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7일 일요일

우리공화당 불법 천막에 중앙일보 “조례 손 봐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월호 천막 철거하라’던 조선일보 침묵… 한겨레 “서울시 조례 정면 위반”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이 지난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또 기습 설치했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기에 청계광장으로 천막을 옮겼다가 8일 만에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왔다.
한국일보 등 보도에 따르면 우리공화당 측은 이날 오후 5시45분쯤 KT 광화문지사 맞은편 광화문광장에 천막 2개동을 설치했으며, 이어 오후 5시57분쯤 천막 2개 동을 추가로 설치했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시작해 오후 4시쯤 전날 천막을 설치한 세종문화회관 앞에 도착했다. 50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태극기 부대’가 3.1운동 100주년 기념탑과 세종대왕 동상 인근을 지키던 경찰을 가로막은 사이 우리공화당이 적힌 조끼를 입은 인력들이 순식간에 접이식 천막을 펼쳐 세웠다. 
한국일보는 “당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세종대로 일대에는 50개 중대 3,500여명 규모의 경찰력이 배치돼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며 “경찰도 불법점유를 제지할 권한이 없어 우리공화당과 서울시의 숨바꼭질만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경찰이 우리공화당의 광장 불법점거를 막지 못하는 이유를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위험발생 방지를 위해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은 경찰의 정당한 업무수행과 상관없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업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천막을 긴급하게 철거할 시설로 보고 즉시강제권을 발동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면서 “공원, 도로에 대한 관리권을 가진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우선 실시하는 게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서울시는 지난 6일 우리공화당에 불법설치한 천막을 자진 철거하라는 행정대집행계고장을 발부했다”면서 “7일 오후 6시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했으나, 집행가능성은 당분간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내다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겨레에 “현실적으로 당장 강제철거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된다. 지난 철거에서 서울시 직원 500명, 용역 400명, 소방인력은 100명이 투입됐다”며 “그 때와 비슷한 규모의 행정력을 투입하려면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일까지 광화문광장 일대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은 모두 10개다. 광화문광장에 4개, 청계광장에 2개, 세종문화회관 앞에 6개 동 등이다.  
중앙일보는 근본적으로 서울시가 제정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조례가 분명하게 해석되도록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광화문광장이 이른바 ‘가성비 좋은 정치광장’으로 변질된 건 역설적이게도 정치집회를 금지하는 조례 때문”이라며 “서울시가 제정한 조례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해야 한다’(제1조)고 돼 있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정치집회를 불허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우리공화당이 서울시와 아무런 협의 없이 불법으로 천막을 설치해 이를 막으려는 서울시를 두고 서울시 우리공화당의 ‘광화문광장 천막 쟁탈전’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정치적 목적이 없다”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의 주장을 전하면서도 기사에 ‘불법 천막’이라는 지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중앙일보는 정치집회를 금지한 서울시 조례가 모호한 탓이라며 “우리공화당이 광장에 천막을 설치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도 문제지만, 서울시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가 선용, 문화 활동 지원 같은 추상적인 문구보다는 참석 주체를 구체화하고, 행사 내용이나 사후 관리까지 고려돼야 논란이 잦아질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면 한겨레는 “‘극우 정당’ 현주소 드러낸 ‘광화문 불법천막 소동’”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우리공화당의 천막은 뭐라 하든 명백한 불법이다. 서울시에 사전승인 요청을 하지도 않았고, 애초 광장 사용 취지와 어긋나는 정치적 목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며 “이는 서울시 조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또 “우리공화당은 ‘세월호 천막’은 되는데 자신들 천막은 왜 안 되느냐고 항변한다. 이 또한 한심하기 짝이 없다”면서 “2014년 세월호 유가족의 광화문광장 천막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서울시에 정식으로 요청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을 극복하려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것이었다. 오로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세워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우리공화당 천막과는 근본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우리공화당이 서울시의 합법 행정에 맞서 불법 행위를 거듭한다면 사실상 퇴출에 준하는 강력한 제재를 강구해야 한다”며 “불법이 계속된다면 우리공화당 쪽에 재정적·형사적 책임을 끝까지 물어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철거 집행 비용을 우리공화당 쪽에 청구하는 한편, 철거를 방해한 당 관계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고발했다. 반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이를 추모하는 광화문 천막을 두고 ‘서울시가 불법 천막을 철거해야한다’고 주장했던 조선일보는 우리공화당엔 천막을 철거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판문점에서 주체는 전진, 객체는 후퇴

[개벽예감 355] 판문점에서 주체는 전진, 객체는 후퇴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7/08 [08:4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주체가 객체에게 마침내 응답 보냈다
2. 밤늦게 통일각으로 달려간 비건과 후커
3. 수뇌상봉이 정상회담으로 격상된 사연
4. 정세흐름 바꿔놓은 격동의 48분
5. 판문점에서 일어난 놀라운 기적
6. 트럼프가 택한 새로운 계산법 


1. 주체가 객체에게 마침내 응답 보냈다

2019년 6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상봉하고 회담하였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결렬로 생겨난 교착상태가 핵협상과 핵대결의 갈림길에서 불안정을 조성하던 시기에 극적으로 이루어진 역사적인 상봉이고, 역사적인 회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분계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상봉하고 악수를 나눈 다음, 트럼프 대통령을 분계선 넘어 약 10m 지점으로 안내하고 또 다시 악수를 나누었고, 거기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분계선을 넘어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에 있는 ‘자유의 집’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미국의 언론매체들과 정세분석가들, 그리고 그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한국의 언론매체들과 정세분석가들은 어느 때나 예외 없이 이번에도 미국의 시각에서 판문점 수뇌상봉과 판문점 정상회담을 바라보았지만, 미국의 시각이 아니라 조선의 시각에서 판문점 수뇌상봉과 판문점 정상회담을 바라보아야 실상을 만날 수 있다. 

