에 황 수석은 웃으며 농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언론계와 야당에서는 성토가 쏟아졌고, 여론도 출렁였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 호주대사 부임과 맞물려 특히 수도권에서 여당의 지지세가 내려가는 것이 지표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친윤 성향 후보자들까지 대통령실에 황 수석 경질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17일 오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황 수석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15일에도 한 위원장은 황 수석에 발언에 대해 질문을 받자 “부적절한 발언 같다”고 답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16일 황 수석의 ‘넉 줄’ 사과문을 공개하고, 18일에는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인사조치를 거부했다. 그러나 결국 하룻만에 입장을 바꿨다.
입시지옥·저출산·서울공화국? KDI "대기업 일자리 부족 때문"(24.02.27 한국일보)
[사설]中企 지원으론 대기업 일자리 못 늘린다는 KDI의 쓴소리(24.02.27 한국경제)
[사설]기업 활력 높여 양질의 일자리 늘리는 게 '고용 미스매치' 해법(24.02.28 서울경제)
[사설]대기업 일자리 OECD최저...이대론 한국병 못 고친다(24.02.29 이데일리)
대기업 규제 풀라는 KDI 보고서…'왜곡 통계'로 썼다(24.03.07 경향신문)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에서 발표한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라는 보고서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보고서는 2021년 기준 한국의 종사자 250인 이상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14%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58%), 프랑스(47%), 영국(46%), 독일(41%)의 대기업 일자리 비중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고도 했다.
KDI 보고서는 대기업 일자리와 중소기업 일자리의 '격차'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상위권 대학 졸업생은 40대 초반이 되면 하위권 졸업생 임금의 50%를 더 받고 있으며, 임금 외에도 출산휴가 등 근로조건에서 격차가 존재한다. 당연히 대기업 일자리를 얻기 위해 치열한 입시 경쟁이 발생한다. 여기까지는 현상 진단이다. 보고서의 제안은 정부가 기업의 규모화(scale-up)를 저해하는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과 "대기업 경제력 집중 관련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고서 작성자인 고영선 KDI 부원장은 구독자 65만 명이 넘는 <언더스탠딩>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직접 이 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다. 각종 중소기업 지원책 때문에 기업들이 계속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으려 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난다고 했다. 또 대기업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와 고용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과가 나지 않는 팀이나 프로젝트는 "정리"할 수 있어야 대기업이 고용을 많이 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또 대기업이 "노조 결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외주화를 한다면서 일자리가 불안정해진 책임을 노동조합에 돌렸다. 좋게 말해도 무척 특이하고 논쟁적인 주장이었지만, <언더스탠딩> 진행자들은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날카로운 질문도 던지지 않았다.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은 <경향신문>이 유일했다. 핵심 내용인 '대기업 일자리의 부족'을 뒷받침하는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종사자 25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비중이 14%라는 것은 사업체 조사 기준이다. 그리고 통계청에 따르면 사업체란 "일정한 '장소'에서 단일 또는 주된 경제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체 또는 기업체를 구성하는 부분"을 뜻한다. 예를 들어 A라는 대기업의 공장이 안양, 부산, 구미에 있다면 사업체 조사에서는 각각의 공장이 하나의 중소기업으로 잡힐 수도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통계청 2022년 일자리행정통계(기업체 기준)상 국내 대기업(300인 이상·공공기관 포함) 일자리 수는 858만 개로 전체의 32.4%"에 달한다. 14%와 32%는 차이가 크다. 국책연구원의 보고서가 논란의 여지 있는 통계에 기반하고 있다면 결론의 타당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KDI는 왜 사업체 조사 기준으로 14%라는 숫자를 선택했을까? 국책연구원 부원장이 사업체 조사에 대해 정말 몰랐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일자리 격차를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조선일보>는 '12 대 88, 쪼개진 노동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제목의 기획연재를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88에 해당하는 하청노동자, 프리랜서, 저임금 노동자 등의 처우 개선을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와 원청 대기업의 시혜적 '상생' 조치를 미화하고 건설노조 등 조직된 노동자를 공격하고 있다. 또 지난달 말 대통령실은 갑자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약 87% 근로자"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이 2022년 기준 13.1%니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약 87%가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주장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숫자의 유사성에 눈길이 간다. KDI는 14대 86, <조선일보>는 12대 88, 대통령은 13대 87. KDI와 <조선일보>와 대통령실이 던진 의제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원청 대기업의 책임을 일절 거론하지 않는다. 둘째, 노동조합을 기득권으로 몰아 비난한다. 혹시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노동개혁'의 동력을 다시 만들기 위한 분위기 조성 작업일까?
