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8일 월요일

‘반토막’ 난 이재용 형량...“중대한 정경유착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

 


시민단체들 “삼성 준법감시위 양형 적용 시도는 잘못된 실험”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1-01-18 18:59:53
수정 2021-01-18 18: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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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1.1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1.18ⓒ김철수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결정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12호 중법정에서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고, 이 부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간 이 부회장 측에서 요구하던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선고됐지만, 1심에서 선고된 징역 5년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감형됐다. 앞선 결심 공판에서 특검 측이 구형한 징역 9년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2017년 8월 1심은 전체 뇌물액 가운데 승마 지원 72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총 89억원을 유죄(뇌물공여)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018년 2월 항소심에서는 1심이 인정한 뇌물액 중 상당부분을 제외하고 36억원만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대폭 감형하고 이 부회장을 석방했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 가운데 50억원 가량은 유죄로 인정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이 항소심보다 뇌물액을 더 높게 판단함에 따라 형량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재판부는 집행유예만 거둬들였을 뿐 징역에 대한 형량은 항소심 선고를 그대로 적용했다.

저지른 범행이 더 무겁다는 것이 법원에서 인정됐지만, 그에 따른 처벌은 그대로인 셈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이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선고된 것은 환영하면서도 2년6개월의 징역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18일 논평을 내고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스스로 적극적인 뇌물공여 의사를 밝히고 86억여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며 "범죄의 중대성과 국정농단으로 야기된 사회적 혼란 등을 감안하면 매우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불법 합병 과정 묵인이나 국민연금을 통한 부당지원 등을 박근혜 정부에 요구한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라며 "재판부의 판단은 쌍방의 범죄행위가 아니라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한 것이라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초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나마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요구하는 경우 거절이 어려운 점을 참작할 때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양형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논평에서 "횡령·뇌물공여 등을 인정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 따라 중형 선고가 마땅함에도 이 부회장의 준법경영 의지를 높이 판단하는 등 모순된 논리로 1심(징역 5년형)에 못 미치는 형량을 적용했다"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며 기회주의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재벌이 사익편취와 경영승계를 위해 정치권력과 결탁하는 일은 더는 용인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특검이 재상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을 통해 재벌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선고하던 과거의 악습을 끊어낸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 공여로 인해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점 등 특별가중요소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이재용에 대한 징역 2년 6월의 형벌은 너무 가벼워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1.1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1.18ⓒ김철수 기자

또한 이번 재판에서 쟁점이었던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설치가 결과적으로 양형에 감안되지는 않았지만, 재판부가 준법감시위 운영을 평가해 양형에 적용할지 여부를 판단한 과정 자체가 양형제도의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되어야 할 준법감시제도를 오히려 기업에 대한 가해자인 재벌총수 개인에게 적용한 재판부의 잘못된 실험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한 취지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기업 준법감시제도의 설치여부와 실효성에 대한 평가를 해당 기업에 대한 가해자이자 개인인 재벌총수의 형량을 낮추는 요인으로 반영하려는 것은 명백히 양형제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도 재판부의 준법감시위 평가를 두고 "비정상적인 법리"라고 비판하면서 "향후 유사 사례에 적용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에서는 향후 재벌 총수의 개인범죄에 대해 이 같은 작위적 논리를 적용하지 않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가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온 이른바 3.5 법칙(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흑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변 또한 "기업총수가 기업에 손해를 입히는 재범 우려에 대해 준법감시제도를 잘 갖추었는지를 파악해서 그 기업총수의 형량을 낮추는 요인으로 반영하려는 것은 양형제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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