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5일 화요일

[논설위원의 단도직입]김동연 “승자독식 끝내고 ‘기회 공화국’ 만들어야”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입력 : 2021.05.26 06:00 수정 : 2021.05.26 08:07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동연 전 부총리가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고질인 승자독식구조를 깨고, 청년들에게 더 많은 꿈과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김동연 전 부총리가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고질인 승자독식구조를 깨고, 청년들에게 더 많은 꿈과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1957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났다. 서울 덕수상고 3학년 재학 중 한국신탁은행(현 하나은행)에 입사했다. 주경야독으로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문재인 정부에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요즘 직함은 사단법인 ‘유쾌한반란’의 이사장 겸 시니어 인턴이다. 그는 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아래로부터 솟구쳐 나오는 활력과 에너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2019년 비영리법인 ‘유쾌한반란’을 설립했다. 사회적 벤처기업을 후원하고, 꿈을 가진 젊은이에게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판잣집에서 자란 상고생 출신으로 고위 관료와 대학 총장까지 지낸 김 전 부총리는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다. 2018년 12월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낮에는 전국의 생산 현장을 돌며 노동자와 기업가들을 만나고, 밤에는 글을 쓴다.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 23일 오후에 그를 만나 퇴임 후 근황과 한국 사회의 각종 현안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이후 25일 전화로 추가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았다.

김 전 부총리는 인터뷰 내내 “한국 사회의 고질인 승자독식구조를 깨고, 청년들에게 더 많은 꿈과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대선 출마 등 정치 관련 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청년 등에게 직접 현금을 나눠주는 ‘현금 복지’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여권의 대선주자들을 의식한 듯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퇴임 후 ‘정치계 러브콜’ 

생활정치의 가능성 발견한 2년
박영선 전 장관의 삼고초려 등
여러 곳 총선·서울시장 출마 권유
총리직 제의, 밝히는 건 도리 아냐
 

-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퇴임 후 어떻게 지냈나.

“경제 관료로 중앙 정책 무대에서만 30년 넘게 일하면서 퇴임 후 시민들의 실제 삶의 현장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여수 안포어촌마을, 밀양의 얼음골 사과농장, 부산의 중소기업 등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일주일간 전국적으로 50곳 정도를 방문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는 모습을 봤다. 나라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처한 위치와 생각은 달라도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양보하며 협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국민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면서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도권 정치나 정책의 장이 아닌 생활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는 희망도 갖게 됐다. 여기에 착안해 작은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들어 실천을 모토로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

-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얘기해 화제가 됐다.

“통찰력이 뛰어나신 원로분이 갑자기 저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에 대해 당혹스러우면서도 감사하다. 그러나 그분의 판단과 제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세 번이나 찾아 여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청와대의 국무총리직 제의를 고사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치권 여러 곳에서 총선과 서울시장 출마 권유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다 고사했다. 총리직 제의는 인사권자가 있는데 그 과정을 밝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다만 정무직 인선 과정에서는 여러 사람을 후보로 올리는 것이 통상 절차이니 저도 그중 한 명으로 거론됐을 수 있다.”

- 조만간 책을 출간한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자서전이 아니다. 34년 공직 경험과 퇴임 후 2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 또 그들의 삶을 보고 배우며 느낀 점을 기초로 우리 경제와 사회 문제의 대안을 찾는 노력을 적었다. 우리 경제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승자독식구조를 깨고 기회 공화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으려 한다. 실천에 옮기는 방법으로는 정치 줄이기와 권력 나누기,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제시할 계획이다.”

- 책 출간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 거라는 전망이 있다.

“책은 6월 초·중순쯤 발간할 예정이다. 공직에 있는 동안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중 하나가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들어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가 책을 쓰는 것이었다.”

- 아주대 총장 재직 때 학생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퇴임 후에도 청년들과의 만남을 계속 이어가는 것 같다.

“청년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청년들의 어려움을 초래한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큰 책임을 느낀다.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자기 세대 고생한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는 지금 청년들이 훨씬 힘들다. 그리고 청년들이 힘든 것은 청년들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잘못이고 사회 구조가 잘못된 탓이라는 데 동의해야 한다. 청년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공감하고 소통하려 노력해왔다. 지금도 청년들을 만나면 가슴이 뛴다. 우리 청년들과 함께 사회 변화를 만들고 사회 혁신을 하고 싶다.”

정책 현장 바깥에서 본 한국 경제 

4%대 성장과 방역 성과 인정해야
지금은 재정건전성 악화 감수하고
취약계층에 적극적 재정 투입할 때
그래야 민생 성장기반 훼손 안 돼
 

- 정책 현장에서 2년 넘게 떨어져 있는 셈인데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나.

“4%대 경제성장과 코로나19 방역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도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민생이 여전히 어렵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고 서민들 삶이 팍팍하기만 하다. 거시지표와 민생의 괴리가 한두 해 문제는 아니지만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실물시장과 금융시장 간 괴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마다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근본적으로 경제 구조와 틀이 바뀌지 않으니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 우리 경제 구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승자독식구조다. 고소득을 올리는 안정적 직군의 성 안에 불과 10% 남짓의 사람이 있고 나머지는 성 밖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수도권 집중 문제,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 이 모든 것들이 승자독식구조에서 나오는 현상들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단순 다수 소선거구제는 승자와 패자의 명암을 극명하게 가른다. 입시경쟁, 교육격차 등 교육에서도 승자독식구조가 기승을 부린다. 이 때문에 정치·경제·교육 등 모든 면에서 무한경쟁이 일어난다. 이제는 이런 승자독식전쟁을 끝내야 한다.”

