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3일 토요일

캐나다 기업의 특별한 직업 교육, 뒤통수를 맞았다

 장애인 차별 막기 위해 세심하게 교육하는 사회... 캐나다의 인권 의식이 높은 이유

22.04.23 20:27l최종 업데이트 22.04.23 20:27l

온라인 교육을 수강했다.
▲  온라인 교육을 수강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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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달리 정부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술을 구입할 수 있는 캐나다에는 주마다 주류를 배포하고 판매하는 정부산하 기업이 있다. 온타리오주에는 LCBO(온타리오 주류 관리 위원회)가 있는데, 최근 LCBO의 온라인 직업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동영상으로 상황 예시를 보며 설명을 읽고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주류 판매와 음주에 관한 규정이 엄격한 캐나다인지라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점과 대처법, 법규 등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주의를 끈 것은 '모두가 접근 가능한 업무현장 만들기'라는 항목이었다.

신선한 깨달음을 안겨주었던 이 항목에는 업무현장에서 장애를 지닌 직원과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모두를 아우르며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업무환경'이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교육은 시작됐다. 다음은 도입부의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면 청력, 시력, 그 밖의 다른 감각들이 점점 흐릿해지거나 혹은 기동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영구적 혹은 일시적 장애를 지닐 가능성이 커진다. 장애가 있는 2백만 온타리오인들은 우리의 고객 혹은 동료가 되기도 한다.


LCBO는 우리의 업무현장이 모두를 아우르며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곳임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 우리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물리적 구조의 매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일하러 나오거나 필요시 협의를 요청하는 데 있어 편안함을 느끼는 작업현장을 창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고 고객에 대해서는,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를 환영하는 매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접근이 용이한' 업무현장이란 '공감'에서 비롯됨을 강조했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능력을 말한다, 공감하기 위해 그 사람과 똑같은 경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의 감정이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 그의 어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그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었다.

내가 몰랐던, 생각해보지 못한 '장애'

직업교육 내용 중 '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을 보여준 두 가지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싶다. 첫 번째는 발음이 불분명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에이다의 이야기. 그녀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던 매장 직원 헨리는 고개를 흔들며 귀에 손을 대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라는 말만 큰 소리로 반복한다. 이때 에이다의 관점이 이렇게 설명돼 있었다.

"나는 작년에 뇌졸중을 겪었다. 거의 회복됐지만 불행히도 언어능력은 백퍼센트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람들이 내가 말을 알아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듯 목소리를 높일 때면 좌절감이 든다. 나는 언어장애가 있지 귀가 안 들리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이들의 대화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당신은 이 상황에 도움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번. 돕기 위해 나선다. 에이다에게 사과하고 그녀의 말을 알아듣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한다. 그런 뒤 그녀의 질문을 전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어본다.
2번. 그 상황을 피한다. 에이다는 당신이 아닌 헨리에게 물어보고 있다.
3번. 돕기 위해 나선다. 에이다에게 사과하고 그녀의 말을 알아듣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한다. 그런 뒤 그녀의 질문을 적어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일단 2번은 답이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1번 아니면 2번인데, 부끄럽게도 나는 오답을 냈다.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으니 글로 적으면 되겠지, 라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정답은 1번. 설명은 이랬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이므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질문을 적어달라는 식의 제안을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로 인해 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하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에이다의 경우, 뇌졸중을 겪은 후 소근육 기능이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서 글씨를 쓸 수 없었고, 종이와 연필을 내밀었을 때 또 한 번 난처해졌다. 에이다에게 직접 대안을 제시하도록 요청하자 그녀는 환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질문을 입력해줄 수 있었다.

그렇다. 눈에 보이는 장애가 있고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다. 도우미 동물, 흰 지팡이, 휠체어, 목발 같은 보조장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장애가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애는 알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장애의 또다른 예로는 정신, 학습, 청력, 언어 장애 등이 있다. 에이다는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경우였다.

