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3일 화요일

농림부, 정책 홍보 위해 4억8000만원 주고 지면 샀다

정부 지원 받은 정책 기사, 검증 없이 홍보로 도배…“협찬 고지 없는 기사는 여론 조작”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2018년 04월 04일 수요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한 해 정책 홍보를 위해 4억8600만 원을 들여 홍보 기사 게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부처가 정책 홍보를 위해 돈을 주고 지면을 구매하는 행위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이 같은 관행은 이어졌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농림부로부터 돈을 받은 상당수 신문사들이 기획성 기사부터 농림부 고위 관계자 인터뷰 및 기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기사를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홍보 기사가 특정 언론사에 편중된 사례도 확인됐다.
농림부는 지난해 ‘2017년 농업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한 언론 기획홍보’ 사업을 진행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관련 보고서를 보면 해당 사업을 입찰 받은 용역 업체는 지난해 3월16일부터 12월28일까지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코리아타임스, 헤럴드경제, 아시아투데이, 아시아경제, 이투데이 등 13개 일간지 및 경제지를 대상으로 93건의 기획 기사 및 광고를 추진했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2017년도 '농업 미래 성장산업화를 위한 언론 기획홍보' 결과 보고서 일부 내용.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2017년도 '농업 미래 성장산업화를 위한 언론 기획홍보' 결과 보고서 일부 내용.
농림부 지원을 받은 기사를 가장 많이 게재한 곳은 아시아투데이였다. 아시아투데이는 지난해 지면에서 ‘농식품부·아시아투데이 공동기획’ 기사 18건과 일반 기사 3건, 광고 1건 등 총 22건의 정책 홍보를 담았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기사별 금액에 따르면 아시아투데이 공동기획 기사의 경우 지난해 3월20일부터 4월11일까지 10회분 기사가 2200만 원, 같은 해 4월12일부터 26일까지 8회분 기사는 16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그 외 기사 3건과 광고는 1000만 원을 지원 받았다. 농림부 예산 4800만 원이 아시아투데이에 갔다. 
▲ 지난해 3월20일자 아시아투데이 10면 기사. 해당 기사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작성됐다.
▲ 지난해 3월20일자 아시아투데이 10면 기사. 해당 기사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작성됐다.
공동기획을 내걸고 보도된 기사 내용은 정부 정책 소개와 설명이 전부였다. 일례로 지난해 3월20일 아시아투데이 10면에 게재된 “여성농업인 육성에 3553억 투입… ‘양성평등 농촌’ 만든다”란 제목의 기사는 농림부의 ‘여성 농업인 육성법’ 및 ‘제4차 여성 농업인 육성 기본 계획’ 등을 전하는 내용으로, 13개 문단 중 리드 부분을 제외한 내용은 농림부 정책 설명으로 채워졌다. 연속 게재된 나머지 기사들 역시 농림부 정책 소개에 관계자 발언을 덧붙이는 형식이 반복됐다.
두 번째로 홍보 기사 게재 비중이 높은 서울신문의 경우 농림부 지원으로 기사 및 광고 16건을 게재했으며 온라인 기사를 주로 활용했다. 서울신문은 온라인판에서 지난해 10월26일부터 11월6일까지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스마트팜에 대한 기사 6건을 내보냈다.  
기획 첫 기사 “농촌융복합산업(6차 산업)-스마트팜 현황과 미래 전망”에서 서울신문은 “창간 113년 전통의 중앙 일간지 서울신문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이와 같은 특별 기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독자들이 농림부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기사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기사였다. 
▲ 지난해 10월26일 서울신문 온라인판에 게재된 기사.
▲ 지난해 10월26일 서울신문 온라인판.
역시 온라인판에 게재된 이재욱 농림부 농촌정책국장 인터뷰 기사도 농림부 지원을 받고 작성됐다. 박성태 특임논설위원 이름으로 나간 이 인터뷰는 △농촌 융복합산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 △정책 소개 △기대되는 점 △정책에 대한 목표와 전망 등 주로 농림부 홍보성 질문으로 채워졌다. 농림부 정책국장 인터뷰와 온라인 기획 기사, 스마트팜 확산 사업에 대한 광고 등에 대한 지원 금액은 총 2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정부 관계자 인터뷰나 기고 등을 통해 정부에 우호적 입장을 내보낸 사례도 있었다. 서울신문의 경우 지난해 5월23일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이 쓴 “4차 산업혁명과 농업의 미래”란 제목의 기고를 게재했고 동아일보는 3월27일자로 “축산 미래, 깨끗한 농장 환경에 달렸다”란 제목의 이준원 농림부 차관 인터뷰 인터뷰를 냈다. 헤럴드경제는 9월29일 “걱정 없이 농사짓고 안심하고 소비하는 정책 펼 것”이란 제목의 김영록 장관 인터뷰 기사를 냈는데 역시 농림부 지원을 받고 게재했다. 농림부 돈을 받고 썼다는 내용은 기사에 나와있지 않았다.  
이밖에도 농림부 지원을 받고 기사·광고를 실은 신문사별 게재 횟수는 동아일보 9건, 내일신문 7건, 코리아타임스·아주경제 6건, 국민일보·이투데이 5건, 세계일보·아시아경제 4건, 헤럴드경제 3건, 경향신문·조선일보·문화일보 각 2건 순이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신문 지면을 사고파는 문제가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협찬 취지를 밝히지 않는 건 결국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처장은 “정당하게 보도 자료를 제공하고 보도를 요청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특정 언론에 돈을 주고 홍보해달라는 것은 기업에서도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 사무처장은 “세금으로 기사를 사서 홍보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지면을 돈으로 사서 과하게 홍보하는 것은 시민의 알 권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농림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계약서에는 홍보를 의뢰한 기관을 인식할 수 있는 표식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홍보 기사 문제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공지했고 기자들에도 공유한 걸로 알고 있다”며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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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정부군 승리와 북미정상회담

