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2일 금요일

600일을 함께한 '대통령 문재인의 마음'

 

[프레시안 books] 최우규 전 연설기획비서관 <대통령의 마음>



"태안화력발전소에 입사한 지 석 달도 안 된 24세 청년이 참담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희망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영면한 고 김용균 씨 명복을 빕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아픔으로 망연자실하고 계실 부모님께 가장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동료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모님이 사준 새 양복을 입고 웃는 모습, 손팻말을 든 사진, 남겨진 컵라면이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2018년 12월 1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故) 김용균 씨와 유족에게 이렇게 위로를 전했다. 이 발언의 초고는 최우규 당시 연설기획비서관이 썼다고 한다. 최우규 전 비서관은 최근 펴낸 <대통령의 마음>에서 이 발언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밝혔다. 그가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라고 썼는데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로 고쳤다는 것. 그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맞다. '대통령의 아픔'이 아니라 '국민의 아픔'이어야 했다"면서 '대통령의 마음'에 미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일간지에서 24년간 일한 기자 출신인 저자는 문재인 청와대 원년 멤버로 합류해 1년8개월을 홍보기획비서관, 연설기획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책은 "600일간 청와대 여민관에서 문재인과 생각의 분투를 함께한 메시지비서관의 기록"이다. 저자는 대통령의 "말과 글을 기획해 육화(肉化)하는 일"을 위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다양한 회의에 배석해 거의 매일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을) 칭송하려는 의도도, 부인하려는 의도도 없다. 그때 일을 가능한 한 그대로 옮기려고 했다"고 밝혔다. "코끼리 전체 모습은 아니어도 코나 귀쯤은 본게 아닐까 싶어서"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썼다고 한다. 

▲2018년 4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부제를 '문재인의 진심'으로 뽑은 것처럼, 대통령 문재인이 진심을 다했던 일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고 김용균 씨의 죽음이 계기로 만들어진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이 상징하는 노동 문제, 남북정상회담과 평양 방문,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등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처럼 대통령이 진심을 다해서 이루고자 했던 일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대통령의 진심과 현재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의 차이는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가 이런 '간극'을 만들었는지 살펴보도록 이끈다. 문재인 정부가 직면했던 어려움은 문재인 정부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의도한 '미시사'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당시 어려웠던 시기에 청와대가 어떤 생각, 어떤 자세로 국정에 임했는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살펴볼 수 있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 책을 추천하며 소회를 밝혔다.

▲<대통령의 마음>, 최우규 지음, 다산북스 펴냄. ⓒ다산북스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양곡창고에 양곡은 없고, 웬 책과 그림만 잔뜩

 


[완주여행] 책방, 카페, 전시장으로 변모한, 삼례의 양곡창고들
23.12.23 14:25l최종 업데이트 23.12.23 14:29l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 제4전시관. 창고 문에 농협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표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제4전시관. 창고 문에 농협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표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성낙선

다 쓰러져가는 양조장 건물이 젊은 연인들이 즐겨찾는 카페로 변하고, 한때 약품창고로 쓰이던 건물이 젊은 작가들을 위한 예술 작품 전시 공간으로 뒤바뀌는 세상을 살고 있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예전 같으면 일찌감치 허물고, 그 자리에 요즘 세상에 맞는 번듯하고 깔끔한 형태의 새 건물들을 지어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고 모두 다 허물고 새로 짓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세상은 돌고 돈다. 사람들이 그 건물들에서 어딘가 예스러운 분위기를 발견했다. 한편으로는 그 생경한 분위기가 색다른 멋으로 다가온다는 걸 감지했다. 고졸하다는 말을 이럴 때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기교를 모르는 소박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이 푸근해지는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삼례문화예술촌, 공연장으로 쓰이는 창고와 맹꽁이 조형물. 이곳은 양곡창고가 지어지기 전에는 맹꽁이들이 살던 습지였다고 한다.
▲ 삼례문화예술촌, 공연장으로 쓰이는 창고와 맹꽁이 조형물. 이곳은 양곡창고가 지어지기 전에는 맹꽁이들이 살던 습지였다고 한다. ⓒ 성낙선
 
