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탄핵촉구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 사진=금준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한국 언론은 물론이고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주요 기사를 내고 한국 상황에 주목했다.
CNN은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도박에 빗대 “윤 대통령의 도박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한국 정치권과 국민은 더 크게 분노했다. 윤 대통령의 무모한 정치적 도전이 화살로 되돌아왔다”고 했다. CNN은 “아시아의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결했다”고 했다.
▲ 14일 BBC 홈페이지 갈무리
▲ 14일 가디언 홈페이지 갈무리
파이낸셜타임스도 <한국 대통령, 계엄령 도박 실패 후 탄핵되다> 기사를 통해 실패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르몽드 역시 “계엄령 베팅이 실패로 끝났다”고 했다. AP통신은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켜 “충격적인 계엄령으로 인해 탄핵소추된 한국의 지도자”라며 “충격적인 몰락”이라고 했다.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을 무리수로 평가한 보도도 나왔다. 가디언은 “계엄령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고 했다. BBC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국내에서 정치적 혼란을 야기했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가 국가를 헌법적 위기에 빠뜨린 후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했다.
앞서 지난 11일 가디언은 <한국의 계엄령 참사에 대한 견해: 민주주의의 등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설을 내고 “계엄령을 선포한 한국 대통령의 기괴하고 끔찍한 시도는 여전히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레임덕이 아니라 데드덕”이라고 했다. 실권이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정권 자체가 종말을 맞았다는 의미다. 가디언은 “지금 필요한 건 ‘사임 로드맵’이 아니라 즉각적인 선거”라고 했다.
▲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탄핵촉구 집회가 끝난 후 모습. 집회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모아 정리했다.
이날 역시 한국 집회 참가자들을 조명한 기사도 이어졌다. 가디언은 “거리는 놀라울 정도로 깨끗해 보인다. 한국의 시민의식을 잘 보여주는 집회 참가자들은 스스로 쓰레기를 치웠다. K-POP 콘서트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오늘 밤은 콘서트와 매우 흡사했다”고 했다. 외신은 전부터 K-POP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한국의 집회 문화를 조명했다.
14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역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한국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14일 한국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소식에 도쿄 신주쿠(新宿)역이 함성으로 울렸다. 그리고 노래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을 추고 “이제는 윤석열 구속”이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일본 도쿄 신주쿠역 남쪽 출구에서 ‘도쿄 윤석열퇴진집회추진연합’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참가자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12월 들어 가장 추운 날인 이날 유학생, 재외동포, 일본인 등 5백여 명은 한국 국회에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촉구했다. 대중가요와 민중가요 등을 부르고, ‘윤석열 탄핵’, ‘내란수괴 구속’, ‘국민의 힘 해체’ 등을 외치던 이들은 한국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신주쿠역 일대는 함성이 울렸다.
유학생, 재일동포, 일본인 등 500여 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소식이 전해진 이후 노래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서로를 얼싸안은 이들은 가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을 추며 탄핵 가결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에스파의 ‘넥스트레벨’ 노래를 부르며 “다음 단계는 내란수괴 윤석열 구속”이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20대 유학생은 “광주 출신으로 부모님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셨던 이야기를 들어 계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윤석열은 담화에서 2시간짜리 질서유지라고 했다. 군인이 총을 들고 국회에 들어간 것이 어떻게 질서유지냐”며 “내란이다. 이제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윤대통령 구속하라 탄핵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한 참가자는 윤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일본에 거주 중인 40대 여성은 “너무나 잘됐다.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당연한 결과”라며 “정권도 바뀌기를 바란다. 한국이 더 좋은 길로 나아가서 교민들도 힘을 낼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50대 일본 남성은 “탄핵안이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 한국인이 민주주의를 지켰다. 자랑스럽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일·한 관계가 나빠질 거라고 일본 언론들이 떠들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짓밟은 사람과 어떻게 상대하느냐. 한국인이 승리했다”고 축하를 보냈다.
70대 일본 여성도 “탄핵은 당연한 결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윤 대통령이 했다”며 “어제 일본 신문에 박근혜가 탄핵 소추되었을 때 윤 대통령이 검찰 간부로서 수사했다고 적혀있었다. 그는 그때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탄핵 집회, 유학생들 자발적으로 계획.. 동포들도 힘 보태
이날 집회는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재외국민동경유권자연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도 함께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이날 집회는 애초 ‘재외국민동경유권자연대’가 도쿄 시내 중 다른 곳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학생들이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유권자연대도 결합했다. 그리고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재일 한통련)’도 함께했다.
