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6일 화요일

국가 안보가 선거용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드. THAAD. 종말 고고도 지역방어(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예전에는 전역 고고도 지역방어(Theater High Altitude Defense)라고 부르던 녀석이 갑자기 유명해져서 온갖 동네에서 사드 얘기로 시끌벅적해지고 있다.

FTO-01_TH_1.jpg 

설치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설치를 한다면 어디에 해야 하나, 돈은 누가 내나, 그런데 과연 이 사드를 설치하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긴 되는 건가, 미국 좋자고 중국 비위 거스르는 거 아닌가, 다른 수많은 무기체계들과 마찬가지로 하등 쓸모 없는 데다 돈만 날리는 거 아닌가, 논란의 폭은 갈수록 넓어지고,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알기도 힘든 상황에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난 막걸리나 먹으러 가겠다고 털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 안 나서면 또 언제 나서겠는가? 탈탈 털어보기로 하자.



창과 방패

핵심은 창과 방패다. 대륙을 넘나드는 미사일 등의 전략무기가 등장하는 현대사회에 군사력으로 평화를 지키겠다는 노력은 갈수록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만 있는 중이다.

일단 무기들이 워낙 발전을 했다. 그리고 그 무기들을 막는 무기들이 덩달아 또 발전을 했다. 비싸기도 엄청 비싼 무기들이고, 그 무기들의 역할이 뭔지도 헷갈리는 단계에 와 버렸다.

적국이 있는 상황에서 자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이것조차 헷갈린다. 과거에는 적국보다 강대한 군사력을 보유함으로써 아예 공격의 의지를 말살해 버리는 방법이 주된 것이었다면 핵무기 등장 이후는 그나마도 그리 단순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전략적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대략 어떤 무기들이 있고, 어떤 무기가 공격형이며, 어떤 무기들이 방어형인지를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창과 방패로 시작하는 것이다. 재래식 전력에서는 거의 모든 군사력은 다 공격형이라고 분류해도 좋았다. 공군 전투기, 전폭기, 해군 전함, 육군 포병, 모두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들이다. 그러나 이런 재래식 전력들에 대한 이야기는 얼추 정리가 된 걸로 봐도 된다.

적국의 전투기가 이륙하면 우리의 전투기도 같이 이륙하면 된다. 적국의 전함이 출항을 하면 우리도 그 전함의 행보를 감시하면서 같이 전함을 출항시키면 된다. 적국의 포병이 모습을 드러내면 우리 역시 포병을 준비시켜 맞포격을 준비하면 된다. 이 모든 전력들이 어우러져 군사력을 구성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정보와 작전능력이다.

정보는 눈이고 작전은 손발이다. 선제공격을 할 게 아니라면,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눈으로 봐야 하고, 그 움직임에 대응해서 우리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대응하면 된다. 이게 정보와 작전의 역할이다.

the-strategy-1080534_960_720.jpg 

그러나 현대적인 무기체계로 오게 되면 이런 움직임의 개념 자체가 변화한다. 특히 북한의 경우 재래식 전력으로는 도저히 남한의 군사력을 넘을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이제는 재래식 전력을 벗어난 비대칭 전력상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중이다. 그래서 그들이 먼저 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창,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현대전에서의 창이라면 주로 미사일이다. 미사일은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는 확실히 다른 개념이라 구분하기 쉽다.

순항미사일은 쉽게 말해서 저공비행을 하는 미사일이다. 지속적인 추력과 센서를 보유하고 GPS가 탑재되어 있다. 20M 전후의 고도로 저공비행을 하며 주변의 지형지물을 카메라로 확인해서 반응하며 GPS에 입력된 좌표를 향해 날아가는 시스템이다.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으며, 상대적으로 목표물을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무기다.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는 미사일이다. 그 기원은 2차대전 당시 독일이 런던에 퍼부은 V2 미사일에서 시작되며 사정거리가 길수록 더 높은 고도까지 올라간다. 대부분 대기권을 벗어나 장거리 탄도비행 후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목표물에 탄두를 낙하시키는 방식으로 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추진체 기술도 높아야 하고 재진입 과정에서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야 목표물 근처에라도 갈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만들기가 졸라 힘든 미사일이라는 소리다.

대신 엄청난 사정거리를 가지게 되며, 재진입시 속도도 무척 빨라서 막기가 힘들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의 기술은 이 무기의 사정거리를 거의 지구 반 바퀴 돌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톤 단위의 대형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게 해둔 상황이다. 이거 한 발이면 우리같이 좁은 나라는 끝장이다. 엄청 무서운 놈이다.

그 외의 장사정포 같은 것은 그저 탄에 생화학 병기라도 넣기 전에는 그닥 무서운 수준은 아니며, 현대전에서의 창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 단지 북한은 이 장사정포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골치가 아프긴 하다. 그러나 오늘 다룰 이야기에서는 논외로 빼야 할 것 같다.



창을 막는 방패

방패라면 바로 이 창들,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을 막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마징가 제트 광자력연구소의 쉴드나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AT필드 같은 것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at_field.jpg 

때문에 방패 역시 미사일체계로 이루어진다.

순항미사일은 그닥 위험하지 않다. 손쉽게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리다. 음속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물론 최근에는 램제트나 스크램제트 엔진을 이용해 음속의 열 배가까운 속도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도 개발되고 있다지만 아직은 비중있게 실전배치되지 않은 걸로 봐도 무방하다.

