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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이래저래 지출이 많았다. 설날도 있었고 세뱃돈도 솔솔찮게 나갔다. '이 달을 넘기기 전에는 장 보러 안 나가야지' 결심했다. 당분간 냉장고를 파먹는 '냉파족'이 되기로 다짐했다. 식비를 줄이려 냉장고에 남아있는 재료들을 활용하려 했는데, 막상 밥때가 되어 냉장고를 열어보니 대파와 양파, 풋고추 등 야채칸 한편에 늘 있어야 할 '붙박이 야채'가 다 떨어졌다.
장바구니 두 개를 챙겨 시장에 갔다. 내 또래 50대 주부들은 크게 두 부류이다. 시장파와 마트파. 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시장파'를 고수하고 있다. 시장은 마트보다 식재료가 더 신선하면서 저렴하고 제철 식품이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량 판매와 접근성의 편의성 때문에 마트를 이용하는 '마트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마저도 옛날 얘기가 돼가는 것 같다. 소비재 시장의 골리앗, 온라인몰의 출현은 '쿠팡파'를 탄생시켰다. 쿠팡이 신선식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동네 터줏대감 마트는 물론, 시장을 위협하던 대형 마트마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필수 야채를 사러 나갔지만 비싼 가격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빈 바구니로 시장만 한 바퀴 돌았다. 가장 먼저 충격을 안긴 것은 대파 가격이었다. 대파 한 단에 오천 원이다. 대파가 무슨 고기도 아니고, 장식용으로 쓰는 고급 야채도 아닌데 2500원이면 사던 대파가 5000원이라니, 두 배로 올랐다.
시장의 배신이다. 한 소쿠리 3000원이던 감자나 고구마는 개수는 더 적어진 채 5000이 되었고, 몇 개 더 담겼다 싶으면 1만 원이란다. 풋고추는 보통 때의 반보다 몇 개 더 담아놓고 같은 가격을 받으니 체감 물가 상승률은 40%다. 시장에서 야채 소쿠리 3000원짜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웬만하면 다 5000원이 시작 가격이었다.
신선식품 고물가의 정점은 과일이었다. 상품성 있는 사과나 배 한 개는 5000원이고 겨울철마다 2만 원 전후로 사 먹던 귤 5킬로는 최소 3만 원은 줘야 한다. 사과는 이제 박스나 소쿠리 단위는커녕, 한 개, 두 개, 낱개로 사 먹어야 하는 과일이 되었다.
예전에는 사과가 비싸면 귤 사 먹고 귤이 비싸면 사과 사 먹었는데, 이번엔 과일들끼리 무슨 가격 담합이라도 했는지 차별없이 비싸니 과일 모두에게 비싼 대접을 해줘야 한다. 그냥 '사과, 배, 귤'이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금사과, 금배, 금귤'로 불러야 한다.
해외에 장기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났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물가 높기로 소문난 도시들은 듣던 대로 서비스 요금이 높고 외식비가 비쌌다. 그러나 평소에 다들 이용하는 마트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해서, 마트 나들이만큼은 언제나 즐거웠다. 식재료로 가득 채운 장바구니는 행복 그 자체였다.
여행에서 돌아왔는데도 내 머릿속 물가 시계는 1년 전으로 세팅되어 있는지 적응이 잘 안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장바구니 물가만 오른 게 아니었다. 가스와 전기요금도 올랐고 목욕비와 이발·미용비도 올랐다. 지하철과 버스 요금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 수입이 줄어들었다
지난주에는 딸아이 자취방을 구하러 서울에 갔었다. 처음에는 딸아이를 독립시키는 부모 마음이라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관리가 잘 된다'는 오피스텔을 구해 주고 싶었다. 6평도 안 되는 강남의 오피스텔은 월세 70만 원이 최저가 수준이었다.
비싼 월세값도 놀라웠지만 채광도 좋지 않아 답답한 데다가, 한 사람이 겨우 누울까 말까 한 살인적인 크기에도 그 가격이라 더 경악했다. 결국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60만 원짜리 다세대 원룸을 얻었다. 중소기업에 갓 취업한 사회초년생이 적은 월급으로 월세를 어떻게 감당할까 싶다.
서울의 주거비가 높은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니 그렇다 치고, 서울과 지방 할 것 없이, 공공요금과 교통비, 서비스요금, 외식비 등 '내 수입 빼고' 모든 게 다 올랐다. 아니다. 가만히 숨만 쉬고 있었을 뿐인데 내 구매력이 줄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내 수입이 안 오른 게 아니라 오히려 내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고물가 시대를 어떻게 버텨갈까. 써봤자 별 뾰족한 수 없다고 던져두었던 가계부라도 다시 집어 들어야 하나? 정말 쉽지 않은 요즘이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15일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2024년 2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 의미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이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는데 강조점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15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 의미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24일 끝난 정치국 확대회의까지 세 차례의 중요한 회의가 있었는데, 이 회의에서 서로 상반된 두 개의 메시지가 나왔다”며 이같이 해석했다.
세 차례 중요 회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2023년 12월 26일-30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1월 15일) △조선노동당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1월 23-24일)이다.
정창현 소장은 “하나는 북한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민족 문제의 해법, 특히나 남북관계를 두 개의 교전국으로 새롭게 규정하는 약간은 충격적인 그런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며 “유사시라고 하는 그런 전제가 있지만 어쨌든 충돌과 확전 그리고 그런 사태가 벌어질 경우에는 점령, 평정, 수복하겠다라고 하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전쟁 준비, 전쟁의 위기가 굉장히 고조되어 있다”는 점을 먼저 짚었다.