조선의 시각에서 판문점 수뇌상봉과 판문점 정상회담을 바라보아야 하는 까닭은, 조미핵협상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조선이기 때문이다. 조미핵협상에서 미국은 조선의 강력한 협상주도력에 끌려 다니는 객체에 지나지 않는다. 원래 조선과의 핵협상을 거부하고 핵대결에 매달렸던 미국은 핵대결에서 패하는 바람에 억지로 핵협상에 끌려나왔으므로, 조미핵협상에서 협상주도력을 전혀 가질 수 없었고, 조선에게 끌려 다니는 처지로 전락하였다. 이번에 판문점 수뇌상봉과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또 다시 입증된 것처럼, 조미핵협상에서 조선은 언제나 주체이고 미국은 언제나 객체다. 주체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실체가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진행한 상봉과 회담을 주체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어떤 실체가 보일까? 이 문제를 해명하려면 다음과 같은 분석적 고찰이 요구된다. 

<아사히신붕> 2019년 7월 6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하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전하기 위해 평양에 밀사를 파견했는데, 친서에서 그는 자신이 판문점을 방문할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인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2019년 6월 23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락응답을 보내지 않았다. 판문점을 방문하기로 예정된 날이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졌다.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019년 6월 27일 일본 오사까에 도착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락응답을 초조하게 기다렸으나, 아무런 응답이 오지 않자 20개국 정상회의를 끝마치는 6월 29일에는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6월 29일 오전 7시 51분(서울 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려놓았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까에서 진행된 20개국 정상회의 중 짬시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서 "내가 보낸 트윗을 보셨나?"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보았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함께 힘써봅시다"라고 말하면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하순 평양에 밀사를 파견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한 친서에서 자신이 판문점을 방문할 때 상봉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락응답을 보내지 않았다. 판문점을 방문하기로 예정된 날이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졌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다는 트위터 메시지를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나는 날인 6월 29일 오전 7시 51분 발신하였다.     

그리고 그날 오후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곧장 서울로 날아갔다. 서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 나와 자신을 만나주면, 2분 동안 만나는 게 전부겠지만, 그래도 자신에게는 좋을 것이라고 하면서 애원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애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긴급담화를 통해 상봉간청을 수락하는 응답을 보냈다. 그때가 2019년 6월 29일 오후 1시 6분이었다. 최선희 제1부상은 긴급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상봉제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보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한 공식제기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최선희 제1부상이 미국측에 공식제기를 요청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봉간청을 수락하였으므로, 양측이 만나 판문점 수뇌상봉을 준비하자는 뜻이었다. 

최선희 제1부상이 발표한 긴급담화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한 미국측은 급히 움직였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측은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와 주한미국군사령부를 연결하는 군사직통전화를 사용하여 곧바로 조선측에 연락하였다고 한다. 


2. 밤늦게 통일각으로 달려간 비건과 후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애원하는 판문점 수뇌상봉을 수락하면서, 그 기회에 실무회담을 진행할 것을 전격적으로 제의하였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조미핵협상을 재개해도 될 만큼 바뀌었는지 아니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당시처럼 전혀 바뀌지 않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실무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의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밀하고 세련된 외교술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렇게 되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상봉수락의사와 더불어 실무회담을 진행하자는 전격적인 제의가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와 주한미국군사령부를 연결하는 군사직통전화를 통해 미국측에 전달되었다. 그 때가 2019년 6월 29일 오후 8시쯤이었다. <중앙일보>는 2019년 7월 2일 보도기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상봉제의를 수락한 때가 6월 29일 오후 8시쯤이었다고 하였지만, 실제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상봉수락의사와 더불어 전격적인 실무회담 제의가 미국측에 전달된 것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상봉제의를 수락하였을 뿐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실무회담까지 전격적으로 제의하였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슴은 흥분으로 부풀어 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상봉수락의사와 전격적인 실무회담 제의를 흥분 속에 받아 안은 그는 회담대표 두 사람을 급히 판문점으로 보냈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코리아담당보좌관은 청와대 만찬에 참석하지 않고 6월 29일 밤 주한미국군 헬기를 타고 판문점으로 급히 날아갔다고 한다. 그 보도에 따르면, 그 두 사람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분계선을 넘어 통일각으로 가서 조선 외무성 인사들과 회담하였다고 한다.   

그날 밤 통일각에서 진행된 실무회담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통일각에 나타난 비건과 후커는 조미핵협상 재개문제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조선 외무성 인사들에게 전했다. 비건과 후커가 통일각 회담에서 조선측에게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이었을까? 이 민감하고, 중대한 문제를 해명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2> 

▲ <사진 2> 판문점 통일각에서 조미실무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되기 꼭 열흘 전인 2019년 6월 19일 워싱턴에서는 미국의 민간외교연구기관들인 애틀랜틱 카운슬과 동아시아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전략대화행사가 열렸다. 스티브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가 그 행사에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하였다. 위의 사진은 그가 기조연설을 하는 장면이다. 기조연설에서 비건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강경한 접근법을 포기하고 유연한 접근법을 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었다.     

통일각 실무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되기 꼭 열흘 전인 6월 19일, 워싱턴에서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조미핵협상을 재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조선측에 전하려는 행사였다. 미국 국무부는 조미핵협상을 재개하자는 제의를 여러 차례 조선 외무성에게 보냈으나, 조선 외무성은 그들의 제의를 무시하면서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조선의 응답을 받지 못해 조바심이 동한 미국 국무부는 비건 특별대표를 내세워 조미핵협상을 재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조선측에 전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되어, 2019년 6월 19일 미국의 민간외교연구기관들인 애틀랜틱 카운슬과 동아시아재단이 워싱턴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전략대화행사에 비건 특별대표가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하게 된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기조연설 중에 조미핵협상 재개를 간절히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다음과 같이 대변하였다.