그다음으로는 여러 장애의 종류가 제시됐다. 그중 충격으로 다가왔던 건 '일시적 장애'와 '상황에 따른 장애'에 관한 설명이었다. 팔이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부러진 팔은 대부분의 경우 치유가 될 것이므로 이는 '일시적 장애'라고 했다.

그렇다면, 오른팔로 아기를 안고 매장에 들어선 손님의 경우는 어떨까? 아무리 보아도 그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장애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그는 왼팔만으로 무거운 맥주 상자를 들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아기를 바닥에 내려놓을 수도 없다. 이처럼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제약 역시 '장애'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를 '상황에 따른 장애'라고 했다.

갑자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일정 기간 깁스를 하고 있는 사람도, 아기를 안고 있어서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는 사람도 일시적 혹은 상황에 따른 장애를 지닌 것이라고 여긴다면, 그건 다름 아닌 '장애'라는 개념의 확장일 터였다. 그렇다면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크게 달라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장애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논할 때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자주 이야기되지만 비장애인 입장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시적 장애'와 '상황에 따른 장애'도 장애라고 한다면, 다시 말해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제약 혹은 불편함으로 장애를 해석한다면 어떨까? '누구나' '삶의 어느 시점에'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성큼 가깝게 다가올 듯하다.

다음은 장애를 지닌 직원 조셉의 이야기였다. 조셉은 차 사고를 당한 이후로 줄곧 머리를 빨리 움직일 때마다 어지러움을 느낀다.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니지만, 정신을 바로잡으려면 몇 초가 걸리고 한다.

그는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서 직장의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직장 상사인 마리아는 조셉이 딴생각에 팔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늘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데도, 그는 상관없다는 듯 행동한다. 수습 기간이 끝나는 다음 주에 그를 해고할 생각이다.

LCBO직업교육서에서는 조셉에게 뇌진탕이 나아지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마리아에게 터놓고 이야기할 것을 권고한다. 어떤 사건이 있었으며 그 사건이 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마리아에게 말한 뒤 가능한 합의점을 논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리아에게 제시한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은 이렇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 것은 잘한 일이라고 조셉을 안심시킬 것, 그런 뒤 인사팀과 연락해 그가 일시적 장애에서 회복돼 업무능력이 되돌아올 때까지 그를 위한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낼 것임을 알려줄 것.

"장애를 수용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다"
 
큰사진보기LCBO는 장애를 수용하는 것이 LCBO의 문화라고 했다.
▲  LCBO는 장애를 수용하는 것이 LCBO의 문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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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BO는 장애를 수용하는 것이 LCBO의 문화라고 했다. LCBO는 직원 모두를 포괄하는 공평한 문화를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영구 장애든 일시적 장애든 직원들이 자신의 장애에 대한 노사 간 합의점을 찾도록 요구하는 데 있어 불편함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관리자들에게는 장애를 지닌 직원들에게 합의점을 제시하고 인사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합의점에는 업무시간 변경, 보조장치나 인체공학적 설계의 작업기기 제공 등이 포함된다).

비단 LCBO뿐 아니라, 캐나다는 '장애인의 천국'이란 별칭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많고, 인권 의식이 높은 나라다. 버스는 100퍼센트 저상버스이고, 그 버스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탈 때 기사는 당연하다는 듯 내려와 도와준다. 그 과정에 승객들은 불평 한마디 없다. 아이들도 장애인 친구와 한 교실에서 생활하며 친숙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구비되어 있는 장애인 전용 테이블과 화장실, 상가 앞마다 설치된 경사로와 출입 버튼 혹은 자동문,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에는 아무리 자리가 없어도 절대 주차하지 않는 사람들, 생활비와 교육비, 저축비, 가족들의 돌봄 비용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재정 혜택들... 아직도 열거하지 못한 것들이 꽤나 많이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유난히 장애인이 많다고 느꼈던 건. 한국에 비해 장애인이 많은 게 아니었다. 장애인이 바깥 활동을 하는 데 따르는 불편함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하는 정부와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접근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시민들이 있었을 뿐이다.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의 권리를 누려야 할 시민의 한 사람임을, 비장애인보다 소수라는 이유로 당연한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코메디로 끝난 검수완박 전쟁, 이해득실 따져보니

 

  • 기자명 현장언론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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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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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공동취재사진)]

    1. 검찰주의자 윤석열의 먹튀

    비장하게 시작한 검수완박 전쟁이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여야가 수용함으로써 맥없이 끝났다.