시리아정부군 승리와 북미정상회담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4/04 [09:0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사실상 시리아내전이 끝났다고 보도하고 있는 언론   

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각) AP통신은 시리아에서 마지막으로 반군이 점령하고 있던 도시 두마에서 반군과 민간인들이 철수해 북부 이들리브 지방으로 이동하기로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합의는 러시아가 주도했다.

같은 날 SBS뉴스에서도 시리아 정부군이 내전 발발 7년 만에 반군이 장악하고 있던 수도 근처 요충지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에 접해 있는 동구타 지역에서 최후의 반군이 철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동구타의 두마 지역을 장악했던 무장단체 '자이시 알이슬람'대원과 가족을 실은 버스가 시리아 북부 국경도시로 떠났다. 두마는 동구타의 최대 반군 거점 지역이었다. 
앞서 동구타의 다른 반군 조직들은 러시아와 정부군의 무차별 폭격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에 합의한 뒤 북부 지역으로 이미 퇴각한 상태이다.

▲ 시리아 최후 반군이 버스를 타고 동구타를 떠나고 있다.   

이로써 시리아전쟁은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한편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하이오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제 시리아에서 (미군이)나올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처리하도록 하자"며 시리아 주둔 미군 약 2000명을 철수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중동 지원에 7조달러(약 7400조원)를 썼는데, 그 대가로 무엇을 받은 줄 아느냐.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2억달러에 이르는 시리아 재건 예산 집행도 동결하도록 지시했다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또다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트 3국 정상들과 회담한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시리아에서) 나오고 싶다. 군대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밝히고 "지난 17년간 중동에서 7조 달러(약 7천392조 원)에 달하는 돈을 썼지만, 죽음과 파괴 외에 우리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백악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면담했던 사실을 상시시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의 결정에 매우 관심이 있다"면서 "만약 우리가 머물기를 원한다면 아마 당신들이 (주둔비를)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사우디 측에 말한 사실을 소개했다.
  
