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1일 화요일

전관변호사 증거인멸 길 터준 법원… ‘신 사법농단’

전관변호사 증거인멸 길 터준 법원… ‘신 사법농단’

등록 :2018-09-12 05:00수정 :2018-09-12 07:21


사법농단 영장 기각율 90% 달해
유해용, 수만건 증거 파기하고
법관들에 ‘억울하다’ 이메일도
여당, 국정조사·특별재판부 추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대법 기밀자료 무단 반출과 파기 혐의와 관련된 압수수색이 끝난 뒤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대법 기밀자료 무단 반출과 파기 혐의와 관련된 압수수색이 끝난 뒤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농단’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전·현직 법관의 ‘무죄’와 ‘선의’를 강조해온 법원의 오만함이 결국 수만건 증거 인멸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초래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아랑곳 않고 “죄가 되지 않는다” “압수하지 않아도 알아서 제출할 것”이라며 지금껏 압수수색 영장의 90%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법관 독립’을 명분 삼아 ‘법원 방어’에 골몰하는 조직 이기주의를 방치하며 화를 키웠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이은 ‘김명수 대법원의 신사법농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당은 사법농단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11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은 법원의 영장 기각을 틈타 수만건의 증거를 파기한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 사건과 관련해 ‘1차적 책임’을 법원에 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유 변호사에 대한) 법원의 영장심사가 아무런 이유 없이 사흘간 미뤄졌고, (그사이) 대량의 형사사건 증거물이 고의로 폐기된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법시스템이 마치 보란 듯이 공개적으로 무력화됐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은 검찰이 법원행정처와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마다 무더기로 기각해 빈축을 샀다. 일반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0%였던 점과 대조적으로, 유독 법원을 향한 압수수색 영장만 거꾸로 기각률이 90%에 이르렀다. “공개적인 사법시스템 무력화”라는 검찰의 반발은 ‘법원이 영장 발부 권한을 통해 수사 방해를 하고 있다’는 말을 에둘러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법에 따라 처분하겠다”고 했다. 전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증거 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냈다. 법원 내부에 수사를 방해하는 ‘조력자’가 있다면 사법농단과 무관한 현직 법관이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영장 발부를 미뤄주는 방식으로 증거 인멸 시간을 벌어준 것이 아닌지, 공문서 유출에 대한 검찰의 고발 요구 대신 ‘문건 회수’에 나선 대법원과 유 변호사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유 변호사가 압수수색 영장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문건을 작성해 전자우편으로 현직 법관들에게 전달한 사실이 이날 드러난 것도 법원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문건에는 주요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 검사 면담 내용 등 수사 진행 상황 등이 담겼다. 유 변호사는 전자우편에서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유출) 자료는 개인 의견을 담은 자료로 공무상 비밀이나 공공기록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법원 근무 시 작성한 자료를 추억 삼아 갖고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기각 논리와 비슷하다. 이 전자우편이 법원행정처나 영장판사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12일 오전 유 변호사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불러 조사한다. 특히 같은 날 현 ‘김명수 대법원’ 소속 고위법관까지 부르는 강수를 뒀다.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시절 수석재판연구관이던 유 변호사에게 행정처의 재판 개입 문건을 전달한 김현석 현 수석재판연구관(고법 부장판사)을 부르기로 한 것이다.
법원은 ‘당황’하면서도 진화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청구된 영장의 심사가 10일로 늦어진 것은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8일 근무한 두 영장판사 중 한명은 이미 유 변호사 관련 영장을 기각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심사하기 부적절했고, 나머지 한명은 다른 업무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2015년 4월 서울남부지법이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한정위헌 취지로 위헌심판을 구한 결정을 법원행정처가 취소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는 박병대 당시 행정처장 주례회의에서 논의됐고, 양승태 대법원장이 결단해 재판장에게 요구가 전달됐다고 한다. 실제 해당 재판부는 이후 자신의 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했고, 다시 단순위헌 취지로 제청했다고 한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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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묻힌 ‘민족대표 33인’

