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김건희 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상정된 가운데,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며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정부여당을 향한 시민사회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간호법, 노조법, 방송법까지 모든 민생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모자라 가족 비리에 대한 특검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정농단과 다름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여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 제정에 발목을 잡는 것 또한 분노를 더한다.
▲27일 오전 11시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규탄! 쌍특검, 이태원 특별법 신속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 가족은 법 앞에 예외인가”
2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쌍특검, 이태원 특별법 신속 처리 촉구 기자회견’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의 강도 높은 규탄 발언으로 가득 찼다. 이날 회견을 주최한 82개 단체의 협력체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과 진보 4당(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은 “거부권이 현재처럼 남용된다면 국민은 거대한 저항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엄포했다.
한편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 김상근 목사는 “윤 정부는 법 앞에 예외 없다고 얘기하는데, 김건희는 예외냐”며 검찰의 중립성 위반을 꼬집었다.
재판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실형을 판결했음에도 불구, 검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압수수색은 차치하고 대면 조사나 서면 조사조차 시행한 적이 없기 때문.
더불어 지난 14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녹취록은 김건희 여사가 직접 통정매매에 가담한 사실을 밝혀냈음에도 정부여당 핵심인사들은 최근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조건부 수용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정한 바 있다.
이에 김 목사는 “김영삼, 김대중은 아들이 수사기관 조사받을 때 개입하지 않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며 “노무현 역시 형이 조사받을 때 마찬가지로 개입 없이 사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에 거부권 행사를 해선 안 된다는 국민이 70%”라며 “대통령 일가족 비리 덮으라고 거부권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 김상근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쌍특검은 대한민국 사법정의 시금석”
거부권 발동 조건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승훈 운영위원장은 “그간 모든 민생법안들이 대통령 마음대로 거부권 앞에 무너졌다”며 “대통령 거부권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긴 하나, 입법 사항이 국가 안녕을 침해하거나 공공복리를 위협할 만큼 중대한 사안에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 운영위원장은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초헌법적 수단으로 권력을 찬탈한 세력은 영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 속에 있다”고 규탄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역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특검과 50억 클럽 특검은 한국 사법 정의가 시험되는 시금석”이라며 “법 앞 평등이 실현되려면 정부여당이 쌍특검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윤심이 아니라 민심 따라야”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50억 클럽 비리를 언급하며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가 법조계 및 정재계 인사들에게 50억씩 주겠다는 약속을 한 녹취록이 풀렸음에도 검찰은 전관예우와 자기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며 제대로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윤 상임대표는 “법 집행자들이 법을 위반하고, 대통령이 배우자를 감싸고 도는 마당에 ‘카르텔’과 싸우긴 뭘 싸우겠다는 거냐”며 정부여당을 향해 “윤심이 아니라 민심을 따르라”고 주문했다.
한편 회견 참가자들은 “모든 민생법안들이 좌절되었지만, 남은 ‘쌍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만은 오롯이 국민 뜻대로 제정되길 바란다”며 “거부된 행사된 여러 개혁법안에 대해 국회는 신속히 재의결 준비를 하라”고 주문했다.
정부여당이 쌍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완강한 반대의사를 표하는 상황 속, 과연 28일 본회의가 정부여당을 누르고 국민 의지를 관철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퀴즈. '빚내서 집사라'는 어느 정부의 정책일까? '박근혜 정부'라고 답했다면 절반만 맞았다.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역대 여러 정권들이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구사했다고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침체기에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팍팍 풀어가며 대출로 집을 사라는 신호를 보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전세가격이 상승하자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를 낮춰주고 기준금리도 낮게 유지했다. 최경환 당시 부총리가 앞장서서 가능한 모든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다주택자 핀셋 규제와 LTV 규제를 통해 대출을 억제하려고 했으나,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막대한 유동성이 시장에 풀린 상황에서 핀셋 규제의 효력은 제한적이었다. LTV 규제를 피해 순수 주택담보대출 대신 전세자금대출이 3배(총액 기준)로 늘어났다. 전세자금대출의 증가는 곧 전세가 상승과 갭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그에 대한 심판으로 윤석열 정부가 지금의 자리를 차지했다. 미리 정해져 있었던 시간표대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3단계가 시행되고,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도 인상되면서 22년 8월부터 23년 초까지 가계부채가 감소했다. 그런데 5월부터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된 요인은 주담대. 이른바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담대 같은 이름으로 정책금융을 확대했다. 윤석열판 ‘빚내서 집사라’ 정책이다. 올 상반기에 시작된 부동산시장의 반등은 정부의 정책금융이 만들어낸 것이다.
