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0-04-24 05:00수정 :2020-04-24 06:08
반도체공장서 일하다 숨진 황유미씨
아버지 앞으로 딸 생일날 편지 날아와
2년전 ‘반올림-삼성’ 중재협약 따라
삼성서 피해자에 개별사과문 발송
진정성 기대한 황씨 “두루뭉술” 허탈
“사망 인과관계·책임자 처벌 언급없어”
아버지 앞으로 딸 생일날 편지 날아와
2년전 ‘반올림-삼성’ 중재협약 따라
삼성서 피해자에 개별사과문 발송
진정성 기대한 황씨 “두루뭉술” 허탈
“사망 인과관계·책임자 처벌 언급없어”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2017년 3월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앞에서 투병 시절 딸의 사진이 담긴 손팻말을 든 채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H6s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물론 이번 편지가 삼성 쪽의 첫 사과는 아니다. 2014년 5월 권오현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반도체부품 부문장)이 첫 공식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저희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분들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나셨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로,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모임인 반올림 쪽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과 내용에 반도체와 백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대목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반올림의 장기 농성이 시작됐다.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페이스북에 23일 올린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반도체 백혈병 관련 첫 ‘개별 사과문’. 황상기씨 제공
정한 표현으로, 힘들게 절충안이 만들어진 결과다. 중재안이 수용되면서 2015년 10월7일 시작해 1023일 동안 계속되던 농성도 끝났다.
공식 사과 17개월 만에 피해자들에게 개별 사과문이 발송된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중재협약은 반올림 연계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끝낸 보름 안에 피해자들에게 개별 사과문을 발송하기로 했다. 최근 이들에 대한 보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개별 사과문을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중재협약이 개별 사과문의 내용까지 적시한 건 아니지만, 이번 개별 사과문의 내용은 앞서와 다르지 않다. 2018년 당시 ‘충분치 않지만 삼성전자의 다짐’으로 받아들이겠다던 황상기씨의 남은 기대도 무너졌다.
황씨는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두루뭉술한 사과다. 받아보는 처지에선 사과인지 아닌지 명확한 게 하나도 없어 어리둥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사과한다고 했는데 어떤 유해인자 때문인지 그 성분과 노동자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무엇인지 또 산업안전 관리 소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어떤 것인지 등 구체적 언급이 없다”며 사과의 진정성 부족을 거듭 지적했다. 개별 사과문 발송으로 중재협약에 따른 지원보상과 사과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거듭된 사과도 피해자 유족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황씨에게 삼성 쪽의 사과편지가 도착한 4월21일은 숨진 유미씨의 35번째 생일이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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