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3일 토요일

드론 자격증은 김건모의 노후를 정말 보장해줄까

등록 :2017-12-24 09:28수정 :2017-12-24 09:38

[토요판] 뉴스분석 왜?
커지는 드론 시장

농약 살포는 농민들의 오랜 숙제였다. 농약을 뿌리고 나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는 등 후유증과 부작용이 심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드론이 이 고민을 해결하면서 도시보다 들판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픽사베이
농약 살포는 농민들의 오랜 숙제였다. 농약을 뿌리고 나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는 등 후유증과 부작용이 심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드론이 이 고민을 해결하면서 도시보다 들판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픽사베이
‘이 지긋지긋한 거 그만하고 다른 거 하면서 먹고살 수 없을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이런 번뇌에 빠지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런 찰나 “7분에 2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이제 반백살이 된 국민 가수가 지상파 방송에서 말합니다. 누군들 혹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드론 수요 발굴로 5년간 3500억원 규모 공공 수요 창출.”
가수 김건모의 감은 아직 살아 있었다. 지난 11월말 김씨는 한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드론으로 노후를 준비중이라며 “드론을 날려서 농촌에서 비료를 주면 딱 7분 날리고 2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해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한달 만에 현재 704억원 규모인 드론 시장을 4조4000억원으로 키우겠다는 정부 계획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국가·공공기관의 다양한 업무에 드론을 활용한다는 게 주된 계획이다. 계획을 보면, 5년 동안 3700여대, 3500억원 규모의 드론 시장을 창출한다. 공공건설, 도로, 철도 등 시설물 관리와 해양·산림 등 자연자원 관리에 드론이 활용된다. 실종자 수색, 사고·재난 지역 모니터링 등 치안·안전·재난 분야에도 드론이 투입된다. 국공유지 실태, 농업 면적 등 각종 조사에도 드론을 활용할 예정이다.
정부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026년까지 드론 관련 일자리만 약 17만개 이상이 새로 생긴다. 김씨가 계획했던 ‘농약(비료) 드론 방제사’ 외에도 드론 조종이 가능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밥벌이가 생긴다는 말이다.
가수 김건모씨가 방송에서 공개한 자신의 드론. 에스비에스(SBS) 화면 갈무리
가수 김건모씨가 방송에서 공개한 자신의 드론. 에스비에스(SBS) 화면 갈무리
국가공인 자격증은 오직 하나
폭설이 예보됐던 지난 20일 오후.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인천인력개발원 운동장에선 눈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드론 실기수업이 한창이었다. 김건모씨도 준비중인 드론 조종사 자격증을 따려면 ‘초경량비행장치 무인멀티콥터 조종자’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자동차 면허시험처럼 학과시험(필기)과 실기시험을 쳐야 하는데 실기시험에 응시하려면 20시간의 비행 경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문교육기관에서 20시간을 채워야 한다. 드론과 관련한 국가공인자격증은 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하는 초경량비행장치 무인멀티콥터 조종자 자격증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모두 전문교육기관 등 민간에서 발행하는 자격증들이다.
실기시험은 이착륙 지점을 기준으로 좌우 이동, 직진·삼각·원주 비행 등을 평가한다. 수업도 시험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동차 운전면허 학원에서 차량을 느리게 움직이듯이 드론 역시 천천히 움직이되 정확한 지점에서 정지하고 이착륙하는 게 중요하다. 자동차 운전과 달리, 운전자(조종사)가 움직이지는 않은 채 입체 공간에서 드론의 움직임을 눈으로 파악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게 어려워 보였다.
수업 3일차라 그런지 교육생들 대부분이 아직은 서툴렀다. 한 교육생이 1.5m 정사각형 착륙 지점에 드론을 착륙시키자 교관이 “그래도 네모 안에 넣었네요”라며 웃었다. 수강생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나이도 성별도 다양했다. 인천인력개발원은 지난 9월부터 드론 실기과정을 운영중인데 9회차까지 모두 50명이 수강했다. 30~50대(41명)가 가장 많았고 10대와 60대는 각각 2명이었다.
지난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봤다는 교육생 이정범씨는 수능 이후 시간을 활용해보라는 아버지 권유로 자격증에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공중에 뜬 드론과 지면 위의 지점을 일치시키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며 “자동차 면허증도 따는 중인데 드론 자격증과 함께 군대 갈 때 쓸모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인력개발원 양재덕 기획홍보팀장은 “방학 기간엔 학생들이 많이 수강하는 반면 학기 중엔 중장년층 수강생들이 많다”고 했다. 수업은 4인 1조로 진행되는데 하루 8시간 수업을 하면 1인당 2시간의 ’비행경력증명서’가 발급된다. 따라서 수업은 2주(10일) 동안 계속된다. 주말반은 5주가 걸린다.
비행시간 20시간이 합격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비행이론 등을 다루는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2년 동안 실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데 올해 실기시험 합격률은 60%대다. 자동차 면허시험과 달리 연습했던 ‘그 학원’에서 시험을 보지 않고 신청자들이 모이면 기준에 맞는 장소를 지정해 실기시험이 진행된다. 평면이 아닌 입체 공간에서 드론을 조종해야 하기 때문에 24개 항목에서 모두 S(Satisfactory) 등급을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이중열 교관은 “자동차 면허시험처럼 ‘공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 반복 학습으로 합격이 보장되진 않는다. 개인별 능력 차이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현재 ‘드론 자격증’(면허증)을 취득한 사람은 모두 3726명이다.
‘국민가수’도 꿈꾸는 드론방제사
비행경력 20시간 후 자격시험 가능
‘공식’ 통하지 않는 실기시험
합격률은 60%대…3726명이 취득
‘드론 자격증=고수익’ 보장 못해
“7분 200만원”은 현실과 동떨어져
국토부, ‘드론 발전 기본계획’ 발표
10년간 일자리 17만개 만들기로
