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관 2∼3기를 갖추고 장시간 잠행이 가능한 신형 잠수함 개발에 나서 80%의 건조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도쿄신문이 대서특필한 내용이다. 신문은 북한 국방 관련 관계자를 인용해 신형 SLBM ‘북극성 3’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했다. SLBM까지 실전 배치가 끝나면 북한의 핵위협이 한층 더 짙어질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다.
지난해 8월 24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3일 함경남도 신포 동북방 동해에서 실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현장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출처: 중앙포토]
앞선 3일 북한은 “김정은의 지시하에 수소 핵폭탄 시험인 제6차 핵실험에 성공했다”며 수소폭탄 개발 소식을 만천하에 알렸다. 게다가 지난 7월엔 2회에 걸쳐 발사 시험한 장‧중거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IRBM)에 핵탄두 탑재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던 터였다. 특히 한·중·일 3개국은 북한 SLBM 실전 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발사 징후 탐지가 어려워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 크기 비교. 중국 해군 핵심 전력 잠수함으로 평가받는 Type 092 샤(夏)급, Type 094 진(晉)급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 Submarine Matters]
대체 북한은 어디서 이런 기술을 얻었을까. 순수 개발했을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과거 중국이 재래식 잠수함(SSB), 재래식으로 무장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 그리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어딘가 닮아 있다. 중국 해군은 Type 031 G급 SSB를 통해 쥐량(巨浪:JL)-1·2호 SLBM 시험발사했다. 이후 Type 091 한급과 093 샹급 SSN의 핵추진체 개량을 통해 Type 092 샤(夏)급, Type 094 진(晉)급 건조했고, 핵 추진에 핵탄두까지 갖춘 전략핵잠수함(SSBN)이 탄생했다.
지난해 8월 24일 김정은 위원장(흰색)이 SLBM 기술자들과 발사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뒤의 고래급 잠수함은 SLBM 한 발을 장착한다. 출처: 중앙포토]
종결점은 SSBN인 셈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 신포급 또는 고래급 SSB에서 북극성-1호 SLBM 개발을 마치고 밟을 다음 수순은 신형 SSBN 개발일지도 모른다. 일본·대만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앞으로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할 경우 수소폭탄 개발과 같은 충격 카드 SSBN을 꺼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고도 500km, 거리 500km 날아간 북 SLBM. 북한 SLBM 개발 일지. [출처: 중앙포토]
북한 SLBM이 중국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북한이 핵잠수함을 건조해야 하는 상황이 과거 중국과 비슷하다. 중국도 개발 초기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최근엔 중국인 “북한 정권 붕괴를 방치하지 않겠다”며 공식적인 입장까지 표명한 상황이다.
다음으로 지리적 인접성이다. 중국 해군이 잠수함을 건조하는 후루따오(葫蘆島) 조선소와 잠수함 기지 대부부분은 북한과 인접한 다롄(大連), 여순(旅順), 칭따오(靑島) 등에 있어 필요하면 얼마든지 각종 부품을 ‘밀거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중 간 유‧무형의 군사협력이다. 중국 해군의 주요 잠수함 건조 및 기지는 북해함대사령부가 관리하고 있다. 북해함대사령부는 중국 북부전구사령부(北部戰區司令部)는 북한 군부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 중국 춘제(음력설) 연휴 기간 094 핵잠수함 3척이 싼야의 한 해안에 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대만 언론 원트 차이나 타임스는 미 해군정보부(ONI) 이전 보고서와 이 사진 등을 근거로 중국이 싼야 야룽(亞龍)만에 세계 최대 핵잠수함 기지를 건설 중이라고 전했다. [출처: 중앙포토]
북한의 전력 개발 과정을 보자. 북한은 신포급 또는 고래급 SSB를 건조하기 위해 구소련 G급 SSB를 고철로 들여왔다. 게다가 중국 해군의 Type G급 SSB 운영 노하우와 1985년 시험발사에 실패한 사정거리 2000㎞급 구형 ‘JL-1호’ SLBM 설계도를 입수했다고 알려져 있다. 북극성-1호 (KN-11) SLBM을 독자적으로 제작한 비결인 셈이다.
실제 2014년 11월 북한은 이례적으로 전장 76m에 배수량 1800톤 신포급 잠수함을 새로 건조했다. 다음 해인 2015년 3월에 북극성-1호 SLBM를 발사에 활용했고, 8개월 뒤인 11월 28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신포급 잠수함, 북극성 1호 어딘가 중국과 닮아있다.1959년 2월 4일 구소련과 체결한 『2‧4협정(二四協定)』을 등에 업고, 중국 해군은 G급 SSB 건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JL-2 SLBM으로 추정되는 쥐랑-2 핵 미사일 [출처: 중앙포토]
다음 해인 1960년 4월 1일 다롄 조선소에서 구소련 SS-N-4 탄도미사일을 3기 탑재할 수 있는 3000톤 G급 SSB가 건조해 1966년 중국 해군에 인도됐다. 이후 1972년 말 중국 해군 G급 SSB를 개량해 수중 30미터에서 SLBM 발사에 성공했다. 다시 7년 후 성능을 개량해 황해 심해에서 SLBM 시험 발사를 성공한다.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4000톤 Type 034 칭(靑)급 잠수함에 ‘쥐량(巨浪:JL)-2’ SLBM를 실전 배치했다. 북한이 같은 코스를 밟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최대 사거리 8000㎞. [출처: 중앙포토]
이런 상황에서 한국 해군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전략핵잠수함(SSBN)을 보유하는 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물적·인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중국 해군의 SSN 개발 과정을 남북한 모두에게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어디까지나 한국 해군이 SSBN 보유를 천명했을 때 해당하는 얘기지만 말이다.
