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오거돈 이어 박원순까지 “권력 차이 확인해 절망스러워” “반복된 미투에도 변한 게 없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게 연대의 뜻을 밝히며<한겨레> 젠더데스크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메시지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직장인 이상희(가명·33)씨는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 넘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누웠다가도 화가 솟아올라 벌떡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지난 6일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미국 송환이 불허된 뒤 그의 아버지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는 기사가 또렷이 떠올랐고, 같은 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 빈소에 늘어서 있던 정치인들의 근조 화환들이 생각났다. 불면의 ‘정점’을 찍은 건 성추행 피소 이후 죽음을 택한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 때문이다.
이씨는 “그나마 손정우 송환 불허 때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있었는데, 박원순 사건에선 상식적으로 이야기가 통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마저 연령에 따라, 성별에 따라 결국 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 명징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지난 일주일 동안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내게 준 메시지는 ‘여성은 이 나라에서 동등하게 인정받을 수 없는 존재니 절대로 결혼하지 말아라. 애도 낳지 말아라’였다”며 “한국에서 젠더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실히 볼 수 있던 시간”이라고도 말했다.
이씨처럼 지난 한주간 발생한 세 가지 사건으로 인해 분노와 고통을 동시에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양상은 각각 다르지만, ‘여성이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사법부와 정치인, 주요 공직자 등 권력층에게 부정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범죄의 미온적인 처벌과 가해자 감싸기가 반복되면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재생산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각자가 겪은 성희롱·성추행 경험을 떠올리게 만드는데다, 디지털 성폭력, 직장 내 성폭력 등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공론화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학습된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게 연대의 뜻을 밝히며 <한겨레> 젠더데스크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메시지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40대 중반의 이아무개씨는 “박원순 시장 사건으로 대학 시절 진보적이라는 교수한테 성추행당한 일이 생각났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성추행·성희롱을 여러 차례 겪었다”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이렇게 일상적인데, 당의 대처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화를 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희정 전 지사 모친 상가 앞에 놓인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를 보면 ‘민주진보진영’이라고 불리는 인사들의 젠더 감수성이 여전히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직장인 최아무개(28)씨는 “안희정, 오거돈 등 반복되는 ‘미투’ 사건 와중에 이뤄진 성추행 사건이라는 걸 알고 더욱 화가 났다.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겐 어떤 학습효과도 없었다는 절망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박원순 시장 사건에 분노하는 여성들은 ‘소극적 2차 가해’의 문제를 지적한다. 김은선(가명·31)씨는 “피해자의 신상을 털고 비난하는 게 ‘적극적 2차 가해’라면, 주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가해자를 칭송하는 건 ‘소극적 2차 가해’”라고 말했다. 김씨는 “개인 에스엔에스에 남긴 글까지 기사화가 될 만큼 큰 ‘스피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박원순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그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강조할수록 피해자가 위축됐을 것”이라며 “피해자와 가해자 간 발화 권력의 차이를 확인해 참담했다”고 말했다. 김유진(가명·42)씨는 “성폭력 의혹을 받는 사람이 남길 수 있는 가장 나쁜 선례를 남겼는데, 그의 주변에선 여성들의 분노에 오히려 분노하며 ‘예의’를 지키라고 하니 진짜 예의가 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내재돼 있던 트라우마가 외부 사건으로 다시 자극(trigger)을 받을 경우 이상희씨처럼 분노가 불면, 소화불량, 무력감 등 신체적 반응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실제로 지난주에 발생한 세 사건으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상담 신청이 늘었다”며 “피해 회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정’과 ‘배상’인데, 공동체가 이를 어떻게 이행해 나갈지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누구도 자신을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여성들이 더는 허탈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연대의 힘을 보여줘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정치와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피해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아직 덜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그 피해는 저소득 불안정 취업자 등 취약계층에 더 크고 고통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오래 가지 않고 종료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그 피해로부터 완전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한 일부 인사는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으며, 제주와 대구를 비롯한 일부 광역 및 기초 지자체는 이미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거나 논의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을 3차 추경에 반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선별지원에 주력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미 올해 3차 추경까지 100조 원 가까운 국채를 발행하여 증세 없이 세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 재난지원금보다는 전 국민 고용보험 등 고용안전망을 갖추는 데 주력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앞장서서 주장했던 김경수 경남지사도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말고 2차 대유행에 준하는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까지, 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이 설 때까지 유보하자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중장기적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전 국민 고용안전망을 이유로 당장에 실직은 물론 무급휴직, 매출감소와 소득 상실 또는 급감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전 국민 재난지원금만이 능사는 아니고 코로나19 감염자와 자가격리자 등 직접적 피해자로부터 실직자 등 피해 확인이 비교적 명확하고 쉽게 가능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부터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이중구조가 심하여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와 저소득 취업자의 수가 너무 많으며, 취업과 실업 및 비경제활동 간의 경계가 모호하여 취약계층을 선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올 1월부터 5월 사이에 96만 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는데, 이 중 20만 명만이 실업자로 카운트되었고 70여만 명은 비경제활동 인구로 카운트되었다. 20만 명의 실업자만 기존의 고용보험 실업급여와 3차 추경에 의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으로 지원하면 취약계층 지원이 다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겠는가?
