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3일 토요일

사실상 ‘여행 금지’임에도 적절한 지원 못 받고 폐업 위기 처한 중소여행사

 


김민주 기자 kmj@vop.co.kr
발행 2021-02-13 17:05:05
수정 2021-02-13 19: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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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날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3∼4월 '4차 대유행'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2021.2.4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날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3∼4월 '4차 대유행'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2021.2.4ⓒnews1

코로나19 장기화로 여행업은 1년간 매출 ‘제로’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출과 아르바이트로 버텨온 여행사 대표들은 이제 폐업을 해야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40년간 여행사를 이끌어온 양희덕(67) 김삿갓투어 대표는 지난해 4월 직원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임대료 150만원에 관리비 30만원, 인건비 등으로 유지비만 매달 450만원이 나간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배달 아르바이트비로 버텨왔다.

양 대표는 현재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을 더는 못 버틴다. 계속 까먹을 수가 없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워낙 안 되니까 나도 지쳐서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1990년부터 여행업을 시작한 김상현(53) ㈜주말여행 대표 역시 “나만 생각하면 폐업하는 게 훨씬 낫지만 10년 넘게 같이 일해온 직원들을 생각해 대출받거나 알바를 하면서 지켜왔다”면서도 “이제는 정리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와 임대료, 구청 면허세, 여행사 보험금, 예약 시스템 이용료, 전화비 등 월 100만원이 고정적으로 든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임대인이 대한체육회인데, 임대료를 깎아주고 있어서 그나마 적게 나가는 편”이라고 부연했다.

30년간 여행업을 운영한 박범수(52) 우리여행협동조합 부이사장(굿필링인터네셔널 대표)은 “젊었을 때부터 했던 일이 이 일이고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다. 더 장기화하면 폐업도 고려해야겠지만 최대한 이끌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 부이사장은 다른 여행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제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서비스)와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서비스)만 하다가 지난해 울릉도와 제주도 등 국내여행을 시도했는데 2차 유행이 오면서 환불해주기 바빴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이 3명이었지만 지난해 4월 2명을 정리했다. 사무실도 단독으로 쓰다가 지난해 6월부터는 한 공간에 세 여행사가 같이 쓰고 있다. 고정비를 최소한으로 줄였지만 한 달에 300만원은 지불해야 한다.

박 부이사장은 지인을 통해 기회가 날 때마다 물류 쪽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정비를 마련해왔다. 앞으로는 건설 현장에서 종일 일할 심산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어려웠지만 이제 한계가 왔다”며 “그래도 돈을 벌어야 사무실을 유지하고 먹고는 살고 대출금을 갚으니까 평택에서 건설 막노동을 하려고 한다. 여행업종 사람들이 딱히 기술이 없어서 그쪽으로 많이 가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가입돼 있는 여행사 단체인 우리여행협동조합은 지난달 25일부터 국회와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가입돼 있는 여행사 단체인 우리여행협동조합은 지난달 25일부터 국회와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우리여행협동조합

여행업 직접 지원은 1년간 200만원뿐

이들은 여행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실제 여행사 대표에 대한 직접 지원은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의 소상공인을 위한 재난지원금이 전부였다. 더구나 여행업은 ‘집합금지’나 ‘집합제한’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반업종’으로 분류돼 100만원만 두 번 받았다.

여행업계는 그동안 정부가 ‘여행 자제’를 거듭 당부한 만큼 사실상 ‘여행 금지’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소규모 여행사 대표들이 모인 우리여행협동조합은 지난 3일 올린 ‘위기의 여행업. 너무도 절망적입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에서 “14일 강제 격리 조치는 집합금지와 집합제한 업종 이상의 타격을 줬다”며 “집합금지 업종에 준하는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박 부이사장은 “정부에서 여행을 자제하라고 했는데 금지라는 단어를 안 썼을 뿐이지 국민적 상식에 통용되는 것으로 봤을 땐 금지나 똑같다”며 “역사상으로도 여행을 금지한 나라는 몇 개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자가격리 등으로) 여행이 어려워진 것도 역사상 처음이다. 그래서 자제 자체가 금지랑 거의 똑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주지만 폐업 막는 데는 미흡

지난해 8월 정부는 여행업이 포함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을 다음 달까지 연장하고, 해당 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을 연간 180일에서 60일 연장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감원 대신 유급휴업·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의 일부를 지급하는 제도다.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수준이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까지 인상된다.

