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4일 화요일

"아시아를 '냉전적 사시'로 보고 있다"


[언론 네트워크] 우리의 아시아 보기, 돈벌이 이상의 의미 가져야…

작년 독일에 체류하는 동안 여러 곳을 방문했고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중 인상 깊었던 일 중의 하나는 퀠른의 '아시아재단(Asienstiftung)' 연례 발표회에 참석한 일이었다. 학계, 언론계, 사회운동 관계자들이 모여 아시아 각국의 민주화 관련 현안을 놓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나는 한국 정치상황 관련 발표를 했고, 방글라데시 노동 문제를 다루는 분과에 참석을 했다. 통역에 의존했기 때문에 여러 분과나 종합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를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먼 독일에서 아시아 각국 현안을 갖고서 그렇게 발표 토론회를 하고 대안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시아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는 독일 민간단체

방글라데시 분과에서는 봉제공장 노동자들 1000여 명이 건물 무너져 사망한 사건이 주제였는데, 모 기업이 독일회사였기 때문에 독일 연방정부나 의회에 압력을 넣어 피해자 보상 및 노동조건 개선을 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그런데 이 행사를 주관한 아시아 재단, 그리고 이 재단과 연례 발표회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독일의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모두 7,80년대 독일에서의 한국 민주화 운동을 크게 지원했던 프로이덴 버그(Prof. Dr. Günter Freudenberg)교수가 전 재산을 기탁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가 독일 재벌가 후손이라서 재력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시아 민주주의를 위해 이런 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새삼 독일이라는 나라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독일에 광부나 간호사로 간 한국인들과 그 후손들이 3만여 명이나 된다고 하고, 그중에는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을 텐데, 한국, 아시아 민주주의 지원 활동을 독일인의 후원에 의존한다는 점이 좀 걸렸다. 

독일은 국가주의 전통이 매우 강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민간재단, NGO 등의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독일에는 현재 민간 공공 부문 포함 2000개 이상의 재단이 있고, 정부 개인 기업이 출연한 베를린에만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재단이 독일 문제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및 세계의 공적 현안에 대한 교육 연구 활동을 지원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오래전부터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막대한 개발 원조를 해 왔다. 물론 연구자들은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이 고도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지출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미 30년대 만주 개발을 비롯한 제국 경영의 경험을 가진 일본은 그런 포석을 갖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한편 최근 남아시아 거의 모든 나라는 급속하게 중국 경제권으로 편입되어 가고 있지만, 중국이 그 나라의 사회발전을 위한 지원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의 아시아 보기, 돈벌이 이상의 의미 가져야  

작년의 독일 행사 참가 때도 계속 생각이 맴돌았지만, 나는 아시아는 한국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묻는다. 많은 한국 드라마, 음악 등 한류의 진출은 크게 칭찬할 만하다. 한국기업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지에 진출한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과연 아시아는 한국 기업들 돈 벌게 해주는 곳 이상의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지, 우리 정부나 기업, 시민단체는 과연 식민지, 독재의 경험을 했던 동료의 입장에서, 일본, 미국과는 다른 아시아론을 갖고 있는지 다시 물어 본다.
▲ '민간인 학살'을 증언하는 '아시아 평화의 밤 - 전쟁 피해자의 증언'(2015.4.9.대구 경북대). 베트남인 응우옌 떤 런(64)씨와 응우옌 티 탄(57)씨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증언했다. ⓒ평화뉴스(김영화)

얼마 전 타계한 싱가포르의 리관유 수상과 김대중 전 대통령 사이의 아시아 민주주의 관련 토론이 우리가 나름대로 의견을 제기했던 아시아론의 전부인 것 같다. 남북한 분단과 전쟁은 우리의 시선을 오직 미국의 시선으로만 아시아를 보게 만들었고, 북한에 적대하느라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냉전적 사시에 머물게 한 것은 아닌가.  

