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3일 토요일

警, 압수해간 쇠망치‧밧줄 “민중총궐기와 관련 없다” 반납


“폭력집회 증거라 떠들던 종편‧보수매체는 침묵…한국의 공론장 이렇게 왜곡”
경찰이 ‘민중총궐기대회’ 관련, 불법폭력행위의 증거물로 민주노총으로부터 압수해간 물품에 대해 ‘민중총궐기’와 무관한 물건이라고 결론 내리고 이를 반납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젠가(21일), 뒤늦게 회사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에 목격한 현장”이라며 경찰의 증거물품 반납 상황을 전했다.
  
▲ <이미지출처=주간경향 정용인 기자 페이스북>
정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경찰은 1차 민중총궐기 대회 때 폭력시위 증거물이라고 압수해갔던 물품인 밧줄과 쇠망치 등을 민주노총에 반납했다. 경찰 조사 결과, 민중총궐기와 무관한 물건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는 게 이유다.
지난해 11월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민주노총은 “경찰은 폭력시위 증거물인 것처럼 언론에 해머 등을 공개했다. 이와 더불어 경찰무전기와 헬멧, 손도끼, 밧줄 등이 나왔다며 확정적 증거도 없이 민주노총을 폭력집단으로 몰아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다음 수순은 뻔하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과 그들의 저열한 극우방송인 조선TV, 채널A 등이 호들갑을 떨며 갖가지 소설을 써대고 막말 패널들을 불러놓고 민주노총이 폭력집단인 듯 대대적인 여론선동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 경찰이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발생한 불법·폭력시위 관련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 등에 압수수색을 실시한 2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해머, 밧줄 등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경찰이 ‘민중총궐기대회’와 해당 물품들이 관련이 없다며 민주노총에 이를 반납했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정용인 기자는 이와 관련 “민주노총 사무실 압색(압수수색) 때 요란하게 떠들던 종편이나 보수매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반납 사실에 대한 기사도, 당시 기사에 대한 정정도 과문한 탓인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이 아니라 거짓의 기록만 남는 방식으로 한국의 공론장은 이렇게 왜곡되어 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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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후 절망사회 ‘탈출구’는 없나

인구절벽 후 절망사회 ‘탈출구’는 없나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2차 베이비부머의 정점을 이룬 1972년생들이 태어날 당시의 인구피라미드(위쪽)와 386세대의 막내격인 1969년생과 1970년생이 50대에 접어드는 2020년의 인구피라미드의 변화. 한국의 인구구조가 드라마틱하게 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차 베이비부머의 정점을 이룬 1972년생들이 태어날 당시의 인구피라미드(위쪽)와 386세대의 막내격인 1969년생과 1970년생이 50대에 접어드는 2020년의 인구피라미드의 변화. 한국의 인구구조가 드라마틱하게 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구절벽이란 ‘소비, 노동, 투자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이다. 미국의 재정·경제예측 전문가인 해리 덴트는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인구절벽 이후 한국은 장기 386시대가 올것인가? 일본의 경우처럼 약자를 배제하는 노인지배사회가 올것인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인재 영입경쟁을 보다 보면 이전과 뭔가 달라진 것을 못 느끼겠는가.”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정치적 이합집산이 벌어질 때마다 종전의 정치지도자들이 애용했던 방식은 소위 ‘젊은 피’의 수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제 젊은이들은 연민과 동정의 대상일 뿐, 더 이상 젊은이들을 통해 뭔가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전 교수와 인터뷰한 다음날인 지난 1월 2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부산청년 오창석씨(30)의 입당행사가 치러졌다. 오씨는 ‘문재인 인재영입 16호’였다. 오씨와 문재인 대표가 입당원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표는 오씨의 입당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오늘은 지금까지 했던 영입과 콘셉트가 조금 다릅니다. 지금까지 영입한 분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분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분은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직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실패를 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는 청년입니다.” 문 대표는 청년의 ‘도전과 패기’를 받아들이고 “대한민국 보통청년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한다”며 이날 기자회견을 마쳤다.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전국청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올해 치러질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를 만 35세 이하의 남녀 1명씩을 내세우는 안을 상정했지만 무산됐다. 해당 안이 올라오자 40세 이상 운영위원들이 일부러 불참해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에 미달됐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의 나이는 만 45세 이하로 결정됐다.
“왜냐고요? 지금은 2015년이니까.” 지난해 말 화제를 모았던 캐나다 신임 총리 쥐스탱 트뤼도의 답이다. “왜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남녀동수’만 특징이 아니다. 트뤼도 내각은 젊다. 트뤼도부터 44세다. 법무장관에 임명된 조디 윌슨-레이보울드 역시 45세다. 그는 캐나다 콰콰카와쿠 부족 출신으로, 최초의 원주민 출신 법무장관이다. 켄트 헤르 보훈장관(47)은 장애인이다. 1991년 차량 총격전 현장에서 총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체육·장애인 담당장관인 칼라 칼트러프(45)는 시각장애인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장관으로 발탁된 그는 과거 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딴 적도 있다. 새로 만들어진 ‘민주제도장관’을 맡고 있는 메리엄 몬세프는 31세로, 내각 구성원 중 가장 젊다. 그는 최초의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의 무슬림 장관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는 “파격적이고도 공정한 구성의 내각”이라고 평했다.
30년 불황의 일본 맨얼굴, 노인지배사회

