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7일 토요일

임헌영 선생님 글 「4월혁명 60주년과 오늘」을 읽고

  • 기자명 강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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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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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혁명 60주년과 오늘(1) : 갈리아의 수탉]에 대한 의견글

편집자 주 : 지난 번 시작한 "4월혁명60주년과 오늘" 연재 첫글 임헌영 선생의 <갈리아의 수탉>에 대해 강진욱님께서 의견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임헌영 선생은 강진욱님의 글에 대해 "자칫하면 4‧19자체를 반혁명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데, 4월혁명 그 자체의 위대성을 미국의 전략으로 오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이승만을 퇴진시키려고 한 것은 곧 4월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부분도 알려드리며, 강진욱님 글을 소개합니다. 
“많은 이들이 절박함 속에 나라의 앞길을 염려해야 하는 아수라판에 지난 시절의 투쟁을 영웅담처럼 자화자찬하는 한가함으로 4월혁명을 맞을 때는 아니다.”
1.
이 말씀에 용기를 얻어 ‘4월혁명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말씀을 감히 드리고자 합니다. 4․19에 무슨 진상이냐 하시겠지만, 누가 / 어떻게 / 왜 4․19 혁명을 좌초시켰는지를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입니다. 
‘누가 / 왜’ 4․19를 좌초시켰는지에 대해서는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4․19는 5․16로 좌절됐고, 5․16 쿠데타 뒤에는 미국이 있으며, 미국이 쿠데타를 방조한 것은 친미친일의 극우반북(반공) 정권을 조작해 이 땅의 분단체제를 고착화시키려는 목적이었죠.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입니다. 저들이 이 땅의 분단체제를 고착화시키기 위해 어떤 짓을 벌이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외세의존의 독재세력에게 거듭 농락”당하는 것은 역사의 고비마다 교묘하고 작동하는 저들의 악랄한 간계(奸計) 때문 아니겠습니까? 
저들이 어떻게 4․19를 좌초시켰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얘기한 바가 없기에 저의 판단으로 말씀드리자면, 4‧25 교수데모와 4․26 이승만 하야성명, 4‧28 이기붕 일가 몰살 및 이승만의 경무대 축출은 이승만 정권을 떠받치던 자들이 벌인 ‘역공작’ 즉 반혁명(counter-revolution) 공작이라고 봅니다. 
우리 민중의 분노가 폭발해 자신들이 지탱하는 분단체제가 무너지기 전에 미리 김을 빼 그 지배체제를 보전한 것이지요. 4․19에 대한 반혁명은 5․16이 아니라 4․19를 좌초시키는 단계에서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4․19는 혁명화하기 전에 이미 반혁명으로 무너졌습니다. 해방이 일제의 패망으로 허망하게 주어진 것처럼, 이승만 하야도 우리가 쟁취한 것이라기보다, 미국의 반혁명공작이 만들어낸 신기루였다고 봅니다. 그래서 ‘4․19 반혁명’입니다.
실제로, 주한미대사 매카나기는 4월 19일과 21일, 26일 세 차례 경무대에서 이승만을 만나 “당신 때문에 우리의 아시아 군사기지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여차하면 반혁명 공작에 나서겠다는 속셈을 미리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죠. 
물론 저들의 요구대로 이승만이 순순히 물러났다면 굳이 반혁명 역공작이 필요하지 않았겠지만, 이승만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지요. 반공포로를 석방해 미국의 휴전협상을 방해하고, 동·서·남해안에 ‘이승만 라인’을 그어놓고 일본 어선과 어부들을 마구 나포해 한일관계정상화를 바라는 미국을 아연 질색케 한 장본인 아니었습니까.
2.
돌이켜 보면, 3‧15 부정선거 국면에서 4․19 민중 봉기에 이르는 시기는 우리 민중이 역사의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4․19 과정 전반이 미국의 주도면밀한 관리와 통제 아래 놓여 있었습니다. 
미국의 ‘자산’(asset)이었던 국방장관 김정렬이 이기붕과 이승만을 차례로 만나 이기붕의 부통령 사퇴 성명을(4.23) 이끌어냄으로써 4․19 국면은 사실상 일단락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부통령 당선자 이기붕의 사퇴로 사태를 일단락 짓고 이승만 체제를 용인하려 했습니다. 
다음날인 4월 24일(일요일)부터 월요일인 4월 25일 이른 오후까지는 이렇다 할 시위도 없었고, 4월 24일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각 시장 주관으로 4․19 희생자 위령제가 거행됐습니다. 시위가 진정됐다는 판단 아래 국회는 4월 26일 새벽 5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경비계엄으로 한 단계 낮추기로 결의했습니다. 
그런데 4월 25일 오후 늦게 대학교수 258명이 가두시위를 벌여 데모의 불씨를 되살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4월 24일 이승만이 ‘자유당과 결별하고 국정에만 전념한다’는, 사실상의 ‘하야 거부’ 성명을 발표할 때 미국이 이승만 하야 공작에 착수했다고 봅니다. 
교수데모에 대해서는 선생님께서도 “교수 시위 자체가 미 대사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고 리영희 선생님의 회고록『대화-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2005)에서였지요. 리영희 선생도 교수 데모에 대해 “미국 측의 시사를 받아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시며 ‘기회주의적 행동’이었다고 지적하셨구요.