- 지난 17일 경기 지역 청년회의소 강연에서 ‘청와대 정부’ 문제를 언급했다.

“정치권 승자독식구조의 폐해를 얘기한 것이다. 5년 단임인 대통령이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청와대에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고, 청와대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고 있다. 청와대의 권한 집중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문제가 생기면 청와대를 바라보는 이중성도 버려야 한다.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현 정부를 비판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러니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특정 정부의 문제라면 정권이 바뀌면 해결돼야 하는데 이제까지 모든 정부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결국 구조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극복이 중요하다. 재난지원금 지급 등 재정의 역할에 관한 논란이 있다.

“지금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해가 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 재정을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오랜 기간 국민의 헌신과 희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선순위의 문제이기는 했지만,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사회안전망이나 교육에 대한 투자를 상대적으로 적게 했다. 최근 이런 분야의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거나 교육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중에 위기가 왔다. 코로나19로 어렵게 된 계층을 확실하게 지원해 삶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분들이 무너지지 않고 회복되어야 민생이 살고 성장기반이 훼손되지 않는다. 재정 투입이 사회적 투자가 되면서 장기적으로 재정을 튼튼하게 하는 기반이 되도록 해야 한다.”

민생의 핵심 주거 문제 해결하려면 

수도권 ‘올인’ 깨고 균형발전 바탕
일관적 정책, 시장 작동 통해 추진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폐지하고
공공임대 사회주택 대폭 늘려야
 

- 민생의 핵심이 주거다. 폭등하는 아파트와 주택 값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역대 정부마다 골머리를 앓은 문제다. 국민이 만족하는 대안을 만들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일관되게, 가급적 시장의 작동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다. 그때그때 바뀌어서는 안 된다. 1가구 1주택에 한해서는 집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의 현실적 꿈을 인정하고 이루도록 해줘야 한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는 세제와 금융에서 우대 정책이 필요하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는 해야 한다. 대규모 공급 확대 정책도 필요하다.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는 폐지해야 한다. 어려운 계층을 위한 사회주택 공공임대주택은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렇지만 수도권 ‘올인’ 구조를 깨지 않고는 근본 해결이 안 된다. 지역균형발전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 며칠 전 경기 의정부의 특성화고교 학생들을 만났던 일화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하면서 ‘기회 복지’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우리 청년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일까. 현금 복지나 각종 복지 프로그램보다는 기회를 더 원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기회, 그리고 더 고른 기회다.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부족한 기회를 놓고 전쟁 같은 경쟁이 벌어진다. 기회가 고르게 주어지지 않다보니 부와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교육·의료·디지털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극화와 사회갈등, 공정성 시비도 결국은 기회 문제와 맞닿아 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복지 시스템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현금을 나눠주는 ‘현금 복지’가 아니라 ‘기회 복지’를 늘리는 것이다. 청년,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미래 상생을 위해 기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기회만 주어지면 신바람나게 일하면서 잠재력을 발휘한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추락해도 금방 튀어오르는 탄력성이 강하다. 우리 사회를 ‘기회 복지국가’ ‘기회 공화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금 복지보다 ‘기회 복지’ 

재난지원금 등 필요하기도 하지만
청년들이 진짜로 원하는 건 ‘기회’
부와 불평등의 대물림 끊어내려면
일시 처방보다 근본적 대안 있어야
 

- 기회 복지가 일부 대권주자들의 복지 주장을 비판하는 것처럼 들린다.

“(웃으며) 언론은 항상 대립각을 세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진지하게) 진짜 바란다. 생산적 논의가 되도록 보도해주면 좋겠다. 물론 재난지원금 등 현금 복지가 필요한 때도 있다. 또한 현금 복지를 주장하는 분들도 나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저도 복지 확대에 찬성한다. 다만 일시적 처방이 아닌 근본적 대안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기회 복지를 제시한 것이다. 이런 주장들을 대립 갈등으로 몰면 건전한 논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15년 전에 ‘비전 2030’을 내놨을 때도 그랬다. 내가 실무책임자로 1년 넘게 수많은 전문가와 치열하게 토론을 거쳐 한 세대 앞을 보고 만든 국가 비전과 전략이었다. 미래 25년간의 재정전략과 국가의 역할까지 담았다. ‘비전 2030’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정치판에서 바로 세금 폭탄 논쟁으로 비화됐고 결국 사장되고 말았다. 그때 사회적 의제로 진지하게 토론하고 의견을 모았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바뀌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다시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이제 과거를 놓고 다툴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사회적 의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논설위원의 단도직입]김동연 “승자독식 끝내고 ‘기회 공화국’ 만들어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260600045&code=910100#csidx2c14c3b66d6deffab8b1bc3de6272f9 


추상적 이익과 명료한 손실

 

  • 기자명 장창준 박사
  •  

  •  승인 2021.05.25 10:13
  •  

  •  댓글 0
  •  

    한미 정상회담의 대차대조표

    이렇게 길고, 전문적 용어가 많은 정상회담 합의문이 있었던가 싶다. 그만큼 정상회담의 의제가 많았고, 새로운 의제도 다수 포함되었다. 누구의 의사가 더 많이 반영되었는가, 누구에게 더 유리한 합의인가 평가하기에도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그래서 대차대조표를 작성해봤다.

