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3일 토요일

특별한 도쿄 여행, '1인 시위'로 시작합니다

19.08.03 23:13l최종 업데이트 19.08.04 00:07l







시민단체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아베 정권 규탄한다"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YMCA, 흥사단 등 682개 단체 소속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아베 정권을 규탄하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촉구하고 있다.
▲ 시민단체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아베 정권 규탄한다"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YMCA, 흥사단 등 682개 단체 소속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아베 정권을 규탄하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7월 31일, '역적'과 '매국노'라는 조롱을 감내하며 일본에 왔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있었던 데다, 수개월 전 항공권과 숙박비 결제까지 끝난 상태였다. 기꺼이 위약금을 물어가며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이들의 결기 앞에 눈치를 보며 잔뜩 움츠린 채 짐을 쌌다.

환전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당장 은행 직원부터 '이 와중에 대단하다'며 눈을 흘겼고, '무사히 다녀오라'는 격려 아닌 격려를 건넸다. 엔화를 건네받으려니 옆 창구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죄다 무슨 구경거리라도 되는 양 쳐다보았다.

뒤통수가 따가워 달아나듯 은행을 뛰쳐나왔다. 순간 집 앞 어느 일본 브랜드 의류 매장에는 들락거리는 손님보다 매장 밖에서 그들의 숫자를 세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를 한 이웃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났다. 아무튼 이렇게까지 하며 일본에 가야하나 싶었다.

일본을 찾은 두 가지 이유

은행 직원의 말마따나, '이 와중에' 일본을 찾은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답사'고, 다른 하나는 '방문'이다.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서만 8일을 머물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흔적들을 찾아볼 요량이었고, 도쿄에 살고 있는 제자를 근 10년 만에 만나기 위해서다.

제자는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에 건너와 대학원 공부를 이어갔다.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체류 기간이 시나브로 늘어났다. 끝내 박사 학위는 받지 못했지만, 건실한 일본 기업에 취업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다.

그와 함께 보낼 하루를 제외하고, 꼬박 일주일은 답사 일정으로 채웠다. 기존의 여행안내서는 지하철 노선이나 할인권 등 교통 정보 등을 제외하면 별 쓸모가 없다. 도쿄만 해도 수십 종이 나와 있지만, 과문한 탓인지, 독립운동 유적에 관해 소개하고 있는 건 단 한 권도 없었다.

일단 구글 맵의 도움을 받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갈 작정이다. 교통비가 턱없이 비싼 도쿄에서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폭염 속에서도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닐 각오다. 도쿄 내 독립운동 유적에 관한 여행안내서를 최초로 만든다는 심정으로.

내비게이션조차 헤맨다는 도쿄에서 그곳들을 굳이 찾아가려는 건, 2019년 올해가 우리에겐 '특별한' 해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고, 동시에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항일무장의거단체인 의열단 창립 100주년인 까닭이다.

참고로, 의열단은 약산 김원봉의 주도로 1919년 11월에 중국 길림에서 결성되었다. 그들은 총독부와 동양척식회사 등 일제의 통치기구를 폭파하고, 일왕과 총독 등 거물급 정치인과 친일 고위관료의 처단을 목표로 삼았다. 하여 그들의 활동 무대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도쿄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열단의 자취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뜨거웠던 역사의 현장에는 아무런 표식이 남아있지 않아 찾아가기도 힘들뿐더러 찾아가지도 않는다.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 정부만큼이나 독립운동사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 탓도 크다.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의 현장도, 백범 김구가 이끈 한인애국단 소속 이봉창이 쇼와 일왕에게 폭탄을 투척한 곳도 이곳 도쿄의 한복판이다. 의열단원 김지섭이 왕궁을 향해 폭탄을 던진 곳도 이봉창의 의거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

이봉창의 도쿄 의거는 직후에 일어난 윤봉길의 상해 훙커우 공원 의거와 함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존재를 다시금 부각시킨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는 무장 의거라는 의열단의 독립운동 방식에 대해 성과를 인정하는 셈이었고, 향후 두 세력이 힘을 합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생각과 달랐던 일본 분위기
 