유학생들이 직접 사회를 보고 성명서도 발표하는 등 집회는 다채롭게 진행됐다. 유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참가자들의 안전도 관리하고 행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어로 양해도 구했다. 참가자들은 응원봉을 흔들고 ‘탄핵’ 문구를 담은 손팻말을 들며 호응했다.
14일 집회는 유학생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성명서도 직접 작성해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이날 발표된 성명서를 처음 써보고 사람들 앞에서 처음 낭독해본다던 한 유학생은 성명서 내용을 공유해달라는 요청에 “제대로 쓴 건지 모르겠는데요”라고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이날 성명문 내용은 강력했다.
“우리는 이국의 땅에서 한국에 있는 우리의 동포들의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화면 너머로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모였다. 우리의 외침이 한국에 닿을지 알 수 없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모두가 모였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민주 사회의 세계시민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민주 사회 세계시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부역자들의 퇴진을 요구한다.”
한 일본인은 ‘한국의 파워에 일본은 배워야 한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여기에 50~60대 재일동포, 머리가 희끗희끗한 일본인들 등 참가자들은 핫팩을 사서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거나, 처음 듣는 대중가요에도 손팻말을 흔들며 호응했다. 유학생들은 ‘탄핵’ 앞에 세대의 벽이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민중가요를 틀어 함께 부르기도 했다.
집회에서 박철현 재외국민동경유권자연대 사무총장은 “젊으신 분들이 준비하고 자발적으로 모여서 했다는 것 자체에 너무너무 깊은 감동과 뿌듯함 그리고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해 발언하는 손형근 재일 한통련 의장.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손형근 재일 한통련 의장도 “오늘 집회를 준비한 학생 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이 학생 청년들은 우리 한국의 미래와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역대 보수 정권은 우리 한통련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탄압해 왔다. 윤석열은 노동자와 시민들은 심지어 야당까지도 반국가세력이라고 낙인찍었다”며 “반국가세력은 누구냐. 한통련이나 야당이 반국가세력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바로 반국가세력이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손팻말을 만들어 보였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비자 안 나오면 다 네탓이니 퇴진하라’라는 손팻말을 든 참가자.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집회 참가자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다음은 이날 발표된 성명문 전문이다.
성명문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일 밤 기습적으로 위헌 계엄령을 선포하고, 입법기관인 국회와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했다. 선포의 목적도 절차도 없는 위헌 계엄령은 한밤중 국회 앞으로 달려가 국회를 지킨 시민들의 힘으로 190인의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며 해제되었다. 윤석열의 비상 계엄령은 개인의 안위와 국가의 안위를 구별하지 못하고 일으킨 친위 쿠데타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지금까지도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결과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고 있지 않다. 윤석열은 시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를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림으로써 국가 원수의 자격을 상실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 표결을 진행했으나 윤석열이라는 내란 수괴를 배출한 여당 국민의 힘은 내란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야당에 정권을 넘겨주기 싫다는 이유로 단체로 국회를 퇴장했다. 이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속한다는 헌법의 기틀을 중대히 위반하는 행위이고, 국민의 대표로서 그들을 입법기관에 들여보내 준 국민들에 대한 배반이며, 명백한 월권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니며 윤석일의 내란에 동조한 범죄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국의 땅에서 한국의 국회에서 국민들의 주권이 유린당하는 것을 화면 너머로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모였다. 우리의 외침이 한국에 닿을지 알 수 없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모두가 모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그 수많은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쌓아 올린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를 겨누는 총구가 아군의 것인지, 적군의 것인지 모르는 한국전쟁의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쌓아 올린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흑 같은 유신의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쌓아 올린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는 현실을 아무도 모르는 군사독재의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쌓아 올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한번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쌓아 올리려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민주 사회의 세계시민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민주 사회 세계시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부역자들의 퇴진을 요구한다.
▲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기뻐하는 시민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기뻐하는 시민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재표결이 이뤄지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수십 만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 권우성
ⓒ 권우성 선대식 소중한 유지영 이정민
[최종신 : 14일 오후 9시 16분]
"85라는 숫자, 우리 불안하게 만들어... 다시 광장 나올 것"
11일. 내란 우두머리를 '질서 있게' 끌어내는 데 걸린 시간. 그것도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어떠한 폭력도, 절차적 위반도 없이 오로지 헌법만을 등에 업은 채.
