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5일 일요일

[팩트체크] 세월호 추모공원에 대한 가짜뉴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과 반대 주민들은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있다
임병도 | 2018-04-16 08:17:31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세월호 참사 4주기입니다. 참사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유가족과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세월호 추모공원’ 건립도 지지부진합니다.
오늘 ‘4.16참사 정부 합동영결식’이 끝나면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 합동분향소는 철거됩니다. 이후에 ‘세월호 추모공원’ (416생명안전공원)이 추진될 예정이지만, 반대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유가족과 대다수 국민들은 “희생된 학생들이 자라고 뛰어놀던 곳에 추모시설을 품어야 한다”며 화랑유원지 내 추모공원 조성을 찬성합니다. 그러나 일부 안산 주민들은 ‘세월호 납골당’이라 비하하며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과 반대 주민들은 화랑 유원지 내 조성될 ‘세월호 추모공원’ (416생명안전공원)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있습니다. 세월호 추모 공원에 대한 가짜 뉴스를 검증해봤습니다.
‘세월호 추모 공원에 대한 팩트체크’
1. 화랑 유원지 전체를 추모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거짓)
추모공간은 62만m² (18만 7천 평) 화랑유원지의 약 25분 1 (3.8%)에 해당하는 일부 구간에 조성된다. 이중 봉안시설은 10분 1 (전체의 0.1%) 규모에 불과하다.
2. 정부합동분향소가 있는 곳에 추모 공간이 조성된다. (거짓)
4월 16일 합동영결식 후에는 현재 분향소가 위치한 제2주차장의 모든 시설은 주차장으로 원상 복구된다.
3. 봉분이나 납골당이 지상에 건립된다.(거짓)
지상으로 봉분이나 납골당이 들어서는 일은 없다. 추모 공간이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적인 공모 절차를 걸쳐 친환경 디자인으로 설계할 예정이며, 안산 시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세계 각지의 방문객을 맞는 수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4. 세월호 선체가 안산으로 옮겨진다. (거짓)
제대로된 정보가 아니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에서 용역을 하고 있지만, 안산으로는 오지 않을 전망이 지배적이다.
5. 추모관을 세월호 유가족 모임이나 시민단체에서 운영할 계획이다.(거짓)
아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안산시민 중심으로 구성된 ‘50인 위원회’(찬성 20명, 반대 20명, 전문가 10명으로 구성)에서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이 사안은 세월호 특별법에 명시됐으므로 그에 따라 운영된다.
6. 세월호 추모 공간 사업비 때문에 안산시 재정이 파탄 난다 (거짓)
재원은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3조 2항 및 제36조의 규정에 따라 국가가 부담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416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의 아픔을 추모하는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라고 말했습니다.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추모공원이 만들어진다면 아이들이 바람으로 찾아와 그리운 엄마,아빠의 손을 잡아 줄 것 같습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546 

