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4일 일요일

[단독] 국방부, 주한미군 생화학 장비 검증은커녕 문서조차 확보 못해

존재 인정했던 주한미군 시설도 ‘군사보안’ 이유로 답변 거부...전문가 “검증된 장비” 자체가 어불성설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03-24 16:47:59
수정 2019-03-24 16: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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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합동생화학방어국(JPEO-CBD) 홈페이지 모습.
미 국방부 합동생화학방어국(JPEO-CBD) 홈페이지 모습.ⓒJPEO-CBD 홈페이지 캡처


국방부가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주한미군의 생화학 관련 시설에 대해 “건설 중에 있다”며 그 존재를 인정했으나, 최근에는 ‘주한미군과 관련한 군사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또 국방부는 주한미군 생화학 실험 장비에 관해 “이미 검증된 상태”라며 ‘앵무새’ 답변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실제로 국방부나 전문기관이 해당 주한미군 시설에 설치된 장비를 검증하지 못했으며, 관련 문서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거세질 전망이다. 
22일 국방부는 주한미군 평택기지에 ‘관련 시설이 언제 완공되었는지와 이에 소요된 우리 국민의 예산 및 규모를 알려 달라’는 기자의 질의에 보낸 공식 답변에서 ”국방부는 주피터 프로그램 추진사항에 대해서는 주한미군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시설에 관한 세부 정보는 주한미군 관련 사안으로 군사보안상 답변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앞서 본보는 단독 기사를 통해 새로 이전한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에 미군의 생화학 관련 실험실 예산이 책정돼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단독] 세계 최대 ‘주한미군 평택기지’에 위험천만 ‘생화학 실험실’도 들어섰다 
국방부는 28일 공식 답변을 통해 주한미군 평택기지 내의 생화학 실험실 존재에 관해 ‘주한미군과 관련한 군사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또 생화학 실험 장비에 관해서도 “이미 검증된 상태”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국방부는 28일 공식 답변을 통해 주한미군 평택기지 내의 생화학 실험실 존재에 관해 ‘주한미군과 관련한 군사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또 생화학 실험 장비에 관해서도 “이미 검증된 상태”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해당 문서 캡처
하지만 이는 해당 실험실의 운영 예산일 뿐, 그 시설은 평택기지가 건설될 때 완공된 것으로 우리 국민의 혈세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짙다. 기자는 질의서에도 “국민의 세금이 90% 이상 들어간 이전 사업”이라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질의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해당 시설의 존재를 인정하기는커녕 ‘주한미군 관련 군사보안’을 이유로 답변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또 해당 시설 건설과 완공에 들어간 국민 혈세도 전혀 밝히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지난 2015월 ‘살아있는 탄저균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6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주피터 프로그램 관련 시설은 지금 세 군데, 용산, 오산, 군산은 있고 평택은 건설 중에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 장관은 “제일 먼저 만든 것은 1998년도에 만들어졌다”면서 “그게 아마 오산기지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택은 건설 중이냐’는 질의에 재차 “예”라고 답변하면서 “구체적인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저희가 지금 확인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방부가 당시에는 “건설 중”이라고 확인한 것을 현재는 ‘주한미군 군사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2015년 당시는 새로 이전할 평택기지가 약 80% 가까이 완공 중이었고, 한 전 장관도 이를 인정했지만, 막상 완공되고 운영되는 시점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셈이다.
미국 유타주에 있는 미군 생화학 연구시설인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한 요원이 생물학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자료 사진)
미국 유타주에 있는 미군 생화학 연구시설인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한 요원이 생물학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자료 사진)ⓒ유타주 해안경비대 공개 사진
우희종 교수 “공개 안 된 안전성 없는 시설에서 하는 행위는 ‘위험천만’한 것”
국방부는 또 ‘살아있는 탄저균 사태’ 이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약속에도 미군 문서에 나와 있는 ‘살아있는(live) 매개체 테스트 등 위험성’에 관한 질의에는 “장비는 시험을 통해 이미 검증된 상태”라며 “생화학 실험과는 관계가 없다”는 앵무새 답변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안전성 검증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 주한미군 측이 검증을 했다면, 관련 문서를 받은 것이 있느냐’는 질의에도 답변을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관해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기자에게 “전에 탄저균 사태가 났을 때 한 번 부산 8부두 시설을 방문한 것이 전부”라며 “안전성 검증을 해본 적도 없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당시 미군 측에서 미국에서 전문가가 와서 설명하기로 했는데, 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한미군 정보소식통도 “해당 프로젝트는 펜타곤(미 국방부) 생화학합동방어참모국에서 주관하는 것이라, 우리(주한미군)도 알 수가 없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한국(국방부)에서 문의가 오면 해당국에 문의해서 답변을 전달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방부가 아직도 생화학 실험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기본도 모르는 이야기”라며 “검증된 장비라는 눈가림식의 주장 자체가 의미가 없고 말이 안 되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장비 자체가 검증되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주피터 프로그램은 해당 장비를 검증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한 검증 과정에서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탐지와 방어만을 위한 장비라는 말도 더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보려면, 처음에는 죽은 샘플을 사용해도 최종적으로는 살아있는 샘플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아무리 도입 목적의 정당성을 내세우더라도 테스트라는 말 자체가 위험한 데, ‘방어용’이라고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생물학 공격 방어용이라고 하는데, 적이 죽어있는 균을 사용하느냐”고 반문하면서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생물학안전등급(BSL)도 갖추지 않은 시설에서 이 같은 실험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4.27시대는 통일완성시대!