100만, 그리고 200만. 대의민주주의의 작동을 지켜보기 위해, 그리고 추동하기 위해 첫 주말, 그리고 두 번째 주말 모인 민주공화국 시민의 수.
그리고 특히 기억해야 할 숫자 85, 8, 3. 어떤 말을 갖다 붙이든 결국 헌법을 "부(否)"정한 국회의원의 85표. "가부"를 함께 적거나 '왕점'을 그려 넣은 얼빠진 '무효' 국회의원 8명. 끝내 사고하기를 포기한 '기권' 국회의원 3명.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 찬성, 85명 반대,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자,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하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14일 오후 6시께 국회의 탄핵안 통과로 12.3 내란 사태의 핵심인 '대통령 윤석열'은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일대에서 이를 모두 목도한 시민들은 '11일', '200만', '204표'라는 숫자보다 '85표'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광장에 모인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응원봉을 흔들며 '다시 만난 세계'를 합창하면서도 "85명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탄핵"이 적힌 풍선을 들고 있던 신아무개씨는 "물론 지금 너무도 기쁘다. 하지만 그 85라는 숫자가 우리를 너무도 화나게, 불안하게 만들었다"라며 "여전히 제가 다음 주에도 광장에 나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아이돌 그룹 NCT의 응원봉을 든 안아무개(31)씨는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안씨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주에 탄핵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오늘 일부가 가결한 것도 결국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위한 것이지 않나"라며 "앞으로의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투표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24분, 대통령실에 탄핵 의결서가 전달됐다. 이 시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는 정지됐다.
▲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하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3신 : 14일 오후 6시]
탄핵안 통과, 흘러나온 '다시 만난 세계'
"시민이 민주주의·헌정질서 지켜냈다"
"가 204" 한 마디에 국회 일대 2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박차고 일어섰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왔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지드래곤의 '삐딱하게'가 이어졌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같은 시공간의 200만 명이 반복되는 슬픔에 안녕을 고하고,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눈을 마주치며 확인했다. 12.3 내란 사태의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14일 오후 5시 직후, 아침부터 "윤석열 탄핵"을 염원하며 여의도에 모인 '민주공화국'시민들은 '탄핵 콘서트'를 즐겼다.
ⓒ 유성호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 찬성, 85명 반대,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자,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앞서 시민들은 탄핵안 표결이 이어지는 동안 쉬지 않고 응원봉과 손팻말을 흔들며 "탄핵해", "윤석열을 탄핵하라", "탄핵소추 가결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아파트', '아모르파티', '소원을 말해봐', '임을 위한 행진곡', '토요일 밤' 등의 노래를 목소리 높여 부르면서도 초조한 표정으로 전광판의 뉴스 화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고 알리자, 국회 앞 시민들은 "와!" 하고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윤석열 탄핵"이 쓰인 풍선들이 날아올랐고, 시민들은 응원봉을 들고 춤추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LED 전구를 몸에 감은 한 시민은 탄핵안 가결 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지금 너무 기쁘다"라며 "추운 날 주말도 포기하고 왔다.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이뤄냈다"고 외쳤다. 한 시민은 "오늘은 이미 역사다. 탄핵하자. 집에 가자"고 적은 태블릿PC를 연신 들어보였다. "윤석열 나락도 락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이도 음악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막힌 속이 뻥 뚫린 기분"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 찬성, 85명 반대,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자, 시민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 찬성, 85명 반대,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자, 시민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전국낡고지친개발자협회'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온 개발자 곽아무개(43)씨는 "마지막까지 국민의힘이 탄핵에 동참할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오늘 (가결이) 안 돼도 계속 집회에 나오려고 깃발을 만들었다. (오늘 가결은) 매우 당연한 결과"라고 힘주어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와 나온 김세헌(40)씨도 "막힌 속이 뻥 뚫린 기분이다"라며 "불의를 저지른 사람이 대가를 치르게 돼 참 다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지금 매우 행복하다"면서도 "홀가분한 마음과 무거움 마음도 크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나 (수사와 재판 등) 책임자 처벌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다들 더 힘내자"라고 호소했다.
집회 사회를 맡은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무대에 올라 "국민이 승리했다. 대통령은 44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리려 했지만 깨어 있는 우리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켜냈다"라며 "윤석열 탄핵을 외쳐 온 주권자 시민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
탄핵안 가결 직후 몇몇 시민들은 자리를 떠났지만, 다수 시민들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집회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며 환호를 이어갔다.