비건의 기조연설에 따르면, 미국측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의 “모든 합의사항들”에 대해 조선측과 논의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건이 기조연설에서 “유연한 접근”이라는 처음 듣는 말을 꺼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강경한 접근법을 포기하고 유연한 접근법을 택하겠다는 의중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었으니, 이 어찌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아니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었음을 확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건 특별대표가 기조연설에서 말한 유연한 접근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아야 하였다. 그래서 2019년 6월 29일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을 진행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한 접근법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전격적인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2019년 6월 2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일행을 환영하는 청와대 만찬에 참석하지 않고 통일각으로 급히 달려간 비건과 후커는 강경한 접근법을 포기하고 유연한 접근법을 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조선 외무성 인사들에게 전하였다. 통일각 회담은 밤이 이슥해서야 끝났다. 양측 회담대표들은 회담결과를 각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 밤은 깊어가고, 새벽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3. 수뇌상봉이 정상회담으로 격상된 사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접근법을 포기하고 유연한 접근법을 택했다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통일각 회담을 통해 확인하였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그의 태도변화를 직접 들어보는 확증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겠다는 의사를 미국측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상봉제의를 트위터를 통해 전했던 당시까지만 해도, 그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분계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하고 남측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잠깐 환담을 나누는 상봉씨나리오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의 짧은 안목으로는 수뇌상봉을 넘어 정상회담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안내하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약 10m 떨어진 지점까지 함께 가서 악수를 나누고 다시 분계선 남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역사적인 장면이다. 현실을 초월한 기적처럼 일어난 이 놀라운 상봉과 분계선 월선은 불멸의 화폭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상봉을 제의하는 트위터 메시지를 발신하였던 당시까지만 해도, 그는 판문점 분계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남측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잠깐 환담을 나누는 상봉씨나리오를 생각하였었다. 그의 짧은 안목으로는 수뇌상봉을 넘어 정상회담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의한 판문점 수뇌상봉을 판문점 정상회담으로 격상시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 놀라운 조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펼쳐놓은 경이로운 외교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의한 수뇌상봉을 격상시켜 실무회담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전격적인 조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 놀라운 조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펼쳐놓은 경이로운 외교술이다. 핵협상이냐 핵대결이냐 하는 운명의 갈림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술은 트럼프 대통령을 핵협상 재개의 길로 힘있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외교의전절차를 생략한 정상회담이라고 하더라도, 정상회담을 진행하려면 회담장소문제, 경호문제, 취재허용문제를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 그런데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할 데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지시가 조선 외무성에 내려간 때는 6월 29일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으므로, 조선 외무성은 미국측과 준비회담을 할 수 없었다. 준비회담은 2019년 6월 30일 이른 아침으로 미루어졌다. <연합뉴스> 2019년 7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실장이 2019년 6월 30일 오전 8시쯤 청와대 실무진과 함께 판문점에 갔더니, 조선측과 미국측이 준비회담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바로 이 준비회담에서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장소문제, 경호문제, 취재허용문제 등이 일사천리로 합의되었다. 


4. 정세흐름 바꿔놓은 격동의 48분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9년 7월 3일 보도에 따르면, 2019년 6월 30일 헬기편으로 서울을 출발하여 판문점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할 시각을 기다리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분계)선을 넘어가면 안 되느냐”고 물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악수하고 손을 잡고 넘어가면 괜찮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흥분과 기대 속에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예정된 시각이 왔다. 8천만 겨레와 전 세계가 감동어린 시선을 집중시킨 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각 문밖으로 나와 분계선으로 다가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의 집’ 문밖으로 나와 분계선으로 다가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마침내 분계선에서 두 손을 맞잡고 상봉하였다. 대결과 전쟁의 어둠 속으로 눈부신 빛이 비쳐들기 시작했다. 우리 민족사와 세계정치사에 불멸의 화폭을 남긴 판문점 수뇌상봉은 그렇게 성사되었다. 자기 소원을 이룬 트럼프 대통령은 흥분된 심정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분계선을 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내로 분계선을 넘나드는 놀라운 체험을 하였다. 

흥분이 고조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금 백악관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격정에 넘쳐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즉흥적인 초청발언에 응대하지 않았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조선을 방문하는 것은 세계정치외교사에 거대한 사변으로 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를 평양으로 초청하였다. <사진 4> 

▲ <사진 4> 2019년 6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분계선에서 두 손을 맞잡고 상봉하였다. 대결과 전쟁의 어둠 속으로 눈부신 빛이 비쳐들기 시작했다. 삼천리강산은 감동으로 한껏 설레였다. 조국청사에 불멸의 화폭을 남긴 판문점 수뇌상봉은 그렇게 성사되었다. 자기 소원을 이룬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금 백악관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격정에 넘쳐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즉흥적인 초청발언에 응대하지 않았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조선을 방문하는 것은 세계정치외교사에 거대한 사변으로 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를 평양으로 초청하였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과 헤어질 때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시며 작별의 악수를 나누시였”다고 보도하였다. 이런 사실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머지않은 장래에 또 다시 상봉하여 정상회담을 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분계선을 넘어 남측 지역으로 들어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유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상봉하여 인사를 나누고, ‘자유의 집’ 2층 귀빈실에 마련된 회담장에 들어섰다. 그때가 오후 3시 59분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을 내보내고 오후 4시 4분부터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시작하였다. 리용호 외무상과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이 각각 배석하였다. 48분 동안 진행된 회담은 오후 4시 52분에 끝났다.  

2019년 7월 1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판문점 조미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두 나라 최고수뇌분들께서는 회담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했다. “커다란 만족”이라고 표현한 것은,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에서 중대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뜻이다.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에 배석하였던 팜페오 국무장관도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직전 오산미공군기지에서 진행한 즉석회견에서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이로운 외교술로 성사된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5. 판문점에서 일어난 놀라운 기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만족하였고, 팜페오 국무장관을 흥분시킨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의 커다란 성과는 무엇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제의로 성사된 정상회담이어서 공동성명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은 공동성명 없이 끝났지만,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회담결과에 관해 보도한 내용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1)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반도의 긴장상태를 완화하며 조미 두 나라 사이의 불미스러운 관계를 끝장내고 극적으로 전환해나가기 위한 방도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설명하고 전적인 리해와 공감을 표시”하였다고 한다. 