김승섭.이승윤(2000)에 의하면 지난 6월초 19~55세 전국의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난 6개월간 상용근로자 가운데 4%, 비상용직은 16%, 특고와 프리랜서는 27%가 실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자 중에서 실업급여 수급자는 상용직 실업자의 33%, 비상용직 실업자의 25%, 특고 및 프리랜서 실업자의 14%에 불과하여 대다수 실직자는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였음을 보여준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로는 압도적 다수(실직자 전체의 76.5%, 상용직 실업자의 56%)가 고용보험 미 가입 또는 수급자격 미 충족을 들었다. 가장 절박한 불안정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3차 추경으로 1조5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특고,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및 무급휴직자 등을 대상으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월 50만 원씩 3개월간, 총 150만 원 지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엄격한 자격요건과 신청서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5일까지 신청자가 116만 명에 달해 정부가 당초 예상한 신청자 수 93만 명을 훌쩍 뛰어넘어 마감인 오는 20일까지 신청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까다로운 신청자격과 절차 때문에 신청을 포기했을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각지대 근로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위의 조사를 보면 피해가 실직자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6개월간 비자발적 실직 경험 없이 현재 일하고 있는 근로자 가운데도 소득이 감소한 경우가 많았다. 상용직 가운데는 소득 감소자가 17%로 소득 증가자 15%와 별 차이가 없지만, 비상용직 중에는 소득 감소자가 37%로 소득 증가자 10%보다 27%포인트 더 많았고, 특고와 프리랜서 중에는 소득 감소자가 54%로 소득 증가자 18%보다 36%포인트 더 많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실직자와 계속 취업자를 포함한 전체 응답자의 87.7%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이 "도움이 되었다"(매우 39.7%, 대체로 48.0%)고 응답한 것이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일반 국민 1000명, 경제 전문가 362명을 상대로 실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설문조사에서 상반기 중 가장 잘한 정책으로 전문가와 일반 국민 모두 '긴급재난지원금 등 생계지원'을 제일 많이 꼽았다. 전문가의 34.8%, 일반 국민의 26.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다음으로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가 전문가(19.0%), 일반 국민(17.0%)의 지지를 받았다.
재난지원금은 소비를 진작해 자영업자와 골목 상권 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기 때문에 더 부연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의 빈곤 감소 및 소비 진작 효과는 미국, 호주 등 해외 사례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항상소득 가설을 들어 일시적인 소득은 소비 증가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이 가설은 경험적으로 기각되었다. 미국에서 2001년(1인당 300달러)과 2008년(1인당 600달러)에 지급된 세금 환급금(tax rebate)의 소비효과에 대한 여러 실증 연구들은 상당한 소비 증가의 증거를 발견하였다. 올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여 미국에서 연소득 7만5000달러 이하의 성인 1인당 1200달러(7만5000달러 초과소득에 대해 5% 감액, 10만 달러 이상 소득자에게는 지급액 없음), 아동 1인당 500달러씩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경우도 이미 소비증가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Baker et al., 2020). 호주에서는 2008년의 현금지급이 아동빈곤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이 입증되었다(Redmond et al., 2013).