의문.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걸까.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총리나 국무위원의 법적 지위와 역할에는 나이 규정이 없다. 캐나다 총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나이 규정이 있다.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를 규정한 헌법 67조 4항을 보면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71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 경선에 나서며 제시했던 ‘40대 기수론’의 근거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40대 기수론’이 나온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45년 전이다.
“지난주 5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이 새로 임명돼서 오늘 국무회의에 처음 참가했다. 모두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내각에 새로운 활력소가 돼주기 바란다.” 1월 19일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는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2016년 1월 현재,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국무위원 중 40대는 없다. 1월 13일, 청와대는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장관들의 후속인사를 단행했다. 내정된 장관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젊은 이는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52세다. 직전 40대였던 김희정 장관(45)이 빠지면서 그나마 한 명에 불과했던 40대 장관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 사회 리더십에서 ‘노쇄현상’은 행정·정치 영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기자는 글로벌테크놀로지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를 살펴보면서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지사의 등기부등본을 떼본 적이 있다. (<주간경향> 1159호, “글로벌 IT기업 ‘코리아 유한회사’의 미스터리” 기사 참조) 대부분 국내 언론 등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국외거주자라는 것도 특징이었지만, 대부분의 지사 대표가 ‘1970년대 이후 출생자’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테크놀로지 기업 대표들의 연령이 대부분 낮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1984년생, 올해 32세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알파벳 공동대표는 1973년생 동갑내기다. 스페이스X, 전기차로 전 세계적으로 IT 혁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대표 역시 1971년생으로 올해 45세다.
“지난해 두 달 동안 일본에 머무르며 센다이나 후쿠시마, 이시노마키 등 도호쿠 대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지역재건에 나선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는 것이 주목적이었는데,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제가 생각 외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의 말이다. “정부나 구호단체에서 재난구호 과정에서 자원을 이전에 ‘마을 리더’였던 사람에게 내려주는데,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바로 청년, 여성, 외국인이었다. 결국 끝까지 구호를 받지 못하고 다른 데로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처지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이 소장은 그 ‘경험’을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려놨는데,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외부자·약자를 배제하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의 지배’라는 것이다. 제론토크라시는 <사회를 바꾸려면> 등의 저서로 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오구마 에이지 게이오대학 교수의 작업가설이다. 일본 사회에 중앙부터 지역까지 촘촘하게 ‘외부인’과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고령자 지배체제가 구축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글에서 ‘65살 이상 고령인구 추이’와 ‘1인당 국민소득의 변동’ 그래프를 계기로 한국 사회가 일본의 길을 따라가고 있지 않은지 우려한다. 일본 사회에서 ‘제론토크라시’가 확립되어 가는 메커니즘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도성장이 종식되고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지역에 있던 기업들은 해외 아웃소싱 전략을 택하게 된다. 공장이 떠난 지역경제는 피폐해진다. 지역경제 황폐화를 막기 위해 정부는 공공일자리를 만들어 인구유출을 막으려 한다. 그런데 이것은 악순환이다. 지역경제가 점점 공공일자리에 의존하게 되면서 공공일자리가 줄어들면 다시 사람들은 떠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 공동체 지배구조를 주도하던 나이 많은 지역 토호들이 지역으로 들어오는 자원과 일자리를 배분하는 것까지 장악하게 된다. 젊은 층이나 사회적 약자는 그 과정에서 다시 배제되어 지역사회를 떠나게 된다. 중앙에서 지역까지 제론토크라시의 지배가 ‘30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본 사회의 내밀한 속사정이라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목격되고 있는 ‘고령자 지배현상’이 이 ‘일본의 길’에 따라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이 소장의 주장이다. “사실 제 관점은 조금 조심스럽다. 노인계층의 지배가 아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노인빈곤율은 지금도 높다. 일본은 그래도 국가가 재정부담을 지면서 고령의 토호들에게 분배권을 준 셈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떡고물’도 없다. 공공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시장이 먼저 들어가 지방을 해체하고 있다.” 이 소장의 결론은? 일본과 닮은 양상을 보이면서도 보다 극심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1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국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1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국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에코붐 세대 없는 한국이 일본보다 암담
‘2018년 인구절벽’. 미국의 재정·경제예측 전문가인 해리 덴트가 내놓은 개념이다. 그가 내놓는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란 ‘소비·노동·투자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이다. 전 세계적인 베이비부머의 은퇴 이후 벌어질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구통계학을 장기선행지표로 사용한다. 그의 작업가설은 출생 후 46~47년이 지난 후 가계소비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한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1989년 호황(이른바 버블경제)의 극점을 맞이했는데, 일본의 연도별 출산인구를 보면 1942년 처음으로 출산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특징을 보였다는 것이다(42+47=89). 출산인구가 가장 최고점을 찍은 것은 전후인 1949년이었는데, 이들은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塊の世代)를 이룬다. 일본에서 부동산시장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이었다. “일본 정부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적완화를 통해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지출을 확대했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 덴트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해리 덴트가 2014년에 내놓은 책 <2018 인구절벽이 온다>(이 책은 지난해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되었다)를 보면 한국의 사례가 수없이 인용된다. “…동아시아는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소비 흐름을 보라. 한국은 일본이 22년 앞서 그랬던 것 같은 경제 기적을 이뤘지만 2010년부터 소비가 정점에 도달해 2018년까지 정점에서 정체됐다가 이후 급격한 인구절벽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 과정은 일본이 22년 전에 겪었던 것이다. 한국은 에코붐 세대가 거의 없어 일본보다도 상황이 더 암담하다.”(앞의 책 60쪽) 에코붐 세대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로, 그들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출산 붐이 메아리처럼 이어져 그래프 상으로 보면 작은 봉우리를 형성하는 세대를 말한다.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2014년에서 2019년 사이에 대대적인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을 22년 후행하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부동산이다.”(앞의 책, 한국어판 서문) 책을 보면 2018년 인구절벽과 동시에 한국이 맞이하게 될 상황에 대한 언급은 또 있다. 바로 1929년 세계 대공황으로 연결되었던 미국의 버블보다 더 악성인 중국의 버블이다. 덴트는 중국에서 버블이 터지는 것을 ‘거대한 코끼리가 넘어지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전체 수출량 가운데 50퍼센트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이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다.(…) 특히 한국은 GDP(국내총생산)의 12%가 중국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어 가장 취약하다. 중국 수출이 50%가 줄면 한국은 GDP의 6%가 사라지게 된다. 이는 깊은 침체를 의미한다.”(앞의 책 312쪽)