드론 자격증이 없다고 드론을 날리지 못하는 건 아니다. 무게가 12㎏ 이하이거나, (12㎏을 초과하더라도) 비상업적 용도로 날리는 경우엔 자격증이 없어도 가능하다. 농민이 본인 소유 논에 방제할 목적으로 12㎏을 넘는 드론을 조종할 땐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 결국 ‘12㎏이 넘는’ 드론을 ‘상업적’으로 운전할 때만 국가공인자격증(면허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신 개인적 목적의 사용자라도 12㎏이 넘는 드론은 국토교통부에 신고해야 하고 사업 목적일 경우엔 무게와 상관없이 모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3년 193대이던 드론 신고 대수는 2017년 11월 기준 3735대로 늘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완구형 드론은 대부분 무게가 1㎏ 미만이고, 카메라가 달린 드론 역시 전문가급이 아니면 대부분 1㎏ 안팎이다. 12㎏ 이상의 대형 드론을 날리는 사람들에게 신고를 의무화하거나 면허증을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 문제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8월 판매중인 20개의 초보자용 드론을 조사한 뒤 “다수의 제품이 안전가드가 없거나, 있더라도 상해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중열 교관은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안전 의식을 주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주 작은 드론이라도 빠르게 회전하는 프로펠러는 몹시 위험한데 ‘드론=장난감’이라고만 여기니 그 위험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까이서 본 12㎏이 넘는 드론은 흔한 장난감 수준이 아니었다. 교육장에도 헬멧을 쓰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었다.
지난 20일 대한상공회의소 인천인력개발원 운동장에서 드론 실기수업 교육생들이 비행 전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박현철 기자
지난 20일 대한상공회의소 인천인력개발원 운동장에서 드론 실기수업 교육생들이 비행 전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박현철 기자
7분에 200만원은 가능할까?
자동차 대형 면허를 땄다고 고속버스를 당장 몰 수 없는 것처럼, 드론 자격증을 땄다고 ‘7분에 200만원을 버는’ 드론 방제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드론 자격증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드론을 날려 생계를 유지하려면 민간 교육기관에서 운영중인 심화 과정에 진학해 추가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실제 현장에 나가 도제식으로 배우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용 드론은 현재 수요과 공급이 적절한 지점에서 만난 차세대 드론 시장으로 꼽히고 있긴 하다. 국제무인운송시스템협회(Association for Unmanned Vehicle Systems International)는 2013년 보고서를 통해 농업용 드론이 향후 드론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전세계 취미용 드론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한 중국의 디제이아이(DJI)도 2015년 농업용 드론 아그라스(AGRAS)-MG1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들어갔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 드론 활용 시장은 473억원 규모인데, 농·임업(53%) 분야 비중이 가장 크고 그 뒤를 영상촬영(32%), 건설·측량(7%)이 잇고 있다. 지난해 11월 233개이던 국내 드론 방제업체는 올해 6월말 기준 294개로 늘었다. 과거엔 주로 무인헬리콥터를 이용해 방제를 했는데 최근 드론 보급이 늘어나면서 드론을 이용한 방제로 넘어가는 추세다.
물론 ‘7분에 200만원’은 과장된 수치다. 드론 방제업체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한 방제 비용은 논이 평(3.3㎡)당 30원, 밭이나 과수원은 50~100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논과 달리 밭이나 과수원은 접근하기 쉽지 않고 면적이나 경계도 들쑥날쑥해 비용이 더 높다고 한다. 논의 경우 한 시간 동안 드론을 가동하면 1만평 정도 면적에 농약을 뿌릴 수 있다. 한시간에 30만원을 벌 수 있으니 하루 종일 작업하면 ‘이론적’으로는 300만원까지도 가능하다.
드론방제협회 노덕호 지도조종사는 “논 방제는 주로 한여름에 하는데 그렇다고 하루 종일 할 수는 없다. 주로 오전 5시부터 10시 사이,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만 작업을 한다. 한낮엔 햇빛이 뜨거워 약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루에 4만~5만평이 적정 수준”이라고 말했다. ‘7시간 200만원’이 좀더 현실에 가까운 수치다. 이 정도 수입도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개인이 드론 자격증을 따고 드론을 구입해 방제사업을 하기엔 초기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만약 김건모씨가 드론 방제사업을 하려면 우선 드론 자격증을 따야 한다. 인천인력개발원의 실기비행 과정 수강료는 280만원이다. 필기시험이 면제되는 국토부 지정 전문학원들의 수강료는 300만~500만원 수준이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 알음알음으로 조종 기술이 늘어 방제용 드론을 조종할 수준에 이르렀다면 대당 2000만원 안팎의 드론을 구입해야 한다. 보조배터리와 드론을 싣고 이동할 수단, 사무실 등도 필요하다. 이어 드론 등록, 사업장 등록 등을 하고 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현행법상 보험 가입 없이 사업을 할 순 없다. 노덕호 지도조종사는 “날아다니는 것들은 떨어지게 마련이라 대인·대차·자차까지 모두 들어야 하는데 2000만원짜리 드론 한대당 1년 보험료는 390만원”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김건모씨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이 아니다. 시장에 진입해 살아남으려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작물에 대한 여러 정보 정도는 꿰뚫고 있어야 일감을 따 올 수 있지 않을까. 역시, 세상 만만한 일이 없다.
1가구 1드론 시대보다 먼저…
드론 시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는 중이라 현시점에서 4~5년 뒤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평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드론 가격이 더 떨어지면 그에 비례해 사업 초기 비용도 떨어질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1농가 1드론 시대가 와서 드론 방제사라는 직업이 탄생과 동시에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디제이아이의 농업용 드론을 국내에 판매하는 ㈜퓨처쉐이퍼스 이상민 대표는 “과거 여행지에서 사진 찍어주고 돈을 받던 사진사들이 1가구 1카메라 시대와 함께 사라졌듯이 방제용 드론도 가격이 떨어지면 1농가 1드론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약 17만4000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전망되며 운영 분야가 15만8000명으로 제작 분야 1만6000명보다 9.9배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체적으로는 농·임업 7만6000명, 건설·측량 4만명, 영상촬영 1만9000명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드론 ‘활용 시장’의 성장률이 ‘제작 시장’ 성장률의 8.5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 전망이 맞아떨어져서 1농가 1드론 시대보다 정부가 설계한 ‘드론 생태계’가 먼저 구축된다면 김건모씨를 비롯한 수많은 드론 조종사들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국내 유일한 ‘가수 겸 드론 전문가’ 김건모를 볼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인천/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세상에 '좋은 젠트리피케이션'은 없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어떻게 덜 소유하고 함께 정주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철저하게 소유자 중심 사회다. 도시 주거공간의 변화가 오로지 소유자 이익을 위해 일방통행으로 이뤄지는 탓에 주민들의 오랜 정주성이 파괴된다. 도시 공간 변화가 사회구성원의 평화롭고 평등한 공존을 애초 어렵게 만든다. 어떻게 공존의 가치를 앞세우고 덜 소유하며 함께 정주할 것인가.