[김훈, 안산에 가다] 분향소 떠나는 아이들, 이 비극은 영결되는가

등록 :2018-04-16 07:12수정 :2018-04-16 11:15

1년 만에 다시 만난 안산의 가족들
상처 아물었다가 또 도지기도…

교문 옆 떡볶이집 아이들
생명은 저렇게 아름답구나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앞 모습. 단원고 학생들은 2014년 4월 15일 당시 이 길을 걸어 등교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앞 모습. 단원고 학생들은 2014년 4월 15일 당시 이 길을 걸어 등교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6일로 세월호 참사는 4주기를 맞는다. 이날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4년 만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린다. 14일 오후에 안산의 가족들에게 식순이 통고되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 대표로 조사를,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이 대표추도사를 낭독한다. 불교,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의 성직자들이 종교의례를 집전하고 합창, 추도 편지글 낭독으로 이어진다. 관계자들은 4월 말쯤에 분향소 문을 닫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14일부터 유족들 일부는 분향소에 안치된 추억의 물품과 편지 들을 집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이 참혹한 비극은 탈상(脫喪)되고 영결되는 것인가. 영결식은 ‘진상규명’을 절규하는 펼침막 아래서 거행된다. 분향소 안에서 어린 눈동자 수백 개가 지금도 사진틀 밖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학생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운동장을 걷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학생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운동장을 걷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6일의 영결식에 가족들은 아이들이 살았을 때의 반(班)별로 앉고, 반별로 헌화한다. 1반에서 10반까지다. 반 8개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정부 행사뿐 아니라 여러 모임, 거리집회, 분향소 당직까지도 가족들은 반별로 연락하고 교대한다. 아이들의 학급이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 들에게서 재현되어왔다.
참사 이후, 교육청은 단원고등학교 교장과 교사 전원을 교체했고, 교실의 책상, 걸상, 칠판, 화장실, 출입문을 모두 바꾸었고, 학교 오른쪽 야산을 깎아서 5층짜리 체육관을 새로 지었다. 교사들은 이제 그날의 참사를 입에 담지 않는다.
교문 옆 편의점은 그때 그대로 있다. 쉬는 시간마다 남녀 학생들이 몰려나와 아이스크림, 떡볶이, 우유, 초콜릿을 사먹는다. 여학생들의 빨간 입술도 그때와 같다. 친한 아이들끼리는 립스틱 색깔도 같은데, 아마도 한 아이의 것을 함께 바르는 듯싶다. 여학생들은 짙은 색을 좋아한다. 립스틱은 거의가 쇼킹핑크나 크림슨레드다. 재잘거리며 떡볶이를 먹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날의 참사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생명은 저렇게 아름답구나, 사람의 아들딸들은 저렇게 어여쁘구나, 라는 문장이 떠올라서 급히 메모했다.
일 년 만에, 다시 안산의 가족들을 두루 만나보았다. 상처는 아물기도 했고 아물었다가 다시 도지기도 했고 아주 돌이킬 수 없기도 했지만, 외부인들을 경계하던 가족들의 마음은 훨씬 풀어져 있었다. 동행한 <한겨레> 사진부 김성광 기자는 사진부 수습 시절부터 이 분향소에 취재 왔었는데, 가족들이 김 기자를 알아보고 “당신 이제 잘 찍는구먼, 수줍음도 없고. 수습 끝난 모양이지?”라고 말해서 다들 웃었다.
유족들 중 절반 이상이 ‘진상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는 자식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선거와 투표의 의미,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가르쳐주던 역사 선생님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때 살아남은 학생들은 호랑이띠(21살) 아니면 소띠(22살)인데,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첫 투표를 하게 된다.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희생자들에게도 투표 통지서가 오고, 징병검사 통지서도 올 것이다. 천문학자, 파충류 연구가, 마술사, 요리사, 국어선생님, 간호사, 아기 돌봄이, 네일 아티스트, 소지섭의 아내가 되고 싶다던 꿈들과 이제 영결해야 한다.
그 4년 동안 가족들은 모여서 합창단을 만들고 연극단을 만들고 원예, 바느질, 목공일을 배우며 슬픔을 삭여왔다.
노래방 좋아하던 동영군의 어머니
4·16가족합창단서 알토 맡으며
남을 받쳐주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고 김동영군의 어머니 이선자씨가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가족대기실에서 김훈 작가과 인터뷰하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 김동영군의 어머니 이선자씨가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가족대기실에서 김훈 작가과 인터뷰하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4·16가족합창단은 유족이 12명이고 생존자 가족이 2명이다. 이들 중 부부가 3쌍이다. 어느 날 밥 먹는 자리에서 우연히 노래를 불렀는데, 재미있고 화음이 맞아서 합창단을 만들었다. 뜸북 뜸북 뜸북새(오빠생각)부터 연습해서 레퍼토리를 넓혀갔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음역을 모두 갖추었다. 여러 재난 현장, 농성장을 찾아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최근에는 서울 지하철 강남역 7번 출구 앞에 있는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들(반올림)의 농성 천막에도 다녀왔다. 이날은 삼성증권 빌딩 앞 거리에서 노래했다. 고 김동영(2학년 6반)군의 어머니 이선자씨는 합창단에서 알토 음역이다.
합창을 시작하고 나서 알토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알토는 소프라노나 테너처럼 화려하지 않고, 존재감이 약하다. 하지만 알토는 여러 음역들을 이어주고 그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해준다. 알토는 남을 받쳐준다. 나는 알토를 사랑한다”고 이선자씨는 말했다. (아 그렇구나! 소설가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나는 알토의 아름다움을 처음 알았다.) 이선자씨는 안산시 와동에서 김밥집을 운영했다. 이선자씨 일가족은 외식하는 날에는 늘 식사를 마치고 네 가족이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아빠는 트로트, 아이들은 발라드를 불렀는데, 김동영군은 기타를 치면서 김광석의 노래 ‘먼지가 되어’를 즐겨 불렀다.
세월호 희생자의 한 가족이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가족대기실에서 직접 쓴 책 <그리운 너에게>를 읽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세월호 희생자의 한 가족이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가족대기실에서 직접 쓴 책 <그리운 너에게>를 읽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 이영만군의 어머니 이미경씨가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가족대기실에서 김훈 작가과 인터뷰하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 이영만군의 어머니 이미경씨가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가족대기실에서 김훈 작가과 인터뷰하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 이영만군의 어머니 이미경씨는 연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극단은 생존자 가족 1명, 유가족 7명인데 모두 여성들이다. 남성 역도 여성이 맡는다. 연극단을 결성하고 나서 민예총 안산지부에서 일하던 연출가의 지도를 받았고, 안산의 극단 ‘걸판’의 도움을 받았다. 첫번째 공연 제목은 <그와 그녀의 옷장>인데, 비정규직 중년 가장의 삶을 그린 1막 3장이다. 단원구 노인복지관에서 공연했다. 이미경씨는 이 연극에서 중년 남성 가장의 역할을 했다.
비정규직 가장 역을 하니까,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의 슬픔과 고통을 알게 되었다. 또 인간의 언어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너, 아빠를 알아?’ 이런 무심한 듯한 한마디 대사에도 큰 슬픔이나 사랑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 무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때, 행복하고 편안했다. 인간의 시선에 선의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고 이미경씨는 말했다.
관람 요금은 후불제다. 연극을 보고 나서 돌아갈 때 감동한 만큼의 액수를 모금함에 넣고 간다.(감동 후불제) 이 연극단은 지금까지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42회 공연했다.
“힘으론 안돼…기록으로 싸우겠다”
유튜브로 알리는 지성양의 아버지
직접 ‘아비의 노래’ 만들어 노래
고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씨가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416 TV> 사무실에서 가수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연주하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씨가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416 TV> 사무실에서 가수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연주하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 문지성(2학년 1반)양의 시신은 유실되었다가 동거차도 어부 이옥령씨의 미역 다발에 걸려 올라왔다. 지성양의 시신은 얼굴이 없었다. 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는 그날부터 카메라를 들고 이 참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기록해서 보관하고 편집해서 유튜브로 송출해왔다.
주부단체가 바자회를 열고 그 수입금 400만 원으로 문종택씨에게 카메라 장비를 사주었다. 문종택씨는 서울에서 신문광고 업무에 종사했기 때문에 정보와 기록이 무기라는 것을 잘 알았다.
고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씨가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416 TV> 사무실에서 직접 작곡?작사한 ‘아비의 노래’ 악보를 보여주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씨가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416 TV> 사무실에서 직접 작곡?작사한 ‘아비의 노래’ 악보를 보여주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초기에 기록과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구렁텅이에 빠진다. 적폐의 나라에는 감추고 지우고 뭉개려는 자들이 우글거린다. 고함으로 싸울 수도 힘으로 싸울 수도 없다. 기록으로 싸우겠다”고 문씨는 말했다.
문씨의 컴퓨터는 최근에 바이러스 공격을 받아서, 참사 초기 1년간 찍은 자료 14테라가 증발했다. 2.5톤 트럭 서너 대 분량으로, 기록의 핵심부이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복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누구의 소행인지 밝힐 수도 없었다. 문씨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고 말했다. 문씨는 가끔씩 4·16 가족들을 위해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유튜브로 송출되는 영상에도 자신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쓴다. 문씨는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일어나’를 즐겨 부른다. 또 자신이 작사 작곡한 창작곡 ‘아비의 노래’를 이번 4주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문씨의 아내, 지성이 어머니 안명미씨도 합창단에서 노래한다. 노동과 노래, 사람들과의 어울림으로 슬픔을 추스르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슬픔에 눌려서 일할 수 없게 된 사람들도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조문객 맞았던
민지양 아버지는 생업도 포기
“촛불시민들 왔을 때 가장 기뻐”
고 김민지양의 아버지 김내근씨가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인근에서 꽃화분을 만들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 김민지양의 아버지 김내근씨가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인근에서 꽃화분을 만들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 김민지(2학년 1반)양의 아버지 김내근씨는 참사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분향소를 지켰다. 많은 유족들이 진도, 동거차도, 청와대 앞, 국회, 한국방송(KBS)으로 몰려갔을 때 김내근씨는 분향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김씨는 안산에서 종업원 7명을 데리고 의류제조업을 경영해왔다. 영세했지만 자영업자였다. 김씨는 민지가 젖먹이일 때 부인과 헤어졌고 혼자서 민지를 열일곱 살이 되도록 길렀다.
그렇게 길렀는데 민지가 없으니까 삶이 허망해서 생업을 버티어낼 힘이 없어졌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사업을 접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16일에 영결식을 하고 분향소도 없앤다니까, 이렇게 보내질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김내근씨는 말했다. 그리고 또 한마디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되고 나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분향소에 몰려와서 끌어안고 위로해줄 때가 지난 4년 동안 가장 기쁘고 행복했다.”
“또래들 볼 때마다 아프고 저려…”
예슬이 이니셜 딴 가게 접은 어머니
새출발 다짐했지만 눈가에 눈물
고 박예슬양의 어머니 노현희씨가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가족대기실에서 김훈 작가와 인터뷰 중에 눈물을 닦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고 박예슬양의 어머니 노현희씨가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가족대기실에서 김훈 작가와 인터뷰 중에 눈물을 닦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고 박예슬(2학년 3반)양의 어머니 노현희씨는 안산에서 네일아트 가게를 20여 년간 운영해왔다. 가게 이름은 NY네일아트였다. N은 노현희, Y는 예슬이의 이니셜이다. 노현희씨의 월수입은 700만~800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참사 이후에도 마음을 추슬러서 계속 일을 해왔는데, 지난 1월에 가게를 닫았다.
예슬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찾아와서 손톱을 내밀고 꽃, 새, 나비, 배, 레이스 무늬, 펄, 반짝이를 그려달라고 하면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또 일 때문에 억지로 웃는 얼굴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슬퍼하는 사람을 향해 악담하고 저주하고 조롱하는 인간들도 있었다. 아, 이러다가 정말로 미치는 수가 있겠구나, 심장이 터질 수가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하면서 노현희씨는 울었다.
예슬이를 잃고 나서, 길에서 눈에 띄는 남의 집 아이들이 모두 예쁘고 아프고 저렸다. 나는 예슬이를 가난하게 키우고 싶지 않아서 돈을 벌었는데, 이제 예슬이가 없으니까, 차라리 돈 벌지 말고 예슬이랑 많이 놀아주었더라면 후회가 덜할 텐데 싶다. 그래도 살아야지,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울어서 미안해요.”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4.16 단원고 기억교실에 놓인 추모노트에 고 박예슬양을 그리는 글이 적혀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4.16 단원고 기억교실에 놓인 추모노트에 고 박예슬양을 그리는 글이 적혀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예슬이는 엄마의 하이힐을 좋아했다. 예슬이는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엄마의 구두를 신고 멋진 포즈로 방 안을 걸어 다녔다. 예슬이는 아름다운 여자가 되고 싶어 했다고 노현희씨는 말했다. 기억의 교실 안 예슬이의 책상 위에 예슬이 친구 혜정이가 편지를 써놓았다.
예슬아, 너의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나는 슬프다/ 김혜정”
노현희씨는 13일 분향소에 놓여 있는 예슬이의 물건을 집으로 가져갔다.
구조 직후 “진상규명 해줄거지”
아빠에게 제일 먼저 묻던 애진양