이승만은 미국의 거듭되는 전방위 압박에 굴복해 하야성명(4․26)을 발표한 뒤에도 권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야성명 첫 문장에 “국민 모두가 원한다면”(If it is the wishes of the whole people)이라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이를 본 매카나기가 “국민들의 뜻을 어찌 물으시겠다는 겁니까”하고 물었구요. 이승만은 성명을 발표한 다음날(4.27) 국회에 사임서를 내지 않으려 버텼습니다. 결국 냈지만 ...
3. 
이승만 체제를 깨끗하게 종식시키면서 우리 민중의 혁명 열기에 찬물을 끼얹어 미국이 지탱하는 반공분단체제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 필요했습니다. 미국의 이 ‘반혁명 공작’의 제물이 바로 이기붕 일가였다는 생각입니다. 
교수 시위가 끝난 뒤인 저녁 7시경 일단의 폭력 시위대가 서대문 이기붕 사저로 몰려갔습니다. “부통령에서 사퇴했는데 설마 날 죽이기야 할려구”하며 집을 떠나지 않으려던 그에게 누군가 계속 전화를 걸어 “빨리 피하시라”고 재촉했습니다. 이들은 포천 6군단으로 피신했습니다. 
폭력 시위대는 이들이 떠난 빈집에 난입해 가재도구들을 끌어냈고 4월 26일 오전 8시경 불을 질렀습니다(집인지 가재도구인지 불명). 그리고 이기붕 일가를 포천 6군단에서도 쫓아내는 작전이 시작됩니다. 당시 미1군 참모장 샌더스(Sanders) 준장이 강영훈 6군단장(중장)에게 “당신이 왜 그 사람을 보호하느냐”고 힐난했답니다. 
조금 뒤 누군가 6군단에 전화를 걸어 ‘이기붕네 집이 불타고 있다’며 친절하게 알려주고, 6군단 관계자들이 이기붕 일가에게 이 불길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당신네들 갈 곳이 없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또 전화가 걸려와 ‘사람을 보냈으니 그들을 따라 가라’고 했답니다. 결국 이기붕 일가는 4월 26일 저녁 “계급장도 없는 작업복 차림으로 기관총으로 무장한 채 검정색 지프를 타고 온 청년 넷”을 따라 6군단을 떠났습니다. 이들의 행방이 묘연해진 지 하루 반나절 뒤인 4월 28일 아침, 이들이 대통령의 관저인 “경무대의 별관에서 모두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계엄사 발표가 나옵니다. 
비상계엄이 연장돼 계엄군이 탱크를 몰고 출동했지만 폭력 시위대가 26일 오전 8시경 이기붕의 사저에서 가재도구에 끌어내고 불을 지르는 것을 수수방관했습니다. 이런 사태 속에서 매카나기 주한미국대사와 매그루더 미8군사령관 및 이들과 내통하던 군·관·민 인사들이 연이어 경무대로 가 이승만의 하야성명을 받아냈습니다. 
그런데도 이승만이 경무대를 떠나려 하지 않자 ‘경무대에서 이기붕 일가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발표가 나오고 이승만이 황망히 경무대를 떠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이기붕 일가의 시신이 경무대에서 발견됐다는 계엄사 발표에 앞서 “이승만이 경무대를 ‘걸어서’(도보로) 나가려 한다”는 괴소문이 국회에 퍼져 소동이 일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충격과 공포로 법석을 떠는 가운데 이승만은 이날 오후 1시 황망히 경무대를 나와 사저인 이화장으로 이사했습니다.
[국회에서 이 대통령의 사퇴서가 수리된 후에도 이 박사는 이화장으로 갈 생각은 없었다 ... 그러나 28일 새벽 이기붕 씨 일가의 자살을 보고받은 이 박사는 갑자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이화장으로 향했다 ... 이렇게 해서 10년 독재의 이 박사는 극적인 사임을 했던 것이다.](「한 시간만 늦었더라도 ... 하야. 망명 비화」<경향신문>1965.7.20)
4․19 당일부터 이틀, 4․25 하루 이기붕 일가가 피신했던 포천 6군단의 군단장 강영훈(姜英勳)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4·19 혁명은 1960년 4월26일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성명을 발표하고 28일 이화장으로 물러나면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실제는 4월28일 새벽 경무대 부속 가옥에서 이기붕 국회의장 일가족이 자결하면서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나라를 사랑한 벽창우’ 강영훈 전 총리」<신동아> 2008.7.25)
▲ 집단 가족자살로 오욕의 삶을 끝내기 전의 이기붕 일가 모습. 왼쪽부터 장남 강석, 이기붕, 박마리아, 차남 강욱[사진 : 인터넷 캡처]
▲ 집단 가족자살로 오욕의 삶을 끝내기 전의 이기붕 일가 모습. 왼쪽부터 장남 강석, 이기붕, 박마리아, 차남 강욱[사진 : 인터넷 캡처]
이기붕 일가의 ‘자살 소식’은 모두에게 숙연함을 강요했고 더 이상의 데모 열기 따위는 없었습니다. 4․19 혁명의 열기가 ‘4․19 반혁명’으로 꺾인 것이지요. 그리고는 미국이 제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정권이 또 - 자유당에 이어 민주당이 - 집권했습니다.
그렇게 혁명의 열기를 꺾은 ‘4․19 반혁명’의 기운은 5․16을 계기로 증폭돼 이승만 시대를 능가하는 박정희의 분단파쇼체제가 구축됩니다. 그로 인한 역사적 퇴행은 1979년 박정희가 죽고, 박정희 체제를 숙주로 성장한 또 하나의 친미반공 파쇼체제인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  종식될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미국의 ‘4․19 반혁명 공작’은 미국이 키운 밀리터리 보이 셋이 차례로 대통령을 해먹는 장구한 분단파쇼 체제의 서막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4․19 반혁명’의 기운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혹시 박근혜의 하야도 이승만의 하야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요? “촛불항쟁으로 쟁취한 한 송이 희망의 꽃이었던 문재인 정권이 4월의 꽃샘바람 앞에서 휘청거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4․19 60주년에 새겨야 할 역사적 교훈은 바로 이런 물음이 아닐런지요?

