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 수요일

국힘 수도권 참패.. ‘정권심판’ 가능케 한 요인은

 

뒤집을 수 없는 대세 ‘정권심판론’

한동훈 원톱 체제 무리수

더 큰 악재, 본인 등판

4년 전 총선에 이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22대 총선.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을 차지했다. 수도권과 충청·호남에서 의석을 싹쓸이한 결과다. 반대로, 국민의힘 수도권 참패는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122석 가운데 민주당은 102석을 차지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19곳에서만 당선됐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25개에 해당하는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강남3구뿐 아니라 동대문, 영등포, 광진 등 여당 약세 지역에서도 승리한 것이다. 지방선거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48개 모든 지역구에서 이겼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민심은 국민의힘에 등을 돌렸다.

뒤집을 수 없는 대세 ‘정권심판론’

일찌감치 ‘정권심판’ 분위기로 달아오른 총선. ‘정부심판론’에 맞서 국민의힘은 ‘이조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도대로 심판의 대상을 바꿔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용산발 악재는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부었다.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인 ‘황상무 회칼 발언’, 전 국방장관인 ‘이종섭 대사 도피 출국 논란’. 실제 ‘이종섭·황상무 논란’ 이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다.

YTN 의뢰해 지난 3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38%가 ‘영향 있었다’고 답했다(잘 모르겠다 52%, 무응답 10%). 중도층의 47%는 ‘이번 논란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적지 않은 기록이다. 여론조사개요*

현 정부에 대한 분노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조 심판’은커녕 이종섭·황상무 논란은 더 큰 역풍을 가져왔다. 정권심판, 그리고 ‘검찰개혁’을 1호 강령으로 하는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국민의힘은 읽지 못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한강벨트를 수복해 서울에서 과반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한강벨트에, 반도체벨트(수원·용인)까지 노렸다. 그러나 국민의힘 관계자가 “당에서 내놓은 반도체공약, 서울 편입 공약 등이 정권심판론에 가려질 정도로 민심이 떠나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한동훈 원톱 체제 무리수

‘쇄신’을 내걸고 정치에 등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위원장에게만 기댄 것이 패배 요인 중 하나”라는 말까지 들렸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한 비대위원장은 수도권 격전지를 80여 차례 방문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수도권 여당 험지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외로운 선거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당의 지원도 거의 없었다.”

“지원 유세를 와도 후보에게 필요한 메시지 등에 관한 소통이 하나도 없고 하루 전에 갑자기 온다고 통보하는 식이었다.”

야권이 ‘정권심판’이라는 구심점으로 선거를 치를 때, 이와 다른 국민의힘 분위기를 대변해 주는 말이다. 결국 한 위원장의 수도권 지지 방문은 무위로 끝났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국민의힘에는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열린 보궐선거는 수도권 민심을 읽을 수 있는 풍향계로 불렸다. 선거 참패 후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분위기에도 국민의힘은 일부 당직자 교체로 쇄신을 갈음했고, 친윤 일변도에서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윤 대통령의 검사 후배가 비대위원장까지 맡게 됐고 결국 참패했다.

더 큰 악재, 본인 등판

‘정권심판’ 열풍에 정점을 찍은 건 뭐니 뭐니해도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다. 윤 대통령의 ‘대파 값 875원’ 발언, 의대 정원 문제 등이 상징적이다.

대통령의 ‘불법 선거운동’이라 지적당하면서도 20차례 넘게 개최된 ‘민생토론회’조차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수도권에선 14차례나 개최된 토론회. 그러나 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못할 때, 대통령은 되도록 대중 노출을 삼가야 하는데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로 계속 얼굴을 비추니 이 역시 선거 구도를 정권심판론으로 치르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민생을 챙기겠다며 민생토론회를 하면서, ‘민생’과 ‘물가’를 말하면서 ‘대파 875원’을 이야기한 대통령의 ‘민생 안정’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역시 수도권에서 패한 한 후보는 사전투표 직전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했던 대국민 담화가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선거 기간 중 (지지율이) 가장 피크로 올라가야 할 때 의대 정원 관련 담화를 통해 더 강대강 대치로 갔다. 담화 내용은 싸우자는 거였는데 사전투표 전에 그런 식의 담화를 하는 법이 어디 있나”라고 혀를 찼다. “담화 이후 거리에 나가면 (반응이) 정말 냉랭했다”고 덧붙였다.