이정훈의 반도평론 (2)
  •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 승인 2019.03.25 10:37
  • 댓글 0
1. 7.27의 회상
한국(조선)전쟁은 기이한 전쟁이었다. 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핵을 처음으로 거머쥔 거대 패권제국이 핵도 없는 동방의 작은 신생공화국을 결국 이기지 못하고 정전협정에 서명한 전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대성 신화가 처음으로 여지없이 깨진 전쟁이었다. 전쟁 초기 미 합참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전쟁에 승리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여 핵무기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미국은 속전속결과 승전을 낙관하였으나 이 전쟁은 미국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1950년 12월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전쟁승리를 장담하던 더글러스 맥아더의 크리스마스 총공세가 대패로 돌아가자 미국은 경악했으며, 더 이상 전쟁의 승리를 자신하지 못했다. 맥아더는 한반도에서 원자폭탄 26개를 사용할 목표물을 지정하기도 했으며 원자폭탄 30~50개를 투하해 동해에서 서해까지 ‘방사능 코발트 벨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전쟁 개시 6개월 만에 미국은 핵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소련의 핵사용 가능성, 중국과의 확전과 인민군의 분산 집중전술에 밀려 결국 핵을 사용치 못했다. 핵무기가 사용될 뻔했던 가장 위험한 시기는 1951년 4월로 알려져 있다. 당시 트루먼 대통령은 핵무기를 중국과 이북 목표물에 투하하라는 명령서에 서명까지 했다고 한다.
▲ 더글러스 맥아더(왼쪽), 존 볼턴(오른쪽)
오늘의 워싱턴 군산복합체를 대변하는 존 볼튼과 유사한 ‘反(반)휴전파’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로 더글러스 맥아더이다. 맥아더와 트루먼의 대립은 극심했는데 휴전협상은 1951년 4월 트루먼이 맥아더를 해임한 뒤인 1951년 7월 개시되어 2년 넘게 이어지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으로 매듭지어졌다. 트루먼이 핵을 쓰지 않고 정전협상에 임한 것은 그가 평화주의자여서가 아니다. 승산 없는 전쟁에서 후퇴하는 현실적인 길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2년여의 휴전협상 기간 중에 전투는 더 치열하게 전개되어 전체 전쟁 사상자의 70%가 이 기간에 발생했다.
7.27 정전협정은 체결되었으나 전쟁의 양상은 ‘총성 없는 핵 대결’로 바뀌어 70년 가까이를 지속해 왔다. 그러다가 2017년 11월 조선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전쟁의 양상은 다시금 전변되었다. 동아시아 국지전에서 열핵 세계대전으로, 미국의 일방적 핵 위협에서 조미 상호 국가전멸을 위협하는 전쟁으로 바뀌었다. 중국 이외에 사회주의국가로는 처음으로 조선이 핵보유국 지위에 오르자, 냉전 해체로 가라앉았던 미국과 서방의 자본주의체제 안전보장 문제가 다시 전면에 대두된 것이다. 끝나지 않은 한국(조선)전쟁의 질적 전화, 이것이 역사적인 조미 정상회담이 열린 근본 배경이다. 이 회담의 본질은 엄밀히 말하면 흔히 알고 있듯 비핵화 회담이 아니다. 한국(조선)전쟁을 완전히 종결하는 종전회담이자 평화회담이다.
트럼프 정부의 요청으로 66년 만에 종전회담이 열렸으나 양상은 7.27의 연장선에 있다. 7.27 당시 미국 내부가 핵 확전과 정전협정을 두고 찬반으로 갈렸던 것처럼 오늘의 미국은 종전을 두고 갈라져 있다. 협상은 시작됐으나 마지막 전투와 술수는 과거보다 더 심하다. 오리무중의 협로에다 중단과 재개의 반복은 7.27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2. 선의에 악의로 답한 결과
3월15일 평양에서 진행된 긴급기자회견에서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부상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이 (핵·미사일 실험 유예 등) 우리가 취해온 조처들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지 않거나 정치적 계산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요구에 양보하거나 협상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 “미국은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고 우리는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지, 그리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할 것”이라고 미국 AP와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협상을 계속할지, 핵시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모라토리엄)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의 핵시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자신의 가장 큰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 왔다. 역사상 처음인 조미협상 개시만으로도 트럼프는 오랜 동안 누적 심화된 미국 국가안보 위기의 급한 불을 끈 셈이다. 역대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가시적 성과를 일궈낸 것이다. 그런데 급한 불을 끄자마자 트럼프 정부는 북의 비핵화 의지와 선제적 핵 시험장 폐기, 그리고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조처를 악용해 나섰다. 과감히 결단해야 할 대북제재 문제를 두고 좌고우면하면서 시간을 끌고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했다. 그러면 북이 후퇴하여 더 유리한 자리에서 협상을 주도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 같다. 베트남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조미관계를 진전시키려 한 게 아니라 다른 정치적 계산 아래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고 시간 여유를 부렸다.
최선희 부상의 긴급회견 직후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모라토리엄은)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이라며 달래기에 나섰으나 북은 지난 22일 전격적으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단행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미 재무부의 대북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 북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통해 미국뿐 아니라 미국에 편승하는 남쪽의 태도도 문제 삼고 있음이다. ‘미국의 제재 범위에서 남북교류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 자세와 마치 완전 폐지하는 양 떠벌이던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키리졸브)을 ‘동맹’ 훈련으로 지속하는데 대한 북의 대응이다. 남쪽과 미국이 4.27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조미공동선언을 위반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상유지를 하면서 유리한 입지를 염두에 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협상의 밑돌이 빠지면 그동안의 성과는 물론 협상 자체가 허물어질 수 있다. 지금의 위기가 바로 그렇다. 북도 미국 내부의 심각한 정쟁과 반트럼프 세력까지를 감안하며 대응하는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번 위기는 사실 트럼프가 자초한 ‘오판’의 결과라고 하겠다. 진정 트럼프가 이런 결과를 의도했다면 협상은 여기서 끝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는 대통령 재선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는 트럼프에겐 부메랑으로 작용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될 것이 틀림없다.
현재 조미간 협상에서 유일한 성공비결은 이른바 ‘빅딜’이나 일방적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간 상호신뢰에 기초한 ‘단계별 동시행동’이다. 이것이 회담의 전제이고 대원칙이다. 조미협상에서는 힘을 통한 제재나 미국내 정쟁을 염두에 둔 정치적 술수 따위가 더는 통할 수 없음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만약 일방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협상에서 이미 마련된 우호적 환경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협상 자체에 위기를 부를 것이다. 뚫지 못할 벽에다 찬 공은 결국 트럼프에게 되돌아갔다.
3. 4.27시대, 자주통일투쟁의 지위
4.27시대란 과연 어떤 시대이며 4.27시대의 목표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4.27시대를 ‘한반도 평화시대’, ‘공동번영시대’, ‘통일시대’ 등으로 일컫는다. 모두 의미 있는 규정이다. 필자는 지난 6.15시대가 통일의 준비기였다면, 4.27시대는 민족의 단합된 자주역량으로 결론을 짓는 통일시대라고 본다. 한마디로 ‘자주통일을 여는 시대’라 하겠다. 4.27시대는 남북의 반제민족자주역량이 외세를 제압하기 시작한 승리의 시대이다. 그래서 4.27시대의 최종 목표와 완결은 자주통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체감하듯 4.27시대의 양상과 경로는 탄탄대로가 아니다. 새로운 통일 역사를 창조해가는 4.27시대 역시 역풍과 외풍, 그리고 진퇴와 우여곡절은 피할 수 없으며 그런 가운데서 한걸음씩 전진하는 것이다. 4.27시대의 전진은 필연이다. 4.27시대를 만든 근본 힘은 외세나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남북해외 우리민족의 70여년 반외세 자주역량이기 때문이다.
4.27시대 자주통일의 완성을 앞당기려면 조미간에 계산할 것이 있으며 남북당국과 정당, 사회단체가 제각기 할 역할이 있다. 한국 진보 역시 커다란 역사적 책무가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성은 원래 변하지 않아 조미협상은 성공 가능성이 없으니 기대와 관심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지난 7.27정전협상 과정과 결과는 무의미하고 국지적 개별전투만 중요하다는 주장처럼 단견이다. 반대로 조미협상에 일희일비하며 스스로의 노력과 투쟁 없이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의 이익만 계산하는 태도 역시 문제다.
새로 열린 4.27시대는 온 국민에게 거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년도 안 되는 동안 3차례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으로 한국 민중은 북녘 지도자와 사회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를 맞았다. 미국의 부당 간섭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민족단합의 기운이 높아가고 국민들은 북과 미국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내부 정쟁과 대결을 끝내고 전면적인 남북 교류협력이 진행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온 국민이 남북 철도와 도로의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갈망하고 있으며, 나아가 유라시아 철도 연결과 러시아 가스관의 서울 진입이라는 새 시대를 고대하고 있다. 사람들은 통일이 단순히 평화만이 아니라 민생이며 일자리이자 젊은 새 세대의 활로임을, 통일이 밥이라는 것을 빠르게 깨달아 가고 있다. 누가 통일을 원하며 누가 우리민족의 번영을 방해하는지도 알아가고 있다. 역사적인 고비에는 모든 감추어진 본질이 대중적으로 만천하에 드러나는 법이다. 4.27시대는 대중적 통일열망과 함께 대중적 자주통일운동이 새롭게 열리는 시대이기도 하다.
4.27시대에는 분단적폐 청산이 중핵적 과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분단적폐청산투쟁, 자주통일투쟁과 민족의 단합을 위한 거국적 ‘북 바로알기 운동’과 ‘통일국가 건설운동’, 이것이 4.27시대 일관되게 한국 진보가 해야 할 선도적 역할이다. 우선 알아야 통일이다. 새 시대의 주인인 대중은 새로운 정보와 진실을 원한다. 4.27시대가 깊어갈수록 ‘북 바로알기’는 필연적으로 새 세대와 근로대중 자신의 요구로 발전한다. 통일의 주인은 소수가 아닌 대중이다. 주류 보수언론에 의해 왜곡된, 북에 대한 그릇된 허상을 깨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접해 ‘마음의 38선’을 허무는 것이 통일의 시작임은 물론이다.
4. 제재를 넘어 남북 전면교류로, 통일로!
국가보안법 철폐,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4.27시대 한국 진보 앞에 놓인 과제들이다. 바위처럼 무겁지만 4.27시대가 전진하며 온 민족의 힘으로, 대중의 힘으로 능히 하나씩 해결할 수 있다. 당면해서 대북제재는 단순히 북을 봉쇄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번영과 행복추구권을 동시에 봉쇄하고 있다. 대북제재가 아니라 우리 남북 민족에 대한 제재이다. 대북제재는 미국이 그어놓고 붙들고 있는 ‘새로운 38선’이다. ‘통일 제재’이자 ‘민족번영 제재’이다. 따라서 제재 문제는 조미간만의 협상의제가 아니다. ‘새로운 38선’ 제재 문제 해결 없이 번영과 통일은 없다.
나라의 독립도 통일도 결코 저절로 오는 법은 없다. 촛불투쟁이 그러했듯 민중과 함께 한국 진보가 움직여야 국민대중이 움직이고 대중이 움직여야 ‘그들도’ 움직인다. 4.19 이후 들었던 통일구호가 다시 생각난다. “이 땅이 뉘 땅인데 오도 가도 못하느냐?!”,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개성, 금강산에서!” 온 국민의 염원을 모아 “남북 전면교류 확대! 제재 반대!” 미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간섭을 중지시키고 전면교류를 우리 힘으로 실현시켜야 한다.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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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님, 북미 관계엔 남한을 들이셔야 합니다