역사에 묻힌 ‘민족대표 33인’
정운현 | 2018-09-11 13:35:31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919년 4월 11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근원이다. 임시정부는 그에 앞서 3월 1일 거족적으로 일어난 3.1혁명의 결과로 태어났다. 그리고 임시정부의 모태 격인 3.1혁명은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한 ‘독립선언서’로 만세시위의 깃발이 올랐다. 만약 그때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한 독립선언서가 나오지 않았다면 3.1혁명 거사는 제대로 성사되고 또 확산됐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33인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세월 속에 잊혀 기억의 저편으로 묻힌 탓이다.
1918년 말 제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릴 무렵 윌슨 미국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하였다. 이는 식민지배에서 신음하던 약소국들에게는 마치 복음과도 같았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외 민족진영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독립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국내에서는 기독교, 천도교 등 종교집단이 그 중심에 서 있었다. 1910년 한일병탄과 함께 무단통치가 시작되면서 국내에는 여타 항일단체는 씨가 말라 있었다. 민족대표 33인이 종교인들로만 구성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민족대표들이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인사동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식을 하는 모습(기록화)
모의 초기단계인 1월 20일 천도교 지도부는 독립운동 3원칙으로 ‘대중화·일원화·비폭력’으로 정했다. 대중화를 위해 구한국 정부의 대신 등 명망 있는 원로들을 영입하기로 하였다. 윤용구, 한규설, 박영효, 윤치호 등을 접촉하였는데 하나 같이 때가 좋지 않다거나 병을 핑계로 참여를 거부하였다. 이에 최린은 “독립운동의 신성한 제전에 늙은 소보다 어린 양이 좋다”는 말로 자위하고는 자신들이 앞장서기로 했다.
의암 손병희가 이끈 천도교는 교세와 재정이 탄탄했다. 그의 주변에는 권동진, 이종일, 오세창, 최린 등 재사(才士)들도 많았다. 장로교와 감리교가 쌍벽을 이룬 기독교 진영의 교세 역시 만만찮았다. 손병희는 당시 기독교계에서 신망이 높던 평북 정주의 남강 이승훈을 통해 연대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교리 문제로 이견이 없지 않았지만 결국 조선독립이라는 대의 앞에서 합의를 이뤄냈다. 양측이 연대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장로교와 감리교를 아우른 이승훈의 신망과 노력이 큰 몫을 했다.
민족대표 33인은 기독교 16인(장로교 7, 감리교 9), 천도교 15인, 불교 2인(백용성, 한용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의도적으로 종교인만을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당시 국내에 남은 조직적인 세력은 종교단체와 학교뿐이었다. 유림과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시간이 촉박한데다 일제의 삼엄한 감시 때문에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3.1독립선언에 연루돼 재판을 받은 사람은 총 48인이다. 33인 이외에도 학생대표들, 후사를 위해서 빠진 이상재, 함태영 등도 포함돼 있었다.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한 기미년 ‘3.1독립선언서’. 왼쪽 끝에 서명자 33명의 명단이 보인다.
총독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그 시절 독립선언서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다. 실제로 총독부는 예심에서 민족대표에게 내란죄를 적용해 죽일 작정도 했다. 그러나 제2의 3.1혁명을 우려하여 보안법 및 출판법 위반을 적용하였다. 거사 직후 상해로 망명한 김병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징역 2~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독립선언서에 이름 석 자 올린 ‘죗값’을 톡톡히 치른 셈이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민족대표 33인의 이름 석 자는 낯설다. 천도교 산하 출판사 보성사의 사장으로 독립선언서 인쇄책임을 맡았던 이종일이 해방 후에 영양실조로 굶어죽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감리교 목사 출신의 신석구가 해방 후 북한에서 공산정권과 맞서다 평양 교외 강변에서 총살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박동완은 3.1혁명 이후 한복을 입었으나 바지에 대님을 매지 않았으며, 평소 시계를 30분 늦춰 놓았다. 일제가 정한 표준시각에 맞춰 살지 않겠다는 신념의 표시였다.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정춘수, 최린, 박희도 등 3인은 일제말기에 변절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30인은 끝까지 지조와 절개를 지켰다. 그럼에도 저명인사 몇 사람을 빼고는 대다수가 제대로 조명조차 받지 못했다. 만약 33인이 서명하지 않았다면 3.1독립선언서는 한낱 유인물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가 민족대표 33인을 기억하고 재평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234 