정주성을 빼앗는 소유자 중심 일방통행

최근 빈민지역운동사 발간위원회에서는 <마을공동체 운동의 원형을 찾아서>(한울 펴냄)라는 뜻깊은 책을 발행했다. 1970년대 도시화 그늘에서 출발했던 빈민운동이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지역주민운동으로 전환하고, 점차 공동체운동과 대안운동으로 발전해갔는지를 생생히 보여 준다.  

책을 읽다 보면, 대규모 철거 이주를 동반하는 재개발사업이 어떻게 지역운동의 뿌리를 송두리째 파괴했는지 접하게 된다. 헌신했던 활동가들과 지역주민들 노력으로 다져진 지역네트워크와 공동체가 재개발로 인해 허물어지고, 기존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지역주민운동의 동력도 함께 사라지곤 했다. 서울 신림동이 그랬고 봉천동이 그랬다. 재개발 뒤 새로운 주민들이 입주하고, 기존 주민들 가운데 일부가 행여나 다시 재개발 아파트에 입주하더라도 주민운동을 지속하기는 어려웠다.  

▲ 2002년 서울 난곡재개발지역.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오랫동안 벌어진 일이다. ⓒ작은것이아름답다(김기돈)

요즘 한국에서 많이 언급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바로 위와 같은 상황을 만드는 경계해야 할 도시 변화 과정이다. 지역을 기반한 모든 형태의 사회운동은 결국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주민을 조직하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기존 토지 이용자를 내쫓는 재개발 같은 도시재생은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져오고 지역 공동체 해체한다. 아무리 재개발로 인해 새로 공급된 신규 아파트 단지가 겉으로는 화려하고 정돈돼 보여도, 도시 공간 해체가 가져오는 공동체성 상실은 회복하기 어렵다. 결국 도시 공간 변화는 '누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 앞에 놓인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은 도시 공간 변화가 철저하게 '소유자' 중심 일방통행으로 이뤄지고 기존 공간 이용자를 배제하고 내쫓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는 데 있다. 불평등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도시 공간의 변화가 사회구성원의 평화롭고 평등한 공존을 애초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 문제다. 도시 평균 주거 조건에 미달하거나 절대 조건 자체가 불량한 주거지를 개량하고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도시 공간을 바꾸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 혜택을 기존 주민이나 동네 가게를 운영하던 상인들이 누리지 못하고 개발 과정에서 쫓겨난다면, 다시 말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다면, 애초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한국에서 최근 집중적으로 발생한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은 기존 주거용 공간이나 세탁소와 같은 주민편의시설이 외지인을 주요대상으로 하는 상업공간으로 전환되는 형태로 일어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도시 서민들의 적정 주거지이던 동네가 사라지고 기존 주민들 대부분이 내쫓긴다는 점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역시 젠트리피케이션 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불평등한 도시재생 모델의 대표 사례인 1980년대 서울에서 벌인 '합동재개발 사업'을 상기해본다면, 한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단지 최근 2∼3년 사이 현상이라기보다는 더 오랫동안 벌어진 일임을 알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도시 공간에서 '정주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 전체가 '소유자 중심'에서 '지금 거주하는 주민 중심'으로 바꾸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주민은 상가 임차인도 포함한다. 정주성의 향상은 단지 콘크리트와 시멘트, 벽돌로 덮어진 집을 포함한 '건조환경(인간 생활 관련 구조물 전체)' 개선에만 머물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살기 편하다고 느끼는 장소는 건조환경뿐만 아니라 공생하는 동식물이 함께 조화를 이뤄야 한다. 새롭게 지은 신도시나 아파트 단지가 세월이 흐르면서 온갖 동식물이 자리를 잡으면서 사람이 살만한 공간이라고 느끼게 된다. 수십 년 된 아파트 단지에 '도시 숲'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재건축과 같은 도시재생 방식은 이러한 공간을 완전히 지워버린다. 기존 공간이 갖고 있던 정주성 역시 새로 지은 값비싼 주택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대체된다. 세상에 '좋은 젠트리피케이션'은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는 결국 기존 주민이 쫓겨나고 정주성 파괴가 뒤따른다는 점에서 '좋은 젠트리피케이션'은 양립이 불가능하다.

기존 이용자의 권리 확대와 기존 공간 동식물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생각해 본다. 이는 대규모 철거 뒤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하는 도시 공간 재편방식 자체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새로운 건조물을 세우려면 완전히 기존 모든 인공건조물과 식물군을 갈아엎고, 기존 생물의 죽음과 축출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도시계획 관련 법령에 따르면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할 때 환경영향평가 일환으로 동물과 식물 분포를 조사하고 보호하기 위해 고민하게 되어 있지만, 사업성을 앞세워 절대다수가 잘려나간다. 동식물을 인간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도시재생 계획 단계에서 기존 동식물 보호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럴 때 비로소 기존 공동체가 지속되고 평등하며 공정한 도시재생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도시계획 관련 의사결정권이 경제, 사회, 정치적 자본을 소유한 이들에게 집중돼 있다. 취약한 서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하고 되찾게 할 것인가. 주거 세입자는 2년마다 집세 인상 압력 탓에 정주하지 못한다. 세입자의 잦은 교체는 지역 사회의 공동체성이 만들어지기 어렵게 한다. 공동체 유지 발전이 애초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재개발로 인한 공동체 해체가 2년 주기로 발생하는 셈이다. 상가 임차인 경우, 2009년 용산 참사 뒤로 권리 증진 노력으로 이전보다는 좀 더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2015년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개정 뒤부터 환산보증금 규모에 상관없이 5년까지 '계약갱신청구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건물주의 힘은 여전히 커서 다양한 우회 방법을 통해 상가 임차인을 내보내고 더 높은 임대료 소득을 올리고 있다. 상가 임차인의 계약청구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주거 세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더 나아가 도시 서민이 공간 변화의 주인이 되어 이윤 획득보다는 '집'이라는 사용가치가 보호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대규모 철거 방식보다는 점진 개량 중심으로 도시재생 방식을 적용할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 자격을 가진 부동산 소유주만 사업 관련 의사 결정권이 있는데, 공동체 유지와 정주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세입자도 의사 결정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것이아름답다(김기돈)