코로나19가 단시일 내에 종식될 것 같지 않고, 설령 종식된다 하여도 그 피해로부터 회복하는 데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임을 감안하면 2차, 3차 긴급 재난지원금을 넘어서서 재난에서 온전하게 회복할 때까지 향후 1~2년간이 되든, 그보다 더 장기간이 되든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준비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확실하게 선별이 가능한 피해자들에 대한 선별 지원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는 현 사회보장제도로는 정작 실직이나 빈곤 위험이 큰 집단에 대한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소득상태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지원 대상을 선별하기에는 너무 많은 행정력과 시간이 소요되어 적시 지원이 힘들다.
그러면, 긴급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재난회복 기본소득이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실시할 것인가? 긴급 재난지원금(emergency disaster relief funds), 또는 긴급 재난기본소득 emergency basic income)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과 휴직, 폐업, 휴업 및 매출감소 등으로 인해 급격한 소득 감소에 직면한 개인들을 보호하는 소득보전에 중심을 두며, 재난회복 기본소득(recovery basic income)은 코로나19 확산이 둔화하고 종료되는 상황이 되어도 불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우려가 크므로 소득보전 못지않게 경기회복에 중점을 두는 것을 말한다(Torry, 2020). 코로나19의 확산세와 지속기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제까지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할지, 얼마의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할는지를 미리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의 단기적 대응을 긴급 재난지원금 또는 긴급 재난기본소득이라고 부르고, 내년부터 코로나19 경제위기를 탈출할 때까지 1년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모르는 기간 동안 매년 일정 금액의 재난회복 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적정 금액으로는 성인 1인당 연 100만 원, 아동 1인당 연 50만 원을 제안한다. 대략 45조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미국에서 성인 1인당 1200달러, 아동 1인당 500달러를 지급했는데, 벌써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논의 중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도 이 정도의 규모는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또는 재난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주요 논거는 재정적 부담, 그리고 선별지원 우선의 논리다. 코로나19 위기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계속 지급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한 번 이상 긴급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할 때에는 국채발행에 따른 재정적자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이에 재난회복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면서 서민 가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단기적으로 '재난회복 기본소득'이라도 전면적인 기본소득 도입 전 경제정책이자 정책 실험으로 실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세원 마련 방법이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명동을 걷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재난회복을 위한 고통분담과 이익 공유를
첫째는 고통분담의 원칙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수의 국민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 피해와 고통의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고통을 적게 당하는 사람들이 고통을 더 심하게 당하는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이익 공유의 원칙이다. 코로나19가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다 준 것만은 아니다. 어떤 기업과 개인들에게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열어주었다. 마스크 업체는 물론이고 비대면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온라인 쇼핑 등 이익을 본 경우도 꽤 있다.
앞에서 인용한 직장인 조사에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지난 6개월간 소득이 증가한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지 모르지만, 최근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불로소득을 누린 이들도 상당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이들의 이익을 일정부분 나누자고 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조세 및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으면 고통 분담과 이익 공유가 자연적으로 작동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실정은 그러하지 못하다. 따라서 필자는 재난회복 기본소득의 재원의 적어도 절반 이상은 재난회복 고통 분담 및 이익 공유 특별세를 통해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이처럼 작은 규모라도 증세와 재난기본소득을 결합하는 것은 향후 항구적인 전 국민 기본소득제의 가능성을 검토할 기회도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편적인 시민소득세와 토지보유세, 그리고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를 한시적인 목적세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한,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고액 세금체납자는 제외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는 기본소득을 시민적 기본권으로 인정할 때 시민적 의무로서의 납세의 의무가 따름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1) 시민소득세: 모든 소득에 1% 원천징수, 종합소득 1억 초과분에는 1% 추가 과세
기존의 소득세를 유지한 채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을 포함한 모든 소득에 1%의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연소득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과분에 1%의 세율로 추가 과세한다. 앞선 글에서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법으로 소개한 이매뉴얼 사에즈와 게이브리얼 주크먼(Saez & Zucman, 2019: 187-190)의 ‘국민소득세’(national income tax)를 활용하되, 이들이 제안한 6%의 세율 대신 1%의 낮은 세율로 해보자는 것이다(☞관련기사: 차기 대통령 임기 내 GDP 10% 기본소득 실시하자).