    이번 공동성명은 크게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포괄적 협력”이라는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본 글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전자의 파트를 “안보공약”, “평화 프로세스”, “지역 안정”으로 세분화했으며, 후자의 파트를 “미래가치”로 분류했다.

    수혜국의 선정은 해당 이슈에 어떤 가치도 부여하지 않고, 다른 합의내용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은, 오직 객관적으로 해당 합의 내용이 어느 쪽에 더 이익이 되는가 여부로만 판단했다.

    정상회담의 대차대조표 : 양적 평가

    전체 28개의 합의(합의사항을 담고 있는 문장은 어림잡아 40개가 넘지만 28개로 논의를 국한한다) 중 한국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는 8개이며, 미국에 이익이 되는 합의는 10개이다. 한국과 미국의 국력 차이, 급한 쪽은 한국이고 느긋한 쪽은 미국이었다는 점에서 8:10의 성적은 그렇게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부 주제로 들어가면 평가가 약간 달라진다. 우선 ‘안보 공약’의 경우 2:2로 대등한 합의를 했다. 1과 2가 교환되었고, 3과 4가 교환되었다고 볼 수 있다. ‘평화 프로세스’의 경우는 4:3으로 약간의 흑자를 보았다. 한국 정부가 역점을 두었던 주제였다는 점에서, ‘성공적 회담’이라고 하기엔 좀 초라한 성적이다.

    ‘지역의 안정’으로 안정으로 가면 0:4로 미국이 완벽한 흑자를 보았다.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신남방정책을 굳이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계할 이유가 없다. 이에 반해 미국은 자신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연계시킴으로써 어떻게든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끌어들여야 했다. ‘남중국해 등에서 항해의 자유’는 미국이 냉전 해체 이후 30년 동안 구사해왔던 레파토리였다.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역시 미국이 양안관계에서 대만을 지지하는 데서 써먹던 위한 고전적 레파토리다. ‘쿼드’를 지역 다자주의의 하나로 인정함으로써 미국이 쿼드 참여를 종용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미래 가치’ 영역은 말 그대로 미래를 위한 투자 성격을 갖고 있어서 2:1이라는 수치상의 우세는 큰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다만 백신 협력을 끌어낸 것은 현재의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면 분명 큰 성과이고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대목이다.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우리 정부가 평화 프로세스, 백신, 미사일 주권 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냈고, 미국 정부가 쿼드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략, 양안 문제 등에서 한국의 양보를 끌어 낸 회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비록 불안정한 요소가 있지만, 양적 평가에서는 비교적 균형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질적 평가: 추상적 이익과 명료한 손실

    그러나 질적 평가로 넘어간다면 평가는 달라진다. 우선 우리 측이 수혜를 보는 영역을 살펴보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라는 수사보다는 다소 진전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 프로세스의 재가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평화 프로세스가 중단되었던 하노이 회담에서도 한미 양국은 완전한 비핵화에서 공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확인 역시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 한미 양국이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거부해서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 역시 ‘성과’로 보기 힘들다. 언제 한 번 미국이 남북 대화를 반대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한 적이 있던가. “남북 관계가 한반도 비핵화와 속도를 같이 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남북 대화 속도 조절을 요구해 왔을 뿐이다. 미국이 대북 제재와 유엔사를 내세워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개입할 때도 남북 대화는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우리에게 ‘이익’으로 평가되는 합의들은 대개 추상적이거나 원론적인 것들이다. ‘말공약’의 성격이 농후하다. 오직 하나 명확하고 구체적인 ‘수혜’는 ‘미사일 지침 종료’ 하나뿐이다.

    그렇다면 미국 측이 수혜를 보는 영역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전작권 환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미국은 ‘조건’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워 반대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전작권 환수는 좌절되었다. 유엔안보리 결의 완전 이행은 대북 제재의 유지와 강화를 의미한다. 대북 제재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의 발목을 잡는 핵심 장치였다. 한미 양국의 대북 정책 완전 일치는 어떤가. 그 명분으로 출범한 한미워킹그룹회의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조차 불허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미국측에 ‘이익’으로 평가되는 합의들은 우리 정부가 빼도 박도 못할 만큼 구체적이고 명료하다. 다만 ‘지역 안정’의 영역에서 미국이 받는 수혜 역시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표현들이 많다. 이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여 등장하는 이슈들이다. 과거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 배치 등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가 추상적 논의에서 구체적 실행으로 넘겨졌던 사례를 비춰보면 ‘지역 안정’에서의 추상적 합의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구체적 실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그런 단서를 제공했다.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정작 해야 할 일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 시켜 북미 대화를 재개한다는 구상은 비현실적이다. 이미 미국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도 세 차례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이 대화를 거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대화를 재개시킬 수 있단 말인가.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대화를 재개할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미국의 대북 접근법을 완전히 바꾸는 것뿐이다. 대북 제재를 완전히 종료하지는 못하더라도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 군사연습은 잠정 중단한다는 합의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막 출범한 바이든 정부가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그러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는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축으로 하여 가동된다. 그 한 축인 북미 대화는 북한과 미국의 문제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만약 개입하려고 했으면 하노이 회담 전에 해야 했다.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평화 프로세스를 가동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북 대화라는 또 하나의 축을 가동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초 남북 대화를 북미 하노이 회담 이후로 미뤄버리는 결정적 실책을 범했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북미 대화를 끌어내고 그 후 남북 대화를 재개한다는 것은 지난 실책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2018년 남북 대화는 북미 대화 이전에 열렸다. 한미 군사연습을 연기함으로써 남북 대화가 열릴 수 있다. 현시점에서 남북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미 군사연습을 연기 혹은 중단하는 것이다.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연기 혹은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길밖에 없다.