며칠 전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게 학살당한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증언행사를 하려 했지만, 참전자들은 행사자체를 무산시켰다. 자신이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저지른 잘못된 과거를 부인하는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그래도 일본에는 식견있는 아시아 및 한국 전문가, 한국의 민주화나 한·일 과거청산을 위해 꾸준히 일해 온 수많은 개인과 단체가 있어서 한국과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국이 품격을 갖춘 나라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한국은 현상유지와 현상변경이라는 상반된 두 목표를 동시에 해결해야


2015. 0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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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순.JPG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리에 앉자마자 사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에 따르면 사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거대한 게임”이다. 그는 “미국이 태평양을 내해로 유지하느냐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우는 중국과 서태평양을 공유하느냐의 구도”라며 “이 밑그림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할 것이냐를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구도 아래서 송 총장은 한국이 현상유지와 현상변경이라는 상반된 두 목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한미동맹은 유지·발전시키는 한편, 분단이라는 현상은 변경해야 하는 중층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과 한국 앞에 놓인 상반된 두 과제를 배경으로 사드를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 또한 5월 9일 러시아 전승기념일과 9월 3일 중국 항일 승전 기념행사 참가 문제 등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있다. 송 총장은 “한반도 문제의 핵심인 북핵문제 해결을 매개로 하여 한반도에서 미·중을 조화시키는 것이 한국이 할 일이다”며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주역인 그는 30여년 경력의 정통 외무관료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안보실장을 거쳐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 당시 경기도 국제관계 자문대사로 맺은 인연이 계기가 돼 전국구 의원으로 민주당에 들어가 국회 외교통상위에서 전문성을 발휘했다. 대학총장은 새로운 도전이라 할 만하다. 학교 얘기는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라며 나중으로 미루자고 했다.

 사드, 검증부터 하자

 -사드 논란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 문제를 대미, 대중 관계의 차원에서 보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안보에 대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국한시키면 된다. 사드가 북한 미사일 방어에 효과적이라면 도입하고 그 효용이 입증이 안 되면 늦춰야 한다. 한국정부가 이른바 ‘3no’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건 상황에 맞지 않는다. 아직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건 증명된 적이 없다. 미국이 한 실험은 5,000km 거리에서 미리 입력된 자료에 의한 실험이다. 길어야 500km 밖에서 예고 없이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있을지 와는 판이하게 다른 실험이다.
  한반도는 방어 종심이 짧아 미사일을 4~6분 안에 탐지하고 중간에 막기 어렵다.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무기체계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대량보복능력을 갖춰 북한의 도발 원점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억제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게다가 북한의 위협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안 된다. 사드가 사거리 1,300km인 노동미사일을 겨냥한다는데 노동미사일은 대기권 밖에 나갔다 다시 진입하는 미사일이다. 그런데 북한의 미사일 탄두가 대기권 진입을 성공한 적이 없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과거 미국, 소련도 100번 이상 실험해서 확보한 기술이다.”

 - 사드가 주한미군을 방어하기 위한 것인데 한국이 왈가왈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미 공동방위를 위해 존재한다. 사드가 만약 한국 방어에 효용이 있는 것으로 입증되면 한·미 공동으로 배치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과 자국민 보호를 위해 배치한다는 데 우리가 뭐라고 할 수 있겠냐라는 생각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다. 여기는 한국 영토이다.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문제도 미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우려, 과민반응의 측면이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데 사드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된다면 중국이 쉽게 개입할 수 없다고 본다. 중국으로서는 엑스 밴드 레이더가 중국을 들여다본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의 직접적 공격 위험 앞에 있는 우리의 안보 위협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사드의 능력이 한반도 환경에 효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럼에도 중국 관리가 방한해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해 우리 안보결정사항에 대해 공개적으로 관여하는 건 받아들일 수도 없고 적절치도 않다고 본다.”