관동 대지진 희생자 추도비 아라카와 강변 주택가에 아담하게 세워진 추도비의 모습. 주변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와 봉선화가 담처럼 심어져 있다.
▲ 관동 대지진 희생자 추도비 아라카와 강변 주택가에 아담하게 세워진 추도비의 모습. 주변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와 봉선화가 담처럼 심어져 있다.
ⓒ 서부원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집단학살 추정지, 아라카와 강변 도쿄 북동부 아라카와 강변은 지금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현재 집단학살의 자취를 찾아볼 수는 없고, 인근 주택가에 추도비가 세워져 있을 뿐이다.
▲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집단학살 추정지, 아라카와 강변 도쿄 북동부 아라카와 강변은 지금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현재 집단학살의 자취를 찾아볼 수는 없고, 인근 주택가에 추도비가 세워져 있을 뿐이다.
ⓒ 서부원
그런가 하면, 1923년 관동 대지진 당시 학살당한 조선인들을 기억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6천여 명이 학살되었다는 숫자도 추산일뿐더러 그들의 유해를 찾아 모시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됐다. 집단 학살된 곳조차도 당시 생존자의 증언에 의존해야 간신히 더듬어볼 수 있다.

10년 전인 2009년에 이르러서야 도쿄의 변두리 학살터로 추정되는 곳에 아담한 추도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당시 가해자였던 선조들의 잘못을 사죄하며 일부 시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세운 것이다.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에겐 눈엣가시일지도 모른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다시 답사 일정을 고민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도쿄의 분위기는 우리와 하늘과 땅 차이다. TV에서 한국과 교역 갈등이 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사람들에게 부러 물어봐도 대부분 별 관심 없다는 듯 시큰둥하다.

덕분에 떠날 때 숱하게 들었던 '안전'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과연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숫제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도쿄 도심의 '혐한 시위'도 이번 일로 격화되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한일 두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 달라도 너무 다른 느낌이다.

문제는 트위터 등 SNS에서 떠돌아다니는 '가짜 뉴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TV 등 공중파 방송의 영향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건 일본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가짜 뉴스'가 되레 TV 뉴스를 견인하며 왜곡된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개중엔 한국에서 북한으로 군수물자가 흘러들어가 일본에 군사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내용도 있고, 한국 경제는 일본의 도움 없이는 지탱될 수 없다는 황당한 주장도 있다. 한국은 국가 간의 조약을 일방적으로 무효화시키는 무도한 나라라는 내용은 TV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일본의 분위기는 평온하지만, 애먼 시민들 사이에서도 반한 감정이 가랑비에 옷 젖듯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10년 가까이 일본에서 생활한 제자의 말에 따르면, 또래인 20~30대 젊은이들의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 그 이유가 시답잖단다.

그들 대부분은 아베를 정치인이라기보다 '연예인'으로 여긴다고 했다. 과거 1980년대 '땡전 뉴스'처럼 TV를 켤 때마다 맨 먼저 등장하는 얼굴이다 보니 가장 '친숙한' 정치인이라는 거다. 일본의 젊은이들 중에 아베 말고 내각의 대신 이름을 아는 경우는 없을 거라고 단언했다.

그는 일본 젊은이들의 정치적인 무관심이 이미 회복하기 힘든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장악한 TV와 어용화한 언론은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거다. 무엇보다도 그들 대부분은 학창시절 선택교과인 역사를 공부하지도 않았다.

하물며, 지난 2일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결정에 대해 그 의미를 이해하는 젊은이들은 얼마나 될까. 이유야 어떻든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안타깝게도 정부 정책의 맹목적인 '신뢰'로 표출되기 십상이다. 정치인들이 뭐라든 상관할 바 없다는 거니까.

그래서 도쿄에서의 첫 일정은 '1인 시위'를 해보기로 했다. '가짜 뉴스'에 포획되어가는 일본 시민들에게 이방인으로서 '진짜 뉴스'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써넣을 문구는 생각해두었고,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르니 피켓을 만드는 건 제자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극우 세력에 포획된 일본 정부의 무모한 경제 보복으로 시작된 갈등의 수위가 설상가상 높아져만 가고 있다. 정부 간 대화도 단절되고 외교적 노력마저 힘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이런 마당에 양국의 시민들까지 등을 돌리면 파국이다.

