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4일 목요일

유해화학물질,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해결한다

유해화학물질,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해결한다

이수경 2018. 01. 05
조회수 62 추천수 0
집안에 가전제품 쌓아두고도 반도체 산재 무관심 놀라워
노동자 작업환경이 상품의 위해성을 막아 내는 방파제

05729560_P_0-1.jpg» 반도체 산재 피해자인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가 2016년 12월 열린 '박근혜 퇴진을 위한 민중총궐기 행사'에서 “삼성은 우리 유미에겐 고작 500만원을 줘 놓고, 비선실세에겐 500억원을 줬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 모인 수많은 시민은 그 반도체로 만든 가전체품을 쓰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의 산재와 무관하지 않다.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전자와 반도체의 직업병이 사회문제가 된 지 10년 만인 2017년, 마침내 ‘삼성 직업병’이 법적으로 폭넓게 인정되기 시작했다. 그간 삼성 직업병으로 혈액암, 뇌종양, 유방암만 인정되었으나 희귀질환인 다발성경화증까지도 산업재해(산재)로 확인되었고(■ 관련 기사: 산재를 산재라 부르는 데 10년이 걸렸다), 생산공정에서 일한 적이 없는 협력업체 관리자가 삼성반도체로 인해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도 인정되었다(■ 관련 기사법원, 삼성반도체 협력업체 관리자 백혈병도 산재 첫 인정). 또한 삼성반도체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에서도 산재로 백혈병이 발생한 것이 확인되면서 ‘삼성 직업병’이라 불리는 전자, 반도체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직업병이 법적으로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관련 기사삼성 반도체 이어 ‘LCD 공장’ 백혈병도 산재 첫 인정). 반도체 산업의 산재는 비단 삼성계열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엘지 디스플레이에서도, 에스케이 하이닉스에서도 또 그 협력업체에서도 작업장 유해물질로 인한 산재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7년 황유미 씨의 사망으로 세상에 알려진 삼성 백혈병 문제가 10년이 지나고,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협상 조정위원회(조정위)’가 구성된 지도 4년이 지났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으로 인한 산재 사고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하 반올림)에 의하면 2007년 이후 2016년 12월까지 삼성 반도체, 디스플레이 노동자의 직업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78명에 이른다.

게다가 2004년 경기도 화성에 있는 디스플레이(LCD, DVD) 부품 사업장에서 일하던 태국 노동자 8명이 하반신 마비로 걷지 못하게 된 사건, 2006년 경기도 광주에서, 부천에서, 구미에서 반도체 하청기업의 이주 노동자들이 사망한 사건 등 반도체 관련 산업에서 발병하고 사망한 노동자의 직업병까지 고려하면 반도체 산업으로 인한 피해는 이 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피해 정도와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1) 그런데도 정치권도, 대부분의 언론도 반도체 산재 피해자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비단 정치권과 언론만의 문제도 아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산재를 일으킨 원인물질이 생리대 문제를 일으킨 유해물질과 유사하고 피해 정도, 피해 기간은 물론 피해자도 절대 작지 않은데도 소비자는 삼성 직업병에 관심이 없다. 가습기살균제, 살충제달걀, 유해생리대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과 대응에 견주어 보면 반도체 산재에 대한 무관심은 놀라울 정도다. 집안에 삼성전자 물건을 쌓아놓고 소비하는 삼성 소비자가 무관심한 사이 삼성은 피해를 부정하고 약속한 보상마저 늦추고 있다(■ 관련 기사반도체 백혈병 논란의 오해와 진실-삼성의 다섯 가지 거짓말).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기도 한, 삼성 소비자의 무관심 속에서 지난 10년간 삼성반도체 산재 피해자와 반올림 같은 피해자 지원단체만 진실규명을 위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05752990_P_0.JPG»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4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3주기를 추모하는 `생명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대국민약속식'에 참석해 세월호 유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삼성반도체 백혈병 유족 등을 위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케모포비아’(chemphobia, 화학 생활용품 공포증)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화학물질에 대해 민감해진 소비자와 시민이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반도체 산재에 둔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품의 직접적 유해성만 아니면 물건을 생산하는 작업환경이 어떠하든 소비자는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일까? 소비자는 작업장에서 일어나는 유해물질로 인한 잠재적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정말 작업환경 문제가 소비자와 시민의 문제는 아닌 것일까?

