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4일 화요일

군사분계선 넘는 첫 북한 지도자 김정은, 키워드는 파격·실용·호탕

군사분계선 넘는 첫 북한 지도자 김정은, 키워드는 파격·실용·호탕







북한을 방문했던 정의용(앞줄 왼쪽) 수석 대북특사가 지난 3월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이 자리에는 김여정(오른쪽)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동석했다
북한을 방문했던 정의용(앞줄 왼쪽) 수석 대북특사가 지난 3월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이 자리에는 김여정(오른쪽)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동석했다ⓒ청와대 제공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대외적으로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들어 전면에 직접 나서면서 한반도 정세는 급반전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연일 자신감과 여유 넘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당일 북측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다. 이 극적인 장면은 전세계로 생생하게 송출된다. 그동안 간접적으로만 접해온 터라 처음으로 일거수 일투족이 생중계될 김 위원장의 모습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침 없는 행보에서 드러나는 스타일
"30대 중반 나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평가도
김 위원장은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후계자로서 권력을 넘겨받고 그해 12월 30일에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됐다. 이듬해 노동당 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올랐고, 2016년에는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외부의 우려와 달리 빠르게 집권 기반을 마련하고 강화한 셈이다. 1984년생으로 29세에 북한 최고지도자가 된 김 위원장은 어느덧 집권 6년차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서른 한 살 나이차가 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 앉아도 '세대 차이'에 따른 어색함 없이 남북 정상으로서 대화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관훈클럽 조찬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본 분들한테 '김 위원장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같이 얘기하면서 김 위원장의 나이를 인식해 본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 이에 '나이를 인식한 적이 없다. 나이 차이를 못 느꼈다'고 얘기하더라"며 "그 얘기는 그 나이 치기 같은 게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김 위원장이 2012년 4월에 처음 대중 앞에서 연설한 모습,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서 했던 퍼포먼스 등을 보면서 상당히 자연스럽다고 느꼈다"며 "어떨지 모르지만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 세대 차이를 느껴서 얘기를 못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료사진.ⓒ뉴시스/노동신문
이러한 모습을 바탕으로 한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새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조성된 대화 국면을 계속 이끌어나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남북 뿐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말~4월 초에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현 중앙정보국장)를 만나고서는 '나와 이렇게 배짱이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연일 이어지는 파격적인 행보에는 김 위원장의 실용주의적인 성향과 과감한 결단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불필요한 격식을 따지기 보다는 필요한 내용에 충실한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을 경험한 만큼 비교적 개방적인 태도와 사상을 지녔다는 평가도 받는다.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뒷줄 오른쪽) 수석 대북특사와 서훈(뒷줄 왼쪽) 국가정보원장 등 특사단이 지난3월  5일 평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를 만나 환담하고 있는 모습.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뒷줄 오른쪽) 수석 대북특사와 서훈(뒷줄 왼쪽) 국가정보원장 등 특사단이 지난3월 5일 평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를 만나 환담하고 있는 모습.ⓒ청와대 제공
김정은, 농담도 줄곧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
또한 김 위원장은 농담도 즐길 줄 아는 여유롭고 호탕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5일 방북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특사단)이 실제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특사단과 만찬을 즐기던 김 위원장은 남측 언론이나 해외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평가도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으며 여유 있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언급하던 '로켓맨' 등 자신을 조롱하는 말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또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 대통령이 새벽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오늘 결심했으니 이제 더는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는 재치 있는 말로 무거웠던 그간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의 단독 공연 '봄이 온다'를 직접 관람한 후 남측 예술단에 특유의 '북한식 유머'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며 "(나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 본인이 본인 이름을 언급하며 남측 예술단 공연에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친근감을 쌓기 위한 '농담'으로 해석됐다.
지난 4일 오전 평양순안공항에서 이용객이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람을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평양순안공항에서 이용객이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람을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의문사 한 연인, 미쳐버린 여인... 가장 슬픈 결혼식