정의당, 전략투표에 기대지 말고 반 통합당연대에 앞장서라

[기고] 이명박근혜 시대로의 퇴행을 막기 위해



선거가 눈앞에 다가올수록 통합당 위성정당의 위력이 생생해지고 있다. 통합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의 스텝이 꼬이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국민들도 헷갈리고 짜증지수가 높아진다. 민주당은 현실론을 펴며 여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정의당은 외부의 선거연합제안을 물리치기 바쁘다. 보다 못한 시민사회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얽힌 비상한 상황을 풀겠다고 나섰다. 시민사회원로들은 먼저 선거연합정당안을 내놓았다. 플랫폼정당안이 뒤따랐지만 대동소이하다. 시민사회가 매듭을 제대로 자를 것인가, 스스로가 또 하나의 매듭이 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 전자는 반 통합당 선거연대가 구축돼 통합당의 힘이 최소화되는 것이고 후자는 시민사회의 선거연합 플랫폼정당이 본의 아니게 민주당 위성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 정의당이 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사태에 일차적 책임을 져야한다  

정의당 문제를 풀기 전에 가장 큰 책임을 안고 있는 민주당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민주당이 초래한 위성정당 사태에서 책임져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첫째, 선거법개정의 주역으로서 하자가 많은 연동형선거제를 설계한 책임이다. 이른바 한국형 연동형선거제의 특징은 첫째, 연동비례율 50%로 내려서 군소정당의 미달의석 보충을 50%만 해주고(정당득표율보다 20석이 모자라는 군소정당에게 10석만 보충해주겠다는 횡포다), 둘째, 군소정당의 미달의석 보충을 위해 비례의석을 최대 30석까지만 사용하고 나머지 비례의석 17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누며(정당득표율이 높은 거대양당이 많이 가져간다), 셋째, 의원정수를 고정시켜서 거대양당의 초과의석을 100% 인정하는 등 3중 희석장치를 달아 연동형선거제를 최대한 약화시킨 데 있다.  