    선택의 결과는 성과 외에 후과도 따른다. 후과가 없는 성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후과를 두려워하면 성과는 낼 수 없다. 평화 프로세스라는 성과를 내고 싶다면 후과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 지금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바이든-푸틴, 내달 16일 제네바서 첫 정상회담 개최

     바이든 유럽 순방 말미에 제네바서 첫 대면 회담... 한반도 관련 언급 나올지 주목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2021-05-26 08:58:16 수정2021-05-26 08:58:1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 사진)ⓒ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미·러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백악관은 25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젠 사키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16일 제네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며 “우리는 미·러 관계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복원을 모색하는 가운데 양 정상들은 모든 분야에서 긴급한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크렘린궁도 이날 성명을 통해 “양 정상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지역 갈등 해소를 위한 상호 교류를 포함한 러·미 관계의 현황과 전망, 전략적 안전성 문제,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미·러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첫 순방으로 유럽을 방문하는 다음 달에 열릴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같은 달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 언론들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문제,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탄압 문제, 핵확산 차단,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응 등 각종 다양한 현안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 갈등 문제를 놓고 한반도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되거나 양국 관계 재설정보다는 양 정상이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양국의 이해관계에 대해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러시아를 미국의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표현했고 푸틴 대통령과 직접적인 대립을 피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폄훼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나발니 사건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미·러 정상이 이번 첫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어떤 발언이나 합의를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또 이번 정상회담 이후 북미대화가 복원될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다만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상호 충돌을 피하고 안정적인 관계 설정에 주안을 둘 것으로 보인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뜨는 이준석’에 “젊은보수 신드롬” “공정 가장한 능력주의”

     한미 공동성명 ‘대만 언급’ 파장에…“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목소리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로 떠오른 이준석 전 최고위원에 관심 모여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및 공동성명을 둘러싼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주요 종합일간지들이 이번 공동성명 의미를 다룬 가운데, 양국이 처음 ‘대만’을 언급한 성명이 향후 한중 관계에 미칠 파급력에 집중한 보도가 두드러졌다.

    경향신문(접근 방식도 표현도 전부 미국식…“미 초안 그대로 된 듯”)은 26일 공동선언문을 두고 “미국의 입장이 거의 일방적으로 실려 있는 가운데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환영할 만한 요소가 몇 개 들어 있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고 분석했다. 근거로는 △동맹의 의미·가치로 시작해 북한→지역→중국→글로벌 이슈로 넘어가는 구조 △중국 및 글로벌 이슈에서 미국의 평소 입장 반영 △조국·윤미향·대북전단 문제 비판 시 사용됐던 ‘부패 척결, 표현·종교·신념의 자유 보장’ 문구 등장 등을 언급했다.

    이 신문은 “정부가 이처럼 미국의 표현을 다 받아준 이유는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 남북교류 등에 대한 지지를 공동성명에 넣는 것에 최우선적으로 집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 내용상으로는 얻은 것이 없다”며 “공동성명대로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진보성향 외교전문가 입을 빌려 “보수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일방적인 회담 결과” “진보층과 정부가 북한 문제 해결에만 매몰돼 한·미 간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전했다.

    ▲5월26일자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5월26일자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한미 공동성명 중 대만 관련 대목은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는 부분이다. 양국은 이 성명에서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24일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며 어떤 외부 세력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 대해 언행을 신중하게 하고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한국 외교부는 “공동성명의 많은 내용은 특정 국가의 특정 현안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신문(“미중 사이 오락가락 행보 안 돼…대만 언급 후폭풍 계산했어야”)은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동성명에 대만을 언급해 놓고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며 “우리 정부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표현이 갖는 파급력을 애써 축소시키고 있지만 공동성명에 대만을 언급한 이상 후폭풍에 대한 계산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실제 압박을 행사할 경우 ‘오락가락’ 행보는 지양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이어졌다.

    한겨레 사설(‘중국 보복’ 과도한 우려보다 차분한 ‘한-중 외교’를)은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배려한 부분도 적지 않다”며 “신장위구르, 홍콩과 관련한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가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은 것은 한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웃 국가이자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큰 역할을 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잘 관리해나가야 하겠지만, 중국의 보복에 대한 과도한 우려 때문에 한국이 스스로 외교적 선택지를 제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제 정세 속에서 독자적 입장과 원칙에 따라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이견이 있다면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중 관계를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5월26일자 경향신문 2면 기사
    ▲5월26일자 경향신문 2면 기사

    조선일보 사설(우리 국익에 중요한 韓美 합의, 중국에 왜 변명하나)의 경우 “한미 동맹을 복원하자는 약속을 해놓고 중국이 화를 내자 당당하지 못하게 둘러대는 모습”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 정권은 4년 내내 중국 앞에만 서면 꼬리를 내렸다. ‘사드 3불(不)’로 군사 주권을 양보하는 전대미문의 행위를 했다”면서 “미국에 이 말 하고, 중국에 저 말 하면 두 나라 모두 한국을 우습게 볼 뿐이다. 이번 한미 성명에는 우리 국익에 중요한 약속과 합의가 많다. 중국에 변명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동성명에 언급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도 하나의 쟁점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5일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주장해 온 ‘조선반도(한반도) 비핵지대화’는 큰 차이가 없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다.