만약 KDI 보고서가 애초에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숫자와 논리를 조합해서 작성된 것이라면 내용을 구구절절 반박해 봤자 별 의미가 없다. 그래도 중소기업에 15년 넘게 다닌 지인에게 물어봤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지원을 몰아주기 때문에 오히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KDI 보고서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지인의 대답은 명쾌했다.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힘든 이유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에 대한 보호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정부의 지원은 도움이 되지만 "젊은 직원을 몇 년 붙잡아 두는 정도"라고 답했다. 아마 중소기업에 다녀본 사람의 90% 이상이 비슷한 대답을 할 것이다. 아니면 원청 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를 거론하며 가슴에 맺힌 이야기를 털어놓을 것이다. KDI 보고서는 현실의 가장 명백한 문제를 외면하고 격차의 원인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진단했다.
중소기업이 커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동화 속 피터팬 때문이 아니라 R&D에 투자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해도 그 과실을 원청이 다 가져가 버린다면 무엇 때문에 R&D에 투자하겠는가. 중소기업에서 기술 개발과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니 직원의 임금을 올려줄 여력은 당연히 생기지 않는다. 그나마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Business-to-Custumer) 부문에서는 스타트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B2B(Business-to-Business) 부문에서는 그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보면 안다. 그래서 정부의 기업 지원 또는 규제가 적절한지 아닌지를 논하기 이전에 원하청 구조의 문제를 먼저 살펴야 한다.
대기업 고용을 유연화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자가당착에 빠진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면서 바로 그 대기업 일자리를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로 바꿔놓겠다니. 여기서 고용을 더 유연화하면 KDI가 말하는 14%의 노동자마저 미래가 불안해져서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할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 지원까지 줄여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모든 시장의 사업 기회를 대기업이 독식하고 대다수 노동자는 대기업의 자회사, 하청, 재하청, 파견업체, 독점 플랫폼 기업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게 될 것이다. 격차 해소는커녕 디스토피아로 가는 길이다.
격차 해소를 위해 아래쪽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위쪽을 끌어내리자는 주장! KDI 보고서와 고영선 부위원장의 논리는 평범하지 않다. 그런데 왠지 익숙하다. 그동안 기재부와 노동부가 기회만 있으면 꺼내놓던 주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기에 많이 회자된 노동개혁(노동개악이라고 불렸다)의 논리와 흡사하다. 왜 그럴까? 사람이 같아서 그렇다. 고영선 KDI 부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노동부 차관으로서 노동개혁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인물이다. 아마도 그는 과거에 실패한 박근혜표 노동개혁안의 내용을 이번 KDI 보고서에 담아냈을 것이다.
10년 전인 2014년으로 잠시 가보자. 최경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규직 과보호'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정규직이 과도한 보호를 받다 보니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기업이 겁이 나서 정규직을 못 뽑는 상황이다." 이 발언을 신호탄으로,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격차 해소를 위한 일이라면서 저성과자 해고(이른바 '쉬운 해고')로 대표되는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노사정위에 한국노총을 데려다 놓고 합의를 종용한 결과, 2015년 9월에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이 나왔다. 합의문은 노동시간 확대(주 68시간 유지), 임금체계 개편 및 취업규칙 변경, 파견 확대, 최저임금 제도 개편 등 재계의 민원 사항으로 채워져 있었다. 어찌 됐든 합의문이 나오자 박근혜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이라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노동개혁을 주도했던 김현숙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아직 승인받지도 않은 예비비를 사용해 언론에 홍보기사를 청탁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하지만 김현숙은 숭실대 교수로 있다가 윤석열 인수위 정책특보로 부활했고, 지난달까지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를 지켰다.