구체적 시행방안으로 노동소득에 대해서는 기존 근로소득세 외에 모든 고용주들(비영리단체와 정부 포함)이 임금뿐만 아니라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한 일체의 인건비에 1% 세금을 내고, 기업들은 기존 법인세 외에 이윤 전체(배당과 사내유보 포함)에 1% 세율로 세금을 내도록 한다. 개인과 비영리단체의 이자 수입, 해외로부터의 수입 등에 대해서는 개인들에게 과세한다. 이렇게 하면 국민순소득(국민총소득-감가상각)의 거의 대부분을 세원으로 포괄할 수 있다. 2018년 국민순소득 1546조 원의 80%를 포착하여 1% 과세를 하면 12.3조 원 이상의 세수가 나온다. 여기에 1억 원 이상 소득자에게 일체의 소득공제 없이 1억 원 초과분의 1%를 추가로 과세하면 2018년 통합소득(근로소득+종합소득)을 기준으로 0.9조 원의 세수가 추가되어 총 13조 원 이상의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
이처럼 성인 1인당 연 100만 원의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1억 원 이하 소득에 1%, 1억 원 이상에는 2%의 누진세율 과세를 하면 연 1억 원 이하 소득자는 세 부담보다 기본소득 수급액이 더 크게 된다. 만일 성인 피부양가족이 있으면 1억5000만 원 소득자까지 순수혜가 되며, 아동 2인이 있는 홑벌이 4인 가구라면 연소득 2억 원까지 순수혜자가 된다.
(2) 토지보유세: 모든 토지 공시지가에 0.4% 정률과세
최근 강남훈(2020)은 기존의 재산세와 종부세를 유지한 채 전국의 모든 사유지에 공시지가의 0.8%로 국토보유세를 부과하여 국민 1인당 연 60만 원의 토지배당을 실시할 것을 제안하였다. 나는 재난회복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의 일부로 공시지가에 0.4%의 단일세율로 과세하여 16조 원의 세수를 올릴 것을 제안한다. 공시지가가 평균적으로 시가의 63% 정도를 반영하고 있으므로 시가 기준으로는 0.25% 정도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공시지가 2억5000만 원 이하의 토지소유자는 100만 원 이하의 토지보유세를 부담하는데, 국토교통부의 개인 토지 100분위별 소유현황(2018년, 가액기준)에 따르면 공시지가 2억5000만 원 이상의 토지를 소유한 세대는 상위 12%에 불과하다. 토지보유세는 만성적인 토지 투기와 지가상승을 막고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가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의 일부를 토지소유자와 비소유자를 포함한 전 국민과 나누는 것은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고통분담과 이익 공유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3) 부유세: 10억 초과 금융자산에 대해 1% 과세
현행 종부세를 부유세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나, 최상위 부유층에 집중된 금융자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최상위 0.5%에 속하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소유자에게 초과분의 1% 부유세를 부과하면, 김낙년(2019)의 개인자산 분포 추정에 따르면 약 6조 원의 세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 시민소득세로 13조 원, 토지보유세로 16조 원, 금융자산 부유세로 6조 원을 더하면 총 35조 원이다. 재난회복 기본소득 소요예산 45조 원의 대부분을 고통분담과 이익공유의 원칙에 근거해서 마련할 수 있다. 비록 한시적인 목적세이긴 하지만 이처럼 낮은 세율로 보편적 증세와 부자증세를 결합하여 재난회복 기본소득의 재원을 대부분 충당하는 데 성공한다면, 향후 영구적인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을 시험, 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4) 증세 없이 올 하반기에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이상의 증세방안은 모두 국회의 입법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을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 심사와 함께 특별세법을 제정해야만 가능하다. 올 하반기에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이러한 증세로 재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4차 추경의 재원은 올 예산 중 불용 예상액과 일부 국채발행 등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증세 없이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에는 고액 체납자는 물론, 최상위 부유층을 제외하거나 지급 후 세금으로 일부라도 환수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가령 연소득 9000만 원까지는 100만 원 전액을 지급하되, 초과소득에 10%를 감액하여 1억 원 이상 소득자는 제외하고 종부세 대상자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최상위 부유층도 제외할 수 있다. 또한, 재난지원금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하여 종합소득에 포함해 과세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종합소득 신고자가 많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차제에 근로소득공제와 인적공제를 포함해 방만한 조세감면을 정비하고 일정 소득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종합소득 신고를 의무화하는 조세개혁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별 다양한 정책실험을 허용하자
이상 필자의 제안을 중앙정부가 전면적으로 수용하면 좋겠으나, 각 지자체별로 다양한 정책실험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위에서 거론한 시민소득세와 토지보유세, 부유세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 입법을 하는 것이다. 이미 이재명 경기지사는 토지보유세를 기반으로 하는 토지배당을 경기도에서 실험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입법을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지자체에 따라 토지보유세와 토지배당, 시민소득세와 시민배당을 선택해서 시행해본다면, 중앙정부가 일시에 시행할 때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고, 또한 지자체의 경험을 토대로 향후 이러한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할지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자체별로 지급 대상과 지급액 및 방법을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다. 이미 1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시에 중앙정부와 별도로 지자체들이 추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 모든 주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한 곳과 다양한 기준으로 선별 지급한 곳이 있었다.