    동아일보(北 ‘비핵지대화’ 미군철수 요구때 쓰는데… 鄭 “한반도 비핵화와 큰 차이 없다” 발언 논란)는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철폐와 전략폭격기 등의 한반도 전개 금지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하는 의미로 비핵지대화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이 국제사회에서 자칫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핵우산 철폐,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0선 중진’ 이준석이 포착한 별의 순간?

    26일자 신문에는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 상승세에 집중한 기사가 다수다. 특히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 “혁신·反페미 사이 ‘젊은 보수’ 신드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주목했다. 이 신문은 “보수 혁신’뿐 아니라 ‘정치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의 표출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그의 선전은 더불어민주당의 86세대 정치인들에게까지 압박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편으론 반(反)페미니즘 정서와 공정을 가장한 능력주의 확산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며 “그에 대한 2030의 높은 지지가 왜곡된 ‘공정’에 대한 열망이란 분석도 있다. 완전 자유 경쟁을 공정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엘리트 중심의 능력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설명”도 전했다.

    ▲5월26일자 서울신문 1면 기사
    ▲5월26일자 서울신문 1면 기사

    세계일보 기사(10여년 원외서 뛴 ‘0선 중진’…어젠다 개발·입담 ‘탁월’)는 “이준석 돌풍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변화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김종인 체제’를 뒷받침했던 초선·소장파 가운데 일부가 이번 전당대회에 문을 두드리며 바람을 일으켰고, 가장 젊고 인지도가 높은 이 전 최고위원에게 변화의 에너지가 모였다는 것”이라며 “이 전 최고위원의 새 어젠다 개발과 입담 등 개인기도 뒷받침됐다. 이 전 위원은 2011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권에 들어와 지난 10여년 간 원외에서 활약하며 ‘0선 중진’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에 집중했다. 송갑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5일 의원총회에서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지형 변화에 대한 결과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그 결과 조사대상인 만 19세~54세 성인 남녀의 8.5%가 민주당의 최초 연상 이미지로 내로남불(8.5%)을 떠올렸다. 민주당을 의인화한 이미지로는 ‘독단적이며, 말만 잘하고 겉과 속이 다른, 성과 없는 무능한 40, 50대 남성’이 꼽혔다.

    국민일보는 관련 기사(이준석 돌풍에 놀랐나… 민주당 “더 이상 꼰대 정당 안된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당 쇄신의 일환으로 ‘민심경청 프로젝트’를 가동키로 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을 수습하고 차기 대선을 위해 당의 지지율을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민주당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30대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자 ‘2030민심’의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대거 이탈한 2030세대가 이 전 최고위원을 계기로 국민의힘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오수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날 조선·중앙 1면에

    조선일보·중앙일보 1면에는 김 후보자의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임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전날(25일) 저녁 SBS는 김 후보자가 법무차관 퇴임 후 지난해 9월까지 맡은 22건 중 최소 4건이 옵티머스·라임펀드 의혹 사건이라고 보도([단독] “김오수, 라임·옵티머스 관련 사건 변호”…수임 내역 입수)한 바 있다. 

    ▲5월2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5월2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라임 보고 받다…라임 변호사로)는 “김 후보자가 수임한 사건 22건 중 14건(63%)이 친(親)정권 검사인 이성윤 검사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사건이었다”며 “김 후보자는 특히, 다수의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이 제기됐던 대규모 펀드 사기인 라임·옵티머스 사건 관련 변호를 4개나 맡았다. 그런데 김 후보자가 법무차관으로 있으며 직접 보좌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작년 이 두 사건을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립했다”고 했다.

    중앙일보 기사(김오수, 라임·옵티머스 사건 변호했다)는 “김 후보자는 검찰이 라임 사건을 수사할 당시 수사 현안을 보고받는 법무부 차관직에 있었기 때문에 26일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논란은 치열한 쟁점이 될 전망”이라며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2월 본격 수사에 착수했는데, 김 후보자는 지난해 4월 퇴임하고 다섯 달 뒤인 9월에 라임 사건을 수임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검사였던 자는 퇴직 1년 전부터 처리한 사건에 대해서는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다. 한 검찰 간부는 ‘자신이 수사팀 구성에 관여한 사건을 수임한 셈’이라며 ‘검찰총장 자격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김 후보자 사건 수임  내역 출처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에 제출한 김 후보자의 사건 수임 내역이라고 명시했다.

