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23] 헌법(憲法)과 군밤의 발음

대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국어문법론’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려운 어학 과목이었지만 특유의 유머와 호탕함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교수님의 강의가 기억에 남아 있다.
그분은 항상 헌법의 발음을 [헌법]이라고 하셨다. 그러면 우리는 ‘헌 법(낡은 법)’처럼 들리므로 [헌뻡]이라고 발음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논쟁을 했다.
교수님은 ‘군밤’을 예로 들면서 똑같은 상황에서 군밤은 [군밤]이라고 발음하면서 왜 헌법만 [헌뻡]이라고 읽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 우리는 ‘군 밤’은 ‘구운 밤’을 줄여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군’이 ‘밤’을 꾸미는 수식관계를 나타내고, ‘헌법’은 ‘법 헌(憲) 자와 법 법(法)’ 자이므로 ‘명사+명사’의 경우이기 때문에 환경이 다르다고 맞섰다.
당시 교수님은 “자네는 [헌뻡] 하게, 나는 [헌법] 하겠네”라는 말로 논쟁을 마무리했다. 지금은 [헌뻡]이 맞는 발음이다. 조건[조건]·효과[효과] 등의 낱말은 교수님의 뜻대로 되었다. 당시는 대부분이 [조껀] [효꽈]라고 발음하던 시절이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