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8일 수요일

북 군부 “미국에 꿀 먹은 벙어리, 우리에게 무슨 수작질인가”

북 군부 “미국에 꿀 먹은 벙어리, 우리에게 무슨 수작질인가”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9/05/09 [09:46]  최종편집: ⓒ 자주시보


남북 장성급 군사 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이하 대변인)이 지난 4일 진행한 타격 훈련에 대해서 우리의 영해권 안에서 진행된 훈련으로 그 누구의 시비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넷에 올라온 소식에 의하면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문답에 위와 같은 입장을 밝히고 남측 군 당국에 강한 어조로 비판을 했다.

대변인은 이번 훈련은 우리 군대의 정상적인 훈련계획에 따라 우리의 영해권 안에서 진행된 것으로 하여 그 누구의 시빗거리가 될 수 없기에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약속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여론과는 다르게 남측 군 당국의 황당한 발표에 놀랐다며 우리에게 당치않은 험태기를 씌워보려고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남조선 군부만은 우리에 대해특히는 북남군사 분야의 합의에 대해 일언반구 할 체면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공중에서는 미국과 함께 숱한 비행대 역량을 동원하여 주권국가를 겨냥한 도발적인 연합공중훈련을 2주일 동안이나 벌여놓고 그것도 모자라 지상에서는 상전의 <사드전개훈련에 멍석을 깔아주었는가 하면 미국이 우리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싸일 <미니트맨3>을 발사한 데 대해 꿀 먹은 벙어리 흉내를 내면서도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동족에게 그런 수작질인가라고 남측 군 당국에 반문했다.

계속해 대변인은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제 할 짓은 다 하고도 시치미를 떼고 우리의 정상적인 훈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어대고 있으니 얼굴에 철가면을 쓰지 않았는가 묻고 싶다며 남측 군 당국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대변인은 남조선 군부에는 미국과 함께 벌려댄 연합공중훈련이 화려한 교예 비행으로미국의 대륙간탄도미싸일은 축포처럼 보이는 반면에 동족의 전술유도무기는 제 머리 우에 떨어지는 생벼락처럼 여겨지는 모양이라며 이는 남측 군 당국이 북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이 정도의 화력타격훈련에 그렇게 화들짝 놀랄 지경이라면 그보다 더 위력한 첨단무기들이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을 보게 되는 경우 혼절하지 않겠는가라면서 북의 군사적 위력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과시했다.

대변인은 남측 군 당국이 북을 비판하기 전에 남북군사분야 합의서를 다시 보고 남측이 했던 행동들을 먼저 돌아볼 것을 권고했다.

대변인은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은 저들이 과거의 군사적 도발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우리의 신경을 건드릴 때마다 우리 군대의 방아쇠가 몇 번이나 당겨질 번 하였는지 알고나 주절대야 한다역사적인 북남선언과 군사적합의서에 도전하여 지금까지 저지른 공개된 적대행위는 말할 것도 없고 은폐된 적대행위의 2중적 작태가 온 민족의 더 큰 환멸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대변인은 말할 자격을 완전히 상실한 처지에 횡설수설하다가는 세상의 웃음거리로 되기 십상이니 입 건사나 바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지난 4일 북이 진행한 전연 및 동부전선방어부대 화력타격 훈련에 대해서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나 한국일본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북이 약속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본 방위성 역시 일본 영역이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의 탄도 미사일 비행은 확인 되지 않았고현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안전보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7일 북의 다수 발사체의 발사는 일부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북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우리 국방부가 북을 비판하기보다 한미군사훈련을 완전 중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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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시장경제’ 위해 독점자본 규제한 미국