이어 “또 다른 메시지는, 사실은 이게 훨씬 더 많이 사실 강조되어온 내용인데,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예시하며 “비약적인 경제 발전 그것도 지금 낙후되어 있는 지방을 발전시키겠다고 하는 것을 강조를 하고 있다”고 대비시키고, “강조점은 후자(경제발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남관계가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라면서도 “현시기 우리 공화국정부에 있어서 가장 중시하고 품을 들여야 할 지상의 과업은 인민생활을 하루빨리 안정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창현 소장은 “서해가 굉장히 위험한 상시 분쟁지역화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되고 있다”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물론, “어제(14일)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하면서 해상 국경선 얘기를 했다”며 “서해가 굉장히 위험한 상시 분쟁지역화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되고 있다”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4일 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현지지도하면서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창현 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은 안 일어날 걸로 본다”며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북에서 포를 쏜 곳을 ‘원점 타격’하기 위해 남측 전폭기가 이륙했지만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폭탄을 탑재하지 못했고 국방부도 확전은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는 사례를 제시하고 “지금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할 수 있는가? 굉장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북한이 저렇게 강하게 얘기하는 것은 오히려 역으로 좀 서로 서로 충돌은 피하자라고 하는 그런 의도가 더 담겨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보름만에 깜짝 제출된 ‘지방발전 20×10 정책’
정창현 소장은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 요인으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최고지도자의 권위 훼손, 실리론 약화와 원칙론 강화 △사회주의 전면 발전 추구, 세대교체, 사회통제 강화 △국제질서 다극화, 대미 장기전, 남한 사회 현실 인식 등을 꼽았다.
먼저 “사회주의 건설 전면 발전기에 자신들은 이미 들어서고 있고 그러한 방향으로 앞으로 10년, 15년을 가겠다”라는 구상이며, 이는 협동농장을 국영농장으로 전환, 국유화를 완성함으로써 “남과 북이 사상과 이념, 체제에서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 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거기에 이제 북이 얘기하는 2개의 국가, 2개의 민족이라고 하는 근거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2036년 조선노동당 11차 대회 전까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시대정신으로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북한은 2036년 조선노동당 11차 대회 전까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시대정신으로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의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는 발언(2022.8.19)은 이같은 흐름에서 나왔다는 것.
정 소장은 또한 “국제질서가 미국 중심의 유일 패권 체제에서 다극화되고 블록화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실리’를 추구하는 국제정세에 주목하고 “미국이 새로운 대화의 틀을 미리 만들어서 가지고 오지 않는 한 미국과의 대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에 근거해 “북이 지금 제일 첫 번째 대상국은 러시아라고 얘기를 하면서, 적절하게 중국하고는 정치, 경제적 교류, 주로 경공업 중심의 어떤 교류를 생각하는 거고. 러시아는 군사적인 부분과 안보, 그 다음에 중공업 부분, 이런 부분들을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겠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는 제출되지 않았던 ‘지방발전 20×10 정책’이 불과 보름만인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중요 의제로 제기된 점도 지적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거창한 혁명”이라며 “이것이 가능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자문자답을 내놓은 대목에도 주목을 돌렸다. 그 사이 뭔가 대책이 마련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한 셈이다.
북 세대교체 영향도...“좌편향으로 결정됐을 수도”
정창현 소장의 강연에 참석자들은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질문을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 소장은 대남전략 변화의 중요 계기로 북한 내부의 세대교체를 꼽고 “남북이 많은 대결적인 속에서도 그래도 또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하고 하는데 앞장섰던 북측의 2세대, 2.5세대들이 이제 다 퇴장했다”면서, 아울러 “지금 이런 논리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북의 통일전선부가 아니라 외무성이나 군부”라는 점도 짚었다.
특히 “북한의 새로운 세대들은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었던 다음 세대들”이며, “온전하게 어려서부터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익숙해져 성장한 세대들”이라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이(민족공조) 성과를 다시 얻기 위해서 또 남쪽하고 뭘 합의를 하고 막 이렇게 해서 공력을 들이는 것보다 그냥 서로 건들지 말고 서로 자극만 안 하고 일단 따로 살아보자라고 하는 생각이지 않겠느냐”고 추정했다.
나아가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전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속에서 상당히 좌편향적으로 이 부분이 결정됐을 수도 있다”며 “지금 당면 정세에 맞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얘기하고 이런 부분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두 국가 두 민족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북이 굉장히 잘못된 선택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비판적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6.15북측위원회와 범민련북측본부 등 남북해외 3자연대 기구를 일방적으로 해체한데 대해서는 “결국은 되돌아보면 ‘남쪽에서의 평화운동 통일운동이라고 하는 실체가 과연 존재하는가’라고 하는 (북측의) 회의가 아니겠느냐”면서도 “어쨌든 3자 연대기구”라며 “북의 일방적인 발표, 통보에 대해서 우리가 좀 유감 표명을 좀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운동, “앞으로의 10년 동안의 좋은 기회”
정 소장은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왜 저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며 “흔쾌하지 않다”는 심경을 밝히고 “이 기회에 한국 내에서의 진보 또는 시민, 평화통일 운동이 새로운 출발점을 가지고 이론적으로나 조직적인 측면에서나 또 함께하는 대중적인 측면에서나 새로운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내용 중 하나로 “연방연합제 또는 연합연방제를 어떻게 이론적으로나 운동적으로 발전시켜서 이것을 남쪽의 진보운동, 평화통일운동의 이론으로서 발전시켜 나가는가를 강조하고 싶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정창현 소장은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를 통일운동의 성찰과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그는 특히 “새로운 단체는 좀 더 평화운동 중심으로 남쪽에서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리고 새로운 주체들을 10년 플랜이든 20년 플랜이든 세워서 좀 키워내는 노력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며 “남과 북이 이제 딴 나라로서 간다면 거기에 맞게끔 우리 스스로가 대한민국 내에서의 진보적인 사고와 진보적인 운동을 하는 새로운 이론적인 틀을 (마련)할 수 있는 앞으로의 10년 동안의 좋은 기회라고 볼 수도 있지 않느냐”고 애써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중국이나 러시아나 미국에 있는 해외동포와의 교류는 굉장히 강화할 거라고 본다”며 “이제는 해외의 조직이 중심이 돼서 남과 북을, 딴 나라지만 남과 북을 좀 이렇게 아우르는 어떤 느슨한 형태의 3자 연대 방식을 좀 생각해 봐야 되는 거 아닐까”라고 제언했다.