▲ 알레포와 라카를 시리아 정부군이 거의 회복을 앞두고 있다. 타르투스와 라타키아는 시리아의 주요 항구로 러시아함대의 지중해 거점이기도 하다.     ©자주시보

한편 조선일보에 같은 보도에 따르면 CNN은 "미국이 떠나면 시리아에서 러시아가 확고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시리아 내전의 최대 승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중해에 접한 시리아 타르투스항과 라타키아항에 해군기지를 두고 있으며 항구 인근에 공군기지도 두고 있다.

러시아가 지중에 이런 거점을 마련할 나라는 현재 시리아밖에 없다. 러시아와 터키와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러시아 흑해함대가 터키의 보스포루스해협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크림반도에 주둔시킨 흑해함대를 지중해로 직접 빠른 시간에 내보낼 수 있지만 터키가 이를 봉쇄하게 되면 지중해 안쪽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영국 해협을 지나 스페인 앞 바다를 거쳐 지중해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거리도 멀 뿐만 아니라 나토군에 의해 봉쇄 당할 우려가 높다. 
따라서 러시아로서는 시리아의 항구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이번 시리아전쟁에서 그 항구를 사수하게 되었으니 푸틴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미국은 중동에서의 영향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었다. 그것도 돈이 없어 더 이상 중동을 지켜줄 수 없다고 중동의 친미맹주인 사우디를 겁박할 정도이니 미국의 위상이 얼마나 실추되었는지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런 미국을 믿고 그 많은 돈을 들여 미국 무기를 그렇게나 많이 사주었다니 하는 한 숨이 절로 나올 일이다.

그래서 공화당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시리아 철군은 최악의 결정"이라며 "시리아에 잔존한 IS 일당이 부활하고, 터키와 쿠르드족의 전쟁은 감당할 수 없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무너져내리는 미국의 중동패권을 돌이킬 무슨 방법이 없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강경파 의원들도 우려의 목소리만 낼 뿐 무슨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국이 돈이 부족해 중동에서 패권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군사력이 약해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시리아전쟁에 전면적으로 참전하려고 했지만 승리에 대한 자신이 없어 참여하지 못했다. 전면적으로 참전하여 시리아정부군과 싸울 힘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유시리아반군, 심지어 IS까지 몰래 뒤에서 지원하면서 시리아정부군과 러시아에 대항하였지만 결국 이렇게 패배하게 된 것이다. 

▲ 수호이24 전폭기가 미 도널드 쿡 이지스 구축함에 근접 위협비행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 지상군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2014년 전쟁 발발 직후 도널드 쿡 이지스함이 흑해에서 러시아의 구형 전폭기 수호이-24기 2대의 전자전 공격을 받고 모든 전자장비가 먹통이 되어 단 한 발의 대공 미사일도 발사하지 못하고 수호이 전폭기의 모의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당한 후 참전을 포기했었다.


물론 미군은 여전히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급격히 강해진 러시아의 군사력이 압도하고 있고 시리아 정부군과 같은 반미국들의 재래식 무기도 미군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본지에서는 이런 러시아와 제3세계 반미국들의 군사력에 북의 군사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북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은 그런 북미대결전의 결과로 만들어진 일이라고 판단된다. 5월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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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합동 평양공연, 1만 2천여 관객 기립박수

“만나는데 너무 오래 걸렸잖아”남북 합동 평양공연, 1만 2천여 관객 기립박수
평양공연 공동취재단/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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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3  22: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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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예술단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가 1만 2천여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불과 두 달 전에 삼지연관현악단이 강릉, 서울에서 멋지게 공연하는 걸 보면서 우리도 평양에서 언젠가 공연하겠다는 꿈을 꿨는데 일찍 이뤄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처음 뵙는데도 예전에 뵌 것처럼 반가운 느낌이 듭니다. 다시 한 번 만나서 너무나 반갑습니다.”
북측 최효성 <조선중앙TV> 방송원과 나란히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은 “남측 동포의 반가운 인사도 전해드리겠다”며 3일 오후 3시(서울시간 3시 30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예술단 합동공연 '우리는 하나' 무대의 막을 올렸다.
최효성은 “화창한 봄날 동평양대극장 첫 공연에 이어서 우리 예술인들과 함께 뜻 깊은 공연을 펼치게 된다”며 “남녘의 예술인들을 다시 한 번 열렬히 환영하자”고 박수를 유도하고 “우리는 하나!”를 외치며 공연 시작을 알렸다.
평양 시민들이 12,300여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무대 정면 화면에는 ‘북남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라고 타이틀이 붙었고, 무대 배경에는 대형 한반도기가 2개씩 양옆으로 내걸렸다. 중간도 무지개 모양의 띠를 둘러 한반도기로 장식했다.
  