응급구조로 진로 바꾸고 새출발
세월호 참사 때 구조된 학생인 장애진양이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동남보건대에서 응급구조학과 교육용 구급차 앞에 서서 미소짓고 있다. 수원/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세월호 참사 때 구조된 학생인 장애진양이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동남보건대에서 응급구조학과 교육용 구급차 앞에 서서 미소짓고 있다. 수원/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장애진양은 그날 구명조끼를 입고 물로 뛰어내려서 구조되었다. 어선에 실려서 서거차도로 옮겨졌고, 거기서 응급구조사의 도움을 받았다. 애진이는 어렸을 때부터 아기를 좋아해서 유아교육과로 진학하려 했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에 진로를 바꾸어서 응급구조학과를 택했다. 서거차도에서 구조된 후 아빠를 처음 만났을 때 애진이는 대뜸 “아빠, 진상규명 해줄 거지”라고 말했다고 애진이 아빠 장동원씨는 말했다. 애진이는 최근에 안산소방서에서 실습했다. 애진이는 긴급출동 나갔다가 대원들과 함께 심폐소생으로 쓰러진 사람을 살려냈다. 애진이는 졸업 후에 소방공무원에 지망할 계획이다. 애진이 아빠 장동원씨는 4·16가족협의회에서 사무처 팀장을 맡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 구조된 장애진양의 아버지 장동원씨가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에 마련된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자료실’에서 보관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세월호 참사 때 구조된 장애진양의 아버지 장동원씨가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에 마련된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자료실’에서 보관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참사 초기에는 매일같이 골목골목에서 장례식이 열리고, 노제를 지내려는 장의차량이 학교 운동장으로 몰려들었다. 지금은 그 후배들이 아침마다 이 골목을 지나 학교에 간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5일 앞둔 11일 밤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가족대기실에서 가족들이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함께 웃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세월호 참사 4주기를 5일 앞둔 11일 밤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희생자정부합동분향소 앞 가족대기실에서 가족들이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함께 웃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집을 팔고 재산을 정리해서 안산을 떠나버린 가족들도 있다. 간다는 말도 없이, 송별의 밥 한끼도 먹지 않고 그 가족들은 안산을 떠났다. 안산을 떠난 사람들의 마음의 빛깔은 취재할 수 없었다.

 화보보기339
[화보] 나의 노란리본 인증샷 공모전

상황이 복잡해도, 그 날은 온다

[개벽예감 295] 상황이 복잡해도, 그 날은 온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4/16 [11:0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격화시점
2.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조미정상회담과 조중정상회담 
3.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한 5가지 요구조건
4. 미국이 지급해야 할 비핵화 보상금은 얼마나 될까? 


1.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격화시점

매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최근 격화되기 시작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내외정세분석가들은 그 두 나라의 대립이 장기간 점차적으로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는데, 격화시점이 이처럼 급속히 다가오게 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격화를 주목하는 까닭은, 그것이 조미관계와 조중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조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둔 조미관계를 심층적으로 인식하려면, 그리고 조중정상회담 이후 발전속도를 높이고 있는 조중관계를 심층적으로 인식하려면, 미국과 중국의 대립격화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격화가 일어난 사연은 다음과 같다.  