'1인 시위'는 한일 두 나라의 국민들이 공존과 번영, 정의와 평화를 향해 함께 손 맞잡고 나아가자는 뜻이다. 범람하는 '가짜 뉴스'들에 맞선 이방인 여행자의 몸부림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물론, 도쿄의 시민들이 그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지 매몰차게 내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우리는 적국과 군사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

아베규탄 3차 촛불문화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즉각 폐기 촉구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
승인 2019.08.03  23:58:26
페이스북트위터
  
▲ 아베규탄시민행동은 3일 저녁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아베규탄 3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당장 폐기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목록)에서 제외한 일본의 처사에 분노한 시민들이 3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더욱 커진 목소리로 '아베 규탄'을 외쳤다.
전국 682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한 '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아베규탄시민행동'(아베규탄시민행동)은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아베규탄 3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고 하루 종일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주최측 추산 연 인원 1만5,000여명이 모여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전날(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적대관계를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나라와 군사정보를 나누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붙었다.
아베규탄시민행동은 시민들에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제목으로 진행중인 청와대 국민청원(http://bit.ly/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폐기)에 적극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또 줄곧 일본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우리 정부의 태도를 감정적이라고 비난해 온 <조선일보>를 '아베통신원', '산케이 한국지부'라고 조롱하고는 조선일보사 앞까지 행진한 후 '친일청산 조선일보 폐간' 구호를 외쳤다.
  
▲ 정혜랑 아베규탄시민행동 공동대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국민청원 100만명 달성과 일본제품 불매, 8.15 광화문 촛불문화제 참가 등을 당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혜랑 아베규탄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왜구가 쳐들어왔다. 일본이 먼저 주먹을 날렸다. 경제 전쟁을 벌였으니 '경제왜란', 2019년 기해(己亥)년에 일어났으니 '기해왜란'이라 이름 붙일만 하다"고 반도체 소재·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부터 화이트리스트 배제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도발에 새로운 명명을 시도했다.
또 스스로 친일파라고 드러내는 자는 없다고 하면서 "'선빵'을 맞았으나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안되고 '신중해야' 한다. 일본은 '치밀'하며, '우리는 아직 일본을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라고 말하는 자들은 모두 '신 친일파', '21세기 매국노', '토착왜구'라고 할 수 있다"는 '친일파 식별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나라 안에 매국노가 없다면 아무리 강대한 적들도 침략할 수 없다"고 하면서 "아베의 특사에 다름아닌 자유한국당과 '조·중·동' 등 '신 친일파'들이 본질을 드러낸 지금이 이들을 한꺼번에 소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기염을 토했다.
시민들에게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청원 100만명 달성 △일본제품 불매(안가, 안사, 안팔아)운동 일상적 실천 △8월 10일 4차 촛불문화제, 8.15 광화문 촛불문화제 참가 등을 당부했다.
  
▲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처음부터 정당하지도 않았고 이제 적대관계를 노골적으로 표시한 나라와 군사정보를 나눌 이유가 있느냐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주장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자유발언 기회를 얻어 "어제부터 한국은 일본의 적국이 됐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그런 나라에 군사정보를 줘야 하나. 그렇지 않아도 '지소미아'는 촛불에 쫓겨난 박근혜가 막판에 기습적으로 체결한 정당하지 않은 협정이었다"며 '지소미아' 파기를 촉구했다. 
전날부터 자유한국당 당사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는 한 젊은이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일본의 결정이 한국 정부의 친북, 반일 때문이라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망언을 듣고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친일파 국회의원들은 이 나라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매일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말했다.
  
▲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한 젊은이는 '친일 정치인들을 이 나라에서 다 쫓아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일본 전국단체인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이날 한일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과거사 문제를 왜곡하려는 아베의 의도를 무산시키고 올바른 과거사 해법을 찾아나가자는 연대사를 보내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일본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해 11월 11일 도쿄에서 결성한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이날 아베규탄시민행동측에 연대사를 보내 와 "아베는 한일 시민사회의 대립을 부추겨 지금 일본이 추궁당하고 있는 과거사 문제를 또 다시 슬그머니 무시하려고 하고 있으나 문제의 본질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개별 배상 판결을 일본 정부와 기업이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한일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했다.
  