▲ 이날 남북 합동 평양공연에서 북측 최효성 <조선중앙TV> 방송원과 나란히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공연 앞부분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남측 예술단 단독공연 때와 같이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정인, 알리 등이 등장했지만 알리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북측 가수들과 함께 준비했다. 남과 북, 북과 남의 화음이 어떨지 잘 들어봐 달라”며 남북 합동공연이 시작됐다.
남측 정인, 알리와 북측 김옥주 송영이 나란히 남측 노래 ‘얼굴’을 소절을 나누어 주고받으며 공연했다. 이어 사회자 서현이 단독공연 때 불러 갈채를 받았던 북측 노래 ‘푸른 버드나무’를 목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로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강산에는 눈시울을 붉히며 ‘라구요’를 부른 뒤 “오늘 이 자리가 굉장히 감격스럽다.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 아버지도 생각나고. 방금 들려드린 노래가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노래였는데 데뷔곡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최진희는 ‘사랑의 미로’를 부른 뒤 “2002년에 오고 16년 만에 왔다. 정말 많이 그동안 오고 싶었다”며 “또 다시 평양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바란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다시 기다리고 있겠다”고 인사했다.
  
▲ 남측 이선희(맨 우측)와 북측 김옥주가  손을 잡고 ‘J에게’를 듀엣으로 부르고 있다.[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백지영에 이어 이선희는 북측 김옥주와 ‘J에게’를 듀엣으로 선보였고,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했다.
윤도현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러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고, “YB랑 삼지현관현악단이 합동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를 돌면서 공연을 하고 싶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의 손으로 통일을 만들자는 뜻이 담겨있다”며 ‘1178’을 선사했다.
이어 삼지연관현악단의 무대로 김주향, 김성심, 송영 등이 ‘찔레꽃’으로 시작 ‘눈물 젖은 두만강’, ‘동무 생각’ 등 익숙한 계몽기 가요들을 묶은 메들리를 10분 정도 공연했다.
  
▲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의 연주 모습.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김성심은 공연 전 공동취재단에 “남북이 함께 하게 돼 감격스럽고, 이런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남측 가수들이 1일 김정은 노동당위원장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악수를 나눈 것에 대해 우리에게도 꿈 같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부러워했다.
무대의 마지막은 가왕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이 ‘친구여’, ‘모나리자’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남북의 여가수들이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합창하며 무대는 절정에 올랐다.
단독공연 때와 같이 출연진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다시 만납시다’를 합창했고, 북측이 남측에 꽃다발을 전해주자 큰 함성이 터지기도 했다. 서현과 김주향은 마주보며 눈물과 웃음을 참지 못했고, 객석은 10분간 전원 기립 박수를 보냈다.
현송월 북측 단장은 만족한 듯 웃음을 짓고 “잘 된 것 같다. 훈련이 많지 않았는데 거의 반나절 했는데도 남북 가수들이 너무 잘했다”고 “같이 부른 부분이 가장 좋았다”고 평가했다.
  
▲ 공연 마지막 순간 출연자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합창하고 있다.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한 북한 관객은 “감동적인 순간들이 있었다”며 “"우리 사이에 빈 공간만 남았다"는 가사가 있었는데, 우리 사이에 아무 것도 없다. 우린 통역이 필요 없잖아. 그런데 만나는데 너무 오래 걸렸잖아”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관객은 “참 좋았다. 정말 좋았다”며 “조용필 잘 한다... 조용필을 듣기는 했지만 보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엔 관련 기구에서 일한다는 알제리인은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순간이 다 감동적이었다”며 “두 나라가 어서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공연이 훌륭했다”고 극찬했다.
이날 남북합동공연은 북측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박춘남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남측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이 내빈석에 자리했다.