나의 해설 - “조미 두 나라 사이의 불미스러운 관계를 끝장낸다”는 말은 조미적대관계를  해소한다는 뜻이므로,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미적대관계를 해소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그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완화하는 방도는 정전선언을 발표하는 것이고, 조미적대관계를 해소하는 방도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번에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전선언을 발표하는 문제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그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위의 인용문에는 “극적으로 전환해나가기 위한 방도들”이라는 범상치 않은 표현이 들어있다. 극적인 전환이라는 말은 세상이 깜짝 놀랄 만큼 극적으로 정전선언을 발표하고, 세상이 깜짝 놀랄 만큼 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뜻이다. 조선과 미국이 지난 66년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해온 적대관계를 뛰어넘어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전환적 대사변이 어찌 극적이 아닐 수 있으랴! 

(2)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적대관계를 “해결함에 있어서 걸림돌로 되는 서로의 우려사항과 관심사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설명하고 전적인 리해와 공감을 표시하시였다”고 한다.  

나의 해설 - 조선과 미국이 상호적대관계를 해소하는 데서 “걸림돌로 되는 서로의 우려사항과 관심사적인 문제들”이란 무엇일까? 조선의 시각에서 볼 때, 걸림돌로 되는 우려사항과 관심사적인 문제는 미국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하고서도 간판만 바꾼 대조선전쟁연습을 계속 감행하는 것이고, 조선과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조선에 대한 경제재재를 연속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걸림돌로 되는 우려사항과 관심사적인 문제는 조선이 핵동결을 말하면서도 핵물질을 증산하고 핵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에서 위에 열거한 우려사항들과 관심사적인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조미 쌍방이 공동으로 노력하여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로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2019년 3월 1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리용호 외무상은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완전한 비핵화로의 려정에는 반드시 이런 첫 단계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량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립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 미국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그가 말한 첫 단계공정은 위에 열거한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 완전중단과 대조선경제제재 완화,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조선의 핵물질 증산중지와 핵시설 가동중지를 뜻한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이러한 선의의 조치들을 합의하지 못하였지만, 이번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에서는 그런 선의의 조치들을 합의하였으니, 이 어찌 놀라운 기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으랴!  

(3)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의 인민들의 념원과 기대에 맞게 서로의 신뢰를 구축하며 관계개선을 적극 지향해나갈 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하시였”다고 한다. 

나의 해설 - 조미관계에 제기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신뢰구축과 관계개선이다. 불신과 대립이 지속되는 한, 아무리 좋은 합의사항이 나와도 이행되지 않는다. 불신과 대립이야말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킨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구축과 관계개선을 적극 추진하기로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조미핵대결이 극도로 격화되었던 지난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였고, 미국 국적자의 조선방문을 금지시켰으며, 미국의 독자적인 대조선경제제재를 가중시켰는데, 이런 악의적인 조치들이야말로 불신과 대립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이번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에서 신뢰구축과 관계개선을 추진하기로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고, 미국 국적자의 조선방문을 허용하며, 미국의 독자적인 대조선경제제재를 해제하는 신뢰구축조치를 단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도 그에 상응하여 핵물질증산과 핵시설가동을 중지할 것이다.

(4)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긴밀히 련계해나가며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하시였다”고 한다. <사진 5> 

▲ <사진 5>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분계선을 넘어 남측 지역으로 들어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유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상봉하여 인사를 나누고, '자유의 집' 2층 귀빈실에 마련된 회담장에 들어섰다. 위의 사진은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직전 회담장에 모인 취재진 앞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발언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을 내보내고 오후 4시 4분부터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시작하였다. 48분 동안 진행된 회담은 오후 4시 52분에 끝났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이로운 외교술로 성사된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나의 해설 - 위의 인용문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의 결렬로 교착상태에 빠진 조미핵협상을 재개하여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로 합의하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새로운 돌파구”라는 범상치 않은 표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반도 비핵화의 돌파구에서 한 걸음 더 진전된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돌파구라는 말은 핵동결(nuclear freeze)을 뜻하는 것이므로,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말은 기존 핵동결보다 더 진전된 핵동결을 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이전보다 더 진전된 핵동결을 실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하지 못해 그 회담을 결렬시킨, 민감하고 까다로운 핵동결 문제가 이번에 합의되었으니, 이 어찌 놀라운 기적이라 아니할 수 있으랴! 
(이전보다 더 진전된 핵동결방안에 대해서는 길고, 자세하게 설명해야 하므로, 다음 기회로 미룬다.)


6. 트럼프가 택한 새로운 계산법 

영국통신사 <로이터즈> 특파원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보여준 외교문서를 읽고 작성한 독점보도기사를 2019년 3월 29일에 실었다. 그 독점보도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한 외교문서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를 말해주는 것인데, <로이터즈> 특파원이 확인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폐기방안은 다음과 같다.   

(1) 조선은 현존하는 모든 핵활동을 중단하고, 새로운 핵시설 건설도 중단한다.  
(2) 조선은 자기의 핵프로그램에 관한 “포괄적 선언(comprehensive declaration)”을 한다. 
(3) 조선은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한다. 
(4) 조선은 핵탄두와 핵물질을 미국에게 넘길 뿐만 아니라, 핵기반시설, 탄도미사일, 미사일발사차량, 관련시설들, 생화학무기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fully dismantle)”한다. 
(5) 조선은 미국과 국제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찰단에게 핵폐기현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full access)”을 허용한다.   (6) 조선은 모든 핵과학자들과 핵기술자들을 비군사적 직종으로 전직시킨다. 