▲국가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색깔로 표시한 것. 100%가 넘는 나라는 진한 녹색으로 표시된다. 한반도의 남쪽 절반이 진한 녹색으로 칠해져 있다. (출처: IMF 홈페이지)
사실은 어느 집권세력이든 대출을 일으켜 경기를 부양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고금리, 고물가인데도 가계부채가 증가했으며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유독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국제기구들도 한국의 부채 위험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뒤늦게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지만, 지난 11월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11월 가계대출 증가폭은 2조6000억 원. 11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4000억 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주담대는 5조8000억 원 증가했다. 그 5조8000억 원 가운데 정책자금대출(특례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버팀목 대출)이 4조6000억 원으로 80%가량 된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에도 50조 원 규모의 정책자금 대출을 풀겠다고 한다. 27조 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과 20~30조 규모의 '청년 주택드림 대출'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비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내년 1분기부터 가계대출에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한쪽에서는 돈을 풀고 한쪽에서는 스트레스 DSR로 대출 한도를 축소한다? 정책의 오락가락이 심하다.
[일문일답]이창용 총재 "가계부채 연착륙, 총재가 된 이유"(23.08.24 서울파이낸스)
이창용 "가계부채 지금 속도로 늘면 문제…강력 조치할 것"(23.08.22 조선일보)
이창용 "부동산시장 연착륙 달성, GDP대비 가계부채 100% 이하로 줄여야"(23.10.12 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 "가계부채 안 잡히면 금리인상 고려"(23.10.23 UPI뉴스)
금융통화정책 수장으로 일컬어지는 한국은행 총재에게로 시선을 돌려보자. 이창용 총재에게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의지가 있을까? 공직자의 생각을 알려면 말과 행동을 다 봐야 한다. 이창용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를 걱정하는 말을 누구보다 많이 했다. "가계부채 연착륙이 제겐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고, "가계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8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말만 들으면 가계부채 문제만큼은 사명감을 가지고 해결할 것 같다. 그러나 그의 말을 뜯어보면, 놀랍게도, 가계부채를 진짜로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8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 않게 하면서 경제 성장을 통해서 GDP 대비 비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30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떨어지게 만들어서 GDP 대비 비율이 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총액을 줄인다는 이야기는 없다. 장기적으로 GDP가 꾸준히 성장한다는 전제 아래 가계부채가 급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떨어지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니까 장기적으로, 부채 축소도 아니고 부채 비율만 축소하자는 이야기다. 이 총재가 말하는 '장기'는 몇 년일까? 15년? 20년? 그동안 한국의 출생률은 얼마나 더 떨어질까? 한은 총재의 임기가 4년인데 그 후의 일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이 총재는 당장 한은 차원에서 사용 가능한 정책 수단(취약계층을 보호하면서 기준금리 인상하기 등)을 동원해서 변화를 추구할 마음이 없다. 대신 부동산 연착륙에는 관심이 많다. 지난 10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이 총재는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이 20~25% 하락했다가 지금은 15% 올랐다"면서 "연착륙을 위한 정책 노력"이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제 가계부채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가계대출은 10월에도 11월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정책 책임자인데도 부동산시장 연착륙에 더 신경을 썼다. 청와대와 기재부도 부동산시장 연착륙이 우선일 테니 정권과 손발은 잘 맞을 듯하다.
그런데 가계부채야말로 적극적으로 대처가 필요한 영역이 아닐까. 가계부채 부담은 한국 경제의 소비 여력을 잠식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다들 대출금과 이자를 갚느라(대개는 이자만 갚고 있다) 소비할 돈이 없다. 이미 풍선처럼 불어나 GDP의 100%를 넘어선 가계부채를 적당히 관리만 할 경우 소비는 회복되지 못할 것이고, 금융을 통한 자원 배분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해서 결국 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가계부채 증가는 자산불평등 확대의 원인이 된다. 대출은 평등하게 배분되지 않고 특정 계층에게 더 많이 배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출이 늘어날수록 자산 격차가 커진다. 이창용 총재가 말하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가계부채는 적극적인 디레버리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기간의 성장률 하락은 감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은 항상 성장률을 의식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정권의 눈치만 보면 가계부채는 절대 못 잡는다. 그러면 이창용 총재와 함께 금융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다른 금융통화위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정책결정기구로서 당연직인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당연직 2명을 제외한 5명의 위원은 정부부처 및 기관(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에서 추천한다. 연봉은 3억 정도 되고, 차량과 비서관이 제공되는 등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이들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지만, 금융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큰 기대는 없지만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의사록을 한번 들여다보자.