기존의 순항미사일은 방어하는 쪽에서 제대로 된 공군력과 쓸만한 레이더망만 있다면 얼마든지 요격할 수 있다. 초음속 전투기가 따라가면서 요격용 미사일로 격추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굳이 미사일 방어체계, 즉 MD 같은 것이 동원될 이유가 없는 약한 창이라는 얘기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막기가 힘들다. 일단 날아오는 고도가 무척 높다. 그렇다면 그 고도로 올라갈 수 있는 요격 미사일이 필요한데, 그건 날아오는 놈과 똑같은 수준의 탄도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며, '요격'을 위해서는 날아오는 녀석보다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정밀한 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탄도미사일은 단계별로 나누어 방어를 하게 된다. 이게 쉽지가 않다. 왜냐면 어떤 단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지면, 그 요격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기능이 탄도 미사일에 장착되는 식으로 창이 더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즉, 가위바위보 같은 게임이 무한 반복된다는 얘기이다.

그래도 현재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꽤나 발전을 했으니, 그 얘기를 해 보도록 하자.



미사일 방어체계(MD)

MD는 엄청 복잡하게 발전을 해 왔다. 심지어 그 개념도 수시로 유행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최초로 만들어질 때에는 대륙 간 탄도탄 즉 ICBM에 장착되어 날아오는 핵무기를 막는 시스템이었고, 최근에는 그 의미가 약간 넓어져 ICBM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전체를 막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시스템은 주로 막아야 할 미사일의 종류에 따라 나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미사일의 고도와 속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높을수록, 빠를수록 막기 힘든 것이 사실이잖은가.

그리고 미사일의 비행 단계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발사 초기에 요격을 하는가, 중간단계에서 요격을 하는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종말단계에서 요격을 하는가로 나누는 것이다. 이 비행 상태에 따라 요격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구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대기권 외부를 비행하는 중간단계는 고도가 높기 때문에 불리한 측면도 있지만, 비행시간이 길어 요격 가능한 여유 시간 또한 길기 때문에 한결 편하다는 점이 있고, 대기권 재진입 이후, 즉 종말단계로 내려오면 요격 가능시간이 줄어들어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런 분류에 맞춰 사드를 설명하자면 바로 종말고도, 즉 대기권 재진입이 시작된 다음에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 구성원이 된다는 것이다. 남한에 배치하네 마네, 하고 논란이 일고 있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사드보다 더 낮은 단계에서 사용되는 것이 보통 패트리어트 미사일인데, 최신 버전은 패트리어트 Advanced Capability–3, 즉 PAC3이라는 기종이다.

그 외에도 항공기에서 레이져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도 있고,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 미사일을 이용한 '이지스 BMDS(Aegis Ballistic Missile Defense System)'라는 것도 있다. 사드보다 훨씬 더 높은 고도에서, 즉 중간단계에서 요격이 가능한 체계이기도 하다.

C-Music-Elbit-Simulation.jpg ftm17hopper.jpg 

정리하자면, 이 방패들은 매우 다양하게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가능한 스펙에 맞춰 적절히 배치되어 순차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차 방어가 실패하면 2차가, 그것도 실패하면 3차가, 이렇게 연속적으로 말이다. 

어떤 탄도미사일들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요격 시스템을 교란하기 위한 디코이 등을 뿌리기도 한다. 이번에 북한에서 발사한 은하 로켓도 1단계 추진체를 파괴해 버리는 시스템을 장착했는데 이 파편들은 미사일과 함께 관성 비행을 하며 레이더망을 교란해서 격추시키기 힘들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런 기술로 요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데 어느 한 가지의 요격 시스템으로 탄도미사일을 완벽하게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실제로 MD 시스템 실험의 역사를 보면 실패로 점철된 처참한 역사이기도 하다. 방어율은 10%를 넘기 힘들며 들어간 비용에 비해 효과가 너무 없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방패를 포기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킬 체인이다.



킬 체인. 왜 발사를 기다리는가?

현존하는 모든 MD는 아주 큰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상대방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 가동된다는 것이다. 일단 미사일이 발사되면 그거 막기 진짜 힘들다. 워낙 빠르고 높게 날아오니까. 그러면 아예 발사 전에 때려 부숴 버리면 해결되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90년대 이라크 전쟁당시 이라크는 스커드 미사일을 대거 배치하면서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미군을 위협했다. 스커드 미사일 역시 MD의 대상이 되긴 하는데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의한 요격율이 형편없어서 미군은 MD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동식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로 추정되는 것을 선제공격해서 파괴하기로 했다. 이 때 등장한 개념이 킬 체인(Kill Chain, 타격순환체계).

킬 체인의 타겟은 '시한성 긴급표적(Time Sensitive Target)'이라고 표현한다. 즉, 위성이나 조기경보기, 레이더망 등으로 확보된 표적인데 이게 제 자리에 있질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긴급하게 공격을 해야 하거나, 또는 이게 미사일 발사대인데 금방이라도 미사일을 쏠 것 같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탄도미사일 같은 경우는 그 발사대를 셋업하고 연료를 주입하는 등 준비단계가 꽤 오래 걸린다. 이걸 발견하게 되면 그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때려 버리자는 발상인 것이다.

선빵.gif 

그래서 킬 체인은 탐지-확인-추적-조준-교전-평가(Find-Fix-Track-Target-Engage-Assess: F2T2EA) 의 6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지점부터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 된다. 즉 예전처럼 전폭기 들에게 타겟을 알려주고 이륙해서 날아가서 폭격하고 오니라~, 하고 시키면 이 타겟팅부터 폭격시점 까지 심지어 3일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런 식이라면 이 킬 체인 개념은 무용지물이다.