농민단체들 “문 정부, 반농업정책 근본 혁신하라”

국회 앞서 ‘백남기 정신 계승, 문재인 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 개최
▲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옆 도로에서 농민의길과 (사)전국쌀생산자협회가 ‘백남기 정신 계승, 문재인 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어 쌀값 인상 등을 촉구했다.
농민단체들이 11일 문재인 정부에게 쌀밥 한 공기 300원 보장 등 근본적인 농정개혁을 촉구했다.
농민의길과 (사)전국쌀생산자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백남기 정신 계승, 문재인 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대통령은 농업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고 농업관료들은 스스로 농업적폐 인줄 모르며 새로 임명된 장관은 농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대회 결의문에서 “지난 13년간 쌀 목표 가격은 고작 10.6% 인상되었다. 2017년 수확기 산지 가격은 1997년 가격과 같다”면서 “정권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농민은 밥 한 공기 200원으로 버텼다. 이제 밥 한 공기 쌀값을 300원 하자는 거다.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고 따졌다. 현재 쌀 가격은 18만8000원(80㎏ 기준)이다. 이는 1㎏당 2000원 수준인데 농민단체들은 1㎏당 3000원으로 인상(80㎏ 기준 24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어 “25만 하우스 재배 농가는 지난 3년간, 가격 하락으로 생산비를 건지지 못했다. 그런데 정부는 농민의 동의도 없이 스마트 팜 밸리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이것은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죽이는 정책이 아니라 다 같이 죽이는 떼 죽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회에서 ▲스마트 팜 밸리 사업 전면 폐기 ▲대북제재 철회와 남북 쌀 교류 실시 ▲농업예산 삭감계획 철회 ▲GMO 완전표시제 실시 등도 요구했다.
‘백남기 정신 계승, 문재인 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 결의문
2003년 9월, 이경해 열사는 멕시코에서 경찰의 저지선 앞에 섰다. ‘WTO가 농민을 죽인다’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은 박근혜의 차벽 앞에 섰다. ‘농민도 사람이다. 밥 쌀 수입 반대한다’
2018년 9월, 한국농민은 다시 아스팔트 위에 섰다.
‘농민의 삶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게 나라냐?’
촛불 항쟁과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새로운 봄이 왔지만 농민의 삶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수입개방 정책은 지속되고, 농산물 가격은 반복해서 폭락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식량주권을 포기했으며 농지투기로 농민은 땅을 지킬 수도 얻을 수도 없다.
대기업 농업 진출은 간판을 갈아 단 채 지속되고 있으며, 쌀부터 통일하자라는 농민의 염원은 미국의 반대에 막혀있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대통령은 농업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고 농업관료들은 스스로 농업적폐 인줄 모르며 새로 임명된 장관은 농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있다.
지난 13년간 쌀 목표 가격은 고작 10.6% 인상되었다. 2017년 수확기 산지 가격은 1997년 가격과 같다. 정권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농민은 밥 한 공기 200원으로 버텼다. 이제 밥 한 공기 쌀값을 300원 하자는 거다.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
25만 하우스 재배 농가는 지난 3년간, 가격 하락으로 생산비를 건지지 못했다. 근데 정부는 농민의 동의도 없이 스마트 팜 밸리 사업을 밀어 붙이고 있다. 이건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죽이는 정책이 아니라 다 같이 죽이는 떼 죽임 정책이다.
전쟁은 끝났다. 종전선언 하면 되고 평화적으로 살면 된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누가 막는가. 미국이다. 대북제재의 빗장을 풀지 않으면 판문점 선언 이행도, 통일농업 실현도 없다.
해마다 농업예산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변동직불금 예산 편성액을 감안하면 2019년 농식품부 소관 예산은 실제 3% 삭감되었다. 평화의 시대에 국방예산 역대 최고치 인상, 통일의 시대에 농업 예산 비중 역대 최저치 편성, 이건 누가 봐도 웃기는 일이다.
유전자 조작 곡물 수입 세계 1위, 유전자 조작 식품 수입 세계 1위, GMO 완전 표시제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봇물처럼 터져도 정부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국민건강권과 식품정보 알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을 근본적으로 개조할 것을 결의하며 다음과 같이 외치자.
1. 백남기 정신 계승하여 밥 한공기 300원 쟁취하자
1. 스마트 팜 밸리 사업 전면 폐기하라
1. 대북제재 철회하고 남북 쌀 교류 실시하라
1. 농업예산 삭감 계획 철회하라
1. GMO완전 표시제 실시하라
1. 문재인 정부 반농업 정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라
우리는 9월에 일어섰다.
12월, 밥 한 공기 300원, 통일 농업실현의 운명이 우리 손에 달려있다.
가자 승리를 향해, 시동을 걸자.
2018년 9월11일
백남기 정신 계승, 문재인 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 참가자 일동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대결과 반목의 때를 벗지 못한 ‘국방개혁 2.0’