2018년 3월 23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은 중국산 1,300여 개 수입품목에 50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투자를 제한시키는 문서에 서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문서에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대통령 비망록(Presidential Memorandum Targeting China's Economic Aggression)’이라는 제목이 적혀있었다는 점이다. 경제침략이라는 용어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격화가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미중무역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도발하자, 중국도 2018년 4월 4일 미국산 128개 수입품목에 약 3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조치를 발표하였다. 중국은 보복관세를 미국산 농축산물에 집중시켰는데, 이것은 보복관세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미국 중서부 농축산중심지를 ‘공격’하려는 전의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무역전쟁을 도발한 날, 백악관으로부터 지구 반대편으로 13,600여 km 떨어진 남중국해 북부해역에서 중국을 심히 자극하는 또 다른 도발이 자행되었다.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USS Carl Vinson)을 주축으로 편성된 미국 해군 제1항모타격단이 일본 해상자위대 함대를 인솔하고 남중국해 북부해역에서 중국군과의 교전을 가상한 미일합동군사훈련을 감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의 해군무력이 대치하는 해역인데, 미국이 그런 해역에 일본 해상자위대까지 끌어들여 미일합동군사훈련을 감행한 것은 중국을 극도로 자극한 무력시위였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2018년 3월 23일부터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과 무력시위를 동시병행하기 시작하였는데, 중국에게 가장 큰 자극과 압박을 가한 것은 미국의 대중무역전쟁이나 대중무력시위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2018년 3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John R. Bolton)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하였다. 

볼턴은 대화와 협상을 멀리하고, 대결과 강압을 우선시하는 악명 높은 강경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 물망에 오른 인물들 가운데서 볼턴을 간택한 것은, 대중강경정책을 공격적으로 수행할 싸움꾼을 선봉에 내세운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07년 8월 13일 중국 대만 타이페이를 방문한 존 볼턴이 황치팡 당시 대만외교부장과 회담하는 장면이다. 볼턴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면서, 미국이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대만과 복교하고, 대만을 유엔에 재가입시켜야 한다고 떠들어댈 뿐아니라, 심지어 중국과 무력충돌을 벌이는 위험도 감수할 중국혐오증환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23일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중국혐오증환자인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하였고, 그보다 앞서 2018년 3월 16일에는 미국과 대만 사이의 정부당국접촉을 촉진하기 위한 대만여행법안에 서명하였다. 이것은 미국의 대중강경정책이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하던 날, 중국은 경악하였다. 왜냐하면, 볼턴은 악명 높은 강경파라는 일반적인 평가를 뛰어넘어, 미국의 기존 중국정책을 뒤집어버리고, 중국과의 무력충돌마저 불사할 매우 위험한 중국혐오증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볼턴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해온 미국 역대 행정부들의 기존 중국정책을 완전히 부정하였다. 그는 미국이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대만과 복교하고, 대만을 유엔에 재가입시켜야 한다고 떠들어대는 분리독립론자이다. 그는 2017년 1월 16일 <월스트릿저널>에 발표한 글에서 미국과 대만은 “긴밀한 군사관계”를 맺어야 하며, 일본 오끼나와에 주둔하는 주일미국군 일부를 대만으로 재배치할 수도 있다는 망언을 늘어놓았다.  

(2)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 두 사람의 발언을 인용한 <싸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2018년 4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볼턴은 미국의 국익추구라는 명분을 내걸고 중국과 무력충돌을 벌이는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한 것은 계산된 행동이었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하기 1주일 전인 2018년 3월 16일, 그가 미국과 대만 사이의 정부당국접촉을 촉진하기 위한 대만여행법안에 서명하였기 때문이다. 그 법에 따르면, 모든 미국 정부당국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만을 방문할 수 있고, 대만의 고위관리도 미국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대만여행법이 발효된 직후인 2018년 3월 20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가 대만을 방문하여 차이잉원(蔡英文) 대만총통을 만났고, 3월 22일에는 미국 상무부 부차관보가 대만을 방문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1주일 간격을 두고 대만여행법을 발효시키고, 대만분리독립론자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것은 대만을 중국에서 떼어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배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대만을 중국에서 떼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욕은 무력시위를 동반하였다. 이를테면, 2018년 4월 6일부터 9일까지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로저벌트함(USS Theodore Roosevelt)을 주축으로 편성된 미국 해군 제9항모타격단은 싱가포르 해군함대를 인솔하고 남중국해에서 대중무력시위를 또 다시 감행하였다. 2018년 3월 중순에는 제1항모타격단이 남중국해 북부해역에 들어가 중국을 자극, 압박하더니, 곧이어 4월 초에는 제9항모타격단이 남중국해 남부해역에 들어가 중국을 또 다시 자극, 압박한 것이다. 대중무력시위를 마친 제9항모강습단은 4월 10일 남중국해를 통과하여 필리핀 마닐라로 북상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중국에서 떼어내려는 야욕을 드러내자, 중국은 참을 수 없었다. 미국의 대중무역전쟁과 대중무력시위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자는 결전의지가 중국의 주요언론매체들마다 들끓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전투복을 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4월 12일 남중국해에서 진행된 대규모 관함식에서 해군무력과 공군무력을 사열하는 장면이다. 중국은 미국 해군의 대중무력시위에 맞불을 놓기 위해 중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관함식을 진행하였다. 관함식을 마친 중국 해군 항모함대는 대만해협으로 북상하여, 오는 4월 18일 대만해협에서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예정되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대만해협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독무대였는데, 그 동안 해군무력을 급속히 강화한 중국이 이제는 그 해역에 항모함대를 출동시켜 대만의 분리독립책동을 저지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 강경한 분위기 속에서 중국은 4월 5일부터 10일까지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해상군사훈련을 진행하여 미국의 대중무력시위에 맞불을 놓았고, 4월 12일에는 남중국해에서 항공모함 1척과 전투함 48척으로 편성된 방대한 해군무력과 전략폭격기, 조기경보기, 전투기, 공중급유기 등 각종 작전기 76대로 편성된 방대한 공군무력을 동원한 관함식을 진행하였다. 그 관함식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는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투복을 입고 지휘함에 올라 해군함대를 사열하였다. 남중국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관함식을 마친 중국 항모함대는 대만해협으로 북상하여, 오는 4월 18일 대만해협에서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예정되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대립격화로 정세가 험악해진 가운데, 영국 언론매체 <이코노미스트> 2018년 4월 5일부는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늘 6월 중에 대만방문을 강행할 것이라는 예측기사를 실었다. 만일 그 예측기사대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만에 나타나 대만분리독립을 노골적으로 선동하는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격화는 폭발점에 이르게 될 것이다.  


