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미국 경찰은 조지 플로이드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지나친 폭력이 그렇게 문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기소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질 만큼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를 불법적으로 과잉 진압했다. 그 와중에 시위의 과잉 진압을 부추기고 더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한 시위 제한 법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종주국인 미국 전역에서 등장하고 있다. 이를 정리한 트루스아웃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Over 100 Anti-Protest Bills Have Been Introduced Since George Floyd Rebellion
이달 초였다. 미국 국토안보부의 헬리콥터가 위험할 정도로 낮게 날아와 역대 최대 인원이 모인 미네소타 3호선 송유관 반대 시위대를 뚫고 착륙했다.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그런 것이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시위대가 뒤집어쓴 게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무단 침입 혐의다. 미네소타 공화당 하원의원 셰인 미크랜드와 에릭 루세로의 뜻대로 했으면 시위대는 심각한 중범죄 혐의를 받고, 5천 달러의 벌금을 물고, 수십 억 달러 규모의 대기업 엔브리지가 입은 모든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했을 것이다.
지난 2월 말 위 내용의 법안을 상정했던 미크랜드와 루세로만 그런 억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다. 공화당의 주 정치인들이 미국 전역에서 흑인들에 대한 경찰 폭력 혹은 되돌릴 수 없는 환경 파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런 구조적 문제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공격할 생각만 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미국의 45개 주에서 상정된 시위 제한 법안들이 무려 225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 100여 개는 흑인 해방을 외치는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 2020년 6월 이후에 상정됐다. 그리고 225개 법안 중 34개가 법으로 제정됐다. 가장 최근에는 테네시, 몬태나, 오클라호마에서 시위 제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아이오와, 텍사스,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와 오하이오는 지난 2개월간 법 제정에 박차를 가했다.
경찰노조와 연계된 조직들의 지원으로 통과된 경우가 많은 이 34개 법안은 다양한 종류의 처벌 전술을 활용한다. ‘폭동’이나 ‘가중 폭동’의 정의를 넓혀 시위 현장 근처에 있기만 해도 사람을 체포해 중범죄 혐의로 오랜 기간 복역하게 하는 법이 있는가 하면 도로 점거 처벌을 대폭 강화한 법도 있다. 또, 남북전쟁 이후에 국가가 백인 폭도들의 흑인 린칭을 사실상 승인했던 것과 흡사하게, 일반인이 자기 손으로 범죄자(?)를 응징하는 폭력을 용인하는 법도 있다. 또 미네소타와 오리곤에서는 시위법 위반자가 식료품 지원이나 실업수당 등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법안들이 제정을 앞두고 있다.

이런 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우선, 사회운동을 억압하려는 보수 우파가 주 단위에서 벌이는 여러 노력의 일부로 시위를 제한하는 법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투표권과 성전환자의 권리, 낙태를 제한하는 여러 법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우파의 노력도 비판받는다. 사회정의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은 젊은 세대가 등장하고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을 중심으로 공동체의 결집력과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우파가 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테네시의 시위 제한 법만 봐도 그런 비판을 반박하기 어렵다. 테네시 법에 따르면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시위마저 ‘가중 폭동’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2020년 8월, 테네시는 가중 폭동 형량을 최소 45일의 구금으로, 그리고 최근엔 최소 60일로 강화했다. 또 범죄(=시위)를 저지를 목적으로 테네시로 오거나, 폭동(=시위) 참여에 대한 대가를 받은 사람도 최소 60일의 구금에 처하기로 했다. 또 주 소유 토지에 불법으로 캠핑(=시위나 시위자를 위한 텐트를 세우는 것)을 하는 것이 이전에는 경범죄였는데, 역시 작년 8월에 최대 6년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가 됐다.
반대 시위 때문에 키스톤 XL 송유관 프로젝트를 결국 취소한 몬태나는 지난 5월 법을 개정해 가스 및 석유 파이프라인을 포함한 ‘중요 기반시설’ 주변의 시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시위 중 타인의 재산을 손상할 경우 최대 15만 달러의 벌금과 징역 30년형을, 그리고 ‘공모자’로 기소된 조직은 최대 150만 달러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몬태나 법 개정 뒤에는 관련 기업들이 지원하는 악명높은 미국 입법 교류위원회(ALEC)가 있다. 공화당 의원들과 기업, ALEC과 같은 단체와 보수 싱크탱크들이 힘 합쳐 각자의 역할을 조율하며 우익 의제에 맞는 반동적인 법안을 주 의회들에 쏟아 붓고 있다. 각각의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억압과 두려움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고, 통과되는 극소수의 법안으로 국민의 시민권, 인권 및 헌법상의 기본권을 조금씩 깎아낼 수 있다.