대결과 반목의 때를 벗지 못한 ‘국방개혁 2.0’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기사입력: 2018/09/11 [22:5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지난 7월 27일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기본 방향과 주요 과제를 공개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비전과 목표로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뒷받침하는 “강한군대”, “책임국방” 구현’을 들었다.

국방개혁 2.0은 병 복무 보상 확대, 군 의료시설 개편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그러나 정작 군의 본래 목적인 ‘평화 수호’와 관련해선 종전선언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도 여전히 낡은 때를 벗지 못하고 있다.

변함없는 북한 선제공격 및 점령 계획

‘국방개혁 2.0’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4월에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대치된다는 점이다.

우선, ‘국방개혁 2.0’은 입체기동작전을 추진한다.

중앙일보는 7월 27일 자 기사 “유사시 한국군 단독으로 북 지휘부 점령 계획”에서 입체 기동 작전은 한국군 단독으로 2주 안에 평양 등 북한 지휘부를 점령하겠다는 작전이며, 2개 여단 규모의 공수부대가 평양으로 신속히 이동하는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육군과 공군이 보유한 헬기와 수송기가 총동원되며, 해병대가 북한 지역 깊숙이 상륙한 뒤 내륙으로 진격하고, 기계화 부대가 쾌속 전진을 해 공수부대와 합류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입체기동작전’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어서 미국마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이 연합사령부를 대체할 미래사령부 구성안 합의에 실패한 배경에는 입체 기동 작전을 고집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에 부담을 느낀 미국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서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축한다. 한국형 3축 체계는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 <대량응징보복(KMPR)>이다.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도발 원점을 30분 안에 선제타격한다는 것으로, 상대방의 행위에 앞서서 공격하겠다는 매우 호전적인 전략이다. 대량응징보복은 이명박 정권이 발표한 내용으로 북의 미사일과 전담 특수작전부대 등을 운용하여 북한 지휘부를 공격하겠다는 작전이다.

또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는 사실상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교전국의 미사일을 완전히 방어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MD는 국방비를 무한히 요구하며 군비경쟁을 가속하는 결과를 낳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선언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판문점선언 2조)’해 나가자며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판문점선언 2조 1항)’하고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때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판문점선언 3조 1항)’하기로 합의하였다.

‘국방개혁 2.0’은 전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매우 적대적일 뿐 아니라 먼저 공격을 하겠다는 계획으로, ‘일체 적대행위 전면 중지’, ‘상호 불가침’을 합의한 판문점선언에 어긋난다.

냉전을 방불케 하는 군비확장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요재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국방부가 발표한 소요재원은 향후 5년 동안 270.7조 원이다.