▲ 대학생 김수정씨는 강제징용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와 함께 손잡고 끝까지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학생 김수정씨는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정주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13살되던 해 언니를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공습의 공포속에 혹독한 노역을 강요당한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꼭 일본의 사죄를 받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이번에도 제대로 사죄받지 못한다면 인류 사회의 발전에 대해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일본이 무슨 짓을 하든 우리는 끝까지 할머니와 함께 손잡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받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모이자 8.15'라는 피켓을 앞세워 일본대사관에서 항의행동을 한뒤 종각역, 광화문 사거리를 거쳐 조선일보사까지 도심 행진을 펼쳤다.
이요상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전 사무총장은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선일보는 3.1운동 이후 일제가 조선인을 일본신민으로 만들기 위해 창간한 신문이다. 일제에 이어 군사독재에 빌붙어 살아온 이 신문이 아직 건재한 것은 기가 막힌 일"이라며, "우리는 일본 극우세력의 입장을 대변하고 허위·편파·왜곡을 일삼는 조선일보를 언론으로 보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스스로 폐간하라"고 권유했다.
이어 "지난 촛불을 겪으면서 우리는 언론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조선일보에 대한 전 국민적 불매운동 등을 통해 언론으로 살아남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사가 입주한 코리아나호텔 외벽 전광판에 <조선일보>제호가 꺼져 있고 현판도 사라진 가운데 참가자들은 30분 가량 '폐간하라'를 외치며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저녁 7시에 시작한 촛불문화제는 8시 30분부터 행진으로 이어졌으며, 조선일보사 앞 항의행동은 9시 30분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 '모이자 8.15, 한일군사협정 파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촛불문화제를 끝낸 참가자들은 인근 일본대사관까지 행진해 '한일군사정보협정 즉각 파기'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광화문 사거리 행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조선일보사 앞 '적폐언론, 친일매국 조선일보 폐간'구호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토착왜구 몰아내자, 조선일보 폐간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이날 3차 촛불문화제는 주최측 추산 1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반일 반자한당 범국민대회, “역사를 바로잡는 것에 적당히란 없다”

반일 반자한당 범국민대회, “역사를 바로잡는 것에 적당히란 없다”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08/04 [01:0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3일 오후 4시 30분 청와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국민주권연대, 청년당 등이 주최한 ‘반일본 반자한당,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3일 오후 4시 30분 청와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국민주권연대, 청년당 등이 주최한 ‘반일본 반자한당,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토착왜구 자유한국당 당장 나가라!","국민분열 적폐세력 이 땅을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참가자들이 "우리나라 무시하는 일본과 국교를 단절하자"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일본을 규탄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윤태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선전국장.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적당히 하라는 말은 우리 국민들에게 패륜을 저지르고 일본사람으로 살라는 것과 같다. 역사를 바로 잡는 것에 적당히란 없다. 100년 굴욕의 역사를 2019년에 바로 잡자”

3일 오후 4시 30분 청와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국민주권연대, 청년당 등이 주최한 ‘반일본 반자한당,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NO 일제식민지 사죄·배상! 친일매국집단 자유한국당 해체!’ <반일 반자유한국당 운동기간>을 선포한 이후 이날 첫 포문을 열었다.

윤태은 대학생진보연합 선전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대회는 일본과 자유한국당의 도발과 망발에 분노한 청년 대학생들의 열기로 연신 뜨거운 분위기였다.

▲ 용수빈 청년당 공동대표.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첫 발언자로 나선 용수빈 청년당 공동대표는 일본이 우리를 우대 무역 상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전 세계가 일본을 질타하는 이유는 반도체라는 전략 물자에 대해 더 나은 자유무역에 앞장서야 할 일본이 글로벌 공급망을 해체하기 위해 한국을 타깃 삼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자신의 경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막 나가겠다는 선전포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일본이 미국과 유럽을 우선시하고 한국과 아세안을 무시하는 태도는 전 세계에서 경제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하고 고립되는 길을 자처하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을 믿고 바른 외교 노선을 위해 일본을 무시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설했다.