[2신 : 14일 오후 4시 50분]
야구팬 김제니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라"
ⓒ 소중한
▲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촛불대행진'이 14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일대에서 진행됐다. 탄핵안 투표 용지와 함께 "제발 네모 안에 '가'를 넣어"라고 적힌 깃발(개막 전 해체를 바라는 KBO 10개 구단 팬 임시연합)이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휘날리고 있다. ⓒ 소중한
야구팬 김제니씨가 14일 오후 3시 시작된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쏟아낸 연설이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탄핵"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한 김씨의 연설과 그 안의 '속사포 질문'에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아래 김씨의 발언을 요약했다.
"집회에 여섯 번째 함께 하며 희망을 느낀 분들을 만났습니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집회가 길어지면, 축제 같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떠나는 게 아니냐며 말입니다. 이 자리에서 야구팬, 빠순이, 오타쿠로서 말하려 합니다. 민주주의의 딸과 아들에게 말하려 합니다. 모두에게 똑똑히 전해주길 바랍니다.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앞선 세대가 보기에 지금 청년들에게 절박함이 부족해 보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희는 그런 세대입니다. 민주주의의 드넓고 푸른, 여러분이 일궈낸 결실에서 삶을 꿈꾼 세대입니다. 절박함이 아니라 사랑으로 연대하는 세대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많은 이들을 여기서 만났습니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농민, 이주민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잊을 것입니까. 여러분, 오래된 노래라고 함께 부르지 않을 겁니까. 신나는 음악이 덜 나온다고 광장을 뒤로할 겁니까. 밤이 길어진다고 지쳐 떠날 겁니까. 우리는 연대, 단결, 투쟁 또한 기쁘게 배워갈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어쩌면 저들은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콜드게임, 무승부를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잡는 일에 콜드게임이 있습니까. 무승부가 있습니까. 우천취소가 있습니까. 강설취소가 있을 수 있습니까.
스포츠 팬 여러분, 우린 국가대표처럼 끝까지 맞설 것입니다. 맞습니까. 게이머 여러분, 우리는 정의의 엔딩을 위해 몇 번이든 리트할 것입니다. 맞습니까. 오타구 여러분, 우리의 최애처럼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입니다. 맞습니가. 빠순이 여러분,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려고 밤새워 기다린 것처럼 민주주의의 찬란한 태양이 다시 뜨길 기다릴 것입니다. 맞습니까. 우린 다 함께 여기서 독재의 담장을 넘어 홈런을 칠 것입니다. 맞습니까. 우리는 타는 목마름으로 함께 부를 것입니다. 해방의 찬란한 길목에서 부를 것입니다. 피맺힌 가슴의 분노가 되어 외칠 것입니다.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고 외칠 것입니다. 우리는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길 것입니다. 맞습니까.
'국민의 짐'은 들으십시오. 당신들은 계엄 해제의 첫 기회를 저버렸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두 번째 기회 저버렸습니다. 야구팬 여러분 묻겠습니다. 스트라이크를 세 번 놓친 타자에게 네 번째 기회가 주어집니까. 우리는 이 광장에서 꽉 찬 직구를 던질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감사합니다."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대표, 2030 여성 향해 "고맙다"
▲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하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내란수괴 즉각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 수많은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가결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앞서 무대에 오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김씨와 같은 2030 여성을 향해 "고맙다"라고 목소리르 높였다. 이 말에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이들이 환호를 쏟아냈다.
박 대표는 "퇴진광장에서 주권자 국민들은 놀라운 저항의 역사를 새로 열어나가고 있다. 경쾌한 풍자와 재밌는 해학이 넘치는 열린 촛불광장이 되고 있다"라며 "가족과 친지들의 손을 잡고 함께 참여한 시민촛불대행진이 진행되고 있고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단 2030 여성들이 광장에서 저항의 핵심 주체로 앞장서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운율 있는 구호 외치기, 율동과 함께 노래 부르기, 그리고 각양각색의 응원봉, 즉 탄핵봉 물결은 새로운 'K-시위' 문화로 정착되고 있고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며 "또한 이번 퇴진광장은 세대를 횡단해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MZ세대는 중장년세대로부터 전통적 민중가요를 배우고, 중장년세대는 MZ세대로부터 케이팝과 결합된 신세대 노래와 율동을 배우는 감동적 퇴진광장이 열린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내란세력, 내란동조세력과 내란선동세력을 청산하는 것과 함께 윤석열과 같은 자들이 다시는 재등장할 수 없도록 제도가 개혁돼야 한다. 정치적 민주화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민주화를 위한 과제의 해법이 모색되고 실천돼야 합니다"라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 촛불광장에 앞장선 국민 여러분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어떻게 아직도 내란수괴범이 국가존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에 있을 수 있나. 내란수괴 윤석열이 왜 아직도 감옥이 아니고 대통령실에 있나"라며 "유일한 헌법적 해결은 탄핵이다. 국민의힘에 경고한다. 무너진 민주주의, 헌법가치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은 윤석열 탄핵이다. 지금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윤석열 탄핵이다"라고 말했다.