유해생리대에서는 톨루엔, 스타이렌, 1,2,3-트리메틸벤젠 같은 접착제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문제가 되었다. 삼성반도체에서도 트리클로로에틸렌(TCE), 시너, 감광액(PR), 디메틸아세트아미드, 아르신(AsH₃), 황산(H₂SO₄) 과 같은 발암물질을 포함한 세척, 식각제에 쓰인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해 생리대에서 문제가 된 세척제와 접착제에 포함된 유해물질은 반도체 공정에서 문제가 된 유해물질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유해성으로 산업현장이나 상품에서 많은 문제가 일어나자 국가는 규제 대상 물질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표 1. 휘발성 유기화합물질 설명, 규제 대상 물질, VOC 물질별 위해성).

표 1. 휘발성 유기화합물 규제 대상 물질 

연번
제품 및 물질명
연번
제품 및 물질명
1
아세트알데히드
20
메탄올
2
아세틸렌
21
메틸에틸케톤
3
아세틸렌 디클로라이드
22
메틸렌클로라이드
4
아크롤레인
23
엠티비이(MTBE)
5
아크릴로니트릴
24
프로필렌
6
벤젠
25
프로필렌옥사이드
7
1,3-부타디엔
26
1,1,1-트리클로로에탄
8
부탄
27
트리클로로에탄
9
1-부텐, 2-부텐
28
휘발유
10
사염화탄소
29
납사
11
클로로포름
30
원유
12
사이클로헥산
31
아세트산(초산)
13
1,2-디클로로에탄
32
에틸벤젠
14
디에틸아민
33
니트로벤젠
15
디메틸아민
34
톨루엔
16
에틸렌
35
테트라클로로에틸렌
17
포름알데히드
36
자일렌(o-,m-,p-포함)
18
n-헥산
37
스틸렌
19
이소프로필 알콜



삼성 반도체 산재의 경우 규제대상이 된 유해물질조차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긴 것이기는 하지만 규제대상이 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질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규제대상이 된 물질은 용도가 다양하거나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해 널리 쓰이는 바람에 그 과정에서 유해성이 드러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규제대상이 아닌 물질이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약 10만여 종에 이르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00여 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개발되어 상품화되고, 국내에서도 매년 400여 종의 신규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2) 이렇게 많은 화학물질에 대한 정부의 규제나 관리는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과 거리가 멀어 사실 화학물질의 위해성에 대해 충분히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5647888_P_0.JPG»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MIT 성분이 검출된 치약 149종을 전량 회수한다고 발표한 뒤 서울 성수동 이마트 고객센터에서 고객들이 치약을 반품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가령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PHMG, PGH, MCIT와 같은 살균제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한 물질이지만 쓰이는 방법(분무)에 따라 매우 위험한 물질이 되기도 하고 상식과는 다르게 고농도가 아니라 저농도에서 위해성을 나타내는 물질도 있다(화학물질,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또 단일물질로 사용할 때는 안전하던 물질이 다른 물질과 함께 사용할 때는 해롭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개별물질이 어떻게 얼마나 사용되어야 위해한지에 대해 제대로 연구된 것이 매우 적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화학물질 특히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경우는 그 위해성이 사고와 경험을 통해 드러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이처럼 작업장과 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지만 작업장에서는 용도가 다양해 널리 쓰이고 특히 반도체 산업 같은 전자산업에서는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용도나 쓰이는 양이 많다. 반도체 칩 한 개를 만드는데 1.7㎏의 화석연료와 화학약품이 쓰이고 컴퓨터 한 대를 만드는데 상당수의 발암물질을 포함한 천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한데 섞여야 한다. 청정산업이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야말로 유해물질의 독성실험실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다.3)

반도체 생산공정.JPG» 반도체 생산공장의 청정실 모습.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이 쓰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삼성전자 제공.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산재의 발생을 은폐해서는 안되며(제10조),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려면 위해성, 위험성을 조사하여야 하고(제40조), 화학물질의 명칭,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안전·보건상의 취급 주의 사항, 건강 유해성 및 물리적 위험성 등을 기재한 물질 안전보건자료에 대해 작업자에게 공개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제41조)고 밝히고 있다. 또 안전·보건상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만을 분리하여 도급(하도급을 포함한다)을 할 수 없다(제28조)고도 분명히 적고 있다.