그뿐 아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으로서 김현숙과 함께 노동개혁을 담당했던 이성희는 현재 고용노동부 차관이 되어 있다. 그리고 2015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이정한은 고용노동부에서 윤석열 인수위로 파견되어 갔다가, 지난해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되었다. 현재 '덩어리 규제'를 폐지하겠다면서 총 150명 규모의 규제혁신추진단을 이끌고 있는 한덕수 총리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쉬운 해고' 추진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 노동개악을 시도했던 인물들이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또다시 사측 입장에 기울어진 '노동개혁'을 추진하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을 추진했던 인물들이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표시했다. 이 그림에 등장한 인물들이 전부는 아니다. ⓒ안진이
지나치게 기울어진 내용,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노동계의 거센 반발.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추진했던 노동개혁은 실패로 돌아갔다. 2016년 1월에 가서는 한국노총도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했고, 그해 4.13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관련 법안들은 폐기되었다. 우스운 것은 애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경제민주화였다는 것이다.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맞춤형 복지로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놓고 반대 방향으로 갔다. 대기업이 쌓아놓은 돈이 800조에 달했는데도 유연화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때도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취약계층 보호, 청년실업 등을 이유로 양대 노총 내 정규직 노조를 비난했다.
윤석열 정부는 애초에 경제민주화 같은 약속을 하지 않았다. 당선 후에는 대놓고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노동자의 양보와 희생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이라며 추진하려는 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한 노동개혁 내용과 유사하고, 그러기 위해 노조 혐오를 조장한다거나 ‘노사 법치’를 내세워 노조를 탄압하는 행태는 과거 이명박 정부와 닮았다.
또 윤석열 정부는 정부가 주도하기 어려운 정책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 연구회나 위원회 같은 기구를 많이 만들었다. 대표적인 기구로서 2022년 7월에 출범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교수 12인으로 구성된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2022년 12월에 내놓은 권고문은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등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노동개혁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평가된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고용노동부 산하에 상생임금위원회라는 논의체를 구성해 "임금 문제를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신기하게도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상생임금위원회 위원 명단에 있다. '노동'의 가치를 결정하는 상생임금위원회에 '자산' 전문가가 들어와도 되는 걸까?) 대통령 직속 기구인 경사노위에는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연구회'라는 조직을 두고 있다. 이 두 기구에는 법학 교수와 경영학 교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노동문제 전문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권혁, 김기선, 권순원, 박철성 등 상당수 교수들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 관련 위원회, 연구회, 자문단에 중복으로 소속되어 있다. 평소 친기업적인 생각을 가진 교수들의 의견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될 위험이 크다.
▲박근혜 정부 때 노동개혁과 관련된 위원회에 있었던 전문가들과 윤석열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소속된 전문가들의 명단. 두 정부에 모두 걸쳐 있는 인물은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2개 이상의 기구에 중복 소속된 인물은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권순원 교수의 경우 빨간색과 파란색에 다 해당하지만 박근혜 정부와의 연관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빨간색으로만 표시했다. ⓒ안진이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를 돕는 이 '전문가'들 중에도 박근혜 정부 시기의 노동개혁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있을까? 명단을 살펴보니 박근혜 정부 때 노사정위 내 위원회와 윤석열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공통으로 이름이 포함된 인물은 3명이었다. 조준모, 박지순, 권순원. 가장 바빠 보이는 인물은 권순원 교수다. 그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에서 모두 노동 관련 법·제도 개편에 관여했으니 처세의 달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10년 전 인물들이 다시 나와서 10년 전 이야기를 또 하고 있다. 위기일 때나 위기가 아닐 때나 그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똑같다. 격차를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면서 피라미드 꼭대기의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말한다. 그때 틀렸던 이야기는 지금도 틀렸다. 격차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아래쪽부터 손대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싶다면 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해야 한다. 그런 취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한 노조법 2‧3조 개정안부터 되살리길 바란다.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는 더불어삶 회원들과 함께 해고노동자 지원, 인터뷰, 강연 기획 등 노동 현장에 도움 되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모순을 파악하고 공론화하는 일에도 기여하고 싶어서 경제 뉴스와 각종 문헌을 뚫어져라 들여다본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더불어삶 뉴스레터 구독 링크 https://livetogether.substack.com/
지난 17일 전라남도 나주시에서 별세한 주금용(1927~2024) 할머니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한 명이 또 세상을 떠났다. 제대로 사과도 받지 못한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안타깝게도 친일 발언을 일삼은 이들이 국회로 입성하는 세상이었다.