270조 원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방비를 연평균 7.5%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2019년 8.2%를 증액할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판문점선언 3조 2항)”하기로 합의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이다. 정부가 ‘국방계획 2.0’에 따라 대규모 국방비 증액을 추진한다면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군축’은 아예 이행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국방계획 2.0’은 과거 적폐 정권에 비해서도 국방비를 매우 큰 폭으로 증액시키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은 평균 5.2% 국방예산을 증가시켰고, 박근혜 정권은 평균 4.1% 증액한 바 있다.

국방예산을 큰 폭으로 증액하지 않아도 이미 한국의 국방비는 매우 높다. 2016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방비는 1인당 663달러로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4번째로 높고, GDP 대비 국방비율 2.41%로 러시아, 미국에 이어 3번째로 높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분단을 명분으로 국방비를 과도하게 책정하여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판문점선언으로 남과 북이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을 실현해나감에 따라 마땅히 비정상적으로 비대한 국방비를 점차 낮춤으로써 정상화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거꾸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맹목적인 군비 확장은 청산해야 할 국방 적폐

국방을 개혁하자는 ‘국방개혁 2.0’에 숱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묻지마식’으로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태도 때문이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국방비를 증액해야 하는 이유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진전에 대한 높은 열망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안보상황 변화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북한의 현존 위협은 물론 잠재위협과 비군사 위협 등 다변화된 군사 위협과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 주도의 전방위 안보위협 대응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이 실존한다면서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맹목적으로 따르면 무한정한 군비 확장을 초래하게 된다.

오히려 단순 비교를 하자면, 2014년 한국의 군사비는 373억 달러인 데 비해 미 국무부가 추정한 북한의 2014년 군사비는 42억 달러이다.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북한에 비해 거의 9배가 넘는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비대칭 전력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방비를 따져보면 한국은 군사력에서 이미 북한을 압도하고 있어야 정상인 상황이다.

‘국방개혁 2.0’에 명시된 ‘잠재 위협’도 무엇이 ‘잠재 위협’인지 명확하지 않다. 또한, ‘비군사 위협’에 대해 ‘군비 확장’으로 대응하겠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국방부는 ‘비군사적 위협’이 무엇인지에 대해 <2016 국방백서>에서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행위, 사이버 공격 위협, 신종 감염병,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재난 등을 들었다.

감염병과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재난이 군사 계획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으며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군사 대응을 하겠다는 것인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즉, 국방부는 국방 예산 확대를 위해 억지를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방개혁은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에 부합해야 한다

국방부는 ‘국방계혁 2.0’ 기본 방향과 주요 과제를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전략 기조는 ‘힘을 통한 평화’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말한 ‘힘을 통한 평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주창한 것이며 작년 11월 8일 한국 국회에서 연설을 통해 강조한 바 있다.

‘힘을 통한 평화’는 국방부가 미국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쓴 표현이며, 내용에 있어서 북한을 힘으로 굴복시켜야 평화가 온다는 발상이다. 평화 전략이라기보다는 적대 전략이며, 대화가 아니라 대결을 추구하는 안보관이다.

우리는 판문점선언 대로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해나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선언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해소하는 것은 민족의 운명과 관련되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며 우리 겨레의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보장하기 위한 관건적인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기 위해 남과 북은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으며, 비무장 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고,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가기로 했다. 또한, 남과 북은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는 데 따라 군축을 실현하기로 했다.

진정 국방 개혁을 원한다면 북한의 위협을 핑계 삼는 군비 확장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선언에 부합하게 남북 적대행위 중지와 평화통일, 군축의 실현에 따른 국방 정상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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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파라다이스가 된 '꿈의 섬' 하와이

18.09.11 18:14l최종 업데이트 18.09.11 18:42l





 하와이 호놀룰루시 도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노숙인.
▲  하와이 호놀룰루시 도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노숙인.
ⓒ 임지연