“한국, 중국 버블붕괴로 심대한 타격”
비슷한 우려 또는 경고는 이미 국내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에 집(부동산)은 ‘노후를 지키는 최후 보루’였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객원연구원을 지낸 박종훈 KBS 기자의 책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에 나오는 표현이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평생에 걸쳐 자신의 부를 증가시켜준 부동산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세대에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노후생활에 대한 심각한 타격을 의미한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낙타 등의 혹처럼 2개의 봉우리로 구성되어 있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가 1차이고, 1968년부터 1974년까지가 2차 베이비붐 세대다. 한국 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만들어졌던 ‘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체는 1차 베이비붐 세대였다. 박 기자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붐 세대는 ‘가장 많은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지닌 세대’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는 버블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구절벽 후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악몽은 시작된다. 2015년 이후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부동산 자산은 처분돼야 하나 2차 베이비붐 세대나 에코 세대는 시장에 나온 부동산을 구입할 여력이 없다. 게다가 인구절벽 후에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가진 젊은 세대의 총수 자체가 줄어든다. 박 기자는 그러나 일본과 같이 집값이 반토막 나는 형태로 격렬하게 버블 붕괴가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우려가 제기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과 관련한 장치를 정부가 많이 만들어놨다. 사실 집값 폭락보다 더 무서운 것은 헤어나올 수 없는 만성적 위기다.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튀어나오겠지만, 서서히 온도를 높여나가면 그대로 안에서 죽을 것이라는 비유가 있는데, 딱 그것이다. IMF 사태 때처럼 위기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떤 식으로든 극복할 수 있지만, 이제는 위기가 왔는지 안 왔는지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해결책도 없는 장기적인 불황상태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우려된다.” 요약하자면 가장 큰 딜레마는 불황을 막을 수 있는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써버린 상황에서 중국 버블 붕괴 등 대내외적 문제가 한꺼번에 터질 경우 손 쓸 수 없는 장기적인 경기위기로 들어갈 것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만약 인구절벽 이후의 사회구조가 일본을 따라가는 추세라면 한국이 맞이하게 될 상황을 보여주는 예측은 또 있다. 일본 총무대신을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가 주도하는 일본창성회의가 2014년 5월 펴낸 ‘마스다보고서’다.(한국에서는 지난해 <지방소멸>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일본의 출산율은 1.43명(2003년)에 머무르고 있다. 사망이나 이민 등의 요인에 의한 자연감소율을 전제하면 현재의 인구가 유지되려면 약 2.1명이 돼야 한다. 마스다 보고서는 현재의 ‘출산율이 계속된다면 사회는 어떤 식으로 바뀌게 될까’를 다루고 있다. 결론은 충격적이다. 일본의 장래 추계인구는 2010년 1억2800만명이었지만, 2048년 이후 1억명까지 떨어지게 된다. 100년 후인 2110년에는 5000만명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 단지 인구 감소가 아니라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격감 단계로 진행되게 된다. 보고서는 그 첫 단계를 ‘극점사회의 출현’이라고 주장한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 입장에서 보면 인구 감소의 첫 단계는 역설적으로 인구 증가로 나타난다. 그런데 지방에서 대도시로 이동한 젊은 층의 출산율은 낮다. 결혼보다는 취업생활이 우선되고, 지방출신자의 경우 부모가 지방에 있기 때문에 출산이나 육아에서 가족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점, 1인 가구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인구의 대도시 집중은 역설적으로 인구 감소 경향을 가속화시킨다. 그 결과 나타나는 것은? 이 단체가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2040년까지 일본의 시·구·정·촌(市?町村: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읍·면·동·리) 896개가 ‘소멸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나왔다. 896개는 전체 시·구·정·촌의 49.8%다. 전체의 반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소멸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고루 인구 감소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인구이동, 특히 젊은 층의 대거 유입에 의해 도쿄와 같은 대도시의 팽창이 일어난 후 지방은 인구재생산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사실상 지자체로서 기능이 마비되고 텅텅 비는 궤멸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출산율 감소 문제는 심각하다. 일본의 경우 2012년 1.41명에서 2013년 1.43명으로 출산율이 다소 증가했지만, 인구재생산이 가능한 출산율(2.1명)에 못 미치는 출산율을 보였던 시기가 남긴 상처는 나이테처럼 그대로 인구구조에 반영된다. 출산율이 늘었다고 바로 인구구조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난 아이가 성장하여 결혼·출산을 하기에는 적어도 약 20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마스다 전 대신은 보고서에 실린 대담에서 “일단 저하된 출산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극점사회로의 진입을 막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 2040년까지 지방 50% 소멸, 한국은?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시기인 1960년도에 6.16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인구의 현상유지가 가능한 2.06명 선을 1983년에 통과해 지속적으로 급락해 왔다. 현재까지 가장 최하는 1.08명을 기록한 2005년이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5년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1.25에 머무르고 있다. 2015년 1.40을 기록한 일본보다 낮은 수치다.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지방의 몇몇 군 단위에서 평균연령이 급속히 가속화되는 경향성을 이미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마스다 보고서가 출간된 이후 한국에서도 같은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사용해 추계를 내는 작업을 했는데, 그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라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간경향>은 실제 정부 용역을 받아 이 작업을 수행한 연구팀과 접촉할 수 있었다. 연구팀 핵심 관계자는 “일본과 비슷하게 한국의 상당수 시·군·구가 소멸단계로 나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정치권에서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아 대외적으로 발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구학회 등에서 ‘인구절벽 이후의 한국 사회 변화 예측’을 다룬 논문 등을 보면 의외로 중앙과 지역의 지배구조를 다룬 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원재 소장의 예측처럼 제론토크라시가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사회가 오게 될까.