작업환경 때문에 산재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감추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제대로 원인 진단에만 나섰어도 유해물질로 인한 노동자의 피해를 더 키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만 지켰어도 100명 가까운 삼성반도체 사망자와 하반신 마비가 된 8명의 태국 노동자와 파악조차 되지 않은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하청업체 노동자의 산재 문제는 예방되거나 최소한의 보상 문제라도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작업장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화학물질의 안전성 검사나 정보의 공개만 이루어졌어도 노동자는 물론 소비자의 피해도 줄이거나 빨리 해결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다. 작업장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물질만이라도 쓰이지 않았더라면, 생리대와 같은 상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또 작업공정에서 쓰인 물질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고 공개만 되었더라면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물질이 그토록 오랫동안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품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물질에 대한 정보가 노동자뿐 아니라 소비자에게까지 법대로만 공개되어도 유해한 물질이 상품 생산에 쓰이는 일도 상품의 유해성이 발견되었을 때 우왕좌왕 원인을 찾아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작업환경에 대한 정보가 기업의 이익을 위한 기밀유지보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더 중요하고 절실하다(SK는 하고 삼성은 하지 못한 것).

05117261_P_0.JPG» 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와 가족 등이 2014년 8월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의 사과와 보상 등을 촉구하며 희생자들을 표현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작업환경을 지키는 것은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박종식 기자

수많은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들이 결국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최소한의 조처가 되기 때문에라도 소비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상품의 작업환경과 산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유해물질은 많든 적든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제품에도 섞이게 되어 있기 때문에 상품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사업장에서 쓰이는 유해물질에 대한 소비자의 감시가 필요하다. 또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노동자의 산재 피해를 통해 물질의 유해성이 드러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의 산재 피해에 대해 소비자가 관심을 갖고 해결 과정을 지켜보고 지원하는 일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작업환경만 제대로 관리되어도 가습기 살균제 문제나 유해성 생리대 문제는 생겨나지 않거나 더 빨리 원인이 밝혀져 해법을 강구할 수도 있었다. 생산품에 유해한 물질이 사용되는 것을 막거나 최소한 어떤 물질이 사용되는지를 보다 빨리 파악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 나라에서 온 이주 노동자의 산재 문제가, 2017년 한 해에만 55조의 이익을 냈다면서도 산재보상에는 인색한 삼성전자의 산재 문제가, 사실 화학물질로 범벅된 소비재를 집안에 쌓아놓고 사는 소비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유해작업장에서 더 많은 농도로 더 많은 물질에 더 오랜 시간 노출되는 노동자의 작업환경이 상품의 위해성을 막아내는 방파제이기 때문이다. 

삼성반도체가 영업비밀을 내세워 공개하고 있지 않은 물질정보를 공개하라며 산재 피해자와 반올림은 지난 10여년간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노동자가 내민 외로운 손을 삼성을 포함한 전자·반도체 제품 소비자가, 알려지지 않은 알 수도 없는 유해물질의 잠재적 피해자인 소비자가 맞잡아줘야 한다. 노동자는 소비자 앞에서 먼저 유해물질을 겪어내는 선험적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1) 이동수, 이수경, 이주 노동자를 위한 작업장 유해화학물질 정보(한글, 영어, 필리핀어(따갈로그), 중국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몽골어, 미얀마어, 네팔어, 베트남어), 환경과 공해연구회, 2008 https://goo.gl/ujr52i
2) 신인재, 현장 중심의 해설로 배우는 알기 쉬운 산업안전보건법의 원리와 활용: 현장 중심의 안전보건 관리, 2014
3) 테드 스미스 외, 세계 전자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 메이데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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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환경과 공해 연구회 환경운동가
전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1980년대부터 환경운동을 했으며 에너지 문제와 지역균형발전에 특히 관심이 많다.
이메일 : eprgsoo@gmail.com      
블로그 : http://00enthink.tistory.com/