민주당이 국회의석 300석 중 고작 30석으로 뒷받침될 뿐인 무늬만 연동형선거제를 만들어낸 이유는 자당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장받는 일방 정의당의 원내교섭단체화는 최대한 불확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실은 정개특위에서 의원정수 고수방침에 합의가 이뤄진 때가 결정적이었다. 의원정수 고수가 국회불신의 압도적 여론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또 다른 압도적 여론에 따라 국회의원세비와 보좌관수 감축 등 최소한의 국회특권비리 축소입법안을 선거제개혁안과 함께 묶어 정치개혁패키지로 내놨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당이 자한당을 압박할 수 있었고 의원정수와 비례의석을 늘려서 누더기 연동형선거제를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   
      
둘째, 민주당은 선거법개정안의 의원정수 300석 중 지역구의석을 253석(84.3%)이나 둠으로써 거대양당이 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의석수를 더 많이 획득할 가능성을 100% 열어 놨다. 결과적으로 거대양당은 연동비례의석(30석)을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게 됐고 이것이 자한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이끈 제도유인으로 작용했다. 한국형 연동형의 설계하자는 정의당 등 제3당 의석수만 줄어들게 한 게 아니었다. 위성정당 창당반칙으로 민주당의 제1당 지위마저 위협받게 되었다. 잘못된 제도설계로 반 통합당 세력 모두를 곤경에 빠뜨린 민주당 책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셋째, 민주당과 정의당 공히 책임을 반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개정선거법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양당 모두 연동형 논의과정에서 인지하고서도 설마하며 방심한 나머지 위성정당금지법안을 만들어내지 않은 점이다. 

작금의 정치블랙코미디가 근본적으로 민주당 탓이 8할이 넘는다면 민주당은 위성정당 창당을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걸맞은 부담을 져야 한다. 당연히 현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민주당은 통합당처럼 노골적인 위성정당을 만들 수도 없고 만들어서도 안 된다. 민주당이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 참여를 저울질하는 이유다. 그런데 정의당은 현재 참여거부입장을 밝힌 상태다. 만에 하나 민주당이 ‘정의당 없는’ 선거연합당에 단독 참여한다면 그건 선거연합당으로 위장한 민주당의 위성정당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방안이 안 된다고 하면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민주당은 첫째, 비례포기를 선언하고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그 대신 소수당 중심 선거연합정당과 반 통합당 선거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차선책으로 민주당이 선거연합 플랫폼당에 참여할 경우에는 민주당 몫 비례의석을 최대 6석 이하, 좋기로는 입법실패와 정치혼란에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3석 정도로 최소화해야 한다. 이쯤 되면 선거연합 플랫폼당 참여에 대한 정의당의 전향적 고려가 가능할 수 있다. 그래야만 반 통합당 선거연대도 가능해진다. 민주당의 선택지는 명확하다.   

정의당은 반쪽짜리 대의명분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더기 연동형의 최대피해자는 정의당이지만 정의당 역시 선거제를 누더기로 만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적어도 오늘 이 사태를 맞이한 정의당은 온전히 통합당이나 민주당만을 탓할 수 없는 자업자득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정의당 역시 자당의 의석수 득실만을 따지는 철저한 자당 중심주의에 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의당은 상대적으로 대의와 가치를 중시해온 이념정당의 전통이 있다. 정의당은 위성정당 헌법소원까지 낸 마당에 비례전용 위성정당의 변형으로 보이는 선거연합 플랫폼 당에 몸을 실을 수 없다는 명분고수 입장이 강하다. 대의명분은 정당존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정의당이 놓친 것이 있다. 정의당의 명분론은 실은 반쪽짜리 명분론에 불과하다.