<주간경향>은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의 결과로 386세대가 명실상부한 한국 사회의 의사결정권자로 올라선 뒤 그 영향력이 오래 지속되는 ‘장기 386시대’가 도래할 것”라는 가설을 제기한 적이 있다. (<주간경향> 1128호, “‘장기 386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기사 참조) 기사에서 현재를 ‘장기 386시대의 서막’으로 규정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연공서열 형태로 조직화되어 있는 한국 사회 정점의 ‘의사결정권자’ 지위에 올라서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386세대의 지배가 시작되는 시점은 이들의 마지막 세대인 1969년생이나 1970년생이 50대에 접어드는 2020년 이후로 봤다. 다시 말해, 인구절벽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질 ‘제론토크라시’에서 핵심 수행자는 사회의 전 영역에서 의사결정권자로 올라설 386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고, 다시 기득권화된 386 권력의 지배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수평적 정권교체와 대의적 민주주의 확립을 가능케 했던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동맹’이 일정 시점이 지난 후에는 한국 사회의 발목을 잡는 기득권으로 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윤석 교수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뿐 아니라 경제나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한 집단의 수가 많고, 전체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면 당연히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소장은 ‘노쇄한 386의 장기지배’를 가능하게 한 두 모멘텀이 있었다고 말한다. 첫째는 1987년 민주화과정을 통해 이 세대가 사회적으로 발언권을 얻은 시기와 3저 호황 등으로 고소득 노동자로 정치적 발언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때이고, 두 번째는 1990년대 말의 IT버블이다. “학생운동을 통해 모멘텀을 얻었던 이들 세대가 IT버블을 통해 그 전에 형성된 60~70대 엘리트와 블록을 형성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월 14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규탄 범청년·노동·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들이 노동개악을 반대하는 손핏켓을 들고 있다.  | 정지윤기자
1월 14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규탄 범청년·노동·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들이 노동개악을 반대하는 손핏켓을 들고 있다. | 정지윤기자
기득권이 될 민주화·산업화 동맹
인구절벽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버블 붕괴와 불평등, 제론토크라시의 지배구조 심화는 ‘탈출구’가 없는 예정된 결론일까. “유럽과 미국의 경우 세대교체가 일어나는데, 왜 우리는 일어나지 않는 걸까. 유럽의 경우 복지제도로 기성세대가 은퇴한 후 노후가 보장되어 있는 것이 핵심이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다음 세대로 넘겨주고 은퇴하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공정한 룰을 바탕으로 같이 경쟁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력도 안 되는데 청년세대를 내리누르는 것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전 세계로부터 청년 인재를 불러모아 혁신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 저자 박종훈 기자의 말이다. 그는 이런 ‘경험담’을 덧붙였다. “한국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계급장을 떼고 싸울 수가 없다. 한국과 핀란드, 전 세계의 벤처 인큐베이터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다른 나라는 멘토와 멘티가 대등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멘토라는 사람이 완전히 하대한다. ‘너는 이렇게 잘못 만들었잖아.’ 심지어 카메라가 돌아가는데도 야단을 치고 있다.” 이원재 소장은 이렇게 한국 사회가 흘러간 가장 큰 이유를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하면 ‘불안’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 중반과 지금, 지난 20년을 비교해보면 한국 사회가 완전히 바뀌었다. 고용, 일자리, 투자 이슈가 모두 달라졌다. 의문이 드는 것은 과연 그 당시 한국 사회를 이끌던 리더십이 지금도 이끄는 것이 효과적이냐는 것이다. 오래된 지혜는 물론 존중되어야 하지만 지금은 리더십이나 성장동력은 젊은 세대에게 맡기고, 그 윗세대는 팔로어십을 발휘하는 세대교체가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구조와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윤석 교수는 “단기적으로 2018년을 이야기하지만 실제적으로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오기까지는 10여년의 여유가 있다고 보지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며 “출산율을 올리고 인구의 도시 집중을 막기 위해서도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86세대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외국에서 30대 초반의 장관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젊은 세대의 훈련이 선행되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 사회의 미래가 장기적으로 리더십이 교체되지 않는 소수 기득권 층을 위한 사회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40대에서 50대에 걸쳐 있는 이 세대의 자기 성찰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세대전쟁 아닌 세대게임?
“세대전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평등 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한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문제의 심각성을 알린 것은 우석훈 박사·박권일씨가 저술한 <88만원 세대>부터이지만 세대전쟁 담론을 더 활용한 쪽은 오히려 기득권 세력이나 정부였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말한다. “이른바 4대 개혁 주장을 보자. 대통령이 길거리 서명까지 나서며 노동개혁을 강조하지만 청년들의 절망과 고통의 원인을 고임금 정규직 기성세대의 기득권에서 찾는 논리 아닌가. 청년고용과 장년고용의 연관성은 실증도 안 된 주장이다. 지난해 봄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재원 고갈을 이야기하며 ‘세대 간 도둑질’을 언급한 것이나 이른바 청년단체들 대표가 민주노총 앞에서 ‘정규직 기득권 양보’ 시위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불평등을 세대문제로 치환하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것을 ‘세대게임’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임의 전가나 회피, 비난을 위해서 세대를 이용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영국 노동당이 집권 당시 정초한 개념이다.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의 저자인 박종훈 기자 역시 “세대 내 공모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불러내 이용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대전쟁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의 이해를 참칭한 기득권세력이 벌이는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특정 코호트를 지칭하는 386에 오면 조금 복잡해진다. 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86세대의 경우 비록 세대규정에서 1980년대 학번이라는 대학 졸업 여부가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 통계적으로 여론조사 데이터로 구분을 해보니 대학 출신 여부는 정치성향을 결정짓는 데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말했다. 386세대의 경우 자신들이 예컨대 대학에 들어가거나 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광주 민주화항쟁이 있었고, 군사독재 시절을 경험했다는 ‘압도적인 경험’이 그 후 이들이 장년층이 돼서도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에 일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오 연구원은 “서구사회에서 68혁명세대가 일정한 코호트를 형성하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것처럼 이들은 진보적 입장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최초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원재 소장은 “인구절벽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제론토크라시의 대두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리더십 교체의 지연현상을 말하는 것이지, 세대 전체가 승자가 되는, 이를테면 승자세대와 패자세대가 나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리더십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도 한 세대 전체가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패러다임이 다른 패러다임으로 교체되는 것을 말하며, 그러기 위해서도 오히려 필요한 것은 세대연대”라고 덧붙였다.