19.03.25 08:46l최종 업데이트 19.03.25 08:46l






호치민 묘소의 김정은 위원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참배하고 있다.
▲  북미 정상회담이 특별한 소득 없이 끝난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한 채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3월 2일 하노이의 호찌민 묘지를 참배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다.
ⓒ 연합뉴스
 
지난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남조선은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이지 중재자는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한국의 역할에 대한 불편함 내지 서운함을 표시한 데 이어, 22일에는 북한 정부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직원들을 철수시키는 조치를 단행했다. 북한 땅에 남한 사람들을 놔둔 채 북한 사람들만 철수하는 흔치 않은 모양새가 벌어지게 됐다.

북한이 겨냥한 주된 표적은 미국이겠지만, 22일의 조치 속에는 한국에 대한 북한의 전통적인 시각이 묻어 있다. 하노이 회담을 깬 당사자는 미국인데도 한국과의 호의적 관계를 일방적으로 후퇴시키는 북한의 태도는,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해온 북한의 오랜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사람들은 객관적인 국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대미 자신감을 갖고 있다. 누구의 도움이 없더라도 미국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런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사례들이 있다.

북한이 자신감을 갖는 역사적 사례들... 하지만
 
1866년 제너럴 셔먼호 사건: 통상을 요구하면서 대동강에 침투한 미국 상선을 격침함.
1871년 신미양요: 아시아함대 병력 1230명과 군함 5척의 침공을 받고도, 미국의 통상 요구를 거부하며 미군을 퇴각시킴.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북한 영해를 침범한 미군 정찰선을 나포한 일로 인해 미국의 전쟁 위협과 해상봉쇄를 받았지만, 결국 미국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냄.
1969년 EC-121기 사건: 북한 영공을 침범한 미군 정찰기를 격추한 일로 인해 미국의 전쟁 위협과 해상봉쇄를 받았지만, 결국 미국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냄.
1976년 판문점 도끼 사건: 북한 군인들이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살해한 일로 인해 미국의 전쟁 위협을 받았지만, 북한이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사건이 종결됨.
 
말기의 조선왕조 국력으로 서양 열강의 일원인 미국와의 대결을 승리로 장식한 1866년·1871년 사건과, 조선왕조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영토를 갖고도 세계 최강 미국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밀리지 않은 1968년·1969년·1976년 사건은 오늘날 북한의 대미 자신감을 키워주는 원천이 되고 있다.

그런데 위 5건의 사건이 갖는 공통점이 있다. 한결같이 미국이 제3자와의 전쟁에 연루됐을 때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1866년과 1871년은 미국과 인디언의 전쟁이 아직 진행 중일 때였다. 이 전쟁은 1886년에야 끝났다. 1968년·1969년·1976년은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거나 그 후유증에 시달릴 때였다. 미국이 조선왕조 혹은 북한과의 대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시점에 일어난 일들이었던 것이다.