누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위에 열거한 핵폐기방안은 조선의 핵무력을 일방적으로 제거하는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이며, 바로 그런 까닭에 조선이 배격한 “강도적인 요구”이며,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키고 조미핵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결정적인 원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제기한 것으로 하여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때로부터 43일 지난 2019년 4월 12일 평양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가 진행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회의에서 ‘현 단계의 사회주의건설과 공화국정부의 대내외정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시정연설을 하면서 조미핵협상을 재개를 위한 다음과 같은 선결조건을 미국에게 제시하였다. 

“조미 사이에 뿌리 깊은 적대감이 존재하고 있는 조건에서 6.12조미공동성명을 리행해나가자면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리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조미 쌍방의 리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고 서로에게 접수가능한 공정한 내용이 지면에 씌여져야 나는 주저 없이 그 합의문에 수표할 것이며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명백한 것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입니다.” <사진 6> 

▲ <사진 6> 위의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을 마치고 회담장에서 나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분계선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장면이다.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재개를 위해 후퇴하였다. 협상주도력을 갖지 못한 그는 조미핵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후퇴 이외에 다른 길을 택할 수 없었다. 조미핵협상의 주체가 전진하고, 조미핵협상의 객체가 후퇴하였다는 것, 바로 거기서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가 눈부시게 빛을 발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후퇴로 조미핵협상이 재개되기까지 정확히 4개월 걸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에게 제시한, 조미핵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선결조건,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택해야 할 새로운 계산법은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하고 조선식 비핵화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조선식 비핵화방안은 단계적이고, 동시적이고, 병행적인 비핵화방안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은 일괄적이고, 비동시적이고, 일방적인 비핵화방안이다. 

두 방안 사이에 간극이 너무 커서, 타협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조건에서 조선과 미국이 핵협상을 재개하려면, 어느 한 쪽이 후퇴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지금까지 4개월 동안 지속된 교착상태는 어느 쪽이 전진하고, 어느 쪽이 후퇴할 것인지 결판을 내지 못해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번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퇴한 것이다. 협상주도력을 갖지 못한 그는 조미핵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후퇴 이외에 다른 길을 택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재개를 위해 ‘후퇴신호’를 보낸 때는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둔 6월 28일이었다. <중앙일보> 2019년 6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6월 28일 서울에 있는 외교부 청사에 나타난 비건 특별대표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하면서 “북미정상이 지난해 싱가폴 선언을 통해 내놓은 공약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중요한 발언에서 비건은 일괄적, 비동시적, 일방적인 비핵화방안(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하고, 단계적, 동시적, 병행적인 비핵화방안(조선식 비핵화방안)을 논의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조선측에 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를 떠들어대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에 배석시키지 않고 멀리 몽골로 파견한 것만 봐도, 그가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하고 조선식 비핵화방안을 논의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미핵협상의 주체가 전진하고, 조미핵협상의 객체가 후퇴하였다는 것, 바로 거기서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가 눈부시게 빛을 발한다. 2019년 7월 중에 조미실무협상이 진행되면, 올해 안에 제4차 조미정상회담이 일정에 오를 것이다. 나는 2019년 3월 4일 <자주시보>에 실린 ‘트럼프의 저급한 거래수법은 통할 리 없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미협상을 포기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아니 조미협상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가 정치협상원칙을 깨닫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3차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기까지 아마 3~4개월 걸릴 것”으로 예견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후퇴로 조미핵협상이 재개되기까지 정확히 4개월 걸렸다. 

한때 우여곡절을 겪을지라도, 정의와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인류문명이 출현한 이래 수수천년 사회력사발전을 추동해온 이 불변의 법칙은 정의와 진리의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걸음걸음 전진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반통일의 격랑을 다스리는 신비로운 힘을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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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의 능력은 과대평가된 것이며, 미국은 결코 조선을 이길 수 없다.

트럼프의 판문점수뇌회담은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미 정치권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19/07/08 [07:14]


최근 역사적인 조미수뇌회담이 남북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성사된 가운데 미국정치권에서의 반응이 예상했던 대로 중구난방식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의 고질적인 병폐를 다시한번 입증해주고 있다

민주당소속 의원들이 트럼프의 이번 회담추진을 정치쇼에 불과하다고 정치공세를 펴는가하면 상원에서는 이번에 다시 유류공급차단에 초점을 둔 대북제재강화 법안이 또 발의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기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평화정착노력에 워싱턴정치권이 당파의식에 젖은채 비판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각종 흠집내기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야당인 민주당측의 대트럼프 비난공세는 참으로 한심한 발목잡기 차원에 머물고 있다이같은 미국내 분위기와 관련해 뉴욕주재 조선 유엔대표부에서는 미국의 그같은 이중성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기도 했다.   
미국은 여전히 근대적인 대북적대의식에 젖은 사이비정치인들로 인한 파쟁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에서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이것은 권력을 국가이익 차원이 아니라 당이라 불리는 자기패거리들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급급한 미국식 자본주의 정치구조가 낳은 한심한 자화상인 것이다

미국 정치권의 이런 미성숙한 반응은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다한마디로 조선을 모르는데다 자신들만이 최고라는 옹졸해 빠진 정치협잡군들의 자기과시쇼에서 나오는 시건방진 태도뿐이다

미국이 이렇게해서야 어떻게 조선을 상대할수 있을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이런식으로 해서 미국은 결코 조선에 제대로 대응할수가 없다자신들의 국가이익이 달린 결정적인 사안에 있어서도 쓸데없는 힘겨루기식으로 시간을 허비하는데 미국 스스로는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자족할지는 모르나 그것은 말만 민주주의지 사실상은 먹이를 앞두고 벌이는 개싸움판에 다름아닌 것이다트럼트 대통령 자신도 이런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염증을 느낀다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거기에다 죤 볼튼이나 마이크 폼피오 국무장관같은 행정부 핵심각료들마저 머리따로 팔다리 따로노는 식이니 누가 미국의 정책이 과학적인 판단아래 굴러갈 것이라고 평가할수 있겠는가이들은 대통령이라는 국가최고지도자의 의중을 제대로 보필하는 대신 자신들의 주장을 중구난방식으로 표출하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보여지고 있고미국정계는 온갖 잡음들로 분주탕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런 잘못된 정치체제와 당파싸움으로 인해 그 아까운 국가자원을 낭비하면서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다그 내리막길의 시초를 연것도 바로 50년대 조선을 상대로 했다가 패한 전쟁이었다미국은 지금 사실상 제2의 대 조선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무기를 쓰지않고 상대를 제압하려는 조선의 최고지도부에 맞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도 시원찮을 판에 아직도 국내에서는 정쟁에 빠진채 물불 가리지 못하는 상황이니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한 것 아닌가 .  