한국이 처한 딜레마

  -미국이 본질적으로는 다른 문제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 외교가 미중의 선택을 요구받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거 아닌가. 결국 한국이 가입을 결정하긴 했는데….
 “한국정부가 딜레마에 처해있다. 이건 합리와 현실 사이의 갈등이다. 중국은 AIIB 지분을 50% 이상 갖는다. 어떤 국제 금융기구에도 전례가 없다. 통상 한 국가가 차지하는 최대치는 전체 지분의 1/6 수준이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모두 그렇다. 지배구조, 의사결정과정을 중국이 합리화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비합리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통일 과정에서의 북한 인프라 개발과 역내 경제협력 차원에서 창립멤버로 들어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이밖에도 올해 우리 외교는 더 큰 시험대에 서게 될 것이다. 먼저 미·일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4월말 아베 총리의 미국방문에서 개정된다. 비슷한 시기인 5월 초 모스크바에서는 2차대전 종전기념일을, 9월엔 중국도 종전기념일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중·일 동아시아연대, 한·미·일 태평양협력이 뒤섞여 있는데 한국은 어떤 고려를 해야 하나?

팽팽한 줄 위에 서 있는 형국

  “미국으로서는 아시아에서 미‧일 관계와 미‧중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이런 미·중 양자구도 중심에서 일본은 제3의 세력으로 밀려나려 하지 않는다. 일본은 미·중·일이라는 3자 구도를 원하고 미국도 적절한 방식으로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미·일 안보협력지침은 이 구도를 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싫다고 해도 이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에 역사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력을 가하기 어렵다. 역사문제에서 우리에게 뚜렷한 해법이 없는 이유다. 여기엔 아무리 그래도 한국이 미‧일보다 중국 쪽으로 더 가까이는 못 갈 것이라는 미국의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팽팽한 줄 위에 서있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떨어질 수 있다. 한·미·일 구도가 꽉 짜여지면 한국이 힘을 쓰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미·중 대립과 협력 사이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러시아가 주최하는 2차대전 전승기념일에 갈 것인가 여부를 놓고 김정은 제1비서의 참석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건 옳지 않다. 김정은과 만나는 건 부산물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외교는 절반이 스타일이다. 마치 우리 대통령이 김정은 만나러 러시아 갔다는 식으로 해석되어선 곤란하다. 전승기념일 참여는 그에 맞는 명분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한국은 연합군이 승리해서 해방됐다. 그 명분이면 된다. 그 이외에는 얘기할 필요가 없다. 2차대전에서 연합군이 졌다면 한국은 아직도 일본 식민지다.”

한반도 핵심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북핵 문제다. 사드배치 논리, 일본이 군사력을 확대하는 이유 모두 북한 위협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 위협을 해소하고 완화시키는 데 우리가 앞장을 설 때 문제해결의 길이 열린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남‧북과 미·중이 뽑아낼 수 있는 최대공약수가 ‘9‧19 공동성명’이다. 그런데 그 이행방안을 두고 좌초가 됐다. 이행을 재개하기 위한 징검다리가 ‘2‧29 합의’였다. 북한은 여기서 미사일 관련 기술을 시험하지 않는다는 항목에는 동의했으나 일관되게 우주발사체 시험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2‧29 합의는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합의 없이 발표됐다. 객관적 실정에 비추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계획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북한의 자세는 우주발사체 시험은 계속 하겠다는 얘기였다. 2‧29 발표가 나온 지 보름 만에 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 3호 발사를 강행했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발사였던 셈인데 이를 두고 미국은 북한이 합의를 깼으며 더 이상의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나왔다.
  2008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마지막 6자회담은 북한이 신고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의정서 채택에 실패하면서 좌초됐다. 그러나 불능화를 위한 11개 조처 가운데 이미 8개는 완수했었다. 나머지 3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우선 2·29 합의에 입각해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핵사찰 팀이 들어가고 협상이 진행되는 한 모든 핵활동을 중단한 채 불능화 과정을 완성시키는 방안에 합의하는 것이 긴요하다. 당연히 한‧미 등 다른 5개국도 에너지 지원과 제재완화 등 북한의 필요사항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9‧19 공동성명은 농축우라늄 폐기를 포함한 모든 핵무기 폐기에 합의한 것이다. 당시 예정 됐던 3단계, 즉 북핵 폐기-북·미관계정상화를 다시 추진해야한다. 그런데 미국 내 분위기가 그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지 않으면 방치된다. 그 사이 북핵 능력은 계속 발전하고 남한은 그 정면에 서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을 이렇게 평가했다.
  “팽팽한 밧줄 위의 형국을 관리하기 위해 여러 지혜를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이에 더하여 비정상적이고 부조리한 한반도 현상을 바꾸려면 더 큰 그림이 있어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모토는 있지만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기초 그림과 구체적인 계획이 받쳐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엇나가는 조각들의 집합에 그칠 수 있다. 신뢰의 프로세스를 가동하려면 강자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남한은 북한 보고 먼저 행동하라고 한다. 한반도에서 강자는 누구인가. 동북 아평화구상은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원칙적 지지’라는 외교적 수사는 적극적으로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엔 9‧19 공동 성명에 이미 동북아다자안보협력 구상이 들어있는데 무슨 새로운 구상을 내놓느냐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부산에서 파리까지 철도로 가겠다는 것이다. 부산서 1만 5,000km다. 우리가 염원해 오던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남·북간 24km도 제대로 연결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유라시아 구상은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담·강태호 한겨레 선임기자 kankan@naver.com
정리·이규정 디펜스21플러스 기자 okeygunj@gmail.com

