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7일 목요일

[우리말 화수분]

 

‘오랜 숙원’, ‘미리 예고’, ‘아직 미정’… 의미 중복 단어 겹치기 사용 그만! [우리말 화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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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7-28 07:00:00 수정 : 2023-07-27 20: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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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문가 “우리말의 보루가 돼야 할 미디어 언어 제 역할 못해”
국어는 한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밀려드는 외국어와 국적불명의 신조어, 줄임말 등에 국어가 치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 누구나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할 정부와 지자체, 언론 등 공공(성)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그늘도 짙습니다. 세계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공공분야와 일상생활에서 쉬운 우리말을 되살리고 언어사용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우리말 화수분’ 연재를 시작합니다. 보물 같은 우리말이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력을 지니도록 찾아 쓰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편집자주>

 

‘셀트리온 그룹의 오랜 숙원 사업인 그룹 내 상장사 3사 합병 작업이 시작됐다.’

 

‘충암고 이영복 감독은 경기 전부터 최강 몬스터즈의 패배를 미리 예고했다.’

 

‘전경련 새 수장에 류진 풍산 회장 물망…4대그룹 복귀는 아직 미정

 

유병재는 “로열 골드인가 하는 굉장히 예쁜 이름의 색이었는데 백발이라니…”라고 당황해 하며 “머리가 하얗게 센 게 아니다. 염색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매체가 전한 기사 내용이나 제목이다. 많은 사람이 흔하게 사용해 어색하지 않아 보이지만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는 ‘겹치는 말’이 들어가 있다. 빨간 색으로 표시한 부분이다. 먼저 ‘오랜 숙원’의 경우 숙원(宿願) 자체가 ‘오래전부터 품어 온 염원이나 소망’을 뜻하므로 ‘숙원’이나 ‘오랜 염원(간절한 바람)’이라고 하는 게 낫다. ‘미리 예고’ 역시 예고(豫告)가 ‘미리 알림’이란 뜻이니 그냥 예고라고 하면 된다. ‘아직 미정’도 마찬가지다. 미정(未定)이 ‘아직 정하지 못함’이니 굳이 아직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머리가 하얗게 센’도 ‘머리가 센’으로 하면 된다. ‘세다’에 ‘하얗게 되다’의 의미가 이미 들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밖에도 신문·방송·온라인 매체 기사나 방송·유튜브 등 영상 자막에 불필요하게 겹치기 말이 등장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예컨대 ‘수해를 당한 가구가 약 500곳 정도 된다’에서 ‘약 500곳 정도’는 ‘약 500곳’이나 ‘500곳 정도’로 써야 한다. ‘약’에 정도의 뜻이 담겨 있어 둘 중 하나는 빼는 게 좋다. ‘아주 소중한 헌혈캠페인에 참여한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에서 ‘여러분들’은 ‘여러분’으로 쓴다. ‘여러’에 복수 의미가 담겨 ‘들’은 불필요하다.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KBS한국어능력시험 출제 및 검수위원 등을 지낸 강성곤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우리말의 보루가 돼야 할 미디어 언어 쪽은 그 중요성과 영향력이 막대함에도 오류가 빈번하다. 신문의 문장은 난삽하고 방송 자막은 어지러워 낯을 붉게 만든다”며 공공언어의 한 축인 미디어가 언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의미가 중복되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 사례로 ‘아직 미지수(→미지수)’, ‘근거 없는 낭설(→낭설)’, ‘방학 기간 동안(→방학 기간, 또는 방학 동안)’, ‘결실을 맺다(→결실을 보다)’, →불조심 유의(→불조심, 또는 화재 유의)’, ‘수혜를 받다(→혜택을 받다)’, ‘피해를 입다(→피해를 보다)’, ‘미리 예상하다(→예상하다)’, ‘갑자기 졸도하다(→졸도하다), ‘푸른 창공(→푸른 하늘)’, ‘∼를(을) 타고 있던 승객(→∼를(을) 타고 있던 손님)’ 등을 들며 바로 쓰길 권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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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앱’ 어려워서 못하겠네

 

[반갑다 우리말]‘증권앱’ 어려워서 못하겠네

-쉬운 공공언어 쓰기⑪어려운 금융용어
밸루에이션? 페이인포?…무슨 뜻
쉬운 우리말로 이해력 높여야
구매·판매하기 토스앱 좋은 예

  • 등록 2023-07-27 오전 6:30:00

    수정 2023-07-27 오전 6:30:00


어(말)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을 실현하는 연장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는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써야 합니다.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일상생활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그 의미는 넘치지 않을 겁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공공언어의 현 실태를 들여다보고, 총 20회에 걸쳐 ‘쉬운 공공언어 쓰기’를 제안하는 것이 이번 연재의 출발이자 목표입니다. <편집자주>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사회초년생인 20대 김모씨는 지난달 받은 첫 월급으로 주식·금융 투자를 시도했다가 이내 포기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첫 화면부터 피로감이 확 밀려와서다. 낯선 전문 용어 일색에 복잡한 안내(메뉴)로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최근 모바일 앱을 활용해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지만, 과도한 외래어 사용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의 시스템과 상품을 가져와 국내에 적용한 사례가 많은 탓이다. 보험, 은행, 증권 등 금융거래는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만큼, 쉬운 우리말 사용은 금융서비스의 핵심 요소라는 게 국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기적으로는 상품 선택과 투자에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용어의 뜻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수라는 것이다.

외래어 표기 자체는 금세 눈에 익숙해질 수 있지만, 용어의 의미를 모른 채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다양한 금융정보와 투자상품에 걸쳐 쓰이는 ‘포트폴리오’ 용어 같은 경우, 그 쓰임에 맞춰 ‘운용 자산 구성’, ‘유가 증권 일람표’, ‘자산 선택’, ‘분산투자’ 등으로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테면 소유한 모든 계좌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어카운트인포’ 서비스는 ‘계좌통합관리’, 전체 계좌 송금과 이체 등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페이인포’는 ‘자동이체통합관리’로, ‘오픈뱅킹’은 ‘공동망금융거래’로 바꿔쓸 수 있다.

CD기, ATM기 출금이라는 말은 은행 자동화기기가 생긴 이후 줄곧 써온 용어지만, 그 뜻을 정확히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외래어 줄임말 표기로 눈에만 익숙해진 대표 사례다. 이에 따라 CD기는 현금자동지급기, ATM기는 현금자동입출금기로 바꾸면 정확한 기능과 의미를 구분해서 파악할 수 있다.

금융서비스를 공급자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옮겨온 금융앱 토스가 좋은 사례다. 공공문서, 주식, 은행업무 등을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하고 있어서다.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복잡한 화면과 절차는 직관적으로 설계했고, 매수·매도 등의 증권 용어를 구매하기·판매하기 등으로 바꿔 표시하는 식이다.

국어 전문가들은 “금융앱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보면 이해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지만, 화면에 가득한 외래어 표기 용어들은 고령의 사용자들을 위축시키는 주범”이라면서 “쉬운 우리말 사용은 금융소비자의 이해력을 증진하고 건전한 투자를 유도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다. 금융상품 주요 사항은 쉬운 우리말을 순화해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