사회자는 “그렇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일본 관련 기사에 ‘군사정보 보호협정 파기하라.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다’, ‘주적에게 군사정보를 왜 주냐. 너희에게 줄 것은 뉴클리어(핵)’이라는 댓글을 달고 있다”는 민심을 전하기도 했다. 

▲ 위대환 국민주권연대 회원.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위대환 국민주권연대 회원은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강력히 지지할 뿐 아니라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한 것일 뿐 우리에게는 전혀 이득이 없는 지소미아를 파기하고 나아가 일본과의 국교를 단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일본을 믿고 민감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를 수없이 침략해온 나라와 어떻게 국교를 맺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고 강한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발언이 끝나고 대학생 노래패연합의 ‘떠나라’ 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사회자는 “일본을 위해 일하면 일본사람 아닌가. 간첩은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자들을 말하는데, 그렇다면 지금 자유한국당의 언행도 간첩행위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안 보이므로 그들을 간첩신고 해야겠다”고 말하면서 다음 발언을 소개했다. 

▲ 정어진 이화여대 학생(역사재판 동아리 ‘누가 죄인인가’ 회원)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다음 발언자로 나선 정어진 이화여대 학생(역사재판 동아리 ‘누가 죄인인가’ 회원)은 “해방 이후에 미국에 빌붙어 살아남아 기득권을 움켜쥐고 살더니 이제 대놓고 친일파 매국노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그들은 일본의 경제공격에 대응하려는 정부를 밑도 끝도 없이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어진 학생은 자한당 의원들의 행태를 언급했다.

그는 “자한당 대표 황교안은 이전부터 악질 친일파로 독립운동가 토벌에 앞장섰던 백선엽을 찾아가 고개를 조아리더니 일본 정부를 자극하지 말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또한 나경원은 ‘감상적 민족주의로 한일관계를 파탄냈다’고 망언을 퍼부은 바 있다. 일제 피해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피해자와 정부를 매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무성은 또 어떤가. 박근혜 정권에서 피해자의 입장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졸속적으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처리하려고 했던 ‘12.18 한일합의’에 대해 ‘어려운 합의를 도출해냈는데 같은 대한민국 정부가 합의를 뒤집어서 한일 간 국교가 굉장히 어려워졌다’며 피해자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뿐만 아니라 유승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일본의 경제공격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아베를 직접 만나라. 우리는 일본에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저자세로 나가라’면서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친일 4적’(김무성, 황교안, 나경원, 유승민)의 망동을 하나씩 짚어냈다.

또 정어진 학생은 “국민들은 ‘안 사요, 안 가요’에 더해 ‘안 뽑아요’라는 구호까지 만들었다. 이미 다음 총선은 ‘한일전’이라고도 한다. 어떤 마트는 대놓고 ‘황교안, 나경원 출입금지’라고도 써놓았다. 이미 민심은 떠나갔다. 부끄러움을 알기나 한다면 정계를 은퇴해 일본으로 사라지라”고 일갈했다.

사회자는 “심지어 일본에서도 NO아베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일본의 선량한 국민을 위해 제국주의를 끝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예진 서울대학생진보연합 대표.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최예진 서울대학생진보연합 대표는 “국민들은 ‘독립운동은 못해도 불매운동은 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렇듯 우리 역사에는 외세의 총칼에 맞서 낫과 곡괭이를 들고 결사항전으로 싸웠던 동학이 있고 제국주의에 지지 않고 끝까지 싸워낸 독립투사들이 있었다”면서 “시린 겨울 옆 사람의 손을 잡고 들었던 천만 촛불로 한 나라의 대통령을 바꿔낸 나라다. 이제는 이상하디 이상한 한일관계를 똑바로 자리잡게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사회자는 “자기 부모가 강도에게 등에 칼을 맞고 죽었는데 범인은 반성도 처벌도 없었다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가. 적당히 하라는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패륜을 저지르고 일본사람으로 살라는 것과 같다. 우리는 역사를 바로 잡는 것에 적당히란 없다. 100년 굴욕의 역사를 2019년에 바로 잡자”고 강조했다. 