[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2)] 자유주의적 경제민주화 사례① 미국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펼치고 있는 나라들이 경제민주화를 시도한 사례에 대해 알아본다. 사례는 미국, 일본, 이스라엘 총 3편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19세기, 미국의 독점자본 형성
미국은 독점자본을 규제하기 위해 ‘반독점법’을 만든 나라다. 이 법으로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독점자본을 해체시킨다. 독점자본이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경쟁’을 해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1914년,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루드로 탄광에서 파업을 하는 노동자와 탄광기업의 충돌로 아이 11명과 여성 2명을 포함해 1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루드로 학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미국 노조 탄압 역사에서 가장 불명예스런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탄광노동자들은 사업주인 콜로라도 퓨얼&아이언 컴퍼니(CF&I)의 비인간적인 대우, 열악한 임금, 위험한 노동조건에 항의해 파업을 벌였고, 이들은 ▲노조를 협상 대상으로 인정할 것 ▲채탄 가격 인상 ▲일 8시간 노동법 준수 ▲무임금 노동에 대한 임금지급 등을 요구했다.
CF&I의 소유주는 콜로라도 주정부와 협의해 주 방위군까지 끌어들여 이 노동자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그 소유주는 바로 미국 석유산업을 독식한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다. 그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고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했다.
록펠러는 1870년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석유회사(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다른 석유회사와 인수합병을 시작한다. 스탠더드 오일은 몇 개월 만에 뉴욕,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등에 있는 정유사 27개를 합병하고, 1873년 미국 금융공황 속에 망해가던 정유사까지 독식해 1880년엔 미국 석유 시장의 90%이상을 점유하는 등 석유 트러스트(독점)를 만든다. 이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지주회사는 석유와 등유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가격을 조정하며 미국의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 안에서 활개를 친다. 이런 독점자본화는 석유뿐만 아니라 철도, 철강, 석탄산업에까지 확산되면서 19세기 미국엔 급격히 독점자본들이 형성된다.
‘반독점법’ 제정
대표적인 시장경제체제 국가 미국은 이 같은 독점행위가 기세를 부리며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친다고 판단, 독점자본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 1890년 ‘반독점법’을 만들어 제재에 나선다. 이 법은 말 그대로 독점을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법이다. 오하이오주 존 셔먼(John Sherman) 상원의원에 의해 제안돼 ‘셔먼법(Sherman Act)’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특정 산업에서 소수의 자본가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국 규모의 카르텔(Kartell, 기업연합)을 형성하고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트러스트(Trust, 기업합동)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입법화된 셔먼법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인한 시장의 실패를 막고,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셔먼법은 카르텔이라 불리는 사업자간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한다. 기업의 가격담합, 생산량의 인위적인 제한 등 불공정행위들이 포괄적으로 금지되며,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엔 법원이 기업에 대해 해산명령을 내리거나 해당 불법행위에 대해 금지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1911년 ‘셔먼법’을 근거로 스탠더드 오일은 30여개의 회사로 해체됐다.
셔먼법과 함께 미국 ‘반독점법’의 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 1914년 제정된 ‘클레이튼법’과 ‘연방무역위원회법’이다.
클레이튼법은 ‘어떤 행위를 독점으로 봐야 하는지’, 즉 ‘경쟁’을 실질적으로 막거나 독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특정한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격차별, 끼워팔기 계약, 배타적 거래, 기업합병 등이 이런 행위에 해당돼 금지(규제)하는 내용이다.
또 ‘연방무역위원회법’은 독점행위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연방무역위원회(FTC)’를 만들어 FTC가 셔먼법이나 클레이튼법이 적용되지 않는 행위들도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뉴딜정책
미국은 대공황기에도 독점해체를 시도했다. 1929~1933년 미국 대공황 속에 집권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New Deal)’이라 불리는 대대적인 개혁정책을 실시한다. 자본주의 틀 안에서 기업의 지나친 독점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에 나선 것이다.
대공황 속에서도 록펠러(석유), 카네기(철강), JP모건(금융) 등 미국 대자본의 자산은 급증한 반면, 중산층이 붕괴하며 실업자와 빈민층은 급증했다. 록펠러와 마찬가지로 카네기도 독점과 노동탄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착취하고 복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임금협상 중 공장폐쇄를 강행하고, 공장을 점거한 노동자들과 총격전을 벌여 10여명을 사망하게 만든 ‘석탄왕’ 헨리 클레이 프릭(Henry Clay Frick)을 ‘카네기 스틸’의 회장으로 임명한 것도 카네기였다. 한편, JP모건은 ‘금융왕’으로 미국 굴지의 기업들을 통제하며 은행·철강·철도·전기 등을 광범위하게 장악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공황의 원인을 ‘부의 편재’와 ‘소득분배의 불균형으로 인한 국민 대중의 구매력 저하 및 과소 소비현상’에서 찾았다.
루스벨트가 시행한 뉴딜정책은 잘 알려진 대로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경제구조와 관행을 개혁해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경제정책이다. 뉴딜정책의 방향은 ‘3R’로 대표된다. ▲구제(Relief, 대공황으로 인한 대량실업을 구제해 민생고 해결) ▲회복(Recovery, 대공황 이전의 소득수준과 산업질서 회복) ▲개혁(Reform, 사회적불균형 시장시스템의 모순 시정)이 그것이다.
루스벨트는 은행개혁법, 긴급 안정책, 일자리 안정책, 농업정책, 산업개혁, 연방차원의 복지정책 등을 추진했다. 테네시강에 다목적댐과 발전소 건설사업 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소득보조금을 지급하고, 실업자·빈곤층에게 최저생활비를 지급했다. 전기와 후기로 나눠 7년간 진행된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은 사회보장법, 노동관계법(와그너법) 제정 등 제도개혁까지 나아가며 자본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 갔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소위 ‘부자증세’와 같은 세제개혁으로 마련했다. 연간 5만 달러 이상의 개인소득에 대해서는 누진율을 적용하고 5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고소득의 경우 75%의 세율을 적용하는 등 소득세·법인세·상속세·초과이윤세 등을 인상해 조달했다. 자본가들에게 중과세를 해 거둔 돈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자 기업인들과 보수세력으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뉴딜정책 시행으로 국가가 독점 규제와 수정에 나섰지만 미국의 대공황 해소에 크게 기여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특수’였다.
자유주의적 경제민주화가 독점자본의 시장독재를 막아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자유주의 시장경제 안에서 법으로 독점자본을 규제해온 미국.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은 채 가진 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저소득층을 지원한 뉴딜정책을 봐도, 소득세·법인세·상속세 인상 등을 두고 재벌의 눈치를 보는 우리나라 정부·국회와 대비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사진 : 뉴시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특권과 승리가 아닌 삶과 행복을 위한 교육

