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6일 일요일
백치나 속을 “서울시 공무원간첩사건”증거
[새록새록 단상] 해당 지방 공안국 관할권이 핵심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4/02/16 [20:54] 최종편집: ⓒ 자주민보
해를 넘기며 끌어온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 2월 13일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검찰이 내놓은 증거물들이 허위임을 증명하면서 판이 커졌다. 국정원이 사건을 터뜨렸을 때도 검찰이 피고인 화교 유 씨가 조선(북한)에서 찍었다고 내놓은 사진이 중국에서 찍었음이 밝혀졌을 때도 필자는 잘 모르는 분야의 사항들이라 섣부른 발언을 삼갔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외교부문이 제공한 문서에서 유 씨의 출입경문제 때문에 삼합(싼허)와 화룡시(허룽시)가 등장하기에 처음으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마디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두 고장이 한 사람의 활동에 등장하면 비정상인데?! 유 씨가 회령 출신이라니까 두만강 맞은편의 삼합으로 드나든 건 이치에 맞다. 그런데 화룡시가 왜 끼어든단 말인가? 삼합에서 회령으로 들어갔다가 조선 경내에서 상당거리를 이동해 가지고 화룡시 쪽으로 해서 중국에 들어왔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유 씨의 행적을 의심할 소지도 없지 않아 있겠다만…
마침 주말이라 한가한 시간이 좀 생겨서 인터넷에서 관련기사들을 검색해보았고, 지난 해 12월 6일 뉴스타파가 방영했다는 동영상도 보았다. 많은 고통을 당한 유 씨와 그의 여동생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 기사들과 동영상을 보면서 내내 웃었다. 도대체 어쩌면 이럴 수가 있느냐고 속으로 수없이 곱씹었다.
화룡시 공안국이 제공했다는 이른바 증거란 한국식대로 말하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종잇장이었다. 동영상에도 나오다시피 유 씨의 출입경기록은 삼합에서 이뤄졌고 컴퓨터오류라는 것도 삼합의 해당부문에서 밝혔다. 여기에는 화룡시가 끼어들 아무런 이유도 없다. 왜냐 하면 삼합은 룡정시(룽징시)에 속했지 화룡시와는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도들에서는 조선- 중국출입국기록을 관리, 발행할 권리가 연변(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 출입국기록국에 있다고 했던데, 주보다 낮은 시의 출입국관리부서가 출입국기록을 관리하고 발행할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는 전문분야의 문제이기에 필자가 이렇다저렇다 말할 수 없지만, 삼합에서 이뤄진 출입국기록에 대해 옳다그르다를 증명하자면 적어도 룡정시 공안국이 나서야지 엉뚱하게 화룡시 공안국이 나설 일이 아니다.
뉴스타파의 동영상에 글이 적힌 종이(사진)가 나오는데 “피고인은 북한 회령지역과 중국의 삼합교두를 통해 입• 출경통행하였고, 중국 삼합교두를 관할하는 공안국이 화룡시(和龙市)공안국입니다.”라는 대목을 보고 필자는 간만에 웃어도 크게 웃었다. 누가 삼합을 룡정에서 떼내어 화룡시에 넘겨주었는가?