‘비타500’ 받은 이완구, 조중동도 꼬리 자르기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총리후보 시절 3000만원 받은 구체적 정황 공개… 조중동 “이완구 사퇴해야”
입력 : 2015-04-15  07:15:06   노출 : 2015.04.15  07:15:06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이완구 국무총리가 벼랑 끝에 몰렸다. 경향신문은 2013년 4월4일 오후 4시30분 이완구 당시 국회의원 후보의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완종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전 경남기업 회장)이 3000만원을 건넨 구체적 정황을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이 현직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며 ‘초유의 일’이라 전했다. 
조선일보는 15일자 사설에서 “이완구 총리가 현직에서 수사를 받는 게 타당한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실상 이 총리의 직무정지를 요구했다. 이완구 총리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에게조차 버림받은 상황이다. “총리부터 수사하라”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에 따라 보수언론이 발을 맞추고 있는 결과다. 다음은 15일자 전국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9개 종합일간지 머리기사가 모두 ‘이완구 국무총리 뇌물수수 의혹’이다.
경향신문 <성완종 측 “차에서 비타500 박스 꺼내 전달”>
국민일보 <이완구 “돈 받은 증거 나오면 목숨 내놓겠다”>
동아일보 <成 “3000만원 줬다” 李 “받았다면 목숨걸 것”>
서울신문 <여권發 특검‧사퇴론…‘벼랑 끝’ 李총리>
세계일보 <檢, 현직 총리 이완구 수사 ‘사상 초유’>
조선일보 <與圈서도 불거진 李총리 사퇴론>
중앙일보 <성완종 비망록엔 이완구와 만남 23차례>
한겨레 <여당 지도부 “총리부터 수사하라”…사실상 사퇴 압박>
한국일보 <與서도 사퇴론 확산…李총리 ‘막다른 골목’>
  
▲ 경향신문 15일자 1면.
 