▲ 대학생 노래패연합의 '떠나라','자한당장 나가라' 노래 공연모습.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대학생 노래패연합의 '떠나라','자한당장 나가라' 노래 공연모습.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한편 이날 대회는 대학생 노래패연합의 ‘자한당장 나가라’ 노래 공연으로 마무리했다.

자유한국당에서 개최한 5행시 공모전에 국민들이 낸 작품 중 하나에 곡을 붙인 ‘자한당장 나가라’의 가사는 아래와 같다. 

“<자>기국민 나몰라라 1등~ <유>치하게 반대하기 1등~ <한>심하게 국가망치기 1등~ <국>민들 속 터지게 하기 1등~ <당>장 사라져라~ 당장 사라져라~ 이놈들아, 정신 차려~!” 

광고

트위터페이스북

마마의 마지막 포옹이 던진 질문…인간과 동물은 얼마나 다른가

조홍섭 2019. 08. 02
조회수 1266 추천수 0
프란스 드 발의 동물행동학 역작
“동물, 인지능력과 감정까지 보유”

공감·배려·협력은 사회성 포유류 특징
인간중심주의 벗고 ‘동물성’ 회복해야

00503694_20190801.jpg» 꼬리감는원숭이는 남이 가진 먹이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이들은 먹이를 쉽게 나누지만, 불공정한 대우에 아주 민감하다. 세종서적 제공

“동물도 감정이 있을까?”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해 물을 가치도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사람 이외의 동물을 본능에 따라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자동장치처럼 간주하는 오랜 전통이 있는 과학계라면 얘기가 다르다. 완강하던 이런 인간중심주의 도그마가 최근 흔들린다. 그 중심에 세계적 영장류학자이자 대중적 저술가인 프란스 드 발이 있다.

00503698_20190801.jpg» 세계적 영장류학자이자 대중적 저술가인 프란스 드 발. 세종서적 제공

그는 3년 전 내놓은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이어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을 통해 동물이 인지능력은 물론 깊은 감정을 가진다는 주장을 다양한 연구사례를 들어 설득력 있게 제기한다. 나아가 그는 화해와 공감 능력이 쥐와 돌고래부터 늑대와 코끼리까지 모든 사회적 포유류에서 확인된다며, 인간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해결하려면 인간의 본성에 숨어 있는 ‘동물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00503693_20190801.jpg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세종서적·1만9500원

동물이 사랑, 미움, 두려움, 수치심, 죄책감, 기쁨, 혐오, 공감 등 다양한 깊은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이 미심쩍다면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좋을 것이다. 꼬리감는원숭이는 물물교환을 좋아한다. 두 마리가 서로 볼 수 있는 실험실에서 연구자가 준 조약돌을 원숭이가 돌려주면 오이조각을 주는 실험을 했다. 원숭이는 보상에 매우 만족했다. 

그런데 옆 원숭이에게 더 맛있는 포도를 보상으로 주는 것을 본 직후 자신은 또 오이를 받자, 원숭이는 분노가 치밀어 오이조각을 연구자에게 집어 던지고 우리를 흔들었다. 불공평한 처사에 대한 항의였다. 실험 장면을 담은 영상은 1500만 조회수를 기록해, 화를 내는 원숭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이 많았음을 알려준다.
 

이 책의 원제인 ‘마마의 마지막 포옹’은 59살로 노쇠해 죽음을 앞둔 암컷 침팬지 마마와 40년 전부터 알아 온 노교수 얀 판 호프가 만나는 장면을 가리킨다. 마마가 죽은 뒤 공중파 방송을 통해 알려져 큰 감동을 준 이 재회 영상을 보면, 누워 있던 늙은 침팬지는 옛 친구를 알아보고 입술을 말아 활짝 미소를 띤다. 이어 목에 팔을 두르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지막 정을 나눈다. 