여하튼 그곳에 요즘 건물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투박하고 거친 매력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거기에 세월이 녹아든 편안함도 있다. 그같은 정경들로 해서, 누군가는 그곳에서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철거 직전의 옛날 건물들이 이처럼 요즘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삼례(전북 완주군)의 '양곡창고'들도 그런 건물 중에 하나다. 전국에, 양곡창고를 카페나 전시 공간 등으로 개조해서 사용하는 곳이 꽤 있다. 전주나 군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전주와 군산에서 가까운 삼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삼례를 전주나 군산과 동일시할 수 없다. 삼례는 좀 더 특별한 사례에 속한다. 전주나 군산보다 한 발 더 진일보한 모습이다.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 성낙선

양곡창고의 시대를 초월한 쓰임새

삼례는 일제강점기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일제가 자행한 양곡 수탈의 중심지였다. 이곳의 양곡창고들은 일본인들이 만경평야에서 수확한 쌀을 수탈해 일본으로 반출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일본은 이곳에 대량의 쌀을 보관했다가 그 쌀을 삼례역에서 철도를 이용해 운반해 갔다. 이 창고들이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역사'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증거물들이다.

비옥한 곡창지대였던 까닭에, 삼례에는 많은 수의 양곡창고가 지어졌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이 된 후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쓸모를 유지했다. 일제가 물러간 뒤에는 2010년까지 농협 창고로 사용됐다. 일제시대를 포함해 그때까지 양곡을 저장하는 창고로 쓰인 세월이 무려 90년이다. 그사이 얼마나 거친 시간을 보냈을지 감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창고들이 지금 문짝까지 그대로 달려 있다. 수없이 보개수를 거친 결과일 것이다. 그래도 세월을 완전히 감출 순 없다. 2010년 이후로는 그저 쓸모를 다한 창고에 불과했다. 그냥 두면 저절로 없어질 건물들이었다. 그런데 그 무렵 뜻밖의 상황이 전개된다. 2013년 지자체에서 이곳 양곡창고들을 되살려 복합 문화예술 공간인 삼례문화예술촌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 벽에 전시회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 벽에 전시회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에 전시중인 작품.
▲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에 전시중인 작품.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에는 현재 목조 4동, 조적조 2동의 창고가 남아 있다. 이들 창고들이 시대를 초월해, 모두 전시관이나 공연장, 혹은 카페로 탈바꿈했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 보면, 양곡창고로 쓰일 당시의 목조 구조물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구조물이다. 그런데 그 구조물이 전시 작품들과 잘 어울린다.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곳 전시관에서는 지금 '한국화시리즈전'과 지역작가 공모전시인 '600℃ moon 최용선 작가전' 등이 열리고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곡창고.
▲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곡창고.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 내부. 양곡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 내부. 양곡창고로 쓰이던 당시의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은 담이 매우 낮다.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리고 사방으로 문이 열려 있다. 굳이 정문으로 입장할 필요가 없다. 후문이 삼례역 주차장과 상당히 가깝다. 삼례역까지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은 역사를 빠져나오는 길로 바로 후문을 통해서 예술촌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삼례성당 쪽으로도 언제든지 통행이 가능해, 예술촌을 돌아본 뒤에는 곧장 그곳으로 걸음을 옮길 수도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근처, 쉬어가삼[례:]에 가면 완주군의 역사와 함께 삼례 양곡창고의 변천사를 함께 볼 수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정문 근처, 쉬어가삼[례:]에 가면 완주군의 역사와 함께 삼례 양곡창고의 변천사를 함께 볼 수 있다. ⓒ 성낙선