    역사의 대역죄인 윤석열을 철저히 끝까지 응징해야 한다

     

    [아침햇살128] 역사의 대역죄인 윤석열을 철저히 끝까지 응징해야 한다

    이형구 | 기사입력 2021/05/2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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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오늘날 보수세력의 유력 대권주자다. 보수세력 안에서는 윤석열 만큼 지지율이 나오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윤석열의 본질은 적폐에 불과하다. 그 실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명백히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윤석열을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1. 윤석열을 사퇴시키지 않고 내버려 둔 결과

     

    2019년 하반기에 검찰개혁 촛불이 있었다. 이때 검찰개혁 촛불을 든 사람들 사이에서 윤석열을 대하는 태도가 둘로 나뉘었다. 윤석열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윤석열 사퇴를 주장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윤석열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윤석열이 검찰개혁에 반발하며 개혁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사퇴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퇴시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사람은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기 때문에 사퇴 주장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 어떤 사람은 오히려 윤석열을 내버려 두는 게 검찰개혁에 유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석열이 검찰 이기주의 행보를 하면 그걸 본 국민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민주개혁세력의 의견이 모이지 않다 보니 결국 실제로 윤석열을 검찰총장직에서 사퇴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랬더니 결과가 어땠던가. 정말로 윤석열이 스스로 검찰개혁의 필요성만 부각시켰을 뿐이었나? 그렇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조치는 윤석열이 사사건건 반발하는 바람에 매번 논란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2019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검찰개혁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내일신문이 1월 5일에 보도한 새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33.3%가 잘하고 있다, 52.9%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이 더 이상 검찰개혁을 바라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겨레가 1월 1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의 취지와 절차, 방법이 모두 옳았다는 답변이 17.2%, 취지는 옳았지만 절차, 방법에 무리가 있었다는 답변이 41.9%로 나타났다. 검찰개혁의 취지에 동감하는 여론이 여전히 60%에 이르는 것이다. 국민이 검찰개혁을 바라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데 다만,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걸 볼 수 있다.

     

    다른 개혁과제들도 산적해 있었지만, 검찰개혁에서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다른 개혁과제들은 추진되지도 못했다.

     

    그 사이 정국은 보수적폐세력에게 유리하게 변해갔다. 우선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정국은 문재인 대통령 대 윤석열 전 총장의 싸움 구도로 굳어져갔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제압하지 못하는 힘이 없고 무능한 정권처럼 여겨지게 됐다. 대신 윤석열은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

     

    이런 구도가 보수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검찰개혁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인 공수처도 기형적으로 됐다.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밀어붙이지 못했듯이 국회에서도 국힘당에 맞서 검찰개혁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 탓에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장에 김진욱 김앤장 출신 변호사를 임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김앤장은 적폐세력을 비호하는 법률회사로 유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김앤장 출신 공수처장은 공수처 제1호 사건으로 조희연 사건을 선택했다.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황당한 소식이었다. 조희연 사건이란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민주화운동을 하다 해직된 교사를 특별채용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서울시교육감에게는 특별채용 권한이 법으로 주어져 있기 때문에 특별채용 자체는 문제 삼을 만한 게 없다. 게다가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으로 한정돼 있다. 서울시교육감은 공수처 기소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굳이 제1호 사건으로 조희연 사건을 골라잡은 것이다.

     

    국민은 조희연 사건이 공수처 1호 사건으로 결정된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 TBS가 5월 17일에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46.2%가 조희연 사건은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고,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은 25.4%에 불과했다. 조희연 사건이 공수처 제1호 사건이 된 건 개혁기구가 되어야 할 공수처가 오히려 적폐기구로 전락해버렸음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을 내버려 둔 결과 검찰개혁도 어그러져 버렸다. 그 여파로 검찰개혁 외의 나머지 개혁엔 제대로 손대지 못했다. 윤석열을 사퇴시키지 않고 내버려 둬서 좋은 점이라곤 없었다. 윤석열을 끝까지 철저히 응징했어야 했다.

     

    2. 간만 보고 있는 윤석열

     

    윤석열은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에서 자진사퇴했다. 윤석열은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라며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이기 때문에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 사퇴했다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윤석열은 사퇴한 후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정치행보를 하지 않고 있다. 왜일까?

     

    (1) 몸값을 최대한 올리기 위한 시간, 장소 따지는 중

     

    윤석열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윤석열이 선호도 1, 2위를 할 수 있는 건 보수와 중도 양쪽의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지지율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윤석열에겐 변변한 자기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에 나가 승리하려면 국힘당과 손을 잡아야만 한다. 

     

    그런데 윤석열이 국힘당과 손을 잡으면 중도층의 지지를 잃게 된다. 윤석열이 국힘당이랑 같은 족속이라는 게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윤석열이 국힘당과 거리를 두고 제3지대에서 독자행보를 하면 보수층의 지지를 잃게 된다. 보수층은 윤석열을 보수의 희망으로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게 확인되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국힘당과 손을 잡는다고 해서 과연 보수층의 지지를 고스란히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윤석열은 2016년 말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이끌어 박근혜를 구속시켰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2019년에 박근혜를 석방하라며 태극기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 박근혜 지지자들은 박근혜를 구속한 ‘주범(?)’인 윤석열에 반감을 품고 있다.

     

    국힘당 안팎에서도 윤석열의 이력을 두고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을 정치수사로 구속한 사람(윤석열)에게 입당을 애걸”한다고 꼬집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이 박근혜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라며 “과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윤석열 본인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고 김용판 국힘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사과”라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이 쏟아지자 박근혜 지지층이 두터운 대구경북지역에서 윤석열의 지지율이 주저앉았다.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 케이스탯,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3월 31일에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대구 경북 지역에서 윤석열이 43%,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9%의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5월 20일에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윤석열은 27% 이재명 지사가 19%를 얻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윤석열의 지지율이 16%가량 빠져나간 것이다.