주금용 할머니는 16살이던 1945년 2월 일본 도야마에 위치한 후지코시에 친구들과 함께 강제동원됐다. 군사회사였던 후지코시는 여자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1000명이 넘는 소녀들을 강제동원한 전범 기업이다.
주 할머니는 2019년 처음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 책임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비협조로 소장은 송달조차 되지 않았다. 주 할머니는 5년 동안 재판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났다.
주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어땠을까, 총선을 3주 정도 남겨둔 시점. 여야의 후보가 확정되던 시기였다.
“서울시민은 일본인의 발톱의 때만도 못하다“, ”5·18 북한 개입설“ 등 망언 파동으로 장예찬, 도태우 후보가 공천을 취소당했지만,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황. 일제강점기 일본을 옹호한 인물들은 공천이 유지됐다.
왼쪽부터 정진석, 조수연, 성일종 국민의힘 후보
‘조상부터 친일’, “식민지 콤플렉스”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 출마해 5선에 도전하는 정진석 후보는 가족관계부터가 친일파의 후손이다. 정 후보의 조부인 정인각은 충남 계룡면장으로 재직 시, 군용물자 조달 및 공출 업무, 국방헌금 및 애국기 헌납자금 모집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조선총독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 후보 본인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조상 역사 지우기에 나서기도 하며 윤석열 정부의 친일 기조에 한몫했다는 점이다.
정 후보는 자유민주연합 의원이었던 2004년, 친일청산법 발의에 반대했다. 2023년 한일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실익 없이 돌아와 비판이 일었을 때는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는 망발을 일삼았다. 당시 같은 여당 의원이었던 김웅 의원도 ‘나치의 인종학살에 대해 70년이 지난 지금도 이야기하는 것은 유대인 콤플렉스인가’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 공천 받은 후보의 친일 발언은 더 있다. 대전 서구 갑에 공천은 받은 조수연 후보는 “일제강점기가 더 살기 좋았을지도”라며 이완용을 두둔하는 발언이 재조명된 바 있다. 또, “일본은 고양이, 조선은 생선이었다”며 “생선이 된 스스로를 한탄하고 반성해야지, 그것을 먹은 고양이를 탓한다고 위안이 되겠나”라고 주장해 야당의 지탄을 받았다.
충남 서산시·태안군에 공천을 받은 성일종 후보는 서산장학재단의 장학금 수여식에서 우리나라의 주권을 찬탈한 이토 히로부미를 인재의 예로 들었다. 사실관계도 맞지 않을뿐더러 ‘약탈을 통해 성공한 인물’을 ‘공부 잘해서 성공한 인물’로 둔갑시켜 국민의 공분을 샀다.
“기부금 낼 계획 없다” 3자 변제안도 거짓?
정부가 1년 전 내놓은 제3자 변제안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부딪혔다. 정부와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내세웠던 ‘3자변제안’은 포스코를 제외한 수혜기업 15곳이 일제강점기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금 낼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일본 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거짓으로 탄로 난 셈이다.
