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이 사라지자 평화가 찾아왔다. 보수언론이 ‘지켜본다’고 겁박했던 폭력시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불법행위가 일어날 것이 명백한 집회’기 때문에 집회 금지 통고를 한 경찰에 대해 법원이 집회 주최 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평화 집회와 행진을 허용하면서 5일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집회는 아무런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났다.
지상파 뉴스들도 이날 저녁 메인뉴스를 통해 2차 민중총궐기가 경찰과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는 소식을 주요뉴스로 전했다. 다만 지난 1차 민중총궐기 때 발생한 ‘불법폭력’ 상황이 시위대만의 책임인 것처럼 전가하면서, 평화집회를 위해 시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 지금껏 평화로운 촛불집회조차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는지에 대한 분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
   
5일 SBS ‘8뉴스’ 갈무리
 
KBS는 이날 ‘뉴스 9’에서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행진…마찰 없이 진행” 리포트를 첫 번째로 보도하며 “2차 민중총궐기 집회는 과격한 폭력 시위가 벌어졌던 지난 1차 집회와 달리, 별다른 마찰 없이 진행됐다. 검찰과 경찰이 준법 집회는 보장하되 불법 행위는 엄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야당 의원 30여 명과 일부 종교인들은 집회 현장을 찾아 평화 집회를 독려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KBS는 “의경을 아들로 둔 부모들도 집회 현장을 직접 찾아, 시위대의 불법 폭력 행위가 있는지 감시했다”면서도 취재진의 안전과 시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재방해감시단’과 경찰의 과잉진압 등 공권력 남용에 따른 인권침해 상황을 감시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지킴이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한택근)의 '인권침해감시단' 등의 활동 소식은 보도하지 않았다.
SBS도 마찬가지였다. SBS는 이날 ‘8뉴스’ 2꼭지나 할애해 주최 측은 평화시위와 경찰의 준법시위 보장 소식을 전했지만 “反폭력 여론 통했다…큰 충돌 피한 집회”, “곳곳 인간띠…시위 문화 새 기로에”라는 제목의 두 리포트에서는 시위대는 ‘불법’이고 경찰은 ‘준법’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혔다.
SBS는 “지난달 1차 집회 이후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주최 측은 평화 시위 약속을 지켰고, 경찰도 준법시위는 보장하면서 평화롭게 진행됐다”며 “2차 집회가 물리적 충돌 없이 진행되면서, 평화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주문했다. 시위대만 과격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경찰이 늘 준법적으로 집회를 보장할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법원의 집회 허용 결정이 없었다면 준법시위는 열리지조차 못 했을 것임에도 이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5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도심 대규모 집회 소식을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로 인한 교통 정체보다도 후순위에 배치했다. MBC는 “3주 만에 폭력 사라진 도심 집회”라는 앵커화면 제목의 리포트에서 집회 측이 평화적으로 시위를 했다는 소식과 ‘폭력시위 폭력난동’을 주장한 보수단체 회원의 집회 소식을 동시에 전했다.
한편 JTBC는 이날 ‘뉴스룸’에서 “오늘 집회에는 차벽도 물대포도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달 집회에서의 초기 과잉대응 논란을 의식해서 경찰은 가급적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며 “오전 광화문 사거리와 종각역 일대에는 경찰 차량과 차벽 수십 대가 투입됐지만 경찰이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JTBC는 또 “경찰은 차벽 없이 폴리스라인만 칠 경우에 손쉽게 시위대가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면서 불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우려에 그쳤다”며 “교통 흐름과 관련해 일본 경시청 관계자는 전염병 관리나 위생 등의 이유로 집회 측에서 행진코스를 변경해야 될 수는 있지만, 교통 흐름을 이유로 집회 자체를 허가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고 일본의 예를 들어 보도했다.
   
5일 JTBC ‘뉴스룸’ 갈무리
 
   
5일 저녁 서울대병원 후문앞에 설치된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현수막에 지상파와 일부 종편 TV들에 대한 불신을 담은 시민의 글귀가 적혀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