미국이 상당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에서 북한과 일대일로 대결한 사례로는 1993년 제1차 북·미 핵위기를 들 수 있다. 이때는 1990년에 이라크와의 걸프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데 이어 1991년 12월에 구소련이 붕괴한 뒤였다. 이로 인해 미국의 세계패권이 일시적으로 강화된 상태에서 핵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에, 미국은 이전 어느 시기보다 훨씬 더 대북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핵위기가 발생한 1993년 3월부터 제네바 합의로 위기가 봉합된 1994년 10월 사이에 미국이 제3국과의 전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기간에 미국은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또 1993년 6월에는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기도가 있었다"며 이라크를 공습했다. 1994년 9월에는 아이티를 침공했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결정적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미국은 여타 시기에 비해 훨씬 강한 집중력을 대북관계에 투입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북한과 미국은 전쟁을 불사할 듯한 곡예를 벌이다가 결국 제네바 합의로 사태를 봉합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무승부나 다름없는 제네바 합의를 거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위의 5건과 달리 이때는 미국의 굴복을 얻어내지 못했다. 미국의 대북 집중력이 높아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일대일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미국과 제3국의 관계 악화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음을 뜻한다. 물론 세상 일이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므로, 미국과 제3국의 전쟁이 없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미국을 꺾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객관적 조건만 놓고 보면, 제3국의 '협조' 없이 북한이 일대일 대결에서 미국을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것은 지금 단계에서 북한이 대미관계를 평화적으로 풀고 경제제재 해제와 북미수교를 얻으려면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플레이어가 됐든 중재자가 됐든, 북한을 돕는 누군가의 작용이 있어야만 북한의 목표가 수월하게 성취될 수 있음을 뜻한다.

플레이어든, 중재자든, 북한은 누군가가 필요하다

러시아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러시아는 아직까지는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을 고도화할 만한 여력이 없다. 설령 러시아가 나선다 하더라도, 북한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중재는 미국인들에게 거부감만 줄 뿐이다. 일본은 능력을 떠나 자격이 되지 않는다. 이 점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중국 역시 북한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다는 점은 1997년 시작된 4자회담에서도 충분히 드러났다. 4자회담은 제1차 핵위기 2년 뒤인 1996년 4월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한미 공동발표문을 통해 제안된 것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남북한·미국·중국의 4자 협의체다.
 
 4자회담 설명회에 참석한 북한 김계관 외교부 부부장(지금의 외무성 부상). 1997년 3월 6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  4자회담 설명회에 참석한 북한 김계관 외교부 부부장(지금의 외무성 부상). 1997년 3월 6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 경향신문
 
한국과 미국이 제안했지만, 회담을 주도한 것은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주도권을 쥐었지만, 중국의 행보는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4자회담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상당히 드러난 시점인 1998년 8월 장공자 충북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 '4자회담의 전개 과정과 전망'은 중국의 태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은 4자회담에 대해 원칙상으로는 지지하나 미국을 제외한 남북한 당사자 해결 원칙을 고수하며, 미국의 대(對)한반도 영향력 행사에 제동을 걸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발언권을 강화코자 한다."
-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가 발행한 <사회과학연구> 제15권 제1호 수록.

4자회담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언뜻 보기에는 고마운 일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의 의도는 한반도 문제의 키를 쥔 미국을 견제하는 데 있었다. 북한과 미국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함에도, 남북한의 주체적 해결을 지지하는 엉뚱한 해법을 제시했던 것이다. 위 논문에 이런 대목도 있다.
 
"중국은 ······ 북한의 대미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기대가, 자칫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에 일익을 담당케 될 것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에 지나치게 목을 매다가 미국 편이 되지 않을까를 중국이 우려했던 것이다. 그런 중국이 주도권을 잡았으니, 북한과 미국이 차분하게 논의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4자회담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중국이 중간에 끼어봤자 북한에 이로울 게 없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 점은 제2차 북미 핵위기 때 개최된 6자회담에서도 드러났다. 6자회담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베이징에서 열렸다. 중국의 중재 하에 오랫동안 열렸지만, 실질적 성과는 별로 없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란 측면에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별로 없었다. 2009년 7월 15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발언한 것은 6자회담이 무용할 뿐 아니라 중국의 중재도 무용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러시아? 일본? 중국? 글쎄... 지난날을 돌아보면
 
 6자회담의 한 장면. 2007년 2·13 합의 당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의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찍은 사진.
▲  6자회담의 한 장면. 2007년 2·13 합의 당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의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찍은 사진.
ⓒ 김종성
 
한편, 한국은 북미관계에 실질적 도움을 준 실적을 갖고 있다. 한국이 플레이어 혹은 중재자로 낀 결과, 2018년과 금년에 북한은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역사적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북한과 미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앉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한국이 개입한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이 같은 성과가 도출됐다는 사실은, 중국·러시아·일본이 할 수 없는 일을 한국은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선희 부상의 플레이어 발언과 연락사무소의 일방적 철수를 통해 북한은 남한을 낮게 평가해온 전통적인 대남 인식의 일면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호전적 정권만 출현하지 않는다면 한국이 북미관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이제까지의 역사가 잘 증거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북미관계를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 북한이 단독으로 혹은 중국 등의 중재 하에 미국을 상대하기보다는 동족인 한국과의 협조 하에 미국을 상대하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북미관계에 남북공조가 유익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증명된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러시아·일본은 미국과의 동맹 여하를 떠나서, 한국만큼 열의를 보여주기 힘들다. 그들은 한국보다 강한 대미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런 영향력을 북한을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미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그 약한 영향력이나마 북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피를 나눈 형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플레이어나 중재자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같은 피가 흐르는 동족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 퓨전접근(Fusion Approach) 제안