2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무당층·2030 남성도 정권심판론에 가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2년 만에 득표율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22년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선, 20대 남성(58.7%)과 30대 남성(52.8%)이 윤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 그러나 이번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선,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은 비례대표 투표에서 여당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각각 31.5%와 29.3%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35→16→19.

2016년 20대 총선부터 올해 22대 총선까지 세 차례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얻은 수도권 의석수 변화다. 올해 총선에선 지난 21대 총선보다 3석 늘었지만 총선 참패를 면할 순 없었다.

보수진영의 수도권 완패 흐름이 향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열린 국민의힘 당선인 총회, 당선인들의 입에선 총선 참패의 모든 과정을 복기하는 백서를 만들자는 제안이 터져 나왔다.

* YTN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3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이종섭 황상무’ 논란이 영향을 미쳤는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피조사자 선정 방법은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휴대전화 가상번호 내 무작위 추출이다. 응답률은 1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등 돌린 조선일보 “尹, 어디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잘 모르는 분위기”

 

[아침신문 솎아보기] 총선 입장에 “尹, 태도 변화 없을 것 같다”

한국일보 “대통령은 외딴 섬” 중앙일보 “앞으로 3년 정말 걱정”

대통령실 공식라인도 몰랐던 박영선·양정철 가능성 “비선 누구인가”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4.18 07:39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과 17일 통화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정권 심판론으로 인한 총선 참패에도 정책 추진 방향은 옳았다는 취지의 대통령 입장이 나오면서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만저만 착각이 아니다”(조선일보), “총선으로 웬 혼들갑이냐고 의아해 하나”(중앙일보) 등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익명 관계자를 통해 차기 국무총리·비서실장으로 박영선·양정철이 거론된 것을 놓고는 ‘비선’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관련 기사 : ‘국정방향 옳다’는 尹, 동아일보 “사실상 국민에 대한 불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모자랐다”고 말했다. 12분 가까이 윤 대통령은 물가 관리, 부동산 정상화 등을 성과로 강조했는데, “국민들게 죄송하다”,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고 윤 대통령이 참모진(비공개) 회의에서 말했다는 내용이 뒤늦게 보도돼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아 대통령실이 수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일보 “뭐가 잘못인지 국민과 인식 달라, 앞으로 3년 정말 걱정”

대통령 불통에 보수신문도 등을 돌린 모습이다. 입을 모아 대통령의 ‘남탓’을 지적했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18일 <108석 참패보다 받아들이는 자세가 문제다> 칼럼에서 “윤 대통령과 친윤은 여태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밀고 나가도 별문제 없다고 여기는 분위기”라며 “이만저만 착각이 아니다”라고 했다.

▲ 18일자 조선일보 논설주간 칼럼.

김창균 논설주간은 “대통령 취임 때 물려받은 여소야대와 대통령 총선 패배로 자초한 여소야대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지난 2년 동안 대통령 친위대들이 당의 군기를 잡고, 다른 의원들은 총선 공천권 눈치를 보며 딴소리를 못 냈다. (중략) 어렵사리 살아 돌아온 의원들은 총선 기간 용산발 악재에 가슴 졸였던 원망을 곱씹고 있다. 앞으로 여당 의원들의 우선순위는 대통령 심기가 아니라 차기 정권 재창출”이라고 했다.

채상병·김건희 특검 등 앞으로 있을 정부의 악재를 거론한 김 논설주간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결 절차로 이어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 예측하며 “선거에서 져 골병이 든 정권에도 마찬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어디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분위기다.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고 했다.

