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0일 토요일

이건 뭐 소설인지 기사인지


[단상571] 이건 뭐 소설인지 기사인지 [새록새록 단상 571]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4/08/31 [03:35] 최종편집: ⓒ 자주민보 ▲ 남침땅굴 때문에 씽크홀? 황당한 보도들과 주민반응 © 자주민보 서울시 송파구 석촌 일대의 싱크홀(땅꺼짐)들이 숱한 뉴스들을 만들어내는데, 정작 석촌 주민들은 쉬쉬한단다. 부동산값이 떨어질까 봐 걱정돼서라나. 석촌 일대에서 부동산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큰 권력을 가졌다면 아예 싱크홀발견소식조차 봉쇄하지 않을까? 이익이란 참으로 무섭다. 싱크홀 발견으로 제일 활기를 띄는 게 이른바 “북한남침땅굴”을 찾는 안보 시민단체들이 아닐까 싶다. 싱크홀들이 분명 남침땅굴이라고 단언하는 사람들은 건축전문가들이 거짓말을 한다면서 나름대로 근거들을 내놓는데, 필자가 인터넷에서 사진 몇 장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필자가 그런 사람들의 주장을 의심하는 이유는 그런 사람들의 땅굴찾기 기법([새록새록 단상544] “이해하기 힘든 남침용 땅굴설”(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7100)을 참조하시라)과 평소 발언에 있다. <한겨레>신문 20일자 보도 “석촌동굴이 남침땅굴이라고? 안보 시민단체들의 황당 주장”(최우리 기자)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이들 단체는 ‘다우징’이라는 방법으로 땅굴을 찾아 왔다고 했다. 집회를 주관한 예비역 공군 소장 출신인 한성주(60) 땅굴안보국민연합 공동대표는 “엘(L)자로 생긴 막대를 들고 땅굴 위에 가면 땅굴 위에서 막대가 벌어진다. 막대가 벌어진 폭을 보고 땅굴의 크기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맥을 확인하는 방법과의 차이점을 묻자 한 대표는 “땅굴을 찾는다고 마음을 먹으면 막대가 땅굴에만 반응한다. 아직 석촌지하차도 옆 동공을 조사한 적은 없다”고 했다. 집회에서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을 규탄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한 대표는“이번에 동공을 발견한 것은 하느님이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라고) 준 선물이다. 이 선물을 잘 활용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땅굴을 파괴하라고 할 때까지 이 모임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18일 발견된 동공들은 길이 5.5m, 너비 5.5m, 높이 3.4m와 길이 13m, 너비 4.3m, 높이 2.3m 규모 등이었다 한다. 인간의 신체보다 훨씬 넓은 동공들인데, 그 막대기가 벌어지는 폭을 어떻게 짐작해서 땅굴의 크기를 찾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또 “땅굴을 찾는다고 마음을 먹으면 막대가 땅굴에만 반응한다“는 주장은 주문을 외우면 적을 물리친다고 믿던 옛사람들을 연상시킨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서 공군과 합참의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는 한 대표의 사고방식과 의식수준이 놀랍기만 하다. 그런 사람이 비행기를 몰고 전쟁에 참가했더라면 얼마나 기이한 행위를 하고 얼마나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들을 남길까 상상해보니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또 한 대표는 “하느님의 선물”을 운운했는데, 그런 식의 말을 하는 한국인들이 드물지 않다. 2010년 “천안함”사건 조사결과 발표직전에 그 유명한 “1번어뢰”를 쌍끌이어선이 건져냈다는 것도 어느 장군이 “하느님의 선물”을 거들었던가? “하느님이 대한민국을 도왔다” 했던가? 현역 군인들 가운데도 한 대표와 어슷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하품이 나온다. “싱크홀= 남침땅굴”설이 큰 파문을 일으키지는 못했으나, 기사댓글들이나 블로그 따위를 보면 한 대표와 동호자들의 주장을 믿거나 믿고 싶어하는 이들도 꽤나 되는 모양이다. 괴상한 주장들이 일정한 범위에서 유행하는 건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신분위기와 정보비대칭현상 때문이 아닐까? 먼 일은 거들 필요가 없고 요즘 사례들만 보더라도, 인천 제17차 아시안게임에 북측이 응원단을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20일부터 인천에서 진행된 대회추첨식과 국제체육학술토론회조추첨에 참가할 때 남측에 알렸다는데, 북측 대표단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보도하던 한국언론들은 28일 밤 북측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손광호와 조선중앙방송위원회 기자와의 대담이 조선중앙텔레비전으로 나올 때까지 전혀 몰랐다. 