북, 미국의 핵공갈시대 영영 끝장

북, 미국의 핵공갈시대 영영 끝장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1/23 [21:0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이 수소탄 시험 이후 최근에 공개한 포스터 '정의의 보복타격' 오래 전부터 북은 핵미사일을 미국의 심장부에 날릴 수 있다고 주장해왔었다.     © 자주시보

23일 인터넷에 올라온 북 언론의 개인필명 논평에서 북의 핵보유를 산생시킨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북이 핵전파방지조약(NPT)에도 가입하고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미기본합의문에도 서명하는 등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고 한반도를 비핵화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왔지만 미국은 핵태세검토보고서의 핵선제타격대상국 명단에 북의 이름을 올리는 등 대북 핵위협을 계속 증대시켜왔기 때문에 결국 북도 핵보유의 길에 들어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논평은 북이 핵무장을 하지 않았다면 이라크나 리비아, 아프가니스탄처럼 미국의 공격으로 초토화되었을 것이라며 “만일 미국이 핵보유국의 전렬에 당당히 들어선 북의 자위적억제력을 바로보지 못하고 계속 분별없이 날뛰다가는그것이 곧 섶지고 불속에 뛰여드는 자멸행위로 된다는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면서도 논평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미국은 북과 더는 전쟁할수 없는 나라로 되였다.》
《수십년동안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속에서 자립적민족경제를 건설해온 북에 과연 이란식경제제재가 통할가. 그것은 오히려 북주민들의 반미의식만을 강화시키는 촉매제로 될것이다.》
《조선전쟁을 완전히 종식할 평화협정체결이야말로 모든 조선사람들과 전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유리한 해결방안으로될것이다.》
미국은 세계여론의 공정한 이 목소리부터 귀담아들어야 한다.]

결국 북은 이번 논평에서 제재나 압박, 이란식 해법 모두 소용 없고 오직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북미평화협정만이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최근 북의 논조와 맥을 같이하는 재일조선인들의 조선신보에서도 북미평화협정이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이란 주장을 제기하는 등 북에서 한반도 핵문제 해법으로 북미평화협정체결을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생수 마신 5세 아이까지 피폭, 더는 살 수 없다

16.01.24 10:51l최종 업데이트 16.01.24 10:5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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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성1호기 바라보는 주민 월성원전과 맞붙어 있는 나아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지난해 3월 3일 오후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의 (오른쪽부터) 월성1,2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경북 경주 월성원전 주민 몸속에서 또다시 방사성물질이 100% 검출되었다. 이번에는 5세부터 19세까지의 아동·청소년 9명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21일, 환경운동연합과 경주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는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뢰해 검사받은 주민 40명 전원에게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몸속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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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별 액체와 기체 삼중수소 방출량 추이
ⓒ 양이원영

삼중수소는 세포와 유전자 손상을 장기적으로 일으켜

삼중수소란?
삼중수소는 원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이다. 중수는 중수로 원전의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재이다. 이 중수의 중수소에, 핵분열 시 발생한 중성자가 결합해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 물은 수소 두 개와 산소 하나로 구성된다. 무거운 물인 중수는 이 물에 수소 대신 중수소가 있는 물이다.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구성되어 있으나, 중수소는 여기에 중성자가 하나 더 붙은 형태이다.

삼중수소는 크기가 매우 작고 이온을 띄지 않아 금속과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과하기 때문에 일단 발생하면 원자로 외부로의 유출을 막기가 어렵다. 냉각재로 중수를 쓰는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형 원전을 가동할 경우, 삼중수소 다량 발생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2007년 10월부터 월성원전 4기에 삼중수소 제거기가 한 대 도입되면서 방출되는 삼중수소 양은 줄었지만 여전히 다른 원전지역보다 발생하는 양이 열 배가 넘는다. 