새로운 소유 방식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사적 소유권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더 격렬하게 발생할 수 있는 배경이다. 새로운 방식의 소유를 고민해 보면 어떨까? '공동체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 CLT)' 제도의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개별 건물의 사적 소유는 허용하지만, 토지는 '공동소유'라는 원칙에 따라 개별 건물 매매 방식은 공동체 약관에 의거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개별 주택을 일정 가격으로 유지하고 서민을 위한 주거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 이 같은 제도는 적정 주거의 지속적 확보뿐만 아니라 부동산 관련 수익을 공동체에 귀속해서 공동체성 확립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도 기존 주민시설을 상업지역으로 바꾼 탓에 일어나는 정주성 파괴를 전제한다. 최근 영국에서 실험 도입한 '지역공동체 우선 매입권'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시설을 지속해 확보할 수 있다. 2011년 입법된 '지방분권법(Localism Act)'에서는 도서관, 시장, 수영장 같은 시설을 지역 주요 자산으로 지정하고, 이것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지역 공동체가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이 영국에서도 아직은 실험단계지만,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 필요가 있다. 즉, 지역 공동체에게 우선 매입권을 부여해, 지역이 꼭 필요로 하는 세탁소, 동네 생필품 가게, 동네 카페, 도서관, 유치원 같은 곳이 손 바뀜을 통해 외지인을 위한 상업 용도로 전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시설을 공동소유로 보유하고, 동시에 공동체 지속을 위한 기반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필수 주민시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주민시설이 점유한 부동산 매매는 엄격히 규제하는 것도 역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동산 계급사회'라고도 일컬어지는 한국에서 도시 공간 생산과 소비 방식을 뿌리에서부터 바꾸려는 시민사회의 자각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건물과 토지가 우리 삶을 위한 '사용가치'로만 남아야 한다. 시민 모두가 차별 없이 공간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사회는 가능할까.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개념도 그 효용성을 잃어버리고 과거로 퇴장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일까. 공존의 가치를 앞세우고 덜 소유하며 함께 정주하는 삶을 우리 사회가 선택하는 때이다. '함께 사람답게 정주하는 것을 우선 가치로 여기는 사회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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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복순씨는 장애인 딸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싸운다