​두 차례 평양 공연을 마친 예술단은 이날 밤 김영철 부위원장이 개최하는 만찬에 참석하며, 태권도 시범단은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한다. 이들은 이날 밤 평양국제공항을 출발, 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 사회를 맡은 남측 서현과 북측 최효성.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1만 3천여 관객들도 함께 즐거워했다.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강산에가 이산의 아픔을 그린 '라구요'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가수들은 계몽기 가요를 메들리로 선사했다.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무대마다 배경화면이 바뀌며 분위기를 돋궜다.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남북의 내빈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관객 전원이 10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출연진이 모두 무대에 올라 피날레를 장식했다. [사진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나무 타는 꿩, 들꿩을 아십니까

윤순영 2018. 04. 03
조회수 2245 추천수 1
이른봄 귀룽나무 새싹 뜯으러 나무 오른 ‘숲 속의 은둔자’
암·수 모두 머리 깃 나고 다리에 깃털 돋은 ‘원시적’ 모습 

크기변환_YSY_7006.jpg» 나뭇가지에 앉은 들꿩. 들꿩의 검은 멱은 수컷의 상징이다. 

3월16일 경기도 남양주시 예봉산 중턱에서 들꿩을 관찰했다. 비교적 몸집이 큰 편이지만 깊은 숲에 은둔해 사는 데다 보호색이 뛰어나 좀처럼 보기 힘든 꿩과의 새다.

다른 나무들이 새싹을 틔우기 전, 계곡 주변의 귀룽나무에 일찌감치 새싹이 돋았다. 온종일 땅에서 생활하던 들꿩이 오후 5시30분이 되면 귀룽나무 가지에 올라앉아 새싹을 뜯어 먹는다.

등산객들이 산에서 내려가 번잡했던 주변이 조용해질 시간이다. 들꿩은 서식지의 모든 일상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암컷이 ‘휘~삐삐비’하고 긴 휘파람 소리를 내면 수컷이 강하게 반응하고, 귀룽나무 근처에 나타나 함께 나무 위로 올라갈 준비를 한다. 암컷보다 수컷이 더 경계심을 나타낸다.

크기변환_YSY_5775.jpg» 나뭇가지에 숨어 수컷 들꿩을 부르는 암컷 들꿩.

크기변환_YSY_6537.jpg» 숨어 있던 수컷 들꿩이 암컷 소리에 반응을 보인다.

귀룽나무가 있는 계곡은 등산객들이 항상 오가는 길목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들꿩이 매일 같은 시간에 정확히 귀룽나무를 찾아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귀룽나무는 물가의 계곡 근처에서 잘 자란다. 들꿩의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 조건이다.

크기변환_YSY_6673.jpg» 은밀하게 암컷 들꿩 곁으로 다가가는 수컷 들꿩. 닭이나 꿩의 밋밋한 다리와 달리 다리 바깥쪽에 돋은 깃털이 인상적이다.

크기변환_YSY_6596.jpg» 암컷 들꿩이 앞장서 걸어간다. 암컷 들꿩도 다리 바깥쪽에도 깃털이 나 있다.

귀룽나무는 사람에게 신경통, 근육통, 근육마비 등의 통증을 없애주고 설사에 잘 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귀룽나무의 새싹과 열매의 약효가 들꿩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먹이원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크기변환_YSY_6784.jpg» 들꿩 부부가 만났다.

들꿩은 걸어서 이동하고 주로 땅에서 생활하지만 나무에서 지내는 것도 즐긴다. 나무 위에서도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익숙한 솜씨로 땅에서처럼 움직인다. 나무타기 재능이 뛰어나다. 위협을 느끼면 꿩처럼 멀리 날아 도망가지 않고 근처 나무에 올라가 피한다. 위장 색이 발달하여 잘 보이지도 않고 은밀하게 나무 가까이 접근하여 수직으로 날아 소리 없이 나무 위에 앉는다.