여당은 국민의 지탄에도 친일 행적을 보인 후보들의 공천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극우 ‘뉴라이트’ 진영에 힘을 보태주고, 이미 판단이 끝난 역사를 다시 수면 위로 부상시켜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긴다. 그 결과 역사 속에서 희생당한 이들은 2차 피해를 받게 된다.
이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진행 중인 소송에 참여한 강제노역 피해 생존자는 주 할머니가 숨지며 2명이 됐다.
사과는 고사하고 2차 가해자가 국회의원으로 공천받는 세상이다. 남은 두 명의 생존자 역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9일 낮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2대 총선을 21일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명단, 이종섭 호주대사 출국 문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막말 논란이 갈등의 주된 이유다. 정부·여당의 갈등으로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여당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에 조선일보는 “다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국민의힘 손을 들어줬다.
▲3월20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20일 1면 <韓 “패배 땐 尹정부 뜻 못 펼치고 끝나”> 보도에서 “국민의힘에서 총선 패배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여당 출마자들은 친윤·비윤을 가리지 않고 ‘이대로 가다간 기록적 패배였던 4년 전 21대 총선 결과가 되풀이될 것’이라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이종섭 대사 출국 뒤 국민의힘 서울 지지율이 15%p(한국갤럽 기준) 빠졌다면서 “대통령실의 결자해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3월20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 역시 1면 <尹-韓 충돌에, 與 “4년전 악몽 재연 우려”> 보도를 내고 여당의 위기론을 부각했다. 동아일보는 “여권의 자중지란에 수도권 후보들은 ‘중도층이 떠나 이대론 총선에서 폭망한다…’고 우려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1면 <한동훈 대리인이냐 지휘자냐 ‘윤·한 갈등’ 본질은 총선 주도권>에서 정부와 여당의 갈등 중심에는 공천권이 있다고 했다.
▲3월20일 조선일보 사설.
사설에서도 국민의힘 총선 패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때문에 총선에서 여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총선 지면 尹 정부 뜻 한번 못 펴고 끝” 알면서 이러나>에서 “윤 대통령에게 개혁에 필요한 다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종섭·황상무 사건은) 상식에 안 맞고 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일인데 윤 대통령이 이러는 이유를 참모들조차 잘 모른다고 한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언론과 여론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더 거꾸로 간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3월20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황상무 수석에 대한 결정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황상무 수석 “회칼 테러” 언급… 진짜 심각한 건 저열한 언론관>에서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할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저열하고 위험한 언론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무리한 방송심의 논란, 사라져 버린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말하는 것처럼 언론 자유에 대한 몰이해가 용산을 감싸고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실이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심각한 일”이라고 했다.
▲3월20일 매일경제 사설.
매일경제는 사설 <총선 코앞에 尹·韓 갈등 … 8년 전 선거 패배 잊었나>에서 “대통령실과 당의 엇박자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총선을 앞둔 상황과 판박이”라며 “20대 총선 패배 후 급속하게 힘이 빠진 여권은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까지 겪었다… 여권은 8년 전 선거 패배 후 국정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던 기억을 곱씹어봐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민주당에 양문석 후보 결단 요구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과거 막말 논란 파장이 가시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칼럼을 쓰면서 비하 발언을 했다는 것이 논란의 주된 이유인데,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후보가 공천을 취소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음에도 불씨는 남아있다.
▲3월20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막말에 공천 의혹 양문석, ‘국민 눈높이’로 판단해야>를 내고 민주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을 넘어, 양 후보가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발언하고 비명계를 향한 막말을 일삼았다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한겨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에 이어 비이재명계를 향한 폭언 수준의 언사가 연일 공개된다”며 “양 후보 발언 중에는 비명계 인사들을 향한 증오·혐오 발언이 더 큰 문제로 여겨진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은 오래전 일이지만) 비명계를 향한 거친 언사는 최근 일이며, 이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 변화도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양 후보가 공천 경쟁자였던 전해철 의원을 수박에 비유했다가 징계를 받았다면서 “양 후보가 국회에 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짐작하게 한다. 애초 민주당 공관위는 ‘증오와 폭력 발언’ 등을 공천 기준에 반영했다고 했으나, 양 후보의 이런 발언에도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기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정치가 극단화되면서 증오를 부추기는 정치인의 말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며 “여야 가리지 않고 ‘막말’ 후보들에 대한 공천 취소가 줄을 잇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를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월20일 매일경제 칼럼.