삼중수소는 전자로 된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물질로 베타선의 에너지 크기는 약한 편이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베타선은 멀리 가지 못하기 때문에 삼중수소 주변에 에너지가 집중되어 주변 세포 손상을 일으킨다. 세포의 손상, 유전자의 손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면서 암과 백혈병 등의 질병이 발생된다.

더구나 삼중수소는 수소를 대체하는 방사성물질이라서 몸의 구성성분이 된다. 물에도 수소 대신 삼중수소가 들어있고 탄수화물에도, 단백질에도 수소 대신 삼중수소가 있다. 세포질에도 세포막에도 유전자에도 삼중수소가 수소 대신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몸의 구성성분이 된 삼중수소는 인공방사성물질이므로 불안정해서 스스로 핵붕괴가 일어난다. 

핵붕괴 후에는 헬륨으로 바뀌게 된다. 헬륨으로 바뀌게 되면서 발생하는 베타선으로 세포와 유전자는 손상을 입는다. 이에 더해서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게 되면서 산소와 탄소 등과의 결합선이 끊어지게 된다. 세포와 유전자 등의 구조가 무너지는 것이다. 삼중수소는 핵붕괴하며 그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이 12.3년이라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방사성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몸의 대사 과정에서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몸의 구성성분이 되어버리면 수십 년 동안 계속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주변 환경이 삼중수소로 오염이 되어 있어서, 삼중수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과 동시에 다시 들어오게 되면 영향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소변은 몸 전체의 혈액 등이 걸러진 찌꺼기다.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는 것은 몸 전체가 그만큼 삼중수소로 오염되어 있다는 의미다. 

2014년 월성원전 3기(월성 1호기는 수명만료로 가동 중단된 상태였다)에서 액체와 기체로 방출된 삼중수소는 185테라베크렐(TBq)이었다. 1베크렐은 1초에 한 번 핵붕괴하는 방사성물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테라'는 10의 12승 단위이다.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가 매일 같이 월성원전 주변의 바다와 공기 중으로 다른 방사성물질과 함께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고 이 삼중수소가 주민들의 몸을 오염시키고 있다. 

주민들을 상대로 소변 검사를 해 보면 원전에서 30km만 떨어져 있어도 잘 검출되지 않는다. 지난해 8월에 경주 삼중수소평가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5km 지점의 경주시내 시민 125명의 소변을 검사했을 때에는 검사대상의 20%에게서만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양남면 나아리 주민 40명은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 모두 100% 검출되었고, 그 양도 높은 편이다. 

원전 재가동 후 삼중수소 오염도 높아져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월성원전 1호기가 정지 2년 7개월 만에 재가동 된 후의 첫 조사라는 점이다. 지난 2011년 월성원전 1호기를 포함해 4기가 가동 중일 때 조사한 주민 5명의 몸속에는 리터당 15~31.4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있었다. 

2012년 11월 20일 월성원전 1호기가 수명만료로 가동 중단된 후 삼중수소평가위원회가 2014년 8월 이후 확보된 소변 시료로 검사한 인근 주민 61명에게서 검출된 삼중수소는 리터당 8.36베크렐로, 그 양이 줄었다. 2015년 2월 KBS 의뢰로 조사한 인근 주민 10명에게서는 리터당 평균 7.47베크렐이 검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40명에게서 평균 리터당 17.3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이다. 월성원전 1호기는 수명연장 승인을 받고 2015년 6월 10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월성 1호기 재가동이 주민들의 삼중수소 오염을 더 높인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계는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양이므로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자연방사선 외에 인공방사선에 의한 피폭량(방사선에 쬐이는 양)이 1밀리시버트(mSv)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기준치이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은 기준치 이하라 하더라도 암 발생을 일으킨다는 것이 의학교과서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한국수력원자력(주)과 같은 원자력계의 주장은 잘못된 계산식에 근거한 평가다. 원자력계가 주장하는 기준치는 방사성물질에 따른 피폭량(몸이 흡수하는 에너지) 계산식에 따른다. 

인공방사성물질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60년 남짓이다. 그 피해를 규명하는 연구도 일부만 진행된 상태다. 방사성물질이 발산하는 방사선에 의한 건강피해를 계산하는 계산식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 이후 생존자들을 연구하면서부터다. 핵무기 폭발 때 순간적으로 번쩍했던 빛,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 생존자들은 이렇게 순간적으로 높은 양(고선량)의 방사선을 쬐었다. 

하지만 원전주변 주민들의 방사능 피해는 다르다. 주민들은 낮은 양(저선량)의 방사선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그것도 체내에서 생성되어 피폭됐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비하다. 저선량 방사성물질에 의한 암 발생은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바로 알아내기 어렵다. 

아무리 빨라도 5년 이상 걸리고 대부분은 20년 이후에나 드러나기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쳐 주민들의 질병 발생에 대한 추적조사(역학조사)를 해야 한다. 더구나 세계적으로는 원전에서 바로 인접한 곳에 많은 사람이 사는 경우가 드물어서 데이터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 원전 주변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분명히 원전에서 방출하는 방사성물질은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데, 주민들의 암 발생은 원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방사능에 가장 민감한 20세 미만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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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성 주민 요시료 삼중수소 검출 결과
ⓒ 환경운동연합

○ 조사 일자: 2015년 11월(접수) ~ 12월(시험)
○ 시료수: 40명의 요시료
○ 분석핵종: 삼중수소
○ 조사기관: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
○ 조사의뢰: 나아리이주대책위원회

기준치 '이하'여도 암 발생과 연관 있다

월성원전 주변에는 특히 갑상선암 환자가 많다. 물질을 하는 해녀들 상당수가 암을 달고 산다는 것을 지역 방송사가 확인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제시하는 계산식으로는 주민들의 암 발생 증가를 설명할 수가 없다. 계산식 자체가 틀린 것이다. 