복순씨는 장애인 딸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싸운다

입력 : 2017.12.24 09:43:03

시각중복장애인 효정양의 엄마 강복순씨가 12월 18일 아이의 하교를 도우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시각중복장애인 효정양의 엄마 강복순씨가 12월 18일 아이의 하교를 도우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시리즈 목차 
1 시각중복장애인 효정이 엄마 복순씨 
2 장애학교 주변을 떠도는 엄마들 
3 내가 외로운 법정 싸움을 하는 이유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 현실은 그러나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 계획만으로도 마을 주민들이 갈라질 정도로 큰 갈등을 빚는다. 장애인들도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 받을 권리와 행복추구권이 집값 하락이라는 논리 속에 번번이 무시된다. 장애아의 부모들은 비장애인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들을 획득하기 위해 투사가 돼야만 한다. <주간경향>은 세 차례에 걸쳐 장애아를 돌보는 엄마들과 주변의 사연을 통해 오늘날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되짚어 보려 한다. 1회는 시각중복장애인 효정이를 돌보며 장애인 권리를 위해 싸우는 엄마 강복순씨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어느 날 남편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복순아, 이제 그만하자. 너 언제까지 그럴 거냐.”
나는 내 딸 효정이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1998년 7월에 태어난 내 첫째딸 효정이는 눈에 초점이 없었다. 백일이 다 될 때까지 효정이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어쩌면 효정이의 세상은 어둠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지만 인정할 수는 없었다. 조카를 보러 온 친정언니들이 나에게 말했다. “복순아, 언니들 말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효정이 눈이 좀 이상한 것 같다. 효정이가 사시면 고치면 되는 거니까 일단은 병원을 한 번 가보자.” 나는 무서웠다. 겁이 나서 병원에 갈 수 없었다. 병원에 가서 의사가 “아이가 눈이 안 보이네요”라고 말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친정엄마는 두 언니들을 잡았다. 왜 애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애한테 그런 말을 하느냐고 혼냈다. 나는 그냥 버텼다. 
남편은 나보다 강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까. 100일이 채 안된 효정이를 끌어안고 있는 내게 남편이 먼저 병원에 가보자고 권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둘이 김안과를 갔다. 의사는 곧바로 “여기가 아니라 큰 병원을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서울대학병원으로 갔다. 곧바로 엠알아이(MRI) 촬영과 약물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친정엄마랑 아이를 업고 신(神)발이 제일 좋다는 오대산으로 갔다. 오대산 자락에 있는 보살에게 500만원을 주고 세 번의 굿을 했다. 새벽 첫 이슬이 내리기 전에 대기하고 있어야 아이가 낫는다고 해서 효정이를 들쳐업고 새벽 2시에 산을 올랐다. 친정엄마는 아이 배냇저고리와 아이 아빠 속옷을 들고 오대산 자락을 따라왔다. 
효정이는 결국 그날 이후 폐렴에 걸려 한 달을 입원했다. 그쯤 되면 나도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신이 있으면 거기에라도 매달려 우리 효정이가 앞을 볼 수 있기를 빌었다. 서울대병원에서 결과가 나왔다. 담당교수는 나와 아이 아빠에게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얘 눈 못뜨니까 그냥 애 잘 키울 생각이나 하라”고 했다. 효정이는 선천적 시신경위축이었다. 눈이 돌아갔다. 없는 돈 끌어다 500만원이나 주고 굿까지 했는데. 교수를 붙들고 싸웠다. 전공의들이 나와 아이 아빠를 끌어냈다. 병원 밖을 나온 순간부터 우리는 장애아이의 부모가 됐다.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내 새끼가 아픈데 부모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지난 9월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특수학교 관련 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특수학교 먼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연합뉴스
지난 9월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특수학교 관련 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특수학교 먼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연합뉴스
나도 한때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애를 낳고 복직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직장은 이제 나에게는 사치였다. 효정이와 내 앞에는 끝나지 않을 병원생활이 기다리고 있었다. 직장 동기, 언니들이 회사 민영화로 연봉이 오르고 직책도 오를 동안 나는 내 아이의 눈과 손, 발이 돼야 했다. 효정이가 서울맹아학교 유치부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아이와 꼬박 5년을 붙어 있었다. 3살 터울로 태어난 둘째는 우리의 멘토였다. 아들이 뒤집으면 아들의 모습을 보며 효정이 뒤집기를 가르쳤다. 아들이 네 발 기기를 하고, 걸음마를 하는 것을 관찰해 효정이를 가르쳤다. 시각장애아이들은 시각적 자극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 하나하나를 몸으로 가르쳐야 했다. 비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모든 것이 처음일텐데, 시각장애아는 나도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다. 시각장애인을 본 경험은 출퇴근 때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맹인의 모습을 본 게 전부였다. 