전폭기를 보내건, 드론을 보내건, 미사일을 쏘건, 심지어 해병대를 보내 폭파하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서는 킬 체인의 효능을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군은 이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노력을 개시한다.

탐지는 탐지대로 노력하되, 언제든지 타겟을 때릴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해 놓는 것이다. 전폭기라면 타겟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륙해서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가 타겟 데이터를 송신 받는 즉시 폭격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고, 드론 역시 다수의 개체가 항시 비행상태에 있다가 타겟 확인 즉시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 범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시간을 훨씬 더 줄일 수 있게 된다.

결국 타임 센시티브 타겟이라는 개념 자체가 '타임 크리티컬 타겟(Time Critical Target)'이라는 개념으로 강화되기에 이른다. 온갖 정찰수단, U2 정찰기, 글로벌 호크, 프레데터 무인기 등이 상시 가동되면서 감시 체계를 유지하고 여기서 발견된 타겟은 디지털 데이터화 되어 상공을 항시 비행하고 있는 B-2 폭격기 등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이에 따라 폭격이 벌어지면서 킬 체인 소모시간을 한 시간 이내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제 미군은 이 소요시간을 10분 이내로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환장하겠다. 이제 미군이 때리고자 맘먹은 타겟은 10분 이내에 증발하게 되는 세상이 온 셈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킬 체인이 세계적으로 완성되어 미군이 전 세계를 감시하는 상황이 온다면, MD는 그저 부수적인 대비가 될 뿐이다. 상대방이 미사일을 쏘려고 준비만 하면 킬 체인이 가동되어 원천봉쇄를 해 버리는데, MD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저 킬 체인 시스템이 실수해서 한 두발 날아오면 그것만 요격하면 되는 부수적인 방패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을 확실히 짚어 두기로 하자.

MD는 더 이상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국형 킬 체인, 한국형 MD

대한민국 국방부는 2013년 2월 13일에 중대발표를 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겠지만, 무려 2015년까지 한국형 킬 체인을 완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국방부의 야심찬 계획에 의하면, 1단계 정찰위성과 정찰기등을 활용해 1분 이내에 북측의 위협을 탐지하고, 2단계, 1분 이내에 위험을 식별한 뒤, 3단계, 3분 이내에 타격을 명령하고, 4단계 25분 이내에 목표물 타격을 완료한다는 것이었다.

30분의 사이클을 가진 킬 체인을 완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만약 이 한국형 킬 체인이 완성된다면, 사실상 한국형 MD는 부수적인 문제가 된다. 북한이 아무리 좋은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탄두를 수백 개 만들어도, 미사일에 연료 채우고 있으면 다 때려 부술 수 있는데, 뭐하러 사드 같은 MD 시스템을 만들겠는가 말이다. 미군처럼, 킬 체인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그 킬 체인의 실패를 대비한 부수적인 MD만 확보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뭘로 킬 체인을 완성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금강, 백두 정찰기, 아리랑 3호 위성 수준뿐이다. 그러니 모든 정찰 자산을 미군에 의존해야 된다.

img_20150703112814_db531d7f.jpg 

거기다가 타격수단도 없다. 북한을 직접 비행기로 폭격하는 건 격추의 위험도 있어 곤란하니, 미사일로라도 쏴야 하는데, 현무2 탄도미사일이나 현무3 순항미사일 같은 것은, 발사 이후에 타겟을 변경하는 기능이 없다. 즉 미리 쏴 두고 나중에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 킬 체인 개념에 적합한 무기들이 아닌 것이다. 총체적인 난국이며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군의 정보 능력이다.

해방 이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존하여 작전능력만 향상시키면서 정보능력은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 미군 역시 대한민국 국군의 정보능력 향상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 도움을 주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방해하는 수준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남한군이 독자적인 정보능력을 확보하면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일까. 북진 통일을 외치던 이승만에게 하도 데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한국군의 정보능력 향상 문제는 미국이 먼저 요구한 부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왜 요구했을까?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전시작권통제권 환수 조치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게 이명박 정권 때 1차 연기되었고, 박근혜 정권 들어서 이제는 기약없이 연기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문제, 정권의 자주성이나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 문제로 비화되어 정권을 비판하는데 많이 활용되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할 정도로 대한민국 국군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는 따로 남아 있었고 사람들의 관심을 그리 많이 받지 못했다. 앞서 얘기했던 대로 해방 이후 한국군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했고, 재래식 전력에 있어서 북한군을 압도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보능력이다.

그 압도적으로 발전한 물량과 그 물량을 통제할 작전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매년 반복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나 다국적 연합군 작전 훈련에서 한국군은 언제나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곤 했다. 하지만 정보 분야를 살펴보자면 일단 정보 자산, 조기 경보기 등의 정찰기라거나 레이더망이라거나 군사위성의 수준을 보면 열악하기 그지없다. 거기다가 그런 정보 자산에서 도출된 첩보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조차 미비하기 짝이 없다.

한 마디로 표현해서 한국군의 현황은 몸집은 비대하고 팔다리는 힘이 센데, 눈이 멀어 버린 장님 같은 군대라는 것이다. 

리신.jpg 

이 상태로 전시작전권을 환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려면 한국군의 정보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워 놓아야 된다는 것이 미국의 요구였고, 또 한미간의 합의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도 전략기동군 체제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주어야 할 필요도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이 한국형 킬 체인은 그 개념을 완성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되어야 하고, 그게 완성되는 시점 이후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국방부는 그 시한을 2015년으로 못을 박아 두었던 것인데 말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했다. 뭐 했냐고 물으면 예산이 없었다고 답을 하겠지.