2.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조미정상회담과 조중정상회담  

한반도 정세발전을 추동하는 요인은 조미관계변화이며, 그 변화의 중심부에 조미정상회담이 있다. 이것은 누구나 아는 명백한 사실이지만, 조미관계변화만으로는 전부 설명하지 못할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날로 험악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격화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제정세를 대국중심주의로 인식하는 백악관은 미중관계를 중심에 놓고 정세변화를 설명하지만, 대국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조미관계를 중심에 놓고 정세변화를 인식하려면, 조중미 삼각관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붙들어야 한다. 

조중미 삼각관계에서 정세변화를 인식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조선적대정책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대중강경정책에 매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조선적대정책과 대중강경정책을 동시병행하지 못하며, 둘 중에 어느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은 다음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조건 없이 덥석 수락한 까닭은,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조미핵대결에서 패한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에 계속 매달려봤자 국가안보파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8일 백악관에서 접견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전달받자마자 조미정상회담을 남북정상회담보다 앞서 개최하고 싶은 다급한 심정을 피력했던 것이다. 조미핵대결에서 미국의 패배,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황급히 수락한 요인이다.

그런데 조중미 삼각관계에서 바라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황급히 수락한 또 다른 요인이 보인다. 그 제2요인은 미중관계의 대립격화에서 발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무역전쟁, 대중무력시위, 대만분리독립책동을 포괄하는 대중강경정책을 밀고 나가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한 것은 그가 대조선적대정책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곤궁한 지경에 몰려있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하고, 대조선적대정책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오늘의 아메리카핵제국이 어제의 아메리카핵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미국은 조선과 중국 두 핵강국을 상대로 대결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늙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조선적대정책과 대중강경정책을 동시에 밀고 나가면, 조선과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협공을 받게 되는데, 늙은 핵제국에게는 그 두 핵강국의 협공에 맞설 힘이 없는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2018년 4월 13일 새벽 미국군은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측면지원을 받으며 시리아공습작전을 감행하였다. 지난 해에 이어 또 다시 불법무도한 무력침공을 자행한 것이다. 위의 사진은 미국군, 영국군, 프랑스군이 발사한 함대지순항미사일과 공대지순항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시리아정부군이 발사한 지대공미사일들이 시리아의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솟구쳐오르는 장면이다. 침략군은 135발의 순항미사일을 시리아의 타격대상들을 향해 발사하였는데, 시리아정부군은 71발을 요격해 떨어뜨렸다. 30년 전 소련에서 생산된 지대공미사일로 구성된 낡은 방공망이 최첨단이라고 자랑하는 침략군의 순항미사일을 제대로 요격한 것이다. 이번 시리아공습작전의 실패는 늙은 아메리카핵제국이 허약증에 걸려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늙은 핵제국의 힘이 약해졌다는 사실은 2018년 4월 13일 새벽에 자행된 시리아공습에서도 드러났다. 이 글의 주제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핵제국의 허약한 몰골을 드러낸 불장난소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의 측면지원을 받으며, 시리아의 타격대상 세 곳을 향해 135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공대지순항미사일이 36발이었고, 함대지순항미사일이 99발이었다. 타격대상 한 개를 파괴하기 위해 순항미사일을 45발씩 쏜 것이다. 미사일이 남아돌아서 그렇게 마구 쏴버린 게 아니라, 시리아정부군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타격대상을 정확히 타격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값비싼 미사일을 그처럼 마구 쏘아댄 것이다.

미국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시리아정부군은 135발 중에서 71발을 지대공미사일로 요격해 떨어뜨렸다. 시리아정부군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간 64발 가운데 타격대상에 정확히 명중된 것이 몇 발인지 발표되지 않아서 명중률을 알 수 없지만, 64발 가운데 타격대상에 명중된 것은 25발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근거는 2017년 4월 7일 미국이 시리아정부군 공군기지들을 향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였을 때, 명중률이 39%에 머물렀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 동안 시리아정부군은 러시아의 군사지원을 받으며 방공망을 대폭 보강하였고, 이번에 보강된 방공망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런데 시리아정부군의 방공망은 30년 전 소련에서 생산된 S-125 페초라(Pechora) 지대공미사일, 북(Buk) 지대공미사일, S-200 지대공미사일로 구성된 것이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제작회사인 레이시온(Raytheon)은 너무 과대평가된 명성에 비해 명중률이 창피할 정도로 낮은 그 순항미사일의 성능을 대폭 개량했는데도, 30년 전 낡은 기술로 만든 시리아의 방공망을 뚫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졌다. 늙은 핵제국은 허약증에 걸렸다. 

만일 미국이 대중강경정책에 집중하지 않으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밀려나면서 괌과 하와이로 물러나야 한다. 이것은 미국에게 견딜 수 없는 굴욕이다. 미국이 대중무역전쟁, 대중무력시위, 대만분리독립책동에 매달리는 것은 굴욕을 당하지 않으려는 늙은 핵제국의 몸부림이다.
미국이 대중강경정책에 집중할수록 대조선적대정책이 약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조건 없이 즉석에서 수락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조중미 삼각관계에서 바라보면, 중국이 조선에 대한 태도를 왜 바꾸었는지도 알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의 대중강경정책에 맞서 싸우려면 조선과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친선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중국이 조선과의 친선관계를 복원하면, 미국의 대중강경정책에 맞서 싸우는 데 자기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중정상회담 제의를 시진핑 주석이 쾌히 수락한 요인이다. 

조중미 삼각관계에서 바라보면,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된 정세를 이용하여 조미정상회담과 조중정상회담을 각각 성사시키고, 그 회담들에서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범한 외교지략이 보인다.    


3.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한 5가지 요구조건

조중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도꾜신붕> 2018년 4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조중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성실히 대하면, 조미정상회담 전이든 후든 비핵화 이행일정표를 만들 수 있다”고 시진핑 주석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정상회담을 주도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조중정상회담 이전에 일찌감치 갖춰놓았음을 알 수 있다. 