     

    윤석열이 보수층을 잡기 위해서 박근혜를 수사하고 구속한 걸 사과하면, 반대로 박근혜 구속이 옳다고 생각하는 중도층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윤석열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보수와 중도 모두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윤석열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는 묘수, 절묘한 시기를 찾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 때를 찾고 있다. 하지만, 보수와 중도 모두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별다른 묘안이 없다. 그래서 3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정치선언조차 하지 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윤석열의 처지는 오늘날 보수세력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보수세력이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이라면 윤석열이 언제 정치에 뛰어들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없다. 언제든 정치선언을 하고 자기 정치 비전을 제시하면 정국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세력에게는 그런 지지기반이 없다. 국민이 보기엔 보수세력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다. 

     

    좋은 정책이라도 내놓으면 국민의 마음을 돌려볼텐데, 보수세력은 그런 대안을 제시할 수가 없다. 왜냐면, 보수세력이 낼 수 있는 안보정책, 경제정책이라고는 북풍공작 같은 색깔론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시대에 국힘당이 색깔론을 펴봤자 역시 적폐라며 손가락질만 받게 될 것이다. 최근 보수세력이 문재인 정부 비난에만 매진하는 것도 그것 말고는 자신의 입지를 키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국 사회를 이끌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건 보수세력이 재집권하는 데서 상당히 큰 난관이다.

     

    (2) 검사 후배들이 들이받을 위험성 있다

     

    윤석열은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검찰개혁에 반발해 검찰 내 입지를 쌓았다. 윤석열이 정치에 성공적으로 입문하려면 최소한 검찰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야 한다. 검찰 지지기반이 흔들리면 윤석열의 아성도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검사들이 윤석열의 정치입문을 달갑게 여기진 않는다는 점이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3월 31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전직 총장이 어느 한 진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활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박철완 지청장은 윤석열과 궤를 같이해온 철저한 검찰주의자다. 박철완 지청장은 2020년 11월,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반대해 나선 것을 “검찰 역사에 남을 선업”이라고 평가했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윤석열을 비판한다. 

     

    박철완 지정창이 윤석열의 정치 입문을 비판하는 건 검찰을 최고로 치고 검찰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검찰주의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검찰주의자들은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길 바라는 것이지 국힘당이나 민주당의 하수인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검찰이 형식적으로라도 어느 정치세력과 직접 연결되면 곤란해진다. 

     

    그래서 지금까지 43명의 검찰총장이 있었지만 검찰총장 출신 정치인은 다섯 명 남짓에 불과하다. 박근혜의 비서실장 김기춘이나 1996년 보수정당인 신한국당 소속 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도언 전 총장이 검찰총장 출신 정치인의 사례다.

     

    김도언은 1995년 검찰총장이었다. 김도언 검찰총장은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수사했다.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이 5천억 원의 비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는 수사하지 않았다. 지독한 편파수사를 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김도언 총장이 1996년 검찰총장직에서 퇴임한 후 단 4일 만에 신한국당에 입당해 국회에 입성했다.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검찰 동우회보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픔을 느낀 것은 나 혼자만이었을까?”, “더 높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중략) 총장의 모범상을 세워달라”라는 비판글이 실리기도 했다. 

     

    김도언 때문에 검찰은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고 위신은 땅에 떨어지게 됐다. 그 결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검찰총장은 퇴임 뒤 2년 동안 공직 취임과 정당 가입을 못 하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 법조항은 훗날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결해 사라졌다. 

     

    이런 사례처럼 검찰 일각에서는 윤석열의 정치행보를 달갑게 보지 않는다. 윤석열은 조국 전 장관, 추미애 전 장관, 청와대를 수사하면서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이 정치에 뛰어들면 검찰개혁에 저항했던 게 결국 정치적인 목적에서 한 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윤석열이 국힘당에 입당하기라도 하면 모든 게 국힘당을 위한 것으로 비치게 된다. 윤석열은 검찰주의자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자기 권력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과거부터 검찰은 위기에 몰리면 따르던 선배라 할지라도 맹렬히 공격했다. 2012년엔 한상대라는 검찰총장이 있었다. 당시 한상대 총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같은 이명박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검찰 특수통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최재경 당시 중수부장은 “검찰총장께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시는 것이 검찰 조직을 살리는 길”이라고 엇섰다. 결국 한상대 총장은 후배들의 압박에 밀려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렇듯 검찰주의자들은 윤석열이 검찰의 위상을 위협한다면 윤석열을 공격해 나설 수 있다. 

     

    지금도 윤석열 측은 김학의 출국금지 건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및 청와대를 공격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검찰 내부에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 내부 게시판엔 “마땅히 해야 할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수사 외압보다 더 큰 문제가 아닌가요?”라면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김학의 출국금지는 검찰이 자기 권한을 행사한 것인데, 윤석열 측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이를 문제 삼고 있는 게 못마땅한 것이다.

     

    이쯤 되니 보수세력들도 자신들의 유일한 유력 대권주자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되지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만약, 검찰총장이 적폐 편을 드는 사람이라면 윤석열에 대한 공격을 막아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사람은 김오수 전 차관이다. 김오수 지명자는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전 장관 시기에 법무부 차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만약 검찰주의자 혹은 검찰 내 민주당 지지자가 윤석열을 수사한다고 했을 때, 김오수 지명자가 윤석열을 보호해줄지 의문이다.