전시회를 보고 나오면 또 전시회

삼례문화예술촌 정문을 나서면 왼쪽으로 '쉬어가삼[례:]'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이 나온다. 이곳은 그냥 지나쳐 가기 쉬운데, 삼례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삼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곳에서 삼례 양곡창고의 변천사를 비롯해, 삼례역의 역사가 고려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과, 1930년대 삼례에서 학생만세운동과 삼례독서회사건 등 항일운동이 일어났다는 사실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삼례책마을 전경. 양곡 창고를 카페, 책방, 전시관으로 만들었다.
▲ 삼례책마을 전경. 양곡 창고를 카페, 책방, 전시관으로 만들었다. ⓒ 성낙선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 책장 사이로 창고 지붕을 지탱하는 구조물이 보인다.
▲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 책장 사이로 창고 지붕을 지탱하는 구조물이 보인다. ⓒ 성낙선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읍내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왼쪽으로 '삼례책마을'이 보인다. 이곳에는 3개의 크고 작은 창고가 남아 있다. 가장 큰 창고에는 책마을카페와 삼례헌책방, 고서점 호산방 등이 들어서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러볼 필요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창고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목조 구조물이 나무로 만든 책장과 역시 나무로 만들었을 헌책들과 한몸이 되어, 서로를 보듬고 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된다. 

나머지 두 개의 창고는 전시관이다. 한 전시관에서는 '만경강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일제강점기 완주-전주-춘포 지역에서 만경강을 젖줄 삼아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문서, 책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다른 건물에서는 '안서와 소월- 시 <못 잊어>는 김억 작품'이라는 제목으로 김억이 쓴 편지 등을 전시중이다. 이 전시회는 소월의 시로 알려진 <못 잊어>가 실제는 안서 김억의 작품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그림책박물관  외부. 안전관리, 불조심 등의 글자가 보인다.
▲ 그림책박물관 외부. 안전관리, 불조심 등의 글자가 보인다. ⓒ 성낙선
 그림책박물관 내부.
▲ 그림책박물관 내부. ⓒ 성낙선
 
삼례책마을을 나오면, 그때는 삼례에 있는 양곡창고는 죄다 돌아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른 양곡창고가 더 남아 있을까 싶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책마을을 나와서 몇 걸음 더 걸어 올라가면, 길가에 '그림책박물관'이라는 글자가 적힌 표지석이 보인다. 그 표지석 안쪽으로 창고가 하나 더 있다. 창고 유람도 계속되고, 전시회도 계속된다. 이번엔 그림책이다. 이곳에서는 지금 랜돌프 칼데콧 등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빅토리아시대 그림책 3대 거장전'이 열리고 있다. 이 박물관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옛날 창고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삼례의 양곡창고들은 쓸모를 다한 건물이라고 해서 더 이상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라질 운명에 처했던 건물들을 되살려 보존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말해준다. 낡은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 단순히 그 건물들을 지탱하고 있는 구조물만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해준다. 옛날 창고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또 하나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양곡창고 하나도, 거기에 가야만 찾아볼 수 있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곡창고가 거기가 다 거기 같지만, 실제 가 보면 또 다르다. 무엇을 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느냐도 꽤 중요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 감동도 다르다.
 
 밤이 찾아온 삼례읍 거리 풍경. 길가에 자리를 잡은 평화의 소녀상.
▲ 밤이 찾아온 삼례읍 거리 풍경. 길가에 자리를 잡은 평화의 소녀상. ⓒ 성낙선

그림책박물관을 나와서는 다시 삼례책마을 쪽으로 되돌아간다. 삼례책마을 앞 도로 건너편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기 때문이다. 삼례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 앞을 지나간다. 최근에 소녀상이 시련을 겪는 일을 자주 본다. 하지만 이곳 삼례에서는 적어도 그처럼 볼썽사나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 소녀상에 한 땀 한 땀 뜨개질을 한 모자와 털옷을 입혀 놨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듯해지는 풍경이다.