그러나 여행업계의 매출 ‘0’ 상태가 1년째 이어지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 여행사 대표들에게는 직원 인건비의 나머지 10%와 4대 보험료를 내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박 부이사장은 “사업주를 직접 지원해 사업체가 유지돼야 고용유지지원금도 직원한테 돌아갈 수 있다”며 “사업주한테는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고 알아서 버티라고 하면 못 버티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홍규선 한국여행학회장(동서울대 관광학부 교수)은 “매출은 없는데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가 나가니까 마이너스다. 임대료는 너무 크니 적어도 4대 보험료를 유예하든가 지원해줘야 고용을 유지하고 폐업은 막을 수 있다”며 “이탈리아나 헝가리는 4대 보험을 면제하고 아이슬란드는 납부 기간을 유예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또 “경주 지역에 지진 났을 때 재난 지역으로 선포해 각종 보험료나 이자를 전부 유예시켜줬다”며 “특별법 제정 등으로 업종에도 재난 업종을 지정해 코로나 시기 여행업을 재난 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되면서 4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도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힌 만큼,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방역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해외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이 방역복 차림으로 입국하고 있다. 2021.2.5
국내에서 처음으로 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되면서 4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도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힌 만큼,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방역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해외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이 방역복 차림으로 입국하고 있다. 2021.2.5ⓒnews1

정부가 여행업 위기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미 폐업을 단행한 여행사도 적지 않다.

한국여행업협회가 지난 1월 작성한 ‘전국 여행업체 실태 전수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여행업으로 등록된 17,664개 업체 중 지난해 10월 4,583개 업체(26%)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로 4곳 중 1곳 이상이 문을 닫은 셈이다.

박 부이사장은 “정부는 여행업을 ‘없어도 되는 업종’ 혹은 ‘없으면 조금 불편한 업종’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과거와 현재의 여행은 차원이 다르다. 80~90년대엔 있는 사람이 가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삶의 질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또 K팝처럼 우리나라를 외국 사람들에게 알려 부가가치도 큰 산업”이라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각국의 관광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두툼하다.

비영리단체인 서울특별시관광협회가 정리한 ‘코로나19 피해극복을 위한 주요 국가 관광업예 지원방안’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각각 1년 매출의 50%, 최대 200만엔(2300만원)을 지원한다. 임대료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호주는 수입이 25% 이상 줄어든 관광대표자와 임직원에게 6개월간 인당 3,000불씩, 이후 6개월간 2,500불씩 지급한다. 법인 사업체에는 3만 5,000불을 별도 지원한다. 뉴질랜드는 여행업체에 두 차례에 걸쳐 800~900만원을 지원하고 고용유지지원금도 매달 약 160만원씩 9개월간 지급하고 있다.

여행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재정당국과 국회에 자금 지원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 담당자는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국회 쪽에 자금이 필요하다고 호소를 많이 했지만 재원 문제 때문에 안타깝게도 희망이 안 보이는 것 같다”며 “출국할 때 일정 부분 받아들이던 관광진흥개발기금이 지난해부터 벌써 고갈돼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큰 결정 사항이다 보니 못 해주고 있다. 계속 요구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4대 보험료 납부를 유예하거나 면제를 해 드리려면 해당하는 기간이나 기재부에서 예산이 지원돼야 한다. 이것 또한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융자 지원을 확대했지만 융자가 다가 아니다. 지금 업을 영위해 나가는 게 제일 중요한 상황이다 보니 운영상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지원 당시 ‘일반업종’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 “문체부에서도 실질적으로 여행을 못 하게 된 상황이니 집합제한 업종에 대한 지원 수준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정책 담당자는 “여행업은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적으로 문을 못 열게 하거나 시간제한을 한 게 아니니까 일반업종으로 분류된다”며 “여행업이 심각한 거는 알고 있지만 전 업종이 다 피해를 봤다. 여행업만 따로 떼서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는 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여행업에 대한 추가 지원책에 대해 “현재 4차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제 얘기가 나오니까 향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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