아무리 세계최강 패권국운운해도 지금은 자기마음대로 수없는 것이 세상돌아가는 정세이다갈수록 모순이 심화되는 세계자본주의의 내리막길에서 미국이 그나마 살아남는 길은 자중하고 자각해야한다세계정치의 본질적 역학관계를 무시하는 시대착오적인 정쟁이 계속되는 한 미국의 몰락은 피할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고 어떤 경우에도 승리는 조선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본사기자 

북중 정상회담하는 날 평양의 하늘은 맑았다

<방북기> 정기성 ‘6.15뉴욕지역위원회’ 부위원장
정기성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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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8  00: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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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이나 기다려야 했던 평양행
지난 6월 17일 어렵게 평양에 도착했다. 올 들어 급증한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들로 평양행 비행기나 국제열차 표를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5일을 더 기다린 후 간신히 중국 심양에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 6월 18일 아침 출근길 걸음을 재촉하는 평양 시민들. [사진 - 정기성]
도착한 다음 날부터 이틀 동안 내내 비가 내렸다. 젊은 안내선생이 “올해 가뭄이 들어 평남지방 물 공급에 온 나라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단비가 내린다”라고 말했다.
가뭄해소의 반가움이 앞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기의 행사가 될 시진핑(북에서는 습근평이라고 부른다) 주석의 평양 방문행사가 걱정이 됐다.
“걱정마시라요. 그런 일정은 다 날 잡아 합네다.”
전화기로 날씨를 보니 정말 시진핑 주석이 평양에 도착하는 20일은 화창한 날씨다.“아! 그렇구나. 려명 거리, 미래과학자 거리 등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단 일 년 만에 하나씩 일떠세우는 나라 아닌가.”
다시금 과학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18일 저녁을 먹고 잠시 비가 그친 대동강 강변을 산책했다. 오른쪽으로 최근 연간에 새로 건설된 조선중앙은행과 평양은행 건물이 높게 서 있다. 멀리서 한 여성이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걸어온다. 전국적으로 600만대 가량 보급된 손전화기는 이제 북녘에서도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조금 더 걸어가니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 나온 여성이 보인다. 강가에는 굳은 날씨에도 낚시를 하기 위해 나온 강태공들이 많다. 대부분 은퇴한 분들이란다.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남녀들의 모습도 보이고, 학교교복을 입고 깔깔거리며 웃으며 걸어가는 아이들도 보인다. 평화로운 일상이다.
  
▲ 6월 18일 저녁 비가 개인 대동강가. 오른쪽으로 김일성김정일기금빌딩과 조선중앙은행, 평양은행 건물이 보인다. [사진 - 정기성]
  
▲ 평양의 한 시민이 애완견을 데리고 대동강가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 - 정기성]
20일 해방산 호텔 앞의 아침 분위기가 다른 때보다 싱그럽다. 오늘밤 5.1경기장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참가한 가운데 집단체조 공연을 할 텐데, 이리 저리 바쁜 평양의 아침 인민대학습당 주변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손님맞이에 바쁜 사람들처럼만 보인다.
아침에 만난 안내선생이 자랑스럽게 자기 스마트폰으로 시진핑 주석의 기고가 실린 로동신문 기사를 보여준다. 다른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방문하기 전 특별기고를 로동신문에 싣는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시 주석은 개인으로는 2008년 부주석으로 있을 때 방문한 이후 두 번째 방문이지만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2005년 후진타오 주석의 평양방문 이후 14년만의 큰 행사다. 북으로서도 정치적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조중친선’, ‘불패의 친선’
점심을 먹기 위해 옥류관으로 가는 길, 창전거리에는 ‘조중친선’, ‘불패의 친선’ 등 북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양한 선전문구들이 나붙었다.
  
▲ 6월 20일 평양 창전거리에는 북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중친선’, ‘불패의 친선’ 등의 문구가 나붙었다. [사진 - 정기성]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옥류관이 휴관이란다. 전날에 왔을 때 중국관광객들이 잔뜩 있어서 입장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한번에 5천명을 수용한다는 큰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 말처럼 손님들에게 무한의 봉사를 하는 분들이 쉬는 날이라니 아쉬움을 느끼는 것조차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럼 고려호텔로 가자. 고려호텔 냉면은 북에서도 옥류관 다음으로 알아주는 맛이라는 걸 예전 방문했을 때 들은 적도 있었다.
“시진핑 주석이 오늘 온다 해서 어제부터 거리가 분주한 것 같은데, 언제 어느 거리가 차량 통제 되는가?”
가는 길에 ‘운전사 동무’에게 물으니 염려 마시란다. ‘운전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니 어느 거리가 통제되는지 잘 아실 테지.’ 마음을 푹 놓고 이동하는데 갑자기 정면 큰 사거리에서 사이드카 교통보안원들이 도로를 막고 모든 차량을 우측 방향으로만 이동시키고 있었다.
  
▲ 6월 19일 점심 때 찾은 옥류관. 관광객과 평양 시민들로 붐벼 한참을 기다려서야만 했다. [사진 - 정기성]
“어! 이게 아닌데 왼쪽으로 갈 수 있는데...”
기사 동무가 난감한 모양이다. 오른쪽을 돌아 쭉 가는데 앞쪽이 차량들로 꽉 막혀 있다. 앞쪽 사거리 근처엔 평양 시민들이 손에손에 조선 국기와 중국 국기, 그리고 흔히 보았던 분홍 빨강으로 된 꽃술들을 들고 모여 들고 있었다.