결국 모든 사업은 2020년 이후로까지 연기가 된다. 킬 체인 완성만 연기된 것이 아니라, 바로 한국군의 정보능력의 확보가 조건부로 걸려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까지 연기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도 준비를 안 하니 그런 큰일이 제때 될 수가 있나...

전작권 환수는 그냥 정치적인 이유로 안 한 게 아니다. 양측이 합의한 조건을 완수하지 못한 탓에 강제로 연기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판단할 때 정파적 관점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 다시 한 번 짚어 두기로 하자.



박근혜 정권은 무엇을 하는가?

남북관계를 경색시켜 버렸다.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을 모두 막아 버렸고, 개성공단을 폐쇄해 버렸다. 그리고 나서는 오늘 연설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위협을 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의 임무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하고 우선되는 임무는 국가의 안전 보장이다.

북한이라는 가장 큰 위협을 바로 옆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국가 안보 확립 방안은 남북관계를 평화 무드로 이끌고 가는 것이다. 오고 가는 현찰 속에 싹트는 우정이라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서로 장사하고 투자하고 사회간접자본, 도로망 만들고 원유 수송하는 파이프 건설하고, 북한에 많다는 자원 개발을 남한 기업들이 앞장서서 해내는 식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북한을 돕자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통일은 대박이라는 얘기까지 있었잖은가.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향의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퍼주기라고 비웃을 일이 아니라는 점, 누구나 안다. 장사란 그런 것이다. 개성공단이 규모가 작아서 겨우 1년에 천억여 원 수입이 생기니까 개성공단 폐쇄에도 북한이 끄덕 없는 거지, 그게 만약 수십조원의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이었다면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우습게 생각했을까?

f0068167_511a63990009a.jpg 

최초 개성공단 사업을 처음 기획할 당시 남북이 합의한 대로 개성공단을 지속적으로 확 했다면 지금쯤은 말 그대로 매년 수십 조의 이익을 북한이 보고 있었을 것이며, 남한은 개성공단이 경제 활력소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왔다면 북한이 로켓인지 미사일인지 모를 그것을 그렇게 무리하게 발사했을까?

좋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 북한이 워낙 앞뒤 모르는 망나니 집단이라서 돈 무서운 줄 모르고 날 뛸 것이라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 맞다고 치자. 그러면 뭘 했어야 하는 건가?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 무드를 조성하지 못할 바에는 확실하게 북한의 비대칭 전력, 노동 시리즈 미사일이나 무수단 같은 것에 대한 대비를 해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해야 평화가 유지되고 대한민국의 안전이 보장된다.

벌써 몇년 전부터 대한민국 국군은 정보능력의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외치고 있었고, 한국형 킬 체인을 확보하겠다고 공언을 한 상태였다. 이거라도 확실해 해 놨어야 하는 거 아닐까?

우선 순위는 명확하다. 사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솔직히 사드는 MD 중에서도 지극히 일부, 종말 고고도에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이고, 그 요격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 대신 땅만 어지간히 잡아 먹고 돈만 무지하게 잡아먹는 하마같은 녀석이다. 하다못해 구닥다리 패트리어트 몇 개 가지고 있는 걸 PAC-3로 업그레이드한다거나, SM-3 발사 가능한 이지스함을 몇 대 사온다거나 하는 게 더 급하다.

아니, 그 보다도 훨씬 더 급한 것은, 북한을 감시하고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발사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체계를 완성시켜야 한다. 이미 발사되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보다는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발사대 자체를 타격해 버리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이라크, 아프간에서 미군이 실전적으로 확인한 사항인 것이다.

이거 다 알고 있었잖은가? 국방부에서 먼저 나서서 킬 체인을 완성하겠다, 정보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걸 진두지휘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그 동안 뭘 하고 있었는가?

71A69AEE-78A9-4E72-BDEE-1CFC35530141_THUMB_3.jpg 

집권 초기부터 나왔던 뻔히 보이는 사실은 모두 무시하고, 이제 와서 2조 원이 넘는 사드만 도입하면 뭔가 해결되는 것처럼 엄포를 놓는 것이 정상적인 대통령의 할 일이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선거다

설마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한 국가의 행정부를 담당하는 수반이 그런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고 믿기 힘들다. 하지만 끊임없이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박근혜 정권은 국가 안보에 별 관심이 없을 거라는 생각 말이다. 뭐 진짜 치욕적이지만 굳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거 역시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남한의 자력에 의한 안전 보장이 무너져 국가 체제가 붕괴하는 상황이 오는 것은 미국이 원하질 않는다. 결국 남한의 안전보장 능력이 진짜 휴짓조각보다 약한 상황이 되더라도 미국이 나서서 망하지는 않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구한말 이후로 우리 사회의 지배층은 항상 그래왔다는 아픈 기억도 떠오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 관심있는 것은 그렇게 미국이 열심히 지켜준 나라에서 자신과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인가 보다. 이거 진짜 너무 슬픈 예측 아닌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스스로의 판단과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 안전 보장을 해 줘야 할 의무를 방기하고 자신의 퇴임 이후의 권력 유지를 위해, 모든 국가 안보에 관련된 상황을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활용하는 것, 즉 다가오는 총선 분위기 연출의 소품으로 써먹어 버리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절대 믿고 싶지 않은 결론이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꾸만 그런 결론으로 가 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확대할수록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개성공단 프로젝트, 이미 다 계획이 되어 있고 서로가 확대하기를 바라는 이 사업을 무참하게 중단시켜버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실험이 지속되는데, 그 위협을 제대로 막아낼 한국군의 정보능력 강화에 전혀 무관심하고, 아무런 예산 지원도 안 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국방부대로 의무복무에 시달리는 일개 병사들의 돈이나 빨아먹을 생각을 하고, 복지 예산의 90% 이상을 장교들에게만 사용하는 썩어 빠진 상태로 전락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제지를 안하는 이유를 설명할 방도가 없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그닥 필요하지도 않은, (물론 따지고 따지다 보면 킬 체인 이후의 미사일 방어 계획의 극히 일부에 필요할 가능성도 아주 조금 있긴 하지만 뭐가 먼저인지는 앞에 이미 설명 드렸다.) 엄청 비싼 사드부터 사오겠다고 설레발 치는 이유를 설명할 방도 역시 전혀 없다. 그리고 그건 또 어디다가 설치할 건가. 미국도 사막이나 해안가에다가만 설치하는 그 녀석을 말이다.