<칼럼>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곽태환  |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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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5  00: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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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은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을 말이 아니게 손상시켰고 현재 그 신호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북한이 받은 상처,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실망, 좌절감,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촉진자’ 혹은 ‘가교 역할’에 대한 불만이 여러 북한매체를 통해 전달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은 그 불만들을 실질적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2018년 9월 14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 이후 190일 만인 3월 22일 북측은 갑자기 일방적 통보를 하고 철수했다. 개소 이후 6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 하에 북측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전원철수 하는 이유도 밝히지 않아 그 배경이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외무성 최선희 부상이 평양기자회견(3.15)에서 문재인 정부를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그가 ‘워싱턴의 동맹’이며 “남조선은 중재자가 아니고 플레이어”(player)라고 말했다.  이 말의 참뜻은 문 정부가 중재자 혹은 가교 역할은 그만 두고 플레이어, 즉 미국 편보다 북한 편에 서서 당사자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북측 <메아리>는 3월 22일 노골적으로 문 정부를 비판했다. “중재자, 촉진자가 아닌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 속에 북한의 의도가 담겨있다. 문 정부의 역할과 관련하여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의 길을 뚫어달라는 당사자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북한의 불만도 무시 못 할 정도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 결정(3.22)을 하는데 큰 몫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북측이 요구하는 당사자가 아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일이 현실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 회담의 장밋빛 전망만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가 협상 결렬 이후 촉진자 역할이나 가교 역할을 뛰어넘어 보다 당사자로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현재 북한이 가지고 있는 문 정부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임이 틀림없다.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미국이 남북협력사업에 간섭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의 인식이다. 지금까지 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에 성공했지만 이제부터는 문 정부는 북한 편에 서서 당사자로서 역할을 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는 만만치 않다. 이러한 북한의 일련의 행동들은 북미관계가 개선되어야 남북관계도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문 정부에 던진 것이다. 따라서 현 북미관계는 남북관계 발전을 어둡게 하고 있다.
향후 북미 간 협상이 진척이 없으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개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개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일정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 본다면 내년도 재선을 위해 늦어도 금년 가을까지 북한과의 핵 타결을 해야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남북관계도 청신호가 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특히 ‘비핵화-평화체제’와 관련하여 향후 어떤 역할이 바람직한가를 제안하고자 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요인을 분석해 보면 북미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각자의 해법을 놓고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정상회담 협상에서 ‘노딜’ (no deal)로 끝나 결국 정상회담은 결렬(breakdown)되어 유감스럽다. 그러나 북미 최고지도자간 대화와 협상의지가 강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6.12 북미공동선언문 4개항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에 향후 새로운 비핵-평화 로드맵에 합의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실현될 것으로 확신하면서 아래 새로운 융합접근(Fusion Approach)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2차에 걸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나타난 북미 협상의 핵심 장애물은 북미 간에 합의된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로드맵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합의된 비핵화 로드맵이 없으니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향후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언제 갑자기 그의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져서 대북 정책전환을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므로 먼저 북미 간 상호 신뢰구축이 급선무이다. 신뢰가 없는 데 미국의 영변 외 +a ‘빅딜’ 제안을 현실적으로 북한이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역지사지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북미 양측의 전략가들이 각자 시각에서 주장해온 바와 같이 미국의 “일괄타결식 방안”과 북한의 “단계적,. 동시 행동 방안”이 상호 배타적인 개념으로 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필자의 주장은 두 개념의 융합(fusion)을 주장하여 두 개념이 상호배타 적인 개념이 아닌 상호보완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두 개념을 융합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퓨전 접근(Fusion Approach)을 통해 두 개념을 융합하여 상호보완적이라는 인식을 공유함으로서 한반도 비핵화-평화 문제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다.
이 두 개념을 새로운 융합접근 방식으로 접목하면, 현재 미국의"일괄타결식" 방안을 향후에 합의하게 될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에 담고, 실행할 때는 "북한의 단계적,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이행하는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행 로드맵을 만들게 되면 두 개념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역할은 무엇인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까지 문재인 정부의 “가교 역할”을 계기로 북미정상회담이 2차례 개최된 것은 그 공로를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는 ‘촉진자’ 혹은 ‘가교 역할’에서 완전하게 탈피하여 이제부터 한국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즉, 문재인 정부의 새 역할은 문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평화제제 구축 로드맵을 만들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3국 정상이 로드맵에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융합방식의 포괄적 로드맵 속에 일괄 타결방식과 단계적 이행 로드맵이 공존하게 되어 북미가 주장하는 두 방식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융합접근 방식으로 만든 실행 로드맵은 북미 양국이 고집하는 비핵화 접근 방식이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북미 양측은 문재인 정부의 새 역할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입구론과 출구론을 포함한 로드맵에 합의한다면 한반도에서 비핵-평화시대가 가까 운 장래에 도래할 것으로 확신한다.

곽태환 박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미국의 특수작전기들은 왜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는가

[개벽예감340]미국의 특수작전기들은 왜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는가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3/25 [08:2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미국의 특수작전기들이 한반도에 집결한 심각한 상황
2. 미국이 감행하려는 해상검문검색, 매우 위험천만한 행동
3.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갑자기 철수한 이유
4. 한반도의 비핵화 넘어 태평양의 비핵화 제기한 김정은 위원장


1. 미국의 특수작전기들이 한반도에 집결한 심각한 상황

한반도 정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악화되었다.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우리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낭패를 본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조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성사되었는데 한반도 정세가 설마 더 악화되겠는가 하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최근 한반도 정세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알지 못해서 생겨나는 착오다. 최근 한반도 정세를 계속 악화시키고 있는 사건들은 무엇인가?  

(1)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9년 3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본토에서 주일미국군기지로 이동배치된 RC-135U 전자정찰기가 서해 상공을 비행하면서 조선을 감시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미국군에 단 두 대밖에 없는 RC-135U 전자정찰기는 레이더파를 감시하거나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특수작전기다. 이 전자정찰기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인근에 있는 오펏공군기지에 배치된 것인데, 최근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로 이동배치되어 조선인민군의 레이더파를 감시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 2019년 3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RC-135W 전자정보수집기가 RC-135U 전자정찰기와 함께 최근 수시로 한반도 인근 상공에 나타나 조선을 감시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RC-135W는 무선통신을 감청하는 전자정보수집기다. 미국군이 특수작전기들을 동원하여 조선인민군의 레이더파를 감시하고, 조선인민군의 무선통신을 감청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정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건이다.   