[전교조 창립 30주년 기획] 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④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9-05-08 20:58:07
수정 2019-05-08 20: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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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
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자료사진
5월 28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30주년을 맞습니다. 민중의소리는 다섯 차례에 걸쳐 전교조 30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총론격으로 서로 다른 지역에서 전교조 30년을 맞는 이들을 만나 전교조 30년 전과 후를 살펴봅니다. 이번 기획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전교조 30년, 한국 교육이 변했다
2) 학교 현장이 바뀐다 ‘딥 체인지’
3)‘구의역 김군’도, ‘악질사장’도 없으려면..반드시 필요한 노동인권교육
4) 특권과 승리가 아닌 삶과 행복을 위한 교육
5) 싸움만 한다구요? 국민과 함께 하는 전교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986년 학업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15살 중학생 오 모 양이 남긴 유서의 마지막 문구다. 학생이 남긴 뼈아픈 말은 우리 사회 입시 중심 교육의 문제를 꼬집었다. 친구들과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과잉학습에 내몰린다. 학생들은 시험 점수에 따라 좌절과 포기를 느끼며, 상위에 있는 학생조차 불안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오늘도 학생들은 대학이라는 출구를 보며, 입시지옥을 통과의례처럼 버텨내고 있다.

"쌤 우리 예서 서울대 의대 꼭 보내야 해요!", 2019년 인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예서 엄마가 입시 코디에게 하는 말이다. 교육은 서열화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가 되며, 대학의 이름은 또 하나의 계급 사회를 형성한다. 학생들은 교육의 과정을 통한 자신의 행복과 삶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입시전쟁터에서는 남을 이겨야 살아남는 잔혹한 경쟁을 먼저 배운다.
1989년 12월 21일 전교조 주최로 열린 자살학생 추모제
1989년 12월 21일 전교조 주최로 열린 자살학생 추모제ⓒ전교조 제공
도를 넘어선 경쟁구조와 공고해진 서열화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피로 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전교조는 입시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학생들의 삶을 위한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그동안 경쟁과 효율의 논리로만 강조했던 교육현장에서 협력의 가치를 구현하는 교육공동체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오늘날 전교조는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경쟁과 부담을 덜어내는 '행복한 학교'를 위해, 학교혁신 운동을 전개하고 확산하고 있다. 학교혁신 운동 중 하나는 '혁신학교'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혁신학교는 이른바 '진보교육감'으로 불리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과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처음 시작한 학교 모델이다. 혁신학교의 시발점이 됐던 것은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다. 전교조는 경기도 등 전국에 폐교의 위기에 놓인 작은 학교 살리기 등을 시도하면서 참교육 실천 활동을 해왔다. 또한 젊은 전교조 교사들을 중심으로 핀란드 등 교육복지 선진국에 연수를 다녀오고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교육모델을 모색해온 노력이 바탕이 됐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혁신학교'
1등만을 위한 학교는 없다..."아이들 모두 주인공"
민중의소리는 지난 26일 오전 서울 은빛초등학교를 방문해 이희숙 교장을 만났다. 서울 은빛초등학교는 2011년 3월 개교해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곳이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현재 213개교로 전체 학교의 1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은빛초 1층에는 교장실이 있었다. 언제나 문이 열려 있는 교장실은 학생들이 창문을 통해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기존에 넓었던 교장실을 반으로 나눠서 한쪽 공간은 회의실로 만들었다.
전교조 출신의 이희숙 교장은 평교사 교장 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됐다. 그는 혁신학교인 서울 강명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한 바 있다. 이 교장은 "혁신학교는 '학교 개혁'의 사례로, 위가 아닌 아래로부터(상향식 방식) 학교를 바꿔내는 성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에서 소리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에서 소리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희숙 교장은 수업하는 선생님이다. 이 교장은 이날 1~2학년 각 한 반씩 수업을 진행했다. 이 교장은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있어야, 관리자의 경직성을 벗어날 수가 있다"며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는 1등을 만들기 위한 학교가 아니다. 이 교장은 "혁신학교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은빛초에는 회장, 부회장 등 임원을 뽑지 않고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순번제로 하고 있다. 학교 수업은 주로 토론형 수업으로 진행돼,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발표를 한다고 한다.
또한 학교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모든 대회 상장을 폐지했다. 이 교장은 "수업시간에 수업을 침해해가면서 대회를 했을 때, 원래 잘하는 아이 몇 명에게 만족감을 주고, 그것도 며칠 못 가는데, 그 아이들의 상장을 주기 위해 나머지 아이들이 들러리를 서는 것"이라며 "그 시간에 오히려 수업을 하는 게 아이들의 성장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티커나 보상제도도 없앴다. 이 교장은 "스티커나 보상제도는 아이들에게 계속 경쟁하고 통제하기 좋은 방식"이라며 "(교사가)뭘 하자고 하면 뭐 줄 건데요?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오히려 수단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놀이는 '밥'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만드는 학교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 식당에서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 식당에서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특히 은빛초는 기존의 40분 수업과 10분 쉬는 시간에서 벗어난 80분 블록 수업을 한다. 수업 시간 중 30분은 놀이 수업이다. 이 교장은 "40분 수업 시간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하는 말하는 주입식 교육에는 맞을 수 있다"며, "80분 블록 수업을 통해서 기다려주고, 아이들이 천천히 배우게 되고,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밥'이라는 얘기가 있다. 30분간의 놀이시간이 아이들한테 소중하다"며 "아이들이 놀면서 신체와 정신이 건강해지고 놀이를 충분히 하면, 규칙도 정하게 되고 사회성도 길러지게 되고, 내가 볼 때는 교과서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체험학습을 통해 교과서 밖의 생태계와 지역사회를 느끼게 만든다. 은빛초는 4학기제로 운영한다. 여름·겨울 방학 이외에도 5일간의 봄·가을 방학이 있다.
이 교장은 "혁신학교는 체험학습 많이 가는, 많이 놀아주는 것으로 오해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의 전통적 학력관을 새로운 학력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통적인 학력관은 문제지 풀어서 사지선다형 맞추는 것이지만, 새로운 학력관은 협업능력, 창의적 사고"라며 "그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도전 속에서 주어진다. 혁신학교는 수업과 일상 속에서 경험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는 학생과 학부모가 주체로 나서서 학교의 자치를 구현하고 있다. 기존에는 학교 행사에 동원되는 성격이 강했다면 학부모가 주체가 돼 학부모총회를 개최하고 진행한다.
또한 학부모들이 녹색장터 등을 통해 각자 자기 집에서 안 쓰는 물건 다 가지고 와서 돗자리 깔고 팔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환경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주변 개천에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아버지들은 학생들과 함께 2박 3일 캠프를 통해 소백산 등 여러 곳의 둘레길을 걷기도 한다.
특히 은빛초에서는 촘촘한 학부모 대의체계를 통해 학교에 관한 결정사항에 학부모들의 의사를 반영한다. 이 교장은 "학급에서 수렴된 의견을 학급 대의원이 학년대표에게 전달이 되고, 학년 대표는 임원회의에서 전달한다"며 "학부모들의 제안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이를 학교에서 반영하려고 한다. 소통의 접촉면을 다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 다모임', '공개수업' 등...교사도 함께 성장하는 학교
학교의 토론 소통의 문화...'민주시민 교육' 내제화
그는 혁신학교의 특징으로 교사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손꼽았다. 이 교장은 그 밑바탕에는 '교사 다모임' 등 민주적 토의와 소통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교사 다모임(총회)이 교사들에게 민주시민의 경험을 주면서, 이런 사고나 생각이 자신의 교실 속에서 구현이 된다"며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를 통해서 다양한 생각을 듣고, 내 생각을 바꾸는 기회를 통해서 그럼 우리 교실에서 내가 아이들하고 소통할 때 과연 나는 어땠나. 자기 성찰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을 대하거나, 학급 운영을 할 때도 그런 경험들이 녹아난다"며 "끊임없이 아이들의 생각을 묻고, 학급 운영에도 아이들의 생각을 반영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 다모임을 통해 길러진 선생님들의 경험이나 역량이 결국에 학교를 움직이고, 교육활동의 질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혁신학교에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도 함께 성장한다. 교사들은 칸막이를 거두고 열린 교실을 추구하고 있다. 교사들은 교실 문을 열어서 동료 교사와 수업도 같이 나누고, 교육활동에 대해서 토론을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철학과 가치관이 부딪치고 배우며 교사들도 함께 성장해간다.