지난 8월 어느 일요일 오전 10시,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에 소재한 세계 최고의 해변 '와이키키'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객들로 붐볐다. 나무 그늘에는 저마다 돗자리를 펴고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해외 유명 호텔들이 밀집한 해변 근처부터 대형 쇼핑몰 '알라모아나(Alamoana)' 인근까지 길게 이어지는 백사장에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주말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그런데 그 한켠에 검은 쓰레기통 속으로 상체를 반쯤 숙이고 무언가를 찾는 데 열중하고 있는 노숙인 남성이 눈에 띄었다. 그의 존재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와 열 걸음쯤 뒤에 비치된 또 다른 쓰레기통 옆에서도 앞서 눈에 띈 노숙인과 비슷한 행색의 남성이 쓰레기통을 뒤적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이 찾고 있는 것은 여행자들이 먹고 남긴 음식물이나 음료, 그들이 사용하고 버린 옷가지나 신발 등이다. 그들은 주로 쓸 만하다고 판단되는 물건을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아서 이미 터질 듯해 보이는 가방을 끌고 해변 이곳저곳을 헤매거나, 인근 대형 마트에서 제공하는 커다란 카트를 밀며 도심을 방황했다.

노숙인들이 있던 자리에는 어김없이 악취가 풍겼는데, 여행객들 누구도 그들에게 옆을 내어주지 않았다.

꿈의 섬으로 알려진 하와이섬의 현재 모습이다.

부동산과 물가는 폭등... 임금은 제자리

하와이는 총 8곳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태평양 중심에 자리한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는 그 가운데 오하우(ohau) 섬에 소재한 와이키키 해변 인근이다.

해외 언론과 여행사 홍보에 의해 알려진 하와이의 모습 역시 이곳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이 담아간 하와이의 모습은 하얀 백사장 와이키키 해변, 365일 평균 24도의 온화한 기후를 가진 살기 좋은 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와이 도심에 자리한 대형 주택가 모습. 월평균 3000달러 이상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  하와이 도심에 자리한 대형 주택가 모습. 월평균 3000달러 이상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 임지연

하지만 필자가 직접 목격한 '지상 낙원' 하와이의 이면에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물가로 인해 고통받는 현지인들과 매년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거리로 내몰리는 노숙인이 있다. 하와이의 노숙인 문제는 매우 심각한데, 지난해 12월 기준 하와이 인구 1만 명 당 노숙인 수는 50명에 달한다(2016년 기준 서울은 인구 1만 명 당 노숙인 수가 3.61명).

지난 2014년 영국의 유력 언론 <더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하와이 거주 현지인들은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총수입의 약 30~40%를 월세 비용으로 지출해야 할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는 지난 2001년 4인 가족 기준 총수입의 약 10~13%만을 월세에 지출했던 것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곳에서 와이키키로 대변되는 해변가 인근의 관광지를 제외하고, 현지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는 마키키(makiki)와 카이무키(kamuki) 등이 꼽힌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운타운까지 이동할 수 있고, 인근에 대형 마트가 있어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탓이다.

주로 학생이나 중산층, 저소득층이 각각의 구획된 구역에 나뉘어 사는 이곳의 평균 월세 비용은 1500~2500달러(한화 168만~280만 원) 수준이다. 이 역시 완공된 지 40년이 넘은 오래된 주택의 얘기다. 건축한 지 10년 이하, 10층 이상의 비교적 고층 건물의 경우에는 방 1개, 부엌 1개, 화장실 1개 등을 갖춘 시설의 월평균 임대료는 3000달러(한화 336만 원)를 쉽게 넘는다.

와이키키 해변 인근이나 알라모아나 쇼핑몰 근처에도 최근 대형 빌딩과 거주지가 형성됐다. 이 지역의 임대료는 스튜디오 형식의 원룸이 월평균 4000달러(한화 448만 원)를 넘는 수준이다.
 
 하와이 도심의 고급 주택 입구.
▲  하와이 도심의 고급 주택 입구.
ⓒ 임지연

반면, 현지 최저임금 수준은 몇 년째 큰 변동 없이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해 9.25달러에서 올해 10.1달러로 소폭 상승했으나, 높은 물가 수준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와이는 지난 2015년 7.25달러에서 이듬해 8.50달러 등으로 최근 4년 동안 5차례(2015년 두 차례 상승)에 걸쳐 최저임금을 상승시킨 바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일주일 평균 116시간을 일해야만 원룸 월세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 비용과 물가 상승이 살인적이다.