▲ [자료사진= <뉴스타파> 해당화면캡쳐]
뉴스타파 기자들이 연변조선족자치주 공안국을 취재하는 대목에서 여러 사람의 말소리가 동시에 울리는데 일부는 우리글자막으로 전달되지 않았다. 화룡시 공안국이 유 씨의 출입국기록을 증명할 권한이 없다는 대목 전후에, 중국말로 그들(화룡시 공안국)과 상관 없다(没关系嘛)는 소리가 나온다. 중국 경찰들이 한심하게 생각하면서 대뜸 위조서류라고 판단한 근거의 하나는 바로 화룡시 공안국이 룡정시의 삼합에서 이뤄진 출입경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할 관할권이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만 번 양보해서 화룡시 공안국이 어떤 권리를 가지고 어떤 증명을 했더라도, 그 증거력은 그 상급기관인 연변조선족자치주 공안국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증거의 증거력을 이기지 못한다. 한심한 게 바로 유 씨의 변호사 측이 주 공안국이 공식적으로 발부한 증거를 제시했는데도, 검찰은 재판 도중에 튀어나온 이른바 화룡시 공안국이 내놓았다는 자문결과를 증거로 고집한 점이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찍힌 이른바 화룡시 공증처의 도장도 한자만 있는 것만 보아도 가짜임이 분명하다. 민족자치구역에서 민족문자를 우선 사용한다는 중국의 민족정책을 모르거나 무시한 사람이나 믿을 도장이다.
앞에도 언급했듯이 허룽시 공안국은 재판도중에 등장해서 2가지 증거물이 나왔는데 이번에 모두 중국외교부문에 의하여 거짓으로 판명됐다. 검찰 관계자가 “현재 주한중국대사관이 법원에 팩스로 제출한 회신에는 중국의 문서발행 절차 및 공권 문서가 위조됐다고 판단한 근거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다. 우리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고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주장했다니까, 얼굴에 철판을 깐 모양이다. 국정원에서 제공했다는 증거를 왜 미리 다양한 통해 진위를 확인하지 않았을까? 삼합이 어느 시에 속하는지야 인터넷에서 검색만 한 번 하면 다 알 수 있는데…
사실 관할권이야말로 핵심이라고 해야겠다. 발뒤축으로 생각해도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일이지만, 지난 해 12월 23일 변호인단의 의뢰를 받은 중국의 외교부문이 2월 13일에야 공문을 보낸 걸 보면 충분한 조사를 한 것 같다. 뉴스타파의 취재를 받았던 경찰들이 또다시 말도 안되는 문서장 때문에 답변을 하느라고 단단히 화가 났을 것 같다. 위조도 정교하게 하면 두뇌전의 재미라도 있을 텐데 이거라고야 완전 엉터리가 아닌가.
검찰이 제공한 3종의 증명서류가 가짜임은 중국이 공식적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중국 측으로서는 누가 이런 서류들을 만들었는가가 관심사로 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정부부서의 도장이나 공문위조를 엄중하게 대하는데, 누가 중국기관의 도장을 위조해 공문을 만들어낸다면 중국정부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번 도둑은 평생 도둑이라고 어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기술로 만들었느냐를 밝히지 않으면 중국의 공안부문이 불안하기 마련이다. 헌데 증명서류제조과정이 어떤가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위조서류의 상세한 내력을 알려달라고 중국대사관 영사부에서 요청한 것이다.
이제 와서 공은 서류들을 제공했다는 국정원으로 넘어갔다. 재판과정에서 수두룩한 허점들이 드러나 검사들이 변호사들의 반론에 밀렸을 때, 누가 화룡시 공안국에 문의하자고(혹은 화룡시 공안국의 명의를 빌자고) 제의했는지, 그 희한한 서류들은 누가 제공했는지, 진위검열은 누가 했고 누가 검찰에 넘겨주었는지를 낱낱이 밝혀야만 한국이 더 큰 국제적 망신을 면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게 왜 룡정시 공안국을 내세우지 않았느냐이다. 한국에는 소설을 써대는 기자님들이 많으니까 이제 혹시 음모론이 나올 지도 모른다. 신분을 감춘 “북한공작원”이 유 씨를 구하고 국정원을 망신주기 위해서 일부러 화룡시 공안국의 이름을 쓰자고 제의했고 서류도 나중에 허점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도록 엉터리로 만들어서 제공했다는 식으로…
수많은 정보들이 공유되는 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국- 조선 국경에서 일어난 일을 놓고 백치나 속을 허위문서들이 생겨나서 한국의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국정원과 검찰이 믿었단다. 웃겨도 너무 웃기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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