[1신 : 14일 오후 3시 41분]
거북목협회부터 해병대까지... "퇴사하고 왔다, 윤석열 탄핵"
▲ 언론노조 윤창현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가결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수많은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가결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통과를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 인근으로 몰리고 있다. 오후 3시엔 범국민촛불대행진 집회가 시작됐다.
'집회 무대 1열'을 차지한 정다은(27)씨는 경기도 안산에서 출발해 오전 9시부터 집회 현장에 도착했다. 정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인 4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너 때문에 퇴사했다 - K장녀'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만들어 집회를 찾았다.
그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다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 퇴사하고 매일 같이 집회에 나오고 있다. 한국에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정부는 그간 복지 혜택을 없애왔다"라면서 "더 이상은 안 되겠어서 이제는 탄핵을 시키고 복지 혜택을 되돌려놓겠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일을 그만두었다"라고 전했다.
"부디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되기를 바란다"
▲ 수많은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가결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수많은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가결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가족 단위로 온 참가자도 많았다. 김현수(52)씨는 이날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김씨는 "저녁에 약속이 있었는데, 아들이 국회에 한 번 꼭 가고 싶다고 해서 참석하게 됐다. 무엇보다 오늘 국회 앞이야말로 민주주의 현장 체험 학습이 될 수 있을 거라 본다"면서 "아들은 탄핵이 부결된 날 울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경기 남부에서 두 돌이 된 아이랑 함께 나온 엄마 이아무개(33)씨는 "나중에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참여했다. 부디 오늘이 (집회에 나오는) 마지막 날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색 깃발을 갖고 나온 참가자도 여럿이었다. 전아무개(20)씨는 '전국거북목협회'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오전 6시 30분 버스를 타고 서울로 왔다. 전씨는 "이왕 시위를 나가는 김에 무거운 분위기를 덜 수 있도록 독특하고 긴장을 풀 수 있는 깃발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국거북목협회'를 만들었다"라면서 "대학생인 친구들의 공통된 문제가 거북목이라 다들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거북목이면 누구든 자동 가입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선 전씨처럼 각양각색의 이색 깃발을 들고 온 참가자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한편에서는 핫팩 박스 여러 개를 놓고 집회 참여자들에게 '무료 나눔'을 했다. '선결제 릴레이'로 시민들에게 '무료 커피'를 나눠주는 카페는 밀려드는 참여자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선결제로만 이미 커피 2000잔이 나간 한 카페에서는 "원래 공휴일은 가게 문을 열지 않지만 문의가 계속 와 오늘 오전 7시 30분에 출근했다"라고 했다.
▲ 조국혁신당의 조국 전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조국혁신당의 윤석열 탄핵 촉구집회에 참석,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촛불대행진'이 14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일대에서 진행됐다. 앞서 시민들이 전두환·윤석열을 합성한 얼굴을 밟으며 집회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소중한
이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 또한 해병대 군복과 목도리를 갖춰 입고 집회 현장을 찾았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지난주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그 추위에 시민들이 남아 있었다. (그분들에게) 핫바와 커피를 나눠드리고자 차량 두 대로 갖고 왔다"라며 "별 거 아니지만 오늘 100만 명의 시민들이 모인다는데 춥고 배고프실 때 보태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윤석열이 '채상병 특검법'을 3번째로 거부한 시점부터 탄핵을 요구했다"라며 "이제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처단해야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 100여 명의 회원들과 오늘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핵소추안 표결은 오후 4시지만 집회 참여자들은 이미 오전부터 방석을 깔고 앉아 리허설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는 등 집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집회 무대 좌측에는 지난주 집회에서는 마련되지 못했던 휠체어석이 별도로 마련됐다.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은 국회가 아닌 집회 현장에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