경향신문은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측 인사와 인터뷰를 통해 성 전 의원이 2013 4월4일 오후 4시30분 당시 이완구 후보의 부여선거사무소에 2시간 정도 머무르며 돈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성 전 의원측 인사는 “(성 전 의원이 서울에서 타고 간) 승용차에 비타500 박스가 하나 있었다”며 “회장님 지시에 따라 그 박스를 꺼내 들고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 계단을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당시 선거사무소는 넒은 홀에 여직원 둘이 있었던 기억이 나고, 한쪽 칸막이 안에 이 총리와 성 전 회장 둘만 있었다”며 구체적 상황까지 묘사했다. 이어 “성 전 회장은 홍아무개 도의원 등과 현장에서 인사를 나눈 기억이 나고, 칸막이 안에서 이 총리를 만났다”며 “(회장 지시로) 비타 500박스를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비타500 박스에 3000만원이 들어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중앙일보 또한 1면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성 전 의원의 최측근과 인터뷰를 통해 “2013년 4월4일 오후 2시쯤 충남도청 개청식에 참석한 뒤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던 이완구 후보의 선거 사무소로 이동했다. 이 후보가 중간에 다른 분들을 물리고 성 전 회장과 단 둘이 독대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측근 B씨는 “봉투에 5만원권을 담아 들고 간 것으로 안다”며 “봉투가 꽤 두툼했다”고 말했다.
성 전 의원이 이완구 총리에게 돈을 건넨 구체적 정황을 직접 본 성 전 의원 측 인사의 증언이 나오면서 이 총리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검찰수사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는 “경남기업 한아무개 부사장이 성완종 전 의원의 회사 돈 횡령자금의 일부인 전도금 명목의 32억원 입출금 내역이 담긴 USB를 통째로 검찰에 넘기면서 성완종 리스트의 퍼즐을 맞추는데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세계일보 15일자 1면.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 총리가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빨리 국무총리부터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특별검사 수용의사도 밝혔다. 이와 관련 세계일보는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 총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규정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검찰은 성 전 회장 측근들이 금품 전달 비밀장부의 존재를 증언함에 따라 이 장부를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국정2인자인 총리가 주요 용의자로 수사선상에 오르고, 막후 2인자라고 할 말한 대통령 비서실장까지도 의혹을 받고 있다. 리스트에 지목된 인사들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누리당 내에서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여권에선 총리와 실장이 정부를 떠받치는 양대 축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들의 혐의가 입증되면 정권이 결딴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 보인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새누리당 초선의원의 말을 빌려 “어차피 총리는 사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가 지금 사퇴해서 당에 길을 터주는 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새누리당은 이 총리 관련 의혹이 꼬리를 문다면 언제든 총리 사퇴 카드를 꺼낼 수 있는 기세다. 여권의 공멸을 막기 위해 이 총리부터 꼬리 자르기를 해야 한다는 명분도 새누리당이 쥐고 있다. 16일 남미 순방에 나서는 박 대통령은 사면초가 신세”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검찰이 현직 총리를 수사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금품 수수 문제로 현직 총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지적한 뒤 이날 사설에서 “이 총리가 현직에서 수사를 받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 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한지 한 달여 만에 되레 검찰수사를 받는 민망한 사태를 맞게 됐다. 이 총리가 이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국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사실상의 사퇴를 요구했다. 
  
▲ 조선일보 15일자 사설.
 
  
▲ 동아일보 15일자 사설.
 
  
▲ 중앙일보 15일자 사설.
 