이처럼 실험적인 정책을 실시할 때에는 정책 효과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정책을 실시한 지자체가 스스로 정책효과 평가를 할 때에는 긍정적 효과를 부각, 과장하고 부정적 효과는 무시하거나 부수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책연구기관과 민간 학계가 중심이 되어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책효과를 측정하고, 지자체간 다른 정책들의 효과를 비교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실험에 대한 법적 근거뿐만 아니라, 객관성 있는 정책 효과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특히 소득-조세-사회보장 급여 등 행정자료의 통합과 행정자료 및 서베이 자료 간의 연계를 촉진하고, 정책실험 전에 사전 조사(baseline survey)의 실시 및 개인의 소득, 조세 등 행정자료와 금융정보 등을 비실명화하여 연구에 활용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증거기반 정책연구를 위한 행정자료의 활용에 있어 북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 등에 비해서도 상당히 뒤처진 현실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유종성 외, 2020).
Redmond, G., Patulny, R., & Whiteford, P. (2013). "The Global Financial Crisis and Child Poverty: The Case of Australia 2006-10." Social Policy & Administration, 47(6), 709-728.
Saez, Emmanuel and Gabriel Zucman. 2019. The Triumph of Injustice: How the Rich Dodge Taxes and How to Make Them Pay. W. W. Norton & Company.
Torry, Malcolm. 2020. "Evaluation of a Recovery Basic Income, and of a sustainable revenue neutral Citizen’s Basic Income, with an appendix relating to different Universal Credit roll-out scenarios." EUROMOD Working Paper Series, EM 07/20 (April).
지난 6월 26일 여느 날과 같이 출근한 남편에게서 오전 11시가 되기도 전에 전화가 왔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하며 전화를 받았다.
"회사에서 7월 말에 폐업한다카네."
금방 알아듣지 못하고 "뭐? 폐업? 폐업한다고?"하며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남편은 "응, 폐업한다고 아침에 발표했다"고 다시 확인해 주었다. 실감나지 않는 말이었다. 폐업.
남편이 다니는 회사는 대구 달성군 논공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인 한국게이츠(주)이다. 생산직과 사무직을 합쳐 1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 30여 개국에 100개 이상의 공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게이츠의 한국 생산공장이다. 1989년 사업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30여 년간 거의 매년 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이다. 2017~2019년 3년간 매년 매출은 약 1000억 원대이고 순이익은 50억 원대였다.
그런 공장을 폐쇄하고 한국 사업을 철수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다.
'모범적인 퇴직 프로그램'의 실체
이 와중에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글로벌게이츠 전체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내 생산공장은 폐쇄하고, 중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가지고 와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에 판매하면서 돈벌이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협의도 없이 6월 26일 당일 '제조 시설 폐쇄에 대한 한국게이츠의 입장'이라는 공고문을 붙이고, 직원들에게 폐업을 통보하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믿기 어려운 일이 순식간에 벌어져 착착 진행됐다.
회사가 붙인 공고문의 마지막에는 "당사는 향후 이번 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될 직원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공정하게 지원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업계 모범 사례에 부합하는 퇴직 및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직원들을 존중하고 업계 모범 사례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던 회사가 제시한 건 '희망퇴직 공고'뿐이다. 7월 말에 문을 닫는다면서 직원들에게 스스로 퇴직을 희망하라는 것이다. 7월 20일까지 저항 없이 스스로 퇴직을 희망해서 제 발로 나가면 위로금을 지급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8월 1일부로 해고될 것이라는 위협이 회사가 제공하는 퇴직 프로그램이다.