     

    그래서 적폐들은 김오수 지명자가 아니라 현재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을 검찰총장으로 세우고자 발악하고 있다. 국힘당은 청문회에서 김오수 지명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언론은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을 띄우기에 나섰다. 권한대행에 불과한 데도 조남관 대행이 한동훈을 따로 만났다느니, 조남관 대행이 부장검사 교육에서 오로지 국민을 위해야 한다고 말했다느니 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체제에서 검찰이 윤석열 수사에 나서면 보수세력으로서는 큰 낭패다. 윤석열에게는 비리 혐의도 많다. 부인인 김건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고 장모는 사문서위조 및 사기,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윤석열 본인은 2020년 판사 사찰 혐의 등으로 정직 징계를 받기도 했다. 사법부도 판사 사찰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수세력은 윤석열을 지켜주고 싶지만 딱히 지켜줄 방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검찰개혁에 맞섰던 윤석열이 검찰주의자에게 공격당할 수 있는 상황이 어떻게 보면 모순적이다. 검찰은 정글 같은 곳이다. 윤석열도 언제까지고 검찰의 비호를 받으며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3. 파렴치한 윤석열의 5.18 발언

     

    윤석열이 철저히 응징해야 할 인물이라는 건 최근 5.18광주민중항쟁 41주기 즈음에 한 발언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윤석열은 5월 17일, “5.18은 41년 전에 끝난 것이 아니고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며 “역사의 교훈을 새겨 어떤 독재에도 분연히 맞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은 검찰개혁 조치를 ‘독재’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이런 발언을 하는 이유로 “(5.18은) 국민이 많이 희생된 사건이고 지금의 헌법이 태동 된 사건인데 여기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공적인 위치에 있었던 인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이 발언에서 윤석열은 그야말로 파렴치하고 무도한 인간이란 걸 알 수 있다.

     

    5.18 당시를 되짚어보자. 당시 검찰은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사태처리 수사국에 참여해 5.18 광주학살에 부역했다. 광주학살을 북한과 김대중 대통령의 지령을 받아 일으킨 폭동으로 꾸몄고, 광주학살 피해자들을 도리어 내란범으로 기소해 처벌했다.

     

    검찰은 1980년 이후에도 광주학살의 진상을 가리기 위해 발악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람회 사건이다. 검찰은 1981년, 충남 금산 지역에서 5.18학살을 알리는 유인물을 주민에게 배포했다는 죄로 평범한 친목모임 회원들을 구속했다. 검찰은 불법적인 감금과 고문을 통해 이들이 ‘아람회’라는 반국가단체를 만들었다고 사건을 조작했다. 이렇게 5.18 진상규명을 철저히 틀어막아섰던 게 바로 검찰이다. 

     

    검찰은 1987년 6월항쟁으로 군부독재가 끝난 뒤에도 전두환 일당을 비호했다. 검찰은 1995년, 12.12사태와 5.18광주항쟁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정작 검찰은 전두환, 노태우 일당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성공한 내란에 의해 새로운 헌정질서가 창출되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즉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5.18 때 국민을 학살한 국방부의 장관, 육군참모총장도 국정감사 같은 자리에서 5.18학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만약 국방부 장관이나 육군참모총장이 5.18학살을 사과하진 않고 5.18정신 운운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 5.18학살에 부역한 검찰만은 사과 한마디 없다. 도리어 윤석열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공적인 위치에 있었던 인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5.18정신을 운운한다. 윤석열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제정신인 게 맞기는 한가?

     

    5.18학살의 주범이면서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람이 있다. 바로 전두환이다. 그래서 그런 걸까?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하니 젊은 시절 전두환이 떠오른다. 30여 년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둘의 모습은 많이 겹쳐 보인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석열은 당시 5.18학살의 부역자, 앞잡이였던 검찰의 총장으로서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죄했어야 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혹시 아직 5.18학살에 부역했던 검사가 검찰에 남아 있다면 당장 척결하고 단죄해야 한다. 또한, 검찰 내에서 5.18학살 부역자를 기념하고 있다면 그런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대검찰청에는 역대 검찰총장 사진을 걸어두어 모시고 있다. 여기에 5.18 당시 검찰총장인 오탁근, 김종경 같은 사람의 사진도 걸려있다. 이런 것도 없애야 한다. 윤석열이 이런 행동도 없이 5.18정신을 언급하는 건 인간 같지도 않은 염치없는 행보다. 

     

    윤석열은 2020년 2월 20일, 검찰총장으로서 광주지검을 방문한 적 있다. 이때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어머님 5명이 “윤석열 총장! 오월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피켓을 들고 윤석열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한 적 있다. 어머님들은 전두환이 재판 중인데도 법정에 출석조차 하지 않고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자 속이 타서 검찰총장에게 호소하려 했다. 그런데 윤석열은 어머니들에게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지은 채 외면하며 도망갔다. 그래놓고 1년 뒤에는 마치 민주화 투사라도 되는 것처럼 5.18정신을 언급하다니, 아주 파렴치한 족속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이나 그 어떤 행각이든 다 할 수 있는 아주 저급한 정치 모리배다. 

     

    우리는 이런 윤석열을 용납하고 받아들여선 안 된다. 윤석열은 촛불개혁을 진압하는 데 선봉에 섰던 적폐의 장수다. 윤석열은 촛불혁명을 뒤집는 쿠데타의 주범, 역사의 죄인이다. 온 국민이 나서 윤석열을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