개정된 몬태나 법이 키스톤 XL 송유관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때에 있었다면, 사회운동진영이 승리를 거두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물론 예전 법이 적용되고 있는 재판에서도 활동가들은 이미 가혹할 정도의 처벌에 직면해 있다.(원주민 활동가 오스카 하이 엘크는 중범죄 1개, 경범죄 11개로 기소돼 최대 22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새로 제정된 오클라호마 법들은 시위 참여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의도치 않게’ 시위대를 다치게 하거나 죽인 운전자에게 민사 및 형사상의 면책권을 줌으로써 시위대에 대한 차량 폭력을 사실상 인가했다. 이와 비슷한 법이 테네시, 미주리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검토되고 있다. 아이오와와 워싱턴에서도 시위대를 다치게 하거나 죽인 운전자가 정당방위를 주장할 경우 민사상의 면책권을 주는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이 법들은 주 정치인들과 경찰이 과거 흑인 해방 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사용했던 전술, 경찰과 KKK단의 유착과 너무 흡사하다. 예나 지금이나 민중을 억압하는데 경찰이 손잡을 수 있는 세력이 있으면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위 제한 법안이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지플로이드, 브레오나 테일러, 토니 맥데이드, 그리고 다른 흑인들을 경찰이 죽인 이후 전국적으로 일어난 시위를 진압할 때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들이 덜 억압적이었던 건 아니다.
시위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민주당 의원들도 있다. 일례로 로드아일랜드의 민주당 레오니다스 랩타키스 주 상원의원은 ‘의도적 혹은 무모하게’ 고속도로 교통을 방해한 자를 최소 1년형에, 같은 죄를 또 저지르면 최소 3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두 공화당 주 상원의원과 공동 발의했다.
그런데 우익의 이런 조직적인 노력에 맞서는 조직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미주리에서는 흑인 투쟁 기구(OBS), 미주리 신앙 목소리(MFV), 유대인 공동체 관계위원회(JCPA) 등의 시민운동조직이 연합해 지난 3월 의회가 시위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때 함께 싸웠다. 그리고 오클라호마에서는 지난 4월에 주지사가 법안에 싸인을 할 때 시위대가 주 의사당을 점거하기도 했다.
또 NAACP 법적 방어 및 교육 기금과 미국 시민 자유 연합(ACLU) 플로리다 지부, 지역공동체 정의 프로젝트(CJP)이 공동으로 플로리다의 새로운 ‘공공질서 유지법’의 합헌여부에 대해 소송을 걸었다. 이 법은 공화당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약탈과 폭동 방지법, 친경찰법”이라고 자랑한 법이다. 이로써 플로리다는 경찰 예산의 삭감을 방지하고, 폭동의 정의를 넓혀 시위자 구속과 기소를 용이하게 하며, 도로 차단에 대한 벌금을 인상하고 동상이나 깃발, 국기를 훼손하는 것을 중범죄로 규정하는 등 시위를 제한할 각종 기제를 마련했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다른 주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드림 디펜더의 네일라 서머스 임시공동대표는 “위험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위헌인 공공질서 유지법은 2020년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후 미국 전역의 거리를 메웠던 2천 6백만 명의 시위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 말도 안 되는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반대세력의 입을 막고 인종차별을 법제화하려 한다”며 분노했다.
이런 법들은 확실히 새로운 방법으로 시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미국에 이미 사회운동을 불법화하고 특히 흑인 활동가들을 처벌하기 위한 억압적인 법이 너무 많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폭동법 중 하나는 가난한 농부들이 지배계층에 맞서 셰이즈의 반란(1786~87)을 일으키자 1786년 매사추세츠 주에서 통과됐고,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흑인 노예들이 저항하기 시작하면서 통행금지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흑인의 권리를 찾으려는 운동이 1960년대 미국을 휩쓸자 각 주의 폭동법들이 대폭 강화됐고, 민주당의 린든 B. 존슨 정권도 1968년에 연방 폭동법을 통과시켰다.
2014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에게 살해 된 후 미주 퍼거슨을 시작으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는데, 이로 인해 여전히 감옥 생활을 하고 있는 활동가가 최소한 6명 있다. 그리고 내일의 활동가나 시위 참여자는 더 혹독한 벌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시위는 또 다시 폭발할 것이다. 그러지 않기에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한 활동가가 말했듯, “국민이 대대적으로 거기로 나와 시위를 벌일 때에는 그들이 문제 삼는 구조적 문제, 기존의 제도권 메카니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정상”이다. 눈에 불을 켜고 사회운동의 입을 막고, 처벌하려 하는 대신, 전국의 의원들들은 국민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국민의 요구를 이해하고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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