크기변환_DSC_7807.jpg» 귀룽나무의 새싹이 들꿩이 먹기 좋게 적당히 돋아났다.

들꿩은 몸길이 36㎝로 몸집이 큰 편이다. 그런데도 가느다란 가지를 움켜쥐고 조심스레 새싹을 떼어먹는데 나뭇가지가 흔들리지 않는다. 천적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철저한 보호 행동이다. 관찰하는 동안에도 어느 틈에 나무 위로 날아와 있는지 모르는 때가 많았다.

크기변환_DSC_8356.jpg» 수컷 들꿩이 먼저 날아 귀룽나무 위로 올라간다. 날 때 날갯짓 소리가 나지 않는다.

크기변환_DSC_8590.jpg» 암컷 들꿩도 뒤따라 귀룽나무 위로 올라왔다.

일부일처제인 들꿩 부부는 서로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함께 행동한다. 나무 위에서 수컷이 구애 행동으로 깃털을 부풀리고 꼬리를 치켜세워 부채 모양으로 펼친다. 암컷은 무관심한 척 곁을 주지 않는다.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 수컷의 마음을 애타게 만드는 전략일지 모른다.

크기변환_DSC_8710.jpg» 암컷 들꿩이 슬며시 외면하지만 수컷은 꼬리를 부채 모양으로 펼치고 애정을 표시한다.

1시간 남짓 귀룽나무 새싹을 먹던 암컷이 땅으로 내려오자 수컷 들꿩도 곧바로 따라 내려와 숲 속으로 사라진다. 매일 반복되는 행동이다. 움직이는 동선과 생활이 규칙적인 것이 인상적이다.

먹이 먹는 장소와 잠자리를 포함해서 물 마시는 장소, 이동하는 데 필요한 이동로, 갑작스러운 포식자로부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 월동을 위한 장소, 번식을 위한 장소, 새끼들을 키울 수 있는 장소 등이 이미 정해져 있다. 들꿩 부부가 예봉산 계곡에서 터를 잡아 살아온 기간은 한두 해가 아닌 것 같다.

크기변환_DSC_8349.jpg»  1시간 남짓 귀룽나무 새싹을 먹던 암컷이 땅으로 내려오자 수컷 들꿩도 곧바로 따라 내려와 숲 속으로 사라진다. 매일 반복되는 행동이다. 움직이는 동선과 생활이 규칙적인 것이 인상적이다.  먹이 먹는 장소와 잠자리를 포함해서 물 마시는 장소, 이동하는 데 필요한 이동로, 갑작스러운 포식자로부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 월동을 위한 장소, 번식을 위한 장소, 새끼들을 키울 수 있는 장소 등이 이미 정해져 있다. 들꿩 부부가 예봉산 계곡에서 터를 잡아 살아온 기간은 한두 해가 아닌 것 같다.

크기변환_DSC_8185.jpg» 가느다란 나뭇가지 위에서도 균형 감각이 뛰어나 외줄 타기를 하듯 마음대로 행동한다. 

들꿩은 닭목, 꿩과, 들꿩속에 속한다. 꿩은 일반인들이 잘 알고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조류이다. 그러나 들꿩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들꿩은 스칸디나비아와 중·동유럽, 시베리아, 동아시아 등 유라시아에 걸쳐 널리 분포한다. 이 가운데 동아시아의 들꿩 아종은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아무르, 사할린, 홋카이도 등지에 산다. 한반도에서는 도서지역을 제외한 산지에 두루 서식하지만 일정한 지역에 한정된 경기·강원 지역에 많은 수가 분포하고 남부 지역으로 갈수록 수가 적어지는 흔하지 않은 텃새이다.

크기변환_YSY_7321.jpg» 새싹을 바로 당겨서 따지 않고 비틀어서 따먹는다. 아마도 나뭇가지가 휘청여 눈에 띄는 것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크기변환_YSY_7316.jpg» 신선하고 알찬 새싹만 골라 먹는다.