이 신문은 “이 총리는 형사 피의자 신분으로 내각을 이끌어야 한다. 임기 3년차 대부분이 이렇게 지나가면 나라와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동아일보 또한 “부패 의혹을 받는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것도 코미디다. 이 총리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면 이제라도 사퇴해 본인과 박근혜 정부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이완구 총리가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밝힌 뒤 “성 전 회장의 폭로는 목숨을 걸고 돈의 액수와 장소, 시점을 특정한 데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원 수뢰 의혹처럼 주장 일부는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 총리의 수뢰 의혹에 합리적 의심을 품는 건 당연하다. 행정 수반으로서 이 총리의 권위는 이미 크게 실추됐다”고 평가했다. 
보수언론, 부패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제3자적 부패 해결사로 묘사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보수정부의 국무총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며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조중동의 프레임에서 눈 여겨 볼 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3자적 입장으로 묘사된다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을 사태의 ‘원인’이 아닌 사태의 ‘해결사’로 언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프레임의 왜곡이다.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2006년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건넸다고 주장하는 돈의 목적지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홍문종 의원에게 건넸다는 돈은 2012년 대선자금 명목으로 박근혜 대통령으로 연결된다. 김기춘 전 실장이 받은 1억원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여행경비 명목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언론의 프레임을 통해 본인이 부패의 중심으로 지목되는 상황은 모면하고 있다. 이날 한국일보 사설을 보자. “총리가 비리 문제로 낙마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크게 흔들리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 총리가 스스로 거취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 박근혜정부를 위해 이완구 총리가 결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숱한 의혹 속에서도 이완구 총리를 임명한 주체는 박 대통령이다.
중앙일보는 “부패 척결을 다짐한 총리가 부패척결 수사의 핵심 대상이 된 건 나라의 총체적 위기를 상징한다”고 우려했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의미한다. 하지만 언론은 현재까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고 있다. 아직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과 경향신문과의 50분 간 인터뷰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최종 확인이 안 되는 상황에서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로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김창균 조선일보 부국장은 이날 칼럼에서 “성 전 회장 최후의 반격은 박근혜 정부의 중심부를 정확히 강타하며 초토화했다”고 적었다.

"성완종-이완구 배석자 없이 대화 선거사무소에 비타500 박스 전달"


15.04.15 09:19l최종 업데이트 15.04.15 09:1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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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성완종 측, 차에서 비타500 박스 꺼내 전달" 15일 <경향신문>이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이 지난 2013년 재선거를 앞두고 이완구 현 국무총리에게 현금 3천만 원을 전달한 구체적 정황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에 출마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선거자금 3000만 원을 전달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성 전 회장의 선거사무소 방문 사실은 물론 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부인했던 이 총리가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15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재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2013년 4월 4일 오후 이 총리를 선거사무소에서 1시간 넘게 만났다.

성 전 회장 측 인사는 지난 12일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 일정표에 '4월 4일 오후 4시 30분 부여 방문'으로 돼 있는데 그보다는 앞서 오후 4시 조금 넘어 선거사무소에 도착했다"라며 "성 전 회장은 1시간 넘게 선거사무소에 들러 이 총리를 만났고 전체적으로 2시간 정도 부여에 머물다 해지기 전 떠났다"라고 밝혔다.

성 전 회장과 이 총리가 배석자 없는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당시 선거사무소는 넓은 홀에 여직원 둘이 있었던 기억이 나고 한쪽 칸막이 안에 이 총리와 성 전 회장 둘만 있었다"라며 "성 전 회장이 홍아무개 도의원 등과도 현장에서 인사를 나눈 기억이 나고 칸막이 안에서 이 총리를 만났다"라고 밝혔다.

"회장 지시로 '비타500박스'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

무엇보다 이 인사는 "(성 전 회장이 서울에서 타고 간) 승용차에 '비타500박스'가 하나 있었다"라며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그 박스를 꺼내 들고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 계단을 올라갔다, (회장 지시로) '비타500박스'를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는 성 전 회장이 어떻게 현금 3000만 원을 이 총리에게 전달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일보>도 이날 성 전 회장이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 당시 이 총리와 독대했다는 측근 인사의 발언을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독대'를 먼저 요청한 것도 이 총리였다. 성 전 회장 측 인사는 "이 후보(이 총리) 사무실에 처음에는 성 전 회장과 전 충남도의원, 군의원 등 몇 분이 함께 들어갔지만 이 후보가 중간에 다른 분들을 물리고 성 전 회장과 단둘이 독대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성 전 회장 측 인사는 <중앙일보>와 한 전화통화에서 "봉투에 5만 원 권을 담아 들고 간 것으로 안다, 5만 원 권으로 3000만 원을 넣어서인지 봉투가 꽤 두툼했다"라고 증언했다.