11월 금통위 의사록 살펴보니…다수는 "금리인상 열어둬야"(23.12.19 뉴시스)
한은이 보는 가계부채..."정책금융, 대출 자극 우려"(23.12.24 뉴시스)
"가계부채 이렇게 관리하면 계속 저출산" 금통위원의 쓴소리(23.12.24 파이낸셜뉴스)
우선 지난 19일 공개된 11월 30일자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이 회의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 확인된다.
전일 개최된 동향보고회의에서 일부 위원은 "우리나라 가계의 실물자산 보유 비중(2022년 기준)이 약 63%로 미국, 일본, 영국의 30~50%보다 높은 편"이라고 지적하며 "실물자산 보유 비중이 높을수록 청년층·무주택자는 주택구입을 위해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 위원은 "부동산 가격의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현재 수준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정도로는 실물자산 비중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인 유례없는 저출산과 결혼 기피 현상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첨언했다. 집값이 비싸서 아이 낳기 어려우니,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고 집값도 정상화하자는 상식적인 주장이다. 그런데 의사록에는 위원의 실명이 없고 "일부 위원"이라고만 표현되므로, 금통위원들 중 누가 이런 주장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일부 위원은 "최근 3개월간 근원상품과 개인서비스 물가의 상승 모멘텀이 상반기에 비해 둔화"하고 있다면서,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도 "가계 전체로는 금융자산 총액이 금융부채 총액보다 많으므로" 단순히 가계부채 총량만을 평가하지 말고 소득분위별 분포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즉 이 위원은 물가상승률과 가계부채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대체 누군지 궁금하지만 역시 알 수가 없다. 11월 금통위를 마지막으로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으로 가버린 박춘섭 전 위원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일부 위원은 "1년 후 주택가격 전망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CSI가 10월 중 전월보다 소폭 하락하였으나 100을 상회하고 있어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며 주택관련 대출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범한 분석이다.
일부 위원은 "올해 초 주택시장 반등은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면서 주택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부양책 실시로 주택경기 반등 기대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늘어났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특례보금자리론은 도입 당시 대환 대출용으로 지원되었으나 실제로는 신규대출로 많이 이용되면서 주택가격 반등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금융 규모 조정이 향후 가계대출에 미칠 효과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다른 위원이 나서서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했다.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연말까지 하락 흐름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내년 들어 특례보금자리론이 재개되고 신생아특례대출 등이 새롭게 시행되면서 정책금융이 가계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내년 정책금융의 내용과 규모, 그리고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위원은 "내년 주택금융공사 및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정책금융상품 공급예정 규모가 올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0~22년 평균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은 규모"라고 언급했다.
종합하자면,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하루 전에 개최된 동향보고회의에서 적어도 3명의 금통위원이 정책금융을 통한 정부의 부동산시장 부양책에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가계부채가 자연스럽게 축소되었어야 하는 국면에 정부가 나서서 돈을 잔뜩 풀어버렸으니 금통위원들이 그 점을 민감하게 인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금통위원들 역시 기준금리를 더 인상하자고 말할 용기는 없다. 11월 30일 금통위는 한은이 물가상승률을 당초 전망보다 상향 조정한 상황에서 열린 회의였고, 일부 위원은 한국의 집세 제외 근원물가 상승률이 미국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언론과 시장(시장이라는 이름의 투자자들)의 관심은 내년에 언제 금리를 인하할 것이냐에 쏠려 있었다. 그래서 '통화정책방향 토론'에서 일부 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복귀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소통 전략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들 빠른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만큼 빠르게 둔화하지 않을 수 있으니 그런 점을 잘 설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의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위원 1 – 기준금리 유지. 향후 물가 목표로 수렴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정책 대응 고려.
위원 2 – 기준금리 유지. "현 금리수준은 충분히 긴축적"이며 당분간 시장 상황을 관찰.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
위원 3 – 기준금리 유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기조 유지.
위원 4 – 기준금리 유지. 금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앞으로 대내외 상황 변화를 지켜보자.
위원 5 - 기준금리 동결.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을 통해 디레버리징 노력을 지속할 필요.
