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3일 일요일

[세상보기]코로나 용어의 '언어 비용'은 얼마일까

[세상보기]코로나 용어의 '언어 비용'은 얼마일까 2022-02-14 기사 편집 2022-02-14 07:05:07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페이스북트위터구글 플러스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네이버밴드핀터레스트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 김형주 상명대 국어문화원 교수 '언어 비용'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언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심리적 손실을 비용으로 환산한 개념이다. 즉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접했을 때, 그 말의 뜻을 몰라 질문을 하거나 검색을 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그러한 말로 인해 받게 되는 스트레스나 수치심을 비용으로 환산한 것이다. 어디 이해하기 어려운 말뿐이겠는가? 막말과 욕설도 막대한 언어 비용을 치러야 한다. 평판이 나빠지거나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입이 거친 몇몇 논객이나 정치인이 아니고서는 그러한 말을 공적인 환경에서 공공연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오히려 공적인 환경에서 더 자주 사용되는 분위기다. 결국 언어 감수성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적인 환경에서 어려운 말을 사용해야 권위가 선다는 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탓인지 굳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쉬운 언어를 만드는 과정부터 이를 널리 알리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근거로 굳이 쉬운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반문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오히려 쉬운 말을 쓰는 것이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10년에 국립국어원은 우리 국민이 자주 접하는 민원서식과 보도자료 등에 어려운 말을 사용함으로써 낭비되는 '시간 비용'을 현대경제연구원(이하 연구원)에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연구원은 공무원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사용함으로써 매년 약 284억 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연구원에 의뢰하여 그동안 오른 물가와 달라진 환경 등을 반영하여 새롭게 '시간 비용'을 산정하였다. 아울러 이번에는 어려운 말을 접함으로써 국민이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비용으로 환산하였다. 그 결과, 민원서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말 때문에 국민이 2분의 추가 시간을 쓰고 공무원이 1분의 추가 시간을 쓴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1952억 원을 낭비하게 되고, 보도자료 등을 접하는 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말 때문에 국민이 1분의 추가 시간을 쓴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753억 원을 낭비하게 된다고 밝혔다. 즉 정부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계속 사용할 경우, 연간 2705원이라는 언어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접했을 때 우리 국민이 받는 심리적 스트레스 지수를 설문조사 방식으로 확인한 결과 9점 만점에 평균 5.37점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쉬운 공공언어 보급사업'에 얼마의 세금을 지불할 수 있는지 묻는 지불의사액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확인한 결과 심리적 스트레스 비용은 연간 약 1272억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다시 말해 국가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경제적 비용이 연간 2705억 원에, 심리적 비용이 1272억 원이란다. 그마저도 경제적 비용은 추가 시간을 최소 1분에서 최대 2분으로 가정했을 때의 추정값에 불과하다. 공공언어의 대상을 민원서식과 보도자료에 국한하지 않고 전광판이나 현수막, 안내판은 물론이고 텔레비전 뉴스 등으로 확대하고, 나이나 장애, 환경 등의 이유로 추가 시간을 최대 10분까지 늘린다면 훨씬 더 많은 언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계속 사용할 것인가? 특히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코로나 용어가 외국어 일색인 것은 정말 유감이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 거리두기'로, '롱 코비드'는 '코로나 감염 후유증'으로 바꾸면 훨씬 이해하기 쉬운데 좀처럼 쓰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이제는 '오미크론'이라고 한다. 그냥 '5차 대유행'이나 '5차 변이'라고 하면 어떨까?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말을 놔두고 굳이 그리스 알파벳을 그대로 사용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코로나도 걱정이지만 코로나 용어도 걱정이다. 김형주 상명대 국어문화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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