<‘잘못이 잘못이 아닌’ 대통령의 남은 3년> 칼럼에서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한 젊은 의사가 대통령 입장을 본 후 자신의 SNS에 ‘병식(병에 걸렸지만 인지를 못 하거나 아예 부정하는 상태)이 전혀 없네’라고 했다며 “대통령이 이번에도 또, 진솔한 사과를 기대한 국민을 배반해 화만 더 돋웠으니 하는 말”이라고 했다.

▲ 18일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칼럼.

안혜리 논설위원은 △‘디올백’ KBS 대담 △이종섭 해외 도피 논란 △2000명 의대 증원 고집 등을 나열하며 “잘못은 알지만 고집을 꺾기 싫어하는 성정의 발현이거나, 적당히 버티면 해결될 거라는 오판에서 내린 결정일 거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뭐가 잘못인지에 대한 인식이 국민과 사뭇 다른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최측근에 “그깟 구청장 선거 하나 진 걸 갖고 웬 호들갑이냐”고 타박했다고 들었다며 안 위원은 “총선 참패와 관련해 겉으로는 참모를 내세워 비공개 대리 사과를 했지만, 이번에도 속으로는 ‘웬 호들갑이냐’며 의아해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결코 비약이 아니다. 요직을 검사와 지인으로 돌려막는 인사 스타일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그런 의심을 할 만한 사례가 차고 넘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의 3년 정말 걱정된다”고 칼럼을 마무리했다.

공식라인 몰랐던 박영선·양정철 가능성… ‘비선’ 의혹 커진다

차기 국무총리·비서실장으로 각각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거론된 것도 논란이다. 김회경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용산’이란 이름의 갈라파고스> 칼럼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외면한 채 야권 비주류 인사 등용만으로 쇄신이나 협치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 18일자 한국일보 논설위원 칼럼.

오히려 개헌 추진 가능성을 말했다. 김 논설위원은 “그보다는 임기 1년 단축을 전제로 한 대통령 4년 중임제나 책임총리제를 명확히 담은 개헌을 추진하는 게 어떨까”라며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개헌에 선을 긋고 청와대 해체를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을 주장했다. 2년 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어떠한가. 청와대처럼 민심과 동떨어진 ‘용산’이란 또 하나의 외딴섬이 생겼을 뿐”이라고 했다.

박영선·양정철 발탁 가능성을 대통령실 공식 라인은 부인해 일각에선 ‘비선’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18일 4면 <“유력 검토 맞다”… 일부 비선 라인 인사 개입 정황도>에서 “대통령실의 인사 난맥상 특히 비선 라인의 인사 개입 정황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며 “당장 대통령실 공식 부인에도 내부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총리 박영선, 비서실장 양정철 검토” 소동… 진원은 어디인가> 사설에서 “비공식 라인은 언론에 흘리고 대변인실은 공식 부인에 나서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상황”이라며 “대체 이런 인선 구상의 진원은 어디인가”라고 했다. 이어 “간보기 식으로 언론에 흘리고 주워담는 식으론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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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자 조선일보 사설.

공식 라인이 박영선·양정철 가능성을 몰랐을 것이란 결론이다. 조선일보는 사설 <‘박영선 총리설’ 중대 인사, 대통령실 공식 조직은 몰랐다니>에서 “대통령실 상황을 보면 박영선·양정철 두 사람의 인사 검토를 비서실장과 정무·홍보수석, 대변인 등이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 혼선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비서실장이 모르는 인사가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총선 참패와 관련해 ‘죄송’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대통령실 참모가 ‘비공개 회의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죄송하다’는 당연한 한마디조차 넣지 않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작성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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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 자위대의 군사 능력 통합”…미국의 의도는?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4/17 [18:56]

1. 미군·자위대 운영 통합 명시한 미일공동성명 분석

▲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된 미일정상회담의 한 장면. 왼쪽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오른쪽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일본총리관저