삼례의 양곡창고들은 삼례와 같은 작은 도시에서도 문화 향유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곳에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문화가 존재한다. 낡은 것은 낡은 것대로, 오래된 것은 오래된 것대로 또 다른 가치를 지닌다. 삼례문화예술촌은 2013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17년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됐다. 이곳의 창고 건물들은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에서 내려다본 카페.
▲ 삼례책마을 헌책방 2층에서 내려다본 카페.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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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단 뒤집은 항소심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자, ‘쏘카’는 진짜 사장”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판결

타다 ⓒ민중의소리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플랫폼 기업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이라 주목된다. 법원은 타다 운영사의 원청인 ‘쏘카’가 ‘진짜 사장’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김상철·배상원 부장판사)는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인 쏘카가 운전기사들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본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쏘카의 손을 들어준 1심을 뒤집고 당시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고 21일 판결했다.

쟁점은 쏘카가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지휘·감독했느냐 


앞서 VCNC는 2019년 7월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던 A씨를 포함해 운전기사 70여 명에게 인력파견 업체를 통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들은 프리랜서 운전기사로서 쏘카가 이용자에게 임대한 차량을 운전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인력파견 업체는 당시 운전기사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타다 본사 근무조 개편 및 차량 대수 조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인원 참축을 진행하게 됐다’며 인원 감축을 통보했다.

인원 감축 명단에 포함된 A씨는 ‘부당해고’라며 반발하며 2020년 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5월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쏘카는 A씨를 실질적인 지휘.감독한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쏘카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쏘카는 A씨를 지휘·감독한 사실이 없고, A씨는 쏘카에 전속돼 있지 않는다며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A씨는 쏘카의 취업 규칙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했고, 근무내용도 스스로 결정하는 프리랜서였다는 것이다. A씨에 대한 보수도 근로 자체의 대가성을 갖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쏘카는 설령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사용자는 인력파견 업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쏘카가 A씨의 사용자라고 가정하더라도, 인원 감축 통보는 주말 선순위 배차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일 뿐 운전기사가 부족한 경우에는 여전히 배차될 가능성이 남아 있으므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반면 A씨는 쏘카가 타다 앱을 통해 운전기사의 업무 내용을 결정했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반박했다. 운전기사는 사실상 복무 규정 에 해당하는 각종 규율을 준수해야야 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원고로부터 경고·대면교육·계약해지 등의 조치를 받았다는 것이다. 쏘카는 운전기사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했고, 운전기사는 이에 구속을 받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가 받은 보수도 근로시간에 비례해 지급돼 근로 자체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나아가 A씨는 인력파견 업체는 쏘카의 타다 서비스에 필요한 운전기사를 공급한 것에 불과하고, 운전기사인 자신이 근로제공을 한 상대방은 타다 서비스 사업의 주체인 쏘카라고 지적했다. 설령 VCNC가 타다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 실질적 주체라고 보더라도, 쏘카는 VCNC와 공동사업주의 지위에서 타다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였으므로 공동사업주의 법리에 따라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인원 감축 통보 역시 단순히 선순위 배차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취지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쏘카의 주장에 맞섰다.

항소심 “타다 운전기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 “쏘카는 실질적 사용자”