우울증이 심해졌다. 집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살았다. 커튼을 쳤다. 남편이 한마디 하면 “애새끼가 눈도 안 보이는데 불은 켜서 뭐 해”라고 날선 말을 뱉었다. 효정이가 4살 될 때쯤이었다. SBS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다 안산에 사는 동진이 사연을 접했다. 7살 시각장애아 동진이가 동네 심부름을 다니고, 일반 아이들과 노는 게 나왔다. ‘저 아이의 엄마와 통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담당 PD를 수소문해 울고불고 사정해서 동진이 엄마를 찾았다. 동진이 엄마는 내 동앗줄이었다. 이후 서울맹아학교 유치부에 다니며 동진이 엄마를 다시 만났다. 내게 “효정이 엄마야, 너 그냥 종로로 이사 와라. 여기서 우리 의지하며 살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5살 되던 2003년에 종로구에 정착했다. 
어느 날 맹아학교 학부모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효정아 얼른 와라. 여기 좀 도와야 한다.” 당시 용산초등학교 학생 수가 줄어서 용산초 절반을 잘라 서울맹아학교 용산분교를 만들 예정이었다. 용산구 주민들의 항의는 너무 거셌다. 맹아학교 공사 첫 삽 뜨는 것을 막아섰다. 내게 “저 ×× 같은 ×가 저 모양이니 병신 ××를 낳았지”라고 말했다. 집안 대대로 목사인 한 주민이었다. 포클레인이 들어서지 못하게 마을 주민들이 학교부지에 눕기도 했다. 그때 장애아 엄마 2명이 포클레인 삽 위에 올라탔다. 기사님께 “모든 일은 우리가 책임질게요. 제발 학교 안으로 들어가주세요”라고 빌었다. 포클레인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니 주민들이 전부 일어섰다. 그렇게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세상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깨달았다. 장애인 엄마가 투사가 되는 것은 그냥 내 아이를 지키려는 것이다. 약한 내 새끼 공부는 가르쳐야 하고, 사람은 만들어야 하는데 부모 아니면 아무도 내 새끼를 도와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내가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 5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이 막바지였다. 장특법 제정은 반대가 심했다. 특수교육 현장을 바꾸는 건 다 돈이 들어가니까 다들 예산낭비라며 반대했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는 그 평범한 엄마들이 머리를 깎고 삼보일배를 했다. 그때 현장에서 만난 한 아이의 엄마가 이 말을 했었다. “효정아, 이 법이 통과돼야 우리 애들 교육시킬 수 있다.”
나는 우리 딸의 생애주기마다 싸워 왔다. 장특법이 무서운 것은 학교장이 아이의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법이 통과돼야 내 딸이 학교를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 내 딸은 20살이 됐다. 이 다음은 평생교육법 개정이다. 주변 사람들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효정이 엄마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혜택을 받고 살아”라고 말이다. 나도 ‘나보다 몇 년 위 극성맞은 엄마가 있으면 편하게 따라갔을텐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암환자다. 2015년 특수교사 정원을 두고 반대의견을 내는 의원들이 있었다.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병원 화장실에서 피주머니를 빼고 친한 엄마에게 부탁한 고무줄 바지를 입고 의사 허락 없이 의원들을 만나러 갔다. 특수교사 정원 확충은 엄마들에게는 큰 문제였다. 특수학급은 늘 과밀이었다. 효정이처럼 시각장애에 인지손상까지 있는 중복장애아들을 한 반에 6~7명씩 몰아넣고 선생님 한 분이 보라고 하면 그 사람보고 그냥 나가라는 말과 같았다.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 아이 교육이 달린 문제였다. 그때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다니면서 특수교사 정원이 700명으로 확 늘어났다. 그렇게 하나하나 나를 비롯한 장애아 엄마들이 아이들의 길을 닦아가고 있다. 공무원들은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엄마들은 너무나 잘 안다.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전화도 잘 받아주지 않았다. 과장해서 백 번 전화하면 한 번 누구인가 싶어 확인전화하는 식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9대 의원일 때 정 의원실 비서관과 함께 있는데 기획재정부 공무원이 때마침 콜백을 했었다. 그 직원은 우리에게 “당신들이 진짜 엄마가 맞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 당신들 그냥 영리단체 아니냐”고 했다. 듣다 못한 비서관이 “종로구에 사시는 엄마가 맞다”고 확인해줬다. 그제야 기재부 직원은 우리를 만나줬다. 늘 그런 식이었다.
나는 지금 효정이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공기 좋은 외진 곳으로 가서 살고, 효정이는 교통도 좋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서 나와 떨어져 살았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암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는 한 달여 기간 동안 남편은 둘째·셋째아이를 보살피고, 효정이는 지역사회에 주간·단기보호를 맡겼다. 