정의당지도부는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해 전략적으로 투표할 테니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가자는 입장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통합당이 제1당이 될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서는 유권자들의 전략투표가 더 유효해질 거고 그 대상은 정의당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역시 내심 이를 기대하고 있으리라. 과연 그런가. 거꾸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이미 연동형선거제가 도입돼 정의당도 자기 몫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길이 열렸다. 이제 민주당지지자들이 일부러 표를 줄 이유가 사라졌다. 둘째, 민주당이 통합당과 ‘20점 접바둑’을 두는 상황에서 단 한 석이 아쉬운 민주당지지자들은 병립비례의석을 하나라도 더 확보할 생각으로 민주당을 찍지 정의당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민주당지지자들은 이번에 정의당에 정당투표를 해줄 이유도, 여유도 없다.   

설령 전략투표가 현실이 된다 해도 규범적인 문제는 남는다. 전략투표는 사표방지 기타 전략목표를 위해 지지정당이 아닌 제3당에 투표하는 것을 의미한다. 타 당 지지자의 ‘현명한 판단’에 의존하는 선거전략은 정의당이 지키고자 하는 연동형비례제의 대의명분에 맞지 않는다. 연동형선거제의 취지가 유권자에게는 사표부담 없이 지지정당을 선택하도록 만들어주고 정당에게는 다른 당의 지지표 없이 자기 실력으로 유권자 지지를 확보하라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지도부와 지지자의 ‘분할투표’ 기대는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사표가 된다는 민주당지지자들의 생각에 기초한다. 널리 퍼져있는 이런 생각은 명백한 오류다. 낙선후보들에게 던진 모든 표가 사표로 전락하는 지역구선거와 달리 연동형선거제의 정당투표에는 사표가 있을 수 없다. 지지정당에 주는 한 표 한 표가 정당득표율을 만들어내고, 정당득표율이 정확하게 의석점유율=의석수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정당투표에는 본래 사표가 없다.  

정의당이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 참여를 연동형선거제의 취지에 어긋나는 위성정당 우회꼼수라고 거부하는 이상 연동형선거제의 취지에 똑같이 어긋나는 민주당지지자의 전략투표나 ‘현명한 판단’에  정치명운을 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만약 정의당 지도부와 지지자가 민주당지지자의 사표심리를 건드려서 전략투표를 유도함으로써 정당득표율을 올리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면 바로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요컨대, 연동형선거제 아래서 국민의 ‘현명한 전략투표’를 믿자는 주장은 유권자에게 반칙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연동형비례제 원칙을 훼손할 수 없기 때문에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반대한다는 주장이 반쪽만의 진실에 지나지 않는 이유다. 정의당의 대의명분 지키기 역시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의당을 비롯한 반 통합당 세력의 가장 큰 대의명분은 연동형비례제를 지키자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연동형선거제 그 자체가 아니라 그를 통해 성취하고자 했던 큰 대의명분을 바라봐야 한다. 정의당의 원내교섭단체화를 이뤄내서 중도-진보중심 다당제 합의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가며 그 길을 가로막는 최대장애물인 통합당의 힘을 최대한 빼야한다. 위에서 현명한 유권자의 전략투표 촉구방안을 배제했으므로 이제 남는 옵션은 플랫폼 정당방식의 선거연합이다. 정의당은 지금처럼 연동형선거제 수호에 매달리지 말고 제1원칙으로 반 통합당 선거연합을 내세우고 주도해야 한다.  

시민사회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의 과제 

반칙 위성정당의 등장으로 다당제와 합의정치 길이 막힐 위기에 처했다. 정치발전은커녕 오히려 이명박근혜 시대로의 퇴행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이 위기상황에서 정치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시민사회가 나서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왜 정당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위성정당 반칙과 그로 인해 수구보수의 준동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은 누더기 연동형을 만들어낸 민주당, 정의당 등 정치권의 일차적 책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를 방지할 제도적 해법으로 위성정당금지법을 만드는 것 역시 이들 제도정치권이다.  

도둑이 들어왔을 때는 도둑부터 잡는 게 우선이다. 너는 도둑질을 하지만 나는 도둑질 같은 건 안 하는 사람이라고 소리질러봤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선거연합 플랫폼당은 이런 점에서 정당방위 성격을 갖는 것이며 도둑이 훔친 재물로 이후 떵떵거리며 살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안이다. 반 통합당 선거연대 실패는 통합당과 수구언론에 먹이를 던져주는 것일 뿐 아니라 오히려 민주진보 진영에 상처를 남겨 안 하느니만 못 한 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 점에서 민주당, 정의당은 물론 선거연합 플랫폼당을 관리해야 할 시민사회의 어깨가 무겁다.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의 임무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반 통합당 정당들, 특히 민주당과 정의당이 자당 중심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에게는 비례포기를 요구하고 정의당에게는 반 통합당 연대 참여를 요구해야 한다. 