    8개항으로 구성된 여야합의안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직접수사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직접 수사해오던 ‘6개 범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삭제하고 부패·경제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소위 한국형FBI)이 출범하는 1년 6개월 후에는 폐지된다.

    입법안은 4월 국회에 처리되고, 윤석열 정부 출범전에 마무리 된다.

    이에 반발한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 6개 지역 고검장 등 검찰 지도부가 줄줄이 총사퇴입장을 밝히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바로 윤석열 당선자이다. 윤석열은 누구보다도 검찰주의자로 알려져 왔다. 검찰의 이익, 검찰의 권력을 사수하기 위해 검찰개혁론자 조국과 맞서며 검찰개혁을 저지했던 검찰옹호자였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입장을 180도로 바꾸었다.

    검수완박 여야중재안이 통과될 본회의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청문회 보고서도 채택될 것이라는 예상이 눈에 뛴다.

    권성동 국민의 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당선자와 협의없이 중재안에 도장을 찍었을 리가 없다. 윤석열이 자기 정치를 위해 검찰을 버린 것이다.

    바보가 된 것은 검찰만이 아니다. 바로 윤석열의 직계이자 법무부 장관 내정자 한동훈이다. 아마 한동훈은 낙마할 것이다. 장관이 된다한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칼잡이 윤석열은 검찰권력이 최정점에 오를 때 검찰주의자로 행세하며 검찰총장에 오르고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제 검찰을 버렸다.

    윤석열이 검찰공화국시대의 막차를 탄 희대의 먹튀였음을 검찰청 사람들은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2. 보복수사의 칼을 내려놓자는 야합

    그 동안 검찰은 정권 초기에는 정권을 위한 수사로 정권에게 아부하고, 정권말기에는 현정권의 치부를 수사하며 미래권력에 빌붙는 방식으로 검찰권력을 확장해 왔다. 그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고, 이명박근혜는 모두 감옥에 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잊혀지는 것이 개인적 소망이란다. 그런데 까닥 잘못하면 검찰청에 끌려나올 판이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과 이재명 대선후보 중 누구든 떨어지면 감옥간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게다가 검찰출신 윤석열이 집권을 하였으니,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보복수사의 공포에 휩싸이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개혁의 명분은 둘째치고 이렇게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윤석열의 보복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공포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윤석열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내에는 윤석열파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기 후 자신의 운명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박탈하는 이번 야합이 성사된 것은 바로 이 보복수사의 악순환에서 서로 해방되자는 큰 그림도 작용했다.

    이렇게 보면 이번 합의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의 완성, 피의 복수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정치적 성숙’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야합이다.

    내로남불은 하되, 정치적으로만 싸우고 칼을 들고 서로 죽이지는 말자는 야합. 보수양당체제로 갈라먹기를 제도화하자는 야합이다.

    이로써 민주화를 위한 적폐청산의 역사적 장정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촛불항쟁은 친일친미수구세력을 적폐로 규정하고 청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180석을 가진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은 커녕 오히려 수구세력을 부활시키고 되치기를 당했다.

    처음부터 이번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듯이 뭐라도 했으면 역사가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을 적폐로 몰고 수사를 공언했다.

    이제 적폐는 친일친미수구세력을 의미하는 용어가 아니라 여야 모두를 의미하는 말로 확장되었다.

    다시 말해 적폐 프레임이 내로남불 프레임으로 바뀐 것이다. 서로 내로남불 하는 마당에 보복수사로 피를 흘려가면서까지 싸울 이유가 사라졌다. 그러니 이제 검찰권력축소를 여야합의로 진행하는 것이다.

    보수양당체제를 고착시키기 위한 새로운 정치게임의 룰이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무수한 부정부패와 비리들이 이런 야합구도속에서 은폐되고 감추어질 것이다.