이에 대해 작년 7월 1심은 “출발지와 목적지, 경유지 등 운전기사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이용자의 호출에 의해 결정됐고, 운전기사는 배차를 수락할지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 A씨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위해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쏘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업무 내용은 기본적으로 타다 서비스 운영자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고, A씨가 그런 틀을 벗어나 자신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A씨가 운행시간 동안 임의의 장소에서 대기하지 못하고 타다 앱이 안내하는 대기장소에서 대기한 점, 타다 앱에 의해 결정되는 운행경로에 따라 목적지까지 운행해야 한 점, 각 서비스 단계에서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필수 서비스 멘트 외엔 대화 시도가 불가능한 점 등을 꼽았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드라이버를 위한 취업규칙이나 복무 규정은 따로 없었지만 각종 교육자료와 업무 매뉴얼, 근무 규정이 제공됐다”며 “A씨는 노무 제공 과정에서 타다 앱 등을 통해 업무 수행방식, 근태관리, 복장, 고객 응대, 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짚었다. 이는 ‘지휘·감독을 한 적이 없다’는 쏘카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매주 운행시간과 운행조가 특정된 배차표를 배부받았고, 프리랜서 드라이버 계약서에 운행시간을 명시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근무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선택권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운행 시간 도중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도 사실상 없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를 비롯한 프리랜서 운전기사는 운행 시간 도중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는 있었다”면서도 실제 운전기사가 배차를 수락하지 않을 시 각종 압박과 패널티가 주어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배차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각종 인사상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어 사실상 배차 수락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같은 프리랜서 운전기사가 운행 시간 외에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겸업이 가능하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상 단기간 근로자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특성이므로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봤다. A씨가 지급받은 돈도 운행 횟수와 무관하게 근로시간에 따라 대가를 지급받은 것으로, 제공한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 즉 임금의 성격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쏘카가 프리랜서 운전기사의 ‘진짜 사장’임을 분명히 확인하기도 했다.

우선 항소심 재판부는 “인력파견 업체는 쏘카에게 A씨를 소개하고 공급한 업체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며 쏘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근거로 프리랜서 운전기사들이 인력파견 업체와 체결한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은 인력파견 업체와 쏘카가 체결한 운전용역계약에 따른 것이라는 점, 프리랜서 운전기사 채용 시 ‘타다 드라이버 채용’이라고 기재돼 있었다는 점, 인력파견 업체는 VCNC로부터 제공받은 정보 외에는 프리랜서 운전기사의 근무상황과 관련한 어떠한 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의 실질적인 운영주체는 쏘카이고, VCNC는 쏘카로부터 타다 서비스 사업을 위한 일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것에 불과하여 참가인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쏘카와 VCNC 사이에 체결된 예약중개계약에 따르면, VCNC의 업무 범위에는 ‘타다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합의한 제반 업무’가 포함되어 있고, ‘VCNC는 타다 서비스 중개업무의 구체적인 수행방안에 관해 사전에 쏘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며 “VCNC가 타다 앱을 운영하면서 타다 드라이버에 대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결국 VCNC 자신의 사업을 위한 업무를 행한 것이 아니라 타다 서비스 운영자인 쏘카를 대행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쏘카는 타다 서비스 사업의 주체로서 그 사업 운영에 필요한 A씨와 같은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파견업체로부터 공급받은 후, VCNC를 통해 참가인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근로조건을 정함으로써 참가인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동계 “플랫폼 노동자 노동기본권 확대 위한 제도적 논의 착수해야”


항소심의 이러한 판단이 타다 운전기사들이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 달라며 집단으로 제기한 소송의 결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2020년 5월 타다 운전기사 20여 명은 쏘카와 VCNC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변론이 진행 중이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타다 드라이버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제라도 쏘카가 타다 드라이버는 근로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위기를 겪었던 드라이버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대노총도 이번 항소심 판결을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며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는 판결”이라며 “이를 반영해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 플램폼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입법을 포함한 제도적 논의에 착수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번 판결이 그동안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사실상 사용자 지위에서 지휘·감독을 해왔지만,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려 했던 플랫폼 업체들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지금부터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여 법적 사각지대 해소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쏘카는 VCNC를 100% 자회사로 인수하고 2018년 타다 서비스를 개시했다. 타다 서비스는 자동차 대여 사업자인 쏘카가 VCNC가 개발해 운영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타다 앱)을 기반으로 해 타타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가입한 회원에게 쏘카가 소유한 11인승 승합차를 대여해줄 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 운전용역을 제공한 운전기사를 알선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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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어용?‥ 미국, 핵전쟁에 한국 동원이 목적

 

  • 장창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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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2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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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장억제: 한국 방어용 아닌 미국 전쟁용

    NCG의 과업: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을 동원하는 것

    한반도 핵위기의 본질 :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vs 북의 미 본토 핵전쟁

    한미 양국은 12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2차 핵협의그룹(NCG)에서 공동언론 성명을 발표하고,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역량으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강조했다.