총선 51일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문제로 갈등이 폭발했다. 현재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이 하위 20%를 통보받자 탈당했다. 그는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비명계 현역 의원을 제외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가 실시돼 논란이다. 홍영표 이인영 기동민 송갑석 설훈 의원 등의 지역구에서 여론조사가 실시돼 반발을 샀다. “당이 쪼개질 최대위기”(한국일보)라는 진단까지 나왔다.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근본원인을 분석했다. 정권심판론에 취한 민주당이 디올백에만 매달렸고, 당 대표를 비롯한 주류는 희생하지 않은채 공천 개입에 나선 점을 지적했다. 최근의 민주당 지지율 하락 추세도 이런 원인에 의한 예견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개혁신당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제3지대 통합이 일주일여 만에 어그러질 위기에 처했다. 개혁신당은 19일 국회 본관 1층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공동대표가 김만흠·김용남 공동 정책위의장과 협의해 총선 캠페인과 정책 결정 권한을 위임하기로 의결했다. ‘이준석계’ 개혁신당 세력이 총선 전권을 장악했다. 이낙연계의 새로운미래는 20일 오전 입장을 발표해 결별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19일 집단사직서를 제출했다. 20일엔 종합병원 전공의도 집단휴진에 돌입한다. 정부는 첫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통보하는 등 강경 입장이다. 2020년 의사들의 총파업 보다 이번 단체행동 여파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공천 내홍 폭발, 탈당 도미노 이어지나
민주당 공천 갈등이 심상치 않다. 현역 국회부의장인 민주당 김영주 의원(4선·서울 영등포갑·사진)은 1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오늘 민주당이 제게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며 “이제 민주당을 떠나려고 한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하위 20%’를 둘러싼 첫 탈당 케이스다. 김 부의장은 “지금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면서 “영등포 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친명도 아니고, 반명도 아니다”며 “민주당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도 문제다. 민주당이 지난 주말 홍영표·이인영·송갑석 의원 등 친문계·비명계 의원 지역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19일 파악됐다. 현역 의원을 빼는 대신 이 대표의 영입인재, 친명계 신진 인사들을 넣어 국민의힘 후보와의 경쟁력을 조사해 문제가 됐다.
서울신문은 1면 기사 <김영주, 하위 20% 통보에 탈당… “민주당 이재명 사당으로 전락”>에서 홍영표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이상한 여론조사 때문에 당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것 같다”며 “민주당이 ‘사천’을 하고 있다면 국민이 외면할 것이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는 경선을 통해 공천하면 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문학진 전 의원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장막 뒤에서 특정집단과 특정인들을 공천하려 벌이는 일련의 행태에 대해 개탄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최근 진행되는 여론조사 기관들은 당이 선정한 공식기관이 아니라는 점도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이유”라며 “당은 앞서 공천 적합도 조사 등을 위해 6개 여론조사 기관을 선정했는데, 최근 여론조사를 진행한 ‘한국인텔리서치’와 ‘지식디자인연구소’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2024년 2월20일자 8면
중앙일보는 8면 기사 <[단독] 홍영표 뺀 “정체불명 여론조사”…이재명 시장 때 용역업체 작품>에서 “해당 여론조사를 한 업체는 ‘한국인텔리서치’로, 이는 현재 여심위 등록 업체인 ‘리서치디앤에이’의 옛 사명이었다”며 “리서치디앤에이는 이달 초 ‘당원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는 민주당 총선 경선 ARS투표 시행업체로 추가 선정된 업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 당직자가 “당초 중앙당 선관위에서 PT 발표를 거쳐 3개 업체를 선정했는데, 뒤늦게 리서치디앤에이가 추가돼 4곳이 되었다”며 “무척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고 썼다.
특히 중앙일보는 “‘한국인텔리서치’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 도전을 앞둔 2013년 ‘성남시 시민만족도 조사’ 용역을 받아 수행했었다”며 “업체 대표 김모(60)씨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인 7만여 명의 개인 정보를 특정 후보들에 건넨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시스템 공천 어디가고 비선 밀실 공천만?
민주당의 이 같은 불투명한 공천에 여러 신문들이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민주당, 시스템 공천 어디 가고 ‘비선·밀실’ 얘기만 나오나>에서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 과정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며 “민주당이 공언한 시스템 공천은 자취를 찾기 어렵고 ‘비선·밀실 공천’ 논란이 당을 뒤덮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새 술은 새 부대에”라며 공천 물갈이를 예고했다. 경향신문은 “친명 지도부가 공관위를 제쳐두고 배후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은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고 규정했다. 이 신문은 “친명 지도부·중진 의원들 중에는 선당후사 자세로 헌신과 희생을 자청하는 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이유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콕 찍어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압박하고 있으니, 의구심을 사는 것 아닌가”라며 “공천 파동으로 당을 두 쪽 내고 유권자를 실망시킨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한겨레는 5면 기사 <민주당 ‘하위20%’ 반발 탈당 불붙나…이재명 갈등수습 ‘고비’>에서 “‘밀실 공천’ 논란 등으로 당이 격렬한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이재명 지도부가 제때 위기를 수습하지 못하면 추가 탈당이 이어지고 수도권에서 당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민주당 안에서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도 1면 기사에서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의원이 31명에 달해 추가 탈당에 봇물이 터질 수도 있다”며 “민주당이 총선을 50일 앞두고 당이 쪼개질 수도 있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봤다.