함께 읽는 <제국의 몰락과 후국의 미래> 미 제국의 중동·아프리카 침탈사(1)


아프가니스탄 : 무자헤딘, 탈레반, 알카에다 
  • 김영준 담쟁이기자
  • 승인 2018.01.04 17:05
  • 댓글 0
들어가며 : 제국이 뿌린 씨앗 

두 번의 세계대전,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까지 20세기는 전쟁의 세기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어떨까? 인간성 상실, 환경파괴, 핵전쟁 같은 파멸적인 전망을 제외하면, 21세기는 전쟁의 세기를 날려 보내고 인류에게 평화·공존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됐다. 뉴밀레니엄을 맞이하는 세계는 희망과 낙관으로 부풀었다. 그러나 21세기는 시작과 함께 굉음을 내며 추락했다. 2001년 9월 11일 8시 46분 아메리칸 항공 11편이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을 들이받았다.
맙소사, 이슬람이 기어이 일을 내고 말았다. 서구 문명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냉전과 핵 위협을 극복하고 이제 겨우 새로운 도약을 꿈꿨는데 ‘야만인’들에게 발목이 잡혔다. 9·11테러는 이슬람이 세계를 야만의 시대로 이끄는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종교 갈등, 인종청소, 영토분쟁 등 끊임없는 갈등은 중동을 근대세계에 진입하지 못한 전근대적 세계로 여겨지게 했다. 즉 이들은 문명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정말로 몰지각한 야만인들이 문명인들의 새 세기를 초를 쳤는가? 냉전이 끝나자 걸프전이 발발했다. 다국적군이 이라크로 들이닥쳤다. 사고와 오인사격으로 미군 294명이 죽는 동안, 이라크인 수만 명이 죽었다. 핵 위협으로부터 해방, 민주주의 승리로 포장되는 냉전 종식은 도대체 누구의 해방이고, 누구의 승리인가? 자유 진영의 승리는 미국의 승리를 뜻했다. 걸프전은 승리의 축포였다. 미국은 새로운 세기를 자축하며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렸다. 자신들이 뿌린 씨앗은 까마득히 잊은 채로 말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세속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막고 탈레반 정권이 세워지도록 했다.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를 부추겼다. 쿠르드족 학살은 이 과정에서 일종의 덤이었다. 또 두 번의 이라크 전쟁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키웠다. 미국은 야만이라는 이름의 씨앗을 세계 곳곳에 뿌렸는데, 중동은 좀 더 신경 쓴 듯하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중남미가 스페인 제국과 미 제국의 공동작품인 것처럼 중동·아프리카 또한 서구 제국주의의 산물이다.
과연 중동·아프리카는 종교, 종족, 인종 따위에 집착하는 야만의 대륙인가? 서구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수호자인가? 이제 우린 제국이 뿌린 씨앗을 추적함으로써 진짜 ‘야만’의 기원을 응시할 필요가 있다.