18.04.25 10:59최종업데이트18.04.25 11:24
광주에서 '봄'이라는 낱말은 사람들 뇌리에 5.18, 금남로, 대검, 총, 공포, 붉은 피, 주검 등의 연관 단어들을 불러들이고 '80년 5.18 광주민중항쟁'이라는 어휘로 자동완성 된다. 80년대 광주에서는 해마다 5월만 되면 예식장 예약률이 저조했다. 5월엔 청첩장을 돌리지 않기에 결혼축의금 지출도 없었다. 시민들은 스스로 5월에는 결혼식을 삼가는 불문율을 엄수했다. 결혼의 계절 5월에 광주에서는 결혼축가 대신 장송곡이 도시를 가득 메우곤 했다. 

그러던 1982년, 그해도 역시 5월이 아닌 2월 추위에 한 건의 결혼식이 치러졌다. 주변 동지들이 중신을 서고 주선하여 성사된 혼사였는데 장소는 화려한 예식장이 아닌 산기슭의 묘비가 즐비한 공동묘지였고, 초례청엔 그날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가 부재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명랑한 결혼 축가 대신 애절한 한편의 진혼곡을 제창했다.  

 윤상원과 박기순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비. 윤상원 열사의 생가에 설치돼 있다.
윤상원과 박기순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비. 윤상원 열사의 생가에 설치돼 있다.ⓒ 이돈삼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광주민중항쟁의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와 후배 박기순의 영혼결혼식 주제가였다. 레퀴엠 또는 웨딩마치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 후 각종 시위와 집회의 첫 식순에 등장하는 출정가로 애창됐다. 비장한 곡조와 결연한 노랫말은 민중을 강력한 연대의 대열로 결집시켰다. 군사·독재정권은 이 노래의 파장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석상에서는 금지곡이었다. 지난 정부시절 보훈처가 주관하는 어느 해 5.18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행진곡' 제창 대신 악단의 흥겨운 '방아타령'이 망월동 영령들을 능멸하기도 했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포스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포스터.ⓒ (주)알앤오엔터테인먼트

2018년 봄, 온갖 탄압과 시련을 견디고 5.18 정식 지정곡으로 선정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레퀴엠에서 결혼행진곡으로 장르를 확장했다. 박기복 감독의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진혼곡 '임을 위한 행진곡'은 결혼행진곡으로 한 쌍의 혼례를 빛냈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광주 첫 시사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 광주 출정식'으로 대체되었다. 광주 5.18을 소재로 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경제적, 사회적 악조건을 극복하고 3년 만에 겨우 완성됐다. 그리고 의미 있는 첫 시사회가 출정식이라는 이름으로 광주에서 개최된 것.  5.18을 소재로 한 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제목을 단 작품에 비우호적이었던 전 정권 하에서 직간접적으로 가해지는 방해와 위협을 무릅쓰고 크랭크인에 돌입하여 마침내 마지막 컷을 선언하기까지 뜻있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가 뒷받침되어 주었다.    

역사적인 첫 광주시사회는 '출정식'이라는 행사 이름에 걸맞게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거행되었다. 출연진은 겸손한 자세와 인사말로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과 공유를 호소했다. 배우들은 혼신의 노력으로 연기한 영화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소망을 강하게 내비쳤다. 작품을 접하게 된 계기, 첫 시놉시스를 접하고 난 후에 받았던 충격,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자신들에게 일어난 변화와 연기에 임했던 각오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자신들의 작은 노력이 당시 고통 받았던 광주시민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5.18의 진실을 알리는 데 기여하길 바라는 듯했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주)알앤오엔터테인먼트

영화가 된 '임을 위한 행진곡'

식전 행사가 마무리 되고 드디어 스크린이 밝아오자 객석은 침묵이 흘렀다. 사전 언론노출이 많지 않아 스포일러는커녕 줄거리 개요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참석한 시사회 관중석엔 긴장감이 흘렀다.      