내가 퇴원해서 아이를 데리러 가니 아이가 울면서 내 팔을 꼭 잡았다. 암이니 수술이니 입원이니 하는 개념을 이해할 수 없으니 그저 엄마가 자신을 버린 줄 알았던 것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딸과 떨어질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효정이가 장애인들끼리 특정 시설에 모여 사는 게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평범한 삶 속에 스며들어 살 수 있는 장애인 주거모델을 만드는 게 내 마지막 목표다. 내 딸 효정이에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의 핫클릭!

최순실 돌변에 기자들 "와, 대박"... 포토라인에서 있었던 일들


대통령 탄핵으로 예정보다 일찍 치러진 대선이 불과 7개월 전이라는 게 믿겨지시나요?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고 적폐 청산 작업이 곳곳에서 일어난 올 한해는 유독 큰 사건이 많았습니다.

우리 사회 사건이 최종적으로 당도하는 곳, 검찰은 특히 더 분주했습니다. 지난 권력의 핵심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서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독특(?)했던 장면들을 뒷이야기와 함께 풀어봤습니다.

① 최순실 돌변에 기자들 "와, 대박" 
항변하는 최순실 "자백 강요하고 있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이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며 취재기자들을 향해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공동 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 항변하는 최순실 "자백 강요하고 있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며 취재기자들을 향해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공동 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유성호
박영수특별검사팀의 소환 통보에 한 달 동안 버티다 지난 1월 25일 결국 강제 구인된 '비선실세' 최순실씨. 지난해 10월 첫 검찰 소환 당시 "죽을죄를 지었다"며 울먹이는 모습은 이날 볼 수 없었습니다. 상아색 수의를 입고 법무부 호송 차량에서 내린 그는 좌우를 한번 살피더니 돌변했습니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버티며 "억울하다"고 소리친 최씨는 결국 교도관들에 떠밀려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청소노동자가 "염병하네"라고 응수하기도 했죠. 불과 한 달 전 고개를 푹 숙이고 특검 조사실로 향하던 모습에서 돌변한 겁니다. 상황 종료 직후 기자들 사이에선 "와, 대박"이라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최씨는 법정에서도 종종 돌변합니다. 쉬는 시간 "못 참겠어. 빨리 사형시키란 말이에요"라고 통곡하는가 하면, 검사를 향해서는 "나에게 뒤집어씌우지 말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합니다. 25년형을 구형받은 날에는 피고인 대기실에서 "끄아아악"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②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우병우의 "고맙습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희훈
검찰 포토라인을 이야 하자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첫 소환 때 질문하는 여성 기자를 노려봐 논란을 부른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이후 세 번 더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회(?)가 거듭될수록 태도는 조금씩 유순해졌습니다. 네 번째 포토라인에 서던 날에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마치고 옅은 미소와 함께 "고맙습니다. 들어갈게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뜬금없는 감사 인사였지만 '우병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로부터 보름 후, 세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그는 다시 한번 레이저 눈빛을 발사했습니다. 법원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밀려든 취재진에 떠밀려 그만 유리문에 부딪히고 만 겁니다. 큰소리로 "으아악" 비명을 지른 우 전 수석은 한동안 취재진을 노려봤습니다. 다음 날 새벽 그는 구속 영장 발부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③ 포켓몬고? 추선희고!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관제데모'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지난 10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관제데모'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늦더위가 차츰 물러가던 지난 9월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선 느닷없는 '술래잡기'가 펼쳐졌습니다. 'MB 국정원' 지시를 받고 관제데모를 벌였다는 의혹의 주인공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 때문이었습니다.

추 사무총장의 출석 예정 시간인 오후 4시가 다가오자 청사 앞에는 하나둘 출입기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예정 시각에서 20분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곧 "당초 4시에 출석하기로 했으나 5시쯤 출석하겠다고 전해왔다"는 기자단 공지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5시 정각이 되어서도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지루한 기다림이 한 시간 이상 이어졌고, 다시 "추선희씨가 출석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두 번째 공지 문자가 왔습니다. 모두가 허탈해하며 자리를 뜬 이후 '추선희씨가 어딘가 숨어서 기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몇몇 기자들은 그를 찾아 검찰 청사 앞 화단과 계단, 출입구를 샅샅이 훑었습니다. '오기'로 정문 밖 편의점까지 살펴본 기자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인기를 끈 게임 '포켓몬고'를 연상시키는 작업이었습니다.