아프가니스탄 : 무자헤딘, 탈레반, 알카에다 
19세기 중반 무렵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다. 이 침공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영토 일부를 잃는다. 이후 2차 침공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된 아프가니스탄은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영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1919년 8월에 독립하게 된다. (203)
▲내전 배경, 무자헤딘의 탄생: 독립 후 반 세기간 지속한 입헌군주제는 1973년 다우드의 쿠데타로 무너진다. 그는 공화제를 수립하고, 미국 패권을 견제하기 위해 소련을 이용하려 했다. 아프가니스탄을 중동의 맹주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소련의 군사지원을 받으면서 한편으론 이란과 파키스탄 같은 친미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런 양면정책은 국내 친미·친소파 모두에게 외면받았다. 다우드는 점점 공산파를 배척했다. 1978년 4월 아프가니스탄 인민민주당 PDPA은 좌익쿠데타를 일으킨다.
인민민주당은 아프가니스탄 민주공화국을 출범시켰다. 토지개혁은 물론 종교의 자유, 여성의 참정권 보장, 여성의 부르카(베일) 착용 금지 등 파격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소련과 우호선린조약을 체결하고 원조도 받았다. 그러나 종교개혁과 친소정책은 이슬람 보수세력과 친미세력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다. 이 기회를 놓칠 미국이 아니었다. CIA는 이들 세력을 모아 반정부 무장세력을 조직했다. 무자헤딘(‘성전용사’라는 뜻)이 탄생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들을 ‘자유의 투사’라 불렀다. (203~205)
▲미국이 유발한 제1차 내전 : 무자헤딘 게릴라의 무차별적 파괴와 학살로 아프가니스탄 인민민주당 정부는 소련에 파병을 요청한다. 소련의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미국의 손에 놀아나는 꼴”이라며 파병에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미국은 소련의 개입을 더욱 부추겼다. CIA와 M16이 손잡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일대의 무자헤딘에게 자금과 무기를 공급했다. 소련은 국경을 맞댄 아프가니스탄에 반소정부가 들어서는 걸 좌시할 수 없었다. 결국, 소련은 1979년 12월 24일 지상군을 파병한다.
미 안보보좌관 브렌진스키는 “우리의 비밀공작은 탁월한 발상이었다. 드디어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이란 덫에 걸렸다.”며 쾌재를 불렀다. 미국과 유엔은 불법 침공이라며 소련을 규탄했다. 도덕적 판단과 별개로 소련군 파병을 불법 침공이라 규정하기엔 모호했다. 아프간 정부는 거듭 파병요청을 했고, 소련은 우호선린 조약에 따라 파병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소련군이 진주하자 무자헤딘의 테러는 더욱 격화되었다. CIA와 M16이 43개국에서 모집한 무자헤딘은 무려 3만 5000명에 달했다. 10만의 무자헤딘이 관공서와 교육·의료시설을 파괴하고 의사와 교사를 살해했다. 10년간의 내전으로 200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피난민은 500만 명에 육박했다. 정말 미국의 바람대로 아프가니스탄은 소련의 베트남이 되었다. 1989년 2월 소련군이 철수했다. 1992년 4월에는 인민민주당 정부도 무너졌다. (205~208)
▲탈레반 정부와 빈 라덴 :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무법천지가 되었다. 살인, 강간, 약탈 그리고 군벌들 간 권력투쟁이 끊이지 않았다. 파슈툰족 수니파와 군벌들이 만든 정치·종교집단 탈레반은 이런 혼란스러운 정국을 평정했다. 물라 오마르가 국가의 수반이 되었다. 그는 무자헤딘 출신으로 다른 군벌들을 물리치며 국토 대부분을 장악했다. 여기엔 미국의 역할이 컸다. 1991년 CIA는 탈레반 조직 강화를 위해 파키스탄을 통해 30억 달러를 지원했다. 탈레반은 극단적인 신정일체정책을 펼쳤다. 이슬람 율법을 어긴 자는 공공장소에서 돌로 쳐 죽이거나 사지를 절단하는 식으로 사회를 통제했다. 여성은 반드시 부르카를 착용했다. 중등 과정 이상의 교육도 금지되었다.
▲ 오사마 빈라덴 사진출처 Hamid Mir - http://www.canadafreepress.com/
물라 오마르와 빈 라덴은 반제국주의 성향과 이슬람 원리주의자라는 동기로 결속했다. 두 사람 모두 무자헤딘 출신이기도 했다. 빈 라덴은 1984년 맥 MAK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무자헤딘에 자급을 공급했다. 1988년에는 알카에다라는 무장단체를 만들었다. CIA는 알카에다 출범 당시 무기와 활동자금을 지원했다. 알카에다 조직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테러단이 형성되었다. (208~213)
▲9·11 사건과 음모론 :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반부터 약 2시간 동안 민항기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했다. 2974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24명이 영구 실종되었다. 미국은 곧바로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발표는 많은 논란과 의문점을 일으켰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 되었다는 점에서 과거 쿠바 메인호 조작이나 루시타니아호 사건, 진주만 공작 등을 연상시킨다.
첫 번째 의문은 사전에 알았는지 아닌지다. 미국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해왔다. 그러나 주요 관련자들의 증언이 하나둘 공개되자 슬쩍 태도를 바꿔 ‘사전 입수한 테러 정보를 국외에서 발생하던 테러 정도로만 여겨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당일 미온적인 대응은 업무 미숙‘ 이라고 변명했다. 사실 미국 정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9·11 테러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
-1998년 12월, <타임> 지는 빈 라덴이 워싱턴이나 뉴욕에 대규모 테러계획이 있다고 보도했다.

