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로 지내다가 316일 만인 지난 25일 사망한 백남기 농민 시신에 대한 부검을 놓고 경찰과 유족ㆍ백남기 대책위 측이 대치 26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구를 경찰이 지키며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김철수 기자
경찰이 26일 밤 11시 30분께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을 재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의 신청을 받아 영창을 재청구 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영장 기각을 촉구했다.
서울종로경찰서는 “오후 11시 30분께 부검영장을 재신청 했으며 전문 법의관의 의견을 첨부하고 부검이 필요한 이유를 추가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신청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도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다시 청구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부검영장 발부 여부는 27일 오전 중으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과 경찰은 25일 밤 부검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며 부검은 기긱하고 의료기록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했다. 이후 경찰은 26일 오전부터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해 의료기록을 확보, 영장재청구를 준비해왔다.
백남기투쟁본부 “법원의 상식적인 판단 촉구한다”
백남기투쟁본부는 검찰과 경찰의 부검영장 재청구 사실이 알려지자 27일 새벽 1시 10분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상식적인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투쟁본부 이정일 민변 변호사는 “이미 많은 의료전문가들이 백남기 어르신의 사인 원인이 급성 경막 뇌출혈로 물대포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며 “그럼 검찰경찰 역할은 서울대병원 업무기록지 분석해서 사인을 밝히면 될 것인지 왜 고인에 대한 부검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일 변호사는 “재청구 과정에서 국과수 의견이 첨부됐다고 하지만, 국과수도 검시 당시 백남기 어르신 안구 수술부위에 5cm 골절성이 있다고 분명히 확인했고, 그러한 검시 내용으로 충분히 물대포 살수행위에 의해 뇌출혈 증상이 발생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의견이 수차례 필역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부검의 필요성은 없다. 그것이 고인의 장래를 치루는 유가족 뜻에도 부합하고 우리 한국의 고유 정서에도 부합한다”며 “그런 상식적인 차원에서 법원이 판단해 줄 것을 법원에 요구하는 바이다”라고 말했다.
부검영장 발부 여부 27일 오전께 예상
부검 필요성 추가 내용, 부검영장 발부에 영향 미칠듯
부검 필요성 추가 내용, 부검영장 발부에 영향 미칠듯
앞서 법원이 1차 부검영장을 기각한 것은 의료기록만으로도 사인 파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부검영장 재신청의 발부 여부는 검찰과 경찰이 부검의 필요성을 얼마나 입증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은 추가로 설명한 ‘부검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사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밝히지 않았다. 다만 “법의관 뿐만 아니라 법의학자라던지 다른 교수들 의견을 추가해 소명할 부분을 보충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서울대병원이 작성한 사망진단서 등을 근거로 부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가 의료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날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병원에서 작성한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백씨가 애초 병원에 이송될 때는 ‘지주막하 출혈’로 기록돼 있으나 주치의가 밝힌 사인은 ‘급성심부전으로 인한 심정지사’”라며 부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보건의료단체들은 이철성 경찰청장의 발언에 대해 ‘원 사인’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사망진단서에 등장한 ‘급성심부전으로 인한 심정지사’라는 것은 표면적인 결과일 뿐 백남기 농민의 ‘원 사인’은 심정지를 불러온 외상성 뇌출혈인 ‘급성 경막하출혈’이라는 것이다.
외상성 뇌출혈로 인해 수술을 받고 317일 동안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급성신부전증이 왔으며 이로 인해 최종적으로 심폐기능 정지에 의한 사망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경우 사망의 원인 즉 ‘원 사인’은 외상성 뇌출혈이 된다.
이는 암환자가 와병중에 폐렴이나 장기부전에 의해 사망했을 경우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으로 폐렴이나 장기부전을 적지만, 선행사인(원 사인)은 암을 적어야하고 이 환자의 사망원인은 암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 서울대병원이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도 이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사망진단에서는 선행 사인으로 외상성 뇌출혈(급성 경막하출혈), 중간선행사인으로 급성신부전증, 직접적인 사인으로 심폐기능 정지라고 기록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러한 간단한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일국의 경찰수장인 경찰청장이 기자회견을 연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외상성 뇌출혈이 사망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명확한 현재 상황에서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백남기 농민의 ‘수상한 사망 진단서’ 외압 있었나
서울대병원에서 작성한 사망진단서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사망진단서에는 병사와 외인사(사고의 의한 죽음)의 구분에서 ‘병사’로 기록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및 통계청의 진단서 작성지침에는 ‘병사와 외인사의 구분은 ‘원 사인’에 따르라’고 되어 있다. 백남기 농민의 경우 원 사인은 앞서 살펴본대로 외상성 뇌출혈이 분명하고 이에 따라 ‘외인사’로 구분해야 하지만 이를 병사로 구분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는 이를 근거로 “국민적 관심사안인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에서 서울대병원측이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우리는 외압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분석에 따르면 당초 알려진 ‘병사와 외인사 논란’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의협에 따르면 백남기 농민의 사망 진단서에는 ‘발병부터 사망까지의 기간’ ‘기타의 신체상황’ ‘수술의사의 주요소견’ ‘수술년월일’ 등이 모두 공란으로 남겨져 있다. 이는 대한의사협회가 발간한 <진단서등 작성·교부지침>이나 통계청의 사망진단서 작성방법 지침을 어긴 것이다.
인의협은 “‘발병부터 사망까지의 기간’ 부분에서 급성신부전은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어 왔으므로 기간을 명시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급성경막하 출혈 부분은 317일이라고 명시해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타 신체상황’에는 “직접사인과 무관하지만 사망의 시기를 앞당기거나 사망의 과정을 촉진하는 등으로 사망에 관여한 질병 상태를 기록하는 것이므로 두개골, 안와, 광대활 골절을 적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인의협은 “급성경막하 출혈이 원사인이고 이에 대한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사망한 환자의 사망진단서에는 ‘수술의사의 주요소견’, ‘수술년월일’ 역시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