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30일 금요일

‘조건부 부검영장’이 기만적인 이유

3개 노동종합 법률원 공동으로 입장 발표
고(故) 백남기 농민 관련해 법원이 ‘조건부’로 발부한 부검 영장이 위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민주노총 법률원, 전국금속노조 법률원,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왜 법원의 판단이 위법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앞서 28일 법원은 검경이 청구한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 영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조건을 달아 발부했다. 법원이 제시한 조건은 △부검장소는 유족 의사를 확인하여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원하면 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할 것 △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을 허용할 것 △부검 절차 영상을 촬영할 것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이다.
3개 법률원은 이에 대해 “소송행위에는 형식적 확실성이 요구되므로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는 것은 형사절차의 명확성·안정성·소송관계인 이익을 위해 허용될 수 없다”며 “대법원은 ‘기속행위나 기속적 재량행위에는 부관(조건)을 붙일 수 없고, 가사 부관을 붙였다 하더라도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부검 영장은 장래 성취가 불분명한 조건이 무려 4개나 붙어 있다.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이나 검증 영장에서는 수색 또는 검증할 장소를 특정해 기재해야 하고 ‘여기 아니면 저기’같은 방식은 안 된다. 유족 추천 의사가 1명인지 2명인지도 확정할 수 없고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도 불명확하다. 사전에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데, 충분하다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법률원은 애초에 부검 자체가 불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설명했다. “부검은 사인이 불분명한 경우에 한해 실시하는 것이고 처음 영장 청구나 이후 재청구 당시에도 부검의 필요성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 기각 대신 검경에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영장 발부가 백남기 농민 유족의 의사와 인격권을 침해한 부분도 지적했다. 입장문에서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밝힌 유족에게 부검 장소와 부검 실시 여부를 협의하라는 것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다. 가해자인 경찰을 만나는 것도 유족에게 치 떨리는 일일 텐데 고인의 부검에 대해 협의까지 하라는 것이 과연 사회통념상 합당한지 슬프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입장문은 “위법하고 무효인 영장을 강제로 집행하거나 유족을 괴롭히는 일체의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지금 경찰이 해야 할 일은 또다시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사망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유족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라고 끝맺었다.
허수영 기자  heosw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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