이러면서 직원 존중이나 업계 모범 사례를 운운할 수 있는 것은 '여기서는 그래도 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는 언제나 기업이 우선이니깐, 기업 하기 좋은 게 최고의 가치니까. 법과 제도도 기업의 이윤추구를 최우선 보장하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먼저 돌보지 않으니까. 글로벌 기업은 여기가 그런 곳이라는 현실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것 아닐까.
▲ 6월 30일 오후 대구 달성군 외국계 자동차부품 제조사 한국게이츠 대구공장에서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 노조원들이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한국게이츠는 법적 절차와 규정에 따라 국내 제조시설을 폐쇄하고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생존권을 짓밟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혼란스럽고 막막한 마음에 참기 힘든 화를 일으킨 건 7월 9일자 <조선일보>의 기사였다. "한국 떠나는 외국인 투자 기업들... '고용규제·강성노조 개선돼야'"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국게이츠의 철수 사례를 언급하며 "재계에서는 한국에서 철수하는 외국인투자(외투) 기업이 줄 이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반(反)기업적 규제와 강성 노조에 불만을 표하며 등 돌리는 외투 기업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사는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연구진이 직원 50명 이상의 외투기업 125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한국에서의 투자와 사업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말미에 "외투기업들은 한국의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시급한 과제로 '시장경제에 입각한 규제 완화'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입법' 등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31년 흑자 경영을 한 회사가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명분으로 하루아침에 폐업하고 떠나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법과 제도다. 기업을 위해 어떤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것일까? 노사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면, 노동조합이 기업 경영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고, 어떠한 참여도, 결정도 할 수 없는 문제가 개선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150여 명의 노동자, 협력업체까지 하면 6000여 명의 노동자와 수만 명의 가족들이 직장에서 쫓겨나 실직자가 되고 생계의 위협에 빠져들게 됐는데, 한국의 언론과 재계는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직원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직원들과 노동조합은 폐업 방침을 철회하고 공장을 정상 가동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 회사가 주장하는 폐업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회사는 직원들을 납득시키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상충되는 입장과 요구가 있으면 이를 두고 합의에 이를 때까지 조율하고 더 나은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이렇게 중대한 문제는 어느 일방의 입장만 관철돼서는 안 된다. 이 논의의 과정을 상충하는 노사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정부와 대구시, 지역 정치권에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우위에 있는 기업의 이해만이 일방적으로 관철된다면 노동자들도 격렬하게 저항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숱하게 경험했다.
▲ 한국게이츠가 오는 31일 폐업을 선언한 가운데 공장 노조원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폐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느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게이츠에 첫 출근을 하던 20여 년 전, 남편은 갓 첫 아이를 얻은 젊은 아빠였다. 매일 아침 8시 공장으로 나가 자동차 부품을 만지며 일해 왔다. 그 성실한 노동으로 아이들이 자랐다.
남편은 20여 년의 시간을 온전히 보낸 일터, 가족의 생계를 맡겼던 직장에 원망하는 마음을 남겨두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작은 바람조차 이루기 어려운 것 같다. 회사는 직원들과의 성의 있는 협의나 설득 대신 위로금을 내세우며 위협하고, 조롱하고, 분열시키고 있다.
남편과 동료 노동자들이 땀 흘려 노동한 긴 시간이 최소한으로라도 존중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법과 제도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정부와 대구, 정치권이 제대로 노력해서 이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웃 시민들의 따뜻한 응원과 연대가 이들과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뒤로 대전지방보훈청이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14일 오후 2시 대전지방보훈청 앞에서 광복회 대전충남지부, 독립유공자유족회 대전지부,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 53개 종교·시민·사회·정당 단체가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박해룡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의 모두발언으로 시작되었다. 박해룡 지부장은 “독립투사들이 묻혀있는 그곳에 독립투사를 때려잡던 반민족행위자들이 함께 묻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에 대전시민사회단체 모두가 함께 이 자리를 마련하였다”라고 기자회견 취지를 전했다.
박 지부장은 또한 보훈청에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만들어 놓은 악법을 따를 것인가? 역사의 순리를 따를 것인가? 백선엽이 대전현충원에 묻히는 것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며 “요구가 이행되지 않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파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알렸다.
규탄발언에 나선 대전민중의힘 이대식 상임대표는 “촛불혁명의 핵심은 적폐청산이며, 적폐청산의 핵심은 친일청산”이라며 “국립묘지에 시라카와 요시노리를 매장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친일 행위며 반민족행위”라고 하였다.