이 교장은 "신규교사가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게, 저희가 교육과정 평가 회의를 같이 모여서 하고, 그다음에 교사회에서 치열하게 토론을 하는데, 이게 어떤 연수보다도 자기를 성장시키는 연수의 기회였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 '교육지원팀'이라는, 교사들의 행정 업무를 전담해주는 부서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선생님들은 행정업무가 줄면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많이 한다. 교사가 학생활동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옛날에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다"며 "저는 이제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교육의 질은 교사 공동체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토론과 대화를 통해 집단 지성이 모은 결과, 수업방식과 교육과정을 변화했고, 교육의 질은 점점 향상되고 있다.
이 교장은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 논쟁과 관련해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에 많은 노력을 하고, 같이 경험을 나누고 성장해가며 교사들의 역량이 높아지는데, 그 수업의 질이 낮아질 수 없다"며 "수업의 질이 높아지는 만큼 아이들은 좋은 교육을 하게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실제 혁신학교의 입시 성적도 좋다"면서도 "하지만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가치가 입시교육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에서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희숙 서울 은빛초등학교 교장이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에서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소위 '벌떡 교사'였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교장은 "(교무회의 시간에) '왜 그렇게 하느냐'고 일어나서 문제제기하면 오히려 동료 선생님들이 퇴근시간 늦어지는데, 왜 저렇게 일을 만들지 하면서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이었다"며 "교사들 스스로 민주주의자가 될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과거 학교에서 교무회의 시간이 있었어도 이미 소수 관리자 중심으로 결정을 해서 안내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최고의 가치가 민주시민 교육을 하는 것"이라며 "교사가 민주시민의 소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교과서의 내용도 얼마나 사회적 가치나 시대정신을 담아서 수업으로 풀어내는가가 민주시민 교육"이라며 "교사가 그런 소양이 없거나 가치관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박제된 지식을 전달하는 정도에 머무른다. 이런 점에서 전교조 교사들은 다양한 경로로 시대정신과 사회적 가치를 경험하고 활동한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일반 학교에서 '나 홀로 조합원'으로도 살아봤다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시스템이 공고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선생님들이 당연하게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상태에서 1~2명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흔히 하는 이야기가 개방적이고 마인드 좋은 교장과 거기에 열정 있는 교사 3명만 있으면 학교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장은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모델학교라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교육청은 교장이 민주적인 리더십과 혁신 마인드를 갖게 하고, 혁신학교를 사원학교처럼 혁신리더를 끊임없이 양산해내고 확산해야 한다"면서 "혁신학교를 특별한 학교가 아니라 모든 학교가 나아갈 바를 선도하는 학교다, 이런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권과 차별 용인되는 '특권학교 폐지'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계 개편...공교육의 정상화
26일 오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주최로 진행된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의 일반고 전환 특권학교 관련 시행령 연내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6일 오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주최로 진행된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의 일반고 전환 특권학교 관련 시행령 연내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전교조는 '특권'과 '차별'이 용인되는 교육을 거부하고, '평등'과 '협력', '정의'가 작동하는 교육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교조는 그동안 차별 없는 교육, 고교평준화에 힘을 기울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다양화 300' 정책에 따라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가 생겨났다. 하지만 특목고, 자사고 등 특권학교 정책은 서열화를 조장하고 일반고 슬럼화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켰다.
전교조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과정을 시행하겠다며 도입된 자사고가 사실상 입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그 도입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며 "현재 자사고는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 학생들을 싹쓸이하여 일반고 붕괴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는 "한국의 교육은 과잉 경쟁이 지배하면서, 부모의 경제적 배경을 중심으로 한 교육 불평등이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이 사교육비 지출 격차를 벌리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제중, 자사고 등 특권 학교를 설립함으로써 교육 양극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여기에 현행의 복잡한 입시제도는 특권 학교에 유리하게 작용함으로써 이러한 교육 불평등을 가속화시킨다"고 비판했다.
2017년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 3단계 로드맵을 발표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와 일반고 입시 동시 실시 ▲평가를 통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유도 ▲국가교육회의 논의 통해 고교 체제 개편하는 내용이다.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자사고의 동시 선발, 이중지원 금지 조항에 대한 판결에 동시 선발은 합헌, 이중지원 금지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자사고 이중지원 보장은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 특혜이며, 자사고를 지원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라며 "이번 판결은 특권학교로 변질된 자사고의 특혜를 인정 해주어 고교체제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회가 한걸음 멀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고 밝혔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전경원 제공
전교조는 제2의 고교평준화인 특권학교의 폐지를 통한 일반고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시도교육감협의회 등과 정책협의회를 통해 특권학교 관련 시행령 폐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운동을 전개해 '특목고와 자사고 관련 조항 삭제'에 힘을 모을 예정이다.
이들은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이 갖는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사회통합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며 "다양한 계층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 속에서 학생들은 서로 다름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고,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아선 안 된다"
"함께 사는 법 가르치는 학교로 나아가야"
서울시교육청이 17일 미림여자고등학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취소를 최종결정했다. (사진) 자사고 지정취소가 된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미림여자고등학교에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미림여자고등학교에 대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를 확정해 오늘 학교에 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08.17.