중국 해군은 SSBN 개발 과정에서 총 네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독자형이나 무리하게 국내 생산을 고집하지 말자! 1968년 11월 23일 중국 해군은 구소련이 기술이전을 거부하고 나섰다. 구소련 제1세대 핵잠수함 건조 기술과 노하우만 남았고, 이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결국 어뢰 20발과 기뢰 36발을 탑재하는 Type 091 한급 SSN을 건조했다.
중국 Type 091 한급 원자력잠수함 [출처: Global Military Review]
물론 문제는 심각했다. 1970년 12월 26일 중국 해군이 인도받았으나 터빈식 추진체계 소음이 커 사실상 은폐 능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표적을 제대로 잡는 것도 힘들었다. 프랑스산 구형 DUUX-5 저주파 소나를 탑재해 단일 표적만 노렸다. 기술적 문제가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해군은 이런 문제를 공식 인정했다. “만년(萬年)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노력해야 한다”고 선언할 정도로 능청스럽게 사업을 끌고 갔다.
하지만 한국 해군은 단지 추진체계 국산화 여부에만 혈안이 돼 있다. 과감하게 해외 핵추진 체계를 도입할 생각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한국 해군은 독일 209급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국내에서 건조해 인도네시아에 수출까지 했고 세계적인 건조·운용 노하우를 갖고 있다. 중국 해군만큼이나 현실을 직시하고, 끈기 있게 추진하면 중국 해군보다 몇 배 더 빠르게 SSBN을 가질 수 있다.
한국 해군은 독일 209급 잠수함을 기초로 한 장보고함을 운영하고 수출까지 하고 있다. [출처: 중앙포토]
둘째, 정치적 영향을 배제해라! 중국은 미국과 구소련이 핵무기 보유에 나서면서 1960년 3월 22일 당(黨) 중앙군사위원회 산하에 ‘핵잠수함 연구 및 건조를 위한 영도소조(中央軍委組建核潛艇硏制領導小組)’를 꾸렸다.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 이를 혁명기 ‘창청(長征)’을 다시 일으킨다는 의미를 부여했고, 이후 중국 해군 잠수함은 모두 창정이란 이름이 붙는다. 외국 군사전문가들도 한국 해군을 보면서 “한국 해군도 SSBN 확보에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방부 차원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전략사업으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 Type 094 진(晉)급 잠수함이 건조된 중국 랴오닝성 후루다오 조선소. 이 위성사진은 2014년 촬영된 구글어스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출처: 밀리터리 리뷰]
셋째, 단계를 확실히 밟아라! 1960년대 영도소조는 “우선적으로 대잠용 어뢰 탑재 핵잠수함(SSN)을 건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SSBN을 건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한꺼번에 못 만드니 하나씩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자는 얘기다. 중국산 Type 091 SSN은 당시 미 해군 최초 SSN 노틸러스호와 구소련 이중선체 구조를 모방해 만들었다. 핵추진 체계도 초기에 우라늄 농축 수준 3%에서 10%까지 끌어올렸다. 30년 가까이 걸린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3000톤 규모 ‘장보고-Ⅲ batch-3’ 추진체계조차 확정 짓지 못했다. 한 번에 제대로 만들겠다는 건 알겠지만, 어디 무기가 그런가. 앞으로 SLBM 보유에 맞춰 SSN부터 만들고 개량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SLBM 발사구를 개방한 중국 Type 094 진급 SSBN [출처: 위키피디아]
넷째, 작전 반경을 넓혀라! 중국 해군은 기술적 문제로 SSBN을 발해만과 황해에만 집중시켰다. 이른바 ‘요새전략’이었다. 하지만 Type 094 진급 SSBN을 도입하면서 남중국해 하이난섬(海南島) 산아(三亞)기지로 작전 반경을 넓혔고 인도양 진출까지 꾀하고 있다. 현재 북한도 중국 해군의 전략을 따라 신포급 SSB 이후 신형 SSN이나 SSBN을 구축하면서 태평양까지 진출해 미국 본토 타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이미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강군으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기존 잠수함을 개량하는 것은 물론 최첨단 잠수함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해군도 중국 해군을 따라 더 은밀하고 위협적인 수중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해군이 걸어온 길, 한국군이 북핵 위협에 맞서서 가야할 길인지도 모른다.
글=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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