하와이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 섬이 됐을까? 섬이라는 제한적인 자연환경 탓에 하와이 현지에 제조업 등 산업 기반이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관광업 이외에는 뚜렷한 산업이 없는 이곳 특성상, 청년들의 일자리는 오직 하와이를 찾아오는 여행객과 관련한 관광업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와이의 관광업은 호텔, 여행 가이드, 요식업 등 상당수 일자리가 단순 업무를 다루는 것에 그친다. 기술이나 경력 등이 없어도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하와이 현지 임금 수준은 높아질 수 없다고 현지인들은 입을 모은다.

문제는 소비재 대부분을 미국 본토에서 주문해 사용하는 탓에 현지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지 언론 <뉴스나우>에 따르면, 미국에서 뉴욕 맨해튼 다음으로 물가가 높은 지역으로 하와이 호놀룰루가 꼽혔으며, 3위는 하와이의 또 다른 섬 '빅 아일랜드'였다.

갈 곳 없는 노숙인들, 해변 대신 거주 지역으로
 
 하와이 도심 거리 곳곳에서 거주하는 노숙인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호놀룰루 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노숙인들이 사용하고 남은 쓰레기.
▲  하와이 도심 거리 곳곳에서 거주하는 노숙인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호놀룰루 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노숙인들이 사용하고 남은 쓰레기.
ⓒ 임지연

그런데 하와이 주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하와이 미관 사업을 위해 노숙인들이 해변 또는 공항 인근에서 취침을 할 수 없게 하는 법규를 신설했다. <뉴스나우>는 해당 법규에 대해 "정부가 하와이를 찾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노숙인이 많은 곳이라는 첫 인상을 심어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노숙인들은 해변에 들어갈 수 없으며, 이곳에서 눕거나 앉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공항도 마찬가지다. 공항 인근에서 취침하는 노숙인은 관리인에 의해 즉각 건물 밖으로 퇴출 당한다. 이를 어긴 자에 대해서는 1000달러의 벌금 또는 30일 이상의 구류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도심에서 자동차를 거주지로 사용하거나, 텐트 등을 이용해 캠핑을 하는 경우도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법규가 시행된 후 노숙인들이 와이키키 해변 대신 현지인들의 주로 거주하는 마키키, 카이무키, 다운타운, 차이나타운 등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지 거주민의 거처로 이동한 노숙인들은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구걸을 하거나, 아파트 공터 또는 주차장, 상점 앞, 보행자 도로 등에 무단 취식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노숙인에 의한 도난, '묻지마 폭행'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현지 주 정부는 올 초 일명 '하우징 퍼스트 스텝'이라고 불리는 노숙인 쉼터를 건설하는 데 3조 5천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주택 사업의 최우선 입주자는 다운타운에 거처를 둔 노숙인 100여 명이라고 덧붙였다. 또, 약 55조원을 추가 투자해 이른바 '홈리스 하우징(homeless housing)' 사업을 펼치겠다고 알렸다.

다만, 사업 실시 기한에 대해서는 '오는 몇 년 이내에는 자금 확보 문제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지에서는 주 정부의 현실성 없는 대안과 현지 주민이 아닌 여행자만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잃어버린 파라다이스

이 같은 주 정부의 무관심과 날로 치솟는 물가, 부동산 가격 탓에 하와이를 최고의 이민 지역으로 손꼽던 외국인들도 하나둘씩 현지를 떠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 향씨(식료품점 운영, 하와이 거주 4년)는 "자녀 교육을 위해 하와이를 찾았지만, 근로자들은 낮은 임금과 높은 물가에 고통받고, 작은 가게라도 경영하는 사업자들은 높은 원가 비용 탓에 생활이 어려운 지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 하와이 이민을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예전처럼 당장 와서 시도해 보라고 권하기 어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인들 중에 이미 하와이에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간 역이민자들의 사례도 상당히 많다, 우리들끼리는 이곳을 일컬어 '잃어버린 파라다이스'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