조미정상회담 준비상황에 밝은 몇몇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한겨레> 2018년 4월 13일부 보도기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갖춰놓았는지를 알려준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최근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조미사전접촉에서 조선은 미국에게 5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했는데, 그 요구조건들은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에 핵전략자산을 전개하지 말고, 재래식 무기나 핵무기로 조선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증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조선과 국교를 수립하는 것이다. 여기에 열거한 5가지 요구조건을 다음과 같이 해설하면, 그 요구조건들 속에 담긴 뜻이 좀 더 명료하게 드러난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4월 1일 경상북도 포항 인근 해변에서 상륙기동훈련을 진행하는 한미연합군의 진격장면이다. 미국은 올해 키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군훈련에 항모타격단과 전략폭격기 같은 핵전략자산을 참가시키지 않았다. 항모타격단과 전략폭격기가 적진에 대한 선제타격을 선행한 뒤에 상륙작전을 시작할 수 있는데, 그런 전략자산들이 참가하지 않았으니, 올해 상륙작전은 맥빠진 헛발질로 되고 말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조미사전접촉에서 조선은 미국에게 5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하였는데, 거기에는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에 핵전략자산을 전개하지 말라는 요구조건이 들어있다고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하라는 요구조건에서 주목하는 것은 핵전략자산이라는 개념이다. 왜 핵무기를 철수하라고 하지 않고, 핵전략자산을 철수하라고 했을까? 핵전략자산이라는 포괄적 개념 속에는 핵무기는 물론이고, 전시에 핵무기들이 배치될 핵공격예비기지도 포함되는데, 주한미국군기지가 바로 핵공격예비기지다. 지금 주한미국군기지에 전술핵무기가 전혀 배치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조선이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시에 핵무기가 배치될 주한미국군기지를 폐쇄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주한미국군기지가 폐쇄되면, 주한미국군은 철수해야 하므로, 조미사전접촉에서 조선은 주한미국군 철수를 첫 번째 요구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주한미국군 철수는 한국과 일본에게 감당키 어려운 ‘안보충격’을 안겨줄 가장 민감한 사안이므로, 조선은 미국군을 한국에서 철수하라는 명시적인 표현 대신에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하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2) 한미합동군사훈련에 핵전략자산을 전개하지 말라는 요구조건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영구히 중지하라는 뜻이다. 미국은 항모타격단과 전략폭격기를 동원하는 대조선전쟁연습을 끊임없이 벌여왔는데, 항모타격단과 전략폭격기를 참가시키지 않는 전쟁연습은 예산낭비,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핵전략자산이 전개되지 않는 대조선전쟁연습은 하나마나 한 것이므로, 조선이 핵전략자산을 전개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영구히 중지하라는 뜻이다.   

(3) 미국이 재래식 무기나 핵무기로 조선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증하라는 요구조건은 불가침을 보증하라는 뜻이다. 미국이 조선에 대한 불가침을 보증하려면, 종잇장에 불과한 불가침문서나 넘겨주어서는 안 되고,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고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지해야 한다.   

(4)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라는 요구조건은 주한미국군 철수와 대조선전쟁연습 중지를 국제법적으로 보증하라는 뜻이다. 

(5) 조선과 국교를 수립하라는 요구조건은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완전히 폐기하라는 뜻이다.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에는 전쟁위협은 물론, 정권교체, 인권공세, 경제제재, 외교고립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조미국교수립은 전쟁위협, 정권교체, 인권공세, 경제제재, 외교고립으로 혼합된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미국이 지급해야 할 비핵화 보상금은 얼마나 될까? 

조중정상회담에 밝은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요미우리신붕> 2018년 4월 8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조중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우리 체제를 확실히 보장하고, 핵포기에 따른 전면적인 보상을 받게 된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시진핑 주석에게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말한 ‘체제보장’은, 위에 열거한 조선의 5가지 요구조건을 미국이 실천행동으로 충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체제보장’과 더불어 ‘핵포기에 따른 전면적인 보상’도 언급하였다. 조선의 비핵화에 대한 보상문제가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은 <한겨레> 2018년 4월 13일 보도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비핵화는 결코 공짜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므로, 당연히 전면적인 보상이 따라야 한다.

조선의 비핵화에 대한 전면적인 보상은 조선이 지난 40여 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개발, 생산, 건설한 무기급 핵물질, 핵탄 및 열핵탄, 대륙간탄도미사일, 지하핵시설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뜻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할, 비핵화에 대한 물질적 보상이 얼마나 엄청난 규모인지를 파악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8년 4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밑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가 진행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회의에서 "조미대화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평가하시고, 금후 국제관계방침과 대응방향을 비롯한 전략전술적 문제들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을 주도할 모든 준비를 이미 끝냈음을 의미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조미사전접촉에서 조선은 미국에게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에 핵전략자산을 전개하지 말고, 재래식 무기나 핵무기로 조선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증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조선과 국교를 수립하라는 5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조선의 비핵화에 대한 전면적인 보상문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5가지 요구조건과 비핵화 보상은 조선이 미국에게 정치적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무기급 핵물질의 가격은 1kg당 23,000달러다. 조선이 무기급 핵물질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였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해온 것을 생각하면, 최소 1,000kg 정도의 무기급 핵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미국이 조선의 무기급 핵물질을 폐기시키려면, 조선에게 2,3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2) 핵탄제작비는 더 엄청나다. 첫 번째 생산되는 핵탄 1발의 가격은 1억1,130만 달러이고, 그 이후 대량생산되는 핵탄들의 가격은 1발당 995만 달러다. 조선이 얼마나 많은 핵탄을 보유하였는지 외부에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이 약 25년 동안 핵탄을 생산해온 것을 생각하면, 조선이 보유한 핵탄은 최소 120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미국이 조선의 핵탄을 폐기시키려면, 조선에게 12억9,535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물론 열핵탄제작비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므로, 미국이 조선의 핵탄과 열핵탄을 모두 폐기시키려면, 조선에게 20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3) 대륙간탄도미사일제작비를 살펴보면, 연구개발비가 2억 달러이고, 생산단가는 1발당 4,000만 달러다. 조선은 화성-13, 화성-14, 화성-15, 그리고 명칭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낸 대륙간탄도미사일 3종이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6종의 총보유량은 최소 60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미국이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체계를 폐기시키려면, 조선에게 26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4) 미국에서 핵시설건설비는 1개소당 1,500만 달러다. 그와 달리, 조선은 모든 핵시설들을 지하에 건설하였으니 건설비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가 1개소당 3,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조선에 지하핵시설이 몇 개소 있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지만, 최소 50개소의 지하핵시설이 있다고 가정하면, 미국이 조선의 지하핵시설을 폐쇄하기 위해 조선에게 지급해야 할 보상금은 15억 달러에 이른다. 