    ▲ 12월 15일 워싱턴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가 열렸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의 부산항 기항과 10월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 등을 “억제력 강화의 현시”라고 평가하고, “향후 전략자산 전개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올해 미국 전략자산은 한반도 인근에 총 17회 전개됐다. 이는 작년의 5회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런데 2차 NCG 성명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NCG는 한반도와 역내에서의 확장억제를 제고하기 위한 협의체”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확장억제는 핵우산을 의미한다. 즉 한국이 공격받는 것을 억제하고, 공격받았을 경우 이를 격퇴하기 위해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NCG는 ‘한반도에서의 확장억제를 제고하기 위한 협의체’라고 표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성명에는 “한반도와 역내”라고 표기되어 있다. 즉 미국의 확장억제가 제공되는 지리적 범위는 ‘한반도’를 넘는다. ‘역내’는 미국이 즐겨 사용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명에서 언급한 “한반도와 역내”는 사실은 “인도-태평양 지역”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

    확장억제: 한국 방어용 아닌 미국 전쟁용

    한국 사회에서 확장억제는 ‘안보 공약의 최고 표현’으로 평가된다. 즉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최고 수위의 약속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신화’에 불과하다. 확장억제의 지리적 범위가 ‘한반도’가 아닌 ‘한반도와 역내’로 표기되었다는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이 한국 방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장억제는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는 개념이 아니다. NCG 성명에서 “모든 범주의 미국 역량으로 뒷받침되는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이라는 언급은 큰 의미가 없다. 바로 다음 문장에 “미국 및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한국은 1/N일 뿐이다. 다른 모든 동맹국도 1/N의 비중을 갖는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이다.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역시 비슷한 논의가 가능하다. 한국에는 주한미군이 존재한다. “한국에 대한 공격”은 주한미군에 대한 공격이 포함된다. 주한미군에 대한 공격을 격퇴하는 것은 한국 방어가 아니라 미국 방어이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역시 미국 전쟁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단지 한국 방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2022년 3월 3일 한미 국방부 장관이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하여 미 공군 폭격기 B-52와 B-1 폭격기를 시찰하고 있다. ‘확장억제’라는 미명 아래 미국의 이런 전략무기가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다. ⓒ미국방부 사진

    결국 확장억제라는 개념은 한국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개념보다는 미국의 전쟁을 다루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미국이 되었건, 한국이 되었건 혹은 다른 나라가 되었건 ‘북한의 핵공격’에 따른 미국의 전쟁을 다루는 개념이다. 또한 확장억제는 지역 범위가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는 점에서 ‘대북 확장억제’만이 아닌 ‘대중국(그리고 대러시아) 확장억제’의 의미를 갖는다.

    어느 경우가 되었건 확장억제는 한국 방어 개념이 아닌 미국 전쟁 개념이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한국 방어용이 아니다. 미국의 전쟁 능력을 확보하는 목적을 갖는다.

    NCG의 과업: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을 동원하는 것

    NCG는 자기의 과업을 갖는다. 과업의 내용을 보면 NCG 역시, 확장억제 개념처럼, 미국의 전쟁을 핵심으로 하여 설정되어 있다.

    이번 NCG 성명은 ▶ 위기시 및 전시 핵 협의절차 ▶ 핵 및 전략기획 ▶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 ▶ 연습·시뮬레이션·훈련·투자 등을 NCG의 과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과업이 NCG 회의를 통해 심화하고 있음을 평가했다.