저기로 두 정상의 차량행렬이 지나갈 것이란 생각에 “우리도 좀 기다려 보고 가면 안 됩니까?”라고 물었다. 평양 거리를 지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을 직접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아! 정 선생 그럼 점심도 못 먹습네다.” 안내선생이 차량이 언제 지나갈 지도 모르니 그냥 가잔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나야 점심 쯤 참을 수 있겠지만 안내선생과 운전기사 동무를 점심까지 거르면서 마냥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돌고 꺾고 골목마다 막히는 길을 1등 운전기사 성철 동무 때문에 가뿐히 고려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운전기사 성철 동무는 나이가 마흔인데, 1등 기사자격증이 있는 차량사업국에서도 최고참급 운전사란다. 대형트럭, 버스 등 모든 차종의 운전자격증이 있음은 물론 차량고장 시 즉석에서 해결할 수도 있을 정도의 차에 대한 전문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1등 기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아주 조용하면서도 성실함이 느껴지는 정겨운 사람이다.
역시 명성에 걸맞게 고려호텔 냉면은 옥류관 냉면과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일품이었다. 안내선생의 말로는 옥류관과 고려호텔 두 군데 만큼은 자체 생산기지를 꾸리고 음식재료들을 자체로 보장한다고 한다. 그만큼 냉면에 한해선 전문성을 갖춘 식당들이란다. 아마 그래서 그 맛이 그렇게 독특하게 유지가 되는가 보다.
점심 후에도 다시 환영행렬에 가보고픈 생각이 굴뚝같았으나 보안상 환영인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미리 확정되는 정도는 그간의 방문을 통해 대강 알고 있던 터라 안내선생을 조르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뒤에 들으니 시진핑 주석은 11시 40분경에 평양공항에 도착해 환영행사를 마치고, 창전거리, 려명거리를 거쳐 금수산기념궁전으로 갔다고 한다.
한가로운 모란봉 산책
이날 오후에는 모란봉 산책에 나섰다. 아마도 역사적인 북중정상회담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가급적 한적한 곳으로 안내한 듯하다. 옥류관에서 오른쪽으로 한 500미터쯤 걸어가면 모란봉 공원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시작된다. 걸어가는데 공원입구에 기동순찰대라고 쓰인 미니밴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다. 아마 시 주석 때문인가 보다. 물어 보니 그렇단다.
공원 입구 왼편에 있는 큰 공터가 한창 공사 중이다. 그 앞쪽에는 청량음료와 간단한 음식들을 파는 매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까까오’(아이스크림을 부르는 북쪽말), 각종 청량음료들을 사 먹고 있었다. 본래 야외극장이었는데 규모를 늘려 대규모 야외공연장을 건설 중이란다.
  
▲ 모란봉 공원 입구에 서 있는 해방탑. [사진 - 정기성]
공원 입구 계단을 올라가자 한국전쟁(북쪽에선 조선전쟁)에서 희생당한 러시아, 옛 소련군병사들을 기리는 기념비인 해방탑이 우뚝 서서 공원에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 모란봉 공원에 같이 위치하고 있지는 않지만 비극적 역사의 현장에서 희생당한 중국인민지원군 병사들을 기리는 조중우의탑과 함께 해방탑은 공원에 오는 사람들 심장마다에 당시의 준엄한 역사를 다시 깨우쳐 주고 있는 것만 같다. 후에 로동신문을 보니 시 주석은 21일 조중우의탑을 참배하고 헌화했다.
해방탑에서 을밀대까지 대동강변을 오른쪽에 끼고 걷는 모란봉 산책길은 잘 정비되어 있다. 휴일에는 가족단위로, 직장동료들끼리, 연인끼리 이곳을 찾은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그런데 평일이고, 5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이어진다는 모내기 총동원기간이라 그런지 공원이 매우 한적하다. 또 평양 시민들이 시 주석의 평양 방문과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행사에 나갈 것이다. 사실 공항에 도착하는 하는 날부터 온 나라가 모내기 전투에 참여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모내기에 심혈을 기울인다는데 나만 홀로 편안히 여행을 하는 것도 참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허락만 해 준다면 모내기 한번 하러 갈 수 없겠냐” 물었더니 “가면 도움은 못 되고 짐만 된다”며 “마음만 받겠다”며 웃는다. 사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 모란봉 대동강 쪽에 서 있는 감찬정. 휴일에는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이지만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에는 한가했다. [사진 - 정기성]
  
▲ 모란봉 감찬정에서 바라다 본 5.1경기장과 릉라인민공원. [사진 - 정기성]
청류벽 절벽 위에 있는 정자 난간에 서니 왼편엔 오늘밤 시 주석을 위한 환영행사가 열릴 5.1 경기장이 보이고 그 오른편으로는 최근에 많이 보도된 려명거리, 창전거리 등 수많은 고층 아파트들과 평양의 상징인 주체사상탑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풍경에 아름답다고 이야기하지 않을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정말 대동강변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편의 그림 같다.
하루 빨리 남녘의 많은 사람들이 이 청류벽 난간의 정자에 서서 저 아름다운 평양 시내를 바라 볼 수 있게 되길 빌어본다. 그렇게 되면 ‘남쪽에선 정말 대단한 경제와 기술력으로 부를 이루었다면, 북에선 자기들만의 사상과 힘으로 세계 제일대국 미국과 맞서며 70여년의 그 삼엄한 경제봉쇄 속에서도 허리띠를 졸라 매며 저 아름다운 평양을 건설한 사실에 대해 남과 북의 우리 민족이 정말 자랑스럽게 느껴지지 않겠는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본다
다시 해방산호텔로 돌아 왔다. 해방산호텔에는 커피점이 1층, 2층, 5층, 그리고 8층 맨 꼭대기 만장이라 불리는 곳까지 4군데나 있다. 그 중 규모가 있는 곳은 1층과 8층이다. 그 중에 아무래도 손님들 가기 편리한 1층의 커피점이 제일 크고 또 제일 바쁘다.
각 커피점 마다에는 자신의 일터를 초소라고 생각하고 그런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봉사원동무들이 있다. 시간가는 줄 모르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밤 10시, 40분, 문을 닫을 시간이다.
“아침 7시 반에 물을 열려면 일찍 일어나야 할 텐데 11시에 끝나니 이제 그만 문 닫을 준비를 하면 안 되냐?”
“일 없습네다. 혹 늦게 찾아오실 지도 모를 손님들을 위해 초소를 잘 지켜야디요.”
일이 있어 먼저 들어간 은주 언니 대신 혼자 일을 보던 금이 동무의 말이다.
  
