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록새록 단상 594]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4/10/02 [11:25]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인민군대와 민간인 무리가 들쭉을 따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 이도백하까지 나다닌다는 탈북자의 증언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중국 국경수비대는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 탈북자는 이도백하를 이도백화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정말 가보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 자주민보
행정구역소속을 바꾸는 게 중국에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여러 방면의 의견을 두루 들어보고 이해득실을 충분히 따져본 다음 국무원에까지 보고하여 허가를 받아야만 바뀌곤 한다.
헌데 중국의 행정구역이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바뀐다. 이른바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에서 국정원이 증거로 내놓았다가 위조로 밝혀진 공문에서 연변(옌볜)조선족자치주의 룡정시(룽징시)에 속한 삼합진(싼허진)이 엉뚱하게도 화룡시(허룽시)에 넘어가 버린 점은 필자가 여러 번 지적한 바인데, 요즘 또 그런 부류의 바꾸기를 알게 되었다.
《조선일보》가 9월 30일에 터뜨린 단독보도는 조선(북한) 양강도에서 근무하다가 탈북했다는 전 인민군 중대장이라는 사람과 28일 가졌다는 인터뷰내용을 담았다.
그에 의하면 양강도에 주둔하는 12군단 43여단 소속 기계화부대 중대장(중위)을 지냈던 탈북자 정경철(가명) 씨는 작년 12월 대대장이 “2개월간 시간을 줄테니 들쭉을 따서 외화를 벌어오라”는 명령을 하달하여, 자기가 7명의 군인과 5명의 민간인을 인솔해 압록강을 건너 중국 장백현 이도백하 지역에 도착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단다.
들쭉은 지금 중국어로 “란메이(蓝莓)”라고 부르는데, 장백산(백두산)일대에서는 이르면 7월 말, 보통은 8월 중순에 익기 시작하고, 9~10월쯤은 인근 지역의 시장들에서 들쭉이나 “현장에서 짜는 들쭉즙(现榨蓝莓汁, 쌘자란메이즈)”이 팔려 제법 인기를 끈다. 그런데 12월이라면 산에 눈이 잔뜩 와서 사람과 동물이 움직이기도 불편하거니와 과일을 딴다는 게 상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겨울철에 산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만 들쭉을 따러 갔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혹시 필자가 무식해서 특수상황을 잘 모른다고 치더라도, “장백현 이도백하 지역”이란 너무나도 비약이다. 장백산 아래의 이도백하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름을 날린 고장으로서 연변조선족자치주 안도현(안투현)에 속하기 때문이다.
보도에서는 “장백현 이도백화 지역”으로도 나왔는데, 필자가 알기로는 장백현에 “이도백화”라는 지역이 없거니와, “이도백화”는 말이 되지 않는다. “이도백하(二道白河。 얼따오바이허)”에서 “하”는 강물을 가리키지만, “화”는 “꽃 화(花)”자든 “불 화(火)”자든 “벗나무 화(樺)”든 다른 무슨 글자든 “두 번째 갈래”를 의미하는 “이도(二道, 얼따오)” 뒤에 붙을 수 없다.
이와 같이 기본개념이 틀리고 기본사실에 문제점이 존재하기에, 정씨의 다른 주장--“북한을 떠날 때는 한국에 올 생각을 못 했는데 정작 중국에 나오니 영화에서 보았던 자유의 땅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던가, 부하와 민간인들이 모두 탈북을 동의했는데 어떻게 갈라졌고 자기는 어떻게 한국행에 성공했다던가 따위들도 믿기 어려워진다. 보도가 중점으로 다룬 건 탈북의 이유였다.
《또 “최근 고난의 행군세대가 북한군에 대거 입대하면서 이들이 군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탈영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3~4명의 탈영자가 1개 중대에 있는데 탈영 이유가 배고픔 때문”이라며 “그래서 최근 김정은이 ‘지휘관들은 엄한 맏형 노릇과 유치원 교양원의 심정으로 병사들을 대하라’는 지시를 내려 요즘은 군관들이 병사들을 살살 다뤄 군기가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마지막부분은 이전에는 군관들이 병사들을 험하게 다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남쪽사람들의 군대개념대로는 대번에 구타나 얼차려 따위를 상기시킬 법 하다. 남쪽 군대에서 자살, 폭행치사, 총기난사 등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유난히 많은 금년에 그것도 “국군의 날”을 앞두고 대표적인 보수언론으로 꼽히는 《조선일보》가 이런 기사를 흘렸다는 건 다분히 나름대로의 동기가 있을 것이다. 단 탈북과 중국관련부분을 좀 신경써서 잘 맞췄더라면 신빙성과 설득력을 높였을 텐데 어딘가 아쉽다. 《조선일보》가 한때는 그래도 정교하게 짜맞춘 소설들을 내놓았는데… [2014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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