저선량 방사선이 지속적으로 수년, 수십 년간 계속 몸속에서 영향을 미칠 경우 아무리 기준치 이하라도 건강 영향이 발생한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확인이 되었고. 과학적 방법인 역학조사를 통해서도 확인이 되었다.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저선량 방사선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제 5살 된, 몸무게가 16kg밖에 되지 않는 아이에게서 리터당 17.3베크렐이 나왔다. 방사능의 영향은 어릴수록 더 크다. 세포분열이 왕성한 아이들의 경우, 방사선에 의한 유전자 손상의 결과로 발생하는 건강 영향이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몸무게 대비 방사성물질의 농도도 높아 그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아이가 계속 이곳에 살았을 경우 수년 후에, 십년 후에 어떤 건강피해가 발생할지 부모로서 걱정할  수밖에 없다.

kg 당 1베크렐이 검출된 고등어가 걱정되어 아이들 급식에서 아예 일본산 수산물을 제외하고, 나아가 수입까지 금지시키는 마당에 몸속에 리터당 17.3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있다는 검사결과를 받아든 부모는 어떤 심정이겠는가. 이걸 두고 기준치 타령하는 원자력계가 개탄스럽다. 

사실, 이 아이의 할머니는 1년 전 삼중수소 오염을 우려해서 모든 식수를 생수로 바꿨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은 지하수를 사용하는 간이상수도를 사용하고 있다. 부엌 싱크대에서 나오는 물이 이미 삼중수소에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 1년간 생수를 식수로 사용했는데도, 아이 몸속에서 삼중수소가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이다. 울산으로 출퇴근하는 아빠는 리터당 6베크렐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호흡을 통한 오염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월성원전 내에서 일하는 주민의 몸에서 리터당 157베크렐이 나오고 집을 별도로 15km 밖에 두고 다니는 주민에게서 최소값인 리터당 3.4베크렐이 나온 것을 보았을 때 의심은 사실이 된다. 식수만을 바꾼다고 삼중수소 오염을 피할 수 없으니 간이상수도를 광역상수도로 바꾼다고 해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원전축소 아니면 전원 이주... 이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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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 폐쇄 촉구 나선 주민들 지난해 3월 3일 오후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월성원전1호기 수명연장 결정 항의 집회를 열고 수명연장결정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근본적인 해결책은 원전 수를 줄이거나 주민들이 이주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곳은 원전 인근이라서 땅이든 집이든 매매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난 10년 넘게 매매가 아예 없었다. 결국, 전 재산이 원전 주변에 묶인 주민들은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본인은 물론 자식, 손자들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보상이 아니라, 원전 때문에 매매가 되지 않는 집과 토지를 사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은 대화 테이블은커녕 연락 한 번 없었다고 한다. 이주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월성원전 앞에서 500일 넘게 농성장을 차려놓고 있다. 매서운 겨울바람 앞에서 오늘도 농성을 한다. 

지난 2015년 2월 말 삼중수소를 뿜어내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 재가동 결정은 이들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결국 1년이 지난 뒤 이들은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이 그들과 마찬가지로 삼중수소에 더 높은 양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22년 핵발전소 완전 폐쇄를 결정한 독일정부는 정부차원에서 원전에 의한 주민들의 건강영향을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조사했다. 그 결과 거주지가 원자력 발전소와 가까운 것과 만 5세 전에 암(및 백혈병)에 걸릴 위험성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독일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소아암에 대한 역학적 연구/ Dec. 2007, urn:nbn:de:0221-20100317939 Salzgitter, 2007).' 

이때 독일 원전에서 방출되는 기체 방사성물질에 의한 영향은 0.0000019밀리시버트라고 평가되었다. 기준치의 백만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언론 기사를 통해 확인한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주장에 의하면 리터당 30베크렐 정도의 삼중수소가 1년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피폭량은 0.000607밀리시버트로, 이는 83년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더라도 흉부 엑스선 촬영의 피폭량(0.05밀리시버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주장은 곧 정부의 주장인가 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어떤 조치나 언급도 없다. 한수원의 주장은 잘못된 피폭량 계산식에 의한 것이며 체내 삼중수소의 영향을 무시한 것이다. 기준치 이하라도 주민들의 건강영향을 조사하는 독일정부와 완전히 대조된다. 

"용산 '살인 진압' 김석기, 갈 곳은 국회 아닌 감옥"


용산 참사 7주기 "억울한 현실 안 바꾸면 다음은 바로 당신!"
허환주
기자
| 2016.01.23 19:02:19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거리와 나와 살려달라고 외치는 거 말고는. 용산 참사가 해결되지 않아 세월호에서 아이들이 희생되고 농민 백남기 씨가 다친 거 같습니다. 우리가 미처 용산을 해결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 밖에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얼마나 흘려야 눈물이 마를까. 2009년 1월 20일 재개발을 반대하며 망루에 올랐다 목숨을 잃은 고(故) 이상림 씨 부인 전재숙 씨는 머리를 떨궜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시계는 7년 전에 멈춰 있었다.  

