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3일 일요일

청와대 턱밑에서 '7시간'을 묻다


세월호는 아직 끝나지 않아, 이미 끝난 건 박근혜 대통령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42일째. 12일 민중총궐기, 전국각지에서 모인 100만 국민에게 세월호는 끝나지 않았다. 국민 마음속에 끝난 것은 박근혜 정권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12일 밤의 절박한 구호와 함성은 청와대에 있는 박 대통령에게도 들렸을 터. 600명이 넘는 시민이 청와대까지 1km가 채 안 되는 경복궁역(내자동) 사거리에 모여 힘을 다해 외쳤다.
오후 10시 반께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공식 종료할 즈음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 수백 명은 다시 한 번 율곡로 광화문 앞을 지나 경복궁 방향으로 행진했다. 내자동 사거리는 이번 민중총궐기 집회 장소 중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이곳엔 이미 청년대학생이 주를 이뤄 두터운 차벽을 쳐둔 경찰과 대치 중이었다. 원래라면 청운동주민센터 지점까지 통행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경찰은 계획을 변경해 내자동 로터리(자하문로) 초입에 방어막으로 무장한 차벽을 치고, 폴리스라인을 구축했다.
416가족협의회 방송차는 폴리스라인 앞에서 멈췄다. 폴리스라인 최전방에만 600여 명, 그리고 그 뒤 내자동 로터리엔 3,000여 명의 시민이 앉았다. 자정이 되자 경찰 측은 “집회 신고 시간이 끝났으니 시민 여러분은 질서를 지키고 자진 해산해 달라”고 방송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집시법에 따라 청와대 앞 100m를 보장하라”고 응답하며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새벽 1시가 넘어서도 시민들의 외침은 멈추지 않고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방'을 묻거나 '구속'을 촉구하며 경찰 차벽 너머의 청와대를 향해 울려 퍼졌다. 맨 앞에 선 시민들이 차벽으로 사용된 경찰 버스를 두드리며 외치기도 했다.
“열어라! 열어라!”
“평화집회 보장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세월호, 아직 우리가 지키지 못한 약속
앞서 촛불문화제 진행자는 세월호 참사를 일컬어 “우리가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이라고 표현했다. 참사의 진상규명은커녕 미수습자 9명이 세월호 선체와 함께 아직 바닷속에 수장된 채로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 중엔 선체가 인양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진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터 종로구 대학로를 출발해 광화문에 도착한 민중총궐기 거리행진에서나 광화문 세월호광장 분향소 앞에 줄지어 분향과 헌화하는 국민들 마음속엔 여전히 세월호 한 척이 가라앉아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 미수습자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방송차에 탑승한 진행자의 발언을 듣곤 세 명이 짝지어 걸어가던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들 역시 “인양 왜 안 해? 아 완전 불쌍해”라며 '청소년 특유의 말투'로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세월호 미수습자수습과 선체인양 및 진상규명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 9월 30일로 강제 해산됐고, 특조위 중구 저동 사무실은 지난 11일 철거당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날, 해수부는 '올해 안에 선체 인양 불가능하다'고 선포하곤 인양방법과 장비를 바꿔 내년 봄 다시 작업하겠다고 밝혔다.
최순실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진 뒤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방불명 7시간도 최순실 씨와 관련됐을 가망성이 크다'라는 의혹이 거세게 일자,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갖고 "경호실에 확인한 결과, 4월 16일 당일 외부인이나 병원 차량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도 없다. 대통령은 당일 정상 집무를 보았다"라고 말하며 '세월호 7시간'에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것은 유언비어'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의혹에 대한 전면부인만으로 국민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세월호의 분노와 아픔이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아버지와 세월호 광장을 둘러보던 한 여고생이 말했다.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억울하게 죽었는데. 기억해야죠." 

이명주 기자  ana.myungju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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