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30일 수요일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 대구가 그 대구가 아냐



[아침신문 솎아보기] 무소속 돌풍, 더민주 안방도 흔들린다… 최경환, "이제 친박이란 표현 안 쓰겠다"

김유리 기 yu100@mediatoday.co.kr  2016년 03월 31일 목요일

4·13 총선을 향한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처음으로 다여다야 상황을 맞은 총선 판세가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은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텃밭이라는 대구에서 무소속과 야당에 의석을 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누리당이 영입한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내놓은 ‘한국형 양적완화’가 도마에 올랐다. 한국은행 총재가 직접 나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대부분 언론도 한국 상황에 맞지 않고 위법하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유독 조선일보만 시도해볼만 하다고 반색했다.
다음은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31일자 아침 신문 머리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정권의 심장?…그 대구가 아니다>
국민일보 <‘정책 깜깜’…권력다툼만 남았다>
동아일보 <“與 내분수습-野 단일화가 승패 결정”>
서울신문 <여야 모두 “경제활성화” 재원은 “몰라요”>
세계일보 <“122석 수도권 잡아라” 여야 총력전>
조선일보 <‘RO 회합’했던 前 통진당 12명 출마>
중앙일보 <“총선 직후 사퇴” 선수 친 김무성>
한겨레 <‘최장’ 경기침체 ‘최악’ 청년실업률…부끄러운 신기록>
한국일보 <“문제는 수도권이야”>
흔들리는 여야 텃밭?
새누리당의 우호 지역이었던 영남권의 20대 총선 판도가 심상치 않다. 대구에선 ‘비박 공천 학살’ 여파에 따른 새누리당 계열의 무소속 후보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무소속도 지지율이 훌쩍 뛰어 올랐다.
대구 12개 지역구 중에서는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 찍힌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의 당선이 유력하고 컷오프 돼 탈당한 주호영 무소속 의원(대구 수성을)도 선전하고 있다. 대구 달성에선 청와대 수석 출신의 추경호 새누리당 후보가 무소속 구성재 후보와 접전을 펼치고 있으며 유승민 의원의 지원을 받는 새누리당 탈당 무소속 류성걸 의원도 행정자치부 장관 경력의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구에서 야당 국회의원에 도전한 김부겸 더민주 후보가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앞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30일 대구MBC와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더민주에서 컷오프돼 무소속 출마한 홍의락 후보가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은 31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공천 학살’ ‘옥새 파동’ 등으로 얼룩진 여권의 ‘막장 공천’에 따른 민심 이반이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새누리당의 대구 석권 신화가 사실상 깨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박 감별사’로 나섰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대구·경북 선대위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제 ‘친박’이니 ‘비박’이니 없고 오로지 새누리당만 있다”며 “소위 친박이라는 사람들부터 이제는 친박이란 표현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당 공천 과정에서 ‘진박’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최 의원이 ‘비박계 공천 학살’ 등 막장 공천 후폭풍으로 대구·경북(TK) 민심이 차가워지자 이제 와 ‘친박 포기’ 선언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산 역시 심상치 않다. 부선은 총 18석 중 16석이 여당 차지였다. 20대 총선에서는 야당이었던 조경태 의원이 여당으로 당적을 바꾸고 문재인 의원 역시 불출마를 하면서 ‘새누리당 완승’이 예상됐던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 역시 예상치 않은 접전이 펼쳐지는 곳이 2곳 이상이다. 북·강서갑에 나선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9일 부산일보 여론조사 결과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을 51.8%대 38.5%로 크게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부산 진갑에서는 김영춘 더민주 후보와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사하갑에서는 최인호 더민주 후보가 김척수 새누리당 후보를 추격하고 있다. 여당 우호 지역에서 새누리당 현직 의원을 야당 도전 후보들이 바짝 따라붙는 모양새 조차도 이변이다.
부산 사상에서는 지난 28일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을 탈당한 장제원 무소속 후보가 34%로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 22.9%와 배재정 더민주 의원 20.9%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대 때 야당과 무소속에 각각 1석씩만 내줬던 경남(총 16석)에서도 새누리당이 고전하고 있어 영남권 전체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한겨레는 “공천 배제당한 비박근혜계 무소속 후보와 오랫동안 표밭을 갈아온 야당 후보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 역시 “새누리당 안방인 대구에서 부는 무소속 바람이 심상치 않다”며 “비박계 공천 학살로 인한 민심이반이 가속화되며 여당과 야당에서 공천배제 후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야권 판세도 만만치 않다. 동아일보는 “여권이 ‘집 나간 보수층’을 다시 불러와야 한다면 야권은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대 반(反)새누리당’ 전선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수도권 122석 중 야권 분열 지역이 100여 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보는 야권 지지자들은 야권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사실상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28~29일 전국 성인남녀 1064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 야당 지지 또는 무당층 응답자 중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5.7%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야권이 유리한 호남 지역에서는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동아일보는 “현재까지 호남 판세를 놓고 더민주당은 다소 조심스러운 반면 국민의당은 자신 있는 표정”이라며 “(광주 8개 선거구 가운데) 7개 지역은 대부분 국민의당 후보가 앞서거나 박빙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남·북 20곳의 선거구 역시 혼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진당’ 마법? 