추 사무총장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 관제데모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됐을 때도 기자들을 따돌린 전력이 있습니다. 소환 예정 시각보다 30분 일찍, 다른 출구로 들어오는 방법이었습니다. 당황한 기자들이 급히 따라붙었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답답한 기자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에게 "부정이든 긍정이든 한마디만 해달라"라고 했고, "청와대 지시받은 적 없어요"라는 답을 겨우 들었습니다. 그제야 기자들은 "아휴, 가자"라며 흩어졌습니다.

④ "한 말씀 할 테니까 밀지 마" 당당한 남재준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면서 취재진들을 뿌리치며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2017.11.08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지난 11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면서 취재진들을 뿌리치며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2017.11.08ⓒ 최윤석
국정원 특수활동비 40여억 원을 청와대에 상납해 역대 국정원장 3명에게 동시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죠. 그중에서 첫 번째로 포토라인에 선 사람은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 남재준 전 원장이었습니다.

지난 11월 8일, "40년 군인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는 그는 포토라인에서도 양손은 가볍게 주먹을 쥐고 어깨를 활짝 편 특유의 걸음걸이로 걸어왔습니다.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의 남 전 원장은 취재진이 혐의에 대해 캐묻자 불편한 심기를 마구 표출했습니다.

"국정원 돈을 왜 청와대에 상납했습니까"라는 묻자 "쓸데없는 소리"라고 답하더니, 앞에 있는 마이크를 손으로 훼훼 뿌리치고 돌진했습니다. 취재진이 따라붙어 "한 말씀만 하고 들어가시라"고 설득하자 그제서야 "한 말씀 할 테니까 밀지 마"라며 포토라인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어렵게 입을 열었지만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었습니다. 대신 아침 조회 때나 들어본 '훈화말씀' 같은 어조로 "국정원 직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취재진을 거칠게 밀치며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⑤ '레이저 꿈나무' 신연희 강남구청장
"마이크 치우세요"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2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들의 마이크를 뿌리치며 청사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마이크 치우세요"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지난 6월 2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들의 마이크를 뿌리치며 청사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윤석
검찰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들은 보통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는 뻔한 말 정도는 남기고 떠납니다. 대선을 앞두고 수백 명이 모인 카톡방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방한 글을 올린 혐의로 지난 6월 21일 검찰에 소환된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좀 달랐습니다.

출석 예정 시각보다 약 20분 앞서 검찰 청사 앞에 도착한 그는 입을 꾹 다물고 포토라인까지 걸어왔습니다. 취재진 앞에서 잠시 멈췄지만 질문에는 일절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질문이 이어지자 손으로 마이크를 뿌리치고 청사 안으로 들어 가버렸습니다. 취재진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갔지만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한 기자가 답답하다는 듯 "나는 당당하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라고 묻자 신 구청장은 기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었습니다.

최근 검찰은 "여론을 왜곡해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라며 신 구청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재판부의 선고는 내년 1월 10일에 내려질 예정입니다.

이명박 구속으로 번지는 적폐청산, 시민들 모여 집회 개최

이명박 구속으로 번지는 적폐청산, 시민들 모여 집회 개최
대학생통신원
기사입력: 2017/12/23 [20:2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 대학생통신원

12월 23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집회를 주관한 MB구속 시민연합은 적폐의 꼭지점 이명박을 구속해야 한다.”며 매주 토요일 마다 집회를 열고 있다.

이명박은 국정원 불법공작으로 각종 공직자 선거에 개입했으며문화계 블랙리스트방송 장악을 벌였다또한 사자방으로 불리는 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시민들은 이명박을 구속하여 철저히 수사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 대학생통신원

분노한 시민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명박에게는 감옥도 과분하다쓰레기통에 넣어야 한다.”는 청소년의 발언과 이명박이 온 나라를 망쳐놓았다.”, “이명박의 가장 큰 죄는 부정선거다.”라는 자유발언이 이어졌다자유한국당규탄 시민연대 홍정기 대표는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이명박 정권이 국가를 장악하면 국민이 아무것도 모르게 되겠구나 생각했다.” “이명박 언론장악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박근혜다.” “이명박 구속으로 하루빨리 적폐청산을 이뤄야한다.”고 목소리 냈다.

▲ MB 스나이퍼 청년학생 실천단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대학생통신원

포토존과 이명박 구속촉구 서명운동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진행되었다. 5시부터는 MB 스나이퍼 청년학생 실천단 참가자들이 집회 장소 주위에서 이명박을 저격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이들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 MB 구속이라는 과녁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쥐잡이 특공대 활동을 벌이려 한다.”고 했다.

이들은 30일 집회와 대학생 쥐잡이 특공대등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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