임기 내내 기자회견을 거의 하지도 않다가 총선을 앞두고 이미 잡힌 일정까지 바꿔가며 국회까지 쫓아와서 개성공단 폐쇄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고 모두를 상대로 협박성 연설을 늘어놓는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정말로 없지 않은가?

시작에 불과.JPG 

어차피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개헌에 필요한 200석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그나마 좀더 온건한 걱정이라면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180석 이상을 먹게 되는 거 아니냐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국가 안보 관련 사항을 선거용 소품으로 써먹는 걸로 보이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새누리당 선거운동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 도대체 몇 석을 원하는 것이냐는 말이다.

그냥 할 줄 아는 게 선거 밖에 없는 선거의 여왕이라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가? 글쎄, 국정원과 군 정보기관의 불법적인 도움을 받은 것도 능력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사드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선거였던 것이다.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국정원에 이어 통일부까지 왜 이러나… 성급한 주장으로 국제망신 자초

국정원에 이어 통일부까지 왜 이러나… 성급한 주장으로 국제망신 자초
nk투데이 문경환 기자 
기사입력: 2016/02/17 [02:27]  최종편집: ⓒ 자주시보

근거 없는 보도, 왜곡·편파·허위 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두고 흔히 '카더라 통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첨예한 지금 '카더라 정보기구', '카더라 장관'이 등장해 국제사회에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국정원 보고 내용 두고 러시아와 외교 마찰
'카더라'는 국가정보원이 먼저 시작했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이병기 국정원장이 북한 로켓의 주요 기술과 부품을 러시아에서 도입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에 대한 상당한 자료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자 8일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생산 기술을 제공했다는 한국 정부의 지적은 전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완전한 헛소리"고 반박했다.

한국 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자 미하일 울리야노프 러시아 외무부 비확산·군비통제국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부품을 제공했다는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는 무책임하고 아주 비전문가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근거가 있다면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만일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기존 발표를 취소하고 용서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조언한다"고 경고했다.
국정원 보고가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상황이 된 것이다.

상태가 불거지자 11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결국 국정원이 근거도 없이 '러시아 책임론'을 꺼냈다가 국가 망신을 당한 꼴이 되었다.
애초에 국정원 주장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로켓 '광명성호'를 2012년 발사한 '은하3호'와 거의 같은 로켓으로 분석했는데 당시 국방부는 '은하3호' 잔해 분석 결과 북한의 주요 부품을 자체 생산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국정원 주장은 국방부 주장과 정반대였던 셈이다.

개성공단 핵개발 전용론 두고 우왕좌왕
국정원에 이어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구설수에 올랐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에 전용됐다며 개성공단 중단 조치의 근거를 제시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자신의 발언을 180도 바꿔 물의를 빚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한 지난 10일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이 핵 무기 개발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이틀 뒤에는 "정부는 여러 가지 관련 자료도 가지고 있다"고 더욱 확신성 있게 말했다.

14일에는 KBS 방송에 출연해 "(개성공단 임금의) 돈 중 약 70%가 (노동당) 서기실 등으로 전해져서 (핵무기, 미사일 개발 등에) 쓰여 지고 있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확인했고 증거자료에 대해서는 "정보 자료라서 공개하기 어렵다"며 자료를 확보했음도 분명히 했다.
같은 날 통일부도 '개성공단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해 "(개성공단 임금은) 북한 근로자가 아닌 북한 당국에 전달되고" 있으며 "이중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있다고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홍 장관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저는 처음부터 확증이 있다고 말한 게 아니다"고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또 "증거자료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며 증거자료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애초에 증거자료도 없고 확증도 없으면서 장관이 직접 단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에 대해 각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편 홍 장관이 자신의 말을 번복했음에도 조선일보는 15일 개성공단 임금이 노동당에 흘러들어간 사실을 입증하는 공문서가 존재한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2006년에 이미 논란이 됐던 것으로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사실 확인 없이 인용한 것으로 결론이 난 내용이다.

또 16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통해 "우리가 (개성공단을 통해)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이 통일부장관 발언을 하루만에 뒤집은 것으로 정부 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개성공단 임금 대부분은 근로자에게 지급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에 사용된다는 주장은 애초에 신빙성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기업지원부장을 역임했던 김진향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임금 중 약 30%가 사회문화시책금으로 공제되며 나머지 70%는 대부분 '상품공급권' 형태로 개인에게 지급된다고 밝혔다.

이는 개성공단 임금 지급액의 70% 남짓이 "순수하게 북쪽 근로자 몫으로 돌아간다"고 2006년 11월 7일 공식 발표한 고경빈 당시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의 발언과도 일치한다.
물론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내내 정부가 이 발표를 수정한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사회문화시책금 외에 사회보장금으로 15%를 더 공제하므로 북한 근로자는 55%를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사회보장금은 임금과 별도로 입주기업이 북한에 지급하는 돈이기 때문에 잘못된 계산법이다.