▲한겨레 2024년 2월20일자 5면
중앙일보도 사설 <‘밀실 사천’ 논란 민주당, 이리 가면 참패 피할 수 없다>에서 “혁신 공천과는 거리가 먼 정략적 계산만으론 총선 참패를 피할 수 없다”며 “반민주적 밀실 사천이 성공을 거둔 전례는 없다는 사실을 민주당이 깨닫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경향 칼럼니스트 “디올백에만 매달린 이재명의 공천 위기 예견된 결과”
이 같은 민주당의 내홍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26면 <이재명 대표가 맞닥뜨린 ‘진실의 순간’ [김민아 칼럼]>에서 선거 패배 전에는 경고음이 울리는데, 그 위기 신호신호 세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진’이나 ‘찐’ 같은 접두사의 부상이다. 2016년 총선 때 ‘진박 감별’ 운운하던 새누리당의 경우다. 김 칼럼니스트는 “주권자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장난치다간 심판당한다”고 썼다. 둘째는 당내 주류의 자기희생 없는 물갈이이며, 셋째, 근거 없는 낙관론이다. ‘샤이 진보’ ‘샤이 보수’를 거론하며 자당 지지층 가운데 ‘숨은 표’가 있을 거라 기대하는 경우다. 김민아 칼럼니스트는 “민주당은 지금 세 가지 다 해당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6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37%)이 민주당(31%)을 앞지른 결과를 두고 오차범위 내 격차이지만, 민주당이 밀리는 추세임엔 분명하다고 제시했다.(자세한 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참조) 김 칼럼니스트는 “예견된 결과”라며 “민주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 이후 정권심판론에 취해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파격적 쇄신도, 피부에 와 닿는 정책도 없었고,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도 못했다”며 “‘디올 백’에만 매달렸다. 공천 과정에선 이 대표가 직접 개입하며 무원칙·불투명 논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권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을 돌며 공약을 ‘살포’하고 있다.
▲경향신문 2024년 2월20일자 26면
김 칼럼니스트는 “친명·비명을 아우르는 통합적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주류 핵심 인사들의 선도적 희생 없이 위기 돌파는 불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디올 백을 넘어서는 새로운 의제와 언어도 필요하다”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은 규명돼야 마땅하지만, 이것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고 했다.
개혁신당 통합 열흘만에 붕괴 위기, 결별수순
개혁신당이 통합 열흘만에 결별 위기를 맞게 됐다. 통합 직후부터 이준석 공동대표가 류호정 전 의원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아예 총선 지휘권을 가져가겠다며 이낙연 공동대표를 밀어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이낙연-이준석, 합당선언 10일만에 ‘결별 수순’>에서 “제3지대 5개 세력이 뭉친 개혁신당이 합당 선언 10일 만에 총선 주도권 싸움을 벌이며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며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존에 사용한 당명인 ‘새로운미래’로 당을 등록했다.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이낙연·이준석 신당 열흘 만에 결별 수순>에서 “이낙연 대표 측은 이후 여의도 모처에서 별도 대책 회의를 열었다”며 “이 자리에서 ‘이준석과 성급히 통합한 데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독자 행보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반(反)윤석열·반(反)이재명 노선을 걷되 옛 민주당·정의당 정체성에 맞는 야권 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2024년 2월20일자 1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총선 지휘권’ 이준석에 전권 부여…자리 박찬 이낙연 “이준석 사당화”>에서 “개혁신당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제3지대 통합이 일주일여 만에 어그러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양향자(한국의희망), 금태섭(새로운선택), 조응천·이원욱(원칙과상식) 등 나머지 세력들은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데 찬성하면서 새로운미래가 고립된 형국이라는 진단이다.
경향신문은 기존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내홍을 두고 “가치와 이념, 노선이 다른 세력들이 무작정 통합하면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내재적 한계”라고 평가했다.
거대 양당 극단정치에 새로운 대안 제시한다더니
신문들은 이 같은 극단적인 분열 양상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집안싸움에 날 새는 개혁신당, ‘새정치’ 기치 어디로 갔나>에서 이번 갈등을 두고 “4·10 총선 정책 지휘권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공천을 놓고 벌어진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양측의 대립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경향신문은 “거대 양당의 양극화 정치 극복을 내건 개혁신당이 주도권 다툼과 정체성 논쟁에 매몰되고 있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통합 비전이던 ‘새로운 개혁정치’ 깃발이 무색하다”고 비판했다. 새 정치의 핵심은 양극화된 정치 극복이며 그것은 정치적 다양성 존중과 다원주의에 기반한다고 제안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떴다방’ 비난 자초하는 개혁신당, 결국 결별 수순 밟나>에서 “거대 양당의 이전투구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에게 선택지를 주겠다고 출범한 개혁신당이 계파 갈등이라는 구태를 똑같이 답습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두 공동대표가 초심으로 돌아가 양보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지 않으면 개혁신당은 과거의 ‘떴다방’처럼 공멸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무당층이 여전히 24%나 되지만 개혁신당 지지율은 4%에 머문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가 이들을 대안세력으로 여기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며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유권자에게 무엇을 말할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경호처의 입틀막 비판한 동아일보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발생한 대통령 경호처의 이른바 ‘입틀막’ 졸업생 강제 퇴장조치를 두고 동아일보 논설위원도 비판했다. 김승련 논설위원은 30면 칼럼 <[횡설수설/김승련]경호처의 ‘입틀막’,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에서 지난 16일 발생한 이 사건을 두고 “예상 밖 위기와 맞닥뜨리면 몸에 밴 무언가가 툭 튀어나오기 마련”이라며 “최근 불거진 대통령 행사 강제퇴장 문제를 경호처 매뉴얼의 적절성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력과 국정 스타일의 문제로 살펴야 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김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에 이어 지난주엔 대전 KAIST 졸업식에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인 석사 졸업생이 소란을 일으켰다가 들려 나간 사건을 두고 “둘 다 경호원 손에 입이 틀어막혔다”고 지적했다. 정치구호이자 의도한 소란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김 논설위원은 “‘입틀막(입 틀어막기)’이라는 신조어가 말하는 과잉 대응 논란은 피할 수 없다”며 “누구나 촬영하고, 실시간 공유하는 세상이다. 옛 시절에 고여 있는 경호처 때문에 대통령이 손해를 봤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2024년 2월20일자 30면
김 논설위원은 “찰나의 대응에 안위가 결정되는 만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기계적 경호는 아쉬움을 남긴다”며 “국회의원을, 대학원 졸업생을 요원 4, 5명이 들어내지 않고 걸어 나가도록 안내했다면? 퇴장시키는 동안 주장을 외치도록 놓아뒀다면? 들어내기와 입 막기는 대통령 안위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 경호였고, 심기 경호였다”며 “경호처 판단에는 우리 대통령이 저 정도 주장도 불편해할 것으로 본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런 일을 2번이나 겪고도 용산 참모들이 매뉴얼도 고치지 않고, 대통령의 임기응변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입틀막’만큼은 경호처가 경호 규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썼다.