영화는 5.18과 이철규 열사 변사사건을 큰 줄기로 구성됐다. 그러나 화면은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았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관객의 정서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풀어가려는 배려가 돋보였다. 과장하거나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주인공들이 경험한 사랑과 동지애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투쟁 과정을 진지하게 그려나갔다. 

* 이철규 의문사 - 1989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광주·전남지역 공안합동수사부의 지명수배를 받아오던 조선대 교지 편집위원장 이철규씨가 광주시 북구 청옥동 제4수원지 상류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 노태우 정부 시절 대표적인 의문사 중 하나다. / 한국근현대사사전 등 요약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관객은 정신은 혼미하지만 80년 봄의 추억에 관한 한 완벽히 청명한 상태를 유지하는 명희(김부선)의 회상을 따라 37년 전 그들의 5월을 추체험한다.ⓒ (주)알앤오엔터테인먼트

영화는 37년째 정신병동에서 생활하는 명희(김부선)의 2018년 현재와 과거 80년 시점을 회상 기법으로 넘나든다. 명희의 기억은 80년 5월에 멈춰있다. 당시의 총격으로 총알이 머리에 박힌 채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명희는 연인 철수와의 추억만큼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관객은 정신은 혼미하지만 80년 봄의 추억에 관한 한 완벽히 청명한 상태를 유지하는 명희의 회상을 따라 37년 전 그들의 5월을 추체험한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열렬한 학생운동가인 철수가 경찰의 추적을 피해 명희의 작업실에 숨어들고 둘의 까칠한 첫 만남이 시작된다.ⓒ (주)알앤오엔터테인먼트

80년 봄 법대생 철수(전수현)와 미대생 명희(김채희)는 명희의 아틀리에에서 처음 만났다. 열렬한 학생운동가인 철수가 경찰의 추적을 피해 명희의 작업실에 숨어들고 둘의 까칠한 첫 만남이 시작된다. 평범한 미대생이었던 명희는 처음엔 철수의 개인의 행복을 포기한 투쟁가로서의 삶에 회의적이었다. 힘없는 사람들의 작은 몸부림으로 바뀔 만큼 세상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을 돌보지 않고 사회 정의와 인권,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투쟁에 헌신하는 철수의 강한 신념과 열정 그리고 인간적 매력에 반해 명희는 먼저 철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둘은 이내 연인이자 동지로 발전한다. 같이 대자보를 작성하고 살벌한 감시를 피해 대자보를 붙이고 시위를 주도하고 농활을 펼치는 등 사랑과 정열을 유감없이 발산한다.     

철수에게는 동생 뒷바라지에 매우 헌신적인 형, 철호가 있다. 학생운동의 주동자로 늘 쫓기는 처지이지만 철수와 명희는 살벌한 긴장 속에서도 마냥 행복하다. 두 연인의 사랑은 무르익고 동지들과의 연대는 끈끈하고 철수, 철호 형제의 우애는 더 없이 돈독하다. 행복한 5월의 봄날이다.  

그러나 철수에 대한 수배 망이 점점 좁혀오자 신변에 위협을 느낀 철수는 급한 김에 명희를 향해 마음에 없는 냉정한 이별을 통보하고 잠수를 탄다. 그러나 불심검문에 걸려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된 악랄한 사복경찰 영찬(이한위) 일당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철수의 허위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형사들의 잔인한 고문으로 철수는 허무하게 죽음을 맞는다. 자신들의 고문치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형사들의 조치로 철수는 단순사고사로 위장된 채 처참한 익사체로 떠오른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철수는 불심검문에 걸려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된 악랄한 사복경찰 영찬(이한위) 일당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주)알앤오엔터테인먼트

명희는 철수의 장례식을 치르려던 과정에서 경찰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때 명희의 배속에는 5.18둥이 딸 희수가 잉태되어 있었다.  