사회문화시책금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주택 등을 위한 국가 재정으로 들어가는 돈으로 개성공단 근로자뿐 아니라 북한의 모든 근로자 임금에서 30% 가량 공제되는, 우리로 치면 4대보험이나 세금과 비슷한 돈으로 볼 수 있다.
홍 장관의 말처럼 개성공단 임금의 70%를 정부 혹은 노동당이 가져간다면 사실상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개성공단 근로자 모습. ⓒ김진향
개성공단 근로자 모습. ⓒ김진향

이처럼 홍 장관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핵심 관계자는 30% 공제되는 사회문화시책비로 노동자 임금을 주고 나머지 70%를 핵·미사일 개발비로 쓴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한겨레 2월 15일 보도)

그러나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임금 중 북측 근로자들에게 물품교환권과 북한 원화 등이 제공되는데 이를 제외하고 사회보험료 명목 등으로 북한 당국이 가져가는 돈의 용처를 알 수 없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뉴스1 2월 14일 보도)

한 마디로 정부도 개성공단 임금이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북한 정부에 유입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1년에 개성공단을 통해 제공되는 자금은 1억 달러가량 되는데 이는 연간 북-중 교역규모인 6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애초에 개성공단 중단이 북한에게 치명적인 압박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하자 곧이어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로 응수한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남북관계가 심각한 위기로 접어드는 지금 정부가 침착하지 못한 모습으로 자칫 국제 망신을 자초할 수 있어 우려된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전직 대통령 사진, 마음대로 쓰면 다쳐!?


[전진한의 알권리] 대통령기록관, 외관보다 독립성 확보가 중요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지난달 세종시에 새로 입주한 대통령기록관이 2월 16일부터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이해하고 역대 대통령의 체취를 느껴볼 수 있는 대통령기록전시관을 일반 시민에게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제로 한 2333.59제곱미터(706평) 규모의 전시관에는 문서, 사진, 영상, 선물 등을 전시하고 있고 상징관(1층), 자료관(2층), 체험관(3층), 역사관(4층) 등 4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통령 기록은 그동안 일반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분야였고, 가까이서 열람할 기회가 없었다. 뒤늦게나마 세종시에 대통령 기록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다행이다. 향후 이 시설이 세종시에서 좋은 문화 시설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 대통령기록관의 운영 실태와 법적 지위를 살펴보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동안 시민들은 대통령기록관에 대해서 긍정적인 뉴스보다는 부정적인 뉴스를 더 많이 접해 왔다. 이는 대통령기록관의 구조적 문제와 운영 문제가 맞닿아 있어 생긴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기록관이 향후 개선해야 할 몇 가지 지점을 지적해볼까 한다. 

우선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기록 열람의 한 방법인 정보 공개 청구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지난해 김영삼 대통령 서거 이후, 11월 24일 필자와 함께 일하는 동료가 대통령기록관에 '14대 김영삼 취임식 영상과 음성 기록 파일'에 대해서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 파일을 입수해, 취임식에서 말한 내용 중 재임 기간에 얼마나 이행되었는지 분석할 목적이었다. 

그런데 대통령기록관은 예상치 못하게 놀라운 답변을 보내왔다. 대통령기록관은 12월 1일 보내온 정보 공개 답변서에서 "공적 인물의 초상에 관하여 인격 및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이 있기 때문에, 상업적 목적(언론사 제공, 기고 등 목적)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 제공할 수 없음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비공개 사유를 적었다.

필자는 지난 15년간 수많은 정보공개청구와 심의를 해보았지만, 저런 답변서는 처음 보았다. 우선 정보공개법에는 비공개를 적시하려면 9조 1항 몇 호에 해당하는지 사유를 적어야 하지만 그런 조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답변의 내용은 더 놀랍다. 전직 대통령의 초상에 퍼블리시티권(영화배우, 탤런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품 등 선전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또 퍼블리시티권이 있어서 상업적 목적(언론사 제공, 기고 등 목적)으로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기록관
매일 언론에는 전직 대통령과 언론인들의 얼굴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러면 그 많은 보도는 건건이 허락을 받고 보도하고 있다는 말인가. 언론사 보도가 '상업적 목적'이라는 인식도 언론에 관한 편향된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면 대통령기록관은 개관 소식을 상업적 목적이 있는 언론사에 제공했다는 말이 된다. 향후 이런 논리라면 기자들은 정보 공개 청구를 해도 공개 받을 수 없고, 공개 받더라도 언론에 보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비공개 사유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더니 한 언론인은 "공공 기록물은 사회적 자산이고, 개인의 퍼스낼리티라는 것도 대통령이나 지낸 공인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럼 매일 저녁 나오는 TV 뉴스는 일일이 정치인 관료, 연예인 등에게 허락을 받고 찍어 쓰나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향후 대통령기록관은 정보 공개 청구인을 위해 직원 정보 공개 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세종시 이외에 사는 시민들에게 정보 공개 청구는 중요한 대통령 기록 열람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기록관은 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 현 대통령기록관은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 소속 기관으로 되어 있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구조다. 이런 구조적 모순으로 대통령기록관은 독립성 시비에 휘말렸으며, 향후에도 이관된 대통령 기록이 안정적으로 관리될지 의문이다. 특히 5년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대통령기록관장직은 임기를 다 채운 적이 없어, 평균 1년 정도 재임 후 자리를 떠났다. 대통령기록관장은 전임 대통령들이 지정한 비밀 기록물 열람을 승인할 권한이 있어 정치적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연유로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기록 관리 사태가 터지면, 객관적인 처신을 하지 못한 채 한 쪽 의견을 들어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대통령은 항상 교체되는데, 대통령 기록을 관리하는 기관이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향후 대통령기록관은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릴 것이다. 이제라도 대통령기록관은 명실상부한 대통령기록 관리 및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는 멋있는 건물과 시설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외적 신뢰를 회복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독자가 프레시안을 지키는 힘입니다