이튿날 한국 통일부가 아시안게임조직위가 나서서 당시 북측 실무자가 조직위 실무자에게 응원단 불참을 언급했는데, 조직위와 통일부는 공식 통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재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노라고 해석했다. 아무리 공식 통보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당시 응원단참가여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되었던 상황에서 북측이 그런 의향을 표시했다는 것이라도 공개하는 게 맞지 않는가?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의 구두통보를 은폐했다는 지적에 대해, “북한의 비공식적인 언급이 있을 때마다, 또 그것이 그렇게 좋은 내용이 아닌 그런 것을 그때그때 공개를 한다면, 자칫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던 것이 솔직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지만, 좋으냐 나쁘냐, 국민들에게 알리느냐 마느냐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궁금하다.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응원단 불참을 발표하고 그 이유를 우리 측이 북한의 응원단 참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한 점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제 와서 우리가 북한 응원단 참여를 시비한다고 왜곡 주장하며, 응원단 불참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는데 쓸 만한 말이 얼마나 되는가? 정부 차원에서의 정보숨기기만 문제로 되는 게 아니다. 손광호 부위원장은 대담에서 응원단 불참이유를 상세히 밝혔다. “그런데 남측은 우리 응원단이 나가는데 대해 《대남정치공작대》니,《남남갈등조성》이니 뭐니 하면서 로골적으로 험담하고 비난하다 못해 지난 7월에 진행된 북남실무회담에 나와 응원단규모와 우리 공화국기의 규격문제를 시비하고 나중에는 우리가 입밖에 꺼내지도 않은 비용문제까지 내들면서 회담을 결렬시켰다.” 헌데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북이 비용문제를 거든 적이 없다는 대목을 쏙 빼고 마치도 북이 남의 공짜대접을 받지 못하게 되니 불참을 결정한 것처럼 기사를 엮었다. 참 3류소설가답다. 한국기자들의 소설가솜씨는 북관련보도들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항공육전병구분대들의 강하 및 대상물타격실동훈련을 지도했다는 북의 보도가 28일 나온 뒤, 한국의 어느 언론은 조선인민군 제323군부대, 제162군부대가 어떤 부대이냐를 소개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의도를 분석하는 글을 발표했는데, 인민군에서 벌어지는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을 거든 대목이 희한했다. “오중흡7연대 칭호는 일제강점기 당시 김일성이 북한에서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다는 북한의 김일성 신격화 전설에서 시작됐다.”는 말부터 벌써 어떤 취지로 써내려가겠는지 짐작이 가는데, 문제는 이른바 북한의 주장으로 포장한 설명이 틀렸다는데 있다. “... 일본군의 대공세에 부대가 포위되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제7연대장 오중흡(吳仲洽)은 김일성을 탈출시키기 위해 스스로 미끼를 자처해 일본군 대부대에 자살 돌격을 감행했고, 그 결과 오중흡 본인과 7연대 병력은 전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령부를 위하여 7연대가 활약한 건 1938년 12월부터 1939년 봄까지 “고난의 행군”시기로서 일본군은 단순한 포위가 아니라 검질긴 추격을 더 많이 했고, 오중흡은 주력부대와 떨어져서 사령부로 자처하면서 일본군들을 끌고 다녔지 “대부대에 자살 돌격을 감행”한 게 아니다. 결과 또한 오중흡 본인과 7연대가 김일성 장군의 친솔부대와 만나서 합쳤지 “전멸”하지 않았다. 항일투사 오중흡 (1910.7.10~ 1939.12.17)은 썩 뒷날의 육과송전투에서 희생되었고, 오백룡(1914. 10. 24~ 1984. 4. 6)이 7연대장으로 되었다. 이 정도는 항일무장투쟁사의 상식이다. 상식마저 틀린 기사가 결론이 정확할 리 없다. 북의 정보를 몇 다리 걸쳐서야 걸러진 내용들만 받아들이는 일부 한국인들에게는 그 따위 기사가 먹혀들 수도 있겠다만, 필자같이 해외에 사는 사람들이나 “탈북자”들은 속이지 못한다. 또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사실을 접촉한 사람들은 언론사를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엉터리 기사들은 결국 한국언론 나아가서는 한국 전반에 대한 불신임을 만들어내게 된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무언가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바로 알지 못하는 게 한국의 현황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참으로 어렵다만 신중하게 처사하면 큰 실수는 피할 것 같다. [2014년 8월 30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