23일 용산 참사 남일당 터에서는 '용산참사 7주기 여기, 사람이 있다' 추모대회가 열렸다. 참사가 발생한 남일당 건물은 헐린 지 오래지만, 정작 그 터는 공터로 남아있다. 황금알을 낳는다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야외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막대한 이익을 기대했던 재개발 계획과는 다른 모습이다. 

애초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은 40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6개동(763가구)이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지난 2007년 5월 용산구의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졌지만 용산 참사와 2013년 용산역세권개발 좌초로 무산 위기가 불거졌다. 사업 시공권을 갖고 있던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은 잇따라 발을 뺐다. 

▲ 발언하는 전재숙 씨. ⓒ프레시안(허환주)
"7년 동안 폐허로 남겨둘 것을 왜 그리 성급하게…" 

용산 참사 추모위는 "폐허가 되어 고작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이곳이 절규하던 철거민들을 서둘러 진압해 죽게 했던 자리라는 사실이 끔찍하다"면서 "7년 동안 폐허로 남겨둘 것을 왜 그리 성급하게 대테러 진압하듯 했는지 이 학살의 터는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모위는 용산 참사 이후에도 벌어지고 있는 국가폭력도 비판했다. 이들은 "농민 백남기 씨가 두 달 넘게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그날 진압 장면은 용산 망루가 검붉게 타오르기 직전의 물대포 진압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하지만 여전히 그 누구의 사과 한마디도 없다. 오히려 진압 책임자인 강신명 경찰청장은 '용산 참사 진압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됐다'고 뻔뻔하게 말했다고 한다"며 "하루아침에 여섯 명의 국민이 죽임당했는데 그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 게 지금까지도 국가와 경찰에게 살인면허로 인용되고 있어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용산 학살 진압 책임자 김석기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저들은 '여기까지 해도 용납하는구나'를 넘어 '이렇게까지 해야 앞길이 보장되는구나' 하며 더욱 자신감을 얻고 활개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용산참사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 등 논란이 일면서 서울경찰청장직에서 사퇴한 김석기 전 청장은 오사카 총영사,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거쳐 올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현재 경북 경주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 국회의원을 노리고 있다. 

"억울한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은 너다" 

▲ 공터로 남은 남일당 터. ⓒ프레시안(허환주)
이날 마이크를 잡은 박래군 용산참사 추모위 집행위원장은 남일당 터를 두고 '전쟁터'였다고 표현했다. 박 위원장은 "살겠다고 14명의 철거민이 망루에 올랐다가 9명만 탈출하고 나머지 5명은 그 자리에서 불에 타 죽었다"며 "이곳은 그런 현장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후 355일이 지나 장례식을 치를 때까지 이 공간은 유가족이 울부짖던 곳이었고, 용역과 경찰이 마구잡이로 폭력을 행사했던 공간이었다"며 "서둘러 사람을 잔인하게 죽였던 공간이었고, 그러고도 7년을 '공간'으로 남겨두는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우리는 용산을 통해 잘못된 자본과 권력을 볼 수 있다"며 "그런 잘못된 구조를 바꾸고 서로 손잡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 '여기 사람이 있다'는 말을 우리 가슴 속에 붉게 새기자"고 당부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잊지 말자"고 독려했다. 유 위원장은 "자식이 죽고 난 뒤 648일째 4월 16일을 살고 있다. 하지만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2196일째 1월 20일을 살고 있다"며 "겨우 648일을 사는 것도 힘든데 그날들을 어떻게 버텼는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우리가 느끼는 어려움은 투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여전히 그날을 우리는 잊지 못하지만 '저들'은 우리에게 참사를 잊으라고 강요한다"며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을 해놓고도 그들은 이를 어떻게 해서든 잊히게 하려고 애쓴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도 그렇고 용산도 그렇고 잊게 하려는 악랄함과 우리는 싸울 것"이라며 "용산 참사 희생자들이 '억울한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은 너다, 너희가 할 일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 그곳은 추웠다

이날 추모제에서 고 이상림 씨 며느리 정영신 씨는 남편 이충연 씨와 분향소를 지켰다. 그는 이날 추모대회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아버지를 생각하며 장문을 남겼다. 아래 전문을 싣는다. 

검정봉다리를 늘 들고 오셨다. 그안을 들여다보면 먹거리가 한가득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를 다니셨고, 자전거타시고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시며 사람들과 정을 나누셨다. 무뚝뚝한 말투 속에 사랑이 묻어있고, 인자한 미소가 보는 사람마저 미소 짓게 만드셨다. 

막내아들을 무척 좋아하셨다. 덩달아 막내며느리도 무척 좋아하셨다. 본인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가족들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해 하시던 그런 아버님. 사랑하던 가족들을 지키고 싶었던 꿈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어야했고, 그렇게 사랑했던 아들은 죄인이 되어 7년이 되도록 용산이란 사슬에 묶여있다.

얼마 후면 학살의 터이자 우리가족들의 추억과 삶이 있던 그 자리는 사라질 거다. 행복을 꿈꿨던 그 자리는 사라질 거다. 사라지기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가슴에 새겨야겠다. 평범한 우리가족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은 자. 사랑하는 아들 곁에서 죽임을 당하게 만든 자. 사랑하는 아버지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게 만든 자.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은 자. 반드시 기억하고 처벌할 것이다. 

늘 그곳은 추웠다. 오늘도 무지 춥다고 한다.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하길 바래본다. 무너진 삶의 현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많은 걸음 기다려본다.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 이날 추모제에는 방한 중인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참석, 용산 참사 유가족, 박래군 집행위원장 등과 면담을 진행했다. ⓒ프레시안(허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