<통일시론> 북핵, 박 대통령의 거듭된 오판과 그릇된 해법

<통일시론> 북핵, 박 대통령의 거듭된 오판과 그릇된 해법
데스크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
승인 2016.02.16  23:35:44
페이스북트위터
길게는 북한의 핵실험과 짧게는 최근 개성공단 폐쇄로부터 촉발된 남북관계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특별연설을 통해 밝힌 주요 키워드는 ‘북한 변화’와 ‘대북정책 전환’이다. 한마디로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대북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 핵심은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북한 변화론’과 ‘북한 붕괴론’. 어디선가 많이 듣던 레퍼토리다. 시기를 달리해 수없이 나왔지만 특히 미국 부시 행정부 때 ‘악의 축’을 필두로 극성을 떨치지 않았는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를 위해 국민적 단합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에 이르기까지 매 상황에서 지속되게 나타난 박 대통령의 몇 가지 오판을 먼저 살펴보자.
새해 벽두인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 박 대통령은 곧바로 대북 확성기 재개 카드를 사용했다. 첫 번째 오판이다. ‘핵실험 대 확성기’. 뭔가 어울리지 않은 구도다. 평시에는 북한에 타격을 줬을지 모르지만 이 때는 달랐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협소화시켰다. 국제 공조를 취해야 할 때 독자제재를 한다는 것은 마음이 급하거나 개인적 화풀이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대북 제재 카드 하나를 무의미하게 소진한 것이다. 한번 잘못된 판단은 계속 잘못된 판단을 낳는가? 나아가 북한의 핵실험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박 대통령은 2월 7일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자 당일 미국과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 개시를 선언했다. 두 번째 오판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는커녕 사드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드 배치 선언으로 한반도에는 단번에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들어섰다. ‘북한 대 국제사회’라는 ‘1 대 다자 구조’가 사라짐과 동시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적 제재 전선이 흐트러진 것이다.
잘못된 판단은 계속된다. 2월 10일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세 번째 오판이다. 다음날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 선포’로 대응할 것조차 예상하지 못한 듯 허둥댔다. 가장 큰 궁금증은 북한의 핵실험 및 위성 발사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그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자금 전용 문제’는 앞서 홍용표 통일장관이 수차례에 걸쳐 말을 바꾸다가 결국 증거자료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시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격이 됐다. 한 정부 안에서도 대통령과 주무장관의 말이 서로 안 맞는 것이다. 그만큼 급하고 소통조차 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국제적 차원이 아닌 남북문제로 더 한층 협소화시켰으며 나아가 남남갈등으로까지 왜곡시킨 결정적인 오판이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이날 이 모든 난제를 풀기 위해 국회 특별연설을 자청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거듭된 오판은 그릇된 해법을 낳는가? 박 대통령은 북핵 포기를 위해 북한을 변화시키겠다고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말미를 “저와 정부는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도록 만들”겠다고 장식했다. 이를 위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계속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독자제재는 다 소진했고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중국이 자국의 ‘한반도 핵문제 처리 원칙’과 사드 문제로 여전히 소극적인데도 말이다. 어쨌든 초강력, 아니 초초강력 제재를 통한 북한의 변화! 미국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수십 년에 걸쳐 수십 차례 시도해봤을 법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하겠다고? 그래서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잘못된 해법 앞에 무작정 국민적 단합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북한의 변화는 그 스스로가 하는 것이고 정 외부에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제재나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가능한 것임을 대북사업을 해온 숱한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불행하게도 우리는 최악의 대통령을 만났다


16.02.17 08:09l최종 업데이트 16.02.17 08:09l





기사 관련 사진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주먹을 불끈 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서 활짝 웃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미지가 중첩되었다. 두 사람이 닮았다고 말하면 서로 기분이 나쁘겠지만, 요즘 말로 '금수저'여서 서민의 삶을 모른다는 점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체제 붕괴'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이 굶주리는데 핵무기 등 군사력에만 집중한다면 자멸"(2013. 3. 8), "핵무기를 내려놓는 것이 북한의 유일한 생존의 길"(천안함 3주기 추모사) 등 북한 정권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체제 붕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오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의 불안과 위기감에 대해 정부의 대처 방안을 설명드리고 국회의 협력과 동참을 당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유엔안보리 제재와는 별개라고 했던 개성공단을 왜 갑자기 전면 중단했는지, 사드(THAAD)와 관련 그동안 유지해온 '미국측 제안도, 양국간 논의도, 결정된 것도 없다'는 3무원칙을 깨고 갑자기 미국과 배치 협의를 시작한 배경이 뭔지에 대한 설명은 연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동어반복과 어물쩍 넘어가기