서울시교육청이 17일 미림여자고등학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취소를 최종결정했다. (사진) 자사고 지정취소가 된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미림여자고등학교에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미림여자고등학교에 대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를 확정해 오늘 학교에 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08.17.ⓒ뉴시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됐을 때 학교의 교육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미림여고의 사례를 들어보기로 했다. 2011년부터 자사고로 운영하던 미림여고는 2016년 일반고로 전환됐다. 자사고는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학생들의 등록금 등 수업료로 학교를 운영해, 학생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학교 운영에 타격을 입는다. 미림여고는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반고로 전환했다.
일반고를 비롯해 외고와 자사고의 아이들을 가르쳤던 주석훈 선생님은 2016년 3월 1일 자로 미림여고 초빙 교장이 됐다.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었고, 학생 약 100여명이 전출되면서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일반고의 전환은 교육의 전환점이 됐다.
주 교장은 일반고 전환 초기, 주변에서 '특별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주 교장은 직원회의를 통해 학교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위해 특별반을 만들고, 독서실에 좋은 자리를 배정하고, 상을 몰아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주 교장은 "학생들이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이 27일 오후 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이 27일 오후 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민중의소리
미림여고는 학생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주 교장은 학생들의 복장을 단속하는 등교 지도를 없앴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복 바지도 도입했다. 전체조회 사회는 주로 학생이 맡고, 훈화 역시 대부분 학생이 한다. 주 교장은 훈화는 통틀어 1~2번 정도 했다고 말했다.
미림여고는 '오픈북' 방식으로 경시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주 교장은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사고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 친구들과 협업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 이런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고 본다"며 "이런 교육이 가능한 수업방법, 평가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학교는 시험과 수행평가 등 모든 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검증하는 기관인 공정성심의위원회(학업성적관리위원회+차별방지위원회)를 설치했다.
학교는 아이들을 평가하는 시험의 공간이 아니라, 행복과 삶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꿈터로 변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미래인재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대학 교수와 전문가들을 초빙해 학생들에게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미림여고의 사례처럼,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뜻을 함께 모으면 일반고 내부에서도 충분히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할 수 있다.
주 교장은 학교에서는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한 사회로 가려면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강자가 약자를 더 배운 자가 더 못 배운 자를 품을 수 있는 리더십을 키워줘야 한다"며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협업하고 도와주고 이런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분리주의 교육으로 가면 사회가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분리주의 교육의 생태계는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장의 말처럼, 학교는 분리 또는 경쟁이 아닌 통합과 융화의 장소가 돼야 한다.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계개편을 시행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는 크게 '수월성 교육'과 '자사고 일반고의 성적 수준 차이'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기존의 영재학교나 과학고가 근본적으로 일반고로 전환되는 문제는 아니다"며 "선발 시기와 관련해 위탁교육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월성 교육에 대한 요구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사고의 경우 "이미 입학할 당시부터 학업성취도 측면에서 우수한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대학진학도 일반고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된 것"이라며 "그것을 단위학교의 교육 효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수능 절대평가'..."'경쟁'보다 '협력'과 '배려' 가치" 추구
대입제도 개편...대학서열체제 해소
대학수학능력시험 날 아침 수험장에서 수험생이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날 아침 수험장에서 수험생이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교육은 변화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진보한다. 학교는 2025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될 고교학점제로 또다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전공과 선택 과목으로 강의를 나누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방식으로,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불과 5년밖에 남지 않았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전에 해결돼야 하는 선행과제로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 전환', '교육과정 개정'으로 판단했다. 전 소장은 "이러한 현장의 요구가 선결되지 않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는 것은 현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교 교육의 질은 평가의 방법과 직결돼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객관식 시험 문제 위주의 평가 방식이 학생들의 배움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주 교장은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이 오지선다형의 시험문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답없는 문제에 대해서 아이들이 도전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상대평가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요구한다"며 "경쟁보다는 협력과 배려의 가치가 작동할 수 있는 '절대평가'가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입시경쟁이 지배하고 있는 대학입시제도의 개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입시경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극단적인 대학서열화와 학벌 차별 등이다. 전교조는 대학통합네트워크를 통한 대학서열체제 해소하고, 대입자격고사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를 위해서는 국공립대 통합, 공영형 사립대 양성 등을 제안하고 있다. 2025년까지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현재 대입제도가 안고 있는 교육 문제를 최소하기 위해 2022년까지 과도기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권과 승리가 아닌 삶과 행복을 위한 교육을 위해, 학교를 개혁하기 위해 역량을 쌓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있다. 이들은 현장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교육 전문가'로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법외노조라는 이름 앞에 교육 개혁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권정오 위원장은 "정말 바꾸고 싶다"며 "법외노조라는 모래주머니를 떨쳐내지 않고서는 달릴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은혜(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찾아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은혜(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찾아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20일 오후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을 만나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유 장관은 "교육부 정책은 교육부 혼자만의 힘으로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 없다"며 "전교조 역시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에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정부의 교육 정책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다.
올해 30세가 된 전교조는 학교 개혁과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질끈 묶는다. 법외노조라는 모레주머니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전교조는 '숨을 쉬는 공간', '쉼이 있는 배움', '삶을 위한 교육'이 가능한 학교 현장을 만들기 위해 걸음을 떼고 있다.
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
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자료사진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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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쌀 지원이 가져올 나비효과…정세현 "서둘러야"