둘째, 둘로 나뉘어 있는 선거연합정당과 플랫폼 정당은 즉각 통합해야 한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가 스스로도 연대하지 못하면 어떤 권위도 행사할 수 없다. 시민사회는 오로지 도덕적이며 정치적 권위에 의해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셋째,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은 현시점 정당 간 연대를 통해 반 통합당 연대 전선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행여 시민사회의 제도정치권 진출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를 눈곱만큼도 갖지 말아야 한다.  

넷째, 비례후보 심사와 선정, 순번결정 등 정당업무에 대해서도 시민사회 창당주체들의 관여를 최소화해야한다. 정당이 갖는 자기논리상 온전한 대의 추구가 어렵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그 도덕적 권위로 이를 강제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진정으로 통합당 확대를 막고자 한다면, 진정으로 이명박근혜 시대로의 회귀를 저지하고자 한다면, 진정으로 개혁입법을 추진할 민주진보 주도국회를 원한다면 민주당과 정의당은 자당중심주의에서 벗어나서 공통의 대의를 매개로 연합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반 통합당 총선연대를 최대한 지원 지지하자. 

곽노현 국회를바꾸는사람들 대표는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ilys123@pressian.com다른 글 보기

북 “안보리 5개국 성명, 우리의 중대한 또 다른 반응 유발할 도화선”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03/07 [21:54]
미국의 사촉을 받은 이러한 나라들의 무분별한 처사는 우리의 중대한 또 다른 반응을 유발시킬 도화선이 될 것이다.”

북 외무성 대변인이 담화를 통해 영국과 프랑스독일 등이 지난 5일 북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낸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변인은 7일 담화에서 세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우리 군대의 통상적인 훈련만은 매번 이상한 나라들의 화제에 꼭꼭 올라 규탄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 결국은 우리가 자위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나 같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변인은 영국과 프랑스독일은 사사건건 북의 군사행동을 문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방사포병의 통상적인 훈련마저도 규탄의 대상이고 그 무슨 결의위반으로 된다면 우리더러 눈앞에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력은 무엇으로 견제하며 우리 국가는 어떻게 지키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유럽 나라들의 비논리적인 사고와 억지를 점점 미국을 빼닮아간다고 대변인은 지적했다.

한편영국과 독일프랑스벨기에에스토니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후공동성명에서 북의 군사훈련에 대해 역내 안정뿐 아니라 국제사회 평화와 안보를 훼손하는 것이고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 전문이다.

--------------아래----------------------------------

지난 5일 진행된 유엔안보리사회 긴급회의끝에 영국프랑스도이췰란드벨지끄에스또니야가 우리 군대의 훈련을 비난하는 이른바 공동성명이라는것을 발표하였다.

세상이 다 알다싶이 영국프랑스도이췰란드는 2019년 5월부터 우리가 군사훈련을 진행할 때마다 규탄이요유엔결의위반이요 하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거듭하면서 미국에 추종하여 우리를 비난하는데 앞장서왔다.

세계 어느 나라나 다 하는것과 다를바 없는 우리 군대의 통상적인 훈련만은 매번 이상한 나라들의 화제에 꼭꼭 올라 규탄의 대상이 되군 하는데 결국은 우리가 자위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론리나 같다.

영국프랑스도이췰란드는 바로 그것을 말하지 못하여 사사건건 우리의 군사행동을 문제시하는것이다.

방사포병의 통상적인 훈련마저도 규탄의 대상이고 그 무슨 결의위반으로 된다면 우리더러 눈앞에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력은 무엇으로 견제하며 우리 국가는 어떻게 지키라는것인가.

누구나가 다 리해할수 있고 특히 우리가 납득될수 있는 론거를 내대면서 준수할것을 요구해야지 지금처럼 무턱대고 우리의 자위적행동을 문제시하면 결국은 우리에게 자기 국가의 방위를 포기하라는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나라들의 비론리적인 사고와 억지는 점점 우리를 적대시하는 미국을 빼닮아가는 꼴이다.

미국의 사촉을 받은 이러한 나라들의 무분별한 처사는 우리의 중대한 또 다른 반응을 유발시킬 도화선이 될것이다.

주체109(2020)년 3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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