친엄마 명희를 대하는 딸 희수(김꽃비)의 심정은 복잡하다. 큰아버지 철호 부부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자랐지만 어려서부터 '미친 여자'를 친엄마로 인정하길 거부했던 일화에서 알 수 있듯 희수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늘 원망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긴 세월 정신병동에 갇혀 사는 친엄마에 대한 연민을 떨칠 수 없다. 명희에 대한 연민과 원망이 같은 무게로 그녀를 짓누른다. 

희수는 서른여덟 늦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양가 상견례 자리에 친엄마 명희가 불청객으로 침입하면서 희수의 결혼은 파토 나고 만다. 그렇잖아도 가슴의 응어리였던 엄마가 인생 중대사에 결정적 방해를 하는 상황에 희수의 원망은 극에 달한다. 명희는 어렴풋이 자신의 존재가 딸의 앞날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철규 의문사와 5.18의 결합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분명 전라도인데 철수는 물론 철호도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철수형제는 원래 전라도와 경상도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나 경상도에서 자랐다. 그러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무작정 아버지의 고향인 전라도로 흘러들어오게 된다. 감독은 이렇게라도 5.18에 덧씌워진 지역적 경계를 허물고 싶었노라고 말한다.

지역 간, 세대 간, 이념적 차이로 인한 사회적 장벽과 편견을 깨기 위한 감독의 노력은 작품 곳곳에서 강박적일만큼 자주 목격된다. 언뜻 지나치는 풍경, 대사, 소품, 배우들의 행동 하나에도 80년 5월의 시공간적 배경을 어느 특정한 지역과 계층에 국한시키지 않고 우리 시대가 품어야 할 공동의 역사이자 비극으로 인식시키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가 포착된다. 그래서 부자연스런 장면이나 소품, 대사 등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에서는 의심하기 보다는 이 장치가 암시하는 메시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고심하게 된다. 영화는 애매한 디테일적인 요소로 관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상상하게 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는 희수가 파혼으로 취소된 결혼식을 강행하겠다고 선포하면서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신랑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식을 예정대로 감행하겠다는 희수의 호언장담은 지켜질 수 있을까. 희수가 계획한 결혼식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살리는 최고의 이벤트가 된다. 

스크린에 불이 꺼져도 스피커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 나머지 소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관객들은 노래의 마저 끝날 때 까지 일어서지 않고 정숙했다. 어두운 스크린을 응시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 마지막 소절을 조용히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이 영화는 배경음악이 모두 추억의 민중가요들로 짜여있다. 각 장면에 어울리는 민중가요가 배경음악으로 깔려 그 자체로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듯한 감동을 준다. 그리고 민중가요가 삽입된 신은 느린 화면으로 처리하여 공감각적 감동을 오래 음미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특히 철수의 비밀장례미사를 집전하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어 가는 젊은 사제의 이마 위로  '마른 잎 다시 살아나'가 애잔하게 흘러나오는 장면에서는 처연한 분위기가 고조된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영화는 희수(김꽃비)가 파혼으로 취소된 결혼식을 강행하겠다고 선포하면서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주)알앤오엔터테인먼트

이철규 열사의 죽음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지만 주인공 철수에게는 다양한 인물이 중첩되어 있다. 철수가 학생운동조직에서 차지하는 위치로 보면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 박관현 열사를, 철수가 집회와 시위를 주도하는 등 학내외 투쟁에서 보여주는 역할을 감안하면 마지막까지 도청을 사수하다 산화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가, 수배 중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고 사고사로 위장 당하는 과정은 제4수원지에서 처참한 익사체로 떠오른 이철규 열사 사건이 투영되어 있다. 학생과 시위대가 철수의 빈 관을 들고 행진하면서 위장행렬로 경찰들의 시신탈취 공작을 따돌리는 작전은 지금도 지역에서 '운암대첩'으로 회자되는 고 강경대군의 장례행렬을 재연한 듯 보인다.