-오클라호마 FBI는 중동계 청년들이 미국에서 비행기 조종 훈련을 받는다고 본부에 보고했다. CIA도 항공기로 세계무역센터를 테러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여 상부에 보고했다.

-2001년 6월~8월, 독일 정보기관은 중동 테러리스트가 공중납치와 미국시설 공격을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고 CIA에 통보했다. 탈레반 정부의 무타와킬 외무장관도 미국 정부에 8~9월 빈 라덴의 대규모 테러가 있을 것이라고 은밀히 통보했다.

-2004년 1월 9·11 조사위원회에서 CIA 전 국장 테닛은 2001년 7월 10일 라이스 안보보좌관에게 빈 라덴의 테러가 임박했음을 경고했고, 그녀 역시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두 번째 의문은 미국 정부의 석연치 않은 대응조치다.
-사건 직후 부시 대통령은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구성하자는 요구에 반대했다. 여론에 밀려 9·11 조사위원회가 설치되었지만 공식보고서는 언론 보도를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미연방법원 포스너 판사는 공식 보고서를 ‘문학작품으로서는 걸작’이라 조롱하기도 했다.

-공식보고서는 북미 방공사령부가 민항기 자폭공격을 가상한 도상연습을 수차례 진행했다는 사실을 누락했다. 북미 방공사령부 사령관은 훈련은 했지만, 국내 공항에서 발진한 민항기는 가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2003년 5월 9·11 조사위원회에서 미연방항공국(FAA) 테러 전담 요원 자코빅은 9·11 발생 직전 공항이나 민항기의 보안 상태를 점검하는 일을 상부에서 금지했다고 증언했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9·11 사건으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할 수 있었다. 덕분에 부시 정부 참모들이 대선 기간에 구상했던 사담 후세인 제거와 중동지역 패권 강화 전략이 실현되었다. (213~222)
▲아프가니스탄 침공 : 미국의 침공 명분은 ‘빈 라덴과 알카에다 제거’였다. 그러나 침공 다음 날 미 중부군 사령관은 “우리의 목표는 빈 라덴과 알카에다보다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온 탈레반 정부”라고 말한다. 빈 라덴 체포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에, 부시 대통령은 “솔직히 말해 나는 빈 라덴 체포에 별 관심이 없다”고 속내를 터놓았다. 빈 라덴 신병을 인도하겠다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제안도 여러 번 무시했다. 빈 라덴이 빨리 체포될 경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2001년 10월 7일부터 미·영 연합군은 재고 폭탄을 처리하듯, 도시와 산간을 가리지 않고 수만 파운드의 폭탄을 무차별적으로 투하했다. 마을, 학교, 병원까지 잿더미가 되었다. 국제협정으로 사용이 금지된 클러스터 폭탄도 투하했다. 무차별 살상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익명의 국방성 관계자는 “우리는 민간인에게 죽으라고 그런 것이다”라고 답함으로써 의도적인 학살임을 시인했다.
아프가니스탄 포로에 대해 고문과 학살도 자행되었다. 미·영 연합군은 2001년 11월 항복한 탈레반 병사 및 동조자 3000명을 학살했다. 연합군은 화물 운송용 컨테이너 한 개에 포로 300여 명을 구겨 넣고 숨구멍을 내준다며 컨테이너에 총을 난사했다. 구멍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시체들은 사막에 버려 들개가 먹게 했다. 포로수송을 빙자한 학살은 4일간 계속되었다. 이는 전쟁포로에 관한 국제협약 위반이지만, 누가 미 제국 군대의 불법행위를 단죄하겠는가?
미국의 주류언론은 미국의 점령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와 발전이 앞당겨졌다고 자화자찬했다. 5만 명에 달하는 아프가니스탄 사망자는 부수적 피해일 따름이었다. (222~225)
김영준 담쟁이기자  minplusnews@gmail.com
인기기사

