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6] ‘나쁜 놈’과 ‘높은 놈’

나이를 먹으면 사람들이 싫어한다. 늙은이 냄새난다고 싫어하고, 말이 많다고 미워한다. 존경 받는 늙은이로 산다는 것이 참 어렵다. 우리나라는 좌우가 지나치게 대립되어 있다. 정책은 없고 날 선 혀만 백성의 귀를 어지럽힌다. 정치판에서 상대편은 무조건 나쁜 놈이다.
‘계림유사(鷄林類事)’에 이런 글이 있다.
高曰那奔(고왈나분) : (한자로) ‘높다’를 (신라어로) ‘나쁜’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예전에는 ‘높은 분’을 ‘나쁜 놈’이라고 했다. 참으로 재미있는 우리말이다. 어쩌다가 ‘높은’과 ‘나쁜’이 같은 어원을 갖고 있을까 궁금하다. ‘훈민정음’ 서문에서 ‘놈’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인 사람’을 지칭하고 있음을 볼 때 현대어로 “높은 분=나쁜 놈”이라는 등식이 가능하다.
벼슬이 높아지면 백성의 안위를 생각하는 선한 위정자가 되어야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가렴주구(苛斂誅求)하는 ‘놈(?)’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러므로 ‘높은’의 의미가 ‘나쁜’으로 변해간 것이다. 백성을 두려워할 줄 아는 ‘높은 분(나쁜 놈)’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