종자돈 100만원의 기적, 이 영화의 진정성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화순군 지역의 시골여중생이었던 나는 80년 5월 어느 날 실시된 갑작스런 봄방학에 너무 신이 나서 광주에서 '폭도'들이 한 달쯤 더 데모를 해주길, 그래서 전원 광주 거주민들인 선생님들이 계속 무단결근을 하고 이 꿈같은 휴교조치가 더 이어지길 간절히 염원했다. 15세 청소년으로서는 자연스런 반응이었다고 자위한다. 광주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거리의 시골 중학생인 우리들은 교통과 통신이 두절된 도청소재지 광주에서 그토록 처참한 만행이 자행되고 있으리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같은 화순 출신이지만 나이가 조금 많다는 이유로 당시 광주에 유학중이었던 감독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지요."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주)알앤오엔터테인먼트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주)알앤오엔터테인먼트

명희가 37년 세월을 머리에 박힌 총알로 인한 광기에 시달리듯 광주를 겪었던 사람들은 모두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상흔으로 인한 크고 작은 분열 증세에 시달린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또한 그 세월을 온전한 정신으로 견딜 수 없었던 살아남은 자의 고통이 빚어낸 분열증상의 결과물이다.  

"그 친구가 제게, 백만 원을 주면서 이 영화를 꼭 만들어 달라 당부했거든요."

영화 마지막 자막, 이 영화를 헌정한다고 언급했던 친구의 사연을 감독은 회한에 젖은 어조로 들려주었다. 첫 제작비용 백만 원을 대줬던 친구라고 했다. 같은 고등학교 친구로 함께 5.18을 경험한 그는 영화 만드는 일을 업으로 갖게 된 친구에게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 백만 원을 쥐어주며 꼭 '5.18영화'를 만들어 달라 당부했다고 한다. 친구의 부탁은 결국 유언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영화가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친구는 불의의 사고로 저 세상 사람이 되어버렸다. 종자돈 백만 원의 우정이 오늘 이 영화를 가능하게 했다. 감독은 첫 시사회의 감격을 줄곧 지금은 가고 없는, 백만 원을 쥐어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꼭 완성하라고 당부했다던 친구의 유훈을 떠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김꽃비, 김부선, 이한위 등 배우들의 성실한 연기다. 점점 문화예술작품의 생산과 소비가 일회적으로 신드롬화 되어 가고 있는 예술시장에서 이 영화의 소박한 매력과 진정성을 관객들이 간파해주길 바라본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컷.ⓒ (주)알앤오엔터테인먼트

5.18광주민중항쟁 38주년에 즈음하여 개봉하는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18년의 5월 추모분위기를 계승할 가장 시의적절한 콘텐츠라 확신한다. 올봄, 스크린에서 재개될 세기의 영혼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여 진혼곡 '임을 위한 행진곡'이 결혼행진곡으로 제창되는 감동적인 출정식을 함께 하길 적극 권한다. 

문 대통령, “종전선언은 남북미 합의 이뤄져야 성공”

아베 일 총리,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일 정상회담 시사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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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4  18: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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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해 협의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종전 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을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4시 40분부터 40분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는가”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아베 총리와도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미 3자 만으로도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인 중국의 경우, 1994년 9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하면서 정전체제 관리 권한과 책임을 포기한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은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물론이고 일본과 북한 두 나라 사이의 관계 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일북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아베 총리에게 권고했다.
이어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될 경우 북일 대화나 북일 정상회담이 이어질 필요가 있는지’ 물었다.
아베 총리는 “일본과 북한 사이에는 핵과 미사일 그리고 납치 등 여러 문제가 있으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치면 일본과 북한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핵 문제, 미사일 문제, 납치 문제가 해결된다는 걸 의미하며, 그럴 경우 일본과 북한 사이에서 과거 청산과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납치 문제’를 고리로 하여 북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실제로, 북.일 간 물밑 대화가 상당한 수준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케.모리토모 스캔들’ 수렁에 빠진 아베 총리의 낙마 여부가 변수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18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기하고 납치된 사람들이 일본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협조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기회가 닿는대로 북쪽에 납치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 때도 아베 총리의 입장을 전달하겠다.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이 동북아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판문점에 ‘남북 상설 연락사무소’ 추진한다