[정세현의 정세토크] 아베가 북일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까닭은?
2019.05.08 20:28:51




지난 4일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이후도 한미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한의 군사적 행위에 대한 규탄이 아닌 인도적 지원이 적절한 대응인지에 대해 보수층의 비판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는 8일 대북 식량 지원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간 식량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북미 간 협상도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며 인도적 지원이 북미 간 협상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도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지금 국제사회가 움직이고 있는 이 틈을 파고 들어가서 우리가 쌀을 지원하면 아마 남한에 대해 꼬여있던 북한의 심기가 풀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우리가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대북 인도적 지원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7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전화 통화 이후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지만, 정작 백악관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이 부분이 빠진 채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만 강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미국에서 '식량 지원은 안 된다'는 공식적인 이야기가 없었다면 정부가 밀고 나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식량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그래 뭐 그렇게 하든지"라는 정도의 대답만 했으면, 그 정도면 된다"며 "미국 대통령이 이정도의 관심을 보였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4월 11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안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던 것처럼 이번에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반대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그런 입장은 아니지 않나"라며 "그렇다면 우리가 당연히 치고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대북 쌀 지원이 북한에 군량미로 전용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한 내에서 식량이 모자라서 피해보는 사람들은 힘 없고 뒷 배경 없는 서민들이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군은 북한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먹는다"라며 "북한 외부에서 들어가는 식량 지원은 힘 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말 그대로 '인도적' 지원인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으로는 남북 간 다소 경색된 국면에서 북한이 남한의 지원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우리가 주겠다고 통보하면 북한은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북한의 식량 문제 때문에 국제기구가 움직이고 있는데, 이 와중에 북한이 남한으로부터의 지원은 받지 않겠다고 하면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보겠나"라며 "북한이 (국제기구의) 실태 조사에 대단히 협조적으로 응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질적인 필요 때문에라도 남한의 제의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터뷰는 8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이 지난 4일 발사체를 발사한 이후 한미 양국 정상은 전화통화를 통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북한의 이번 발사가 북미 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정세현 : 이번 북한의 발사는 미국뿐만 아니라 남한에 대한 메시지도 있었다고 봅니다. 우선 방사포의 경우 대남용이라고 보이는데요. 지난 4월 22일 시작된 한미 양국의 공군 합동 훈련에 대한 반발로 해석됩니다.  