지난 4월 10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미일정상회담이 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미일공동성명 「미래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에서 “자위대의 지휘·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할 계획을 포함한 방위력의 근원적 강화를 위해 일본이 강구해온 조치를 환영”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주일미군과 자위대 간 ▲작전과 군사 능력을 물 샐 틈 없이 통합 ▲평시·유사시 운영과 계획을 강화해 지휘·통제 체계 향상 등을 강조했다. 여기서 미군과 자위대를 통합해 운영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군과의 연계를 통해 자위대가 군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보증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위대는 미군과 합동훈련,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 무력이 필요한 곳에서 실탄을 사용하는 임무 수행 등 제한적으로 군사 활동을 해왔다. 그럼에도 전쟁 포기·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에 가로막혀 대놓고 전쟁을 벌일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미일공동성명에서 자위대가 군대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사령부를 설치하고, 자위대의 지휘·통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판이 달라졌다.

미국은 미일공동성명에서 미군과 자위대의 작전 통합을 명시했을 뿐만 아니라, 적 기지 선제타격을 명시한 일본의 반격 능력도 인정했다. 관련해 미국은 일본이 반격 능력을 효과적으로 개발 및 운용할 수 있도록 양국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즉, 미국은 미군과 자위대의 통합 운영·일본의 반격 능력 인정이라는 두 축으로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미일정상회담은 패전 이후 일본의 가장 큰 변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아사히신문은 4월 12일 사설에서 “미일정상회담은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심화를 전면에 내걸었다”라며 “일본과 미국을 세계 규모에서 협동하는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라고 평가했다. 자위대가 미군과의 연계를 통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전쟁을 할 수 있는 실질적 군대가 됐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헌법을 제정하도록 한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 그랬던 미국이 일본을 소련과 중국에 대항하는 방파제로 삼겠다며 판단을 바꿨다. 미국의 묵인 아래 1954년 ‘준군사조직’인 자위대가 창설됐고, 자위대는 북·중·러를 견제하며 미국과 훈련하는 등 무력 활동을 해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이번 미일공동성명은 미국이 자위대가 ‘정상적인 군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해 특히 주목해 봐야 할 것은 미일공동성명의 ‘방위·안전보장 협력 강화’ 항목이다. 미군과 자위대의 통합 운영을 명시하며, 자위대가 무력 행사를 할 수 있는 근간인 미일안보조약 5조를 넓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양국은 “핵을 포함한 온갖 능력을 사용”하는 “(미일안전보장) 조약 5조 하에서의 일본의 방위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헌신을 다시 표명”하면서 “일본의 방위력과 역할을 근원적으로 강화해 조약 아래 미국과의 긴밀한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1951년 일본이 미국에 주일미군 체류 기지를 제공하는 대신 미국이 일본을 지켜준다는 내용의 미일안보조약이 체결된 바 있다. 이후 1960년 1월 19일 개정·체결된 미일안보조약 5조에는 ▲미국은 일본이 외부의 무력 공격을 받을 시 일본을 방위하는 의무를 질 것 ▲일본의 시정권(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을 행사하는 권한) 아래에 있는 영토 내에서 미군이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 일본은 이를 방위할 의무를 질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일안보조약 5조는 미국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동맹인 일본이 대응할 수 있다는 ‘집단적 자위권’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넓게 해석해 자위대가 무력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에 평화헌법을 강제한 미국이 평화헌법의 근간을 흔든 것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미국은 이번 미일공동성명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모든 영역 및 차원에서 협동”하겠다고 밝히며 5조의 범위를 전 세계로 해석했다. 특히 “더욱 효과적인 미일동맹의 지휘·통제는 아주 긴요한 지역의 안전보장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억지력을 강화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촉진해 간다”라고 했다. 여기에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가 포함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자위대의 군사적 역할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미국은 오키나와와 일본 서남쪽의 섬들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이 영토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가 5조의 범위에 적용된다고 했다. 미일정상회담 다음날인 11일 워싱턴에서 사상 최초로 열린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담에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할 것이 강조됐다.