(5) 위에 열거한 비핵화 보상금을 전부 합하면, 54억1,835만 달러다. 하지만 이것은 어림잡아 최소 금액으로 추산한 것이므로, 실제 금액은 그보다 더 많을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미국에게 그처럼 엄청난 보상금을 조선에게 지급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해서, 조선의 비핵화를 이제 와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상금을 지급할 수도 없고, 비핵화를 포기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리게 된 미국은 결국 자기가 지급할 수 있는 비핵화 보상금에 맞춰 부분적인 비핵화를 합의하게 될 것이다.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위에 서술한 것처럼 주한미국군 철수, 대조선전쟁연습 영구 중지, 대조선불가침 보증, 평화협정 체결, 조미국교수립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것이고, 그와 더불어 위에 서술한 것처럼 최소 54억1,935만 달러에 이르는 비핵화 보상금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것이다. 누구나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이것은 조선이 미국에게 정치적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만한 핵제국은 조선이 정치적 굴복을 요구할 조미정상회담에 과연 응하려고 할까? 

미국 언론매체들이 몇 차례 보도한 것처럼, 지금 조선과 미국은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에 서술한 조선의 5가지 요구조건과 비핵화 보상문제가 조미사전접촉을 통해 백악관에 전달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 분명하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8년 4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의회지도자들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발언하는 장면이다. 그는 지금 조미정상회담이 한창 준비되고 있는데, 그 회담은 아주 멋질 것이며, 매우 존중하는 마음으로 정상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사전접촉을 통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자기에게 정치적 굴복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상봉과 회담을 고대하고 있으며, 그 회담이 아주 멋진 회담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 회담에 임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에게 정치적 굴복을 요구하는 조선의 5가지 요구조건과 막대한 비핵화 보상금을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조중미 삼각관계에 얽힌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런 충격적인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펄쩍 뛰면서 조미정상회담은 해보나 마나 결렬될 것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매우 불길한 상상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로이터통신> 2018년 4월 12일부 보도기사는 그런 불길한 상상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당일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의회지도자들을 접견하면서 지금 조미정상회담이 한창 준비되고 있는데, 그 회담은 아주 멋질 것(it will be terrific)이며, “우리는 매우 존중하는 마음으로(with a lot of respect)” 정상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기에게 정치적 굴복을 요구할 조미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멋진 회담으로 여기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시리아에서 또 다시 불장난소동을 일으켜 전 세계를 혼란과 위험에 몰아넣은 핵제국의 오만한 황제이지만, 왠지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에서는 공손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 못할 사연이다. 기존관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사연은 앞으로 조미정상회담에서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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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만 있고 민주주의 없는 구조조정, 결코 안 된다

[사설] 시장만 있고 민주주의 없는 구조조정, 결코 안 된다
  • 현장언론 민플러스
  • 승인 2018.04.16 10:26
  • 댓글 0
▲ 지난해 9월1일 오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회사의 인적 구조조정 계획 철회와 울산시의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하며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조선업이 나아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25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오늘 현대중공업노조는 이와 관련해 임시대의원대회를 연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 5일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군산을 비롯해 울산동구 등 6개 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나온 터라 의혹마저 제기된다. STX노동조합이 사실상 500여명 해고에 준하는 가혹한 자구책을 수용하고서야 겨우 법정관리를 면한 직후이다 보니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은 결국 막지 못했고, 한국지엠의 갑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촛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 아래서 일방적 구조조정이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도록 나둬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다양한 사회적 힘을 총동원하여 외국대기업이나 재벌기업이 일방적 구조조정, 대규모 희망퇴직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외자본과 재벌기업들에게 특권만 누릴 것이 아니라 국내경제, 지역경제, 일자리 등에 대한 강한 사회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해야 한다.
최근 진행되는 대규모 구조조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먹튀자본과 재벌적폐세력의 탐욕의 산물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정부지원금 빨아먹기에 이골이 난 지엠자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 지원금을 손도 안대고 코 푸는 식으로 받아먹으려고 시작한 것이 군산공장 폐쇄이고, 한국지엠 철수협박이다. 현대중공업 권오갑 사장이 담화문을 통해 “회사 체질개선 마무리 단계, 더 이상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 지난 2015년 6월1일이다. 그런데 아무 구조조정 사유가 없는 2018년 4월3일 사무기술직 400명에다 생산기술직 2000명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나섰으니 어찌된 일인가? 최근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삼아 정기선 3세 경영체계를 완비해온 현대중공업이 이제 전원 비정규직 생산체계로 다가오는 조선호황기를 맞이하려고 선제적 구조조정을 발표한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사회적 책임감이라고는 눈꼽 만치도 없는 갑질 중의 상(上)갑질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에게는 여론의 질타와 더불어 정부 지원축소 등 징벌적 조치도 취해야 한다.
재벌세력의 구조조정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공간을 이용하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때문에 정부도 경각심을 가지고 무분별한 구조조정을 적폐청산과 경제대개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구조조정 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향후 4년간 조선업에서 적절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조선산업발전전략을 악용한 것이다. 구조조정은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에서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조선업에서 정규직 노동시장을 해체하고 비정규직 노동시장만 남기자는 것이다. 결국 정규직은 거의 소멸하고 비정규직만 남게 되고, 전체 노동자임금의 하향평준화가 진행되면서 전체노동자 임금총량은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흔들고, 소득주도 성장동력을 잠식하게 된다.
아쉽게도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정책,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산업정책, 구조조정과 연계해 입안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한국지엠, 금호타이어, STX조선 등 최근 구조조정 사업장이 모두 산업은행 책임과 연계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산업정책, 구조조정정책, 4차산업 영역에서는 시장논리, 심지어 신자유주의 논리에 흠뻑 젖어있는 관료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소득주도성장론 자체가 후퇴하는 듯한 양상마저 보인다. 정규직을 대량해고하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된다는 식의 일자리 정책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시작에 불과하다. 구조조정이나 4차산업 공간을 이용하여 코너에 몰린 삼성 등 재벌의 총체적 반격이 시작될 것이며, 알게 모르게 여기에 동조하는 관료들이 늘어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발밑에서 자라나는 이런 독버섯을 경계하고 미리부터 그 싹을 잘라내야 한다.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은 구조조정 문제와 대한 투쟁과 교섭을 더욱 강력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해온 재벌대기업들이 구조조정문제만 터지면 노동자들을 죄인 다루듯 하면서 고통을 전가시키고 대량해고를 자행해온 행태는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은 일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러한 일방적 구조조정은 제조업에서 숙련을 약화시키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이러한 노동배제적 일방적 구조조정 행태가 촛불항쟁을 지나온 오늘날에도 그대로 반복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왜 항쟁 속에서 꽃피어난 민주주의가 재벌 앞에서 여전히 멈춰서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결국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이 나서야 한다. 당사자의 직접행동만큼 강한 힘은 없다. 대량해고에 맞서 싸우는 것이 촛불정신이다.
재벌의 구조조정은 고용을 줄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노조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반민주적이다. 구조조정 관련 노사대화라는 것도 어떤 방법으로 죽을 것인지를 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이 배제된 일방적 구조조정을 막고 대량해고에 저항하는 것은 당사자들로서는 피할 수 없는 투쟁이거니와 그 저지를 통하여 전체 노동자의 방어선을 구축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 저지투쟁이 해당 당사자에게만 맡겨지면서 각개격파 당하고 있는 점이다. 금속노조, 민주노총 등 상급조직들은 현장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더욱 과감하게 연대전선, 정치전선으로 묶어세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투쟁은 더욱 필요하다. 또한 조선해양에 대한 투자가 경영자의 선택이었던 것처럼 인적 구조조정 역시 노사가 함께 결정해야 할 경영상의 문제이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굳게 단결하여 투쟁할 때에만 재벌과 정부를 대화와 교섭자리에 끌고 올 수 있다. 그리고 노동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로 자리에 앉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노동자의 피를 먹고 자란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or.kr