색깔론 다시 꺼내든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로 “‘RO 회합’했던 전 통진당 12명 출마”를 꺼내 들었다. 민중연합당으로 출마하는 11명 중 백현종(경기 부천원미을), 김미라(성남분당을), 김배곤(용인을), 김재연(의정부을) 후보와 무소속 홍성규(경기 화성갑) 후보 등 5명이 지난 2013년 5월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수녀원에서 열린 ‘통진당 비밀 모임’에 참석을 시인했다고 지적했다. 1명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조선일보는 “헌재의 통진당 해산 심판 사건 변론 당시 정부 측 참고인이었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말을 빌어 “폭력에 의거해 북한식 사회주의 건설을 추구하다 해산된 통진당 세력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했다.
정당해산이라는 반 민주주의적 헌법재판소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반론 없이 일방의 주장을 실었다. 내용적으로는 색깔론이다. 조선일보가 총선 과정에서 전 통합진보당 출신 의원에게 어떤 관심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한국형 양적완화’… 조선, ‘선제적 조치’ 주장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9일 한국적 양적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강 위원장은 중앙선대위회의에서 “시중 자금이 막혀 있는 곳에 통화가 공급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MBS)과 산업은행채(산은채)를 인수해 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은이 돈을 풀어 경제의 막힌 부분을 풀어 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한국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당장 정부와 한국은행 총재도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2016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은 한은의 독립적 권한이며 협의는 할 수 있지만 된다 안 된다 말하기 시작하면 월권이고 간섭”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이날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여러 면에서 선진국과 다르다”며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는 “강 위원장에 대한 반론으로 들린다”며 “한은 내부에서는 양적완화는 발권력 남용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총선 공약으로 불쑥 발표하기엔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양적완화라는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기 전에 금리 인하 정책를 사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다가 물가 상승·원화가치 하락·외국인 자금 유출이라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미국은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 시스템이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면서 될 만한 기업으로 돈이 흘러갔지만 일본에선 좀비기업으로 흘러가 구조조정만 지연시키고 있다”며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한없이 미루고 있는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는 일본과 비슷해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정부가 양적 완화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야당의 경제실정론을 방어해야할 입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시했다. 중앙일보는 유 부총리가 이날 “일부 지표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희망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들며 “양적완화와 같은 ‘극약처방’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이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위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강 위원장이 제시한 방식의 양적완화 정책은 현행법상 당장 불가능하다”며 “한은법은 한은이 직접 인수할 수 있는 채권을 국채와 정부보증채로 못 박아 놓고 있다. 따라서 한은법을 개정해 인수 가능한 채권의 범위를 늘리거나 산은채 및 MBS를 정부가 보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유일호 경제부총리조차 ‘처음 듣는 말’이라고 밝혀 당정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노출했다.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조선일보는 강 위원장의 양적완화 공약이 “정치권을 넘어 경제계에서도 논란이 되면서 여야의 정책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공천 잡음에 묻혀 실종되다시피 했던 정책 경쟁에 뒤늦게 불이 붙는 모습”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여당과 한은 내부의 비판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이 양적완화에 대해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공격했다”고 논쟁인양 이끌어 갔다. “‘한국형 금융 완화’, 시도해볼 만하다” 사설에서는 “금리 인하가 경기 회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선 시장이 놀랄 정도의 과감하고 선제적인 조치라야 침체 경제에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정부와 한은에 “과거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금리 조정 방안과 함께 우리 실정에 맞는 금융 완화를 병행하는 공격적 통화 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기존의 경제 이론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도 시도해보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