위원 6 – 기준금리 동결. 통화정책 긴축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물가상승률의 목표수준 안착이 지연될 경우 추가긴축도 고려.
유지 아니면 동결. 11월 30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어떤 언론은 금통위원 7명 중 1명만 향후 금리 인하를 언급했다고 보도했고, 어떤 언론은 금통위원 2명이 향후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의사록이 익명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어느 위원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를 국민은 알 수가 없다. 선출된 권력인 국회의원의 회의는 의사록이 차후에 공개되므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국민이 알 수 있는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금통위원의 회의 의사록이 익명인 것이 의아하다.
금통위는 주로 기재부, 금융위, 대학 교수 출신으로 구성된다. 비슷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의견을 모으기는 좋겠지만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등 다수 국민의 이해를 대변할 통로는 없어 보인다. 그 결과 금융통화 정책은 편파적으로 운영되기 쉽다. 기준금리를 필요 이상으로 낮게 운용하면 자산가격은 필연적으로 상승하고, 자산을 가진 사람과 기업에 유리하다. 무주택자나 청년에게는 그만큼 불리해진다.
우연의 일치인지, 금통위원은 재산도 국민 평균보다 훨씬 많다. 올해 신고한 내역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재산은 약 47억 원, 서영경 위원의 재산은 약 67억 원이다. 장용성 위원은 68억 원으로 재산이 가장 많다. 집 2채에 본인 명의의 예금만 28억이고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 등의 주식을 20억 이상 보유하고 있다. 아직 자산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이나 은행 대출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의 이해관계는 누가 대변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금통위 구성을 민주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잠재성장률 하락과 인구 소멸로 나라가 더 기울기 전에 한은이 금융소외 계층과 저소득층, 무주택자와 청년을 위한 통화정책을 고민하면 좋겠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금통위 의사록이라도 신속하게, 위원의 실명을 적시해서 공개하기를 바란다.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는 더불어삶 회원들과 함께 해고노동자 지원, 인터뷰, 강연 기획 등 노동 현장에 도움 되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모순을 파악하고 공론화하는 일에도 기여하고 싶어서 경제 뉴스와 각종 문헌을 뚫어져라 들여다본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더불어삶 뉴스레터 구독 링크 https://bit.ly/livewithall-letter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인이 임기 시작을 5일 앞둔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26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직선 4기 임원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양경수 위원장 당선인의 두 어깨는 무겁다. 임기가 시작되는 2024년은 총선이 있는 해이다. 이번 총선은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석열 정권을 평가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벌여온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분명히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양 당선인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보정치 세력의 단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양 당선인은 올여름 직선 3기 위원장을 지내면서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을 실현한다’는 내용의 민주노총 총선방침을 결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새 임기에는 이걸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가 당면 과제다. 양 당선인은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을까. 양 당선인을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만났다.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을 실현한다’ 총선방침 추진 구상
- 민주노총의 4월 총선 목표와 전략은 무엇인가. “일단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을 수 있는 국회, 또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국회로 재편돼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총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를 하게 됐을 경우 윤석열 정권의 폭주가 굉장히 가속화할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걸 어떻게 저지할 거냐, 이걸 어떻게 돌파할 거냐라고 하는 방법론이 다양하게 제출되고 있다. 그런데 저는 모든 것은 진보정당들의 단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서민들의 삶과 생존이 보장되고 바뀔 수 있는 총선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단결을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한다는 중요한 목표를 가지고 총선에 임할 생각이다.”
- 노동자가 중심이 돼 진보단결을 이뤄야 한다는 전제는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별로 없다. 어떤 중심 세력이 형성돼야 진보정당이 이 구심력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논의를 하게 되고 견해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이재명 체포 동의안에 대해서도 진보정당 당원들 간의 의견이 엇갈리지 않나. 그래서 노동운동, 대중운동이라고 하는 중심 세력을 강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진보정당들의 단결에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여전히 노동 중심성을 세워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을 실현한다’는 총선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진보정치 단결을 위해서는 그동안 오랜 기간 노력을 해왔고 올해만 해도 4월과 9월 대의원대회를 하는 과정에서도 각 정당 대표들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만나면서 쭉 논의도 하고 협업을 해왔다. 얼마 전까지도 민주노총-진보정당 연석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눴다. 이제는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서로 결단을 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데서 민주노총이 할 수 있는 걸 다 해야 된다. 진보정당들을 만나서 설득할 건 설득하고, 대중적 여론을 만드는 역할도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민주노총의 역할은 진보정당의 단결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의 단결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신뢰를 진보정당들에게도 주려면 실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광장 투쟁도 한 축으로는 굉장히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민심의 움직임을 보여줘야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이 안팎에서 역할을 다 하겠다.”