이처럼 구체적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언제 개시될지 주목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날(14일) 긴급 최고위원회의 이후 이 총리부터 수사해줄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이 총리의 해명도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특히 이 총리가 지난 2013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20개월간 모두 23차례나 성 전 회장을 만났다는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도 공개된 상황이다.(관련 기사 : 성완종, 20개월 동안 이완구 23번-홍문종 18번 만났다? )

청와대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에 대한 의혹 관련해) 청와대에서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상급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 총리에 대해 '업무정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뻔뻔한 정권, 유약한 야당, 허탈한 국민

[정치판 읽기] 2004년의 데자뷔 2015년… 지금 강력한 야당이 필요하다.
임두만 | 2015-04-14 19:37:26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04년 3월 24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차떼기 당의 잘못을 시인하는 과정에서 여의도 당사를 내놓고 노상 천막으로 당사를 옮겼다. 2015년 4월 14일… 한나라당의 후신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차떼기보다 더한 위기상황에 몰려 지금 전전긍긍이다.
▲(좌)2004년 국회앞 한나라당 당사에서 현판을 뗀 박근혜 전 대표, (우) 천막당사 앞에서 한나라당 현판을 붙이기 전의 박근혜 전 대표... © 2004년 자료사진
그런데 이 정당이 11년 전과 다른 점은 있다. 11년 전에는 그나마 반성, 죄송, 환골탈태 등의 용어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거듭나겠다는 자세라도 보였으나 11년이 지난 지금은 ‘너희들도 구리니까 같이 조사하자’ ‘받은 놈만 잘못이고 나머지는 깨끗해’등으로 남 탓과 물귀신 작전을 동원,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는 점이다.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전국은 이에 대한 저항으로 촛불로 뒤덮였다.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등 기존 지도부는 차떼기에 탄핵역풍까지 최대의 위기에 몰려 버티지 못하고 퇴진했다. 이때 박근혜가 비상대표로 옹립되었다.
2004년 3월 23일 대표로 옹립된 박근혜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부패 정당, 기득권 정당이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롭게 출발했음을 선언한다”며 과거와의 단절을 당의 가치로 내걸었다. 그런 다음 여의도 국회 앞에 있던 당사와 천안의 연수원 등 당 재산을 모두 매각하여 차떼기로 받은 불법자금을 갚겠다고 선언했다.
이어서 한나라당은 박근혜의 지시에 따라 여의도 MBC부근 중소기업전시장으로 쓰이던 공터에 천막 50동을 설치했다. 하지만 영등포 구청은 법률상 천막사무는 안 된다며 사용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급기야 한나라당은 천막 옆에 컨테이너를 몇 동 설치, 당사 사용신고를 했다.
그리고 3월 24일
이 천막당사로 출근한 첫날 박근혜 대표는 조계사를 찾아 ‘사죄의 3천배’도 올리기로 했다면서 “천막당사는 돈 없이 정치할 수 있다는 당의 체질강화에 뜻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표는 천막당사에 도착하자마자 참회록 성격의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성명에서 “근대화의 주역이라는 영광마저 퇴색했다”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마음만은 받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말로 참회의 심정을 토로했다.
또 이 당사 입주식에서는 “그동안 국민에게 지은 죄를 진심으로 참회하면서, 오늘부터 이곳 천막에서 새로운 한나라당의 길을 설계하고자 한다”며 “당사를 천막으로 옮겼다고 해서 국민에게 저지른 잘못을 용서받을 수 없겠지만, 깨끗한 정치를 향해 새롭게 출발하려는 마음만은 받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제 한나라당이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한나라당에 대한 노여움을 푸시고, 새 출발을 하는 한나라당을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오후 약속대로 명동성당과 영락교회를 잇따라 방문한 뒤 조계사에서 ‘반성과 사죄의기도와 3천배’를 올렸다. 물론 그날 박근혜가 3천회의 절을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3천배를 꽉 채운다는 것이 아니라 2시간 정도 사죄의 절을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4월 14일
성완종 리스트에 들어 있는 모든 핵심들은 모두가 아니라고 발뺌이다. 돈을 준 사람은 죽었는데 그 명단에 있는 사람 중 누구도 사죄라거나 잘못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되려 망자를 욕보이고 있다.