[단독] 판문점에 ‘남북 상설 연락사무소’ 추진한다

등록 :2018-04-25 05:01수정 :2018-04-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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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D-2
문 대통령, 회담 때 김정은에 제안
사실상 남북 대표부 첫 단계 모색
정치·군사 분야별 공동위도 구성
회담 관계자 “합의 가능성 있다”
그래픽_정희영
그래픽_정희영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열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대표부 기능을 하는 남북의 상설 협의·연락사무소를 판문점에 설치해 운영하자고 제안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상설 회의체 성격을 지닌 남북 공동위원회를 정치·군사·경제 등 분야별로 구성·운용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 상황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은 24일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쪽이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제안할 것”이라며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이 3일 앞으로 다가온 27일 오후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만남을 전 세계에 알릴 경기도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통신 등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이 3일 앞으로 다가온 27일 오후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만남을 전 세계에 알릴 경기도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통신 등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미 추진 의사를 밝힌 ‘정상회담 정례화’를 포함해 이번 정상회담을 남북 당국 대화의 정례화·상시화·상설화 진전의 획기적 전기로 삼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른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이번 회담에서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의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해 당국 간 회의체 정비·강화 등 ‘비제재 분야’에서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제안할 ‘판문점 연락사무소’는 1992년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했으나 ‘직통전화 운용’ 수준으로 유명무실화한 ‘판문점 연락사무소’ 합의(남북기본합의서 1장 7조)의 복원·현실화 추구다. 아울러 2005년부터 개성공단 안에 설치돼 남과 북의 당국자 등이 한 건물에서 근무하며 협의하던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현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기능과 위상을 ‘경제’에서 ‘모든 분야’로 확대하려는 것과 같다.
현재 운용되는 판문점 연락사무소는 판문점 남쪽 ‘자유의집’과 북쪽 ‘통일각’에 따로 설치돼 직통전화 운용으로 기능이 한정돼 있지만, 이번에 추진될 연락사무소는 사실상 대표부 구실을 하는 남북 공동의 상설 협의·연락 체계 및 공간의 창출을 도모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통한 소식통은 “원칙대로 하자면 서울-평양 상호 연락사무소(대표부) 개설이 좋지만, 현재 남북관계의 수준을 고려할 때 당장 가능한 방안이 아니다”라며 “당국 간 대화 상설화의 초보적 형태로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추진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할 ‘판문점 연락사무소’의 모습은, 현재의 ‘직통전화 운용 판문점 연락 채널’보다는 2005~2010년 개성공단에 설치돼 운영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확장판으로 이해하는 게 낫다. 남북경협협의사무소는 1층엔 통일부·경제부처·무역협회 등 15명 안팎의 남쪽 인원이, 2층엔 민경련 등에서 파견된 북쪽 인력 10여명이 상주하며 경협 관련 협의·연락 창구 구실을 해왔다. 70년 분단 역사에서 남과 북의 당국자들이 한 건물에서 일한 유일한 사례다. 이 사무소는 2010년 천안함 사태에 따른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처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폐쇄됐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독 가시도 모자랐나, 잭나이프 무장 물고기

조홍섭 2018. 04. 24
조회수 1620 추천수 1
쏨뱅이류에서 발견, 뺨에 숨겨두었다 유사시 펼쳐
어른도 죽일 독가시에 추가, 동남아선 식용으로 인기

f1.jpg» 쏨뱅이류의 하나인 병정물고기. 왼쪽 잭나이프를 펼치고 오른쪽은 숨긴 상태이다. 미국 어류 및 파충류 학회 제공.