종합병원 전공의 집단 휴진 “파행운영 무책임”
의사들의 집단휴진 사태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주요 병원에서 수술 보조와 응급처치 등을 맡는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응급실 운영은 파행이 불가피해진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가 치료를 거부해 환자가 피해를 입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법적인 문제를 떠나 인륜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정부 당국과 의사들 간에 오가는 말들도 비이성적이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정부는 외과 소아과 응급실 등 필수 의료 의사들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과 함께 보험 등 형사 책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고, 의사들은 의대 증원의 대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명백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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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사직서 제출 집단행동에 “의사 맞나?” “밥그릇 챙기기” 비판하는 언론
한겨레도 사설 <국 병원 비우겠다는 의사들, 무책임의 극치다>에서 “적어도 2020년 전공의 집단휴진 사태 초기엔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은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번엔 이런 최소한의 배려조차 보이지 않는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할 의사들이 정부 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해 ‘병원을 비우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전공의들은 더 이상 고립을 자초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의료계 일부에서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명분 없고, 희소가치에서 나오는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행동’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급속한 고령화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무르익었다. 의사들은 진료 거부를 할 때가 아니라 필수·공공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총선넷(2024총선시민네트워크)의 1차 공천반대, 낙선명단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26명, 더불어민주당 7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총 35명의 국회의원 이름이 올랐다.
공천 부적격자로 가장 많이 지목된 후보자는 추경호 의원(6회)이다. 총선넷은 “다양한 반개혁 법안을 다수 발의하고 윤석열 정부의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역대급 세수펑크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수해 복구 지역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한 김성원 후보자(4회)가 이름을 올렸고 3회 이상 공천부적격 후보자로 제안된 인물은 9명. 김기현, 김병욱, 박덕흠, 신현영, 윤상현, 이종성, 임이자, 정진석, 주호영 후보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후보는 “게이가 어떻게 정상화될 수 있냐” 발언해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정서를 키웠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정청래 의원과 함께 전자전송법을 발의해 의료민영화를 부추겼단 비판을 받았다. 당시 시민단체와 의약계는 ‘국민 편의성 증진이 아닌 보험사의 배를 불릴 악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명단에 오른 의원은 총선넷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가 선정했다. 1월 31일부터 2월 15일까지 약 주간 10여 개 연대기구 및 단체에서 89명을 선정했고, 내부 논의를 통해 35명의 1차 공천반대 명단을 확정했다.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은 핵 오염수 망언망동 정치인으로 국민의힘 김기현, 김영선, 박대출, 박덕흠, 유상범, 윤상현, 임이자, 조경태, 태영호, 김미애 의원을 선정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역사 언론을 탄압하거나, 친일을 미화·옹호한 후보로 국민의힘 박성중, 배현진, 윤두현 의원, 무소속 박완주 의원을 선정했다.
앞서 ‘한국환경회의’도 국민의힘 임이자, 하태경 의원 민주당 허영 의원을 환경 악법 다수 발의, 환경단체 폄하 등을 이유로 낙천 대상자로 선정했다.
총선넷은 해당 정당에 명단을 전달하고 공천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미 공천이 확정된 김도읍(부산 북구강서구을), 박대출(경남 진주갑), 배현진(서울 송파구을), 유상범(강원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군), 태영호(서울 구로구을),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에 대해서는 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총선넷은 ▲21대 국회에서 기후와 환경, 평화와 인권, 정치개혁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거나, 반개혁적 입법·정책을 추진한 후보자 ▲인권침해나 차별·혐오 등 사회적 논란을 보인 후보자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후보자 등 선발 기준을 설명했다.
끝으로 2월 마지막 주에는 1차 명단에서 누락된 현역의원과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2차 공천반대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선언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이 나온 지 올해로 50년이 흘렀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은 편집국에 힘찬 붓글씨로 새긴 걸개를 내걸고 "우리는 자유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 민주사회 존립의 기본 요건인 자유언론 실천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선언하며 우리의 뜨거운 심장을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라고 외쳤다.