- 양 당선인이 생각하는 광장 투쟁은 무엇인가.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마중물을 댄다고 해도 광장의 역동성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건 올해 1년간 쭉 해보면서 확인됐다고 생각한다. 여론전을 어떻게 잘 만들 것이냐는 고민이 있는데, 일단 두 가지 측면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하나는 정치적 대안이 하나로 명확히 정리돼야 하고, 광장을 주도하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주도하는 광장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투쟁이나 자기 역할, 또 헌신성 이런 것들이 담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투쟁을 완강하게 벌이는 집단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진보진영이나 민주노총은 일정 정도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 만약 국회에서 통과된 ‘김건희 특검’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심이 요동 칠 것이다. 이때 진보진영이 어떻게 주도권을 가지고 판을 만들어갈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 진보정당이 과연 힘을 모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진보정당들이 전반적으로는 다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 가선 의미있는 총선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서로 간의 불신과 차이보다는 지향해야 할 우리의 과제에 주목하고 이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내는 게 지금 시기에 필요하다. 짧은 시간 안에도 굉장히 큰 한걸음을 뗄 수 있는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1월 한 달 동안 최대한 노력을 다 할 것이다.”
- 윤석열 정권을 견제하려면 민주-진보 정치연합도 필요하다는 견해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진보정당의 단결이 일단 우선이다. 그것이 전제되어야 다른 영역과의 연대를 넓히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지, 지금 민주-진보 정치연합을 이야기하거나 고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민주-진보 정치연합이라는 그림을 지금 크게 그린다고 해서 그것이 성사되거나 가시화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진보정당 단결에 힘을 쏟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 지금은 정치가 아니라 현장 투쟁을 더 강화할 때라는 민주노총 일각의 주장은 어떻게 보나.
“정치와 현장 투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건 자본과 정권의 논리다. 노동자들이 현장 문제나 신경 써야지 왜 자꾸 정치 투쟁하냐고 갈라치기를 해왔는데, 그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현장 투쟁은 상호 보완적으로 연결돼 있는 문제다. 예를 들면 현장에서 임금 인상 투쟁을 열심히 했는데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와서 임금 인상하지 말라고 한다면 사용자들은 그에 맞게 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개악안을 낸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정치 투쟁과 현장 투쟁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 영역에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현장에서 이를 위해 힘을 모으자며 노동자들을 조직해내고, 그 과정에서 현장 투쟁을 벌이며 사회적 변화의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물론 진보정당 운동에 있어서 상층 논의에 매몰되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은 공감한다. 그러니 실제 현장을 조직하고 광장에서의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렇다고 정치와 현장 투쟁을 분리하려는 의도나 관점은 적절치 않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인이 임기 시작을 5일 앞둔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26 ⓒ민중의소리
"익숙한 방식의 투쟁으론 유의미한 변화 만들기 어렵다"
양 당선인이 이번 선거에서 내건 슬로건은 ‘압도하라! 민주노총’이다. 이는 지난 3년간의 투쟁을 넘어 새 시대를 주도할 민주노총을 건설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주요 공약은 ▲‘새로운 30년 위원회’ 설치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강화 ▲노동중심진보연합정당 건설 ▲‘100인 조합원 집회문화기획단’ 운영 ▲국민 여론 홍보 전담 부서 설치 및 임원·청년 대변인제 도입 등이다. 동시에 민주노총에 대한 정권의 탄압에도 계속 맞서야 한다. 양 당선인은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을까.
- 새 집행부의 목표와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 전반과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전망을 세우는 것, 민주노총의 사회정책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 그리고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완성하는 것까지 크게 보면 세 가지 정도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내후년이면 민주노총도 창립된 지 30년인데, 지금 시기에 맞는 민주노조 운동의 전망을 어떻게 세울 거냐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망을 세워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민주노총 위상도 과거에 비해서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단순히 노동운동 단체가 아니라 실제 한국사회에서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걸맞게 사회정책의 영향력을 어떻게 확장해나갈 것이냐는 고민을 좀 더 폭넓게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또한 모든 것을 퇴행시키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퇴진 투쟁으로 힘이 모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새 집행부에게 부여된 책임이지 않을까 싶다.”