포식자가 들끓는 바다에서 살아남는 길은 최고의 방어수단을 확보하는 것이다. 오랜 진화과정에서 바닷물고기들은 기발한 방어 무기를 잇달아 발명했다. 위장술과 날카로운 가시, 그리고 독물 주입은 흔히 개발된 수단이다. 

태평양과 인도양 해안에 서식하는 쏨뱅이 무리는 특히 날카롭고 맹독성 독물로 유명하다. 쏨뱅이 목에는 1500종 가까운 물고기가 포함되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쏠배감펭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또 하나의 방어수단이 숨겨져 있음이 새롭게 밝혀졌다. 바로 평상시에는 숨겨두었다가 유사시 드러내는 ‘잭나이프’다.

f2.jpg» 대만 어시장에서 쏨뱅이류 샘플을 찾는 연구자. 레오 스미스 제공.

윌리엄 레오 스미스 미국 캔자스대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교수는 쏨뱅이류 어류를 연구하기 위해 대만 어시장을 뒤졌다. 새우잡이 어선의 그물에는 수많은 종류의 이 무리 물고기가 들어있었다. 연구실에 돌아와 자세히 살펴보자 눈 아래 뺨에 독특한 뼈가 들어있었다. 이 뼈는 등뼈가 확장된 것으로, 보통 때는 접어 두었다가 위협을 느끼면 마치 잭나이프처럼 90도 각도로 펼쳐졌다. 물고기에서 처음 발견된 방어수단이다.

스미스 교수는 “이런 발견이 어떻게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아마도 이 무리를 연구하는 학자가 한두명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스미스 교수와 미국 연구자들의 이 발견은 과학저널 ‘코페이아’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이 잭나이프의 길이가 눈 지름의 0.5∼2.5배였으며 크기가 작은 종 물고기일수록 그 비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또 어떤 종의 잭나이프는 형광을 띠기도 했다.

j1.jpg» 숨긴 상태의 잭나이프 모습. 레오 스미스 제공.

연구자들은 또 ‘눈물 칼’로 이름 붙인 쏨뱅이 무리의 잭나이프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해부학적 얼개도 밝혔다. ‘눈물 칼’은 많은 아가미의 근육과 인대로 연결돼 있어 아가미를 닫는 강력한 힘으로 나이프를 펼친 뒤 골격의 홈에 고정한다.

스미스 교수는 잭나이프가 이미 상당히 뛰어난 기존의 방어 무기에 추가된 것이라며, 이 물고기들은 가시와 위장술, 그리고 어른도 죽일 만큼 세계 최강의 독물로 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 물고기가 나이프를 몸에 직각 방향으로 펼치면 잡아먹힐 확률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f3.jpg» 쏨뱅이류의 한 종인 파라센트로포고 롱이스피니스. 레오 스미스 제공.
 

f4.jpg» 바다 밑에서 나뭇잎을 흉내 내는 쏨뱅이목 물고기 와스프피시. 레오 스미스 제공.
 

f.jpg» 우리나라 남해와 제주도 등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쏨뱅이목 물고기 쏠배감펭. 크리스찬 멜퓌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는 “이 물고기를 연구하면서 쏘이지 않으려고 편집증적으로 노력했다”며 “그러나 이들은 맛있는 물고기여서 식용으로 포획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양식도 한다”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 Leo Smith, Elizabeth Everman, and Clara Richardson, Phylogeny and Taxonomy of Flatheads, Scorpionfishes, Sea Robins, and Stonefishes (Percomorpha: Scorpaeniformes) and the Evolution of the Lachrymal Saber, Copeia 106(1):94-119. 2018, https://doi.org/10.1643/CG-17-669">https://doi.org/10.1643/CG-17-66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