세월호 참사에도 생명권·안전권 개헌 없다는 한국당

18.04.16 08:10l최종 업데이트 18.04.16 08:10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15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에 인양된 세월호가 침몰하며 부숴진 모습으로 거치되어 있다.
▲  2017년 11월 15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에 인양된 세월호의 모습.
ⓒ 이희훈

"세월호의 비극 이후 우리는 달라졌습니다. 생명을 우선하는 가치로 여기게 되었고,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촛불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다짐도 세월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5일,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성명이다. 그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을 세월호의 비극에서 찾았다.

세월호는 나라답지 않은 나라의 상징이었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의 민낯에 경악한 시민들은 애써 마음 한켠으로 밀어두었던 세월호를 다시 떠올렸다. 정권을 단죄한 혁명의 광장은 세월호 앞에선 엄마의 마음으로 젖었다. 먹먹한 울음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명령했고, 변화를 시스템화하라고 지시했다. 부름을 받은 대선 주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개헌을 주장해야 했다. 

세월호에 응답해야 하는 개헌
세월호참사 4주기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세월호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월16일의약속 다짐문화제’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세월호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월16일의약속 다짐문화제’.
ⓒ 권우성

그렇게 문재인 정부가 나왔다. 촛불을 문재인 정부와 동치해선 곤란하지만 촛불 없이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불가능했다. 유례 없이 지속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은 청와대의 공도 있겠으나 이 정부 출생의 비밀과 더 관련이 깊다. 시민들 다수가 촛불을 들었고, 지금은 그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고 서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변화의 풍랑 속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개헌에 민감한, 아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이유도 여기 있다. 그리고 그 정부가 세월호를 새 대한민국의 출발로 진단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제출한 개헌안에는 필연적으로 세월호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 3월 20일 청와대의 개헌안을 처음 발표하는 자리에서 '세월호'를 세 번이나 언급했다.

"87년 6월 항쟁을 통해 헌법을 바꾼 지 벌써 3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국민의 삶이 크게 바뀌었고,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개헌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세월호 참사, 묻지마 살인사건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 이에 헌법에 생명권을 명시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천명하는 한편, 국가의 재해예방의무 및 위험으로부터 보호의무를 규정하겠다." (생명권·안전권 신설 부분)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입법발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중략)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겠다." (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 신설 부분)

31년만의 개헌이 필요한 이유에서부터 세월호가 등장했고, 전에 없이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헌법에 명기했다. 기존 헌법에서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던 것을 "보호해야 한다"고 고쳐 국가의 책임을 못박았다. 세월호로부터 서서히 촉발된 시민혁명, 그 역사가 내준 과제에 청와대가 답안을 제출한 격이다.

응답 없는 자유한국당

국회가 내놓은 답안은 어떨까. 가장 최근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가 열렸던 지난 9일 각 정당별 답안지가 드디어 국회에 도착했다. 원내 주요 정당들의 구체적인 개헌안 당론이 헌정특위에 정식 보고된 것이다. 헌정특위의 전신인 개헌특위부터 헤아리면 약 1년 4개월여만이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까지도 당론을 제출하지 못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라니까 이들이 제출한 답안지를 채점해보자. 다음은 '생명권' 개헌에 대해 각 정당이 낸 답안이다.
 지난 9일 국회 헌정특위에 제출된 정당별 개헌 의견 비교표.
▲  지난 9일 국회 헌정특위에 제출된 정당별 개헌 의견 비교표.
ⓒ 김성욱

민주당 : 생명권 신설.
한국당 : (공백)
평화당 : 생명권 신설. 인간존엄의 기초이자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판례·학설상 인정되어온 생명권을 명문화.
정의당 : 헌법재판소 결정례로 인정된 생명권을 명시하고 사형제도의 폐지도 함께 명기
대통령 : 모든 사람은 생명권을 가지며, 신체와 정신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이번엔 '안전권' 개헌 문제다.
 지난 9일 국회 헌정특위에 제출된 정당별 개헌 의견 비교표.
▲  지난 9일 국회 헌정특위에 제출된 정당별 개헌 의견 비교표.
ⓒ 김성욱

민주당 : 안전권 신설.
한국당 : (공백)
평화당 : 안전권 신설.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정의당 : 안전하게 살 권리를 기본권으로 신설.
대통령 :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

4당의 답안지 가운데 자유한국당의 일관된 공란이 단연 눈에 띈다. 지난 3일 당의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처음 공개한 자리에서 "국민 기본권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유독 생명권·안전권에는 침묵했던 자유한국당이 끝내 답안지를 수정하지 않은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표에 휑하게 남은 저 네모 빈칸 깊은 곳에서부터 어떤 아우성이 들려오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국정을 운영하던 집권 여당이었다.

현재 국회 의석수 116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갖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한 개헌은 불가능하다. 생명권과 안전권이 신설된 개헌안도 그저 빛 좋은 개살구 신세다. 생명권·안전권이 포함된 청와대의 기본권 개헌안 발표 직후 "지방선거용 개헌"(3월 20일, 홍준표 대표)이라고 폄하하던 자유한국당은 이번 6월 안산시·경기도의원 지방선거에서 4.16생명안전공원을 "세월호 납골당"이라고 호도하며 선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1기 특조위 때 가족들에게 대못을 박은 황전원씨를 2기 특조위원으로 재차 추천했다. 한 아버지가 머리까지 또 밀었지만 여전히 꿈쩍 않고 있다. 

그렇게 세월호 4주기가 돌아왔다. 세월호 이후 우리는 더 이상 서정시를 쓸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서정시를 계속 써내려가야만 한다. 

그러나 아직 자유한국당에선 대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