    오직 하나 올인했던 문제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이렇게 막을 내리고 있다. 이것을 코메디라고 하지 않고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여진은 아직 남아있다. 검찰권력을 되살려 검찰공화국을 완성하고 보복수사의 칼을 휘두르고자 하는 윤석열의 야망은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부패, 경제수사와 중수청 신설 논란, 차기 총선에서의 검찰권 부활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3. 직접정치를 통한 사법권의 통제가 필요하다

    어떤 변화속에서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이 땅의 법이 민중을 탄압하는 도구라는 점이다.

    법이란 무서운 것이다. 일단 법이 제정되면 전 사회가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배자들은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각종 국가기구와 법을 통하여 민중에 대한 통제를 실현한다.

    친미예속국가의 길을 걸어온 이 나라는 법을 통하여 민중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해 왔다.

    이승만은 친일경찰을 통하여 경찰독재를 실시하였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군사력을 동원한 군사독재를 실시했다.

    6월 항쟁 이후 경찰과 군부가 물러난 자리를 검찰이 대신했다.

    공안질서가 어떻게 바뀌어왔든 동일한 것은 친미예속국가질서를 재생산하는 것에 복무하고 여기에 저항하는 민중을 탄압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막강한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구가 사법기구이다.

    사법권은 수사권, 기소권, 재판권으로 구성된다. 애초에 재판부에 집중되어있던 이 3가지 권리는 역사적으로 재판부, 검찰, 경찰의 권한으로 분화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사법권은 해방 직후에는 미군정이 가지고 있었고, 경찰과 더불어 서북청년단 등 민간폭력기구도 초법적 권리를 행사했다.

    군사독재시절에는 경찰이고, 검찰이고, 재판부고 모두 군사독재의 시녀에 불과했다.

    국민의 피어린 투쟁으로 정치민주화가 진척되고 그 사법권의 최정점에 검찰이 올라탔다.

    오늘날 검찰이 독점하던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 구형권 중에서 수사권을 박탈당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고,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이 와중에서도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말 한 마디 없는 검찰은 더 개혁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분산된 권력이 어디로 사라지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어딘가에 이 사법권을 그대로 살아있다. 중수청이든, 어디든, 그리고 다시 그 시퍼런 칼날은 의연히 민중을 향할 것이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재판부든 국민배신과 민중탄압, 집단이익을 위한 선택적 정의로 점철된 사법권에 대한 진정한 개혁은 그 권력을 민중의 통제하에 두는 것이다.

    당장은 쉽지 않다. 그러나 비록 친미예속국가, 친미보수양당체제의 사법권력이라 할지라도 국가기구간 권력분산과 조정과정을 통하여 민중의 개입공간이 발생하게 된다.

    검사장 직선제, 검찰총장 직선제, 경찰 자치제의 완성, 재판배심원제 도입 등등의 공간이다. 바로 이러한 공간에 민중은 직접정치를 통해 사법권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하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국회 서랍 속에 처박힌 차별금지법, 우리가 꺼내러 간다"

     [현장] 23일 국회 앞서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요구하는 문화제 열려



    "지천이 투쟁입니다. 장애인들이 '함께 살자'고 출근길에 권리를 요구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여성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우리들은 국회 앞에 나와 있습니다. 두 활동가가 '평등을 저버리지 말라'고 곡기를 끊은 지금, 투쟁은 말 그대로 목숨이 되었습니다" (남웅 성수사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노동자, 이주민 등 사회의 '차별'에 저항하는 이들이 한 데 모였다.

    23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쟁취 집중문화제 '평등으로 승리하자'가 개최됐다. 현장에선 휠체어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피켓을 건 장애인 활동가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유니폼을 입고 나선 노동자들, 무지개 색 마스크와 팔찌 등으로 무장한 여성 및 성소수자 활동가들 등 다양한 시민사회 구성원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차별금지법의 즉각 제정을 요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몇몇 사람들만의, 어떤 영역만의 요구가 아닌 이 사회의 모든 사회 구성원, 모든 공적 영역에 있어 중요한 법"이라 강조하며 "차별을 지금 당장 금지하라는 요구는 너무나 상식적인 요구"라고 주장했다. 

