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4일 화요일
굴욕적 미군주둔비부담 합의 재협상해야
<기고>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
유영재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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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14 07: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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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정부가 12일, 9차 미군주둔비부담(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2014년도분 9200억원, △연도별 인상률 전전년도 소비자 물가지수(CPI) 적용(상한선 4%), △배정 단계 사전조율 강화 등 ‘제도개선’, △협정기간 5년 등이다.
‘대폭 삭감’ 요구에 ‘대폭 증액’으로 응답
평통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군사건설비 전액 삭감을 포함하여 미군주둔비부담금 대폭 삭감을 주장했다. 핵심 이유는 미군주둔비부담금이 미2사단 이전비용으로 불법 전용되고 있고, 한미 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군주둔비부담금 미집행액이 1조3523억원(2013년 3월말 현재 주한미군의 군사건설비 축적금 7380억원, 협정액과 편성액 차액 합계 3035억원, 2012년도분 이월액 2596억원, 불용액 합계 512억원)이고, 미군축적금 투자 이자소득 최소 추정치 3천억원까지 합치면 1조6천억원을 넘는 자금이 남아돌고 있기 때문이다.
▲ 제9차 방위비분담 협정 타결이 발표된 다음날인 13일, 평통사는 외교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오른쪽 두 번째가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남아도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2014년도 국방예산 증가율 4.2%보다도 훨씬 높은 비율로(5.8%) 미군주둔비부담금을 증액을 허용했다. 여기에 정부 주장대로 8차 협정 기간 중 한미 간 협정액과 실제 예산 편성액의 차액(3035억원)까지 부담한다면 매년 평균 600여억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강압에 굴복하여 평통사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의 미군주둔비부담금 대폭 삭감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지난해 7월 외교부와의 당정 협의 뒤 미군주둔비부담금을 총액 기준으로 감액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것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미 국방예산 삭감을 우리가 책임지라고?
미국은 미국의 연방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에 따른 미 국방예산 삭감을 사유로 미군주둔비부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경제위기와 아프간.이라크 전쟁비용 증가 등의 정책실패의 책임과 부담을 한국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우리가 미국의 정책실패의 책임과 부담을 져야 하는가. 북핵 위협 증가에 따른 미군전력 증강을 미군주둔비부담금 대폭 증액의 사유로 드는 것도 그것이 전혀 새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다. 한마디로 미국의 일방주의적 요구를 박근혜 정부가 굴욕적으로 수용한 것이 이번 협상의 결과다.
제도개선? 미군기지이전비 전용 방지는 빠지고 생색내기만
'제도개선’과 관련한 합의들은 미군주둔비부담금의 미2사단 이전비용 전용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입장을 포기한 것이자, 불법부당한 미2사단 이전비용 전용을 기정사실화한 전제 아래 이뤄진 것이어서 근본적 한계가 있다. 이는 오히려 미군주둔비부담금의 불법 전용을 정당화.합리화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제도개선’의 구체적 내용들은 미2사단이전비용 전용 방지와는 관계가 없는 비본질적이고 지엽말단적인 것들일 뿐만 아니라, 그나마 우리에게 실질적인 감시 통제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협정기간 5년에 숨은 복병이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협정기간을 5년으로 한 것은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완료되는 2016년 이후에도 1조원 안팎의 미군주둔비부담금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평택미군기지 이전사업 때문에 미뤄진 기존기지 군사건설사업이 산적해 있다고 주장했고 이를 우리 정부가 수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년 새로운 기지 건설비용 이상의 자금이 기존기지 개선에 소요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미국은 기존기지 군사건설사업 뿐만 아니라 전체 미군기지 이전사업 비용 중 미국이 직접 부담하려고 했던 7%까지 미군주둔비부담금으로 충당하여 자신들은 아예 한 푼도 부담하지 않거나, 민간투자 방식으로 건설한 주한미군 가족주택 임대료나 전술자동화지휘체계(C4I) 구축 등 다른 용도로 쓰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주한미군 가족주택 임대료도 미군주둔비부담금으로?
이를 설명하는 근거가 있다. 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2007년 4월 2일 본국에 보낸 3급비밀 전문에서 “한국의 부담분은 전체 비용의 93%”라고 추산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이 차이는 한국의 계산 방식에서 (한국이 주한미군에게 주는) 방위비 분담금 전용분과 민자투자(BTL. 한국의 민간 업자가 건물을 지어준 뒤 일정 기간 임대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프레시안> 2011. 09. 28.)
이처럼 미군주둔비부담금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전용될 뿐만 아니라 가족주택 임대료, C4I비용에까지 전용된다면 앞으로 우리는 미국이 요구하는 항목마다 기하급수적으로 국민 혈세를 갖다 바치는 사태를 당할 수 있다.
‘미국 퍼주기’ 협상, 처음부터 다시 해야
이처럼 이번 협상 결과는 총액과 전용 방지장치 마련, 협정 유효기간 등 모든 면에서 ‘미국 퍼주기’ 굴욕협상이라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협상은 원천 무효다. 한미 당국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만약 협정안이 그대로 국회로 넘어간다면 국회는 굴욕적 협정에 대한 비준동의를 거부해야 한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이 국익과 서민의 절박한 처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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