들꿩은 이른 봄에 귀룽나무, 버드나무, 오리나무 등의 새싹, 나무열매, 풀씨 등을 즐겨 먹지만 때로는 곤충도 잡아먹는다. 수도권에서 들꿩을 관찰하기 좋은 곳은 천마산, 예봉산, 검단산, 남한산성이다. 텃새이지만 사계절 관찰하기는 어렵고 숲이 무성하지 않은 12월부터 3월에 비교적 관찰이 쉽다.

들꿩은 생각보다 사람을 덜 경계하기 때문에 들꿩이 나올 만한 장소를 찾아가 조용히 기다린다면 관찰이 가능하다. 특히 들꿩이 움직일 때 들리는 낙엽 밟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들꿩을 만날 수 있다.

크기변환_YSY_7426.jpg» 주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들꿩 암컷.

기변환_YSY_7389.jpg» 주변이 안전한 것을 확인하고 귀룽나무 새싹을 따먹는다.

크기변환_YSY_7437.jpg» 들꿩은 암수 모두 머리 깃이 있다.

몸은 통통하고 꼬리는 짧다. 수컷은 멱에 폭넓은 검은색 반점이 뚜렷하고 암컷의 멱의 반점은 수컷에 비해 색이 불분명하다. 암수 모두 머리 깃이 있다. 다리는 짧으며 바깥쪽에 깃털이 나 있는 특징이 있다. 들꿩을 관찰하다 보니 조류의 원시적인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김응성    

[현장] 통곡하던 403명 제주4·3 영령들의 외침 “내 이름은!”