성서대전 대표 김신일 목사는 “백선엽은 의도적으로 일급전범인 시라카와 요시노리라는 일본군 대장의 이름으로 자신의 이름을 바꾸었다. 친일행위에 단 한 번도 잘못을 뉘우친 적이 없다”며 “애국독립지사들의 자랑스러운 항일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되려 독립군을 때려잡던 반민족 친일 매국노 시라카와 요시노리 백선엽을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탄하였다.
진보당 대전광역시당 김선재 청년위원장은 규탄발언을 통해 “독립유공자 4묘역과 장군 2묘역은 양옆으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며 “동시대 애국청년들이었던 김준엽, 조문기, 이효정, 박준채 선생들과 어떻게 한 장소에 친일 민족 반역자이며 독립군을 토벌한 백선엽이 함께 안장될 수 있는가?”라고 하였다. 또한 21대 국회에 “국립묘지법을 개정하여,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지 말고 정의를 바로 세워라”고 촉구하였다.
끝으로 광복회 대전지부 동구지회장 강문식 지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발의된 마당에 파묘의 대상을 대전현충원에 묻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백선엽은 국립묘지가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백선엽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을 온몸으로 저지할 것”과 “대전현충원이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의 안식처가 되는 날까지 끊임없이 싸워나갈 것”을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들은 영결식이 예정된 15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정문 현충교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 시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기자회견 전문]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의 국립묘지 안장을 즉각 취소하라!
정부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장헬기 등으로 시민을 학살한 독재자 전두환의 글씨인 대전현충원 현충문 현판을 지난 5월29일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 서체로 교체하였다. 그 의미는 대전현충원이 독립운동가 등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희생하신 분들을 모시는 민족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을 반영한 조치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국가보훈처가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 백선엽에게 대전현충원에 안장할 자격을 부여하였다. 백선엽이 어떤자인가! 일제시기 간도특설대 장교로 독립군과 민간인을 극악무도하게 탄압, 학살한 자이며,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을 수천명 학살한 자이다. 이러한 죄행으로 백선엽은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되었다. 21대 국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자의 국립묘지 ‘안장금지’와 ‘안장된 자의 이장’을 추진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발의된 마당에 파묘의 대상을 대전현충원에 묻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자기부정이다.
우리는 정부의 이런 결정이 부당함을 알리고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백선엽 국립묘지 안장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정부는 대전현충원에 백선엽을 안장하려는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 우리는 대전현충원이 간도특설대원들의 공동묘지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어떻게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과 독립운동가들을 토벌하고 학살한 친일앞잡이를 한 곳에 모신단 말인가. 우리는 국립묘지 어느 곳이라도 친일파들의 안식처가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백선엽은 국립묘지가 아니라 오히려 야스쿠니 신사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는 백선엽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을 온몸으로 저지할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국정농단세력을 몰아내고 적폐청산에 나선 지혜로운 국민은 민족의 이익에 반하는 정부의 어떤 결정도 정의가 아님을 선언하고 이의 저지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행동할 것이다. 또한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허용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국립묘지법이 정의롭게 개정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의 투쟁을 후대의 역사에서는 정의로운 투쟁이었다고 기록할 것을 확신하며, 우리는 대전현충원이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의 안식처가 되는 날까지 끊임없이 싸워나갈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7월 14일 <한겨레>는 ‘단독’이라며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최측근이 청와대와 정부 행사 22건을 수주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겨레>는 ‘탁현민 프로덕션’ 소속 조연출 출신들이 설립한 ‘노바운더리’ 기획사가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10개월 동안 3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한겨레> 보도에 대해 “사실을 부풀려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① ‘노바운더리’ 청와대 행사 기획은 3건에 8,900만원
<한겨레> 보도에 대해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청와대와 정부 행사를 뭉뚱그려 22건이라고 부풀려 보도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청와대는 “해당 기획사가 청와대로부터 수주(수의계약)한 행사는 총 3건이 전부”이며 ” 3건의 계약을 체결하고 받은 금액은 8,900만원”이라고 밝혔습니다.