(2) <중앙일보> 2019년 3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 E-3 조기경보통제기가 일본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동해 상공을 비행하였다가 오산미공군기지에 착륙하였고, U2 고고도정찰기와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도 한반도 상공에 출현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미국군이 조선인민군에게 공중감시활동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정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건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미국 공군이 단 두 대밖에 운용하지 않는 RC-135U 전자정찰기를 촬영한 것이다. 이 전자정찰기는 레이더파를 감시하거나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특수작전기다. 원래 이 전자정찰기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인근에 있는 오펏공군기지에 배치된 것인데, 최근 일본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로 이동배치되어 조선인민군의 레이더파를 감시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이 전자정찰기와 함께 무선통신을 감청하는 RC-135W 전자정보수집기도 한반도 인근 상공으로 출동시켜 대조선감시작전을 벌이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미국은 조기경보통제기, 고고도정찰기, 무인정찰기도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키고 있다. 이런 정황은 한반도 정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미국이 전자정찰기, 전자정보수집기, 조기경보통제기, 고고도정찰기, 무인정찰기를 비롯한 특수작전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집결시킨 목적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징후를 탐지하려는 데 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선통신과 레이더파를 발신하게 되고, 9축18륜 발사대차를 발사지점으로 이동시키게 되므로, 미국은 여러 종류의 감시수단들을 한반도 상공에 집결시켜 발사징후를 탐지하는 것이다. 이런 심각한 정황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징후를 노출하였기 때문에, 미국이 바짝 긴장하여 각종 특수작전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집결시켰음을 말해준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2017년 12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던 2017년 11월 29일 당시 미국은 시험발사 72시간 전에 발사준비정황을 포착하였고, 시험발사 2시간 전에는 화성-15를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가 야간에 발사지점으로 이동하여 거대한 미사일 동체를 수직으로 세우는 장면을 포착하였다고 한다. 당시 미국이 화성-15 시험발사준비정황을 72시간 전에 포착했다는 말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신한 무선통신과 레이더파를 포착하였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만일 RC-135U 전자정찰기와 RC-135W 전자정보수집기가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무선통신과 레이더파를 포착하여 본부에 긴급보고하게 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그로부터 72시간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 2017년 11월에 쏘았던 화성-15를 다시 쏘는 게 아니라 아직 한 번도 시험발사하지 않은 화성-16을 쏠 것이 분명하다. 만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16 시험발사를 단행하면, 2017년 11월에 있었던 화성-15 시험발사와는 대비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메가톤급 충격파가 워싱턴을 강타할 것이다. 그것 한 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생명을 마감하게 될 것이고, 미국은 국가안보파탄위험의 충격과 공포 속에 빠져들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조선은 왜 미국을 상대한 협상을 중단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노출하는 것일까? 그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언약한 중대한 공약을 위반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미국군과 한국군이 합동으로 전개하는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고 언약해놓고서도, 올해 들어와 그 중대한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그 내막은 다음과 같다.

미국군과 한국군은 ‘키 리졸브’라는 작전명칭을 내걸었던 대조선전쟁지휘예행연습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동맹’이라는 작전명칭을 내건 새로운 대조선전쟁지휘예행연습으로 대체하였다. 미국군과 한국군은 ‘동맹 19-01’이라는 작전명칭을 내건 전쟁지휘예행연습을 2019년 3월 4일부터 12일까지 7일 동안 감행하였다. 일본 오끼나와에 전진배치된 미국 해병 제3원정군을 지휘하는 사령관이며, 한미연합해병대를 지휘하는 연합해병구성군사령관인 에릭 스미스가 ‘동맹 19-01’ 전쟁지휘예행연습에 참가하였는데, 그는 전쟁지휘소에 들어앉아 컴퓨터모의프로그램으로 가상적인 전쟁예행연습을 지휘한 줄로 알았더니,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실전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미국 해병대의 기습상륙전연습을 직접 지휘하였다. 

그의 지휘통제를 받으며 미국 해병대와 특수작전대가 대규모 기습상륙전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군 소식지 <스타즈 앤드 스트라입스> 2019년 3월 22일 보도를 통해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제31해병원정대, 제3해병사단, 제3해병병참대, 제1해병항공대, 미국 공군 제353특수작전대, 미국 육군 제1대대 및 제1특수작전대가 ‘동맹 19-01’이 감행되고 있었던 지난 3월 11일부터 14일까지 대규모 기습상륙전을 가상한 ‘원정전진기지작전’이라는 것을 일본에서 벌여놓았다. 보도에 따르면, 그들은 일본 오끼나와에 속한, 미국 해병대 훈련기지가 있는 섬 리시마(伊江島)에 기습상륙하여 점령하는 연습을 감행하였는데, F-35B 전투기들이 정밀유도폭탄을 투하하고, 해병대 포병부대가 장거리포를 쏘아대고, 해병대 상륙부대와 특수작전부대가 수송기를 타고 공중급유를 받아가면서 1,440km를 날아가 가상적진에 강하하는 기습상륙전연습을 실전분위기 속에서 감행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기습상륙전연습에서 공중기동거리를 왜 1,440km로 정했을까? 오끼나와에서 원산까지 직선거리가 약 1,440km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그들이 오끼나와에서 이륙한 수송기를 타고 원산 해안에 강하하여 그 도시를 점령하는 기습작전을 연습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2019년 3월 21일 조섭 던포드 미국군 합참의장은 워싱턴에 있는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인 애틀랜틱 카운슬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지난날 ‘독수리’라는 작전명칭을 내걸었던 한미합동야전기동훈련을 올해는 대대급, 중대급으로 나뉘어 중령 이하 지휘관들이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사단급 전투부대를 동원하였던 기존 한미합동야전기동훈련을 대대급 및 중대급 전투부대를 동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한미합동야전기동훈련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 새로운 형태의 한미합동야전기동훈련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내막을 살펴보면,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간판만 바꿔달거나, 형식만 바꿔놓고 여전히 감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세상을 속이려는 어설픈 기만술책이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한다고 언약하였던 중대한 공약을 올해에 들어와 깨버리고, 기만술책으로 변형시킨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라는 명령을 미국군에게 내렸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위반과 기만술책, 바로 이것이 조선을 자극하여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킨 근본원인이다. 

조미협상은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공약을 지킬 필요가 없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언약한 대조선전쟁연습 중단공약을 위반하였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약한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 중단공약을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최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노출한 까닭은, 중대한 공약을 위반하여 조미협상을 위기에 빠뜨리고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망동을 징벌하는 대응행동이다. 


2. 미국이 감행하려는 해상검문검색, 매우 위험천만한 행동

미국은 조미협상을 위기에 빠뜨린 이후에도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9년 3월 21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른바 ‘불법환적주의보’라는 것을 갱신, 발표하였다. 그들이 불법환적주의보를 발표하는 목적은, 유엔안보리의 대조선제재조치를 위반하면서 정제유를 불법환적으로 수입하고, 석탄을 불법환적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과 화물선에게 국제감시를 집중시키고, 경고를 주려는 데 있다. 2018년 2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은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 24척을 불법환적주의보에 등재하였는데, 이번에는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만이 아니라 조선과 교역하는 다른 나라들의 유조선과 화물선까지 추가하여 95척을 무더기로 등재하는 횡포를 저질렀다. 