김명수 매일경제 논설실장은 칼럼 <벌써부터 걱정되는 22대 국회>에서 “국회 생산성을 높이려면 제대로 된 상향식 경선을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양문석·김우영 후보처럼 막말 정치인이더라도 친명계라면 공천을 받는 구조”라며 “결국 당대표나 공천 지명권자, 강성지지층에 충성하는 지역구 의원들이 득실거린다면 지방정부 부패는 넘쳐나고 중앙정치에선 갈등과 혐오만 난무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호남 홀대에 들끓는 전북 민심
국민의힘이 전라북도를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발표한 비례대표 공천 결과에서 전북 인사들이 없다는 것이다. 강선영·인요한 등 호남 출신 인사들이 당선권에 이름을 올리긴 했으나,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활동을 이어온 건 아니라고 비판이 일고 있다.
▲3월20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3면 <‘호남 홀대’ ‘사천’… 국힘 비례 위성정당 공천 논란도 확산> 보도에서 “국민의미래가 공천한 후보를 두고 ‘호남 홀대론’이 들끓고 있다”며 조배숙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이 후보직을 내려놓은 소식을 전했다. 한겨레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과 강선영 전 사령관은 ‘호남배려’ 인사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3월20일 전북일보 사설.
지역지 여론도 좋지 않다. 전북 지역 일간지들은 사설을 내고 여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북일보는 사설 <약속 안 지킨 국힘, 표 달라는 말이 가당치 않다>에서 “당세가 열악한 지역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국민의힘을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고 국민통합의 국가적 염원을 이루는 첫걸음”이라며 “단순히 배지를 달기 위해 갓 입당한 인사를 발탁하라는 게 아니다. 수십 년씩 독립운동하듯 불모지에서 당을 지켜온 인사들을 발탁하는 게 공정과 상식”이라고 했다.
▲3월20일 새전북신문 사설.
새전북신문은 사설 <국민의힘 비례 호남 배려, 허언이었나>에서 “당선권은 고사하고 아예 비례 의원명단에 전북 출신 인사가 없다”며 “당헌·당규도 무시하는 정당이 선거 과정에서 쏟아낼 공약은 지킬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지난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15% 미만인 시도 출신 인사 5명을 비례대표 20번 안에 우선 추천해야 하는데, 광주·전남·전북이 이에 해당한다.
윤석열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전면 폐지… 동아 “조세 포퓰리즘”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마저 정부가 총선 직전 조세 포퓰리즘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공시가 현실화 계획 폐지”… 대안도 없이 불쑥 던질 일인가>에서 “급격하게 오른 부동산 세금 부담을 낮춰 준다는 취지지만, 구체적인 대안 없이 총선 직전에 일단 폐지 방침부터 밝힌 것은 조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땜질 처방을 반복할 게 아니라 국민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복지 제도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교한 중장기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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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사설] 대통령은 황상무 수석 경질하라
▲3월20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 <공시가 현실화 폐지가 '서민층 거주비용 경감' 대책이라니>에서 “(정부는)공시가가 낮아지면 복지 제도 수혜 대상이 넓어질 거라며 서민층 대책이라고 포장한다. 전세 살기도 버거운 서민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라며 “문 정부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시세 변동에 유연하게 연동되면서도 시가와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했다.
▲3월20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공시가격 현실화, 더디 가도 가야 할 길 아닌가> 사설을 내고 공시가격 현실화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까지 완전 폐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은 아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과거 보수·진보를 떠나 마땅히 가야 할 방향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던 정책”이라며 “속도 조절을 둘러싼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