둘 사이의 애틋한 감정 교류를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 드 발은 “마마가 사람과 너무나 비슷한 방식으로 얀을 껴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적었다.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장기 기억을 하는 인지능력, 무모하게 침팬지 우리에 들어온 이를 안심시키려는 배려, 오랜 친구에 대한 깊은 애정이 이 만남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00503697_20190801.jpg» 뷔르허르스동물원에서 오랫동안 침팬지 무리의 가모장을 지낸 마마와 그의 딸 모닉. 이 사진을 찍을 당시 마마는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이었다. 세종서적 제공

드 발은 이 책에서 감정(emotion)과 느낌(feeling)을 구분한다. 그는 감정을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신체적·정신적 상태”라고 정의하면서 “특정 자극을 받아 촉발되고 행동 변화를 수반하는 감정은 표정이나 피부색, 음색, 제스처, 냄새 같은 신체 외부의 특징을 통해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감정은 관찰과 측정이 가능하고 보편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과학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조적으로 느낌은 “그런 신체적인 변화를 인식할 때의 의식적 경험”을 가리키며, 주관적이어서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00503696_20190801.jpg» 수컷이 암컷을 추격하는 싸움이 끝난 뒤, 암컷 침팬지(오른쪽)가 알파 수컷에게 키스를 하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침팬지도 화해하거나 오래 떨어졌다가 다시 만나 반가움을 표시할 때 키스를 한다. 세종서적 제공

동물의 감정을 과학계가 그토록 완고하게 부정해 온 이유를 그는 “동물이 느낌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데다, 동물에게 느낌이 있다는 것은 동물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수준의 의식이 있다고 상정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는 “동물이 우리와 아주 비슷하게 행동하고, 생리학적 반응을 우리와 공유하고, 우리와 동일한 표정을 짓고, 같은 종류의 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내면의 경험이 우리와 아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동물의 감정을 연구할 때 과학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의인화이다. 사람과 비슷한 특성을 동물에 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돌고래가 웃는 듯한 얼굴을 하는 것은 얼굴 구조 때문이지 늘 미소 짓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드 발은 오히려 의인화가 아니라 ‘의인화 부정’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인간을 예외적인 존재로 간주함으로써 인간이 하나의 종으로서 어떤 존재인지 솔직하게 평가하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간질임을 당해 숨이 넘어갈 듯이 낄낄거리는 유인원이 간질임을 당하는 어린아이와 다른 마음 상태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야말로 그 차이가 무언지 우리에게 납득시킬 책임이 있다는 항변이다. 최근 침팬지의 표정을 내는 근육의 수가 사람과 똑같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사람의 얼굴에는 다른 어떤 종보다 많은 근육이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근거로, 동물의 감정이 사람보다 단순하다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사람만이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신화도 오래전에 깨졌다. 관절염을 앓는 동료를 위해 물과 음식을 나르는 침팬지를 비롯해 돌고래, 코끼리, 개, 새 등 수많은 사례가 보고된다. 이 책에는 2017년 서울대공원에서 벌어진, 물에 빠진 새끼 코끼리 구조 사례가 실려 있다. 물을 마시려다 웅덩이에 빠진 한 살 난 새끼가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고 초보 엄마(13살)가 어찌할 줄 모르자 이모(36살)가 달려와 구조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드 발은 “이모가 직접 구조하지 않고 어미를 앞장세워 새끼 구하는 법을 익히게 하는 모습이 가장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이모의 행동에는 이타심과 배려가 실려 있다.

동물에서 확인되는 공감, 배려, 협력의 감정은 사람으로 이어진다. 그는 “사람은 남의 감정 상태에 반응하도록 진화했다”며 “이것은 모든 동물과 인간 사회의 접착제인 사회적 연결성이 최고 수준으로 구현된 것으로, 서로 돕고 위로하는 관계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 사회의 중요한 제도와 성취도 사람의 감정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연결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인간은 노예제와 아동 노동을 폐지했고, 동정은 보건 제도를, 비통함과 복수심은 사법 제도를 낳았다.

00503699_20190801.jpg» 두발로 선 어른 암컷 보노보(왼쪽)와 수컷 청소년 보노보(오른쪽). 비교적 긴 다리와 발 모양, 뇌 크기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보노보는 대형 유인원 중에서 우리 조상과 가장 비슷하게 생겼다. 세종서적 제공

감정은 인간과 영장류뿐 아니라 물고기, 새, 곤충, 나아가 문어 같은 똑똑한 연체동물까지 동물계 도처에서 발견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동물이 감정적 존재라면, 우리가 동물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자명해진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