언론사에 길이 남을 10·24 동아 자유언론실천선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자유언론실천선언은 잠깐의 성취감을 맛보았을 뿐, <동아일보> 기자들의 강제 해직과 투옥이라는 비극으로 일단락됐다. 그리고 끝내 <동아일보>로 돌아가지 못한 안종필, 김종철, 박종만, 정연주 기자 등 10여 명의 젊은 기자들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를 구성해 자유언론실천운동에 투신했다. 평범했던 기자의 삶은 그 후 자의 반 타의 반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사의 삶으로 변모해갔다.
<동아일보>에서 해직당한 뒤 옥고를 치르던 기자 김종철은 1979년 7월 25일, 법정에서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최후진술을 남겼다. "한국 언론이 권력의 앞에 서서 권력자가 좋아하는 기사만을 조작까지 하는 그런 비참한 현실을 볼 때 저희로서는 도저히 이것을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도저히 매일매일 하루하루 지내는 것이 그런 걸레 같은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서 지내는 것 자체가 고문이었습니다."
<동아일보> 기자 박종만도 같은 날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때 과연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인으로서 무엇을 했던가 반성을 해 봅니다. (중략) 이제 이 땅에는 언론이 없습니다. 소극적으로 그저 진실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그런 의미의 죄악만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그러한 적극적인 죄악까지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이 땅의 언론의 현실입니다."
<동아일보>에서 해직당한 뒤 신문을 만들지 못해 우리 사회 저항의 움직임을 유인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결국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탄을 맞아 죽은 뒤에야 수의를 벗고 구치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거리로 쫓겨난 후에도 출근 시간마다 동아일보사에서 신문회관이나 종로5가까지 시위를 한 해직기자들. ⓒ동아투
벌거벗은 임금님과 소년의 용기
동아 자유언론실천선언이 나온 1974년은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나온 해이기도 하다. 1974년 박정희 유신정권 3년 차를 맞은 그해 언론의 현실이 그만큼 엄혹해서였을까. 선생은 책에서 당대 언론 현실을 이렇게 꼬집었다. "옷을 걸치지 않고도 입었다고 우기는 통치자의 진리와 권위는 임금의 것인가 측근 아첨배의 것인가. 이와 같은 허구와 허위는 통치자들의 속성이어야 하는가. 허위가 진리의 가면을 쓰고 나타날 수 있는 그 사회의 제도와 풍토는 어떤 것일까. 그 많은 백성들 가운데 임금의 알몸뚱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도 많았을 텐데 왜 모두 입을 다물고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까. 또는 못했을까."
리영희 선생은 당시 지적 암흑의 상태와 인간적 타락을 개탄하며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펜타곤 문서'를 전 세계에 폭로한 대니얼 엘즈버그의 용기를 지식인의 이성으로 보았고, 엘즈버그의 용기 있는 행동이 광기의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희망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당대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광기의 사회를 바로잡기는커녕 임금님이 알몸이라고 외친 소년에게 엄청난 임무를 떠맡긴 채 비굴과 자기 모독의 단계를 자처하고 말았다. 소년 뒤에 숨은 비겁한 어른들로 인해 군부독재의 칼날은 그 후로도 10년 넘게 춤을 추었고, 또 다른 소년들의 희생을 겪고 나서야 어른들은 광기의 칼날을 멈춰 세울 수 있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용기를 내 외치는 것은 그만큼 비현실적인 일이다.
나는 지난해 말 <기자유감>이라는 졸고(拙稿)를 한 권 냈다. 면구스럽지만 <기자유감>에 "나의 사표(師表) 리영희"라는 짧은 글도 실었다. 며칠 전 사인해 달라고 책을 들고 찾아온 후배에게 어떤 글귀를 적어줄까 고민하다가 “벌거벗은 임금님을 외친 소년의 용기”라고 적어주었다. 힘없는 소년의 용기만큼이라도 진실을 향해 발현해달라는 당부였다. 나는 소년의 용기에 비견할 만큼은 안 되지만 어느 날 작은 목소리를 낸 것을 계기로 시청자와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응원을 받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한 몸에 쏟아지는 응원이 날카로운 칼날로 변하는 것도 한순간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우쭐함에 취해 있다 눈 깜짝할 사이 나락으로 가는 선배 기자들을 여럿 보았다. 나의 용기는 그들의 우쭐함과 달리 순수(純粹)를 유지하고 있는가. 매일 자문하고 다짐한다. "나는 그들과 달라야 한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 180여 명이 동아일보사 사옥에 모여 언론인 스스로가 언론자유를 쟁취하자는 내용의 동아자유언론실천선언을 실행.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아카이브.
'바이든'이 지워졌고, '날리면'도 사라졌다
하지만 리영희 선생의 바람과 달리, 기자의 용기가 광기의 사회를 바로잡지 못하고 광기의 먹잇감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2024년 1월 12일,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 성지호, 박준범, 김병일 판사는 역사에 길이 남을 판결을 내놨다.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사태의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건에 대해 "사실 확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며 외교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판결문을 읽어보면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판결문에는 판사의 예단이 가득하다. 판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은'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하더니 그 뒤에는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다"라고 판시했다. 밝혀졌다는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결론은 바이든이라는 것인지, 날리면이라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판결문에서 모순되는 대목은 이뿐만 아니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발언의 취지, 전후 맥락, 목격자의 진술, 발언자의 해명 등은 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위 판단 기준만으로는 진위 여부를 밝히기에 한계가 있다"라고 해놓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발언의 시각과 장소, 배경, 전후 맥락, 당시 위 발언을 직접 들은 박진 장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하여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단정했다. 앞서는 전후 맥락과 목격자 진술은 개인의 주관이 개입돼 진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더니, 뒤에서는 전후 맥락과 목격자 진술을 판결의 논리로 제시한 것이다.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판사의 오지랖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판결문에는 "대한민국이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를 기여하기 위해서는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만약 야당이 1억 달러 기여에 동의해 주지 않을 경우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라는 판사의 걱정도 담겨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승인 안 해주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를 발언할 2022년 9월 당시에는 이미 다음 해 정부 예산안에 관련 글로벌 보건 기여 사업 예산이 편성돼 있었다. 그것만을 따로 떼서 국회 동의나 승인을 받는 절차가 필요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판사는 이를 국가 신뢰도까지 연결해 걱정해 준 것이다. 판사는 여야가 연말에 줄다리기할 전체 연간 예산안 심사에서 혹여 해외 원조 예산이 누락될까 봐 오지랖을 편 것인가. 그러나 여야가 해외 원조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적은 없다. 전체 국가 예산에서 해외 원조 예산의 비중은 약 0.1%로 아주 미미하기 때문이다.