▲ 해방산호텔 커피점의 박은주(왼쪽), 조금이 봉사원. [사진 - 정기성]
이 친구들이 하도 손님들에게 친절해 인기들이 많은지라 손님들이 이름 첫 글자를 따서 ‘은동이’, ‘금동이’란 별명을 붙여 주었단다. 금동이의 말에 갑자기 쨍하니 뭔가 다가온다. 자기의 일터를 나라를 지키는 병사들의 초소처럼 생각하는 이 나라 젊은이들의 마음을 엿보아서인가 보다.
이 나라가 미국과 맞서 70여 년의 엄혹한 경제봉쇄 하에서도 이렇듯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하고, 또 세계 제일의 집단체조로 불리는 공연들을 창작하는 그 힘이 바로 이 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수많은 은동이 금동이들이 자기 일터와 나라를 지키는 초소가 된다는 그 ‘초소’의 힘이 아닐까.
해방산호텔 각 커피점에도 이 은동이 금동이들이 있다. 전부 다닐 수가 없어 1층 금동이, 은동이네 커피점과 제일 전망이 좋은 8층 만장 커피점을 주로 이용했다. 8층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5층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한산한 터라 조용한 만남엔 좋다.
“종국엔 뜨럼뿌(트럼프 대통령)도 올 거야요”
해방산 호텔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우리 8층도 많이 소개해 달라는 영심, 련희 두 동무와 새로 건설되는 백두산 삼지연호텔에서 근무할 인력을 교육시키느라 수십 명이 와 있는데 비교적 한가한 만장 커피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샛별이란 19살 어린 친구가 있다.
“너희는 이번 북중 수뇌회담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나?”
“습근평 동지가 방문 전에 특별담화를 발표한 것도 역사에 없는 일이지만 현 북미담판의 정세하에 북중 수뇌회담은 아마 미국을 더 압박할 것입네다. 이제 보시라요 인차 뿌찐(푸틴 대통령)도 올 겝니다. 그리고 종국엔 뜨럼뿌(트럼프 대통령)도 올 거야요.“
그리고 곧 이어 밝은 어투로 결론을 짓는다.
“우리 원수님이 세계 정치의 중심에 서 있습네다.”
영심 동무의 답변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성숙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련희 동무는 말이 조용조용한 편이다. 반면 성악가로 활동했다는 영심 동무는 대단히 밝고 쾌활하고 표현에 거침이 없다. 처음에 만장에 갔을 때 몇 마디 주고받고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금방 친숙한 관계가 되도록 사교성이 아주 많은 봉사원 동무다.
평안북도 출신으로 중학교 때 노래실력을 인정받아 인민군협주단에서 운영하는 예술학원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과정을 마치고 인민군 예술단에서 성악가로 활동하였단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살도 찌고 든든했던 몸이 갑자기 살이 빠져서 노래하는 게 힘이 들어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 성악가들은 단전으로 노래를 한다니 몸이 일반인들 보다는 좀 더 살도 찌고 배도 좀 나오고 해야 하는데(?) 말라 버리니 노래하는 것이 힘이 들 수도 있었겠다.
“그런데 몸이 말랐는데 남편은 더 좋아해요 뭐 처녀 같다나요. 하하하”
밝게 웃는 영심이의 웃음소리가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게 들렸는데 헤어지는 날 아침 보니 몸이 아파서 집에 일찍 간다고 내일 까지 쉬어야 할 것 같다며 작별인사를 한다.
“야, 선생님이 안 보이시길래 못 뵙고 가시는 줄 알았습네다”
아프면서도 환하게 밝게 웃어 주던 영심이가 많이 아프지 않아야 할텐데.
다음 볼 땐 결혼 전에 그랬다고 했던 것처럼 더 살이 두둑하게 찐 더 건강해진 영심이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선을 봤는데 언니가 아야 좋아해요 해서 인차 결혼할 거야요.”
영심이가 련희를 두고 한 말이다. 이제 다음에 가면 언제 결혼을 할 지 모른다는 련희를 비롯해 해방산 최고의 ‘입’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유머와 커피경연대회 1등이란 실력을 갖춘 해방산 최고참 ‘은동이’ 은주도 언제 시집을 갈지 모르고, ‘금동이’도 임산휴가를 가고 나면 금희 대신 1층을 관리할 수향이만 남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음에 백두산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면 늠름하게 삼지연호텔에서 근무하고 있을 샛별이는 볼 수 있겠다.
  
▲ 단동행 국제열차가 평양역은 여행객들로 크게 붐볐다. [사진 - 정기성]
평양을 떠날 때는 신의주를 거쳐 단동으로 가는 국제열차를 탔다. 기차편도 만석이었다.
서울로 돌아와 며칠 뒤인 6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 문재인 대통령까지 합석하는 3자 회동이 있었다. 반목과 대결의 상징이던 판문점이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가히 세계평화를 향한 감동의 서사시라 표현을 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그런 감격이 밀려왔다.
모두 한 자매들 같이 정겹게 언니 동생 하며, 그러나 초소를 굳건히 지키는 든든한 동무들로 해방산의 일터와 자기의 나라를 지키고 있을 우리의 딸들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