대조선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행동은 불법환적주의보 갱신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2019년 3월 25일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 4,500톤급 최신형 경비함 버솔프함이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하였다. 이 경비함은 2019년 1월 20일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항을 떠나 3월 3일 일본 나가사끼현 사세보항에 전진배치되었다가, 이날 제주해군기지로 들어간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경비함은 한국 해양경찰 소속 경비정과 함께 합동검문검색연습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검문검색은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을 해상에서 강제로 정선시켜 검문검색한다는 뜻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에 나타난 사람은 미국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이다. 그는 조선, 중국, 러시아, 꾸바, 베네주엘라 같은 나라들에게 제재조치를 가하는 소동을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이 그런 소동을 일으키는 진원지다. 2019년 3월 21일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른바 불법환적주의보라는 것을 갱신, 발표하였다. 2018년 2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은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 24척을 불법환적주의보에 등재하였는데, 이번에는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만이 아니라 조선과 교역하는 다른 나라들의 유조선과 화물선까지 추가하여 95척을 무더기로 등재하는 횡포를 저질렀다. 제재조치는 적대감을 표시하는 대결행위이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대조선제재조치에 매달리는 한, 조미핵협상은 진전되기 힘들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과 핵협상을 재개하려면 제재조치부터 중지해야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하였으면, 미국이 그것을 빌미로 삼아 조선에게 들씌웠던 제재조치도 마땅히 해제되어야 하는데, 미국은 인민경제에 대한 제재조치부터 우선 해제하라는 조선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하였을 뿐 아니라,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조선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면서,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에 대한 검문검색까지 감행하려는 것이다. 만일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함과 한국 해경 소속 경비정이 국제해로를 정상적으로 운항하는 조선의 유조선이나 화물선을 강제로 정선시키고 검문검색을 감행하면,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여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조미협상은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므로,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한 조선의 조치를 외면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취하였으므로, 조선도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한 선의의 조치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최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노출하는 까닭은,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한 조선의 성의 있는 노력을 외면하였을 뿐 아니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선의 핵시설을 먼저 해체하라는 ‘강도적인 요구’를 꺼내놓아 회담을 결렬시켰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대조선제재조치를 더 강화하려는 도발행동으로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재무부가 앞으로 며칠 뒤에 발표하려던 대조선추가제재조치를 취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만일 미국이 대조선추가제재조치를 발표하면, 조선이 그에 대응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단행할까봐 겁을 먹은 트럼프 대통령은 황급히 취소명령을 내린 것이다. 미국이 약소국들을 강압하는 데 써먹었던 도발행동이 조선에게도 통하리라고 타산했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    


3.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갑자기 철수한 이유   

2019년 3월 22일 오전 9시 15분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북측이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상주하는 자기측 인원들을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고 남측에 통보한 뒤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이다. 그 동안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는 북측에서 15~20명, 남측에서 23명이 상주해왔다. 북측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면서 “실무적 문제는 차후에 통지하겠다”고 남측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긴급지시에 따라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전격적으로 철수하였음을 말해준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룩된 소중한 성과들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9월 14일 개성에 설립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개소식 이후 189일 만에 무기한 가동정지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함으로써 여러 방면에서 추진되어오던 남북관계개선은 무기한 중단되었다.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갑자기 철수하면서 남북관계개선이 무기한 중단되자, 문재인 정부는 큰 충격을 받고 매우 당황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남북관계개선을 중단하였을까? 몇몇 몰지각한 사람들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개선까지 중단한 것이 아닌가 하고 추론하였지만, 그것은 뭐가 뭔지 모르는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 조미협상이 중단되었다고 해서 남북관계개선까지 중단할 필요는 없다. ‘통남봉미’라는 말도 있듯이, 북측은 조미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남북관계개선을 더 진척시켜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해야 할 형편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개선을 중단하였으니,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결렬과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개선을 중단한 까닭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위반하면서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에 적극 가담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시기의 경험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화근은 언제나 남측 정부의 대미추종이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입으로는 대화니 협력이니 하는 요란한 수식어를 늘어놓고, 그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국을 추종하여 동족에게 칼을 겨누는 전쟁연습을 벌여놓았으니, 북측으로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외세추종과 동족대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철저히 배격하는 최악의 행위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9월 14일 개성에 설립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촬영한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립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룩된 소중한 성과들 가운데 하나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는 북측에서 15~20명, 남측에서 23명이 상주하였다. 그런데 2019년 3월 22일 북측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상주해온 북측 인원을 상부의 지시에 따라 전격적으로 철수하였다. 이 정황은 남북관계개선이 무기한 중단되었음을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는 큰 충격을 받고 매우 당황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개선을 중단한 까닭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위반하면서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에 적극 가담하였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대화니 협력이니 하는 요란한 수식어를 늘어놓고, 그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국을 추종하여 동족에게 칼을 겨누는 전쟁연습을 벌여놓았으니, 북측으로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돌이켜보면, 북측은 남북관계가 오늘처럼 위기와 난관에 빠지기 오래 전에 문재인 정부가 알아들을 만큼 심중한 경고를 주었었다. 북측 언론매체들은 2019년 1월 7일과 1월 13일 한국군이 미국군과 합동하여 북침전쟁연습을 더 이상 감행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남측이 미국산 전쟁장비들을 반입하는 것도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위반하고 한미연합군의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였으며, 미국산 전쟁장비들을 반입하여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입으로는 남북관계개선을 말하면서, 등 뒤에서 외세와 야합하여 동족에게 칼을 겨눈다면, 그를 누가 대화상대로 인정하겠는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킨 엄중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걸핏하면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떠들어대지만, 조선을 침공하려는 전쟁연습을 벌여놓고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궤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궤변을 그만두고,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하여 조미핵협상을 재개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다른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걸핏하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상호협력을 말하지만, 미국과 야합하여 북을 침공하려는 전쟁연습을 벌여놓고 평화니 협력이니 하는 수식어를 늘어놓는 것은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궤변을 그만두고,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여 남북관계개선을 재개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4. 한반도의 비핵화 넘어 태평양의 비핵화 제기한 김정은 위원장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센터 총책임자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비롯한 조미협상에 직접 참가하였고, 2018년 12월에 퇴임한 앤드루 김(김성현)이 며칠 전 서울을 방문하였다. <동아일보> 2019년 3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앤드루 김은 3월 20일 서울에서 진행된 비공개 강연회에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조미협상내막을 밝혔다고 한다. 그의 강연내용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때부터 미국이 핵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해왔을 뿐 아니라, 괌과 하와이에 배치된 미국의 핵전략자산도 미국 본토로 철수되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이제껏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에 앤드루 김의 비공개 강연을 통해 처음으로 알려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협상전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협상전략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넘어 태평양의 비핵화로 확장된 것이다. 태평양의 비핵화! 이것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이제껏 사람들은 비핵화라고 하면 의례히 한반도의 비핵화만을 생각하였고, 태평양의 비핵화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하였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협상전략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한 태평양의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생각은 신중하지 못한 속단이다. 태평양의 비핵화라는 개념이야말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상상을 초월하는 핵협상전략을 말해주는 핵심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태평양의 비핵화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공약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안전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언하였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이 인용문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 눈길을 끄는데, 그것은 안전담보라는 개념이다. 

조미핵협상이 진전되어 미국이 조선에게 제공해야 할 안전담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약속한 안전담보는 무엇인가? 그것은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위험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전담보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조선에 대한 핵공격위험을 제거하는 안전담보는 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핵우산이 철거되는 것이다. 