판사는 또 당시 뉴욕에서 기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의견을 나눈 것을 두고 "이 사건 발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견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단정해 버렸다. 그런데 당시 기자들의 의견 교환 중 바이든이냐 아니냐는 이견이 없었다. 판사는 왜 자의적으로 "기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라고 예단을 한 것일까. 굳이 당시 제기된 이견을 꼽자면 국회니까 한국 국회를 말한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낸 기자가 소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판결문에는 MBC의 음성인식 서비스가 "바이든은"이라는 음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도 판결 논리로 적시돼 있다. 그러나 MBC의 음성 인식 서비스는 편리를 위한 장치일 뿐, 음성분석 기능은 없다. 그저 유튜브 동영상의 자동 자막 생성기(CC)와 같은 것이다. 유튜브가 제공하는 자동 자막에 얼마나 엉터리가 많은지는 써 본 이들은 알 것이다. 네이버 클로바노트도 마찬가지다. 두 서비스 모두 사람의 귀보다 더 잘 들을 수는 없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개그 프로그램에서 '바보 왕자' 역할을 맡은 개그맨이 "스즈측뽕"이라는 유행어를 반복해 시청자들의 배꼽을 빠지게 한 적 있었다. 자신을 세자로 책봉해달라는 희망을 맥락 없이 내뱉어 웃음을 자아낸 것인데 캐릭터에 맞게 발음을 "세자책봉"이라고 하지 않고 "스즈측뽕"이라고 뭉개서 한 것이다. 인간은 알아듣는 "스즈측뽕"을 기계는 알아들을 수 있을까? "스즈측뽕"을 알아듣고 박장대소하는 관객과 시청자들은 가짜뉴스에 현혹돼 웃은 것인가. 황당할 따름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자주 쓰는 용어 중에 "흐즈므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말라"는 말을 이를 악물고 화를 억누른 채 옆 사람에게 할 때 쓰는 우스개 표현이다. 인간들은 알아듣는 "흐즈므르"를 과연 기계는 알아먹을 수 있을까? "스즈측뽕"과 "흐즈므르"를 음성분석의 영역에 집어넣은들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인간의 우월성을 애써 외면하고 어째서 기계에 의존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판결문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정확히 무엇인지, 바이든 인지 날리면 인지가 담기지 않았다. 듣기 평가 후 2년 동안 결과를 기다려 온 국민은 허탈하기만 하다. 대통령실은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그 모든 걸 포함해서 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것"이라는 동문서답을 내놨다. 그 모든 것이 대체 무엇이냐고 물은 것인데 그 모든 것이 포함됐다니. 대통령도, 대통령 참모들도, 재판을 걸어온 외교부도, 판사도, 본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판사는 문제의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이렇게까지 옹호해 주었다. "사람의 음성은 (중략) '휘발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중략)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일반 국민에게는 좀처럼 발생하기 어려운 '휘발'이 왜 특정 집단에는 이렇게 자주 발생하는가. 또 왜 이리도 너그러운가.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기주 기자 저 <기자유감>과 '나의 사표(師表) 리영희.' ⓒ이기 언론인(言論人)과 언롱인(言弄人)
다시 리영희를 떠올린다.
지난해 12월 19일, 국회를 찾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기자들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질문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기자들의 면전에서 "민주당이 저한테 꼭 그거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던데요. 여러 군데에다가 공개적으로.."라고 면박을 줬다. 질문한 기자가 "그래서 질문 한 거 아닌데요"라고 짧게 항변했지만 한 장관은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을 이어갔다. '질문 사주'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기자들은 끝내 한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기자를 우습게 아는 권력자들의 언행은 최근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해법을 논의하겠다면서 도쿄를 찾아 이른바 '오므라이스 환대'를 받았던 2023년 3월 16일, 정상회담 후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기시다 총리가 회담에서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한국 측에게 요구했고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라고 보도했다. "위안부 문제나 독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라던 윤석열 정부에는 폭탄 같은 보도였다. 그것도 다른 언론사도 아닌,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 칭송했던 NHK가 쓴 기사이니 말이다.
NHK의 이 보도를 근거로 국내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굴욕외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나는 당시 도쿄에 있었는데,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NHK의 보도를 수습하느라 몹시 분주했다. 굴욕외교 논란이 확산하자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반응은 짜증으로 변해갔다. 한국 기자들에게 "일본의 언론플레이에 넘어가지 말라"는 말을 여러 차례 하는가 하면 "일본 언론이 매번 저런 식인 것 모르느냐", "외교 채널로 항의하겠다"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며칠 뒤에는 한국 기자들에게 일본 언론에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부화뇌동이라는 모욕적 표현에 항의하거나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나는 권력으로부터 모욕을 당한 기자들이 어째서 가만히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통령에게 1호기 안에서 따로 부름 받기를 기다리는 기자, 영부인과 셀카 찍기에 바쁜 기자, 모욕을 모욕으로 느끼지 못하는 기자가 허다하다. 이 땅에는 언론인(言論人) 대신 언롱인(言弄人)만 남은 것인가.