첫 번째 문제점은 동어반복과 어물쩍 넘어가기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을 통해 작년에만 1,320억 원이 들어가는 등 지금까지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달러로 지급되었고,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진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배경 설명은 설 연휴 끝인 10일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성명'을 발표한 홍용표 통일부장관의 설명과 동어반복이다. 홍 장관은 14일 아침 'KBS일요진단'에 출연해 "임금 등 70%가 당 서기실 등으로 상납되는 것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지만 정보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유엔안보리결의안 위배 논란이 제기되자 15일 오후 국회에 나와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공개할 수 없는 정보자료'는 통상 국가정보원의 '대외비 정보'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16일자에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개성공단 임금 70% 노동당 상납 내용) 이게 다 국정원 쪽 얘기인데 어려울 땐 (국정원이) 숨는다. 더 위쪽(청와대)도 나서지 않는다"고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필자가 15일 국정원의 3년치 국정감사 답변자료(대외비)를 다 훑어보았지만, 홍 장관이 언급한 관련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관련기사: 개성공단 돈 서기실 상납? 국정원 근거자료는 없어). 증거가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이 15일 국회 외통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개성공단 임금은 북한 당국이 30%를 사회보장비와 문화시책비로 빼고 나머지 70%를 물표로 주며 노동자들은 호주 국적의 교포 송ㅇㅇ씨가 운용하는 PX에 가서 물표를 주고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홍 장관에게 "우리 기업이 지급한 달러의 절반 정도를 송 사장이 PX물품을 수입해오는 대금으로 쓰고 있는데 이것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추측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냐"고 따졌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이런 지적과 의혹을 무시한 채 동어반복으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앞뒤 안맞는 말과 북측에 책임 떠넘기기

기사 관련 사진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박 대통령 연설에서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점이다. 특히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을 하면서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했던 것은 우리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무사귀환이었다"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가동 중단 당시, 우리 국민 7명이 한 달 가량 사실상 볼모로 잡혀 있었고, 이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피 말리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면서 "이와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우리 국민들을 최단기간 내에 안전하게 귀환시키기 위해 이번 결정 과정에서 사전에 알릴 수 없었고, 긴급조치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개성공단 체류인원 및 입주기업 생산활동을 최소 수준으로 조정했고, 장거리로켓 발사를 계기로 체류인원을 650명에서 500명 수준으로 추가 축소했다. 당연히 개성공단은 유사시 체류인원의 신변안전을 위한 비상연락체계가 갖춰져 있다. 정부가 우리 기업인과 근로자의 무사귀환을 최우선으로 했다면 사전에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철수시켜야 했다.

그런데 전면 중단 발표 당시 개성공단에는 184명의 국민이 체류하고 있었다. 정부는 비상연락망을 가동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했을 때도 7명이 억류되어 애를 먹었는데, 184명이 체류한 상황에서 우리측이 사전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해 놓고선 무사귀환을 최우선으로 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를 두고 '자국민 일부와 생존권을 박탈한 탈법적 권력행사에 따른 범죄행위'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박 대통령은 또 정부의 책임을 북측에 전가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자와 설비 반출 계획을 마련하고 북한에 협력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예상대로 강압적으로 30여분의 시간만 주면서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자산을 동결했다"면서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 전면 중단은 2013년 공단을 재가동하면서 남북 간에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규정한 '8.14 합의'를 파기한 것이다. 이 '정경분리' 조항은 당시 북쪽의 노동자 철수 조처로 개성공단 가동이 134일간 중단된 뒤 남쪽의 정상화 요구에 따라 도출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입주기업들이 공장 시설과 많은 원부자재와 재고를 남겨두고 나오게 된 것을 저 역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남북경협기금의 보험을 활용하여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액의 90%까지 신속하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24개 입주기업 중에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110개이며 최고 보상기업도 70억 원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3년 북측의 중단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이 멈췄을 당시에도 124개 입주기업들이 통일부에 신청한 피해액은 1조566억 원이었으나, 정부는 이중 7,667억 원만을 인정함으로써 기업과 협력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불법행위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이어 북한이 설비, 원부자재 등의 반출을 불허함에 따라 124개 입주업체뿐 아니라 5,000여 개 협력업체와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12만 4,000여 명까지 도산과 실직의 위협에 직면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통일에 이바지한다는 자긍심으로 개성공단 중소기업에 다니는 멀쩡한 청년들을 하루아침에 실업의 위협에 떨게 만들어 놓고선 국회에선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서비스산업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말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발표 하루 만인 11일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히고, 설비, 원부자재 등의 반출을 불허해 1조 원이 넘는 설비자산이 억류되었다. 남북경협기금이건 피해 보상이건 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특히 2004년 생산활동을 시작한 이래 한반도 정세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북측이 남북 간 군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도 폐쇄함으로써 남북 간 군사 긴장상태가 극적으로 고조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 전개는 2013년 북측이 중단한 경험이 있기에 정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은 이런 비상시국에 대비해 대통령한테 긴급한 조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 제76조에서 규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과 긴급명령이 그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상황이 긴급하다 하더라도 헌법에 정해진 형식과 절차를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헌법 제76조의 긴급재정경제명령과 긴급명령은 발동 뒤에 지체 없이 국회의 승인을 얻는 등의 절차를 지켜야 한다.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이번 국회 연설은 의원들에게 국회의원 선서를 들먹이며 헌법 준수를 윽박지르는 자리가 아니라 그런 절차를 요청하는 자리가 됐어야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는 법치주의를 준수하려는 그런 인식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헌법을 위반하고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헌법 제23조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려면 국회가 입법한 근거 법률이 있어야 하고, 이 법률에는 헌법 제23조에 따라 정당한 보상이 규정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처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우리 국민의 재산권을 수용한 것이므로 헌법 제23조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의 얼굴이 중첩되어 보인 것은 이 때문이다. 독재자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며 법 위에 군림하는 것, 이것이 독재다.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 독재자다. 나라를 하루아침에 전쟁의 동굴 속으로 몰아넣고도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른 채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어쩌면 최악의 '역대급 대통령'을 만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