대한민국의 중심 광화문서 펼쳐진 ‘403 퍼포먼스’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8-04-03 20:26:53
수정 2018-04-03 20: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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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4월3일 3시45분경. 매연을 뿜으며 분주히 오가는 차량과 수많은 행인들이 지나가는 서울의 중심 광화문. 느닷없이 먼지를 뒤집어 쓴 403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오랜 세월 땅 속에 묻혀있던 시신처럼 회색 먼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여 있었다. 몸 구석구석엔 총·칼의 흔적인 붉은 동백꽃이 선명했다.
오후 4시3분, ‘땡그랑 땡그랑’ 종소리가 울렸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쓰러져 있던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동안 자유롭지 못해 굳어버린 몸을 움직이듯 삐걱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감겼던 눈도 떴다. 무채색의 얼굴 사이에서 살아있는 눈동자가 움직였다. 귀를 만지며 당황스러운 몸짓을 보이기도 했다.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점차 들려오기라도 하듯.
그리곤 한 사람 한 사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 어… 어.” 70여년전 광복과 대한민국 수립, 한국전쟁 전후로 무참히 쓰러져간 제주4·3 영령의 목소리였다. “제주는 빨갱이 섬”이라고 교육받고 제주로 파견된 서북청년단과 군·경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이들이 깨어나는 모습이었다. 70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야 영령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구슬픈 ‘아기동백꽃의 노래’
이날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03명의 연극배우와 무용수, 일반인 등과 함께 ‘403 퍼포먼스’를 펼쳤다. 퍼포먼스에 앞서 제주4.3 범국민위는 70여년만에 처음 광화문에 차려진 제주4.3분향소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선후 제주4.3 범국민위 홍보기획위위원장은 “광화문이라는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70년 세월 동안 짓눌려 얘기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표출하고 분출하는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4.3 평화공원에 가면 백비가 있다.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비”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직 ‘제주4.3’이라는 이름 뒤에 어떤 말을 붙여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항쟁인가, 사건인가, 폭동인가 라는 주제로 70년이란 논쟁의 세월을 지내왔어요. 그래서 자기 이름을 부를 수 있고, 명명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4.3을 외치려는 이유입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교보문고 앞, 광화문역에서 걸어 나온 제주4.3 영령들은 세월호 광장과 수많은 차량들이 지나는 신호등을 지나 광화문 중앙으로 점차점차 모였다. 이순신 동상 뒷모습과 동아일보·조선일보 등 수많은 광화문 빌딩을 배경으로 해치마당에 군집한 영령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듯하더니, 광화문 중앙광장을 향했다. 1947 3월1일 ‘통일 독립’을 꿈꾸며 제주북국민학교에 모였던 3만여명의 군중처럼 그들은 한발씩 내딛었다. 70년 전과 세상은 변해 있었다. 어린아이를 치어 다치게 한 뒤 아랑곳 않았던 기마경찰은 없었고, 반발하는 군민을 향해 총을 발포하는 경찰도 없었다.
해치광장을 지나 세종대왕상 앞에 다다르자, 구슬픈 음악소리(애기동백꽃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멈춰 선 영령들은 자리에 앉아 노래가사에 귀를 기울였다.
애기동백꽃의 노래
산에 산에 하얗게 눈이 내리면
들판에 붉게 붉게 꽃이 핀다네
남 마중 나갔던 계집아이가
타다타다 붉은 꽃 되었다더라
님그리던 마음도 봄꽃이 되어
하얗게 님의 품에 안기었구나
우리 누이 같은 꽃 애기동백꽃
봄이 오면 푸르게 태어나거라
붉은 애기 동백꽃 붉은 진달래
다 같은 우리나라 곱디 고운 꽃
남이나 북이나 동이나 서나
한 핏줄 한 겨레 싸우지 마라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2절쯤 노래가사가 흘러나왔을까.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노래에 귀를 기울이던 영령들이 하나 둘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양쪽 볼에 두껍게 내려앉은 회색먼지 위로 흘러내린 눈물 자국이 그려졌다. 그 앞에선 세 명의 영령이 70년 만에 상봉한 듯 서로 끌어 앉고 울었다. 그러던 중 한 영령이 외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문! 형! 근!” 반복적으로 외치는 영령의 목소리 뒤로, 또 다른 영령이 외쳤다. “내 이름은! 유! 아! 람!”
찢어질 듯 광장의 소음을 깨고 튀어나온 외침은 어느새 수백 명의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70년 세월 짓눌렸던 감정을 토해내는 소리가 광화문 광장을 뒤흔들었다. 영령들은 입고 있던 회색의 먼지가 가득한 옷들도 벗어 재꼈다.
“평생 내색 한 번 안 하고 살았어요”
영령들은 사물놀이와 함께 흰색,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천을 머리에 이고 흥겹게 움직이며 다시 중앙광장을 향했다. 그렇게 다다른 중앙광장엔 제주4.3 분향소가 차려져 있었다. 앙상한 뼈대에 붕대를 휘감은 모양의 분향소에는 1만4천여명의 제주4.3 희생자 명단이 새겨져 있었다.
영령들은 회색 옷가지들을 분향소 앞에 마련된 하얀 무대 위에 놓아두고 차례로 분향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분향소 안에 마련된 영령들 사진 앞에 국화꽃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분향을 마치고 나오자 먼저 끝마친 이들이 격려했다. 영령의 모습에서 다시 본래의 시민으로 돌아온 것이다. “수고했다” 말하며 박수치는 이들 사이로 회색먼지가 날렸다. 어느새 이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제주4.3 피해자 가족이기도 하지만, 평생 내색 한 번 안 하고 살았다”는 ‘403 퍼포먼스’ 참가자 오태균(59)씨는 말했다. “여전히 이데올로기로 분열돼 있는 사회가 안타깝습니다. 사람들이 표현하고 공감하며 사는 게 아니라 배척하고 있는 모습이요. 그래서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고, 화합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임했습니다.”
모두 분향을 마친 뒤 퍼포먼스 참여자들은 “와~” 소리 지르며 광화문을 향해 전력질주 했다. 남아있던 먼지가 모두 날아가도록 뛰었다. 자유롭게 달리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70년 세월 동안 짓누르고 있던 이데올로기의 무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연 후 분향소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제주4.3항쟁 제70주기인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3항쟁을 추모하는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연 후 분향소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2018년 4월3일 403 퍼포먼스 참가자들이 광화문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2018년 4월3일 403 퍼포먼스 참가자들이 광화문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