이뿐만 아니라 양국은 각자 외교·국방 담당 부처에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미일 2+2’)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미군과 자위대의 협력·연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 또 미일공동정보분석조직(BIAC)을 두고 정보 수집, 경계 감시 및 정찰 활동에서 정보 공유를 심화하기로 했다.

미일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비난하고 전제 조건 없는 외교로 복귀하도록 요구 및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협력 재확인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흔들림 없는 지원 합의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 밖에 ▲미국·영국·호주가 함께하는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에서 일본이 양자기술·자율무기 등 첨단 군사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2’ 분야에 협력할 것을 검토 ▲한·미·일 간 매년 복수 영역에서의 공동훈련 실시 ▲2025년부터 실시될 미국·영국·일본 삼국 간 공동훈련 정례화 ▲억지력 강화를 위한 미사일, 제트기 등 최신 무기의 공동개발과 생산 협력 ▲사이버 위협 공동 대응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모두 미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날개를 달아준 조치라고 볼 수 있다.

2. 미군·자위대 통합…한반도 위기 높아질 것

미국의 패권이 저물면서 영향력이 추락하는 가운데, 그동안 미 정치권에서는 일본에 군사적 역할을 맡기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미일공동성명에서 강조된 미군과 자위대 간 “물 샐 틈 없는 통합”은 미국의 보증 아래 자위대의 역할 강화를 인정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일본의 시각에서 미군과의 연계를 통해 자위대가 군 역할을 인정받게 됐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자위대가 미국이 하라는 대로만 움직이는 ‘졸병’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4월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위대와 미군은 각각 독립된 계통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라며 “(올해 안에 출범시킬)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가 미군의 지휘·통제 아래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도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신설에 관해 “어디까지나 미일이 각각 완결된 지휘계통 간 조정 기능을 논의할 뿐 미일 간 연합사령부를 설치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일본의 시각은 미국에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맡아달라는 윤석열 정권 등 한국 친미세력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 미군의 통제에만 따르지 않겠다며 자위대의 자율권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인정한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조만간 자위대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금까지 한·미·일은 주로 제주도 남방과 동해 공해상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한국 내부에서 합동훈련을 하며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과 협력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앞으로 한미연합사령부와 자위대가 공조를 강화하면 북·중·러를 적대하는 한·미·일의 군사 활동이 상시화될 수 있다.

이번 미일정상회담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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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윤석열이 가짜 민주주의 확산” 목소리에 ‘차틀막’까지?

  • [아침햇살289] 북미 직접 대결, 미국이 패배한 날 ①

  • [기고] 미국은 왜, 어떻게 이스라엘 시오니스트 학살자들을 지원하는가?

  • 러 외무부차관 “미국, 주한미군 주둔 명분 다지려 한반도 긴장 고조시켜”

  • [개벽예감 573] 고전하는 ‘불침함대’, 기만극에 출연한 ‘전략폭격기’

  • 북, “자위대 침략 우두머리들이 한반도 재침 천명”

  • [기고] 중미 대결의 역사와 대만 그리고 중국의 완전한 통일

  • 북, “미국은 실패와 망상으로 역사의 황혼길 걷고 있어” 충고

  • 홍해에서 선박들을 공격하는 후티, 그들은 누구인가

  • [정조준7] 워싱턴과 용산의 잠 못 드는 밤

  • [민족위 정론] 미국은 전쟁을 감당할 수 있을까?

  • 평화이음 “한미 핵협의그룹, 한반도 전쟁 위기 한층 더 심화시켜”

  • [전문] 김여정 부부장, “미국의 강도적 요구 따른 유엔 안보리 강력 규탄”

  • 이번에도 북·중·러에 밀렸다…안보리서 무기력한 미국

  • [민족위 정론] 곧 뿌려질 운명의 윤석열

  • 굴욕·구걸 만남의 후폭풍과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

  • 일본 자위대 독도 인근 훈련과 북 미사일 일본 통과를 본 국민 반응은?

  • 윤석열·중앙일보의 일본 바라기 ‘현대판 내선일체’

  • 비참하게 죽은 아베와 일본 극우의 앞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