강 대변인은 “탁현민 비서관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했던 재직기간인 2017년 5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의전비서관실은 수백여 건 이상의 행사나 일정을 진행했다”면서 “수백여 건 중 3건을 해당 기획사와 계약했다면 <한겨레>가 보도한 ‘일감 몰아주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② 대통령 참석 행사는 공모 형식 불가능
<한겨레>는 ‘노바운더리’가 대부분 ‘수의 계약’으로 행사를 수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탁현민 비서관 최측근에게 일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수의 계약을 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각종 정보가 비공개라며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경호 문제로 보안이 필수입니다. 청와대는 “외적으로 보안이 필요한 긴급행사의 경우 상당한 기일이 소요되는 ‘공모’ 형식을 밟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며 “대통령 행사에서의 수의계약은 당연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계약법 제7조에 따른 대통령령
제26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① 법 제7조제1항 단서에 따라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거나 경쟁에 부쳐서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로서 다음 각 목의 경우 가. 천재지변,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 작전상의 병력 이동, 긴급한 행사, 긴급복구가 필요한 수해 등 비상재해, 원자재의 가격급등, 사고방지 등을 위한 긴급한 안전진단ㆍ시설물 개선,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 나. 국가안전보장, 국가의 방위계획 및 정보활동, 군시설물의 관리, 외교관계,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보안상 필요가 있거나, 국가기관의 행위를 비밀리에 할 필요가 있는 경우다. 방위사업청장이 군용규격물자를 연구개발한 업체 또는 「비상대비자원 관리법」에 따른 중점관리대상업체로부터 군용규격물자(중점관리대상업체의 경우에는 방위사업청장이 지정하는 품목에 한정한다)를 제조ㆍ구매하는 경우 라. 비상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국가가 소유하는 복구용 자재를 재해를 당한 자에게 매각하는 경우
‘국가계약법’을 보면 보안상 필요가 있거나 국가기관의 행위를 비밀리에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의 계약 자체가 측근에 대한 특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겨레> 기자의 주장처럼 수의 계약 과정과 예산 집행에 관한 정보를 사후에 일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은 있습니다.
③ 문재인 정부 이전 실적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였는데…
<한겨레>는 ‘노바운더리’가 법인 등기를 하기도 전에 행사를 수주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행사 실적이 전혀 없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탁현민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전혀 정부 행사를 수주할 수 없었다는 부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청와대가 밝힌 기획사 선정 기준을 보면 의전비서관실의 기획의도를 잘 이해하고, 행사 성격에 맞는 연출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획사나 기획자였습니다. 법인 등기 여부나, 업계 관행, 기획사 규모처럼 외형적인 면보다 창의성과 전문성이 우선이었습니다.
행사를 진행하는 기획사가 음향, 무대, 미술, 조명 장비나 인력 등을 모두 보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형 기획사도 행사를 수주받은 후 음향 이나 무대 설치 업체, 조명 업체 등에 100% 하청을 줍니다.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를 따지는 자체가 관공서에 제출하는 서류 작업에 얽매인 사고방식입니다.
청와대는 “청와대 및 정부 행사를 수임한 모든 기획사는 사후 예산집행 내용과 기획의 적절성, 계약 이행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며 “해당기획사는 한 번도 사후 감사나 평가에서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혜가 아니라 오히려 ‘착취’를 의심해야
▲탁현민 비서관과 평양공연을 진행했던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김용민PD 페이스북 화면 캡처
모 매체 북한기자는 페이스북에 < 한겨레> 기사를 공유하면서 “특혜라기보다는 측근 관계를 악용한 착취 또는 갑질이 맞을 거다”라며 2018년 평양공연을 예로 들었습니다.
기자는 “중계 준비 과정에서 탁현민과 엄청 싸웠지만 공연 보고 입을 다물었다”며 “그 예산으로 그 시간으로 그 여건에서 그런 퍼포먼스를 내놓은 건, 독한 왕 피디가 자기 후배들을 갈아 넣어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공연계에서는 탁현민 비서관을 의외로 싫어합니다. 적은 예산으로 엄청난 수준의 공연이나 행사를 요구하기로 소문이 나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탁 피디와 행사를 진행한 후 손해를 봤다는 곳도 있습니다.
<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탁현민 비서관과 그 측근들이 비리나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혜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금전적 이득을 취했을 때 문제가 됩니다.
과정에 대한 투명성 의혹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지만, 탁 비서관이 기획한 행사들이 모두 호평을 받았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합니다. 그동안 청와대 행사를 진행했지만 감동을 주지 못했던 기존 기획사들이 앞다퉈 ‘특혜’라고 주장한 말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