한미정상, 평창올림픽 기간 군사훈련 않기로

트럼프-문재인 전화통화, 트럼프 남북대화 지지 밝혀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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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4  23: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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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밤 10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밤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에 관한 양국간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며 “양국 정상은 평창 올림픽 기간중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양국군이 올림픽의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문대통령이 "북한이 더이상 도발하지 않을경우에 올림픽 기간  동안에 한미연합훈련을 연기 할 뜻을 밝혀주면 평창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고 흥행에 성공하는데 큰 도움이 될것이라 믿는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 나를 나를 대신해 그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 군사 훈련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해도 되겠다"고 화답한 것.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은 올림픽 기간에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나는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17일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수용의사를 밝힌 셈이다. 
윤영찬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우리는 남북 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 성사를 평가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면서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기간에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재확인하고 “내가 한국 국회에서 연설한 것에 대해 굉장히 좋은 코멘트를 많이 들었다”고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올림픽 기간중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함으로써 평창 올림픽이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 대표단의 참가도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일보가 북한 평창올림픽 참가를 반대하는 방법

[아침신문 솎아보기] “남북 ‘한반도기’ 들고 입장하면 태극기 사라진다” 맹비난… 세계 “文정부, 조급증 버려야”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2018년 01월 05일 금요일

다음은 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한미, 평창올림픽 기간 훈련 중단 합의”국민일보 “文 대통령·트럼프, 한미훈련 연기 합의”동아일보 “文대통령-트럼프 통화 ‘한미훈련 연기’”서울신문 “한미, 평창올림픽 때 군사훈련 안 한다”세계일보 “美 ‘한국, 北대표단 평창 체류비 지원 반대’”조선일보 “시민단체 경력까지 공무원 호봉 반영” 중앙일보 “한미 정상 ‘평창 기간 연합훈련 없을 것’” 한겨레 “한미 정상 ‘평창올림픽 기간 연합군사훈련 않겠다’”한국일보 “갈등·짜증 되레 부추기는 ‘삼류 여의도’” 
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다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1면에 주요 기사로 배치했다.  
4일 문 대통령은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을 경우 올림픽 기간 동안에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할 뜻을 밝혀주면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고 흥행에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날 대신해 그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며 “올림픽 기간동안 군사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 소식을 전하며 경향신문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한미 정상이 처음으로 가진 이번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훈련 연기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하며 남북 당국간 회담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일보 “문재인 정부 조급증 버려야”  
반면 세계일보는 1면 톱기사 제목을 “美 ‘한국, 北대표단 평창 체류비 지원 반대’”로 뽑았다. 군사연합훈련 연기에 대해 합의한 것 보다는 미국과 한국 간 의견 차이를 강조한 제목이다. 세계일보는 “트럼프 미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등의 체류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정신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3일(현지시간) “한국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당시 500만 달러(약 53억 3500만원)가량을 북한에 지원한 전례가 있다”며 “평창올림픽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이 신문은 전했다.
▲ 5일자 세계일보 사설
▲ 5일자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 “美, 北선수단 지원반대…정부, 남북관계 조급증 버릴 때다”에서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훈련 연기 결정은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양국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안보 수호를 위한 훈련을 놓고 이견이 드러나면 한미동맹의 이상징후로 비칠 것은 뻔한 일”이라며 “그런 만큼 훈련 연기는 이번 올림픽에 국한된 것이어야 하고 훈련 축소·조정 등 잘못된 신호로 확대해석되지 않도록 양국이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 정부가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선수·응원단의 체류 비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건 우려스럽다”며 “양국이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빈틈없이 이견 조율을 해야 불협화음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사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세계일보는 “북의 올림픽 참가에 목매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이런 민감한 사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북을 데려올 수 있다면 정부 예산으로 체류비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게 여권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북측이 올림픽에 참가하면 크루즈를 숙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북한 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에 몰두하는 한국과 (미국은) 거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선수단 체류비 문제를 놓고 갈등이 생기면 틈이 더 벌어질 수 있다”며 “먼저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조급증에서 벗어나는 게 순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북한은 폭력 범죄 집단” 
조선일보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 다른 이슈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조선은 사설 “대한민국 개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태극기가 없다면”에서 “종전처럼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같이 입장할 수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개회식 공동입장이 합의 되면 우리 땅에서 우리가 개최하는 올림픽에 태극기가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5일자 조선일보 사설
▲ 5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관련 남북 실무 회담은 주로 남북 단일팀 구성, 개폐회식 공동입장, 북한 응원단 참석을 논의할 예정이다. 단일팀은 북한 선수가 적고 시간이 촉박해 여자 아이스하키와 피겨스케이팅 정도를 제외하면 쉽지 않겠지만 남북 공동 입장 가능성은 크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9차례 남북은 공동입장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역대 동·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개최국 국기가 등장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우리는 두 번 뼈아픈 실패 끝에 세 번 만에 이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며 “그런데 가장 중요한 올림픽 개회식에 태극기가 없다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비난했다.  
부도덕한 북한이 올림픽 현장에서 태극기를 없앤 주범이라는 논리로 이어졌다. 이 신문은 “우리 올림픽을 돕기는커녕 KAL 여객기 폭파 테러로 방해하던 북한 집단이 이번에는 핵폭탄과 장거리미사일을 들고 대한민국과 세계의 축제에 한 발을 걸치면서 태극기를 없앤다면 이를 납득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도발을 멈추고 핵 폐기에 응한다면 태극기가 사라지는 사태도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기를 같이 들었던 2000~2007년 중 북은 도발을 멈춘 적이 없다”며 “북 집단에는 핵무장과 대한민국 제압이 절대 불변 목표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만 전략과 전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은 전 세계에서 범죄 폭력 집단으로 낙인찍혀 있다”며 “그런데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태극기가 아니라 한반도기가 등장한다면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을 어떤 눈으로 보겠나. 벌써 국내 좌파 세력은 ‘한미 훈련을 줄이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아베 총리, 평창 안 올 조짐” 
문 대통령이 4일 위안부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불러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과한 것과 관련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명심할 점은 초청된 할머니와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 외에 다른 피해자들의 생각도 고루 살펴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2년 전 위안부 합의 이행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측에 따르면 당시 생존 피해자 47명 중 36명이 보상금 성격의 돈을 받았다. 돈을 수령한다는 게 꼭 합의에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의 뜻도 다시 물어야 전체 의견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 5일자 중앙일보 1면 사진기사
▲ 5일자 중앙일보 1면 사진기사
중앙일보는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핵심 이슈 중 하나임엔 틀림없다”면서도 “하지만 미래 지향적 양국 관계 개선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한일관계 악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장 아베 신조 총리가 평창에 안 올 조짐이고 일본 관광객도 크게 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거나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하면 한일 관계는 끝없는 나락에 떨어질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를 막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앙은 “향후 정부의 대응은 국내 정서에 좌우되기 보다 양국 정부 차원에서 맺은 외교협상의 무게도 감안해야 한다”며 “일본도 위안부 합의 논란으로 양국 관계가 회복 불능에 빠지는 걸 원하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을 통해 “비공개 내용이 문제가 됐지만 12·28 합의 내용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여론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는 지난 정부에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며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피해자와 일본 정부를 모두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더 이상 합의 정신을 무시한 채 합의문을 제 멋대로 해석하고, 아픈 상처를 들쑤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어렵겠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조금씩 신뢰를 쌓는다면 과거사는 얼마든 극복할 수 있다”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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