특히 홍문종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사들이 죽으면서 거짓말하는 사람 있다더라”라면서 “화가 치밀어서 뭔가 이 세상에 대해서 복수하고 싶어하고 그런 분들이 죽으면서 그런 일들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죽는 순간까지 그럴 수 있느냐’는 그 생각을 바꿔야 된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의사선생님이 많았다”며 거듭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거짓말로 몰아가는 코미디언 같은 소리도 한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그래도 모르쇠로 일관하지만 거짓말을 할 때마다 그 거짓말을 입증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나오는 등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다. 거기다 급기야 권성동 등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 녹취록을 검찰이 압수수색을 해서 빼앗아야 한다거나 죽은 사람이 몇 년 전에 사면 복권을 받았던 의혹도 조사하자는 둥 물귀신 작전도 불사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민심은 악화되고 있다. 이미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내려가기 시작한 여론 지지도는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급전직하다. 인터넷 등에 올라오는 기사의 댓글을 보면 민심은 이제 폭발 직전이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면서 댓글로 방어하던 댓글러들도 사라진지 오래다. 돈을 풀어 알바를 쓰지 않는 한 인터넷 댓글전쟁은 완패로 몰리고 있다. 민심이 이미 이 정권과 새누리당을 넘어간 것이다.
급기야 지금 이 시간…
새누리당은 14일 오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소집했다. 이제야 비로소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모양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예정된 보궐선거지역 지원도 취소하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기로 했다. ‘사죄’보다는 '정면대응' 기조로 찾았던 돌파구가 역부족임을 알았다는 말이다. 유승민은 이미 그냥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이날 아침 금품수수를 극구 부인하던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 원을 줬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폭로가 구체적으로 녹취록을 통해 불거지면서 더는 버티기가 힘들다는 점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 제기된 총리직 직무정지와 사퇴 요구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최고위원회를 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야권에서 ‘이 총리가 총리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오후에 상의해 보겠다”며 직무정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특검 도입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도 “모든 것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며 기존의 방침에서 후퇴할 기미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 거론된 인사들의 자세나 새누리당 전체기류로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더라도 ‘지리멸렬한 야당’ 때문에 ‘그래도 우리’라는 자신감이 있지는 않은지 보여지기도 한다. 어떤 잘못을 해도 선거 때 유권자들은 자신들을 찍는다는 학습효과가 이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성이나 사죄보다 ‘정면돌파’ ‘물귀신 작전’등을 선호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들의 이런 터무니없는 자신감은 곧 지리멸렬한 야당이 있어서 생긴 것들이다.
이처럼 사안이 급박하고 전 국민이 현 정권의 비리와 부도덕에 분노를 터뜨리는데 제1야당 대표는 한가하게 광주를 방문하여 ‘천정배잡기 놀이’에 빠져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박근혜와 이완구, 홍준표와 허태열 김기춘 등이 얽힌 비리를 발본색원, 박근혜와 그 정권을 잡는 것보다 탈당하여 자신을 비난하는 천정배 하나 죽이기가 급하지 않은가?
그러니 여당이 야당을 두려워할 일이 없다. 잠시 여론의 화살을 피하면 다시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찍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 쇼를 한다. 때문에 이 사건으로만 봐도 우리에겐 강력한 야당이 필요하다. 싸울 때 목숨을 걸고 싸우고 타협할 때 타협할 줄 아는 그런 야당이 필요하다.
지금 정권은 차떼기보다 더한 불법과 비리를 안고 탄생한 부도덕한 정권이다. 거기다 이 정권은 국민의 안녕과 재산을 보호하고 있지도 못하다. 그러니 다른 무엇보다 정권심판 투쟁이 시급하다. 그런데 이런 정권을 상대로 싸우는 야당이 아니라 자기 땅 빼앗길까 두려워 벌벌 떠는 야당만 우리 곁에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을 보면서도 우리에게 야당교체가 시급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지금 여야 모두를 심판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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