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30일 금요일

정권 임기말 국정 방향타 상실했나?


신규사업 예산 0.48%… ‘창조경제’ 항목도 자취 감춰
▲ 사진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박근혜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 정부예산안을 두고 뚜렷한 국정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나라예산네트워크 주관으로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나라예산포럼’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나라예산네트워크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나라살림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국가예산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2017년 정부예산안에서 정부 모든 부처의 신규사업, 중단사업을 전수조사 했다. 이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정부예산안에 포함된 단위사업 2,872개 중 신규사업은 63개로 2.2%, 예산액 기준으로는 전체 예산안에서 신규사업에 배정된 액수는 0.48%에 불과하다.
이 연구위원 설명에 따르면 “2017년 정부예산안 총액 400.7조 원 중에 명목상 신규 단위 사업은 5.7조 원(1.4%)이다. 그러나 이 중 누리과정 예산 3.8조 원 포함해 형식상 교육세 회계방법만 바꾼 초등돌봄교실지원, 방과후 학교 운영지원 등에 책정된 5.2조 원을 빼면 실질적인 신규예산은 약 5,560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0.14%에 불과”하다.
즉 회계방법만 바뀐 누리과정 예산을 신규사업용으로 간주하지 않으면 총예산 중 신규사업 비중은 0.48%(1.9조 원), 누리과정 포함 교육세사업 전반을 제외하면 0.14%(0.5조 원)까지 비율이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만 해도 4대강, 자원외교 등, 좋던 나쁘던 예산안에 국정의 기본방향이 담겨 있었는데 2017년 정부 예산안은 도저히 국정의 핵심기조가 뭔지 읽어낼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예산 총액 측면에서도 2017년 총지출금액 400.7조 원은 2016년 추경 총지출금액인 398.5조 원 대비 0.6% 증가에 그쳐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않는 증가율을 보였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부분도 국가 예산수립이 국가경영의 큰 틀에 따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일자리 우선! 경제활력 우선!”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7년 예산안의 기본방향을 “일자리와 미래성장동력 확충, 경제활력 회복과 민생안정” 등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예산안에는 이러한 국정 기본방향을 뒷받침할 예산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 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임기 초반 야심차게 내건 ‘창조경제’ 분야는 2016년 예산안부터 이미 자취를 감췄다. 정부는 ‘창조경제’로 묶인 카테고리가 없어졌을 뿐 관련 예산들이 여러 부처 예산안에 흩어져서 포함돼 있다고 설명하지만 정확히 어디에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래성장동력 창출이 예산안의 기본방향이라면서도 400조 원의 전체 예산 중 국가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R&D 연구에는 9개 사업을 다 합쳐 300억 원밖에 책정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또한 “정부는 일자리를 강조하지만 2017년 예산안은 기존에 추진했던 일자리 사업을 유지하는 내용 뿐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일자리를 구조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예산내용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10월 말부터 국회에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나라예산네트워크는 10월 6~7일 ‘2017예산분석 워크샵’, 10월19일 토론회는 물론, 이후 시민참여 모니터링 등을 통해 ‘필수삭감사업’으로 지정한 사업들에 대해 1천억 원 정도 실제 삭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허수영 기자  heosw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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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부검영장’이 기만적인 이유

3개 노동종합 법률원 공동으로 입장 발표
고(故) 백남기 농민 관련해 법원이 ‘조건부’로 발부한 부검 영장이 위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민주노총 법률원, 전국금속노조 법률원,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왜 법원의 판단이 위법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앞서 28일 법원은 검경이 청구한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 영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조건을 달아 발부했다. 법원이 제시한 조건은 △부검장소는 유족 의사를 확인하여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원하면 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할 것 △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을 허용할 것 △부검 절차 영상을 촬영할 것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이다.
3개 법률원은 이에 대해 “소송행위에는 형식적 확실성이 요구되므로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는 것은 형사절차의 명확성·안정성·소송관계인 이익을 위해 허용될 수 없다”며 “대법원은 ‘기속행위나 기속적 재량행위에는 부관(조건)을 붙일 수 없고, 가사 부관을 붙였다 하더라도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부검 영장은 장래 성취가 불분명한 조건이 무려 4개나 붙어 있다.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이나 검증 영장에서는 수색 또는 검증할 장소를 특정해 기재해야 하고 ‘여기 아니면 저기’같은 방식은 안 된다. 유족 추천 의사가 1명인지 2명인지도 확정할 수 없고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도 불명확하다. 사전에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데, 충분하다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법률원은 애초에 부검 자체가 불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설명했다. “부검은 사인이 불분명한 경우에 한해 실시하는 것이고 처음 영장 청구나 이후 재청구 당시에도 부검의 필요성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 기각 대신 검경에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영장 발부가 백남기 농민 유족의 의사와 인격권을 침해한 부분도 지적했다. 입장문에서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밝힌 유족에게 부검 장소와 부검 실시 여부를 협의하라는 것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다. 가해자인 경찰을 만나는 것도 유족에게 치 떨리는 일일 텐데 고인의 부검에 대해 협의까지 하라는 것이 과연 사회통념상 합당한지 슬프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입장문은 “위법하고 무효인 영장을 강제로 집행하거나 유족을 괴롭히는 일체의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지금 경찰이 해야 할 일은 또다시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사망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유족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라고 끝맺었다.
허수영 기자  heosw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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