1971년 10월 <창조>라는 잡지에 실린 리영희 선생의 '기자풍토종횡기'는 나의 기자 지침서다. 권력에 기생하고 약자에 군림하며, 촌지를 뜯어내고 지성은 퇴보하고, 권력의 발표를 조건반사적으로 받아쓰는, 지금으로부터 53년 전 기레기의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 글이다. 지금 읽어도 50년 넘도록 어쩌면 그리 변한 것이 없는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우리는 언론인(言論人)과 언롱인(言弄人) 어디쯤 서 있는가.
권력이 되려는 기자들
출입처에 매몰된 기자들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눈앞의 권력에 취약하다. 선거의 해만 되면 엉덩이가 들썩이는 기자들이 줄을 선다. 자신이 출입했던 정치 집단에 들어가 권력이 되려는 기자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출마를 위해 정치판으로 직행한 폴리널리스트들의 실명이 이미 기사에 오르내릴 정도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는 불편부당하게 기자 직분을 수행했으니 정치를 해도 떳떳하다"라고 말한다.
지난 2019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담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말을 여러 차례 끊으며 "독재자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냐"는 질문을 했던 KBS 기자, 그리고 같은 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느냐"라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 경기방송 기자가 당시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다. 참고로 그 경기방송 기자는 그 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치를 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문 전 대통령과 KBS 기자의 대담 직후 중앙일보에는 이런 사설이 실렸다.
- "(중략)...대통령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무차별로 공격하는 비이성적 태도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력이다. 다수의 힘으로 겁박해 입을 틀어 막겠다는 발상이고, 결국 여론은 왜곡된다. 악플과 문자 폭탄, 항의 전화 앞에 시달리면 누구든 위축되기 십상이다. 이런 식의 배타성과 패권주의엔 청와대가 분명한 자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사설] '독재자' 질문 향한 융단 폭격 옳지 못하다 中 (중앙일보, 2019년 5월 11일)
<조선일보>도 당시 칼럼을 통해 문 대통령의 언론관을 이렇게 비판했었다.
- "(중략)...진행을 맡았던 기자는 '태도가 불량했다', '독재자 표현을 썼다'는 등의 이유로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중략)...지금 언론 상당수가 자발적이든 어쩔 수 없어서든 친(親)정권 성향이란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언론을 만나는 걸 극력 피한다. 그는 야당 때 "정치는 소통인데 박근혜 정부는 정치가 없다. 통하지 않고 꽉 막혀서 숨 막히는 불통 정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그 말이 되돌아오고 있다. 이럴 거면 '직접 언론에 브리핑', '24시간 공개' 등의 약속들은 대체 왜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만물상] 또 기자회견 없는 취임 2주년 中 (조선일보, 2019년 5월 11일)
이토록 문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을 비난했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 충돌 후 나에게 가해진 각종 위협과 폭력에는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그 신문사 출신의 정치인들이 기자 선배랍시고 나에 대한 비난에 앞장서는 웃기고도 슬픈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나에게 예의가 없다고 비난하다가 돌연 배지를 달겠다며 총선 출마를 선언했고, 장관이 되겠다며 나섰다가 줄행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기자를 하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출입처였던 권력으로 이동한 기자들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적이 그동안 있었던가.
참고로 2019년 5월 11일자 <조선일보> [만물상] 칼럼을 쓴 기자는 이동훈 당시 논설위원이다. 이동훈 논설위원은 이 칼럼 작성 2년 후인 2021년 6월, 윤석열 캠프의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두 칼럼 모두 5년이 흐른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
다시 1979년 7월 25일. 법정에 선 30대 초반의 <동아일보> 기자 정연주는 다음과 같은 최후진술을 남겼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한 게 죄라는 겁니다. 나무를 나무라고 이야기한 사실 (중략) 우리들 10명의 동지들, 선배들이 지금 당해야 하는 고통의 원인입니다. 이런 정말 말할 수 없는 처절한 코미디, 이것이 이 땅에 지금 서슴없이 함부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다시 1978년 11월 26일. 당시 반공법으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서대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리영희 선생은 200자 원고지 222매 분량의 긴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자신의 글을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하려는 권력의 광기에 대해 중세 시대 갈릴레오 재판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다소라도 정치적 성격이거나 정부의 이해관계 또는 체면에 관련된 사건의 재판에서 법원과 법관이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만하다."
반백 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언론 자유는 여전히 사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자들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출국금지를 당하는가 하면, 기자와 언론사 압수수색은 일상이 되고 말았다. 리영희를 필두로 김종철과 박종만, 안종필, 정연주에 이어 2024년에는 어떤 기자가 또 최후진술을 남기고 사라질 것인가. 권력은 또 어떤 언론을 법정에 세울 것인가. 대통령의 발언 하나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참담한 권력과, 부끄러운 사법의 장막을 걷어치울 용기가 지금의 기자들에게 있기는 한 것인가. "걸레 같은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서 지내는 것이 고문"이라던 김종철의 최후진술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진실을 추구하라"던 리영희 선생의 말도 여전히 귓가를 맴돈다. 1974년은 어느덧 2024년이 됐다. 50년 전 그들이 저항하던 자리에 우리가 서 있다. 우리는 지금 떳떳한가.
▲1978년 리영희가 서울구치소 재감 중 작성한 상고이유서 122쪽 중 첫 쪽 (좌), 85쪽 (우). 85쪽 4번째 줄에서 "대단히 유감된 일이지만, 다소라도 정치적 성격이거나 정부의 이해관계 또는 체면에 관련된 사건의 재판에서, 법원과 법관이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만하다."의 문구가 보인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기주 MBC 기자 최근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