- ‘누구나 투쟁을 얘기하지만 조합원이 나서고 국민이 지지해야 승리한다’는 슬로건도 선거 때 내걸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익숙한 방식의 투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국회 내에서 진보정당들이 유의미한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 진보운동이나 사회운동이 과거처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거나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어떤 거버넌스가 활발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도 과거에 비하면 조합원이 1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양적 성장을 해왔다. 그렇다면 이 조합원들의 역동성이나 주인의식, 주체의식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현시키냐가 민주노총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그것이 결국에는 대국민 여론을 형성해서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민주노총은 총파업이나 총궐기와 같은 큰 대중집회를 중심으로 투쟁을 만들어왔다. 그것도 유의미하고 지속되어야 하겠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려고 한다.”
- 그 방안은 무엇인가.
“간부들이 아닌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사가 표현될 수 있는 소통 구조를 만들고, 그 소통 구조가 국민들에게까지 확산될 때 실질적인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고,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조합원 참여 예산과 노동자대회 조합원 기획단 구성을 공약했다. 또 내년 연말에는 정책 페스티벌을 진행할 생각이다. 노동운동 전략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현장에서부터 토론해서 공론화하고 실제 지혜를 모아가는 과정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서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들을 많이 마련할 것이다. 그리고 대국민 홍보 전담 부서를 만들 생각이고, 부위원장 당선자 중 한 명을 대변인으로 선임해서 대변인의 지위도 격상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조합원들의 참여 속에서 내용을 만들어내고, 이 내용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체계나 형식을 갖춰보려고 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개혁입법에 계속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대통령에게 부여된 거부권은 법적인 문제가 아주 심각하거나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거나 하는 아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인데, 양곡관리법이나 노조법 2·3조, 간호법, 방송3법과 같은 개혁적인 입법 과제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 축으로는 총선을 통해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국회가 자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형을 만들고, 또 한 축으로는 민심을 거스르는 정권은 존속할 수 없다는 것을 투쟁을 통해서 증명해야 할 것이다. 두 가지는 병행되어야 한다.”
- 향후 정권의 탄압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정부의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은 지속될 것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복귀한 한국노총에 대해서는 ‘대화에 응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한국노총’, 또 민주노총에 대해선 ‘대화도 거부하고 강성투쟁 일변도의 민주노총’, 이렇게 아마 프레임을 씌우고 갈라치기를 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 최근 정부의 회계 공시 압박이 부당했음에도 이를 결국 수용하는 데까지 고심이 깊었을 것 같다. 탄압의 양상이 이전과는 또 다른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전술적으로는 유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회계 공시 문제를 판단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유리한 전선에서, 또 조합원들이나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전선에서의 투쟁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회계 공시 문제나 사무공간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노조법 2·3조든 개정 문제든, 근로기준법 위반 적용의 문제든 이런 문제들을 가지고 정부에 맞서 투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동안 민주노총 화물연대나 건설노조에 대한 굉장한 탄압이 있었는데 이에 맞서 싸우면서도 우리는 노동시간이나 임금체계 문제들을 계속 이야기해 왔다. 그러면서 실제 정부가 하려고 했던 노동시간의 확장이나 임금체계에서 성과연봉제로의 전환이 일정 정도 늦춰지거나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역에서 투쟁을 벌이면서 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노동에 대한 한계, 노동에 대한 천박한 인식 이런 것들을 폭로하고 관련된 투쟁들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
- 정부와 대화할 가능성은 없나.
“민주노총은 정부와의 대화나 교섭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논의 테이블을 전혀 형성하지 않고, 오히려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노조를 배제시키고 있다. 민주노총을 주요한 노동 의제에서 아예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게 아니다.”
- 앞으로 대응해야 할 주요 노동 현안은 무엇인가.
“총선 이후 정부·여당은 노동시간이나 임금체계 개편, 파견법 확장, 부분 근로자 대표제와 같은 반노동 제도를 더 본격적으로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총선에서 패배하면 노동을 공격하는 것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할 공산이 크고, 총선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낸다면 그것을 등에 업고 노동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이런 제도들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 이에 대응할 준비를 차분히 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공공성 의제를 포함해서 주요한 입법과제를 설정해 1년 내내 투쟁을 쭉 해나가겠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인이 임기 시작을 5일 앞둔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26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