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4일 일요일

첫 TV토론 불발… 금태섭은 안철수가 이럴 줄 정말 몰랐나?

 

토론회 무산 공방… 누구 말이 맞나?
임병도 | 2021-02-15 08:55:5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오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첫 TV토론부터 서로 네 탓이라며 삐걱댔습니다.

원래 두 후보의 TV토론회는 설날 연휴가 끝난 15일에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토론회를 하루 앞둔 14일 오후 갑자기 금태섭 후보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안철수 후보와 1차 TV토론을 공지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습니다.

금 후보는 “설 전에 토론회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고 토론 횟수도 가급적 많이 가질 것을 희망했지만, 제 입장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측 의견을 전폭 수용했다”며 “그러나 단일화 합의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실무협상만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선 유감이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금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TV토론이 무산된 이유가 안 후보에게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의 주장은 또 달랐습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오히려 금 후보를 향해 “실무협상 거부를 철회하고 협상에 임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안 대변인은 “방송사 선정과 TV토론 형식은 한쪽의 일방적 주장이나 고집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안”이라며 “양측이 조속한 실무논의 재개를 통해 차이점을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후보 측은 TV토론 무산 원인을 밝히겠다며 기자들을 불렀는데, 여기에서도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금 후보는 오후 2시에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밝혔는데, 국민의당은 1시 55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토론회 무산 공방… 누구 말이 맞나?

▲2017년 19대 대선 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갑철수’, ‘MB 아바타’ 등의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JTBC 방송 캡처

단일화를 위한 TV토론회는 두 후보 모두 합의한 사안입니다. 다만, 횟수를 놓고 금 후보는 설 연휴 전부터 매주 1회씩 3~4차례 토론회를 요구했고, 안 후보는 총 2회를 제안했습니다.

토론회 횟수를 놓고 중앙선관위는 “공정 보도 의무 차원에서 단일화 후보 토론은 1회에 한해 허용하고, 2회 이상 할 경우에는 주관 방송사가 다른 입후보 예정자에게도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바 있습니다.

2002년 노무현, 정몽준의 대선 후보 단일화를 놓고 중앙선관위는 “방송사가 아닌 정당 등이 주관하는 경우 한 번에 한해서만 방송사가 중계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방송사가 TV토론을 반복적으로 중계할 경우 공정성을 해친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했습니다.

금 후보는 “선관위 말은 20년 전 사례다. 15일, 25일 TV토론을 갖겠다고 약속했으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실무협상을 거부한 게 전혀 없다”며 “예정된 날짜가 하루도 남지 않았는데도 원점에서 논의하자고 한다. 토론을 하고 싶은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습니다.

금 후보가 마치 안 후보가 토론을 거부하는 투로 말하자, 이를 전해 들은 국민의당 안 대변인은 “(안 후보는)토론에 자신감을 가진 분”이라며 반박했습니다.

단일화 TV토론 횟수와 방식은 두 후보 간의 합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일단 두 후보 측이 합의하고 중앙선관위와 다른 후보들과 조율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문제는 두 후보 측이 최종 합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TV토론이 불발되자 서로 네 탓이라는 불협 화음이 나오는 것입니다.

금태섭은 안철수가 이럴 줄 정말 몰랐나?

▲금태섭 후보가 2015년 출간한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 책에서는 안철수 캠프의 단일화 협상과 후보 사퇴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금태섭, 안철수 후보 간에 삐걱대는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금 후보에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알다시피 금 후보는 안 후보와의 인연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금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대선캠프 상황실장으로 안철수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안 후보가 단일화에 임하는 태도와 방식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 금 후보 본인입니다. 금 후보가 2015년 펴낸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를 보면 안철수 대표를 가리켜 소통이 부족한 인물로 묘사하며 비판했습니다.

지난 1월 8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는 안 후보를 가리켜 “항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정치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쉬웠다”며 저격했습니다.

안 후보는 일곱 번의 선거 중에서 총선을 제외한 다섯 번의 선거 모두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금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쉽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이제 와서 안 대표 측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대책이 소홀했거나 너무 안일하게 단일화 협상에 임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금 후보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안철수 예비후보와 국민의힘 최종 후보까지 이기면 ‘이 틀로는 안 된다’고 실감하고, 저절로 바뀔 거다. 그러면 더는 국민의힘 입당 요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의 단일화 협상 과정이나 첫 TV토론조차 불발되는 상황만 놓고 보면, 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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