이미 북한은 4월 25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훈련에 대해 비난한 적이 있습니다.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며 북과 남이 군사적 긴장완화와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확약한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행위"라고 주장했었죠.  

그러면서 훈련에 맞대응할 수 있다는 '예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조평통 대변인은 "남조선 당국이 미국과 함께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 책동을 노골화하는 이상 그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군사적 반발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진행되는 시기보다는 보통 훈련이 끝날 때쯤에 일어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훈련에 대해 반발은 해야겠는데, 훈련이 한창인 중에 군사적인 행동을 하면 한미의 군사력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훈련이 끝나는 시점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발사한 또 다른 발사체인 '전술유도무기'의 경우 그 거리에 상관없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미국이 계속 북한을 견제‧압박할뿐만 아니라 군사적 위협까지 가한다면 자기들도 대응하겠다는 것이죠. 특히 북한은 F-35기의 도입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나름의 대응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런데 북한의 이번 발사는 단순한 대응 차원에서 일어난 것만은 아닙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계기 때 가진 시정연설에서 올해 연말까지는 기다려보겠다면서 미국의 '정치적 계산법'을 바꾸라고 했었죠. 그런데도 미국이 아무런 응답이 없자, 북한은 미국에 "어떻게, 생각 좀 정리했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이번과 같은 군사 행동을 취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군사적인 행동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기존에 많이 해오던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대체적으로 나름의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전술유도무기가 남한으로, 일본으로 발사된 것도 아니었고 북한의 영해에서 이뤄졌으며, 미국을 향한 것도 아니었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도 아니었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협상을 통해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이뤄낼 기회가 있다고 믿으며, 이번 일이 북미 간 협상에 방해가 되지 않길 바란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가 있었던 당일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김 위원장이 약속을 깨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본인이 북미 간 지금까지 가져왔던 협상을 깨지 않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메시지가 숨어있다고 봐야 합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4일 전술유도무기 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로동신문

프레시안 : 그렇다면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언급됐다고 전해지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 현 국면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북한이 원하는 것이 인도적 지원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정세현 : 그렇죠. 북한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건 인도적 지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남북 간에 식량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북미 간 협상도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이 중요합니다. 

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이 북한 현지에 들어가서 식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수요량보다 159만 톤이 부족하다고 했는데요. 사실 이 수치는 기존보다 악화되긴 했지만 매우 이례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유엔의 이번 통계는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왜 일까요? 여기에는 정치적인 복선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즉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을 해줘야 할 명분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식량을 지원하면 군량미로 전용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북한 내에서 식량이 모자라서 피해보는 사람들은 힘 없고 뒷배경 없는 서민들입니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군은 북한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먹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외부에서 들어가는 식량 지원은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말 그대로 '인도적' 지원인 것입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우리가 지원하면 북한이 이를 순순히 받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지 않을까요? 최근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인데, 북한이 쌀 지원은 받을까요?

정세현 : 우리가 주겠다고 통보하면 북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북한의 식량 문제 때문에 국제기구가 움직이고 있는데, 이 와중에 북한이 남한으로부터의 지원은 받지 않겠다고 하면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또 북한이 이번 실태 조사에 대단히 협조적으로 응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필요 때문에라도 남한의 제의를 받아들일 겁니다.  

프레시안 : 일부에서는 한미 정상 간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에 공감대가 있는 것이 확실하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청와대의 발표에는 식량 지원 이야기가 있지만, 백악관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만 강조하고 있다는 건데요.  

정세현 : 미국에서 "식량 지원은 안 된다"는 공식적인 이야기가 없었다면 정부가 밀고 나가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식량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그래 뭐 그렇게 하든지"라는 정도의 대답만 했으면, 그 정도면 됩니다. 미국 대통령이 이 정도의 관심을 보였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겁니다. 

지난 4월 11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안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던 것처럼 이번에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반대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그런 입장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당연히 치고 나가야 하는 겁니다.  

지금 국제사회가 움직이고 있는 이 틈을 파고 들어가서 우리가 쌀을 지원하면 아마 북한이 남한에 꼬였던 심사가 풀리는 계기가 될 겁니다. 남한의 쌀이 북미 간에 협상의 접점을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예전보다 지원이 더 수월한 것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있어서 협의하기도 편리합니다. 예전에는 쌀 지원 문제로 중국 베이징까지 가서 회담한 적도 있습니다. 통일부 장관이 나서서 국제기구도 지원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되겠냐면서 전례에 비춰 수십만 톤 정도의 규모로 지원하겠다고 치고나가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북한에 쌀을 차관으로 줄 때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십만 톤 단위보다 더 많이 지원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쌀을 그냥 비축해봐야 어차피 사료나 비료로 쓰이는데 그게 가성비가 별로 좋지 않거든요. 또 정부 비축미를 일정하게 빼줘야 추곡 수매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농민들 입장에서도 좋은 겁니다.  