    ▲문화제 '평등으로 승리하자'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민들 ⓒ프레시안(한예섭)
    ▲문화제에 참여한 참여자들. 이주민들을 위한 '이주구금 없는 세상' 현수막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문화제에 참여한 참여자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피켓을 걸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두 활동가, 이종걸 공동대표와 미류 책임집행위원의 단식농성이 13일째에 접어든 날이었다. 이 대표와 미류 위원은 지난 11일 국회와 정부 등에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무대에 오른 이 대표는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투쟁들이 있었고, 그렇게 시민들의 힘으로 지금의 차별금지법 제정 국면을 만들었다"며 "이 수많은 (투쟁의) 과정들을 기억하고, 이 국면을 넘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단식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단식투쟁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왜 지금 4월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하느냐고 언론이 많이 묻는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오히려 '왜 지금이면 안 되느냐'고 되물으며 싸워왔다"며 차별금지법 '즉시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류 위원은 '평등'이라는 책임을 방치하고 있는 정치권의 "나태함"을 비판했다. 미류 위원은 "예비 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은 혐오의 선봉대가 되어 있다, (민주당은) 입법과제들은 다 팽개치고 검수완박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우리 삶을 논하는 정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 한심한 정치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시민의 힘으로 밀어올린 평등의 약속, 차별금지법이 지금 저 국회 안 서랍 속에 처박혀 있다"며 "국회를 흔들어서 우리가 그걸 꺼내보자"고 제안했다.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는 미류 위원(중앙)과 이종걸 대표(오른쪽) ⓒ프레시안(한예섭)

    정치권에서 차별금지법은 주로 '동성혼 합법화'를 위시한 성소수자 이슈로 제한되어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날 문화제에선 성소수자는 물론 여성, 이주민,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등 구조적 차별에 저항하는 모든 이들이 참여해 차별금지법이 '모두를 위한 법'임을 강조했다. 

    37년간의 복직투쟁 끝에 지난 2월 한진중공업에 복직 후 퇴직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이날 현장을 찾아 "장애인들의, 성소수자들의, 이주 노동자들의, 여성들의, 비정규직들의 세상은 '먼저 죽은 이들의 유언'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차별 투쟁의 역사를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은 "비인간이었던 이들이 비문명적 방식으로 싸워온 결과 이 세상은 문명을 말할 수 있게 됐다"며 "결국은 우리가 이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을 독려하기도 했다. 

    최근 출근길 지하철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투쟁을 재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박경석 대표도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무대에 오른 박 대표는 "전장연은 20년 전에도 지하철 선로로 내려가며 싸웠는데, 요즘엔 혐오세력이 대한민국의 모든 투쟁을 우리가 다 하는 것처럼 가짜뉴스를 퍼뜨려 줘서 이렇게 조금 떴다"며 짧게 소감을 말한 후, 민중가요 '노동의 새벽'을 개사한 '탈시설의 새벽'을 부르는 것으로 발언을 대신했다. 

    ▲발언하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 ⓒ프레시안(한예섭)
    ▲발언하고 있는 박경석 대표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현장엔 이외에도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남웅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 등 여러 시민사회 단체의 활동가들이 무대에 올라 연대의 뜻을 밝혔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별개의 발언 일정 없이 현장을 찾았고, 국악·스카음악 밴드 유희스카, 비혼퀴어페미니스트 합창단 아는언니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게이코러스 지보이스 등이 참석해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모든 현장 행사는 현장 수어통역과 유튜브 문자통역을 동반하여 이루어졌다. 

    오후 5시에 마무리된 문화제 이후, 현장 활동가들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까지 행진했다. 사회를 맡은 장예정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는 해당 행진이 "172석을 가지고 2년이 지날 때까지 (차별금지법) 논의 한 번 붙여보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에 "도대체 차별금지법을 왜 아직도 못 만드느냐, 왜 아직 논의 시작도 못하고 있느냐"고 물어보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