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핵우산은 한반도 상공 높은 곳에 떠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핵우산이 설치된 곳은 미국의 태평양작전구역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핵우산을 철거하려면,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된 미국의 핵전략자산이 미국 본토로 멀찌감치 철수되어야 한다.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된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한 태평양의 비핵화다.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어떤 핵전략자산을 배치하였는지는 미국의 핵안보전문가 핸스 크리스텐슨이 2005년 9월 28일에 발표한 논문 ‘미국 핵무기의 한국 배치역사(A History of U.S.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가 잘 말해주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은 1958년부터 1991년까지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핵폭발력이 1킬로톤급에서 100킬로톤급에 이르는 다양한 유형의 W70 핵탄두 54발을 괌의 핵무기고에 보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전라북도 군산공군지기에 주둔하는 제8전술비행단,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18전술비행단, 필리핀 클락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3전술비행단을 출격시켜 조선을 침공하는 핵공격계획(SIOP)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B61 핵폭탄을 탑재한 전투기들을 활주로 끝에 24시간 대기시켰다고 한다. 

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은 1991년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1991년까지 군산공군기지, 가데나공군기지, 클락공군기지에서 핵폭탄을 탑재하는 전투기들이 조선에 대한 기습공격명령을 24시간 대기하고 있었다면, 1991년 이후에는 괌에 있는 앤더슨공군기지에서 더 많은 핵폭탄을 탑재하는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들이 조선에 대한 기습공격명령을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기습공격명령을 받은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편대가 핵폭탄을 싣고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하면 6시간 만에 한반도 중부 상공에 도착한다. 이런 가공할 현실을 직시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 태평양의 비핵화를 요구하였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핵전략자산을 배치하고 조선침공을 노리고 있는 현실이 이처럼 심각할진대, 설령 미국이 조선에게 불가침선언문을 써주더라도 조선이 그것을 어떻게 안전담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핵전략자산을 배치하고 있는 한, 미국이 조선에게 불가침선언문을 100장 써준대도, 그것은 종잇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미국의 서태평양 군사전략기지 괌의 앤더슨공군기지 활주로를 촬영한 것이다. 활주로에 주기되어 있는 작전기들은 전시에 장거리를 비행하여 적국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들이다.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편대가 핵폭탄을 싣고 앤더슨공군기지를 이륙하면 6시간 만에 한반도 중부 상공에 도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조선에 안전담보를 제공하겠다고 확언하였는데, 조선에 안전담보를 제공하려면 조선을 겨냥한 핵우산을 철거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핵우산 철거는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한 핵전략자산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것을 뜻한다.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한 태평양의 비핵화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험성은 그것만이 아니라, 더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 협정, 합의를 위반하고 파기하는 악질상습범으로 국제사회에서 악명이 높다. 이를테면, 2018년 5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에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이슬람공화국을 상대로 하여 다자협정으로 체결한 이란핵합의(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에서 탈퇴하였고,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건 행정부가 1987년에 소련과 체결하였던 중거리핵무력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을 파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처럼 조약이나 협정마저 제멋대로 위반하거나 파기하는 미국이 조약이나 협정과 달리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불가침합의 또는 불가침선언을 이행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구태여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현실이 이처럼 심각할진대, 설령 미국이 조선에게 불가침선언문을 써주더라도 조선이 그것을 어떻게 안전담보로 믿을 수 있겠는가. 외교문서가 아니라 핵전략자산 철수가 안전담보로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태평양의 비핵화방안은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된 핵전략자산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안전담보방안이다. 하지만 미국에게 있어서 태평양의 비핵화는 태평양지배체제를 포기하는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요구한 태평양의 비핵화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는 태평양의 비핵화를 요구한 것일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선의 비핵화(조선의 자위적 핵억제력 포기)를 요구하는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핵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는 태평양의 비핵화(미국의 태평양지배체제 포기)를 요구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협상전략은 철두철미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는 태평양의 비핵화를 요구한 까닭은 미국이 조선을 겨냥한 핵전략자산을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하고 있는 한, 조선도 그에 맞서는 자위적 핵억제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이 조선의 지위적 핵억제력을 포기시키려는 헛수고를 할 게 아니라 조선의 핵억제력을 인정하고 핵전쟁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깨우쳐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탁월한 협상술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조선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인정하고 핵전쟁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를 합의하는 것이다. 

조선의 핵동결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하고, 녕변핵시설단지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에 관련된 시설을 폐쇄하는 것이다. 조선의 핵동결은 미국이 조선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인정하고 핵전쟁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비핵화 해법으로 된다. 핵동결 이외에 다른 해법은 있을 수 없다. 

다른 한편, 조선의 핵동결에 상응하는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는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한 핵전략자산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지 않는 조건에서 조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안전담보로 된다. 철군 이외에 다른 안전담보는 있을 수 없다. 

물론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더라도, 태평양작전구역에 핵전략자산이 배치되었으므로 조선에 대한 핵위협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 조선의 핵동결이 실현되더라도, 조선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으므로 미국에 대한 핵위협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가 상호핵위협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이외에 두 나라가 합의할 수 있는 다른 해법은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는 최선의 해법으로 된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9년 2월 28일 윁남 수도 하노이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 둘째날 회담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태평양의 비핵화를 요구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선의 비핵화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의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태평양의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담은 결렬되었다. 앞으로 조선과 미국이 핵협상을 재개하려면, 미국이 조선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인정하고 핵전쟁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최선의 해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를 합의하는 것이다. 다른 해법은 있을 수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러나 얼마 전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명백한 진리를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능지수가 낮아서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자위적 핵억제력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협상을 잘 하면 조선의 자위적 핵억제력 가운데 60% 정도는 포기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2019년 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한반도전문가들과 사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일 조선이 미국이 요구한 핵폐기대상들 중에서 60%만 해체해도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사석에서 털어놓은 이 발언은 그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부분적 비핵화를 협상목표로 정해놓았음을 말해준다.

(2)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이구동성으로 제기한, 조선이 핵무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판단을 무시하면서,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핵협상을 통해 조선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조선의 비핵화라는 것은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협상을 벌여 조선의 핵무력 가운데 60%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3) 미국 언론매체 <타임> 2019년 3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뉴욕 주재 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조선과 연락통로를 다시 개설하려는 것을 중지시켰다고 한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과의 핵협상을 중지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선과의 핵협상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자기가 직접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협상을 벌이면, 조선의 부분적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이다. 만일 그의 생각대로 조선의 부분적 비핵화를 실현하려고 한다면, 미국도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한 핵전략자산 가운데 60%를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부분적 비핵화를 실현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적 비핵화가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므로 미국이 태평양의 부분적 비핵화를 실현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조선의 부분적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부분적 비핵화라는 환상을 버리고 조선의 핵동결을 협상목표로 정해야 하며, 조선의 핵동결에 상응하여 미국이 조선에게 제공할 안전담보로 주한미국군 철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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