쌀 지원을 통해 북한의 취약계층을 돕고 우리 농민들의 지갑도 두둑히 하고, 남북관계도 풀고, 나아가 북미 간 협상도 다시 이어붙일 수 있는데 뭘 망설이고 있는 겁니까? 쌀 지원 하나가 교착상태에 빠진 현재 협상 국면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쌀 지원에 즉각 나서야 합니다.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우리가 50만 톤을 보내주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실제 북한의 하역 능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10만 톤 이상을 보낼 수도 없습니다. 또 실제 쌀을 보내려면 정부 비축미를 남북협력기금을 이용해 구입하고 이를 실어 나를 배를 섭외해야 하는데, 정부미가 벼 상태로 보관돼 있기 때문에 이걸 먹을 수 있는 쌀로 만들려면 도정공장에서 작업도 거쳐야 합니다.  

게다가 이제 장마철이 두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쌀을 배에 실어 보내기는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정부가 신속하게 결정해서 북한과 협의를 서둘러야 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가졌다. 청와대는 북한에 대한 남한의 식량 지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북미, 접점 찾으려면 

프레시안 :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게 계속 계산법을 바꾸라고 촉구하고만 있는데, 대북 쌀 지원을 통해 접점을 찾는 것이 가능할까요?  

정세현 : 미국은 북한에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핵 물질, 핵 시설 파괴 등을 전부 실행하면 미국이 무엇을 해줄지는 그 때 가서 이야기하겠다는 입장이죠. 북한은 그렇게는 할 수 없다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스몰딜이라는 것은 양측이 하나씩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매칭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남북 장관급회담이나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여지가 있다는 점을 북한에 알려주고, 이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면서 미국도 설득해야 합니다. 그렇게 접점이 생기도록 빨리 움직이는 게 필요합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요구가 제재 해제에서 체제 보장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세현 : 시간을 조금 되돌려보면,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북한은 종전선언을 계속 주장해왔습니다. 종전선언은 체제 안전 보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죠. 그런데 미국 내에서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이 마무리되는 단계가 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이 나왔고,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는 종전선언을 계속 밀고 갈 수 없다고 판단, 경제 제재 해제로 전략 목표를 바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 제재 해제에 대해 나름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2차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 전부 내놓으라는 이른바 '빅 딜'을 제안했습니다. 그래야 경제 지원이든 체제 보장이든 할 수 있다면서 말이죠. 그러자 북한은 이건 리비아식 해법이라며, 제재 해제보다 시급한 것이 '체제 보장'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이 체제 보장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에 발사체 발사 이후에 북한 매체에 보도된 내용 속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5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발사체를 참관하며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고 담보된다는 철리를 명심하고 그 어떤 세력들의 위협과 침략으로부터도 나라의 정치적 자주권과 경제적 자립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제재 완화에서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좀 더 높은 수준의 요구를 하고 있는데도 북미 협상을 끌어갈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정세현 : 미국은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1월 31일에 스탠퍼드 대학에서 했던 강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당시 비건 특별대표는 북미 간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또 미국은 영변의 핵 시설이 북한 핵 능력의 80%라고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폐기하면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북한의 요구에 미국은 영변 핵 시설이 북한 핵 능력의 50%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량살상무기도 내놓아야 한다고 다른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요구 수준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찰이 필요합니다.  

프레시안 : 이런 가운데 비건 특별대표가 한국에 오는데요. 어떤 내용을 협의할까요? 

정세현 : 아마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 견제를 하기 위해 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 곳에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한국을 말리려고 오는 것 같습니다. 
▲ 지난 2월 27일(현지 시각)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메트로폴 호텔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과 '만날 수밖에 없다'는 아베  

프레시안 : 북미 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의 발사체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하는데요. 

정세현 : 일본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에 다녀온 것이 자극이 된 것 같습니다. 실제 러시아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려는 의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록 미국이 바로 'NO'하긴 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을 언급하면서 나름의 발언권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여기에 끼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일본만 소외되는 현 상황을 막아야 할 현실적 필요가 생긴 것이죠.  

게다가 러시아가 저렇게 움직이면 아베뿐만 아니라 트럼프도 불안해집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남북미 3자 구도로 북핵 문제를 풀어 내는 것이 성과를 내기 훨씬 좋거든요. 러시아가 끼어들면 문제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본과 미국 모두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수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소외되지 않고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 미국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북일 정상회담이 필요한 것이죠. 따라서 일본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하면 미국은 도와줄 겁니다. 회담의 모멘텀을 깨지 않기 위해서 미국이 '일본' 카드를 쓰는 셈이죠. 만약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이 과정에서 일본에 지분이 생기면 협상판에 또 다른 변화가 생기는 겁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미국은 이란 핵 문제에도 직면해있습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시절 만들어진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한 이후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이란은 이에 대항해서 자신들도 핵 협정 일부 이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란 핵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란 핵 문제가 북핵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정세현 : 사실 이란 핵 문제 때문에도 트럼프 정부가 좀 조급한 상황이긴 합니다. 이란과 북한의 공조가 강화되면 미국은 이걸 끊어야 하기 때문에 다급해질 수밖에 없죠. 그러면 미국은 북한과 빨리 만나서 이란과 협력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이란 문제는 이스라엘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급할 수밖에 없죠. 미국과 이란 문제가 복잡해지면 북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해결 여지가 넓어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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