    “위기시 및 전시 핵 협의절차”는 위기가 발생하거나 전시 상황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와 역내에 전개하는 협의절차를 의미한다. “핵 및 전략기획”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무기(폭격기와 잠수함 등)에 관한 작전계획에 관한 사항을 의미한다. 어떤 종류의 전략무기가 어느 지역의 어느 대상을 향해 출격하고 공격할 것인가 하는 사항을 다룬다.

    확장억제가 한국 방어용이 아닌 미국 전쟁용이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핵 협의절차”는 한국과 역내 지역에서 사용할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출동시킬 것인가를 협의한다. “핵 및 전략기획”은 한국과 역내 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작전계획(즉 공격 계획)을 다룬다.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은 더 심각한 내용을 갖는다. 미국의 핵무기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를 어떻게 어떻게 통합한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과 한국의 무기가 통합되는 것은 미국의 핵작전에 한국이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통합이 완료되면 한반도와 역내 지역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전쟁에 한국은 자동으로 연루된다.

    이와 관련하여 7월 1차 NCG 회의에서는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핵 지원의 공동기획과 실행”이라고 표현했다.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유사시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측의 재래식 지원”이라고 표현했다. 모두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을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습·시뮬레이션·훈련·투자”는 비교적 간단하다. 위의 세 가지(핵 협의절차, 핵 및 전략기획, 핵 및 재래식 통합)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많은 연습과 시뮬레이션, 훈련 그리고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NCG의 과업이다.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 지역과 한국군 그리고 한국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NCG의 과업이다.

    한반도 핵위기의 본질 :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vs 북의 미 본토 핵전쟁

    결국 NCG는 미국의 적대국에 대한 핵작전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한미 협의체이다. 그 일차적 대상은 북이 될 것이며, 대만 상황 등에 따라 중국으로 확대될 것이다. 2차 NCG 회의가 끝나고, 미국의 핵잠수함인 미주리호가 부산항에 입항한 것은 한국에 대한 억제력 시현 차원이 아닌 미국의 전쟁 무기를 한반도에 빠르게 보내는 절차에 숙달하려는 것이다.

    ▲ 미 해군 핵추진잠수함 미주리함이 12월 17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 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뉴시스

    북은 미국의 구상을 정확히 꿰뚫어 본 듯하다. 12월 17일 북 국방성은 한미 양국의 일련의 움직임을 “로골적인 핵대결선언”으로 간주하고, “적대세력의 그 어떤 무력 사용 기도도 선제적이고 괴멸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성 성명에서 천명된 입장은 18일 ICBM 발사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북은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적들의 대결적 군사 위협 행위들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화성포-18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우리 합참도 인정했듯이 화성포-18형은 “1만 5,000km의 사정거리를 갖는 미사일을 고각 발사”한 것으로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고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이다.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대 세력들에게 명백한 신호를 보냈다”라면서, “워싱톤이 우리를 상대로 잘못된 결심을 내릴 때는 우리가 어떤 행동에 신속히 준비되여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할지를 뚜렷이 보여준 계기로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즉 미 본토를 향한 핵선제 타격을 목표로 하는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제의 대결야망은 저절로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적들이 잘못된 선택을 이어갈 때는 <중략> 더더욱 공세적인 행동으로 강력하게 맞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상황 전개는 두 가지를 함축한다.

    첫째, 현재 한반도 전쟁 위기의 본질이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북은 미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즉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과 북의 미 본토 핵타격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 현 정세의 본질이다. 윤석열 정부는 NCG의 과업 달성에 충실하다. 즉 미국의 한반도 전쟁론에 편승하고 있다.

    둘째, 2004년 정세는 올해보다 더 격화될 것을 예고한다. 한미 양국은 NCG 과업 달성을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한반도에 더욱 빈번히 전개할 것이며, 그 강도를 높일 것이다. 이에 따라 북의 미 본토 핵타격 능력 역시 더욱 과시될 것이다. 이제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는 상수가 되고 있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